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술세계는 마치 마법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겨울뿐인 ‘나니아 제국‘과 닮아 있다. 이 차가운 제국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든 가치들은 이미 동파되었다. 창조성, 상상력, 진리에 대한 열망과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 같은 요인들도 나날이 동파되어가고 있다. 반면, 경력 관리, 판매 가능성, 가격 상승, 고수익률 등으로 대변되는 차가운 가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의 역사는 온통 투자펀드, 고수익 보장, 시장의 활력, 블루칩 같은 용어들로 기술되고 있다. 미술과 관련된 활동은 매일 아침 시장의 활황이나 불황을 알리는 주식시장의 기호들에 의해 일히일비하는 것으로 격하되었다. 예컨대 "호기심이 극동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마도 내일은 도쿄나 홍콩, 싱가포르에서 거대한 미술품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했다"와 같은 언술이 주종을 이루는 세계가 된 것이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