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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 강옵서 감동이 있는 그림책 1
박지훈 글.그림 / 걸음동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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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은정이라는 아이가 물질을 하러간 해녀 엄마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내용이다.  제주도 방언이 중간중간 소개되고 있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천진한 아이들이 노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우리 섬 제주에 대한 찬양, 뭐 좋다.  제주가 아름답다는 거 인정하니까.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 뭐 그것도 좋다.  어린이는 곧 천사라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시커먼 어른들 속에 비하면야 순수에 가깝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읽는 내내 뭔가 찜찜하다.  

일단 너무 고전적(?)이고 식상하다. 해녀인 엄마를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내용은 권윤덕 작가의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떠오르게 하고, 바다의 반짝이는 잔물결 빛살들 속에 번지듯 그려진 엄마와 은정이의 검은 실루엣 그림도 어딘가 텔레비젼의 영상을 통해서 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은정이가 비바람 속에서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을 볼 때 난 왜 오글거리는 걸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내용에서도, 그림에서도.   

제주도의 방언과 아름다운 풍경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꼭 이런 형식을 선택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서정적인 느낌으로 전달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서정성이 요즘 아이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썩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느낌.  이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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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는 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학교 가는 길 그림책은 내 친구 29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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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너무 길고 복잡해서 기억하기 힘든 이름의 작가. 그래서 그냥 한국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게(?) '이보나'라고 부르기도 하는 작가. 게다가 <생각하는 ㄱㄴㄷ>같은 한글과 관련된 그림책을 내서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여겨지는 작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이 담긴 철학적 향기를 풍기는 그림책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은 이렇다.   

 

작년이었나?  식탁보를 다림질하다 생긴 다리미 자국 하나로 기발한 상상들을 펼치는 <문제가 생겼어요!>라는 책이 나왔었다.  <학교 가는 길>은 그 책과 같은 이보나의 상상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번엔 아이가 학교 다녀오는 길이 발자국 하나로 이어진다.  학교 가는 길에서와는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발자국이 거꾸로 찍혀있고 다양한 상상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그림책 발자국의 주인공인 아이가 학교에 갈 때와는 다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발자국은 문과 커피잔이 되기도 하고, 신문을 입에 문 개가 되기도 하고, 가지런한 치아가 되고, 꽃집의 선인장과 꽃화분이 되고, 소파가 되고, 오리가 되고...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고 신기해 할 정도로 발자국 하나가 이어가는 상상은 기발하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장에는 발자국이 어떤 그림으로 변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서 그림책을 읽어가게 된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를 반기는 건 따뜻하게 반겨주는  집. 다정한 엄마와 귀여운 동생. 기대감을 품고 그림책 속 낯모르는 주인공과 함께 학교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던 독자의 긴장도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 같다. 귀여운 동생과 함께 발자국을 새길 눈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마지막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익숙해진 발자국 곁에 찍혀있는 작은 아기 발자국이 앙징맞다.   


 

학교 가는 아이들의 발자국 하나하나에는 이 그림책 속 생각과 상상들이 함께 찍혀있을 것만 같다.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이 책은 한 장 한 장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직접 봐야 한다. 뭐, 곰곰 따져 생각해본다면 모든 책들이 다 직접 읽어봐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법이지만 이 그림책은 리뷰로는 경험할 수 없는, 작가의 상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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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랑 둘이서 들여다보고 있네요, 참 이뻐요, 발자국 그림.
이런 책들을 보면 그림책도 모으고 싶어져요, 참아야 하느니... ㅠㅠ

섬사이 2011-08-23 22:04   좋아요 0 | URL
그림책에 빠져들게 되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정신이 혼미해져서 충동구매하는 위험이 있죠. ^^
한동안 그런 증세에 빠져 살다가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에요.

치유 2011-09-0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도 끌리고.발자국에도 끌려요..

2011-09-1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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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린드그렌의 책들을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답다'는 걸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린드그렌의 책들을 읽으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꼬물꼬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가 탐험해야 하는 미지의 세계에 속해있는 것 같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좀 더 단순하고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내가 잃어버린 아이의 세계가 그 빛을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이런 거. 언니 오빠와 함께 부활절 마녀 옷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기로 약속했지만 언니 오빠가 생일 초대를 받아 내내 기다리던 로타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로타가 느낀 감정의 흐름 같은 걸 린드그렌은 이렇게 묘사했다.  

로타는 정원 울타리 문 앞에 서서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화를 냈어요.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우습게도 화는 전혀 안 나고 그냥 외롭고 슬프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또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슬프지도 않고 외롭기만 한 거예요. 그래서 로타는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언니랑 오빠가 올 때까지 뭘 할까? 뭔가를 생각해 내는 건 로타가 아주 잘 하는 일이에요.   

