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팝콘

안녕 팝콘 (알라딘 어나더커버)
강한 그림, 이준혁 원작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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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팝콘>이 알라딘 단독 리커버되어 희망자를 따로 모집했는데 배우면서 원작자인 이준혁 작가 사인과 강한 그림 작가의 사인이 들어있다길래 얼른 신청했다. 유퀴즈에도 나왔다길래 유튜브를 시청하고 왔다. 이준혁 배우의 반려견 팝콘이를 떠나보내며 만든 게임 <안녕, 팝콘!>이 원작인 그림책이다.

나도 반려견 개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반려동물의 죽음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누렁이, 키키, 파트라쉬, 삼월이..어려서 가족같은 반려견의 죽음을 묵도하며 슬픔을 함께 나누고 또 새로운 반려견으로 위로 받았던 경험이 있다. 어린이에게 반려견의 죽음이란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가까운 존재의 죽음일지도 모른다.

<안녕 팝콘>은 갑자기 찾아온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 작별 인사도 준비하지 못했던 우리를 위해 오히려 웃음과 감동의 위로를 펼쳐 놓는다. 그럼 자세히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어느 날 산책길에 팝콘은 길을 잃고 가족과의 추억이 듬뿍 담긴 장소를 살펴본다. 가족은 보이지 않고 평소에 다니던 동물병원 앞에 이른 팝콘이는 용기를 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초등학교때 등교길에 강아지가 따라나서기도 해서 마당에 목줄을 꼭 매고 학교에 가곤 했다.

그런데 하교길에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보고 길을 잃었나 싶어 쫓아다니다가 내가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어차피 학교 친구들이 골목마다 놀고 있던 시절이라 길은 무사히 찾아 나왔지만 강아지를 못찾아서 울면서 집으로 왔다. 그런데 왠걸 꼬리를 치며 반겨주는 게 아닌가? 난 엉뚱한 강아지를 쫓아다닌건데 아무리 불러도 뒤도 안보고 내빼던 그 강아지가 나보다 똑똑했던것 같다.

이어서 팝콘이는 개들의 염라대왕, 염라개왕을 만나고 자신이 강아지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팝콘은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위해 자리를 박차고 뛰어가고...키우던 개가 교통사고로 죽기도 하고, 도둑이 약을 넣은 음식을 먹고 죽기도 했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혹시 팝콘이 처럼 뛰어다녔을까 싶다.

엄마는 한달을 넘게 소리내 우시고 우리 모두 목놓아 울었다. 빈그릇만 봐도 눈물이 나고, 괜시리 이름을 불러보며 하염없이 그리워했다. 지금도 외출만하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개아들이 기다릴 생각에 금송아지를 묶어 놓은듯 뛰어간다. 이준혁 배우가 팝콘이를 잃고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너무 잘안다.

팝콘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반려동물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나도 개아들이 모험을 펼치는 게임이나 그림책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강한 그림 작가님의 그림도 너무 몽글몽글하니 순두부 같고, 눈송이처럼 포근하니 팝콘이를 잘 표현해 주었다.

개아들을 위해 개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면 내리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래 걷지도 못한다. 함께 늙어가는 개아들을 보며 건강하게 오래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본다. 아마도 팝콘이처럼 개아들도 걱정하지말라고 하지 않을까. 강아지별에 있을 팝콘아 나중에 우리 요미 만나면 반가워 해주렴. 아이들에게는 반려견이 강아지별에 간다는 안심과 어른들에게는 그곳에서도 잘 지낸다는 행복한 추억을 안겨준다. 너무 귀여운 그림이라 울다 웃다 하였다. 상실의 아픔보다는 감동으로 남길 바란다.

리버2

리버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리버2 #오쿠다히데오 #은행나무 #미스터리 #도서협찬

리버 1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3인방을 향해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10년 전 피해자의 아버지인 마쓰오카 요시쿠니의 눈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딸의 원통함을 풀어주려다 남은 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게 아닌가 싶어 제발 사건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권으로 들어가겠다.

가리야가 용의 선상에 오른 것도 애초에 사진을 찍으면서 마쓰오카가 트럭들을 눈여겨 본 성과다. 경찰은 계절 노동자들이 드나드는 주점에서의 시비를 문제삼아 가리야를 끌어드릴 생각이다. 특히나 다섯대의 트럭 중 가리야의 트럭만이 세차되어 있다는 점도 의심을 산다.

