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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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내일이면좋겠다 #남유하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조력사망 #존엄사

작년 남유하 작가님의 텀블럭 펀딩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작가님의 가장 소중한 책이라고 하는데 심기일전하고 읽어 보겠다. 벌써 가슴이 아려온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엄마의 선택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린라이트를 받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린라이트는 조력사망 허가를 말하는데 까다롭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 진을 뺀다.

디그니타스가 보강을 요청할때마 엄마 죽음의 선봉장이 되어 나팔을 불어야만 해서다. 스위스에 가면 의사와 두 차례의 인터뷰를 하게되어 있어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다. "I will die." 이 문장을 굳이 반복하는 엄마가 미워 죽음에 앞장서는 거 같아 힘들다고 한다.

순간 엄마의 표정이 싸늘해지며 다 관두자고 내 팔자에 무슨 호강이냐고 하신다. 이 일을 호강이라 표현하심에 나또한 놀랍다. 엄마가 스위스에 가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게 호강이었을까? 그로부터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를 받는다.

회복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끝을 모르는 고통이 계속된다는 것이 죽음보다 두려운 절망이기에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여기 한국인으로 여덟 번째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감한 故조순복님의 이야기다.

평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남유하 작가님에게 이런 아픔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게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시지만 폐암으로 죽은 큰언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 이천에서 도자기 가게를 30년 가까이 하던 언니다.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던 언니가 결국 쓰러져 입원하고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신약으로 치료하며 10개월을 온갖 고통속에 살다가 몸무게 38kg의 뼈만 남아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직도 "영임아~"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또렷하다. 큰언니다운 책임감과 다정함으로 바쁜 엄마대신 동생들을 돌봐주던 맏이였다. 딸을 먼저 보낸 상실의 아픔에 엄마는 정신줄을 놓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모두가 슬픔에 빠졌다.

59세에 허무하게 가버린 언니보다 이제 내 나이가 더 많다. 언니가 자꾸 떠올라 쉼없이 눈물이 흘러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작가님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10년만에 완치 판정을 받지만 조직에 남아있던 암이 뼈로 전이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뼈뿐만 아니라 피부로, 폐와 위장으로 전이된 암세포로 몸과 마음의 기능이 사라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떠날까 봐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대신 '삶을 마무리할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조력사망'을 기억해내고 두 사람은 진지한 조사와 논의 끝에 스위스행을 결정한 것이다. 더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녀는 너무나 애틋하다. 이 선택을 과연 타인이 평가할 수 있을까?

까다롭고 엄격한 조력사망을 허가받기 까지의 절차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은 딸로서의 마음, 같은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결정에 공감하는 마음이 수없이 부딪힌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된다.

대퇴골에 이어 위장으로 전이된 암의 극심한 고통은노령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병세가 악화되며 이별이 앞당겨진다. 바닥난 생의 에너지를 '죽음'을 준비하는데 쓰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작가님은 한국존엄사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조력존엄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조력사망을 감행한 이유를 알려 그 선택의 무게와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JTBC 제작진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캔디같은 어머니의 신념이 가능케 한 결과물이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소망이 그 시간을 견디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어머니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느껴보는 시간을 모두가 느껴보길 바란다. 한국에서도 조력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작가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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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벌쓰데이 한국추리문학선 19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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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벌쓰데이 #양수련 #책과나무 #도서협찬

책표지 작업을 한 칼리언니님의 도서 협찬을 받았다. 2025년은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서평단 신청도 자제하는 중인데..해피 벌쓰데이는 왠지 끌려서 감사히 받았다. 그럼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책표지의 생일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하윤의 차에 뛰어든 나한이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의식이 돌아오면 될 줄 알았는데 나한의 지워진 기억이 그를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 오리로 만든 듯하다.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나한 때문에 하윤은 해결의 끝을 보지 못한다.

측은지심이 불러온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결국 인쇄소에 나한을 머물게 한다. 나한의 호기심에 남 기장은 하루에 하나씩 인쇄기에 대해 알려주고 어느덧 삼 년의 세월이 흐른다. 나한은 하윤이 데려왔다는 꼬리표에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하윤이 스무 살에 둘뿐이 인쇄소의 경리로 시작해 인쇄 감리는 물론 홍보물 디자인도 해야 하는 혹독한 역량 증진의 순간들을 넘기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나한의 장래 또한 이곳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윤은 나한의 오피스텔을 구해준다.

