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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읽었지만, 매스컴에서 떠드는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지금까지 읽을 기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변화'라는 주제를 내용으로 우화의 형식을 빌어 쓰여진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열풍에 휩싸인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감히 저항할 수조차 없는 회오리였으니까 그런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버린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는 이런 책이 전달해주는 희망적인 메세지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며, 그 밖에 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변화까지 포함하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어떤 이유로든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가 없었다.
변화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발빠르게 적응해 간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하게 길들여진 자리에서 일어나 낯설고 불안한 미로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책 속에서 표현된 말 그대로 '두려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 난 이 책을 기억하고 '햄'이 되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훌륭한 기여를 했다. 또한 내 '치즈'가 영원불변의 것이 아님을, 내가 살피고 지켜나가려고 애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그리고 미로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와 헤매는 수고 없이는 절대로 '치즈'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난 미로를 헤매어 찾은 치즈가 가득한 방에서 흐뭇해 하며 살다가 치즈가 떨어졌다고 미로 속으로 다시 뛰어들지 않기 위해 내 스스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다. 갑작스런 '변화'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노력을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치즈는 길도 모르는 미로를 무작정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힘과 노력으로 지은 치즈 공장에서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우리를 미로 속으로 내모는 불가항력적인 변화도 있고 치즈를 도둑맞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미로 속을 무작정 헤매야 한다는 건 좀 그렇다. 작가는 현실과 미래의 불투명함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존재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미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이 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