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화났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가 화났다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부터 표지가 심상치않았다.  위협적인 엄마의 그림자 속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아이와 붉은 색으로 뜨거운 불기운을 느끼게 하는 '화'라는 글자는 이 책의 제목과 적절하게 어울리지만 저 꽃무늬 바탕은 뭐지?  노란 바탕에 주황빛 꽃무늬가 아래 부분으로 갈수록 시커멓게 그 빛깔을 잃고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언발란스하잖아?  엄마에게 야단맞는 아이의 마음이야 얼음처럼 굳어버리겠지만 화가 나서 야단치는 엄마의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격정의 회오리는 뜨겁게 끓어오르다 못해 대폭발, 바로 그건데, 꽃무늬가 웬말인가 말이다. 게다가 격정의 회오리가 지나간 다음에 엄마가 겪어내야 하는  비참한 후회의 마음은 또 어떻고...  그건 정말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감정일게다. 나자신에 대한 모멸감, 수치심, 슬픔, 미안함.. 그런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내가 왜 그랬던가, 후회하며 자기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지는.  그런데 꽃무늬라니...  하고 의아해하며  그림책 속 엄마를 살펴보니 표지 바탕과 똑같은 꽃무늬 치마를 입었다. 엄마의 치마에 무슨 의미라도?  그림책 속 엄마의 치마를 눈여겨 봐야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조절에 실패한 엄마의 모습도, 화내는 엄마 앞에서 쪼그라든 아이의 모습도 둘 다 썩 내키지 않았다.  유타 바우어의 <고함쟁이 엄마>라는 그림책이 있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덜컹! 했던 그 느낌을 이 책을 읽고 다시 경험하게 될까봐 조금 두렵고 불편했다.  <고함쟁이 엄마>에서는 조각나 흩어져버린 아이를 엄마가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모아서 아이를 온전하게 되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이 책은 어떤 결말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로 쉽게 건너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산이라는 아이도 자장면을 먹으면서, 얼굴을 씻으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틈에 상상의 세계로 건너가 버린다. 자장괴물이 되기도 하고, 거품나라에서 놀기도 하고, 상상의 그림은 종이를 넘어 벽으로 바닥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상상의 세계를 잊고 현실 속 문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가기 급급한 엄마와 아이의 상상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엄마는 아이를 이해하기 보다 아이의 상상이 벌여놓은 문제들을 해결할 일이 골치아픈 거다.  엄마 대폭발.  산이는 엄마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가슴이 뛰고 손발이 후들거리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공포에 휩싸이다가 그만 사라져 버린다.    

정말 그렇다.  엄마가 감정조절에 실패해서 아이에게 지나치게 화를 낸 후 아이는 변한다. 본래 내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축 늘어진 어깨와 풀죽은 표정, 자신없는 말투, 엄마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는 눈빛... 그제서야 내가 더 참아야 했다는 걸, 적어도 그렇게까지 감정적이 되지는 말아야 했다는 걸, 아이에게 내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나도 내 아이의 사랑을 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걸, 기운없이 축 늘어져 얌전한 것보다 말썽을 부리더라도 씩씩하고 밝게 웃는 본래 내 아이의 모습이 더 좋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그림책 속 엄마도 산이가 사라진 후 쓰디쓴 후회를 맛 본다.  엄마의 사랑을 잃은 아이만큼이나 아이의 사랑을 잃은 엄마도 비참하다.  

 

 

 

 

 

 

 

 

 

 

 

 

 

 

 

  

엄마는 산이가 상상하던 세계로 건너간다.  산이가 자장면을 먹으면서, 비누로 거품을 내어 얼굴을 씻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상상했을 그 세계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산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산이가 했을 상상의 세계를 엿보기란 쉽지 않아서 '허허벌판을 지나, 높고 낮은 산을 넘'고 '부글거리는 거품 호수를 건너'고, '가파른 절벽을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산이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쉽게 건너갈 수 있는 상상의 세계가 어른에겐 이다지도 닿기 힘든 곳이란 뜻일까.. 그러니 좋은 엄마가 되기란 이렇게 쉽지가 않다.  아이를 따뜻하게 이해하고 감싸안아줄 만큼 넓고 깊은 품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가끔 도 닦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림책 속 산이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를 거친 건지도 모르겠다.  흠..  좋은 엄마라서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좋은 엄마가 되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때론 아이가 내가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엄마로서 당연하면서도 참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산이 엄마가  허허벌판과 높고 낮은 산과 부글거리는 호수와 가파른 절벽을 지나간 것처럼 그렇게 하라고, 자꾸 잔소리를 해댄다.  

