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에게 필요했던 것은 마티스의 예술성이 아니라 피카소의 명성이었다. 그리고 마티스가 되기 위해서는 마티스 같은 화가가 될 필요는 없으며, 스스로를 마티스와 같은 작가로 만드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작품의 창작 과정에만 몰입하는 영혼이라는 전통적인 견해를 따르자면, 워홀은 작가라기보다는 기획자에 가깝다. 창작 이후, 그러니까 전시되고, 감상되고, 매매되는 단계까지 총괄해 관리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기획자의 업무영역이기 때문이다. -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