둘의 관계는 깊어지고 하윤은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 모를 일이다. 남편 일면이 잘 다니던 기획사를 그만두고 인쇄소 일을 배우자 직원들과 마찰이 생겼다. 육아휴직을 권하자 필리핀으로 아이와 자신만의 인생을 다시 그리게 된 것이다.

필리핀에서 하윤의 외도를 눈치채고 탐정 한기훈에게 증거를 의뢰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십수년째 찾고 있는 기훈은 나한이 중년여자에게 의지하게 된 배경이 신경 쓰이자 남편이 외도 증거를 찾고 있다고 알려준다.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든 나한은 얼이 빠지고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자신의 캄캄한 과거만큼이나 하윤은 절실한 존재다. 하지만 기훈의 등장에 일상이 흔들린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병원에 입원할 때 가지고 있던 신분증이 전부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기하급수로 늘어간다. 잠들지 못한 나한이 인쇄소 쓰레기를 정리하는데 쓰레기 더미에서 사람의 다리를 발견한다. 살인사건이다. 이번 일로 나한은 더욱 더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어진다.

하윤은 조사원 말고 최면술을 받아보자고 한다. 강남의 최면치료센터를 찾아 장 박사를 만나 교통사고 이전의 기억을 찾아 달라고 한다. 결과는 스스로 과거를 지웠다고 한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에 결국 기훈을 찾는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기는 했지만 불운한 과거에 나한은 씁쓸하다. 이때 하윤이 찾아오고 일면까지..나한은 밖으로 나와 헤매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봉인 해제된 기억의 파편들이 밀려 나온다. 기억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도대체 나한의 과거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또 한사람 성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참하게 부모님을 살해한 알몸의 남자는 성재의 열다섯 생일 초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자유를 준다. 성재는 가면의 살인마로부터 달아난다.

잊고있던 다락방의 우재를 들쳐업고 나온 성재는 보육원 봉고차에 몰래 태워보내고 자신은 산에 숨어 지낸다. 그러다 김노인을 만나 잠시나마 정을 느끼며 사람답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괴한의 손에 김노인이 죽자 성재는 괴한을 살해한다.

생일인 성재를 마지막으로 본 증인이 된 백돌은 성재를 찾아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경찰이 된다. 여기서 우린 나한이 성재임을 알게되며 스스로 지운 기억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가면의 남자는 누구고, 왜 부모님을 죽였는가?

궁금증은 주변인들이 짜깁기 하듯 맞아 떨어지면서 큰그림이 완성된다. 한 남자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가 드러나면서 범인 또한 밝혀진다. 반전이 거듭되지만 고구마 1도 없는 반전이다. 내 예상이 맞아서 섭섭하기보다 다행이라는..

아직도 열다섯의 해피 벌쓰데이를 맞은 성재의 앞날에 행운과 행복만 가득하길 같이 빌어주고 싶다. 가독성이 좋아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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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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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서평단 #최강벽돌책 #지금까지이런책은없었다

어마무시한 두께에 놀랐다. 500페이상을 벽돌 취급했는데 무려 927페이지다. 역대급 가장 긴 장편일것 같다. 책표지는 푸른빛의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이다. 제목을 나타내는 그림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럼 배리 로페즈의 최후의 역작 호라이즌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열일곱 살의 배리는 세상과 직접 맞닿는 경험을 갈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에는 남자 동급생 열다섯 명과 두 명의 선생님과 함께 소형 피아트 버스를 타고 두 달 동안 서부 유럽을 돌아다닌다. 포르투갈에서 동쪽으로 달려 스페인과 프랑스를 지나고 알프마리팀주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가 남쪽으로 로마까지 갔고, 그런 다음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서독을 거쳐 다시 프랑스 로렌에 도착했고 거거서 파리로 갔다. 칼레에서 도버 해협을 건너 도착한 뒤에는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갔다. 아일랜드에서 보낸 마지막 날,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부터 이탈리아의 황량한 브렌네로 고개까지, 십자가들과 다윗의 별들이 펼쳐진 아르투아와 피카르디의 묘지들부터 아일랜드 클래어주의 근엄한 모허 절벽까지 이른 이 여정이 절대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여행이 준 자극이 어떻게든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틀이 되기를 원한다.

