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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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이고 정년에 제한이 있는 직업이다 보니 정년 후에는 뭘 하며 먹고살아야 하나란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아무래도 40대 중반이 코앞이다 보니 정년 후의 무엇을 시작하려면 지금 뭐라도 도전해 봐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드는데 손재주도 없고 인맥이 넓지도 않아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다. 현재의 직업도 하루 종일 긴장상태와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보니 다른 대안을 떠올릴 새 없이 퇴근 후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체력이 없는 게 문제이고 이런저런 자기 합리화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 내려지는 생각들에 압도되어 늘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버들치의 인생 2막>이란 책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데 반해 직장인의 정년이란 개념도 무의미해져서 노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고민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퇴직 후에도 20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한 몸 관리가 제일 중요할 테고 늙었음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우울함이 아닌 돈도 벌고 나름 일을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텐데 그것 또한 즐겁게 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만족하는지 다양한 도전과 경험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기에 여러 기능에 도전하는 저자의 인생 2막 도전기가 남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다.

증권가에서 33년을 일하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도배, 인테리어, 중장비, 타일, 미장, 건물 보수, 전기공사, 소방, 대형 운전면허, 시설관리, 조경에 이르기까지의 배움의 과정, 기술을 배운 후 실전의 상황 등이 현실감 있게 소개되고 있어 언젠가 한 번쯤 나도 이 기술을 배워볼까? 했던 부분에서 자세한 소스를 얻을 수 있었다.

아마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업을 고민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이 아닌 죽기 전까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몸도 움직이고 보람도 느끼며 그로 인해 인생의 즐거움도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먹고 노는 것이 천직인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도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을 보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일이 힘들 때마다 며칠씩 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일주일만 쉬어도 몸이 근질거려서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낫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나이 먹어서도 자식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생활비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벌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버들치의 인생 2막>은 저자가 오랫동안 몸담은 회사를 퇴직하고 50살이 넘어 도전한 다양한 직업들의 실제 경험들을 현실성 있게 담아내 기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실제 기술을 배우고 현장에서 타일을 붙이거나 지게차를 운전하는 등의 경험치가 담겨 있는 동영상을 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는 것도 다양한 직업군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와 함께 저자가 인생을 살면서 피부로 경험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어 꽤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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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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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긴장과 충격, 생생함이 뒤따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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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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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였고,

나는 그 시체를 치우는 딸이었다.

잘 벼려진 칼날처럼 제목에서부터 섬뜩함이 피부로 전해지는 소설 <메스를 든 사냥꾼>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둔 소녀의 이야기이다.

세현은 국과수에서 단연 탑일정도의 실력을 뽐내는 인재지만 그녀의 실력을 둘러싼 소문과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한 성격 탓에 직장 내에서도 친한 사람 하나 없다. 늘 그렇듯 끼니도 거르며 밀린 일을 해나가던 어느 날 용천에서 발견된 부패한 여대생 시체가 국과수에 도착하고 세현이 직접 부검에 들어간다. 예리한 칼날에 배가 갈리고 장기가 적출됐다가 꿰매진 듯한 시체의 모습에서 세현은 어릴 적 사람을 죽인 후 자신에게 시체 처리를 맡겼던 아버지가 다루던 살인 방법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꺾이지 않는 성품 탓에 경찰서에서 겉도는 듯한 정현은 용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맡게 되고 시체의 부검을 맡은 세현의 의견을 듣기 위해 국과수로 향하는데 작고 여리한 모습에서 풍기는 냉담함과 까칠함에 벌써부터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살인 수법을 발견한 세현의 눈앞에 또 다른 토막 시체가 나타나고며 세현은 이것이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에 세현은 살인사건을 맡고 있는 정현을 이용해 아버지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이런저런 변수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세현은 아버지의 수법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현보다 아버지를 찾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오히려 아버지가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마는데.....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받으며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아버지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했던 세현의 끔찍했던 과거와 이후 20년 만에 등장한 아버지의 등장은 어찌 보면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이고 어떤 결말이 나리라는 어렵지 않은 예상을 할 수 있음에도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님의 문장 실력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게 아니었나 싶다. 신인작가라고 생각해서 호기심이 들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지만 여럿 작품을 쓴 것 같은 매끈한 문장력이 느껴져 세현의 고독을 함께 밟아갔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정유정 작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많이 전해졌는데 문장에서 느껴지는 생생함 때문에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했는데 실제로 영상화가 확정됐다고 하니 영상으로 만날 작품도 소설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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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웃집수달입니다!
이웃집수달 원작 / 서울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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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이 캐릭터인 보노보노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수달이란 동물도 좋아하는데 수달이나 해달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집에서 수달을 키우는 영상을 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수달을 집에서 키우는 사람이 의외로 아주 없지 않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는데 일본에서도 수달을 키우며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본 후 수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해서 가끔 유튜브를 보아오다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수달들의 일상을 올리며 35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어 책과 달리 생생한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귀염뽀작 수달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우선 등장 수달들의 이름과 생김새가 소개되는데 아빠 돌체와 엄마 라떼 사이에서 귀여운 모카 공주님이 탄생하고 엄마가 처음인 라떼와 아빠가 처음인 돌체의 천방지축 육아 일기가 소개된다. 평소 강에서 사냥을 하며 물고기를 잡는 수달의 습성을 고려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과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주어 사냥감을 잃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보면서 동물들과 함께 살기 위해 귀엽다는 이유로만 맞이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습성과 애정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은 책 속에 듬뿍 담겨 있다.

