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시청 앞 광장. 겨울방학에 들어선 막내와 막내의 친구를 데리고 스케이트를 타러 다녀왔다. 재작년 겨울에 막내랑 막내 친구들이 다함께 스케이트 강습을 받으면서 서울시청광장 스케이트장과 안면(?)을 텄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1시간에 1000원이라는 착한 이용료와 스케이트와 헬맷까지 무료대여 해주는 친절함, 그리고 매점과 카페를 갖춘 세심함이 무척 매력적이라서 막내가 가자고 조르면 안된다고 거절하기가 어렵다.  

 

올해는 스케이트가 새 것으로 교체되어 아이들에게 스케이트를 신기며 더욱 기분이 좋았다. 날씨도 참 좋았고. 게다가 아이들이 그새 또 훌쩍 자라서 이제 지켜보거나 따라다닐 필요가 없어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나는 스케이트장이 보이도록 전면 유리로 만들어진 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스케이트 장 카페에서 읽은 책은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였다.

 

 

  

 

 

 

 

 

 

 

 

 

 

 

 

내가 읽은 이승우의 첫 책이다. 다락방님 서재에서 이승우라는 소설가에 대한 칭찬글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도서관 서가의 책들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주저하지 않고 빌려왔다. 소설은 침울하고 무겁고 칼칼하고 쓸쓸했다. 사람들이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일상을, 그리고 그 일상의 무심한 몸짓과 언어에 담긴 마음을, 참 예리하게 잡아내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뜻밖의 일이 불쑥 끼어들어 삶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해버리곤 한다. 끼어든 것들이 삶을 이룬다. 아니, 애초에 삶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찍 끼어드느냐 늦게 끼어드느냐 하는 문제만 있을 뿐이다. 끼어드는 것이 없으면 삶도 없다.

(18쪽)

 

나는 하나마나한 말을 했다. 어떤 말을 해도 하나마나한 말이 되고 마는 상황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마나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아니, 어떤 말을 해도 하나마나한 말이 되고 마는 상황이야말로 정말로 하나마나한 말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24쪽)

 

이 책에 들어있는 첫 단편 <오래된 일기>에서 만난 문장들이다. 어찌보면 말장난스럽기도 한 이 문장들에게 나는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끔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서 내 일상을 휘젓고 흔들어 놓는 바람에 짜증이 나거나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결국엔 그런 것들이 성장시키기도 하고 곤두박질치게 하면서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나는 '꼭 필요한' 말보다 '하나마나 한' 말을 더 많이 하고 산다. 썰렁한 농담, 예의상의 인사치레, 영혼없는 맞장구, 혹은 과잉반응의 말들. 하지만 그런 말들이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불필요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대부분 상황이 그런 말들을 요구했으니까.  한마디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고, 내 삶이지만, 내 삶도 세상만큼이나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떼어내서 하루씩 삶을 연명하는 거랍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내놓아야 하는 거지요. 그것이 인생이에요. 떼어낼 것이 없어지면 삶도 멈추는 거겠지요. (91쪽)

 

내 맘대로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 하고 피식 웃었다. 내 삶이지만 살기 위해 떼어놓아야 하는 삶이 있는 거다. 그래서 내 삶을 통째로 다 내 맘대로 쓸 수가 없다. 때론 내가 쓸 수 있는 삶에 비해, 떼어놓아야 할 몫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삶을 어디에, 누구에게 떼어놓았을까,

 

인생이 얼마나 통속인지 보라고, 아무리 외로운 척해도 통속을 넘어갈 수 없는 게 인생이라니까. (126쪽)

 

이 사람의 소설에 끌리는 이유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이 쓴 이야기에는 외로운 사람의 쓸쓸한 삶이 참 많이 등장하는데,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이 작가는 '척'하지 말란다. 그래봤자 통속이고 신파라고, 그런데 그말이 더 외롭고 쓸쓸하고 서글프고, 그래서 또 더 통속같고 신파같고.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소주잔 기울여주지 않고는 못베길 것 같은 심정이 되고 만다. 비록 나처럼 술 한 잔 못 마시는 사람이라고 해도.

