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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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XX <남자 없는 출생> / 앤젤라 채드윅 장편소설


지금껏 당연시 여겨왔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큰 저항감이 없었던 부모님 세대에서는 결혼이 늦는 현상과 결혼을 했음에도 아이를 낳지 않고 연애하듯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에 대한 심심찮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에는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현상을 요즘은 한집 건너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왜 안그러겠는가, 하지만 그런 부모님 세대도 <XX : 남자 없는 출생> 같은 이야기가 당장 내일 뉴스 기사로 나온다면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남,녀 부부가 더 낫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서른 다섯에 '포츠머스 포스트' 기자인 '줄스', 서점에서 일하며 그녀와 십년 넘게 동거중인 '로지',

별볼일 없는 외모와 두 살이 되기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준, 딱히 직업도 없는 아버지와 빈민촌에서 자랐던 줄스,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뚜렷한 직업 없이 술과 대마초를 피우며 나태한 모습을 보였던 아버지였지만 줄스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주고 뭐든 다 잘해낼 수 있을거라는 용기를 북돋아주었던 아버지와 달리 부유한 양부모를 둔 로지, 살아온 환경과 나이는 다르지만 그녀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가슴 속 아픔까지도 보듬어주며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십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아이를 크게 원하지 않았던 줄스와 달리 로지는 늘 아이를 원했었고 줄스에게 재촉하지는 않았지만 로지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알고 있던 줄스는 여행지에서 아이를 가져보자고 이야기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통한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포츠머스대학의 제퍼슨 교수가 15년동안 연구한 남자의 정자 없이 난자와 난자의 체외수정 볍안이 통과되면서 임상실험이 시작되고 기증받은 정자가 아닌, 오로지 자신들만의 아이를 위한 이 실험에 줄스와 로지가 참가하게 된다.

가족력을 포함한 신체사항등의 복잡하고 꼼꼼한 서류를 통과한 줄스와 로지는 2주간의 배란 촉진 호르몬 주사와 난자 채취 시술등을 겪으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게 되고 몇팀의 커플 중에서 동양인 커플과 자신들만 유일하게 인공수정이 되면서 환희에 차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누설로 인해 줄스와 로지가 언론에 노출되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난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인한 생명 탄생은 그만큼 논란의 중심에 서며 종교와 보수단체,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진다.

돈을 제안하며 자신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언론사에 줄스는 무반응이란 태도를, 로지는 정면으로 공개하고 대응하자고하지만 오랜 세월 언론사에서 일했던 줄스는 그저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자며 로지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난자 대 난자 실험을 정치적 이슈로 사용하는 정치인과 종교, 보수적인 사람들의 비난, 언론사들의 집요함은 직장에서,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급기야는 실험 연구를 하던 스콧의 집에 누군가 방화를 하게 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같이 체외수정에 성공했던 커플의 아이가 사산되고 뭔가 비밀을 간직한듯한 베카의 모습, 처음부터 로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체외수정을 반대했던 줄스의 아버지 등 주위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이 두 주인공들에게 미치는 이야기가 세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다가온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의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기쁨 뒤로 줄스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로지에게 아이를 갖자고 한일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과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면서 과연 아이가 잘 태어날 수 있을지, 이 커플이 헤어지지 않고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다가온다.

비록 우리가 평범하다고 여기는 임신은 아니며 하루도 조용히 그녀들을 놔두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를 잉태하고 아이를 만나기 위해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너무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마치 현실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보수적인 꼰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동성간 이야기에 관대한 척했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씻겨낼 수 없는 선입견으로 인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언저리에 걸려 있었는데 결국엔 부모로서의 마음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에 그들의 사랑을 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굉장한 휴머니즘이나 페미니즘의 이야기보다 그녀들의 상황과 탁월한 심리묘사가 더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다.

하지만 그네에서 솟아올라 주변을 에워싼 콘크리트

주택들과 낙서투성이 담장과 녹슨 차들을 한눈에 보니,

나도 편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는 성실한 일꾼이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대느라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한참 전에 작아진 옷을 계속 입고 다니면서