글쎄, 묘사라고 하기 보다 설명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를 아주 간결한 문장이지만 또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다말고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게 된다.  언젠가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따지고 보면 책 속에는 언제나 기분 좋은 아이인 로타의 즐거운 이야기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그리스에서 이주해 와서 사탕가게를 하던 바실리스 아저씨가 장사가 잘 안되어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야만 하는 슬픈 사연도 있다. 실의에 빠진 바실리스 아저씨 앞에서 로타는 큰 소리로 운다. 타인이자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실리스 아저씨의 슬픔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아이의 울음에서 바실리스 아저씨는 조금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비록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실패를 했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작은 사탕가게를 열어 꾸려온 시간들이 아주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바실리스 아저씨는 로타에게 크리스마스 장식 초콜릿을 커다란 종이 가방 두 개에 나누어 담아 준다. 그건 어린 로타에겐 정말 '기적'이었을 것이다. 부활절 달걀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 아빠도 바실리스 아저씨네 가게가 문을 닫는 바람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더욱.   

"너, 부활절 토끼가 바로 아빠라는 거 몰랐니? 산타클로스도 아빠야. 네가 궁금해할까 봐 알려 주는 거야." 
나, 참! 로타는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부활절 토끼는 진짜 부활절 토끼여야 하고, 산타클로스는 진짜 산타클로스여야 하잖아요. 바로 그것 때문에 부활절과 크리스마스가 신나고, 신비하고, 멋진 건데 말이에요. 아빠가 날마다 멋진 아빠이기는 하지만, 부활절 토끼랑 산타클로스랑 아빠가 뒤죽박죽 섞이는 건 정말 싫은 일이에요. 

  
아이에게 산타클로스가 부모였다는 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하지만 로타는 부활절을 망치고 싶지 않아 '깊이' 생각한 후에 스스로 기꺼이 부활절 토끼가 된다. 그리고 아이로서는 흔하지 않게 산타클로스가 되는 기쁨을, 부활절 토끼가 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것들이 다 어디서 왔어?"
아빠가 물었어요. 미아 마리아가 깔깔거렸어요.  
"이래 놓고 아빠는 부활절 토끼가 오해에는 안 온다고 하셨어요?" 
"아빠가 아냐. 조그만 크리스마스 토끼가 그랬어."
로타가 말했어요. 그러고서 어찌나 웃어 댔는지,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어요.  
......(중략)
날마다 이렇게 다른 식구들을 놀라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로타는 생각했어요.  

부활절 토끼가 초콜릿 달걀을 숨겨놓고 가는 서양의 부활절 풍습은 우리에겐 참 낯설어서 이 그림책의 내용 자체가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점만 극복한다면 린드그렌이 엮어낸 아이들 세계 속으로 푹 젖어들 수 있는 그림책이다.  온세상 아이들을 전부 다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린드그렌의 마법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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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8-2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린드그렌은 어쩜 이리도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책으로 내놓았을까요.^^
참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이더군요.

섬사이 2011-08-23 22:01   좋아요 0 | URL
린드그렌의 책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고 놀라워요.
(카알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요)
이 책을 신간평가단 책으로 받고서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까지 사버렸어요. ^^

프레이야 2011-08-24 10:51   좋아요 0 | URL
히힛~ 전 그 두 권 함께 바람의아이들에서 받았지요.^^
린드그렌의 책은 마술같아요. 마음을 환하게 해주니까요.
 
[빨강 연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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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주인공 민호가 같은 반 친구인 수아의 유리천사를 실수로 떨어뜨려 날개를 깨뜨린 사건, 다른 하나는 홀연히 나타난 빨강 연필의 마력으로 민호가 갑자기 글쓰기를 잘 하는 아이로 주목받는 사건. 그 두 사건 밑으로는 우울한 민호네 집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수아의 유리천사의 날개를 부러뜨린 이야기는 맨 처음 읽었을 때엔 좀 뜬금없이 끼어든 사건이었다. 아니 끼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야기 첫머리에서 만나는 사건이니까. 뜬금없었다는 건, 없어도 이야기 진행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리뷰가 늦어지는 바람에 다시 한 번 더 읽었을 때 이 이야기가 처음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빨강 연필의 등장을 알리는 복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날개가 깨져버린 유리천사는 바로 민호를 의미하는 것 아닐까. 민호가 유리천사의 날개를 깨뜨리는 사건이 빨강 연필이 등장하기 전에 터지면서 불길한 분위기를 안개처럼 깔아놓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건조하다 못해 서걱거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문체는 긴장감을 더 고조시킨다.