요즘은 소설에 마음이 끌린다. 알기 위한 책 읽기에는 좀 시들해졌고, 느낌 있는 책들에 대한 욕심이 커진 것 같다. 한동안은 좋은 소설들을 찾아 읽고 싶다.

 

일요일에는 막내랑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스무디가 먹고 싶다는 막내를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이디야에 들어갔다. 막내는 딸기요거트플랫치노를, 나는 밀크티를 주문했다. 요즘 커피는 하루 한 두 잔 정도로 줄였는데, 또 뭔가 마시고 싶을 땐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집에서는 우유를 끓이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서 끓는 물 조금에 홍차 티백을 진하게 우리고, 꿀을 좀 넣고, 그냥 우유를 부어 마신다. 카페에서 밀크티를 주문하면 진짜 홍차를 우려내서 만들어주지 않고 밀크티 파우더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달고,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그래서 이디야에서 밀크티를 주문하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티백이, 들어있다. 우리 아파트 단지 옆 '8월'이라는, 작지만 예쁜 카페에서 끓여주는 밀크티(여기는 티백 말고 홍차잎을 용기에 담아 우려준다)  다음으로, 파우더를 쓰지 않는 밀크티를 주는 카페는 이디야가 두번째다.  뭐,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니까 좀 더 잘 찾아보면 몇 군데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탐탐과 커피빈, 카페베네 그리고 공차는 파우더 밀크티였던 걸로 기억한다.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밀크티의 유혹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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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31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마셨던 밀크티는 대부분 다 파우더~~~.ㅠㅠ 너무 달죠~~~.
차잎으로 우려내 만든 밀크티 먹고 싶네요~~~. 티백도 말고~~~.^^

2015-01-01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지나갔다.

옆지기는 일 때문에 부산에 갔다가 크리스마스 새벽에 산타처럼 조용히 들어왔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잠든 막내 머리맡에 선물을 놔주고, 또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싶어서 뒤숭숭.

이불 속에 들어가서 <감각의 박물학>을 읽다가, 들어오는 옆지기랑 몇 마디 나누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감각의 박물학>을 읽는 도중에 해가 바뀔 것 같다.

이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으며 읽는 책이 되겠구나.

 

 

이브에 문학교실 마지막 쫑파티를 했다. 명색이 '문학교실'인데 그 이름에 걸맞는 이벤트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집에 있는 책들 중에 몇 권 골라서 책나눔 이벤트를 했다. 도서관 곳곳에 쪽지를 숨겨두고 보물찾기처럼 쪽지를 찾아오면, 쪽지에 적힌 숫자에 해당하는 책을 선물로 주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책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시즌이 시즌인만큼 아이들은 학원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열리는 마켓데이며 파티에 참석하느라 스케줄이 바빴다.

문학교실 쫑파티 하는 날에도 영어학원에서 파티를 마치고 온 아이, 문학교실 파티 끝나면 교회 파티에 갈 아이, 이미 선물을 가방 가득 받아서 들고 온 아이.. 준비한 피자도 과자도 음료도 과일도.. 시큰둥.. 아이들은 이제 파티도 시시하다.

얘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싶었는데, 그래도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고, 가위바위보 몇 번에 즐거워하고, 실뜨기 대결을 벌이며 으쓱해 하고, 찾아온 보물쪽지 모아서 번갈아 다시 숨겨놓고 찾는 놀이를 하며 진지하게 집중했다.(나눠줄 보물도 다 떨어졌는데!!)

