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30권 52만 6,500자가 담긴 <사기>, 많이 들어보았지만 사기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웅얼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그런 고민 때문에 저자가 100문 100답이란 형식을 빌려 사람들이 사기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친근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역사학의 성인이란 뜻에서 중국 사람들은 사마천을 '사성'이라 부른다 한다. 그 정도로 사마천에 대한 현대의 평가는 높이 인정받고도 남는데 정작 사마천은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수치스러운 궁형을 받았으니 사마천의 인생 또한 기구한데 그런 역경에도 꿋꿋하게 사기를 편찬한 그의 집념을 생각하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접근하면 역사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인에 추앙받는 것에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으리란 생각마저 든다.

자, 그럼 사기는 어떤 책일까?

사기는 전설상의 제왕인 오제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는 역사를 개관한 역사서로 본기(제왕), 표(연표), 서(제도, 문화), 세가(제후), 열전(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기록 등을 담당하는 태사령이란 벼슬은 아버지인 사마담은 물론 사마천에게까지 이어졌으며 아버지가 시작한 역사 편찬을 사마천이 이어받은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유지와 직업에 대한 장인 정신으로 역사서 편찬에 한 평생을 쏟은 사마천이지만 역사의 객관적인 면보다는 주관적인 면이 더 강하기에 이에 대한 의견은 충분히 분분했고 사마천이 창안해낸 기전체 방식에서 제왕만 들어가야 하는 본기에 왕이 되지 못한 항우와 여 태후를 넣었다 해서 보수적인 역사학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마저도 위대할 뿐이지만 보고 생각하는 견해는 다양하니 그런 일도 있었구나 싶었다.

저자는 사마천이 창안한 기전체를 높이 사서 책에 실었는데 한 인물이 다른 인물과 엮이고 가지치기를 하듯 뻗어나가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원칙을 세우지 않고 정리했다면 정리하는 이도, 보는 이도 꽤 많이 피곤한 책이 되었겠지만 각각 주제를 정리하여 따로 담아냈으니 이 얼마나 역사 편찬의 고심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인듯하다.

<사마천 사기 100문 100답>은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물음들에 저자가 답을 달아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사기나 사마천이 언급된 책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기존에 읽었던 사기에 관한 글보다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며 더 흥미롭게 읽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전문가가 보기엔 너무 수준이 낮은 쉬운 이야기로 쓰인 것은 아닐까란 노파심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수를 헤아릴 때 이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은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특히 고조선이 멸망하며 한사군의 이야기가 나오는 '조선열전'은 중국에 의한 역사왜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더 관심 있게 읽혔던 것 같다. 어렵기만 해서 좀처럼 손에 잡기 어려웠던 중국 역사서들이 이렇게 쉽게 풀이되어 있다면 좀 더 기억에 오래 남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의 다사다난한 세계사를 훑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유익하고 알차지만 자본의 이면이 너무 어두워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N에서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TV보다 책자로 보는 것을 즐겨 하는 이유도 있지만 방송을 제대로 챙겨 보는 것도 여의치 않아 가끔 재방송을 보는 정도인데 어쩌다 보게 되는 방송은 그야말로 흥미로워서 항상 끝날 때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듯 책으로 <벌거벗은 세계사>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 tv로는 무심히 지나쳤던 이야기들을 활자를 통해 꼼꼼하게 짚어볼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제때 챙겨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은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상당한? 이란 표현보다는 어마어마한 재력이라 칭해야 맞을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게 많다.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재력이 있다면 권력도 함께 쟁취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훈훈한 미담 같은 이야기 뒷면엔 그와 상반되는 권모술수에 실망감을 안게 될 것이다.