엄마의 치마는 그 고운 빛깔을 잃고 잿빛이 되어버렸다.  엄마란 사람은 아이로 인해 빛나는 사람이니까.  산이 엄마는 주저앉아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 때 사라진 산이가 돌아온다.  엄마의 치마자락을 들추고 엄마를 부르며 나타나는 산이.  엄마의 치마는 고운 빛깔로 돌아오고.  순간 찌리릿, 가슴이 저렸다.  상처받은 아이에게 본래의 밝은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눈물로 사과하고, 더 깊은 사랑으로 채운 엄마의 치마폭 안에서 아이는 자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꽃무늬 바탕, 그건 엄마의 '화' 너머에 펼쳐진 사랑의 의미였나 보다.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격렬하고 심한 상처를 남기는 '화'를 덮어 잠재우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랑 말이다.   

아이와 엄마의 아름다운 화해의 장면이다. 넓게 펼쳐진 꽃무늬 치마가 예사롭지 않다. 뜬금없이 치마를 하나 사입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내는 늘 바지만 입는 엄마가 좀 불만스럽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늘거리고 폭이 넓은 치마를 하나 사서 치마 자락에 아이를 확 감싸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 책을 읽고서도 난 어느 날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낼 것이다.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소리죽여 울테지. 그런 아이를 보며 난 또 참지 못하고 폭발한 내 자신을 한심해할 게다.  그럴 때 잊지않고 내 치마 폭을 활짝 펼쳐 아이를 감싸줄 수 있기를, 내 사랑의 폭이 아이의 상처를 덮어주고도 넉넉하게 남기를,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면처럼 늘 화해와 사랑의 포옹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08-0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도같은 엄마의 감정을 겪어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군요.
아이한테 화를 낸 후에야 몰아치는 그 참담한 심정~ 저도 알아요.ㅜㅜ
엄마의 치마폭이 그리워지네요.

섬사이 2011-08-09 14:30   좋아요 0 | URL
엄마가 되고 나서 알았어요.
아이를 야단치고 나면 엄마 속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지.
엄마의 치마폭, 그거 참 따뜻한 기억이겠죠?
전 항상 바지만 입는데, 당장 고무줄치마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

하늘바람 2011-08-09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저도 태은이 혼내고 내내 속상했던 마음이 떠오르네요,
저도 읽은 책인데 어쩜 이리 리뷰를 잘 적으셨대요

섬사이 2011-08-09 14:33   좋아요 0 | URL
엄마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다 경험하는 마음 아닐까요?
첫애는 특히 더 많이 야단치고 혼내고 화내며 키웠던 것 같아요.
첫아이라 기대가 큰데다가 아직 미숙한 초보엄마였으니까요.
그런데 셋째에게도 화를 내고 있는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ㅠ.ㅠ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반양장)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그 다음 날로 다 읽었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니 막막했던 책이다.  결국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작정하고 앉았는데도 여전히 막막하다.  어려운 책이냐고?  아니다. 살림하고 아이 쫓아 다니고 이것 저것 볼 일을 봐가면서도 책을 펼치고 얼마 걸리지 않아 다 읽을 정도로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수월하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왜?  곰곰 생각해보니 특별히 너무 친절한 책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이 책에는 건널목 씨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빨강, 초록의 동그라미가 그려진 공사장에서 쓰는 노란 안전모에 펼치면 횡단보도가 되는 카펫을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니면서 무단횡단이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위험한 도로에 즉석 횡단보도를 만들어서 아이들의 등하교길을 안전하게 돕는 인물이다. 건널목 씨는 아리랑 아파트 후문 앞 도로에서 위험하게 길을 거너는 쌍둥이 형제와 만나고 나서는 매일 그 곳에 카펫 횡단보도를 펼치고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아리랑 아파트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사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쌍둥이 형제가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도와주고 나서는 105동 주민들의 배려로 빈 경비실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아빠의 불화를 견디지 못할 때마다 집을 나와 외롭게 앉아 있는 도희, 집을 떠난 엄마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태석이와 태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 특히 물질적인 부와 풍요가 삶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칫 돌아보기 어려운 가치들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너무 친절이 과했다고나 할까.  책 속에는 등단한지 7년이 되도록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지내는 작가 오명랑이 등장하는데 건널목 씨에 대한 이야기는 오명랑 작가가 가족들의 눈치를 못이기고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열어 그 교실을 찾아온 세 아이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명랑 작가는 건널목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하면서 이런 결심을 한다.  

