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하버드 박사의 초등영어 학습법 - 미국식 커리큘럼으로 배우는
정효경 지음 / 마리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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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들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어야 하고,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들의 학습매니저가 되거나 과외선생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들의 인성이나 예절 등의 부분에서까지 손을 놓으라거나 아이들의 학습에 전혀 관여치 말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아이에게 집에서까지 더,더,더를 목청껏 외치고 싶진 않다는 말이다. 지친 아이가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곳, 마음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와 욕구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 집이며 엄마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생각은 내가 슈퍼맘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걸 합리화하기 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들이 아이가 공부에 어려움을 느낄 때 한 마디 툭 던져줄 수 있는 '참고 사항'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엄마가 아이의 영어공부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간이라는 2400시간을 채워주기 위해 하루에 2-3시간씩 투자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하긴 태아 때부터 영어로 태교를 하고 태어나자마자 영어로 말을 걸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다른 영어학습도서들에 비하면 초등 1학년을 영어교육의 시작점으로 보는 저자의 의견은 소박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이들이 영어 때문에 속상해 할 때면, 난 농담삼아 "넌 나중에 동시통역사가 따라붙을 만큼 훌륭하게 자랄 테니까 영어를 너무 잘 할 필요없어."라고 말해준다. 동시통역사가 늘 따르붙을 만큼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영어에 올인하는 것도 무모해 보인다.  

가끔 EBS에서 방영하는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사람들이 기피한다는 3D업종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그 삶이 고단해보이더라도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출세하고 성공해서 최고가 되라'는 말보다는 '주어진 인생을 성실히 살아가라'는 말을 더 많이 들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감상에 젖어든다.  내 아이가 그런 '극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면 난 속이 상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아이는 극한 직업을 가졌어요, 라고 말하는 게 창피할까?  그렇게 위험하고 고된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아이가 오히려 기특하지는 않을까...    

이 책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영어교육 커리큘럼도 들어있다.  초등 1학년 때에는 알파벳과 파닉스를 익히고 단어를 인지시키고, 초등 학년 때에는 스토리북을 읽게하고 기초생활회화와 기본문법을 익히라고 되어 있는 식이다.  분명 이런 과정을 잘 따라오지 못할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라도 사회로 나서기도 전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줘야 하는 엄마에게 먼저 '부족하고 모자란 아이'로 찍히는 아이가 생길까봐 미리부터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상위 1%가 되라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경쟁에서 진 무능한 낙오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외칠 때마다 아이들도 부모를 향해 똑같은 말을 외칠 거라는 생각에, 난 소름이 돋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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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2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말씀에 동감, 저도 이 책 읽고 책에 반하는 리뷰를 썼거든요.
온 국민이 영어에 목매야 하냐고욧!
나도 학습매니저 절대 안(못)한다에 한표 추가하지요.^^

섬사이 2010-01-14 16: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온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할 필요는 없죠.
학습매니저 하라고 해도 이제 기운딸려서 하지도 못하구요. ^^

2010-01-14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5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10-01-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섬사이 2010-01-14 16:55   좋아요 0 | URL
배꽃님도 저랑 같은 편인 줄 진작에 알았어요. ^^
잘 지내시죠?
 
<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모두를 위한 인권 선언문 - 인권 똘레랑스 프로젝트 8
안드레이 우사체프 지음, 이경아 옮김, 타티야나 코르메르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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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똘레랑스 프로젝트 시리즈 세 권 중에서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빅뱅과 거북이>, <내 가족과 다른 가족들>에 모두 키릴이라는 소년이 등장해서 이 시리즈가 전부 그 소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보다 했는데, 이 책에선 정원 돌보는 일을 하는 초록색 작은이가 주인공이다.  책을 읽을 수록 이 초록색 작은이가 '인권'을 이야기하는 책의 주인공을 맡기에 얼마나 적절한 인물인지 깨닫게 되었다.  

재력이나 권력, 그것도 아니면 다수의 힘이라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초록색 잔디가 덮인 화단에 있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 초록색 작은이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건 뻔한 일이다.  그렇게 살아가던 작은이는 어느 날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모두를 위한 인권선언문>이라는 책을 만나고부터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기의 권리를 찾는 일에 용기있게 나서게 된 작은이의 행로를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다.  

인권은 약자를 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제대로 피어날 수 없다는 것, 인권이 약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한 인권으로 바로 서려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된다.  '인권'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이 작은이의 외침을 듣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어요!'하고 칭찬하자 작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변한 것이 별로 없어요. 무슨 권리가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 권리를 싸워서 손에 넣는 것도 중요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너무 커서 천 년이 지나도 나는 바꿀 수 없을 거예요.  
   