그 이외에도 세계의 굵직굵직한 경제사를 담고 있는데 영국의 노예무역과 달러의 두 얼굴, 산업혁명의 흑과 백, 석유 패권과 마약 카르텔, 일본의 버블 경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산업혁명 챕터가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데 획기적인 발명으로 기존 가내수공업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폭발적인 생산 증가를 가져왔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고 더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부를 이룬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지 산업혁명과 맞물린 인구증가와 도시로의 팽창이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가게끔 몰아넣은 이야기는 볼 때마다 가슴 아프고 분노하게 된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인간다움을 보장받지 못하고 동물처럼 일만 하다 장애가 생기거나 죽어도 어떠한 보상조차 받을 수 없고 힘들게 6일 동안 일을 해도 생활비를 빼면 제대로 된 생활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살아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의 반복적인 패턴이 발생하며 산업혁명의 드리워진 그림자로 영국은 노동법이 강화되었다고 들었다. 다른 챕터에서 다뤄진 경제사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국의 산업혁명은 같은 노동자로써, 점점 후퇴하는 듯한 대한민국의 열악한 노동법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안이한 법망과 모든 것들을 방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라서 더 공감되었다.

모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지만 빛보다 그림자가 더 암울하고 고약한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그 어떠한 영적인 면보다 감정적인 욕구에 충족하거나 쉽게 망각하는 인간의 또 다른 면 때문일까, 이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일들의 비일비재함 속에서 과연 인간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란 고민에 압도당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야장천 늘어놓는 정치 이야기에 조금은 환멸을 느꼈던 것도 같다. 속은 뒤집어지지만 막상 읽다 보면 또 빠져들어 읽게 되면서도 복잡하고 속 터지고 결국은 바뀌지 않는 이야기들이라 답답함도, 분노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강준만 교수님의 책 몇 권을 지나다 보니 만나게 된 <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인간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문학적이고도 철학적인 단어들을 마주하게 된다. 최근 읽었던 책들의 내용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기존에 대놓고 저격을 날렸다면 이번엔 핵심은 정해져 있지만 에둘러 가는 듯한 느낌이어서 나름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게 읽혔다.

그에 더해 흥미의 요소를 더했던 것이 각 주제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어록인데 요게 또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한참 고수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다르게 다가왔기에 심적 부담이 덜 느껴졌다는 게 독서 후 들었던 느낌인데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으며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해답엔 당연히 희망적일 수 없겠으나 살면서 깨달은 것은 정작 깨달음을 얻어야 할 자들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는 데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고독, 사랑, 결혼, 행복, 고통, 나이, 개인주의, 단순, 죽음, 희망, 경청, 침묵, 기억, 눈물, 유머....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생각하고 경험하며 직시하게 되는 문제들을 서로 상반된 관점에서 정의 내린 어록들은 시대상이 달라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고 역시 불변의 법칙이란 느낌이 드는 문장들도 있었다. 다양한 문장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문장들이 열거돼 있어서 기억에 남기기에 모자람이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쨌거나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 같아 과연 해답이 있을까 싶은 생각만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년 전 '구보 미스미'의 <가만히 손을 보다>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일본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문체가 특히나 기억에 남아 이 작가분의 다음 소설도 꼭 읽어봐야지란 생각을 했더랬다.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는 다섯 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슬픔의 강도가 진한 애달픈 감정과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서야 알게 된 감정들이 충돌하며 아련함과 아쉬움, 후회의 감정을 들게한다.

쌍둥이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신을 보면 언니를 떠올릴 부모님, 언니와 동거하던 남자친구,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이 제자리 걸음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감정들을 담고 있는 '한밤중의 아보카도', 짝사랑과 연인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은종이색 안타레스'와 '습기의 바다', 엄마와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진주별 스피카'와 '별의 뜻대로'가 각자 상대는 다르지만 이별 후 겪게 되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져 있다.

뼈아픈 연인과의 이별과 다른 엄마나 언니처럼 가족과의 이별은 같은 이별이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모두 가슴 아프고 애달프지만 아무래도 연인보다는 가족과의 이별이 전해지는 강도차이에서 훨씬 큰데 어쨌거나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미화되거나 합리화되지 못한 채 후회만 가득 남게 된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는 아픔의 크기가 다름을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담담한 듯한 문장이지만 그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뒤늦게 전해질 정도로 가슴 아픈 문장들이 절절하게 담겨져 있는데 이렇게나 세심하고 섬세하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문체라는 점에서 반갑고도 아련한 느낌을 더 받게 됐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 이런 일본 특유의 아련한 감정이 담긴 문장들을 꽤 좋아했었어서 어두운 소설임에도 반가운 마음과 왈칵 북받치는 감정들을 복잡하게 느껴가며 읽을 수 있다는게 그와 상반되게도 행복감이 느껴져 문장과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