문학교실 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개운할 것 같았는데, 막상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그리 신 나지 않았다. 나름 신경쓰고 준비한 파티가 재미있지 않아서 속상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파티가 끝나고 나서 아이들과 마무리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알라딘 서재의 장서가 분들에 비하면 우리집에는 책이 많다고 볼 수는 없는데, 그런데도, 요즘 집에 있는 책들이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책 사들이기에 여념이 없던 시기가 있었고, 그러다가 책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야 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도서관을 이용했다. 요즘은 장바구니에 욕심나는 책들을 잔뜩 담아놓고서 마지막 순간 '주문하기'를 클릭하기 전 잠시 멈춤, 결국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둔 채 결제를 며칠 미루게 된다. 그렇게 며칠 미루다가 결국 주문하는 책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보관함으로 옮겨지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거나, 삭제를 당하기도 한다. 덕분에 책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가끔 집에 있는 책들을 가만히 둘러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좀 부끄럽다. 욕심에 사두고는  읽지 않은 책들이 태반인데, 그 태반의 책들이, 읽고 싶은 욕심에 산 책들이 분명한데도 더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왜 샀지?'하는 의구심이 솟아나는 책들도 여러 권 된다. 새해에는 책장을 정리해서 작고 간소하고 소박하고 단출한 서가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책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나의 태도가 변한 것과 맞물려 내가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한 의문도 마음 한 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왜' 읽는지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 책을 어떻게 읽을 건지에 대한 고민도 불러왔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 갔을 때, 한 손에 분홍색 텀블러를 들고 서가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은발의 할머니를 보았다. 서가 옆 책상에는 짙은 갈색 목도리를 두르고 회색 헌팅캡을 쓰신 은발의 할아버지가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도서관 문을 연지 얼마 안된 이른 시간이었다. 아마도 노부부는 아침을 먹고 서둘러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함께 집을 나섰겠지,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감기 걸리지 않게 잊지말고 목도리 둘러요, 준비하는데 뭐 그렇게 오래 걸려, 퉁명스럽게 한 마디씩 주고 받았을지도 모르지, 도서관까지 오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왔는지도. 그래도 그 노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 부부로 말하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함께 도서관에 갈 일은 없을 게 뻔하다. 옆지기는 책보다는 TV를 좋아하고,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 집에서 읽는 걸 더 좋아하니까. 그래도 도서관에서 본 노부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책을 평생의 친구로 삼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늙어갔으면 좋겠고.

 

예전에는 책을 읽는 목적이 여러 가지였다면, 이제 여러 목적들을 털어내 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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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2-2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한 이벤트나 파티에 의도한만큼 호응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워낙 깜짝 놀랄만한 사건 사고들이 거의 매일 뉴스를 터뜨리는 세상에 살다보니 우리 모두 그렇게 무감각해져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은 아름답고 따뜻하지 않을까요? ^^
마지막줄에 여러 목적들을 털어내련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목적과 명분, 의의를 채워넣기 보다 그저 툴툴 털어내고 초심만 남겨두는...

섬사이 2014-12-28 00:23   좋아요 0 | URL
제가 책읽기에 대해 가진 첫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릴 때 책에 대해 막연한 동경 같은 걸 갖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면서는 한때 지나치게 의욕에 불탔던 적도 있고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초심이랄 것도 없어요.
책과 내가 서로 친구가 된다면, 부담스러운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

세실 2014-12-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퇴직하고 나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 읽으려고요^^ 신랑은? 아마 심심해서 따라가지 않을까요?
책 욕심 버렸고, 정가제 되고 나서는 1회 구입에 그쳤습니다.
아이들과 집에 있는 책 한 리어카 버리고 나니 개운해요. 더 버리려고 합니다. 중고책으로 파는건 엄청 번거롭더라구요^^
우리 새해엔 더 가뿐하게 살아요^^

섬사이 2014-12-28 00:23   좋아요 0 | URL
네, 새해에는 가뿐하게요.
몸무게도 가뿐해지면 좋겠어요. ^^

순오기 2014-12-2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쏟아 무언가 열중하는 건 다 아름답다 생각해요.^^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고요.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는 것도 어려운 과제 같고...