 독자들에게 가슴을 열지 않은 작가라니.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새로 만날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마음으로 대한다면......  안된다. 진심!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부터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닫아 놓고 입으로만 하는 이야기, 그러면 안 된다. (14쪽)

이 때만 해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펼쳐질 진심어린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쌍둥이 형제를 돕다가 건널목 씨가 불량배들에게 몰매를 맞는 부분에서 작가 오명랑은 흥분해서 이야기 한다.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그러면 안 되잖아. 어른이잖아!"
-중략-
"내 말은, 어른은 때리면 안 되고 아이들은 때려도 된다는 게 아니야. 누구든 함부로 때리면 안 된다는 거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사람을 때려?" 
-중략-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폭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그렇다는 거야."  (50쪽)

이 부분부터는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옳은 말이고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거듭 설명을 해줘서야 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지 않나.  나는 마치 작가의 웅변을 듣는 기분이었는데, 아이들은 감명을 받으려나?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달라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걸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나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77쪽) 

건널목 씨에 대한 인물평까지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부분이다.  이야기가 현재 시제의 작가 오명랑의 이야기 듣기 교실과 과거의 건널목 씨 이야기가 번갈아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저런 친절한 설명과 정리가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하는 걸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뒷편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읽고 난 독자의 느낌까지도 찾아낼 수 있었다.  

때로는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요. 어른들도 부족한 게 많아 번쩍 안고 원하는 곳으로 옮겨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덜 힘들게 덜 아프게 덜 무섭게 그 시기를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이 되어 줄 수는 있습니다.  친구라도 좋고 이웃이라도 좋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고,누군가 먼저 내민 손을 잡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그렇게 살았으면 합니다. (175쪽) 

책을 읽은 내가 치밀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이 책을 읽어냈다면 작가가 보태어준 친절을 넘어서 더 많은 느낌과 생각을 발견하고 따라갈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결국 유감스럽게도 난 그러질 못했고 작가의 친절을 핑계삼아 '난 그냥 작가의 친절에 기대서 아무 생각없이 읽었어요.'라고 고백하고 있는 흉한 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책이 별로라고 오해는 마시길.  책은 재미있고 앞에 얘기했던 것처럼 아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때론 가슴 찡하게 다가오기도 하니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1-06-15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리한 리뷰였습니다.

섬사이 2011-06-30 07: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라는 댓글을 분명히 달았었던 것 같은데,
왜 사라졌을까요..ㅠ.ㅠ
아무튼, 다시 한 번 더 고맙습니다. 꾸벅

마녀고양이 2011-06-1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수긍이 무척 가는 리뷰예요.
설명을 한다는 것, 정리를 해줘버리는 것은
선입견이나 주장을 내세우는 것, 따로 판단할 여지를 빼앗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친절한지 모르겠다는 생각두요.. 오눌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을 읽고 나니 더욱 그래요.

섬사이 2011-06-27 15:28   좋아요 0 | URL
틀림없이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것도 독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가끔 아이들에게서 나보다 강한 면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이라니.. 어쩐지 시큼한 맛이 혀끝에 맴돌아요. ^^

순오기 2011-06-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날새면 이 책이 우리집에 도착할 거 같은데...
작가가 자기 목소리를 지나치게 들려주면 역효과가 있지요~ ^&^

섬사이 2011-06-27 15:29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해요.
제가 서재에 발길이 뜸한 사이에 벌써 읽으시고 리뷰를 올리신 건 아닐지..
빨리 확인을 해보고 싶은데, 지금도 잠시 들어온 거라.. ㅠ.ㅠ