가리야의 모습이 담긴 셀프 세차장의 CCTV 영상을 확보하자 수사는 활기를 띤다. 살인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양일 모두 주행 기록이 남아있다. 어디서 피해자들을 점찍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다키모토는 10년 전에 범인을 놓친 속죄로 이번에는 꼭 이케다를 잡아 넣으려한다.

후쿠다를 납치한 증거를 잡는 동안 이케다를 감금 중이다. 야쿠자가 걱정할 만큼 다키모토는 길을 벗어나 있다. 과연 이케다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말종임은 틀림없다.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어야 하는 인간 쓰레기다.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일반인 있다?

마쓰오카의 눈썰미는 진짜 형사를 해도 좋을듯 싶다. 교코도 뭔가 달라진것 같다. 배짱이 두둑해졌달까. 드디어 가리야가 체포되었다. 근데 겐타로가 실종이다. 여기에 감금되어 있던 이케다 마저 없어진다. 갑자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용의자 셋 중에 있긴 한 걸까? 아무런 수사의 진척없이 또 사건이 발생한다. 리버 사안과 같은 수법으로 당한 젊은 여성의 사체. 이로써 다섯 번째다. 경찰에게는 최악의 상태다.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자 모두 놀란다.

악몽의 강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 뒤에 드러나는 진실은 뭐랄까.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럴 줄 알았지만 아니길 바랬던가. 끈질긴 수사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해결되지 못했을 사건이 막을 내린다. 교코의 사건 기자 일지이기도 긴 사건이었다.

<조디악>과 <살인의 추억> 두 작품과 비슷한 감각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탄생한 탁월한 범죄 수사극이다. 리버 1,2권으로 만들만큼 수사물에 공을 들인 오쿠다 히데오의 걸작으로 남길 바란다.

리버 1

리버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리버1 #오쿠다히데오 #미스터리 #은행나무 #도서협찬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공중그네>가 뇌리에 박혀 있다. <남쪽으로 튀어!>는 한국에서 영화로도 나왔다. 이번 신간은 1,2편으로 되어 있어 아무래도 마음이 급하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군마현 기류시에 사는 다쓰오는 개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가 갈대 덤불 속에서 여자 시체를 발견한다. 기동수사대와 감식반이 현장으로 달려오고 수사1과가 출동한다. 사이토는 본부에서 우치다가 예감이 안좋다고 말할때 머리 한구석에 떠오른 게 군마와 도치기에서 일어난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이다.

10년 전 사건이 다시 나타난 거라면 수사에 관여한 형사 모두에겐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한 일이 떠오를 것이다. 두 현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졌는데 만약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있다면 엄청난 일이다. 기자가 된 지 3년째인 교코는 기사를 써도 되는지 무서워진다.

점심을 먹고 쉬던 스즈키와 에이스케는 소변을 보러 들어갔다가 덤불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바로 며칠전 강변의 하천부지에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다. 신고를 받고 도치기 본부에서 출동한 노지마와 야마시타는 10년 전 연쇄 살인 사건이 도치현의 큰 오점으로 남아있어 기분이 언짢다.

수사과가 도착한다. 젊은 여성들의 전라 시체 발생은 동일범의 연쇄 살인 사건일 가능성을 보고 특별수사본부가 합동수사본부로 전환된다. 기류의 피해자는 인터넷 매칭 앱으로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데이트를 해왔고 원조교제를 했다. 노지마는 10년 전에도 원조교제를 했던 피해자를 떠올린다.

10년 전 전문대생이던 스무 살 미키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버려졌다. 사진관을 하는 마쓰오카는 찾아온 군마현 경찰들에게 사진 데이터가 든 USB를 건네주며 협조할테니 공유해달라고 한다. 10년간 딸의 사체 유기 현장에 찾아온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다. 다시 사건이 발생하자 요청한 것이다.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면 딸이 편히 눈을 감지 못하리라 믿는 마쓰오카는 범인이 체포되면 알고 싶은 것이 있다. 10년 전 두 사건의 살인 사건 피해자가 원조교제를 했다는 보도에 무슨일이 있어도 딸의 오명을 씻어주고 싶었다.

여기에 전직 형사 다키모토 세이지에게 히라노의 전화가 온다. 이케다 놈이 다키모토에게만 이야기해도 좋다고 한다. 정년퇴직한 지 3년이지만 형사로서의 감은 둔해지기는 커녕 더욱 냉정해졌다. 수사에 도움이 될 자신이 있어 이케다를 상대해 주기로 한다. 과거에 범인을 놓친 한을 풀고 진실을 풀려고 한다.

