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아이들이랑 같이 솔방울로 트리를 만들려고 한다.

샘플 제작.

 

 

펄이 들어간 금색, 은색, 초록색, 빨간색 매니큐어로 칠하고 네일데코가루를 뿌리고,

금색 줄을 둘러서 실제로 보면 꽤 화려하다.

솔방울 트리 화분으로 쓴 건 콜라와 포카리 병 뚜껑.

어제가 재활용 분리해서 배출하는 날이었는데, 저녁에 나가서 페트병 분리해 놓은 자루를 뒤져가며 병뚜껑을 모았다는..

울옆지기가 하는 말은 겨우.. "추운데 참 애쓴다.. 쯧쯧."

 

솔방울에 매니큐어 발라주는 동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 도서관 방문 활짝 열어놓고 해야할 듯.

지난 번에 한의사 놀이 할 때, 뜸 뜨는 놀이 하다가 도서관 선생님들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어디선개 매캐한 냄새가 나서 어디 합선돼서 불나는 줄 알았다는..

이번에 미리 "냄새 좀 날 거예요."하고 말씀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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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인증샷도 올려주세요~~~~~~❤️

라로 2014-12-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아까는 사진이 안 보였어요!!!! 이눔의 북플이 그게 큰 단점이에요!! 로딩이 너무 느리다는 것!!!! 큰 실수 하게 만든 북플~~~ㅠㅠ 넘 좋은 아이디어에요!! 저도 함 만들어보고 싶네요~~~~^^

섬사이 2014-12-21 22:21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렇군요. 북플이 아직 초기단계라 그런가 봐요.
차차 나아지겠지요.

세실 2014-12-1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재활용으로 트리 만들기. 아이디어도 좋아요^^
도서관 프로그램 강사님도 하시는거예요?

섬사이 2014-12-21 22:23   좋아요 0 | URL
네, 올 일년동안만 맡았어요.
원래 맡았던 분이 계신데 이사문제로 올해만 하실 수 없게 되어서요.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주어서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

무스탕 2014-12-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료가 간단해서 준비하기 좋으셨겠어요.
아이들도 흔히 만나는 볼품없는 재료로 이렇게 이쁜 트리가 만들어진다는것에 큰 재미를 느낄듯 싶고요.
사무실 아빠 책상위 한 켠에 살짝 놓아드려도 좋아하실 아이템이네요 ^^

섬사이 2014-12-21 22:25   좋아요 0 | URL
네, 여러 개 만들어서 나란히 놓으니까 더 예뻐요.
매니큐어로 칠한다니까 아이들도 더 좋아했어요.
솔방울 칠하고나서 자기 손톱에도 살짝살짝 칠해보고요.

순오기 2014-12-2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은 솔방울 트리, 순오기는 스트로브잣방울 트리~ ^^
물론 님 페이퍼 보고 병뚜껑을 이용해서 솔방울트리도 만들어봤어요.
뿅뿅이로 만든 트리, 페이퍼 올릴게요~ ^^

섬사이 2014-12-25 21:34   좋아요 0 | URL
잣방울은 더 크고 길쭉해서 솔방울 트리에 비해 존재감이 확실하겠는데요. ^^
어느덧 크리스마스도 끝나갑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어요? ^^
 

우리집 화단에 귀여운 박새가 놀러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먹으러 왔다.

우리 막내랑 새모이 비스켓 세 개를 만들어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나무에 하나, 운동시설이 있는 작은 공터 나무에 하나,  그리고 우리집 화단 키작은 관목에 하나 달아주었다.

정말 와서 먹으려나...?

베란다 창문만 내다보면 빤히 보이는 곳에 걸어둔 새모이 비스켓을 보다말다보다말다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나한테 딱 걸렸다.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베란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새모이 비스켓 위에 앉아서 열심히 모이를 쪼고 있는 박새를 발견한 거다. 참새들은 그 아래서 떨어진 모이를 먹으려는 건지 열 마리도 넘게 모여 종종 거리고 있고..

재빨리 폰카를 찾아 들고 거추장스러운 방충망을 스윽.. 여는 순간 박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무지무지 추운 베란다에서 덜덜덜 떨어가며, 시린 발꼬락 꼬뮬거리며 참고 기다렸다가 기어코 폰카에 박새의 모습을 담았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박새는 지저귀는 소리도 예쁘고, 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곳한 인상에 참새만한 작은 크기, 흑백회색을 적절히 활용해 깔맞춤한 센스까지 겸비해서 외모로 따지면 어디 가서 꿀릴 외모도 아니다. 좀 바라보려고 하면 어찌나 날래고 잽싸게 날아가 버리는지 그게 좀 아쉽긴 하다.

