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0월, 볼리비아 당국은 전 세계 언론에 체 게바라의 사진을 공개했다. 시멘트로 된 물받이 통에 위에 놓인 들것에 흔들리지 않게 뉘어진 채 볼리비아인 대령 한 명, 미국 정보국원 한 명, 일군의 기자와 군인에게 둘러싸인 게바라의 이 사진은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존 버거의 지적처럼 우연히도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나 렘브란트의 「툴프 교수의 해부학 교습」과 닮아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 사진은 앞서 언급한 회화와 똑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기에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 사진이 지금껏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탈정치화되어 시간을 초월한 이미지가 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이 이 사진에 있었음을 말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