거침없는 유려한 솜씨로 글을 지어내는 빨강 연필은 민호에게 축복처럼 다가왔다. 사교육으로 글짓기 실력을 갈고 닦은, 자존심 강하고 잘난 친구 재규를 재치고 빨강 연필의 솜씨를 빌려 쓴 자기 글이 '이달의 글'로 뽑혀서 교실 뒷편 게시판에 붙는 것도 짜릿했고, 반 친구들이 베푸는 따뜻한 친절의 맛도 감미로웠다. 하지만 민호는 곧 빨강 연필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것을 깨닫는다.  

빨간 연필은 여전히 새것처럼 보였다. 막상 없애려니 빨간 연필 없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비밀을 낳고 비밀은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니 점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빨간 연필은 자신에게도 주위 사람에게도 독이 될 터였다. 결심이 바뀌기 전에 없애야 한다.

 빨간 연필의 마력을 빌려서 쓴 '우리 집'이라는 거짓 글이 민호의 양심을 찌르고 엄마를 슬프게 하자 민호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아빠와 야구를 하고 엄마가 쿠키를 구워주고 주말에 온가족이 함께 주말농장에 가서 고구마를 캤다는 내용의 글이 정말 100퍼센트 거짓일까.  빨간 연필이 쓴 민호의 '우리 집'은 민호의 간절한 바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집'이었으니 누구라도 감히 거짓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집'이라는 글 속에 담겨있는 민호의 바람을 읽어내는 사람은 민호의 엄마.   

"너무 미안해서 그래. 우리 아들 진짜로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된 것 같아서." 

민호는 빨간 연필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의 실력을 키워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들리는 세상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송지아 작가의 까페를 찾아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  빨간 연필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지만 민호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겨주기도 했던 것이다. 민호에게는 비밀일기장이 있었는데, 어느새 민호는 일기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비밀일기를 쓸 때에는 빨강 연필을 쓰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의 꿈을 헤아려 살펴볼 줄도 알게된다.  심지어 재규의 마음까지.  민호가 엄마나 선생님 같은 주위 어른들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이런 노력들을 해나간다는 것이 무척 대견했다.  

수아의 유리천사의 날개를 깨뜨린 사건이나 빨강 연필의 등장이나 모두 긴장감이 감도는 불길한 사건이지만 민호가 내적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두 사건을 통해 민호에게도 접착제로 붙인 유리천사의 날개처럼 희미한 상처의 자국이 남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민호의 앞으로의 삶에 예방주사 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민호는 올바르고 당당한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세상의 유혹들을 이기고 아픔을 견디고 용기를 내게 하는, 진실과 진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하지만... 빨강 연필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난 유혹에 넘어가버릴 것 같다.  어디 빨강 연필 뿐이랴.. 난 시시때때로 마구 솟아나는 아이스커피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힘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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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8-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빨간 연필은 고사하고 아이스커피의 유혹도요~^^

섬사이 2011-08-21 22:12   좋아요 0 | URL
에구구, 댓글달기가 너무 늦어버렸어요.
양철나무꾼님도 아이스커피 좋아하세요?
입추도 말복도 지났다고 바람끝이 서늘해졌어요.
그래도 한낮의 햇볕은 참 따가워서
오늘 저는 아이스커피를 세 잔은 마신 것 같아요. ^^
 
넌 정말 멋져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3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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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니시 타츠야는 일곱 살 딸 아이의 완소작가다.  첫돌무렵 <누구 똥?>을 시작으로 줄줄이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을 섭렵(?)했는데, 특히 <고 녀석 맛있겠다>는 딸아이의 친구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았고 남자 아이에게는 실패확률이 적은 선물 아이템으로 자주 이용되곤 했다.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책을 읽다보면  굵은 윤곽선의 단순한 그림, 강렬한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많은 그림책 속에서라도 '저건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인 것 같은데?'하고 집어낼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약육강식, 먹이사슬의 잔인한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천적관계라고 할 수 있는 두 동물간에 흐르는 끈끈한 정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주제의 대표작이 <고 녀석 맛있겠다>였고,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이나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도 그런 부류의 작품인데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로 새로 출간된 세 권의 책도 역시나 같은 주제다.
(그러니까 내가 결국 시리즈의 책들을 모두 구입해서 소장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시리즈 네 권의 책에서 주인공은 모두 티라노사우르스다.  공룡계의 사나운 포식자라는 운명을 타고난 티라노사우르스는 나타났다하면 모두 달아나버리는 막강폭군이며 인간이 등장하기 전 공룡시대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먹이사슬의 가장 윗부분을 차지했던 생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들은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자 티라노사우르스가 자기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행복했을까? 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포식자의 본성과 운명은 잡아먹힐 위험에 쫓기고 안절부절해야 하는 약자들 입장에서 보면 축복이다. 약자가 그런 포식자들의 운명을 동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주만큼 광대한 오지랖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티라노사우르스는 포식자의 운명의 이면인 외로움과 마주한다.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의 그 외로운 이면을 어루만져주는 인물은 수장룡 엘라스모사우르스다.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바다에 빠진 티라노사우르스를 구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며 조개를 구해와 배고픔을 달래준다.  엘라스모사우르스의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걸 느낀 티라노사우르스는 엘라스모사우르스에게 자신이 티라노라는 걸 숨기고 친구가 된다. 
 