10년 전 미제사건과 공통점으로 동일범인지 모방범인지 쫓는 수사관들과 역시 10년 전 피해자 가족도 이번에야말로 범인을 잡고 진실을 찾으려 한다. 기자의 열띤 취재와 괴짜 범죄 심리학자 시노다까지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사건에 뛰어든다.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한 분투가 한편의 수사 드라마를 보는듯하다.

사회의 나약하고 가장 어두운 면 범죄를 통해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모습과 도시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상상도 못할 인간의 어둠을 보여준다. 평범한 인간들의 사연까지 꼼꼼하게 쌓아 올리며 2권이라는 압도적인 장대한 스케일의 범죄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게 전개된다.

과연 범인의 그림자라도 쫓고 있는 것일까? 마쓰오카는 한을 풀 수 있을까? 10년 전과 동일한 범인 일까? 방대한 수사를 펼치는 수사물이다. 범죄자인 이케다는 어쩜 이리도 당당한지 쥐어 패고 싶다. 이번 범인도 쾌락 살인을 즐기는 놈이다. 꼭 잡아야 한다.

명문가의 은둔형 외톨이 장남 겐타로일지, 마코토라고 해야할까? 아님 말없는 미스터리한 사나이 가리야일지. 아님 진짜 이케다일지. 범인이라 의심되는 자가 있긴 있다면 정상들은 아닌것 같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음편으로 이어가겠다.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다 이룰 수 없는 어른의 인생을 위한 수용전념 심리학
이두형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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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는 과거의 상처를 잊고자 그리고 미래에 올지도 모를 상처를 피하고자 마냥 애써왔지만, 여전히 괴로운 이들에게 권한다는 추천가의 말이 있다. 이두형 저자는 수용전념이야말로 진정으로 환자의 아픔에 교감하고 공감하는 관점임을 알게 되고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환자를 좁은 진단기준에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 되었다.

당신의 삶과 아픔을 새로이 이해하는 언어, 수용전념_원하는 삶을 '실제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기능적이고 실효적인 변화를 늘려가는 관점이 수용전념이다. 힘든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이다. 책에서 6가지 요소를 통해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힘을 얻을 것이다.

1장_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의 어려움 : 수용
삶의 험난한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이해해보길, 그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말기를 권한다. 상처를 준 말, 그 말에 붙들려 있지 말라. 관계에 대한 두려움에 부디 애쓰지 말기. 조금 더 내게 친절해도 된다. 실패가 일상임을 받아들이는 용기. 묵묵히 이어지는 나의 삶을 응원한다. 수용이란 삶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마음이다.

2장_평가하는 대신 관찰하는 연습 : 탈융합
과거의 아픔이 현재의 소중하고 사소한 일상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 실제로 행복하기보다 힘들지 않기가 훨씬 더 어렵고 무리한 소망이다. 애초에 완벽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리가 바라는 삶을 향해 한 발 더 내디딜 용기를 줄 힘과 위로 따뜻함이 필요하다. 탈융합은 나를 가두는 언어의 감옥인 융합에서 탈출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3장_지금 이 순간에 몰두할 때 생기는 일들 : 현재와의 접촉
꾸준히 지금 내가 행하고 있는 일, 보내고 있는 순간에 착지하고 머무르는 것. 후회되는 과거나 두려운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는 것 그것이 현재와의 접촉이다. 당신의 삶을 함부로 누군가가 재단하거나 강요하려 든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비켜 서는 용기다. 삶을 증명하거나 항변하지 말라. 고통이 존재함에도 소중함이 가득한 삶을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다.

4장_'나'라는 현상과 진짜 '나'사이에서 : 맥락으로서의 자기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당신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 '맥락으로서의 자기'다. 그 진정한 당신은 위협받은 적이 없다. 매순간 모든 당신이 당신이다. 마음속 시선이 진정한 당신이다.

5장_다가올 모든 순간의 최선을 찾아서 : 전념
삶의 고됨을 기꺼이 감수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행위다.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다가가고 있다는 근원적인 충만함, 그 감동을 주는 행동을 매 순간 그저 이어나가는 것이 전념이다.

6장_나답다고 느끼는 마음에 대한 탐구 : 가치
당신의 삶을 당신답게 만들어주는 것, 한 번뿐인 삶이 지금의 삶이라도 아쉽지 않게 해주는 것, 바라는 삶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그러한 소중함과 의미가 있는 것이 가치다. 살면서 따르고 싶고 가장 상위의 고유한 지향점이 가치다. 목표와 가치는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길이다.