모카의 따뜻한 겨울나기로 수면양말을 이용해 옷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이갈이 하는 수달의 치발기 구경도 재미로 볼 수 있다. 귀여운 모카의 양치나 하네스를 차고 병원에 검진 가는 모습, 장난감으로 놀이하는 모습, 처음으로 분유가 아닌 해산물에 도전하는 모카의 모습 등 커가는 일상을 사진과 함께하면서 하루가 부쩍 다르게 커가는 수달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 아빠가 처음인 돌체와 라떼의 육아 일상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인데 그렇게 부모가 되어가는 돌체와 라떼의 모습도 너무 대견하다. 수달들의 일상이 담겨 있는 사진집이라고 생각하면 되기에 어찌 이리도 귀여울까 싶은 사진들로 심장을 부여잡고 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 있지만 이렇게 행복한 심장어택을 당하는 게 실로 오랜만이기에 쳇바퀴 돌듯 바쁜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웃어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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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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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미용실 인테리어를 바꾸고 깔끔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의 미용실들이 동네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보기 좋다는 느낌과 달리 왠지 옛 추억들이 사라져버리는 듯해 아쉬움이 들었더랬다. 아쉬움이 더했던 건 사는 곳 길 건너에 꽤 오랫동안 하던 이발소가 없어졌기 때문일 텐데 오며 가며 내가 이 구역 진정한 토박이란 듯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은 물론 이발소 상징인 원형 봉이 돌아가는 풍경에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았었나 보다. 소설의 제목을 보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련한 추억의 동네 이발소가 떠올랐다.

<수상한 이발소>는 여섯 편의 단편이 등장한다. 이야기 속에는 반드시 수상한 이발소가 등장하며 주인공들은 이발사의 안마를 받고 머리가 다듬어지는 동안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평소 내가 원하지 않았던 헤어스타일로 변해있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잠결이라 기억에는 없지만 지금의 헤어스타일에 동의했다는 이발사의 말을 들으면 상상하지 않았던 헤어스타일이 나왔더라도 당장 화를 낼 수 없고 당혹스러움만을 안고 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주인공은 직장의 비리를 알면서도 그에 동조하고 상사들의 시키는 불합리한 일에도 싫다는 내색을 비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찾은 식당에서 같은 곳에 자신이 있는 것을 모른 직장 후배의 험담을 듣게 되고 기분 전환 삼아 이발소에 들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된다. 이후 머리와 눈썹의 변화 때문인지 주인공은 직장의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데...

산속에서 잠이 깬 남자, 온몸 여기저기 타박상이 있고 피부가 여럿 찢겨 있는 상처가 발견되지만 주인공은 나의 이름이 무엇이며 왜 산속에서 깨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지갑 안엔 하루, 이틀 정도 버틸 돈 밖에 들어있지 않아 당황스러운데 그렇다고 자신이 누구인지 경찰서에 가기에는 께름칙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은 이름을 속이고 숙식을 제공해 주는 일자리를 찾아본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이발소를 찾은 주인공은 딱 봐도 야쿠자라고 믿을만한 인상으로 바뀌고 어찌어찌하여 숙식을 제공해 준다는 곳에 취직이 된다.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어두운 곳이라고 믿은 채....

현청이나 시청에 취업 준비 중이었던 주인공은 최근 매스컴에서 현청과 시청의 부조리함을 까발리는 뉴스를 보고 일반 직장으로 방향을 바꾼다. 학교나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회사 면접을 보던 주인공은 번번이 자신이 생각했던 회사 이미지와 괴리감을 느끼면서 평소 가볍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우동가게를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회사에서 극기 훈련 중 생겨난 이야기를 담은 <멜론빵 머리의 영웅>이나 강도가 집에 든 사건 이후로 내면과 외면이 강해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호신술의 여신>, 여섯 편 중 가장 가슴 따뜻하고 흐뭇하게 다가왔던 <한여름날의 기적> 등 엄청난 사건도 있었지만 살아가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야기들이라 왠지 더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일까 머리 변화가 시발점이 되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설정이 더 짜릿하고 유쾌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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