박새를 찍고 나서 좀 있으니까 직박구리도 날아와 몇 번 쪼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곁에 있던 산수유 나무 위로 달아나 버렸다. 직박구리는 우는 소리가 "빽~!!"하고 악쓰는 것 같아서 '직박구리'라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그냥 내맘대로 '빽새'라고 불렀었다. 몸집은 박새보다 훨씬 크고 생김새도 박새처럼 다소곳 얌전한 인상은 아니다. 오히려 텁수룩, 언쩐지 험하게 살 것 같은 분위기다.

 

어제는 옆지기가 슈톨렌을 사왔다. 슈톨렌은 독일 빵인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잘라 먹는 빵이라고 한다. 예전에 강릉 테라로사에서. 생각해보니 그 때도 겨울이었구나.. 암튼 거기서 사먹은 적이 있었는데, 지난 번에 테라로사에 가서 배불러서 빵은 안 먹고 왔던 게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먹는 빵을 '우왕, 맛있다'면서 와구와구 먹어버렸다. 이러니 살이 찌지..

 

 

지금 우리 막내는 학교 친구들을 불러와서, 오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플스4 게임 JUST DANCE를 하고 있다.

아들녀석이 그러는데 하루에 저 게임으로 춤을 5곡씩만 추면 살이 쫙 빠질 거란다.

내가 보기엔 살 빠지기 전에 병날 것 같다.

막내는 하루에 20곡도 넘게 추고 있다.

어제는 배 나오고 뚱뚱한 우리 옆지기가 막내딸과 같이 춤을 췄다. 

중년의 남편이 그렇게 귀여워 보인 게 얼마만인지.

난 주방 식탁에서 사과를 깎으며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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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18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오늘 섬사이님 글은 넘 재밌네요~~~. 박새는 이름도 정겨워요,,,토종스러우면서 달리 생각하면 세련된 듯한???
섬사이님의 행복한 일상이 그려집니다,,,저야 말로 플스4게임인지 뭔지를 사서 춤을 춰야 할 듯요~~~~.ㅋ
암튼 이런 글 참 좋아요~~~. 더구나 귀한 사진까지!! 특별한 섬사이님표 글!!^^

섬사이 2014-12-18 10:5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 저 JUST DANCE라는 게임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나름 열심히, 제대로, 잘 따라한다고 했는데,
끝나고 제가 춤추는 걸 찍은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걸 확인하는 순간 좌절하게 돼요.
으아아아아아, 역시 나는 몸치였어.. 저걸 춤이라고, 흉해서 못봐주겠네..하는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죠.. ㅠ.ㅠ
 

2014 서울사진축제 <서울 視 . 공간의 탄생> 전은 옆지기가 관련한 전시인데도 불구하고, 전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보기는 했지만 지인들과 함께 가서 정작 전시 작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전시장지킴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딸래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데 시간을 써버리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작품도록을 펼쳐보는데 사진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 아래 적혀있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옮기면 '전몽각, 고속도로 건설현장(영천공구), 1968~1969'라고 되어 있다. 고속도로 건설현장에 구경나온 네 분의 어르신들. 두루마기에 갓까지 갖춰 쓰시고, 논밭을 깔아뭉개서 큰길을 내는 현장에 나와 나란히 앉아 바라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어쩐지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는 순간의 장면 같기도 하고, 개발이니 발전이니 하는 걸 핑계삼아 무참히 휘두르는 씁쓸한 폭력의 현장 같기도 하고... 저 어르신들 네 분의 뒷모습이 어쩐지 짠하고 측은해 보였다.