이십 대 초반이 되었을 때 한 해 여름은 와이오밍주에서 말과 부대끼다가 또 다른 해에는 몬태나주 헬레나의 하계 간이 극장에서 보내는 식으로 살고 있었다.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마흔여덟 개 주 가운데 한두 곳을 제외하고 미국 전역을 차를 몰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유럽과 잉글랜드에도 다시 가고, 의붓아버지의 조상들 땅인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에도 갔고, 첫 단편소설도 발표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수도 생활이 내 인생의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켄터키주에 있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이제 결혼도 하고 석사 학위도 받은 배리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문예 창작을 공부하기 위해 오리건주로 옮기지만 금세 환멸을 느낀다. 그 무렵 대학의 삶은 가정적 안락함을, 평범하게 일하며 사는 세계에 대한 의도치 않은 무관심을 의미하게 된다. 강의실의 삶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은둔적으로 느껴져 대학은 계속 머물기에 안전하지 않은 장소라 느낀다. 그 후로 더 많이 여행하기 시작하고, 구체적으로 미국 서부 전체를 거의 쉬지 않고 여행한다. 1970년대 초에는 집을 떠나 호주 노던 준주의 선주민들과 여행하고, 케냐에서 캄바족들과 화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또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을 거슬러 올라가 남극의 퀸모드산맥을 넘고, 양쯔강을 따라 충청에서 우한까지 여행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안 계곡 암벽도 탐험하고 일본 북부와 중동, 남태평양도 여행한다.

처음에는 저널리스트로서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작가로서 미학적 의미뿐 아니라 윤리적 의미도 있다고 확신한다. 그 의무란 세계를 집중하며 경험하고 그런 다음 내가 본 것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언어로 옮기며 다른 나라에서 그 땅과 그 거주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지에 관해 몇몇 불완전한 토막 소식들을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서 고향으로 가져오는 일종의 심부름꾼으로 여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호라이즌>이다. 익숙한 것의 경계를 넘어가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길을 떠났고, 눈앞의 풍경을 보면서 기꺼이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배리 로페즈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대서사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현재에 대한 관대한 시각, 그리고 어둠속에서도 우리 앞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언이다. 여섯 장으로 구성된 장소를 따라 자연의 장엄함과 오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인간의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삶과 희망을 노래하고 깊은 울림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한다.

아무리 한 장소를 여러번 찾아가도 그곳은 처음의 그곳이 아니다. 장소는 항상 변화하고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처음에 썼던 글에 담긴 것과 다른 진실을 잦을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였다. 이처럼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글을 쓰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며 완성된 책이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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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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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고백들 #이서수 #연작소설 #현대문학 #서평단

삐쩍 마른 몸을 가진 83년생 웨딩 플래너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경험한 몸에 대한 기억은 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부터 욕망의 대상이 되길 거부한다. 첫사랑과의 첫경험이 강간으로 이루어졌음에 그와 이별을 마음 먹는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남편과 의무감에 섹스를 하지만 오래전 그날 분명하게 깨달은 것처럼 몸을 아무 곳에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 다르자 이혼을 선택하고 뜻밖에도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리고 59년생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과거를..잔혹한 사회를 혼자 헤쳐 나가긴 쉽지 않을 거란 엄마의 걱정처럼 그녀는 성희롱이 만연한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여성취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 강좌에서 만난 언니들과 친해진다. 술자리를 갖게 된 새벽 얼떨결에 영석언니를 따라가게 된 어덜트 숍에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점을 느끼고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택배를 하나 받는데..몸과 정신에 기쁨을 줄 의무를 갖고 태어난 존재라는데에 의문을 품는 주인공은 단지 섹스가 싫을 뿐이다. 소설은 <몸과 여자들>을 시작으로 어떤 성으로도 규정되고 싶지 않은 미지의 고백 <몸과 우리들>

주체적 욕망을 드러내는 여자의 고백 <몸과 금기들>, 무경계 지대에 선 바이섹슈얼 레즈비언 커플의 고백 <몸과 무경계 지대>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몸의 경계를 지우고 모든 것과 연결된 버섯 인간의 고백 <몸과 비밀들>

이렇게 다섯 작품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단정한 서간체로 독특하다. 특히 버섯인간이 잔뜩 곪은 마음 덩어리, 우리의 고백이라는 점이다. <몸과 우리들>의 미지처럼 나도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남자 주인공인 이연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림사로 이미 팬이였지만 중성적인 이미지의 임청하를 보고 남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빠져보긴 처음이었다.