섬사이 2014-12-28 00:29   좋아요 0 | URL
마음을 쏟아 무언가에 열중하다 보면, 그 `무언가`를 뺀 나머지 것들에 무심해진다는 게 저의 문제예요.
그래서 결국 일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면 그 흐트러진 일상에 짜증이 나고.. ㅠㅠ
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결국 삶을 간소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 마음을 비우는 것도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요...?
노년은.. 어렵고도 두렵고도 신비로운 과제예요.

무스탕 2014-12-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읽어야지, 읽고싶어! 그래서 사들인 책인데 읽어주지 않고 책장에 모셔 놓기만 하니 그 애들이 저를 맨날 노려보는것아 부담이기도 하고 내가 저걸 장식용으로 산건가 싶어 이젠 정말 책 구입을 신중히 하려고요.
새해에도 우리 인연 많이 쌓아요~ ^^

섬사이 2014-12-28 00:42   좋아요 0 | URL
저도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서,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저 책들을 살 돈으로 좀 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적 허영심을 채우려고 책을 사들였던 건 아닐까.. 그런 자괴감이 들어 한숨이 나올 때가 있어요.
내게 의미있고 소중한 책들로만 채워진 책장 하나면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성이 지성이랑,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새해에는 좀 더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라로 2014-12-2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위안을 받습니다. ㅎㅎ 저희는 이번에 미국으로 이사하면서 책을 많이 버릴 수밖에 없어서 마음 아픈 경험을 했지요. 그래서 그런가 책에 대한 욕심이 예전 같진 않네요~~~그런데 책뿐 어니라 다른 욕심도 예전같지 않은 것 보면 많이 늙었구나 싶어요. 멋진 노부부처럼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정도의 꿈은 아직 가지고 있지만요~~~^^;;;

섬사이 2014-12-29 20:43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이젠 남편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물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요.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는데, 옆에 먹을 게 있으면 계속 먹어요.
그래서 먹고 싶은 건 없어도 살은 꾸준히 찌죠. ㅠ,ㅠ
멋진 할머니가 되는 거, 저의 노년에 대한 로망이에요.
 

도서관 아이들이랑 같이 솔방울로 트리를 만들려고 한다.

샘플 제작.

 

 

펄이 들어간 금색, 은색, 초록색, 빨간색 매니큐어로 칠하고 네일데코가루를 뿌리고,

금색 줄을 둘러서 실제로 보면 꽤 화려하다.

솔방울 트리 화분으로 쓴 건 콜라와 포카리 병 뚜껑.

어제가 재활용 분리해서 배출하는 날이었는데, 저녁에 나가서 페트병 분리해 놓은 자루를 뒤져가며 병뚜껑을 모았다는..

울옆지기가 하는 말은 겨우.. "추운데 참 애쓴다.. 쯧쯧."

 

솔방울에 매니큐어 발라주는 동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 도서관 방문 활짝 열어놓고 해야할 듯.

지난 번에 한의사 놀이 할 때, 뜸 뜨는 놀이 하다가 도서관 선생님들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어디선개 매캐한 냄새가 나서 어디 합선돼서 불나는 줄 알았다는..

이번에 미리 "냄새 좀 날 거예요."하고 말씀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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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인증샷도 올려주세요~~~~~~❤️

라로 2014-12-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아까는 사진이 안 보였어요!!!! 이눔의 북플이 그게 큰 단점이에요!! 로딩이 너무 느리다는 것!!!! 큰 실수 하게 만든 북플~~~ㅠㅠ 넘 좋은 아이디어에요!! 저도 함 만들어보고 싶네요~~~~^^

섬사이 2014-12-21 22:21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렇군요. 북플이 아직 초기단계라 그런가 봐요.
차차 나아지겠지요.

세실 2014-12-1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재활용으로 트리 만들기. 아이디어도 좋아요^^
도서관 프로그램 강사님도 하시는거예요?