2011-06-29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30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기가 된 아빠]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기가 된 아빠 살림어린이 그림책 20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노경실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미국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를 닮은 존의아빠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동안의 외모를 가진 인물.  '내가 나이보다 좀 젊어보이는 편이구나'하고 그냥 겸손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이 아빠는 동안의 외모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즐기는 인물이다.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을 즐겨입고, 머리 모양도 자주 바꾸고,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고, 커다란 방에 자기 장난감을 가득 채워놓을 정도인데다가 더 젊게 보이고 싶어서 자전거 운동을 하고, 거울 앞에서 멋 부려대며 애를 쓴다.  

 

 

 

 

 

 

 

 

 

그 쯤이라면 나름의 개성이라고도 취향이라고도 봐 줄 수 있고, 험한 세상에서 삶을 즐기는 한 방법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자기 부인에게 "여보, 당신도 조금 더 젊게 꾸며보는 게 어때?"하며 잘난 척을 한다거나 조금이라도 아프면 이불 뒤집어 쓰고 엄살을 떠는 건 심하게 짜증이 날 것도 같다. 젊어보이는 외모를 젊게 유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아빠는 어느 날 저녁 '젊음을 돌려드립니다'라고 쓰인 음료수 한 병을 다 마셔버리고는 다음 날 아침 아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젊어지고 싶어 하더니, 진짜로 소원을 이루었네." 존의 엄마는 아기가 된 아빠를 바라보며 쓸쓸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어쩐지 이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버버버'거리는 옹알이를 하고 음식을 흘리는 남편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 바람을 쐬어주는 기분은 어떨까.  이 참에 머리에 알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너무나 젊어지고 싶어하던 아빠가 아주 아기가 되어버려서는 존이 기저귀를 가져다 줘야 하고, 놀아줘야 하는 아빠,  변기에 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아빠가 존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좀 얄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아빠는 몇 시간 단잠을 자고나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니 완벽하게 돌아오진 못하고 머리카락 한 가닥이 하얗게 변한 채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잘 읽으려면 글 뿐 아니라 그림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글의 내용은 아기가 되어버린 철없는 아빠를 존이 바라본 이야기지만 그림은 따로 살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첫 부분 오른 쪽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만만 좀 시건방지다 싶은 썩소를 짓고 있는 아빠의 표정은 10대 청소년, 그 중에서도 좀 튀어보이고 싶어 기를 쓰는 아이같은 옷차림이나 유별난 헤어스타일과 연관지어 보지 않아도 좀 비호감인데다가 '어른다움'(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연륜이랄까 후덕함이랄까 하는 것들이 어른다운 거라면) 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존의 아빠 속에 내재된 유아적 성향은 아기로 변하기 전인 아빠를 묘사한 그림 속에서도 암시된다.   

거꾸로 가는 시계, 벽에 걸려 있는 가수의 그림에서 기타의 끝 부분이 젖병꼭지로 되어 있는 것, 그리고 아빠의 장난감이 진열되어있는 방에서도 암시의 그림은 계속 발견된다. TV 속의 피터 팬, 트로피 속의 젖병, 파이프 담배에 꽂혀있는 젖병꼭지, 당구대 위에 있는 공 중에 하나는 장난감 공인 것 같고, 하다못해 술병입구, 붕어 입, 현관문 손잡이, 침대기둥에서도 졎병꼭지를 찾아볼 수 있다.  아빠가 싸이클을 타고 있는 장면 바닥에는 딸랑이로 보이는 장난감이 놓여있으니 아기가 변해버리기 전부터 아빠는 속으로는 이미 유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기가 된 다음엔 이불 무늬까지 바뀌어버리지만.