 

 

 

 

 

이 사진은 1905년 광화문 거리다. 넓고 한적한 길, 오른쪽 아래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한 아이에게 자꾸 눈이 간다. 1905년이면 필름이 보급되기도 전, 유리건판으로 찍은 사진일 것 같은데, 아이는 사진 앞부분에 선명하게 찍혀있어서 저 걸음으로 사진 밖으로까지 걸어나올 것만 같다. 이 사진 아래에는1930년에 저 광화문 자리에 들어선 조선총독부 건물을 찍은 사진이 있다. 우리들의 슬픈 시대의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제83회 생신 축하 기념 매스 게임 사진(1958년)이다.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서 생일잔치를 벌이다니,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어이없는 발상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수도 서울을 버리고 급하게 달아난 이승만은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은데, 그런 대통령의 생신을 축하한다고 동원되어 열심히 매스게임 연습을 했을 저 학생들은 또 왜 이렇게 불쌍해 보이는 건지.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의 옛날 모습 사진도 있는데,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대학로에 대학천이라는 실개천 같은 게 있었다는 것도 그 물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날 전시를 마감하고 아들만 뺀 네 식구는 근처 더덕요리 전문 음식점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큰딸이 더덕이 들어간 삼겹보쌈을 먹고 싶다고 하고 막내는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먹고 싶었던 더덕구이를 못 먹은 게 조금 아쉽지만 배불리 잘 먹었다.  더덕구이를 먹지 못한 아쉬움을 커피로 달래려고 옆지기에게 커피까지 사달라고 졸랐다. 큰딸은 스벅을 가자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스벅커피 말고 광화문에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커피를 사달라고 했더니 테라로사로 데려가 줬다. 몇 년 전 강릉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를 찾아갔을 때 테라로사 본점에 간 적이 있었다. 빵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커피맛도 좋았다. 그 때 이미 서울에 분점을 낼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음, 광화문에 생겼었구나. 몰랐다.  지난 여름 다시 강릉 테라로사 본점에 갔을 때에는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서 주차하기도 어려워 포기하고 돌아왔었다.

 

 

옆지기와 나는 카푸치노를, 막내는 코코아를, 큰딸은 과일쥬스를 주문했다.  카푸치노는 넘 맛있었다. 진하고 향기롭고 부드럽고... 자고로 카푸치노는 이래야 하는 거야,를 보여준다고 할까. 강릉 테라로사 본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만 광화문점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아주 기다란 나무 탁자가 탐났고,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또 놀랐다. 옆지기 말로는 평일에도 항상 사람이 무지 많다고...

 

 

 우리가 갔을 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롬님 서재에 요즘 크리스마스 장식품에 대한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여기는 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분위기는 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빈에 들러서 모카라떼를 마셨다. 모카라떼를 주문한 건 세실님 서재 글에서 논어는 카페모카 같다고 한 글을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커피빈 모카라떼는 내 입맛에는 그냥 코코아 같은 맛. 커피 맛이 너무 약하고 너무 달다.... 논어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건지, 커피빈 모카라떼에 문제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카페모카에서 논어를 연상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

 

 

커피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고는 달랑 이거 하나..

아롬님 서재에 있는 멋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스벅과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 쓰고 보니 뭐 이렇게 잡다한 페이퍼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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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09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주시는 대로 제 눈도 따라가더군요!! 더구나 광화문 사진은 제 어릴 적 동네가 기억나는 듯해요. 저 어릴 적 광화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거든요~~~~. 1905년보다는 좀 더 번화했겠지만 뭐 그닥 차이가 없어 보여요;;; 제 기억을 믿을 순 없지만요~~~ㅋㅋ
1968년 이정도면 제가 이미 이 세상에서 숨을 쉬기 시작한 때인데,,,, 할아버님 모습이 정말 짠 하네요~~~ㅠㅠ 섬사이님 해설도 짠하고....ㅠㅠ
테라로사는 가본 적 없지만 한국 가면 꼬옥 찾아가겠습니다. ㅎㅎㅎ카푸치노 넘 탐나네요!! 스벅이 뭐가 좋아요?? 흔해 빠진 곳~~~그죠??? 여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니~~~ㅠㅠ(오늘 섬사이님 북플에 와서 계속 눈물 짓고 있;;;;ㅎㅎㅎ)
제 기억에 카페베네는 일찍 크리스마스 노래 하루 종일 틀어주고 장식도 했던듯 싶어요~~~. 못 믿을 기억이지만;;;;;ㅎ

세실 2014-12-09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만 생일잔치도 했군요. 황당하여라...
강릉 테라로사 가보지 못했네요.
휴점일도 많더라구요.
광화문 테라로사 가기 더 쉬울듯요^^
카페모카는 초코가 들어가니 달달하죠. 그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읽기 부담없는 책!
알찬 시간 보내셨네요~~

섬사이 2014-12-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롬님. 사진을 보며 추억에 빠져드는 분들이 많나 봐요. 전시장 지킴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딸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추억담을 들어드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더라구요. 커피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전혀 없던데, 함 카페베네를 가봐야겠군요. ^^

