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남긴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8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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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죽음은 언제나 두려움입니다. 더구나 그림책에서 죽음이 주제로 다루어지기란 쉽지 않을텐데, 이 책에선 죽음을 참 아름답고 잔잔하게 그렸습니다.

언제나 희화화되어 등장했던 그림책의 단골인물 돼지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 그림책에선 돼지들을 보고 절대로 웃을 수가 없답니다.

죽음을 앞두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해지하고 밀린 외상값을 갚으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할머니 돼지와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손녀 돼지의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집니다.

손녀에게 할머니가 남긴 선물은 밀린 외상값을 갚고 남은 돈이 아니겠지요. 할머니는 손녀에게 마지막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할머니 없이도 살아갈 이유를 마련해 준 것 같네요. 할머니의 마지막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지켜준 손녀도 더없이 아름답구요.

저도 이 그림책의 할머니 돼지처럼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런 죽음이 허락된 게 아니란 걸 알기에 할머니 돼지의 죽음이 부럽기까지 하네요.

돼지가 나오는 그림책을 보고 이렇게 가슴 저리고 심각해지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글의 내용도 아름답지만 따뜻한 색감의 맑은 수채화의 그림은 이 그림책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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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의 첫 심부름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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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가만히 표지에 그려진 우유를 안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나도 같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스스로 대견해하는 웃음, 난관을 헤치고 뭔가를 이루어냈을 때 나오는 그런 웃음이란 게 느껴지더라구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별 거 아닌 일에도 자주 두려움을 드러내곤 합니다. 엄마인 저도 그런 경우 몹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럴 때 마다 저는 아이에게 면박을 주거나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늘어 놓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저의 그런 방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건 당연한 거구요..

이 책은 아이들이 갖는 어른들이 이해못할 두려움을 어른들도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네요.. 읽으면서 저도 같이 긴장되는 걸 느꼈거든요. 아이들에겐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일을 해냈을 때의 만족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도 혼자 심부름을 하겠다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면요..

그림도 글의 내용도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 정말 좋은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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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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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게바라.. 그에 대해서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공산주의 사회혁명가라는 말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어쩐지 게릴라라든가 공산주의 혁명가라는 딱딱한 명칭보다는 박애주의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인상이다. 아니면 이상주의적 혁명가라고 할까...

억압당하는 민중들에 대한 따뜻한 정이, 정치적 혁명 뿐 아니라 인간정신의 혁명을 위해 무엇과도 타협할 줄 모르는 그 강인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쌓았음에도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지 않고 볼리비아로 다시 혁명가로서의 길을 떠나는 부분에서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에 중국의 시장개방을 두고 그 음지와 양지를 취재한 TV프로를 보았다. 마오쩌뚱을 존경했던 체게바라가 저 중국의 모습을 본다면 뭐라 했을까를 생각하니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체게바라, 그에 대한 인상이 무척 강렬했던 반면 이 책의 글은 무척 어수선한 느낌이 강하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 번역과정에서 글을 매끄럽게 다듬어내지 못한 것 같다. 좀더 문맥이 우리나라 글에 알맞은 짜임새 갖추고 매끄러웠다면 체게바라의 혁명활동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테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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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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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죽음이란 인간이 넘어야 할 마지막 고통의 고개처럼 여겨지곤 한다. 기쁘고 즐겁고 고단하고 절망했던 여러 삶의 시간들을 거쳐서 이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마감해야 하는, 결코 유쾌하달 수도 반갑달 수도 없는 삶의 마지막 절차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은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의 여러 형태들 중에서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절차를 밟아 죽음에 가까이 가는 노교수 모리의 이야기를 너무 덤덤하고 밋밋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가고 있다.

덤덤하고 밋밋하고 너무 잔잔하기 때문에 오히려 죽음을 내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죽음이 예외적인 어두운 사건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게 찾아 올 죽음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본다. 어떤 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죽음은 내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삶을 살았느냐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죽음.... 그래서 모리교수는 자신에게 닥친 죽음이 '그래도 운이 좋다'고 말한다.

나도 죽음을 노리교수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서 삶을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미치와 모리교수의 사제지간의 정이 부러웠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 나에게도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의 아이들이 앞으로 좋은 스승을 만나 보다 인생이 풍요로와지고 또 지혜로운 눈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빈다. 내 아이들 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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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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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소개글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읽었지만, 매스컴에서 떠드는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지금까지 읽을 기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변화'라는 주제를 내용으로 우화의 형식을 빌어 쓰여진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열풍에 휩싸인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감히 저항할 수조차 없는 회오리였으니까 그런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버린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는 이런 책이 전달해주는 희망적인 메세지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며, 그 밖에 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변화까지 포함하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어떤 이유로든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가 없었다.

변화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발빠르게 적응해 간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하게 길들여진 자리에서 일어나 낯설고 불안한 미로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책 속에서 표현된 말 그대로 '두려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 난 이 책을 기억하고 '햄'이 되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훌륭한 기여를 했다. 또한 내 '치즈'가 영원불변의 것이 아님을, 내가 살피고 지켜나가려고 애쓰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그리고 미로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와 헤매는 수고 없이는 절대로 '치즈'가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난 미로를 헤매어 찾은 치즈가 가득한 방에서 흐뭇해 하며 살다가 치즈가 떨어졌다고 미로 속으로 다시 뛰어들지 않기 위해 내 스스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다. 갑작스런 '변화'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노력을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치즈는 길도 모르는 미로를 무작정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힘과 노력으로 지은 치즈 공장에서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우리를 미로 속으로 내모는 불가항력적인 변화도 있고 치즈를 도둑맞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미로 속을 무작정 헤매야 한다는 건 좀 그렇다. 작가는 현실과 미래의 불투명함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존재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미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이 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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