아이들에게 아빠가 '다 큰 아기'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요즘은 친구같은 아빠들도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아빠는 엄마보다는 어렵고 까다롭고 위압적인 존재일 텐데, 그런 아빠를 아들보다도 철없고 아기 같은 모습으로 그려놓은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을 가질까. 눈치챌까? 어른들도 때론 어리광부리고 마음껏 울고 엄살을 떨어도 괜찮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걸.  난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내 안에 남아있을 유아기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존의 아빠처럼 아무리 용을 써도 어쩔 수 없는 법.  흰머리는 점점 더 많아지고, 피부는 푸석하고 칙칙해져가고, 갈수록 어른 노릇이 점점 버거워져간다.  존의 아빠도 나이 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점점 더 저항하기가 힘겨워질 테니, 어쩐지 하얀 머리카락 한 가닥에 난감해하는 모습이 측은하다. 다시 어른으로 돌아온 아빠가 누워있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액자 속 그림..  아기로 변한 아빠가 하얗게 널부러져 누워있는 여자의 배 위에 올라 앉아 있고, 침대 옆 탁자에는 젖병이 놓여 있다. 뒤의 커튼 사이로 상상의 동물 용이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아기 같은 아빠에게 지쳐버린 엄마의 모습인 것 같아 그것도마음이 짠하다. 이 그림책 속에는 액자 속 그림이 여러 개 등장하는데, 무척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에서 말했던 그림 속 록음악 가수는 누구일지, 곳곳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그 출처가 어디일지, 분명 어딘가에서 원작을 찾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요즘 이것저것 손댄 일들이 많은 탓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은 간혹 글의 내용보다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꼼꼼히 살피고 읽어야 하는 그림에서 더 재미를 느낄 때가 많다.  이 책도 그런 즐거움을 안겨 준 책인데, 앤서니 브라운의 다른 그림책들과 비교해보면 글쎄 그렇게 잘 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 <동물원>, <헨젤과 그레텔>, <돼지책>, <고릴라> 등에 등장하는 아빠들과 비교해보면 새롭고 참신한 아빠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 같아서(여전히 대책없이 한심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어보이지만 조금 더 발랄하고 가볍다는 점에서) 그 점은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보기엔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와 가장 가까운 모습의 아빠일 수 있으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1-06-1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빠가 좀 오버했네요. 아빠가 애기라니 아 싫다 싫어.... ㅎㅎ
하긴 가끔은 옆지기를 애 하나 더 키운다는 심정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섬사이 2011-06-15 15: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옆지기가 큰아들 같을 때가 종종 자주 왕왕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고집이 센 아들이죠. ^^;;

아영엄마 2011-06-1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리뷰 잘 봤어요. 글을 참 잘 쓰셔서 님 리뷰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되네요.
참, 리뷰에 그림 속의 기타리스트를 궁금해 하시길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 중에 "지미 헨드릭스"라는, 젊은 시절에 요절한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있거든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검색해 보니 [ Woodstock ]이라는 앨범 제킷 사진의 모습이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 때 화려한 의상도 즐겨 입었다고 하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70786

섬사이 2011-06-27 15: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영엄마님.
지미 헨드릭스라,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예요.
알려주신 주소대로 찾아가 보겠습니다. ^^
 
출동 119! 우리가 간다 - 소방관 일과 사람 3
김종민 글.그림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방서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건물 중에 하나가 아닐까.  강렬한 빨강의 커다란 차들이 번쩍번쩍 빛을 반사하며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그 곳은 뭔가 대단한 일이 진행중일 것만 같다.  게다가 TV에 종종 보이는 소방관이나 구급대원들의 모습을 보라.  영화 속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각박하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영웅다울 뿐아니라 숭고해보이기까지 하니 소방서야말로 마치 비밀에 싸인 신비의 공간 같다. 마치 슈퍼맨이나 베트맨의 비밀기지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소방서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결계가 쳐진 장소같다.  

책을 일일이 다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소방관에 대해 이만큼 자세하게 소개한 책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소방서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소방서 최고 미남'이라는 김영민 아저씨가 소개하는 소방서 이야기는 일곱 살 딸아이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만큼 참 잘 엮어졌다.  시시콜콜하다고 생각될 만큼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모습들(출퇴근, 회의, 상황실의 모습, 휴식시간 등)과 소방차들의 종류, 출동할 때의 모습, 소방도구들과 장비들, 그리고 당연히 소방관들이 하는 일까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글의 흐름이 어지럽다거나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예를 들어 소방관들의 아침회의 모습을 보면, 24시간씩 교대근무하는 소방관들이 아침에 다함께 모여 회의를 한다.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소방관은 방화복을 입고 참석하고, 퇴근할 소방관들은 활동복 차림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 있다. 그리고 소방서 내부의 전경이 그려져 있는데 이 때 소방차들의 종류(지휘차, 탱크차, 굴절사다리차, 고가사다리차, 펌프차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고, 소방차들 뒷편에 있는 장비들 (방화복, 수관, 미끄럼봉, 공기호흡기)까지도 챙겨 설명하고 있다. 아이에게 본문의 글을 읽어준 다음 다시 작게 설명된 글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어주는데, 그 다음 장에 소방장비를 살피는 장면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식이다.