 

 

 

 

 

 

 

 

절친한 친구가 된 엘라스모사우르스와 티라노사우르스는 매일 바닷가에서 만나 우정을 다져간다.  엘라스모사우르스의 꼬리를 잡고 얕은 바다를 산책하거나 혹은 엘라스모사우르스를 업고 육지구경을 다니기도 하면서 말이다.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목소리를 맞춰 노래를 부르는 듯한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르스라면 몰라도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바닷속 난폭한 공룡에게 언제라도 공격당할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공룡이다.  엘라스모사우르스에게 줄 빨간 열매를 가득 따서 바닷가로 찾아간 날, 결국 티라노사우르스는 눈 앞에서 가라앉고 있는 엘라스모사우르스를 보게 된다. 티라노사우르스가 구하러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엘라스모사우르스는 이미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엘라스모사우르스를 품에 안고 나오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눈에서 분노와 슬픔이 담긴 눈물이 쏟아지고, 엘라스모사우르스의 마지막을 지키며 티라노사우르스는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려고 한다.

하지만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한다.
"넌, 친절하고 상냥한 내 단 하나뿐인 친구야.  넌 정말 멋져."




이러니 어른들까지 감동할 수밖에.  70년대 신파극을 보거나 서툰 초짜 작가가 쓴 촌스러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림책으로 맛보는 비극의 카타르시스는 꽤 신선하다.  그림책이라는 매체, 공룡이라는 유아적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그림책이라서 어른들도 마음을 놓고(또는 열고) 복고적 신파의 비극적 카타르시스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암튼 난 이 시리즈 책 네 권을 나란히 꽂아놓고 뿌듯해한다. 

불편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티라노사우르스는 폭군이며 최고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티라노사우르스의 착하고 따뜻한 이면은 그렇다치고  선한 의지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폭군적 성향이 쉽게 사라지는 것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현실에서 폭군적 성향은 강화되기는 쉬워도 그렇게 쉽게 변화되는 게 아니며, 그래서 이 그림책이 낭만이며 꿈에 가깝다는 사실이 슬프고 불편하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꿈 없이 살아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쉽지는 않아도 현실세계의 티라노사우르스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으므로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 그림책의 낭만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게 더 좋겠다 싶다.  이 세상 티라노사우르스들이 빨간 열매를 주식으로 삼는 그 날을 꿈꾸며 말이다. (그게 가능하겠냐구!  29만원이 전재산인 그 티라노사우르스를 생각하면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난 이 그림책을 좀 더 자주 많이 읽어야 할까 보다...)

사족//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엘라스모사우르스는 그렇게 순한 공룡은 아니었던 듯..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판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백악기의 대표적인 수장룡이다. 수장룡 중에서 몸과 목이 가장 길다. 목의 길이는 몸 길이의 반이 넘는 8m이고, 목뼈는 자그마치 75개나 되어 목만 봤을 때는 마치 뱀 같다. 목은 매우 유연해 어떤 방향이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긴 목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으려고 수면 가까이 날아다니는 익룡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머리는 몸에 비해 매우 작고,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나 있다. 이 이빨로 물고기, 오징어, 암모나이트, 그 밖에 작은 어룡들을 잡아먹었다.' 라고 나온다.

아이한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둬야 할 듯.  이 그림책 덕분에  엘라스모사우르스를 무지 착한 공룡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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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이런 책은 이쁘면서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어요.
그냥 이상적인 것을 이상적으로 아름답게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에 너무 찌든게 아닐까 싶어지구요.

하지만...... 말씀대로 꿈을 꿈으로써 가끔 받아들이는 것은 참 좋네요. ^^

섬사이 2011-08-10 11:16   좋아요 0 | URL
그렇죠?
현실이 갑갑하다고 꿈까지 꾸지 말라고 하면 그것도 참 나쁜 거죠?
ㅠ.ㅠ

2011-08-1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