섬사이 2014-12-21 22:23   좋아요 0 | URL
네, 올 일년동안만 맡았어요.
원래 맡았던 분이 계신데 이사문제로 올해만 하실 수 없게 되어서요.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서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

무스탕 2014-12-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료가 간단해서 준비하기 좋으셨겠어요.
아이들도 흔히 만나는 볼품없는 재료로 이렇게 이쁜 트리가 만들어진다는것에 큰 재미를 느낄듯 싶고요.
사무실 아빠 책상위 한 켠에 살짝 놓아드려도 좋아하실 아이템이네요 ^^

섬사이 2014-12-21 22:25   좋아요 0 | URL
네, 여러 개 만들어서 나란히 놓으니까 더 예뻐요.
매니큐어로 칠한다니까 아이들도 더 좋아했어요.
솔방울 칠하고나서 자기 손톱에도 살짝살짝 칠해보고요.

순오기 2014-12-2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은 솔방울 트리, 순오기는 스트로브잣방울 트리~ ^^
물론 님 페이퍼 보고 병뚜껑을 이용해서 솔방울트리도 만들어봤어요.
뿅뿅이로 만든 트리, 페이퍼 올릴게요~ ^^

섬사이 2014-12-25 21:34   좋아요 0 | URL
잣방울은 더 크고 길쭉해서 솔방울 트리에 비해 존재감이 확실하겠는데요. ^^
어느덧 크리스마스도 끝나갑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어요? ^^
 

우리집 화단에 귀여운 박새가 놀러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먹으러 왔다.

우리 막내랑 새모이 비스켓 세 개를 만들어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나무에 하나, 운동시설이 있는 작은 공터 나무에 하나,  그리고 우리집 화단 키작은 관목에 하나 달아주었다.

정말 와서 먹으려나...?

베란다 창문만 내다보면 빤히 보이는 곳에 걸어둔 새모이 비스켓을 보다말다보다말다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나한테 딱 걸렸다.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베란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새모이 비스켓 위에 앉아서 열심히 모이를 쪼고 있는 박새를 발견한 거다. 참새들은 그 아래서 떨어진 모이를 먹으려는 건지 열 마리도 넘게 모여 종종 거리고 있고..

재빨리 폰카를 찾아 들고 거추장스러운 방충망을 스윽.. 여는 순간 박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무지무지 추운 베란다에서 덜덜덜 떨어가며, 시린 발꼬락 꼬뮬거리며 참고 기다렸다가 기어코 폰카에 박새의 모습을 담았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박새는 지저귀는 소리도 예쁘고, 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곳한 인상에 참새만한 작은 크기, 흑백회색을 적절히 활용해 깔맞춤한 센스까지 겸비해서 외모로 따지면 어디 가서 꿀릴 외모도 아니다. 좀 바라보려고 하면 어찌나 날래고 잽싸게 날아가 버리는지 그게 좀 아쉽긴 하다.

박새를 찍고 나서 좀 있으니까 직박구리도 날아와 몇 번 쪼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곁에 있던 산수유 나무 위로 달아나 버렸다. 직박구리는 우는 소리가 "빽~!!"하고 악쓰는 것 같아서 '직박구리'라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그냥 내맘대로 '빽새'라고 불렀었다. 몸집은 박새보다 훨씬 크고 생김새도 박새처럼 다소곳 얌전한 인상은 아니다. 오히려 텁수룩, 언쩐지 험하게 살 것 같은 분위기다.

 

어제는 옆지기가 슈톨렌을 사왔다. 슈톨렌은 독일 빵인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잘라 먹는 빵이라고 한다. 예전에 강릉 테라로사에서. 생각해보니 그 때도 겨울이었구나.. 암튼 거기서 사먹은 적이 있었는데, 지난 번에 테라로사에 가서 배불러서 빵은 안 먹고 왔던 게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먹는 빵을 '우왕, 맛있다'면서 와구와구 먹어버렸다. 이러니 살이 찌지..

 

 

지금 우리 막내는 학교 친구들을 불러와서, 오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플스4 게임 JUST DANCE를 하고 있다.

아들녀석이 그러는데 하루에 저 게임으로 춤을 5곡씩만 추면 살이 쫙 빠질 거란다.

내가 보기엔 살 빠지기 전에 병날 것 같다.