  

 

앞에서 말했더 것처럼 신비에 싸인 비밀스러운 곳처럼 여겨지는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잠시 휴식하는 시간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소방관들이 슈퍼맨스러운 모습을 벗어버린 인간다운 면모를 발견하고 친근함을 느꼈고, 딸아이도 긴장을 풀고 소리내어 웃어댔다.  소방관들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멀리 갈 수가 없다.  언제 출동하게 될 지 모르니 소방서 내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고, 휴식시간에도 동료들과 운동을 하거나 체력단련을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소방관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족구를 하는 모습이다.  그 뒷편 건물 창문을 통해 컴퓨터를 하는 소방관,  헬스를 하는 소방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소방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방관들이 보인다.  물론, 우리 막내를 웃게한 소방관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소방관이다.  '따르르르르릉~~'하고 출동벨이 울리자 족구를 하던 소방관들을 물론이고 모두 서둘러 출동하는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소방관도 후다닥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던 것.  없어서는 안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존경스러운 소방관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영웅시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들의 자기 일에 충실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웃음이 나면서도 뭉클한 장면이기도 했다.  영웅이라서 소방관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소방관들도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용감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돌아올게!"라고 주문을 걸듯이 스스로 다짐하는 평범한 일상을 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남자 아이들이라면 소방관들이 쓰는 소방도구와 구조에 쓰이는 도구들에도 큰 관심을 보일 것 같다.  막내는 여자아이인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구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권윤덕 선생님의 <일과 도구>라는 책이 생각났는데 그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도구에 대한 설명이 책 뒷편에 사전적인 설명으로 작게 적혀있어서 아이에게 설명해주기가 난감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계획과 의도가 서로 다른 책이라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도구에 대한 설명만 보자면 이 책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되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일과 사람'시리즈의 세번째 책인데, 책 사이에 끼어온 이 시리즈에 대한 설명지를 살펴보니 중국집요리사부터 우편집배원, 어부, 채소장수 등 그럴듯하게 폼나는 직업들 보다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될 것 같다.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마음이 따끈해지는 시리즈인 것 같아서 계속 관심을 두게 될 것 같다.  이런 책들을 아이들이 읽으며 자란다면 묵묵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까.   

막내는 버스를 타고 도서관 가는 길에 늘 만나던 소방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 책으로 많이 해결했다.  다음에 소방서를 지나갈 때면 예전과는 다르게 좀 아는 척을 하지 않을까?  "엄마, 저기 펌프차 있다~~", 뭐 이러면서 말이다.  어쨌든 소방서와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건 사실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6-1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 어렸을때, 소방서 구경 참 자주 가고 장난감 소방차 참 많이 사줬었는데요.
기간을 좀 더 길게 잡으면...폼 나는 직업의 기준이 바뀌어 있지는 않을까요?

섬사이 2011-06-14 17:5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폼 나는 직업의 기준이 바뀐다면 참 많은 것들이 바뀌겠지요?

2011-06-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가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블로그로 데려가려고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섬사이 2011-06-14 17:54   좋아요 0 | URL
예,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로 제 리뷰를 데려가시려는 건지.. ???

꿈꾸는섬 2011-06-1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잘 지내시죠?
덕분에 흙살림 알게 되어 요새 흙살림에서 유기농 농산물 받아서 맛있게 먹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참 유익한 책이겠어요. 정보 고마워요.^^

섬사이 2011-06-14 17:53   좋아요 0 | URL
아하~ 꾸러미 회원이 되셨군요.
전 가지를 잘 안 해먹는데, 저번 주에 가지가 와서 애호박이랑 새송이버섯이랑 같이 볶아서 먹었어요.
꾸러미 덕분에 골고루 반찬을 해먹고 있다고나 할까요. ^^

2011-06-1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5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6-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좋아요, 사계절 마인드가 감지되는 시리즈라고 생각하지요.^^
3권은 아직 안 샀어요~~ 소방관은 사내 아이들의 로망!!