섬사이 2014-12-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도로에 세우는 아치에 이승만 대통령 각하 만수무강 운운 하는 글귀가 써있는 사진도 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어요. 논어를 카페모카에 비유한 건 그런 의미였군요. 세실님 덕분에 논어와 공자에 대한 관심이 모락모락 거리고 있어요. ^^

순오기 2014-12-1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진전도 좋지만 님 가족나들이가 더 좋은데요. 아들이 빠져서 아쉽지만...^^
우린 다섯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살아 꿈꿀 수 없는 풍경이라 더 그런가 봐요.ㅋㅋ

섬사이 2014-12-15 01: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족이 다 모이기는 점점 어려워지네요.
저희는 그나마 늦둥이 막내 덕분에 한번씩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늦둥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그나마도 힘들겠죠?
 

추운 날씨.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좀 애잔스럽다. 그림책 <엄마 마중>에서 추운 겨울날 전차 정거장에서 코끝이 빨개진 채로 엄마를 오래오래 기다리고 있던 꼬마 생각이 나곤 한다. 겨울 버스정류장, 추위에 어깨를 잔뜩 옴추리고 발을 동동거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옆엔 그 꼬마가 서 있는 것 같다.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꼬마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금방 올거야"하고 말을 걸면, 나혼자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왜 운전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난 운전면허도 없다고 하면 다들 좀 놀란다.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건, 내가 길눈이 어둡고 겁이 많아서다. 조수석에 앉아 차를 타고 가다가도 옆에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면 바퀴 속으로 우리차가 빨려들어갈 것만 같고, 옆에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운전자보다 내가 더 놀란다. 그러니 내가 운전을 하면 서울시내 교통체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내가 지목되고, 수배령이 내려지고, 결국은 체포되어 면허는 취소되고, 서울에서 추방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운전을 하게 되면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오직 운,전,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싫어서다. 바깥 풍경을 샅샅이 볼 수도 없고, 누가 내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맛있는 걸 먹기도 힘들고, 장난을 치거나, 잠을 잘 수도 없고,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이런 이기적인 이유로 나는 운전면허따기를 포기하고 살고 있다.  그러니까 버스정류장에 서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버스를 기다리는 것쯤은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함께 기다려주는 <엄마 마중> 꼬마도 있으니까 그럭저럭 할만 하고, 게다가 너무 춥다 싶은 날이면 외출을 안하고 버텨도 된다. 전업주부의 특권이다.

 

지난 금요일 아침, 도서관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버스 창문 밖으로 햇빛만 보고 있으면 마치 봄 같았다. 훈훈한 바람이 불고 며칠 있으면 나무에 새싹이라도 돋을 것 같은 햇빛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고, 사람들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종종 걸음을 하고 있었다. 겨울잠 자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요 며칠동안 늘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생각을 했다. 더구나 요즘 읽고 있는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라는 책에서 이런 글도 읽은 참이었다.

 

겨울에는 침묵이 눈에 보이는 어떤 것으로 존재한다. 눈은 침묵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침묵인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은 눈에 점령당했고, 하늘과 땅은 순백의 침묵의 가장자리에 불과하다.

눈송이들은 허공에서 서로 만나 그 자체가 이미 침묵 속에서 하얗게 변해버린 땅 위로 함께 떨어져내린다. 침묵이 침묵을 만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길가에 묵묵히 서 있고, 인간의 말은 침묵의 눈으로 덮여 있다. 인간에게서 남아 있는 것은 그 모습뿐이다. 그 모습은 침묵의 이정표 같다. 인간은 가만히 서 있고, 그 사이를 헤치며 침묵이 나아간다. (114쪽)

 

그러니까 겨울의 제맛은 침묵이다. 인류가 겨울잠 자는 습성을 가지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파티를 벌일 것이다. 고요하고 편안한 겨울잠을 빌어주며, 새봄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담요와 푹신한 베개를 선물할지도 모른다.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겨울잠에 빠져들면 비로소 세상은 평화롭게 침묵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워질까. 사람들은 잠을 자느라 그 광경을 보지 못하겠지만, 겨울잠을 자지 않는 새와 물고기와 동물들은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인간들이 잠든 사이에 자기들만의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내겠지.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사람들이 하나 둘 깨어날 것이다. 겨울잠에서 깬 사람들은 자기가 깨어났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베란다에, 지붕에, 창문에 노란색이나 분홍색 리본을 단다. 나는 겨울잠에서 깨어 베란다에 리본을 달면서 이웃 중 누가 잠에서 깨어났는지 리본을 보고 알아내려 할 것이고, 가까운 이웃집 베란다에 걸린 리본을 발견하면 반갑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일찍 깨어난 사람들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기다리며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면서 오랜 잠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것이다. 그렇게 봄은 진정한 의미의 축제같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다.