막내는 하루에 20곡도 넘게 추고 있다.

어제는 배 나오고 뚱뚱한 우리 옆지기가 막내딸과 같이 춤을 췄다. 

중년의 남편이 그렇게 귀여워 보인 게 얼마만인지.

난 주방 식탁에서 사과를 깎으며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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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18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오늘 섬사이님 글은 넘 재밌네요~~~. 박새는 이름도 정겨워요,,,토종스러우면서 달리 생각하면 세련된 듯한???
섬사이님의 행복한 일상이 그려집니다,,,저야 말로 플스4게임인지 뭔지를 사서 춤을 춰야 할 듯요~~~~.ㅋ
암튼 이런 글 참 좋아요~~~. 더구나 귀한 사진까지!! 특별한 섬사이님표 글!!^^

섬사이 2014-12-18 10:5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 저 JUST DANCE라는 게임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나름 열심히, 제대로, 잘 따라한다고 했는데,
끝나고 제가 춤추는 걸 찍은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걸 확인하는 순간 좌절하게 돼요.
으아아아아아, 역시 나는 몸치였어.. 저걸 춤이라고, 흉해서 못봐주겠네..하는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죠.. ㅠ.ㅠ
 

2014 서울사진축제 <서울 視 . 공간의 탄생> 전은 옆지기가 관련한 전시인데도 불구하고, 전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보기는 했지만 지인들과 함께 가서 정작 전시 작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전시장지킴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딸래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데 시간을 써버리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작품도록을 펼쳐보는데 사진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 아래 적혀있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옮기면 '전몽각, 고속도로 건설현장(영천공구), 1968~1969'라고 되어 있다. 고속도로 건설현장에 구경나온 네 분의 어르신들. 두루마기에 갓까지 갖춰 쓰시고, 논밭을 깔아뭉개서 큰길을 내는 현장에 나와 나란히 앉아 바라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어쩐지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순간의 장면 같기도 하고, 개발이니 발전이니 하는 걸 핑계삼아 무참히 휘두르는 씁쓸한 폭력의 현장 같기도 하고... 저 어르신들 네 분의 뒷모습이 어쩐지 짠하고 측은해 보였다.

 

 

 

 

 

이 사진은 1905년 광화문 거리다. 넓고 한적한 길, 오른쪽 아래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한 아이에게 자꾸 눈이 간다. 1905년이면 필름이 보급되기도 전, 유리건판으로 찍은 사진일 것 같은데, 아이는 사진 앞부분에 선명하게 찍혀있어서 저 걸음으로 사진 밖으로까지 걸어나올 것만 같다. 이 사진 아래에는1930년에 저 광화문 자리에 들어선 조선총독부 건물을 찍은 사진이 있다. 우리들의 슬픈 시대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제83회 생신 축하 기념 매스 게임 사진(1958년)이다.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서 생일잔치를 벌이다니,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수도 서울을 버리고 급하게 달아난 이승만은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은데, 그런 대통령의 생신을 축하한다고 동원되어 열심히 매스게임 연습을 했을 저 학생들은 또 왜 이렇게 불쌍해 보이는 건지.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의 옛날 모습 사진도 있는데,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대학로에 대학천이라는 실개천 같은 게 있었다는 것도 그 물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날 전시를 마감하고 아들만 뺀 네 식구는 근처 더덕요리 전문 음식점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큰딸이 더덕이 들어간 삼겹보쌈을 먹고 싶다고 하고 막내는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먹고 싶었던 더덕구이를 못 먹은 게 조금 아쉽지만 배불리 잘 먹었다.  더덕구이를 먹지 못한 아쉬움을 커피로 달래려고 옆지기에게 커피까지 사달라고 졸랐다. 큰딸은 스벅을 가자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스벅커피 말고 광화문에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커피를 사달라고 했더니 테라로사로 데려가 줬다. 몇 년 전 강릉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를 찾아갔을 때 테라로사 본점에 간 적이 있었다.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커피맛도 좋았다. 그 때 이미 서울에 분점을 낼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음, 광화문에 생겼었구나. 몰랐다.  지난 여름 다시 강릉 테라로사 본점에 갔을 때에는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서 주차하기도 어려워 포기하고 돌아왔었다.

