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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숨은 다른 목숨을 살리고 기른다. 그것이 초원의 법이다. 아기 코끼리가 이미 숨을 거두었다면, 마땅히 다른 목숨을 위해 내줄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기 코끼리의 죽음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 P209

"저 사자는 아무래도 우리 엄마들을 닮지 않았어. 이제 막 솜털을 벗은 어린 사자 같잖아."
"기다려. 엄마들은 꼭 너를 찾아올 거야. 오늘 네가 할 일을하면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오고……. 그러다 엄마들을 만나는 날이 찾아올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와니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엄마들을 불렀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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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린이는 여전히 TV로 세상을 배운다. 주로 외로운어린이들이 그럴 것이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모습을, 함께 노는 즐거움을, 다양한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족이 아니어도 튼튼한 관계를, 강아지와 고양이를, 세상의 호의를 보여 주면좋겠다. 세상이 멋진 집이라고 어린이를 안심시키면 좋겠다. - P102

어린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 집에 빗댄 설명을 종종 한다.
단어를 벽돌로, 문장을 벽으로, 문단을 방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만 들어가야한다는 것을 잠자는 방, 부엌, 화장실을 구분하는 데 비유하면 설명하기가 좋다. 집의 크기나 식구 수에 따라 방의 개수가 달라지듯이, 글도 상황에 따라 단락 수가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린이들이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있게 내 경험을 덧붙인다. - P97

자매, 형제의 정이란 참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쌓이는 모양이다. 싫어하면서도 껴안고, 껴안으면 웃음이 나고, 그렇다.
고 다 풀리는 건 아니고, 그래서 늘 할 말이 남아 있는 사이.
어린이에게 자매, 형제는 부모라는 절대적인 조건을, 지붕을 공유하는 동지다.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만나 평생을 알고 지내는 친구이기도 하다. 각자 서투른 채로, 서로의 사회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바로 자매, 형제다. 그러니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일생일대의 과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 P108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가정에서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되는 이유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이유는 충분하다.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나는 ‘악惡‘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러니까 칼국수를 먹다가, 빨래를널다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갑자기 생각하는 것은, 다섯 살 어린이의 삶이다. - P162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P163

나는 어린이들의 존댓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로했다. 마음 같아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서로서로 존댓말을 쓰고 친한 사이에만 반말을 쓰는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린이의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어린이가 표현한 것만 듣지 않고, 표현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겠다고, 어린이가 말에 담지 못하는감정과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어른이 되겠다고. - P192

얼마 전에도 SNS에서 "여러분, 우리 아이를 낳지 맙시다"
라는 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출생률 때문이 아니라,
이 순간을 살아가는 ‘아이‘ 때문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아이를 낳아라" 하고 말하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도 "아이를낳지 말자"라고 받아치면 안 된다. 사회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으니 주지 않겠다고, 벌주듯이 말하면 안 된다. 이 말은 곧 사회가 자격이 있으면 상으로 아이를 줄 수도 있다는뜻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어린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말은, 애초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그 끝이 결국 아이를 향한다. 아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된다. 미래에만 해당되는 말이라면괜찮을까? 미래의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정되는 셈이다. - P218

사회가, 국가가 부당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반대말을 찾으면 안 된다. 옳은 말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사회에 할 수 있는 말, 해야 하는 말은 여성을 도구로 보지 말라는 것이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성별이나 자녀가 있고 없고가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린이 스스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다. 우리 중 누가 언제 약자가 될지모른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나는 그것이 결국 개인을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 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바라는게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우리를 혼낸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 - P219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는 대상화된다. 어른이 마음대로 할수 있는 존재가 된다.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어린이를 존중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이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오히려 사랑은 칼이 되어 어린이를 해치고 방패가 되어 어른을 합리화한다. 좋아해서 그러는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것 같다면, ‘좋아해서 괴롭힌다‘는 변명이 얼마나 많은 폐단을 불러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린이를 감상하지 말라. 어린이는 어른을 즐겁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큰 오해다. - P227

어린이들에게는 서운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린이날이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에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가한다. 그보다는 어린이기 ‘해방된 존재‘가 맞는지 점검하는 날이 되어이 한다고 생각한다. 해방된 사람들답게 자유로운지, 안전한지, 평등한지, 권리를 알고 있으며 보장받고 있는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가한다. 그러려면 어린이날은지금보다 훨씬 거창한 하루가 되어야 한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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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 내를 건너듯이 신중하게
사방이 적으로 둘러 쌓인듯이 두려워하며"

여유당 정약용 선생님의 정신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성경을 읽듯 심비에 새기며 읽었다.

