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령 장수 2 - 2번지 달걀 가게를 조심하세요 혼령 장수 2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도쿄 모노노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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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숨쉬는도서관 / 혼령 장수 2 / 히로시마 레이코 글. 도쿄 모노노케 그림

아이들이 보는 책인데도 재밌어서 아이보다 2권을 먼저 기다렸던 듯하다.

민머리에 험상궂게 생긴 얼굴, 그럼에도 화려한 옷차림에 얼굴과는 달리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이상한 아저씨 '혼령 장수', 1권을 읽은 아이라면 친구와 싸워서 화가 났을 때 엄마한테 잔소리 들었을 때, 친구들 앞에서 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 상상만 가득할 때 문득 혼령 장수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어둑해진 길 저 끝에 낯선 아저씨가 있을 것 같은 두려움에 주위를 두리번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린 시절 무서운 이야기를 끔찍이도 좋아했던 추억담을 가지고 있기에 혼령 장수를 읽으며 어린 시절로 소환된 듯한 착각이 들어 이야기와 함께 추억까지 음미할 수 있어 더 큰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은데 예상보다 1권의 이야기가 서늘해 이어질 2권이 몹시도 기다려졌었다.

2권에서는 '그림자', '숨김 도롱이', '다시 등장한 노는 아이', '달걀 가게', '요괴 칼', '장인 귀신'이 등장한다.

평소 같은 반 리나를 몹시 동경하는 도모에는 예쁘고 귀여워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집도 부자인 리나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한 혼령 장수는 도모에에게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미 자신이 리나처럼 될 수 있다는 공상에 빠진 도모에는 혼령 장수의 뒤이은 이야기는 듣지 않는데.....

나머지 때문에 홀로 남은 교실에서 친구의 사슴 모양 인형을 망가뜨린 쇼와 유일한 내 편이 되어줄 친구에게 집착하는 아야카, 1권에서 의도치 않게 혼령 장수를 도와 요괴 잡는 일을 했던 쇼지, 실습 시간에 사과 깎기가 두려운 히나, 방학 숙제인 자유과제를 못해 고민하는 소타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매일같이 겪을만한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많이 갈 것이다. 미처 숙제를 못해 당황했을 때 요술램프 지니가 나타나 뚝딱 해결해 줬으면 했던 기억, 나보다 뛰어난 친구를 부러워했던 기억,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던 경험 등은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내용이기에 어쩌면 혼령 장수를 만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렸을지도 모르겠다.

2권에서는 2번지 달걀 가게가 등장하며 달마를 닮은 '다마'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쇼지와 다마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기에 3권에서는 또 어떤 강력한 요괴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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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배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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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콜론북 /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배은지 지음

최근 '퇴사'와 관련된 에세이를 자주 접하면서 '요즘 키워드는 퇴사인가?'라는 생각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구직 활동 중인 나로서는 '퇴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해되면서도 왠지 조금은 부럽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백수에겐 퇴사라는 단어가 조금은 사치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때려치우고 싶은 감정을 초인적으로 누르며 그저 하루를 잘 버텨냈다는 헛헛함과 안도감으로 자신을 위로하려 하지 않았을까.

사실 백수면 먹고사는 문제가 막연해지고 그렇다고 힘들게 직장에 들어가도 이것 또한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막막함이 들곤 하는데 그런 사이클을 이미 몇 번씩 경험했던 이라면 백수라서, 직장인이라서 뭐가 더 좋고 부럽다란 말을 밖으로 뱉어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백수도 백수 나름대로의, 직장인도 직장인 나름대로의 비애가 있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쉼 없이 십 년을 향해가는 저자의 회사 생활은 당연히 좋았다가 싫었다가 할 수밖에.

'무레 요코'의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라는 소설 속 주인공은 은퇴하여 백수로 살기 위해 회사 생활을 견디며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고 돈을 모은다. 그렇게 몇십 년을 모아 드디어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둔 후 주인공은 연꽃 빌라에 입주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영위해 나간다. 비록 오래되어 낡고 좁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행복을 느낀다는 설정은 그 당시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다.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주인공이 오랫동안 모으며 회사 생활을 했던 모습에선 왠지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펼쳤을 때 저자가 '직장 생활 10년만 하자'라는 각오가 국민연금이었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서 연꽃 빌라의 주인공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이 매일 좋을 순 없으며 그렇다고 매일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칼만 들지 않았지 전쟁터나 다름없는 현장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췄다가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기운을 얻기도 한다.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초년생도, 몇십 년을 일한 임원도 아닌 중간 계급자이 애환이 담긴 글이라 모두 공감할 순 없었지만 딱 십 년 만 일하자란 결심이 일이 싫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는 건 왠지 너무 공감이 가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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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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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앤니나 / 언니 믿지? / 송순진 김서령 최예지 김지원 이명제 정여랑 윤화진 임혜연

때론 언니를 통해, 때론 동성 친구를 통해, 때론 엄마를 통해 여자들이기에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연대기를 엮은 <언니 믿지?>는 송순진, 김서령, 최예지, 김지원, 이명제, 정여랑, 윤화진, 임혜연 작가들의 단편집을 모은 책이다.

