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인체편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키즈나출판 편집부 엮음, 서수지 옮김, 하라다 도모유키 외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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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 40대가 넘으면서는 점차 몸속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젊었을 때와는 달리 앉았다 일어설 때 나도 모르게 '아구아구'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나 핸드폰을 볼 때 침침해서 글자가 안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 몸의 변화를 확실히 많이 느끼게 된다. 오래 서 있거나 오래 앉아있는 것도 힘들고 걸을 때도 쉽게 지쳐서 근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사십 대 전후가 되면 아파서 여기저기 수술했다는 이야기가 더해져 몸을 신경 써야 할 나이구나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인체의 이모저모를 통조림 안에 담은 듯이 구성되어 있어 깊게까지는 아니지만 인체의 다양한 기능이나 질병들을 중요한 핵심만 짚어 볼 수 있어 유익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설명부터 오감의 기능, 심장과 면역체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비만과 피부, 감기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설명되어 있어 지금 내 증상이 어떤지, 평소 관심 있던 신체 기능을 구미에 맞게 골라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체중조절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한데 평소 빵을 좋아해서 제대로 된 식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내장지방 비율이 계속 높아져 고민인데 내장지방으로 인해 고혈압과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 하니 건강하게 먹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자각할 수 있고 눈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관련 증상을 많이 보게 되는데 한국인의 3대 실명에 속하는 녹내장에 대한 설명에서 급성 녹내장은 갑자기 눈과 머리가 아파 실명으로 이를 수도 있다는 설명에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신체의 다양한 기능들의 역할과 질병, 증상은 물론 마음의 질병인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이나 섭식장애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어 인체의 방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쪽에 짤막하게 담아내서 급할 때 간단히 찾아보기 좋고 평소에 알지 못했던 인체의 여러 가지 기능을 알 수 있어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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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기의 구조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이야기
권수경 옮김, 아코 준야 외 감수 / 성안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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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관련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먹다 보니 젊었을 때와 다른 신체 변화로 인해 몸의 구조와 그에 따른 다양한 증상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평소 순환기 쪽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저자가 설명한 것처럼 의료 종사자를 목표로 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니만큼 관련 직종인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의료계 관련 시험을 준비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책 내용과 그림 등이 교과서의 내용과 비슷해서일 텐데 평소 공부했던 교과서보다 작은 사이즈의 더 선명하고 눈에 잘 보이는 좋은 재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순환기의 구조이니만큼 심장의 구조와 운동부터 심장을 이루는 다양한 혈관의 기능과 구조, 순환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질환들, 순환기의 이상이 있을 때 어떻게 검사를 받는지와 그에 따른 다양한 검사의 소개, 심장과 혈관의 질환 등이 설명되어 있다. 순환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으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심장 관련 질병이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런 질병들이 중년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증상들만 적힌 내용보다는 인체의 기본적인 역할과 그 역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증상들이 설명되어 있어 이해가 더 빠르다.

내 경우에는 관련 직종이 오래 서 있는 직업이다 보니 하지 정맥에 문제가 있고 몇 년 전에 수술을 한 이력도 있어 마지막 장에 소개된 혈관의 질환을 관심 있게 읽었는데 여름철 야외활동을 할 때 가리는 일을 기피해서 피부가 탔다고만 생각했으나 책을 보면서 하지 정맥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습진으로 인한 색소 침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부분들은 책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고 수술을 통해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충분히 들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최근 색소 침착이 심해져서 왜일까 고민이었는데 다리 쪽에 색소 침착이 몰려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관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하지 정맥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막혀서 생기는 질병의 증상들은 사실 생각보다 위험도가 크다. 임상에서도 여러 번 보았기에 먹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자각 없이 이뤄지는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한데 반해 실천하는 일은 좀처럼 그에 미치지 않는데 설명들이 간단하게 되어 있어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쉬운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순환기의 기초적인 지식을 다지고 싶은 사람들과 관련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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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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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얼핏 감이 오지 않는 <슈리의 말>의 '슈리'는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지역 지명이라고 한다.