 

 

옆지기와 나는 카푸치노를, 막내는 코코아를, 큰딸은 과일쥬스를 주문했다.  카푸치노는 넘 맛있었다. 진하고 향기롭고 부드럽고... 자고로 카푸치노는 이래야 하는 거야,를 보여준다고 할까. 강릉 테라로사 본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광화문점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아주 기다란 나무 탁자가 탐났고,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또 놀랐다. 옆지기 말로는 평일에도 항상 사람이 무지 많다고...

 

 

 우리가 갔을 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롬님 서재에 요즘 크리스마스 장식품에 대한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여기는 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분위기는 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빈에 들러서 모카라떼를 마셨다. 모카라떼를 주문한 건 세실님 서재 글에서 논어는 카페모카 같다고 한 글을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커피빈 모카라떼는 내 입맛에는 그냥 코코아 같은 맛. 커피 맛이 너무 약하고 너무 달다.... 논어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건지, 커피빈 모카라떼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카페모카에서 논어를 연상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

 

 

커피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고는 달랑 이거 하나..

아롬님 서재에 있는 멋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스벅과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 쓰고 보니 뭐 이렇게 잡다한 페이퍼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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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09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주시는 대로 제 눈도 따라가더군요!! 더구나 광화문 사진은 제 어릴 적 동네가 기억나는 듯해요. 저 어릴 적 광화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거든요~~~~. 1905년보다는 좀 더 번화했겠지만 뭐 그닥 차이가 없어 보여요;;; 제 기억을 믿을 순 없지만요~~~ㅋㅋ
1968년 이정도면 제가 이미 이 세상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 때인데,,,, 할아버님 모습이 정말 짠 하네요~~~ㅠㅠ 섬사이님 해설도 짠하고....ㅠㅠ
테라로사는 가본 적 없지만 한국 가면 꼬옥 찾아가겠습니다. ㅎㅎㅎ카푸치노 넘 탐나네요!! 스벅이 뭐가 좋아요?? 흔해 빠진 곳~~~그죠??? 여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니~~~ㅠㅠ(오늘 섬사이님 북플에 와서 계속 눈물 짓고 있;;;;ㅎㅎㅎ)
제 기억에 카페베네는 일찍 크리스마스 노래 하루 종일 틀어주고 장식도 했던듯 싶어요~~~. 못 믿을 기억이지만;;;;;ㅎ

세실 2014-12-09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만 생일잔치도 했군요. 황당하여라...
강릉 테라로사 가보지 못했네요.
휴점일도 많더라구요.
광화문 테라로사 가기 더 쉬울듯요^^
카페모카는 초코가 들어가니 달달하죠. 그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읽기 부담없는 책!
알찬 시간 보내셨네요~~

섬사이 2014-12-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롬님. 사진을 보며 추억에 빠져드는 분들이 많나 봐요. 전시장 지킴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딸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추억담을 들어드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구요. 커피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없던데, 함 카페베네를 가봐야겠군요. ^^

섬사이 2014-12-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도로에 세우는 아치에 이승만 대통령 각하 만수무강 운운 하는 글귀가 써있는 사진도 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어요. 논어를 카페모카에 비유한 건 그런 의미였군요. 세실님 덕분에 논어와 공자에 대한 관심이 모락모락 거리고 있어요. ^^

순오기 2014-12-1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진전도 좋지만 님 가족나들이가 더 좋은데요. 아들이 빠져서 아쉽지만...^^
우린 다섯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살아 꿈꿀 수 없는 풍경이라 더 그런가 봐요.ㅋㅋ

섬사이 2014-12-15 01: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족이 다 모이기는 점점 어려워지네요.
저희는 그나마 늦둥이 막내 덕분에 한번씩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늦둥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그나마도 힘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