공감하는 구절마다
정신없이 포스트잇을 붙이다가
포스트잇이 책장만큼 쌓여갈 것 같아
중간에 포기하고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을 반복하며 읽다보니
2달만에 완독했다.

영민하지 못해
책을 덮고 기억나는 부분은 적지만
피톤치트 가득한 숲 속이나 사그락거리는 대나무 숲
혹은 잔잔한 호수변을 산책하고 온 느낌이다.

얼마나 자주 꺼낼 지 알 수 없으나
구입하여 가까이 두고
여름 휴가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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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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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리새우 같이 탈피를 거듭하며 성장통을 겪던 시절이 생각났다. 친구관계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 생각에 맘이 저릿저릿하다.
친구가 온 세계인 시기!
지배적인 성격, 관계 상처가 있는 아이들과의 관계속에서 그들의 압력과 상처를 부메랑처럼 받아야하는 상처받는 아이들에게 쓰담쓰담하며 건네주고 싶다.
“힘내라고!”
“ 온유처럼 너에게 집중해”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햇살과 바람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되어주는 좋겠다. 함께 할 수 있는 나의 수많은 어린 친구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서로에게 햇살과 바람이 되어 주는 독립된 존재로 서면 좋겠다. 바람속에서도 힘내자! 바람이 있어야 인생이야.

어떤 친구가 말했다.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라고, 좋은 친구는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된다고,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게 친구라고,
이 말이 계속 생각난다.
ㄴ 댓글: 내 글에 내가 댓글 담. ㅋㅋ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그런데나는 자주 무시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자초한 듯. 나는 친구를 잃을까 봐 늘 전전긍긍이었다. 선물 주는 버릇, 눈치 보기, 거절 못 하는 것.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당당해지자! - P170

고백을 못 하는 이유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건 아님말고 정신‘이다. 고백을 한 뒤, 차이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래? 아님 말고

5월 18일〈마이 네임 이즈 노바디>란 영화를 결제해서 보았다. 우리 동네에서 찍은독립영화다. 감동! 평점 별 다섯 개! 존재감도 없는 주인공이 평화롭게 사는 일상은 닮고 싶을 만큼 멋졌다.
나의 한줄평존재감 없으면 어때? nobody면 어때? 그게 나야. 뭐 어쩌라고 - P171

블로그 공개를 결심한 새벽.
오래전 텔레비전에 나온 영화평론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레지스탕스인지 독립운동인지를 하는 여자 혁명가가 청혼을 거절하며 이런 대답을 했다.
고 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요. 다만 역사에 소속될 뿐이죠."
멋지다. 나 역시 지금은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은 상태여서.
어쨌든 나도 나무처럼 우뚝 서고 싶다. 바람이 불면 흔들릴 테지.
괜찮다. 그러면서 이파리는 더 파래지고 뿌리도 단단해질 테니. - P173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만 신경 쓸 거야.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으면 그냥. 내가 먼저 좋아할거야." - P180

"오, 우리 다현이 똑똑한데! 맞아. 누가 나를 싫어하면 혹시 내게 고칠 만한 단점은 없나 생각해 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의 존재 자체를 누가 싫어하는 거면,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아."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잘 안 돼. 누가 나를 엄청 싫어하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
내 말에 엄마는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그렇지, 어려운 문제지. 하지만 자기 인생에 집중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이더라. 욕이 내 배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미워하라 그래. 어쩌라고!"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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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일 것입니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입니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입니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장치가 바로 금속활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수단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또한이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훈민정음은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글자보다도 우수하다고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앞으로 지구상에 여섯 개의 언어만 남을 거라 예측합니다. 바로 영어와 중국어, 아랍어와 스페인어, 불어입니다. 이 언어들은 쓰는 사람이 워낙 많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한글인데, 쓰는 사람은 적지만 한글이꼽히는 건 오로지 글의 우수함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지와 - P262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저는 청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청주는 정치 · 경제적으로 그리 힘센 도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힘은 경제력에만 있지 않습니다. 청주의 흥덕사에서 직지를 찍었고, 초정약수터에서 세종대왕이, 복천암에서 신미대사가한글을 마무리했으니 청주는 직지와 한글을 모두 키워낸 우리 겨레의 문화 인큐베이터입니다. 대한민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에 이바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이 ‘세계 최고‘ 같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 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저의 얘기는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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