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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ㅣ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오랫만에 맘을 두드리는 묘사가 돋보이는 책을 만났다.
그리고 강렬했다.
" 전무후무할 정도로 지독하고 냉정하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헤아려 본다. 이만큼이나 냉정하려면 시인으로서 얼마만큼의 뜨거움이 있어야 하는지." - 김소연(시인)
단상1. 강렬하고 독특한 비유, 리듬감 돋보이는 문장
마치 시를 읽듯 감정을 건드린다.
p29
마치 아이마다 자신만의 어린 시절이 있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진실이 있음을 안다.
어머니의 진실은 아버지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데,
그건 아버지의 눈은 갈색이고
어머니의 눈은 푸른색이라는 사실만큼 이나 명백하다.
단상2. 어릴적 기억을 깨우는 일상과 관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
20세기 덴마크에서 여성작가의 삶과 생각도 많이 다르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
p167
나는 내 어린 시절의 거실에 혼자 있다. 언젠가 여 기에서, 오빠는 앉은 채로 판자에 못을 두들겨 박았고,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노래를 불렀고, 아버지는 이제는 내가 못 본 지 오래인 금서를 읽었다. 수백 년 전의 일 같다. 내 어린 시절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고통 스러운 예감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 다는 생각이 든다.
단상3. 삶을 대하는 진솔함와 글(시)에 대한 열정, 성장스토리
이렇게나 솔직하고 자세한 서술이 가능하다니...
p38
언젠가 나는 내 안에 흘러 다니는 모든 말들을 글로 쓸 것이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 그 말들을 읽을 테고, 결국 여자가 시인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어린시절, 자신이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 강렬했던 기억을 간명한 문체로 그려낸 작가.
그녀의 성인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