이렇게 여섯가지 요소를 살펴보았다. 수용전념은 마음이 편해지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니라, 삶의 근간이 되는 가치 및 철학이다. 따뜻하고 깊은 관계를 원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소중한 가치와 접촉하고 또 그것을 열망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내가 원하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이 치유다. 마음대로만 되는 삶, 걱정 없는 삶, 모든것을 예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오늘 하루의 의미와 가치, 활력을 온전히 느끼는 과정이 삶이다.

지면상 1,2장만 팁을 썼다. 장별 도입부와 말미에 개념 설명과 시도해보기, 물어보기를 통해 사고의 전환과 구체적인 예시로 실천해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냥 잡생각말고 그냥 하면 된다. 불완전한 삶에 관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시지프 신화

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2
알베르 까뮈 지음, 이가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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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세계문학선 리뉴얼 표지 이벤트가 있었다. 리뉴얼되는 도서의 제목과 작가를 맞히는 이벤트였다. 바로 맞힐 수밖에 없는 힌트였다. 바위를 산꼭대기에 끌어 올리는 시시포스를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부조리한 영웅으로 간주한 <시지프의 신화>아니겠는가.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책이라 여러번 놓아야했고 병렬독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알베르 까뮈는 1957년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나 3년 뒤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썼을까 싶은 안타까운 작가의 1942년 작품이다.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 빠진 시지프를 알베르 까뮈는 어떻게 해석했을지 눈으로 확인해보겠다.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만큼 무익하고도 희망없는 일은 없을거라는 신들의 생각은 일리있다. 신들의 비밀을 누설하고 경시했다는 비난을 받은 시지프의 형벌이다. 이 신화가 비극적이라면 주인공인 영웅이 의식적이기 때문이다. 신들은 그가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비참함이 조건이다.

그러나 시지프는 신들을 부인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는 뛰어난 성실성을 가르쳐준다. 이제부터 주인 없는 이 우주는 그에게 불모의 것도 하찮은 것도 아니다. 산꼭대기로 향한 투쟁 그 자체로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해보아야 한다.

<부조리한 논증>
자살이 중대한 철학적 문제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바로 부조리와 자살과의 관계를 밝히고, 자살이 어느 정도로 부조리의 해결책이 되는가를 가늠해보는 것에 있다. 과연 부조리가 죽음을 명령하는 것이라면, 논리적인 사고만이 필요하다.

부조리의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발견된 것들의 결과다. 굳이 자의로 목숨을 끊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무릎쓰고 희망을 품어야 할 것인가? 먼저 지성의 차원에서 간략한 검토가 필요하다. 부조리는 인간의 호소와 세계의 어처구니없는 침묵 사이의 대비에서 생겨난다. 그렇다고 해서 부조리의 감정이 부조리의 개념은 아니다.

부조리한 인간과 부조리한 창조는 지면상 생략한다.

부록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서 희망과 부조리'를 카프카의 모든 예술이 독자에게 다시 한번 더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를 담고 있다. 까뮈는 부조리에서 비켜서는 모든 것. '부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부조리를 바라보는 일이다' 라고 한다. 마침내 부조리의 세 개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반항, 자유, 열정이다.

"나의 삶, 나의 반항, 나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느끼는 것, 이것이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다" 라고 카뮈는 부르짖는다. 신화 속의 한 인물을 넘어서 항상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사는 인간의 참다운 모습이 시지프다.

카뮈는 시지프의 신화를 통해 바위를 밀어올리는 순간만큼이나 바위를 따라 내려가는 순간. 바로 반성하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간은 반드시 죽기 때문에 인생은 허무하다, 부조리하다' 는 것이다.

카뮈는 자신의 사상이 3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고 한다. 부조리에 대해 언급하며 세 가지 다른 장르로 성찰을 전개한다. 가장 먼저 소설 <이방인>을 쓰고, 희곡<칼리굴라>를, 모두를 한데 모아 철학적인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를 썼다고 한다.

<이방인>은 부조리한 세상에 살인죄를 범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세상에서 버림받고 죽음에 직면함으로써 비로소 삶의 의미와 행복을 깨닫는 이야기다. <칼리굴라>는 부조리한 인간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어내는 일의 어려움을 역설한다.

<시지프의 신화>는 그것을 이론적으로 전개하는 것으로 신화속의 인물 시지프를 통해 인간은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부조리에 반항하며 살아가야 할 숙명이란 것을 반항과 의욕을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얕은 지식으로 읽고 느낀점을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뭐든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알베르 까뮈는 대부를 떠올리게 하는 낭만과 고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그를 더 잘 나타냈던 시간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