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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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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서포터즈 책을 기다리다 못참고 문의를 했다..7월 책이 많이 늦어진 이유는 출간일 조정 때문이란다. 그럴수도 있지..마침 짧은 휴가를 잡고 바다로 향했다. 어쩜 제목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풍덩 그렇게 휴식의 달콤함에 빠져 본다. 그럼 찰떡궁합 여행의 반려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이사> 짐을 빼고서야 침대 머리맡에 콘센트가 있었던걸 안다. 진작 알았으면 아까운 수면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았을 텐데..떠나는 마당에 아쉬움을 느낀다. 빈 공간에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원하는 대로 소리를 내보며 맨 마지막으로 기타를 싼다. 그렇게 방과 작별하는 게 가장 좋다.
<공백 채우기> 일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짓 믿음이 굳어지면서 그 속에 점점 깊이 빠져든다. 틀어박혀서 일하고 글 쓰고 밀린 프로젝트를 하며 휑한 공백믈 열심히 채운다. 내게 부여된 목적과 충만함을 되찾는 월요일이 올 때까지. 공허감을 제대로 채울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을 메우려는 것이다.
<우정> 우정이란 어때야 한다는 기준 같은게 과연 누구 또는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그런 걸 어디서 배웠고, 왜 경험을 믿기보다 학습된 기준에 권위에 부여하는지.. 우정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지금 유지중인 우정을 오히려 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충분하다면 충분한것이다.
조니 선은 너무 바쁜 것 같다. 아니 자신을 닥달하는 스타일 같다. 일 중독을 넘어서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천재 작가의 유쾌한 휴식 분투기는 결국 책으로 만들어졌다. 에미상 노미네이트, 시나리오 작가, 베스트셀러 에세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일에 몰두하고 무리하다가 지쳐 오히려 번아웃만 심해졌다. 그리하여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쉬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쉬는 동안에도 간단한 아이디어, 재미난 공상, 삶을 돌이키게 하는 단상이 떠올라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엮고 말았다. 쉬려고 결심하고 결국 쉬지도 못한 결과물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쉬는 동안 만든 책이지만 식물키우기나 요리처럼 유머러스한 글과 <머물다가는 슬픔>처럼 진지한 성찰, 창작의 흔적 등이 고스란히 녹아든 '휴식 분투기'이다. 특히나 글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작가의 라인 드로잉은 이야기의 리듬을 더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세월이 흘러서 다시 만난 <선인장> 이야기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일기장이자, 창작의 괴로움과 희열이
녹아있는 창작 노트이며, 독창적 아이디어가 가득한 낙서장이다. 과로와 번아웃의 언저리에서 오늘도 피곤해하는 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힘과 위로를 선사하는 힐링 에세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도저히 제대로 일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야 어쩔 수 없이 하루를 쉰다는 조너 선. 스스로 녹초가 되길 짐짓 기대하는 습관이 들여버려 얼이 나갈 정도로 지쳐버리는 게 좋단다. 그래야 휴식 비슷한 걸 할 수 있으니까. 사실 사람도 배터리도 방전되면 작동 불능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럴때 충전이 필요한 법..휴식을 제대로 해야함은 당연지사다. 일을 테트리스하듯 하는 게 가능하다 할지라도. 유쾌하신 부모님을 닮아가는 모습이 인간적이라 너무 좋다.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미적대는 것이 기본인 식당은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곳이지만 뭔가 여유있고 정이 느껴진다.
조니 선 작가는 게임 마저도 일을 하는 게임을 한다.
새벽 3시까지 베개를 그리기도. 목소리 대화보다는 온라인 대화를 좋아한다. 식물 이야기와 그림이 많다. 일에 미쳐있기도 하고 일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상쾌하게 수영 한번 하고, 난해한 문제가 알아서 슬슬 풀릴 수 있게 한쪽에 내려 놓는다. 그리고 조니 선의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를 집어 들고 읽는다. 단순한 그림에 눈이 멈추고 사색에 빠져든다. 반려남과 반려견 그리고 반려책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