성장을 멈춘 일상을 고집스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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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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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담출판사 / 별사탕 내리는 밤 / 에쿠니 가오리 지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속의 농밀함,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대범함이 주 무기인 캐릭터들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닐까 싶다. 불륜이나 양다리임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서로 합의된 관계인 양 자연스럽게 녹아든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일반인의 통념을 깡그리 무너뜨리며 혼란스럽게 다가오기도하지만 평소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의 기준에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막장같은 이야기가 별일 아니라는 듯 너무도 시크하게 다가오는 묘한 매력을 느껴봤을 것이다. 어찌보면 결말은 났지만 완전한 결말은 아닌듯한 이야기로 인해 책을 다 읽었음에도 뭔가 개운한 느낌이 없는 상태에 직면하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사랑과 전쟁처럼 죽네 사네 하는 사랑 문제들도 그녀의 작품에서는 그저 인간의 욕심이라는, 의욕 제로에 가까우면서도 철학적이기까지 한 이야기에 화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빠져있던 20대 시절,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그 시절, 인생에 있어 사랑이 온통 전부라고 자부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느꼈던 그 시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은 흔히 정해진 사랑이라는 선을 제대로 밟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별사탕 내리는 밤>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만의 사랑 방식이라 그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그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아르헨티나 이민자였던 그녀들의 부모님으로 인해 사와코와 미카엘라는 동양인의 모습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랐으며 동양인이란 외모로 인해 더욱 자매끼리 똘똘 뭉칠 수 밖에 없는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 속에서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들을 자매는 서로 공유하게 되고 두 자매의 은밀한 공유에는 남자친구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런 남자친구와의 농밀함을 공유하는 자매, 그렇게 성장한 사와코가 먼저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되고 뒤이어 미카엘라도 유학을 오게되면서 그녀들은 부모님의 나라인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와코를 따라다니던 다부진 체격에 매력 넘치는 다쓰야를 만나게 되면서 둘은 동거 생활에 들어가고 그즈음 미카엘라는 임신을 한채로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 애 아빠가 누구인지 묻는 사와코의 물음에 미카엘라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고 오랜 세월 미카엘라는 아르헨티나에서 아젤렌을 키우고 사와코는 아이 없이 다쓰야를 내조하는 삶을 살아간다.

다쓰야의 사업이 날로 번창해가던 어느 날 긴자를 벗어나 사와코는 도코로자와로 보금자리를 옮겨 다쓰야와는 가끔씩 만나는 부부의 삶을 이어가고 그 속에서 다쓰야는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사와코의 육감을 저지하지 않는 애인들과의 데이트를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데 딱히 서로에게 불만이 있거나 감정이 상해 싸우는 일 없이 사이좋은 부부생활을 해가던 중 사와코는 다쓰야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바람은 피워도 아내는 사와코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고수한 다쓰야를 뒤로한 채 사와코는 학원 제자였던 다부치와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동생 미카엘라와 조우하게 된다.

처음으로 사와코가 공유를 거부했던 다쓰야, 그럼에도 그들의 오랜 게임을 지켜봤던 사와코, 언니인 사와코에게 버림 받은 다쓰야를 쟁취하고 싶었던 미카엘라, 15개월된 아들을 버리면서까지 사와코와 아르헨티나행을 선택한 다부치, 36년이란 나이차이에도 미카엘라의 사장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 그녀의 딸 아젤렌,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가오리식 사랑 표현은 예사롭지 않다. 뭔가 굉장한 미스터리를 푸는 듯한 고뇌에 잠기게 만드는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감정 해석법은 여전히 어렵고도 난해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한마디로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끌림은 가슴 속 언저리를 잔잔하게 때리고 있어 이것이 미처 이해하지 못한 그들의 감정 해석에서 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별하늘을 볼 때면 생각하곤 했어. 저건 전부 별사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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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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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 /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행복이란 단어와 자살이란 단어가 묘한 위화감을 주는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

하지만 그런 염려에도 주인공 실비의 고독까지도 유쾌하게 다가와 생각보다 이야기가 술술, 그것도 너무 재미있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4년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얼마전에 병투병 중인 아버지를 여읜 실비, 마흔 다섯이라는 폐경을 앞둔 나이지만 결혼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연애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는 것도 힘들다. 동정을 일으킬 만큼 못 생기지도 욕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예쁘지도 않으며 어중간함과 무기력함, 창백하고 평범한 인상이라는 진단을 가차없이 자기 자신에게 내린 실비아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50만 유로를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었고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전문직인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늘 고독과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에 순종적이었던 실비아는 모범생으로서의 삶을 성실히 살았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더이상 무엇 때문에 살아야할지 방향을 잃고 괴로워하게 된다. 급기야는 머릿속에 온통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꽉차게 되고 프랑크라는 심리치료사를 찾아 자살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자살 계획을 털어놓는 실비아, 하지만 심리치료사인 프랑크는 한술 더 떠 구체적으로 언제, 몇시에 자살할지 물어보고 이에 실비아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자살하겠다는 답을 내놓게 되면서 프랑크는 실비아에게 자살을 실행하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자신과 상담을 진행하며 그동안 실비아를 옥죄고 있던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비아가 살면서 감행해보지 못했던 숙제를 하나씩 내준다.

