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술세계는 마치 마법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겨울뿐인 ‘나니아 제국‘과 닮아 있다. 이 차가운 제국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든 가치들은 이미 동파되었다. 창조성, 상상력, 진리에 대한 열망과 부조리에 대한 경각심 같은 요인들도 나날이 동파되어가고 있다. 반면, 경력 관리, 판매 가능성, 가격 상승, 고수익률 등으로 대변되는 차가운 가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의 역사는 온통 투자펀드, 고수익 보장, 시장의 활력, 블루칩 같은 용어들로 기술되고 있다. 미술과 관련된 활동은 매일 아침 시장의 활황이나 불황을 알리는 주식시장의 기호들에 의해 일히일비하는 것으로 격하되었다. 예컨대 "호기심이 극동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마도 내일은 도쿄나 홍콩, 싱가포르에서 거대한 미술품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했다"와 같은 언술이 주종을 이루는 세계가 된 것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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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으로 향하면서, 시장미술의 존재가 확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한 그 시점 이후 미술의 흐름, 즉 형식과 스타일, 예술정신과 태도, 작가의식 등 거의 모든 현상들은 시장의 공격적인 개입 없이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요인들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미술에 있어 그 밖의 요인들, 예컨대 미적 판단의 다양한 근거들로서 주제의 역사적·사회적 울림, 형식의 밀도, 표현의 재능 등은 하찮은 것들로 간주되었다. 창작의 주제는 자기현시적이거나 관음증적인 고백들에 자리를 내어주었고, 그 표현형식은 유행과 시사에 매우 민감한 것이 되었다. 우리가 비약적 발전의 시기로 여겨온 바로 그 기간 동안, 현대미술의 토양은 이러한 시장미술이 만개하는 데 적절한 생태적 성격으로 부단히 개조되어 왔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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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무엇인가 - 문화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 예술가들
베레나 크리거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예술가의 모습이 형성되기까지의 기나긴 변화 과정과 현재 예술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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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시민사회를 통해 구성된 영역인 ‘미술과‘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 ‘자율적 미술가‘라는 생각을 극복하려는 모든 노력이 미술가의 전능하고도 특별한 역할을 없앨 수 없다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히려 ‘미술가의 자세‘는 변형되고 확장되고 확인되었다. ‘저자의 죽음‘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요구는 때때로 어느 정도 인기를 누렸지만, 결과적으로 미술가는 쉽게 죽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끈질기게 이승으로 되돌아온 유령 같은 존재로 등장하고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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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가 레디메이드, 다시 말해 이미 완성되어 있고, 공장에서 익명의 노동자가 만든 소비재이자 대량 생산품에 예술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것은 예술품이 되었다. 이것으로 예술 창작은 더 이상 물질적인 창작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과정이 되었다. 예술가는 자신이 직접 손으로 제작하지 않고서도 임의의, 가치가 없는, 심지어 저열하고 저속한 대상에게 미술관에 소장될 만한 기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중략)... 예술 창작은 순수하게 철학적인 행위가 되었다. 미술은 더 이상 감각기관이 아니라 성찰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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