역사적 지식이 얕아 오키나와 하면 류쿠 제국과 미군 주둔지, 세계 대전 당시 격전지에 대한 이미지와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섬 이미지가 덮여 눈부신 자연 풍경을 떠올리기 전에 왠지 모를 아픔을 느끼곤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제주도의 굴곡진 역사의 이미지와 겹쳐 보여서 그런 이미지로 각인이 된 듯한데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인기를 끌며 최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보다 다크투어 여행을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지만 제대로 된 역사적 내용의 아쉬움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슈리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미나코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건물에서 혼자 살고 있다. 모난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미나코에게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런 지원도 없이 개인이 혼자 하는 오키나와 역사 자료 모음관에 나가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고 그 누구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미나코는 그 누구는 해야 되는 일이기에 필사적이기까지 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비밀스러운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을 하는 미나코의 직업은 독자로 하여금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이런 줄거리 때문에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책을 덮은 후 생각해 보면 미나코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오키나와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역사적 호기심이 더 증폭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을 빗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 이제는 오래되어 오키나와 역사에 대해 기록하는 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과 반성, 지역 사람들의 눈총과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의 이야기. <슈리의 말>은 전쟁에 대한 참상만이 아니더라도 오키나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역사적 인식을 전달하려는 저자의 호소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우리나라 4.3 사건을 다룬 소설들의 느낌도 받게 되는데 책을 덮고 곱씹을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떠오르며 잔잔한 느낌이 주는 서글픔이 얼마나 애달픈지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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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증언 - 미제 사건부터 의문사까지, 참사부터 사형까지 세계적 법의인류학자가 밝혀낸 뼈가 말하는 죽음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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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 그 사건들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는 범죄의 잔혹성과는 별개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사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범인을 심문하는 경찰이나 범죄의 심리를 프로파일링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최근 많은 범죄에서 다뤄져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병리학자와는 달리 법의식물학자나 법의인류학자란 직업은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법의식물학자가 쓴 책을 읽고 그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체가 발견되면 국과수에서 나와 사체의 지문이나 주변 상황들을 기록하여 추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사체 주변에 있던 식물들과의 유기적인 정보로 추적해나가는 법의식물학자의 활약에 감탄한 기억이 강한데 <뼈의 증언>은 법의인류학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죽은 자들을 향한 다양한 접근법을 볼 수 있다.

책의 저자인 '수 블랙'은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이며 여러 지역에서의 다양한 시체를 접하며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살아 있는 사람의 뼈가 아닌, 살점이 썩기 시작한 시체부터 뼈만 남은 유골에 이르기까지, 발견된 뼈가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동물의 것인지, 사람의 뼈라면 어느 부분의 뼈인지를 가름하는 과정들은 처음 느꼈던 호기심과는 반대로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뼈 한 조각만으로 이것이 사람의 뼈인지 동물의 뼈인지를 판가름할 줄 알아야 하며 더 나아가 어느 부분의 뼈인지를 추려가며 합리적인 도달점에 이르러야 한다는 현실은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숨이 막힐 정도의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나의 판단 미스가 사건의 방향을 엉뚱하게 만들어 버릴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증거를 영영 되돌릴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어 얼마나 심적 압박이 큰 직업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점들 때문인지 여러 사건들을 접했던 이야기들 속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법의인류학자를 바라보는 날선 시선들에 맺혔던 심경을 토로하는 부분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책은 머리, 몸통, 사지로 분류하여 인간의 몸속에 있는 뼈들의 역할도 설명해 주어 해부학적 지식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설명되어 있다. 처음 등장하는 머리 부분에서 안와와 턱뼈의 나비 모양 뼈 이야기는 사진 등을 검색해서 찾아볼 정도로 흥미로웠는데 여러 사건들 중 한국인 유학생 시체 이야기도 등장해 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어렵고 그로 인해 조금은 지루하게 읽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와 달리 중간에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실례와 경험담, 인체해부학적 이야기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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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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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제목만 보고 범죄 스릴러 소설을 연상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던 '스미노 요루'의 신간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또한 전작만큼이나 파격적인 제목이다. 앞서 제목만 보고 당한 전력이 있기에 어떤 감성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그럼에도 제목만 놓고 보면 기괴함에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과연 이게 무슨 뜻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한 아카네는 아르바이트하는 서점에서도, 학교 친구들과의 사이에서도, 남자친구와 있을 때도, 심지어 지나가는 길에서 낯선 사람과 부딪히더라도 미움 사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각자의 취향에 따라 행동과 말투를 달리하는 아카네, 아무리 미움받고 싶지 않은 사춘기 소녀라고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살까 싶을 정도로 아카네의 하루 일과를 쫓아가다 보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무례함을 질풍노도의 표본으로 삼는 부류와 비교하면 정작 본인은 피곤하겠지만 타인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아 나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아카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짠할 정도로 안타까워진다.

그런 아카네가 최근 빠져든 것이 바로 <소녀의 행진>이라는 소설이었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 어떤 독자보다 소설을 이해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설을 비판하는 이들과의 대화에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속으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런 거라며, 자신만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여기는 아카네는 소설로 인해 구원받은 듯한 감성마저 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싫어하는 냄새가 부유물처럼 정체되어 있는, 그럼에도 참고 그 거리를 지나쳐야 하는 곳에서 아카네는 소설을 보며 자신이 상상한 주인공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가 이름을 부른 아카네와 이름이 불려 뒤돌아본 아이와의 만남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기에 그 순간 더 몰입하게 됐던 것 같다.

'왜 그렇게까지...'란 측은함에 내내 무거운 감정이 가슴을 누르는 듯한 느낌은 사람과의 사이에 고민이 많을 어린 시절에, 그리고 사는 동안 평생 이어질 사람과의 사이에서 느꼈던 불편하고 복잡 미묘했던 감정들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카네가 너무 예민했던 것이 아닌, 그때의 기억이 잊혀버렸기도 했지만 사람과의 그런 감정들은 죽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기에 소녀의 감성으로만 따져보기에는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속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방이 얼마나 될까? 아마 그런 것쯤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포기와 타협의 중간쯤에서 스스로를 달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카네를 통해 투영된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과 함께 의외로 여러 가지 생각으로 이끄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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