프랑크가 처음으로 내준 숙제는 실비아의 성격과 반대되면서도 기발한 것이었고 이에 실비아가 선택한 것은 블라질리언 왁싱이었다.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왁싱에 하다 기절하여 구급차에 실려가는 민망함을 겪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껏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을 성취했다는 자신감이 붙은 실비아, 그 후에 두번째로 내려진 미션은 비난받아 마땅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었고 실비아는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훔치기로 결정한다.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긴장 속에서 결국 실비아는 물건값을 다 지불하고도 빨리 도망쳐야한다는 압박에 물건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일들을 하나씩 수행하게 된다.

점점 색다른 미션을 수행하던 실비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함에서 오는 신체와 정신적 충만감을 느끼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거금을 들여 옷을 사는 등 자신의 어시스턴트인 로라의 도움으로 페북 친구인 에릭과 데이트하게 되고 지금까지 내면을 채워주지 못했던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는 엄격한 아버지로부터 절제된 삶을 살며 자기 내면의 자유와 행복감이 무엇인지 모른채로 자란 실비아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 느낀 상실감이 자살과 연결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는지라 마흔 다섯임에도 삶의 즐거움이나 인간과의 유대, 사랑에 서툴기만한 미성숙한 여성이 심리치료를 겪으며 일탈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우울한 삶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이다.

다소 코믹적인 내용이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미성숙한 자아를 찾아가는 실비아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어 가슴 찡한 면도 발견할 수 있는데 올해 영화 개봉이 확정되어 있다고하니 예상보다 재밌어서 휘리릭 읽게 되었던 소설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탄생할지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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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암은 사라진다 - 내과 의사인 내가 암에 걸렸을 때 실천하게 될 기본 치료법
우쓰미 사토루 지음, 이주관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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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홍 / 의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암은 사라진다 / 우쓰미 사토루 지음


성조숙증인 아이 때문에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먹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고 충격과 반성을 하게 되면서 건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성조숙증에 대한 양학과 한방 치료에 관한 각기 다른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양학 치료보다는 병의 근본을 알고 치료하는 한학의 차이점이었는데 <의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암은 사라진다>를 읽으며 한의사가 아님에도 암의 근본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당연하게 실시하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 '우쓰미 사토루' 의사의 의견에 처음엔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병원 시스템이란 제도 아래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한채 전문의인 그들의 말에 따라 병을 치료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시스템과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암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저자의 고뇌와 고발성 이야기가 들어있는지라 암의 치료방법에 대한 내용이 충격적이긴하였다.