 

따뜻하고 행복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문득, 만약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도 있을 터였다. 겨울이 오기 전에 노인들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다시 새봄을 볼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 이별의 말을 준비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죽음만큼 깊은 겨울잠에서 죽음의 세계로 쉽게 훌쩍 건너가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노인의 가족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노인이 돌아올 수 없는 아주 깊은 침묵의 세계에 빠진 것을 알고 베란다에, 창문에, 지붕에 검은 리본을 단다. 그러면 이웃 사람들은 그걸 보고 슬퍼하며 진심어린 애도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상상은 인간의 선함을 믿고 할 수 있는 상상이었다. 인간의 겨울잠에 대한 상상은 나쁜 쪽으로도 이어졌다. 누군가, 사람들이 모두 겨울잠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나쁜 일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겨울잠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이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잠을 잘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겨울을 기다렸다가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 겨울과 여름이 반대인 북반구와 남반구는 어떨까. 결국, 인간은 겨울잠을 잘 수 있는 평화로운 족속이 못되기 때문에 그 쪽으로 진화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우리를 믿을 수 없어서.

 

결국 한겨울에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칼날같은 눈바람 속을 헤매고 다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구석기 시대, 혹은 그보다 전에 살던 인류의 조상들의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거다.  버스에서 내려 도서관으로 가는 길,  나는 내가 곰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면서 차가운 겨울 속을 열심히 걸었다. 곰은 물러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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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즈음부터 우리집에 TV가 없다. TV가 사라진지 3주가 되었는데, 큰애들 둘은 TV가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을 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노트북이 있으니까, 자기 방에서 노트북으로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아, 아니다. 가끔 아들녀석이 TV를 아쉬워한다. 얼마전 자기 용돈을 털어서 산 PS4를 하고 싶은데 TV가 없어서 못한다나 뭐라나.

막내가 가장 심심해 한다. 날이 추워져서 나가 놀기도 마땅치 않고, 해도 일찍 지고, 게다가 점점 같이 놀 친구가 없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바빠지고 있다.  친구 만나게 해주려고 학원 보낸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만, 막내는 일주일에 두 번 영어 교습을 받으러 가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든다. 자기는 자유가 중요하다나..  암튼, TV가 없어서 더욱 심심해진 막내가 요 며칠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어느 분이 아이들 책 읽기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TV가 켜지면 책은 멀어진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 말이었나 보다.

요즘 우리 막내가 읽고 있는 책은

 

 

 

 

 

 

 

 

 

 

 

 

 

 

학교 도서관에서 지가 골라 빌려온 책인데 하나같이 비문학 책들이다. 어려서도 옛이야기를 읽어주면 시큰둥하고, 도감류를 좋아하더니.. 우리 막내는 비문학파였나 보다. 큰딸은 그런 동생을 보고 자기랑 똑같다며 신기해 한다.  

 

12월 13일 쯤에 서울역사박물관에 차출되어 나갔던 우리집 TV 2대가 다시 돌아온다. 남편의 회사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서울사진축제 서울 視 . 공간의 탄생의 시행을 맡았고, 전시에 TV가 필요해지자 우리집 TV까지 갖고 나간 것이다. 전시는 12월 13일에 끝나고 우리집 TV도 돌아올 텐데, 그것도 한 대는 더 큰 것으로 바뀌어 올지도 모르는데, 난 지금 이 상태가 맘에 든다.  책 읽는 우리 막내의 모습을 더 오래 보고 싶다.

 

**

 

오늘 2학년 아이들 책놀이교실을 하러 도서관에 갔다.

한 아이가 시간보다 일찍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내 나이를 묻길래,

"나, 나이 많은데?" 했더니,

"정말요? 우리 아빠보다 많아요?" 한다.

"아마 그럴걸?"

"우리 아빠가 서른 여덟살인데... 그럼 마흔도 넘었어요?"

"그럼, 당연하지."

"정말요?"

아이가 놀란 듯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막 웃기 시작했다.

"OO야, 너 유진 샘 알지?" (큰딸은 도서관에서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에서 봉사하며 선생님을 했었다)

"네."