또 라떼는 성희롱이 얼마나 심했는지 서슴지 않고 인물 폄하에,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라며 술시중을 들게 했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광야에서'였는지,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불렀다가 우리같은 화이트칼라 자리에서 그런 술맛 떨어지는 노래를 부른다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이상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회사 생활이 어쩌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건드려서는 안되는 운동권으로 낙인 찍혔는지 모른다. 지금은 죽거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나의 상사나 동료들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유난히 예쁘고 몸매 좋은 여직원이 남자직원들의 눈요기로 전략하던 시절이지만 그나마 대기업이라는체면 때문에 그쯤에서 끝났다고 본다. 내가 알고 있는 작고 작은 중소기업 사장에게 여직원은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얘길 들었던 슬픈 과거다.

몸에 대한 고백들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자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태어날 때부터 공주가 아니고서야 여성의 인권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내 몸도 내가 지키고, 밝은 사회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엿보는 즐거움을 주는 재밌는 소설로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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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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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함께춤을 #크리스타K토마슨 #흐름출판 #서평단

늑대와 춤을..떠올렸다. 12명의 철학자가 말하는 나쁜 감정 사용 설명서다. 악감정을 털어내려 하지 말고 불쾌한 감정 또한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한 깨달음의 여정에 함께 하길 바라며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푸르고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정원. 하지만 늘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소홀한 틈을 타 잡초가 무성하게 점령할 것이다. 이 정원이 당신의 삶이며 분노와 시기, 양심, 경멸과 같은 나쁜 감정이 잡초다. 잡초는 통제해야 할 대상이고 나쁜 감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다. 꽃과 마찬가지로 지렁이도 정원의 일부이며 지렁이가 존재한다는 건 정원이 번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나쁜 감정이 좋은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철학의 역사에는 감정 통제형 성인이 많다. 이런 성인들은 나쁜 감정은 정원의 잡초와 같아서 뿌리를 뽑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 자라지 못하도록 소금을 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 성인의 또 다른 현대적 형태는 '마음챙김'이다.

오늘날 마음챙김 방식은 인도의 철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간디의 가르침은 포기를 통한 자아실현이다. 자아를 실현하려면 육체적이거나 감각적인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믿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감정 통제형 성인은 인간 세계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신경을 덜 써야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더는 평범한 인간들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연 나쁜 감정을 피하려고 껍데기 속의 거북이처럼 살아가는 게 가치 있을까?

행복하고 편안한 삶은 투쟁과 스트레스, 부정에서 완전히 해방된 삶이다. 여기에 나쁜 감정도 포함된다. 하지만 감정 통제형 성인은 나쁜 감정의 근본 원인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사소한 관심사이고 인간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에 완전히 얽매여 있고 취약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형태의 감정 성인을 만나보자. 감정 수양형 성인은 감정이란 우리를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힘이라는 사고를 거부한다.

감정 수양형 성인을 보면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단련을 한다면 감정을 없애지 않으면서 주체성을 지닐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단련을 해서 감정에 맞서기보다는 협력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을 해도 감정이 배신하는 순간 통제할 수는 없다. 부정적인 감정이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으며 그걸 극복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나쁜 감정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나쁜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냥 내버려두고 느껴야 한다.

결국 감정 통제형 성인도, 감정 수양형 성인도 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인간이 느끼는 질투와 분노 온갖 불쾌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비극과 황홀경의 연속이다. 내 감정의 주인이 되기위해 흔들리는 자아를 솔직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천사가 되기를 바라는 자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을지 악마와 함께 춤을 추며 비로소 더 풍요로운 삶을 살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하기보다는 시기, 질투, 분노가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전 필사책이 니체였는데 운명을 사랑하려면 일단 운명을 받아들이고, 아모르 파티가 말하는 받아들임은 부정적인 감정은 자기애의 표현이기 때문에 소중하며 그런 감정이 없으면 삶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걸 의미한다. 나쁜 감정은 그냥 느껴라. 감정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꽃이 만발한 비옥한 흙에는 지렁이가 가득한 법이다. 국민의 정의로운 분노가 하나 되는 힘을 보았다. 질투는 내 속의 경쟁심을 유발하기도 하고, 결핍에서 오는 시기 또한 지극히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 악의 감정이 고통과 역경 속에서 삶의 거름이 되게 하는 철학자의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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