섬사이 2011-06-27 15:30   좋아요 0 | URL
사계절 마인드, 확실히 그게 느껴져요.
저는 1, 2권이 없어요. ^^
 
일기 쓰고 싶은 날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유치원총연합회 선정도서, 학교 도서관 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1
타쿠시 니시카타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일곱 살 딸의 일기를 공개한다.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딸 아이의 일기를 공개하자니 딸에게 좀 미안하지만 이 책을 아이와 읽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딸아이의 일기에 있으니까 전후사정을 이야기하면 딸아이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대책없는 낙관론을 줏대있게 밀고나가기로 했다.

 
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제목  생활
아침에일어나서세수을하고밥을먹고이을닦고옷을입고머리을빗고가방을매고비옷을입고신발신고버스가서면타고유치원에와서비옷을벗고반에들어와서컵을꺼내고수저을꺼내고계획하고손씻고논다간식먹고책을본다이야기나누기하고점심을먹고논다간다엄마랑같이논다 
 

누가 쓰라고 시키지도 않았건만 선물로 받았을 게 분명한, 디즈니 공주들이 총출동한 요란스런 표지의 그림일기장을 어딘가에서 찾아 꺼내와서는 방바닥에 절하듯 엎드려 연필로 꼭꼭 눌러쓴 일기다. (그런데 '일기'라는 글쓰기 형식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다 쓰고서는 가져와 나에게 자랑스럽게 내밀었는데, 깍두기 공책 칸칸마다 나름 정성을 기울여 쓴듯한 글씨들과 또 어쨌든 시키지도 않은 일기를 쓴다고 꽤 긴 글을 쓴 그 노력에 감동했다. 하지만 솔직히 일기의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용은 물론이고 무참하게 무시당한 맞춤법과 띄어쓰기에도 차마 지적질을 하고 싶진 않았다. '아이가 쓴 글에 지적질하지 않는다'는 첫아이 때부터 지켜온 나름의 신조다. 그냥 "와~~ 우리 딸이 이제 일기도 쓰네~ 이만큼 글씨를 쓰려면 힘들었을 텐데.."라고 한 마디 했을 뿐.  

그러나 며칠 후 소풍을 다녀온 딸아이가 일기를 쓰겠다고 했을 때 나는 "이번에는 소풍간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라고 한 마디 하고 말았다.  소풍간 날의 일기다.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제목 소풍가는 날 
오늘은초록향기마을가다토끼도보고사슴도보고딸기도따다피아노집도있었다또빈일하우수가더워다 

처음 일기보다 글이 무척 짧아졌고, 나열식 문장은 변함이 없고, '비닐하우스'를 '빈일하우수'라고 쓰는 등 맞춤법과 띄어쓰기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일곱 살 아이가 놀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비는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미된 도리로써 적어도 일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은 욕구도 무시할 수 없는 터.  그러다가 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생쥐 별이와 참새 달이가 또박이 삼촌과 함께 '나들이 일기책'을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연사 박물관에 다녀온 별이와 달이가 박물관 마당에서 주운 나뭇잎, 기념스탬프, 입장권 등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나들이 일기를 완성한다. 하지만 '나들이 일기책'을 쓰기 위해 꼭 특별한 장소로의 나들이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도 언급해준다. 바람에 춤추고 있는 빨래, 고양이의 하품, 하늘에 하얀 빗금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행기, 떨어진 새의 깃털 하나, 재미있게 생긴 벽.... 이런 사소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우리 함께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 보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같은 Tip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나들이 일기책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서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나들이 일기책'을 쓰고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을 발견했고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건 또박이 삼촌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속에 있다.

또박이 삼촌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준다.  


"잘 만들지 못해도 괜찮아. 나만의 나들이 일기책이니까 마음껏 해보는 거야."

"쓰고 싶을 때 쓰면 돼.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거야." 