여자들의 연대기라 하면 꽤 거창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둘러봐와지던 이야기라 오히려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온다. 여자라면 겪어봤을 그런 흔하고 흔한 경험들, 자식을 위해 오랫동안 자신의 이름 대신 아이의 이름으로 불리는 엄마라는 존재, 당연하고 익숙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거저 주어졌던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

복닥거리는 형제들 중 남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으며 자란 오빠나 남동생의 당연한 건방짐은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파질 나이가 되면 무례함으로 변해 결국은 먹고 사느라 제대로 된 연애는 물론 자의적 비혼이 아님에도 결혼을 못 한 누나나 여동생에게 옮겨지게 되고 그것이 일반적인 잣대로 그러함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어찌 여자들의 연대가 견고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겪어봤고 주변에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등 돌리는 형제들을 어렵지 않게 보아왔으며 그럼에도 자식에 대한 도리와 안쓰러움 속에서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여인네들의 모습을 판에 찍어낸 듯 아직까지도 너무도 당연시되는 것에 더 기겁하게 되는 이야기에 화도 나고 씁쓸하기도 했다.

어떨 땐 여자의 적은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는 상황에 더 슬퍼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바람피우는 남자친구 앞에서, 이혼이 주홍 글씨라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보호막 앞에서 이해가 앞서 안타까움으로 번지는 상황에 어쩌면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맘 조렸을 그녀들의 연대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8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든든한 백그라운드 같은 이야기, 그저 웃기만 하기엔 뼈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축 처지게 표현하기보다 유쾌함으로 승화시킨 이야기들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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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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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불온한 것들의 미학 / 이해완 지음

미적 안목이 뛰어남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나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인데 그런 이유로 옷을 입을 때도 뭔가 튀는 의상을 입기보다는 어떻게든 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단색만 고집하게 되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미의 기준은 각자 그것을 정의 내리는 기준이 달라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의 의상이라도 나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반해 물건이 없어 사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는 의상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도대체 미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이며 상대방이 말하는 미의 기준이 다 정답인 것도 아닐 것이다.

'미'라고 하면 아름답고 고상하며 품위 있고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동일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생각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이런 아리송한 이유들 때문에 거장이 그린 명화에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위작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문가가 감정한 그 작품을 과연 진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란 불신에 이르는 것을 보며 예술은 정말 모르겠다고 도리질 치게 된다.

<불온한 것들의 미학>은 위작이나 포르노그래피, B급 장르의 대중예술을 철학이라는 방식으로 다가가 풀어내고 있다. 제목을 보고 왜 미학 앞에 '불온한'이란 단어가 붙었을까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참 적절하고도 안성맞춤인 제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예술적 가치와 미적 가치는 같을 수 없으며 진품과 위작을 두고 진품은 위대하며 탁월하지만 위작은 독창성 없이 모사한 그림이기 때문에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가조차 위작을 판단하지 못한 그림이라면 미적 가치는 인정해 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 앞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의 내리기란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해 의문에 대한 답과 그 반대 의문에 대한 답, 정확히 무엇을 추구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방향에 대해 이 책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평소 다양하게 떠올렸지만 그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었던 의문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의 접근을 통해 좀 더 확장된 사고를 따라갈 수 있었다. 꽤 난해하고 예민한 주제이긴 하지만 재미있게도 제시된 단어를 기준으로 생각을 좇다 보면 지금껏 이뤄졌던 격렬한 논쟁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라 언급되는 단어나 금세 방향을 전환해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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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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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테일 / 버려진 우주선의 기억 / 이지아 장편소설

지구인 경찰 '다비드 훈'과 그의 정찰선인 TST 1은 정찰 중 토성 상트레겐 계곡에 불시착하게 된다.

늪으로 된 이곳에서 훈과 TST 1은 함께 구조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마침 지구에 있는 딸아이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한 훈은 TST1에게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지구로 돌아간다.

그렇게 TST 1은 상트레겐 계곡에 점점 파묻히며 훈이 찾으러 오기를 기다렸지만 자신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가버린 구조선 뒤로 그 누구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늪에 파묻혀 있던 어느 날 모험을 좋아하던 어레스 박사에 의해 TST 1의 날개 부분이 발견되면서 TST 1은 사람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티스테'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새 삶을 부여받은 티스테는 자신의 첫 주인이었던 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25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그를 향해 기다림과 원망 어린 감정을 품고 있는데.... 그런 티스테 앞에 느닷없이 훈의 손녀인 '룻'이 나타나 할아버지가 위독하여 마지막으로 티스테를 보고 싶어 하니 함께 지구에 돌아가자고 이야기하는데....

25년 동안 훈을 잊지 못했던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의 허락을 받아 정찰기로 변신해 룻을 태우고 지구로 향하는데 이들의 모험이 또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구로 향하는 중 티스테에게 붙은 배상금을 타기 위해 해적들에게 납치되기도 하고 티스테를 만들었던 로직스사에 의해 험난한 고행을 겪어야 하는 운명인 티스테와 룻. 사실 룻의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으나 로직스사에서 발견되지 못한 마지막 정찰기인 티스테를 가져오는 조건으로 붙은 배상금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지만 티스테에게 깃든 할아버지의 추억과 로직스사의 비밀을 알게 되고 티스테 또한 룻의 거짓말을 알게 되면서 일은 더욱 복잡해져만 가는데.....

룻의 거짓말을 알게 된 티스테, 거짓말을 했지만 마지막에 티스테에게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느낀 룻, 그리고 이들을 쫓는 로직스사. 이들은 과연 서로의 오해를 풀고 로직스사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인가?

SF 장르라면 아무래도 파괴되어 피폐해진 지구와 암울한 분위기, 미래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인데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나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SF적 요소와 티스테 엔진에 얽힌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에 손을 그러쥐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로봇에 깃든 인간의 소중한 기억과 티스테에게 향할 수 없었던 훈의 이야기가 인간과 AI의 우정을 그리고 있어 미래가 조금은 밝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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