"유진 샘이 대학생인 것도 알지?"

"네"

"대학생이면 나이가 몇이야?"
"스물도 넘었죠."

"그래, 근데 유진 샘이 내 딸이잖아."

"어? 정말 그러네? 그럼 마흔도 훨씬 넘었겠네!"

하더니만 아예 책상에 벌렁 누워서 크게 웃어댔다. 뭐가 그렇게 웃길까? 아마 아이에게는 자기 아빠가 굉장히 크고 나이 많은 어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할머니' 같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지고 볶고 하며 책놀이교실을 함께 했던 선생님이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하긴 나도 내가 이 나이에 이르렀다는 게 신기하고 어이없고 이상하긴 하다. 그래서 아이랑 같이 웃었다.

 

***

 

남편이 5년만에 노트북을 바꿨다. 음.. 얇고, 가볍고,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든다고 내 저렴한 노트북과 바꿔주지는 않을 게 뻔하니까 별 관심 없는 척 했다. 흥!  조금만 일찍 바꿨으면 내가 노트북을 사지 않아도 됐을 텐데.. 난 인터넷 되고 한글이랑 엑셀이랑 파워포인트만 돌아가면 돼서 5년 중고 노트북이라도 괜찮았는데.. 아깝다. 막내가 남편이 쓰던 노트북을 탐내고 있는데, 어림없는 소리! 라고 단칼에 잘랐다. TV도 돌아오는데, 고물이라도 노트북까지 있으면 책은 영영 안녕~ 이 되어버릴 게 너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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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4-12-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TV좀 없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희집은 애들보다 신랑이 더 좋아해서 아마 그런일이 없을거에요-_-
나의 나이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될수 있다는게 저도 재있네요.ㅎㅎ

무스탕 2014-12-05 13:09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에 북플로 댓글을 적었는데 비밀댓글로 저장이 됐네요?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_-a
그래서 제 맘에 비밀스러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비밀해제 ^^

섬사이 2014-12-07 09:10   좋아요 0 | URL
저희집도 신랑이 TV를 너무 사랑해요.
집에 들어오면 TV부터 켜고 TV소리가 일상의 늘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는 걸 좋아해요. ㅠ.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아이들에게 독서의 시간을 돌려주고 싶은데 노트북, 스마트폰, TV를 다 없애기에는 제가 결단력 부족입니다! ^^;;
막내가 비문학을 좋아한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하네요. 저희 아이 둘은 엄마가 책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것과는 너무 상관없이 책들을 안좋아해서요. 반작용일까요?ㅎㅎ

섬사이 2014-12-07 09:13   좋아요 0 | URL
저도 결단력 부족이에요.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고딩 졸업 전에는 안되는 게 우리집 원칙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TV는.... 특히나 남편이 TV시청을 즐기는 편이라서요.
막내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책읽기보다는 나가서 노는 걸 훨씬 더 좋아해서 책은 어쩌다 가끔, 심심할 때만 읽어요. ^^

다락방 2014-12-0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문학을 즐겨 읽는 어린이라니. 크- 뭔가 아우라가 느껴지네요. 멋져요! >.<

섬사이 2014-12-07 09:19   좋아요 0 | URL
그거, 좀 문제있는 거 아닐까요?
아이는 천성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비문학이라니!!!!!
저는 좀 의아하고 당황스러웠거든요.
아이가 읽는 비문학이라는 게 주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책인데요,
이야기에서 길어올릴 수 있는 수천수만가지 의미와 재미와 상징과 가치들에 아이가 충분히 젖지 못하고 자랄까 봐서요.


순오기 2014-12-0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가 켜지면 어른이 나도 책을 안 읽어요. 혼자 있으니 밤에는 사람소리가 그리운지 TV를 켜게 되고...ㅠ
다행히 오늘은 지금까지 TV를 안 켰는데....이제 켜보려고요.ㅋㅋ

아이들이 가늠하는 나이가 많다는 건 자기 부모 기준이겠구나 싶어서 나도 막 웃었네요.
그럼 애들에게 나는 할머니로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흰머리 더 보이기 전에 코팅 한번 더 해야지...

비문학을 보는 막내가 넘 부러운대요. 우린 애들 다 타고난 문과생이라 비문학분야는 수능에서도 약하던걸요.ㅜ

섬사이 2014-12-07 16: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그래요. TV는 정말 막강한 힘을 가졌어요!!!
흰머리는... 저도 오늘 염색을 해야 하나...하고 있던 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