 
내가 딸아이에게 해줘야 할 말들이 책 안에 모두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맨 마지막 장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나들이 일기책을 펼치면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답니다.'라는 멋진 멘트를 날려주다니. 딸아이의 일기를 보고 지적질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별이와 달이가 삼촌에게 한 수 배운 실력을 발휘한 첫 나들이 일기는 우리 딸의 일기만큼이나 미숙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게 또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지 않을까. 또박이 삼촌이 만든 것처럼 완벽한 예만을 보여준다면 그 앞에서 아이들은 감히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볼 엄두를 내지 못할 테니, 미숙한 별이와 달이의 나들이 일기책 또한 아이들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자기도 나들이 일기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다. 욕심에 제대로 나들이를 해서 만들고 싶단다. 얼마 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해치야 놀자'를 어린이집에서 다녀왔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엄마아빠랑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며 벼르고 있다. 아무튼 우리 딸의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책이자 쓰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준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5-1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일기가 마치 이상의 시 같아요. 혹시 넘치는 문학성 때문?

그래도 절대 지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다니 멋진 엄마십니다. 저도 딸래미에게 독후감 쓰기에 관한 책을 쥐어줘야겠어요. ㅎㅎ

섬사이 2011-05-20 09:06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어쨌든 모양은 이상의 시와 비슷한 면도 있네요. ^^
제가 어릴 때에도 독후감 쓰기는 참 어려운 과제였는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독서감상문들이 엮여서 나온 책이 있었는데,
저는 그 책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 독후감에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는구나, 하는 예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무스탕 2011-05-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뽀라~~ >_<
일기를 따라 읽다보면 아이가 지나온 하루가 보이네요 ^^

6학년 정성이는 1주일에 한번인가 두번인가 일기를 써요. 그것도 집에서 써 가는게 아니고 학교에서 대충 써서 내더라구요 -_-;;;
담임 선생님께서 제시한 일기 형식이 있는데, 그날의 날씨, 하루중 있었던일 간단간단하게 단어 나열식으로 적고 그 중 한가지를 골라서 거기에 대해 자세하게 적는거에요.
정성이의 지목을 받은것 중엔 동네 길냥이도 있었고 반에서 떠든 아이들도 있었고 어린이날기념 소운동회에서 달리기 꼴찌한것도 있었고.. ㅎㅎㅎ

섬사이 2011-05-20 21:19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일기 검사를 하던 초등학생 때는 저도 일기 쓰기가 정말 싫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일기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그 때부터 더 열심히 일기를 썼던 것 같아요. ^^
운동회에서 달리기 꼴찌한 이야기, 그건 저의 초공감을 이끌어낼 것 같아요.
저도 달리기 무지 못해서 운동회가 너무 싫었거든요.

마녀고양이 2011-05-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일기 굉장히 좋은데요.
자신이 한 일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또한 명확하게 표현하잖아요. 와....
상황 파악도 확실하게 하고 있고, 저렇다면 상황에 맞게 처신도 잘 하겠는걸요.

요즘 유치원 미술 치료 나가보니, 주제와 항상 상관없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조금 안타깝더라구요. 이쁘기도 했지만요. ^^

코알라는 2학년부터 일기를 안 보여줘요, 그래서 안 보고 있어요.. 아하하.

섬사이 2011-05-20 21:22   좋아요 0 | URL
'굉장히 좋은' 건가요? ^^
그냥 아이가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도 아이들이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면 꾹꾹 참고 안 봤어요.
요즘도 큰딸 다이어리 속이 궁금한데
신경 끄고, 신경 끄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하하하

양철나무꾼 2011-05-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아들은 미투에 일기를 쓰더라구요.

저랑 따님이랑 정신 연령이 똑같은가 봐요.
저도 디즈니 공주 수첩에 끄적거리거든요~^^

섬사이 2011-05-28 09:41   좋아요 0 | URL
아.. 미투에 일기를.. 음. 거의 접근불가능이겠네요.
전 그래도 일기장에 손글씨 일기가 가장 좋던데..
보안성에서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뭐, 디즈니 공주는 장난감, 문구, 의상, 액세서리 등 각종 분야에서
워낙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까요.
저는 가끔 디즈니 공주 볼펜과 연필을 사용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