평상시였다면 일본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발병하는 증상이 '암'이란 사실을 알고 책을 살펴볼 생각은 안했겠지만 얼마전 폐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고 계신 아버님이 계신지라 암에 걸렸을 때 어떤 음식을 먹어야하고 어떤 식습관을 피해야하는지가 궁금해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8장의 주제로 이루어져있으며 암에 걸린 원인부터 이해하는 '나는 왜 암에 걸렸을까'와 암에 대한 병원 치료법을 고발하는 '암, 3대 치료법의 거짓말', 단어만 교묘하게 바꿔 일반인들이 안심하게 되는 특정보건용식품에 대한 설명과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암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것', 발효 식품과 끈적끈적한 성분, 제철 식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식사요법', 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담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양자의학, 양자역학에 근거한 '우쓰미식' 치료법을 담은 '우쓰미식 근본 치료와 기초', 저자의 병원에서 실제로 치료하고 있는 보조요법의 내용을 담은 '보조요법에 대한 개념', 어떤 치료법이라도 각기 다른 성격과 체질을 지닌 환자에게는 절대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 '왜 암을 고치려고 할까?'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암 발병률이 높아 국가적인 지원이 많아진 현재, 한국의 상황과 별다르지 않은 일본에서의 '암'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그래도 한국보다 의료 시설과 체계가 더 발달되지 않았나란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지게 해주고 있어 한국과의 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들어가는 글에는 '암 난민'이라고까지 표시하고 있어 암 환자의 발생이 얼마나 많은지 느끼게 된다. 선주민과 지금으로부터 백여년전만해도 '암' 때문에 죽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한다. 대부분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고 평균 수명 자체가 낮아 암에 걸리기 전에 죽었기에 수치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 시대에는 암이란 증상이 발병해 죽는 사람은 정말 희귀할 정도로 적었다고하니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인간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 대량생산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먹거리가 우리 몸안에 들어와 사회독이 되고 이것은 암으로 발달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우쓰미식 암 해석을 살펴보면 인체에 들어온 온갖 유해물질을 배설하지 못해 긴급 피난처인 쓰레기통으로 쓰이는 세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암의 정체라고 이야기한다. 암은 독을 모아주는 세포이며 한곳이기 때문에 동시에 복수의 장소에 암이 생기는 다발성 암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후 암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설탕과 인공 감미료, 농약투성이 채소, 식품첨가물, 우유, 담배, 트랜스지방, 불소, 유해한 물 등...일반인들도 조심해야 할 재료가 눈에 띄는데 이미 면역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암환자에게는 그 여파가 심각하므로 제철 음식이나 가공되지 않은 음식, 되도록 외식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신선한 재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조리해서 먹는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글 중에는 암이 발병하면 의례 받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는데 당장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인해 종양이 작아지는 등 상황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치료 때문에 항암제 독성이 내성을 키우게 되고 실제로 암세포는 털어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암이 리바운드 된다고 이야기한다. 암 진단을 받는 초기에도 그것이 암이 아닐수도 있으며 초기 진단시 온갖 검사로 인한 방사선 때문에 암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고 이야기해서 놀라웠다. 아버님도 초반에 폐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과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도 전에 폐가 쪼그라들어 가족들이 놀라게 되었었기에 책에 쓰여진 이야기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는데 암 진단을 받고 당장 치료에 들어가야하는 긴박한 상황에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고 치료하기란 사실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과 이미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받았기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 이미 암치료를 진행중인 환자를 둔 보호자라면 더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책이지만 어찌되었든 일반인이 알지 못했던 암 치료를 둘러싼 이야기는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있는 것이 더 약이 될 것 같긴하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던 암 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충격적이었던 <의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암은 사라진다>, 이미 아버님은 1차 치료가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재발이라는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암 난민이 급증하는 시대에 읽어두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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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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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책이나 읽을걸 / 유즈키 아사코

'런치의 여왕'에서 '다케우치 유코'의 활짝 웃던 미소가 절로 떠올랐던 소설 <런치의 앗코짱>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런지지 '유즈키 아사코'가 읽었던, 기억에 남는 고전을 모아 놓은 <책이나 읽을걸> 또한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책이나 읽을걸>은 '유즈키 아사코'가 읽었던 고전을 서평식으로 풀어쓴 글들이다.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부터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까지 꽤 많은 고전들이 등장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고전이 실려 있어 고전의 다양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유즈키 아사코'는 프랑스 고전을 좋아한다고 언급하는데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의 삶,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상이 반영되어 여성의 정숙함과 무지함이 가장 큰 덕이라는 당시 남성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데 최근 셰익스피어 단편집을 통해 요즘 시대에서는 용납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나와 경악하게 만드는 통에 고전에 대한 흥미가 시들했었는데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작가가 읽고 한번 걸러주는 고전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졌던 것 같다.

정숙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했던 시대에 귀족들은 자녀를 수녀원에 보냈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녀들이 기계적으로 같은 덕목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신의 열정과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살아야하는 이야기에 솔직히 '유즈키 아사코'같은 매력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현 시대와 달리,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정취나 순수함이 엿보여 그것 나름대로의 흥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유즈키 아사코의 <책이나 읽을걸>을 만나기 전에 김진애님의 <여자의 독서>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유즈키 아사코의 글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성격이 달라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유즈키 아사코 자신의 일상 생활 이야기가 고전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덧붙여져있어 작가의 삶과 작가 이전의 한 사람으로서의 일상을 알 수 있어 그녀 개인에 대해 알 수 있어 독자로써 느끼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작품을 읽고 그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기 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그 시대에 대입하여 자꾸만 분노하게되어 작품에 대한 생각의 폭이 좁았던데 반해 같은 작품을 읽고 타인이 느꼈을, 나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때로는 수긍하게도 되고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 또한 있었지만 확실히 책을 읽으며 그동안 고전을 너무 게을리했다는 생각이 강해 고전을 조금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많이 접해보지 않아 낯설고 일차적인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던걸 보면 아무래도 고전을 좀 더 많이 접해봐야하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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