싸우지 않고도 권리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약자들의 권리는 싸움을 벌이고도 쥔 것 없는 맨손으로 싸움을 끝낼 때가 더 많다.  게다가 '듣는 귀'가 사라진 사회는 약자들을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만들고 더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내몰기도 한다. 약자의 억울함이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없을 터,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 '모두'의 권리에 대해 논의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를 아이들이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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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내 가족과 다른 가족들 - 가족 똘레랑스 프로젝트 2
베라 티멘칙 지음, 이경아 옮김, 스베틀라나 필립포바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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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그에 대한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강조하며 출간된 '똘레랑스 프로젝트 1015'의 두 번째 책이다.  부모가 이혼하여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키릴과 할아버지와 할머니,부모님, 고모, 누나, 남동생 둘로 이루어진 아홉 명의 대가족 속에서 살아가는 다우트가 친구가 되어 오가면서 상반된 가족환경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기준으로 가족을 만들어가는 키릴네 가족은 혈연을 중심으로 뭉쳤던 전통적인 가족관으로 바라본다면 그런 콩가루 집안이 없다. 그러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가족관은 동성혼을 비롯한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갖는다.  예를 들자면 키릴의 엄마 마리나는 음악가인 '필'이라는 남자와 사귀고 혼전임신을 한다. 그러고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정도로 '대범'(?)하다. 그런 키릴의 엄마가 동성혼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자 키릴네서 집안일을 봐주는 뉴라할머니가 발끈한다.

   
 

"아니, 애들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아이들이 왜 그런 걸 알아야 해?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몽땅 감옥에 처넣었다고!" 
하지만 마리나는 빙그레 웃으며 침착하게 대답했어요.
"성경 시대에는 돌로 쳐 죽였고요. 저는 제 아들이 동성애자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가 누군가를 향해 비난의 돌을 던지는 것은 어쩌면 타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비난하는 게 자기를 방어하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익숙한 삶의 체계들, 그것이 가족이든 국가든 세계관이든간에 익숙해져서 편안해진 체계들을 지키려는 보수적 관념들이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흔들리다가 무너질까봐 우리는 두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그 두려움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개방적인 키릴네 가족은 각자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 마디로 아주 쿨하다. 한편 전통적인 가부장적 대가족의 틀 안에 있는 가우트네 가족은 가족의 명예를 중요시하고 연기학교에 가고 싶은 레일라를 간호학교에 보낼만큼 개인의 의견보다 가족의 결정권이 더 우선시된다. 가족간의 결속력은 더 견고해보이고 엄격한 규율과 예절이 가정 내에 자리잡은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키릴 네 엄마가 키릴과 다우트에게 "가족이 뭐라고 생각하니?"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 물음에 키릴은 "엄마,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에요."라고 대답하고 다우트는 "가족이란 핏줄이 같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한다.  키릴과 가우트의 대답은 각 가정의 가족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확연히 다름을 보여준다.

키릴네와 다우트네 가족을 비교해 볼 수는 있지만 우열을 판가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이란 어떤 형태로 꾸려졌느냐 보다는 오직 그 내적인 유대감의 밀도와 질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키릴네 가족도 다우트네 가족도 나쁘지 않다. 두 가족은 상반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해하고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적어도 두려워하거나 비난하지는 않는 것이다.   

마리나가 키릴의 동생을 낳고 집으로 돌아온 날, 다우트네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다우트의 부모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눈 대화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다우트네 아빠가 키릴 네 가족을 두고 "이혼한 남편에, 그 남편의 아내에, 또 재혼한 남편에, 전남편, 새 남편의 의붓딸에, 새 딸에 헌 아들에, 쌍둥이까지, 정신은 없지만 얼추 가족이 되었다'며 키릴 네 가족형태를 인정한다. 그러고는 아버지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테니 말씀드리지 말라며 아내에게 경고를 하지 키릴 네 엄마는 말한다.

   
  당신은 아버님을 잘 모르세요. 현명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라고요.  
   

근친혼, 동성혼,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다양한 결혼형태들이 나오지만 다문화가정이나 입양가정에 대한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러시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책에 나와있지는 않더라도 "현명한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니까 두려움보다는 현명함으로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고자 노력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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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 포로젝트 1권, 2권, 8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빅뱅과 거북이 - 우주 탄생 똘레랑스 프로젝트 1
아나스타시야 고스쩨바야 지음, 이경아 옮김, 표트르 페레베젠쩨프 그림 / 꼬마이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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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세상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관용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것을 무조건 미워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사회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로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그 첫 권의 제목이 <빅뱅과 거북이>인데 우주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작에 대한 궁금증은 고대부터 시작되었을 터.  현대과학으로 밝혀진 빅뱅이론이 성립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이다.  각 나라와 온갖 민족들의 우주탄생신화와 창조기원설들은 민족적 특성을 엿보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상징성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과학의 힘에 밀려 점점 옛날 사람들의 엉뚱한 이야기 쯤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기원의 비밀 빅뱅과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창조설을 같은 무게로 다루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빅뱅이 일어나기 전 '거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세계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알'에서 탄생하는 설화들을 제시한다.  알에서 인간이나 동물 등 세상이 창조되었다는 이야기는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엄청난 밀도의 물질의 폭발로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과학이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과학을 맹신하고 신을 폐기처분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말하려는 바는 이 문장들에서 드러난다.

   
  너에게 두 시간동안 줄곧 이렇게 말하고 있잖니. 세상엔 수많은 생각과 관점이 존재한다고. 네 생각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 생각이 유일한 진리인 것은 아니란다. 앞에서 말한 톨텍족의 설화와 신화를 잘 연구해 보렴. 어떤 내용인지 자세하게 연구해 본 후에 쓰레기장에 버리려면 버리려무나. 그런데 너는 핵폭탄과 생화학 무기를 발명한 과학이 고대의 신들보다 더 적은 희생자를 냈다고 생각하는 거니? 각각의 신을 숭배한 민족들만큼이나 다양한 신들이 있단다.  
   

이야기의 설정도 흥미롭다.  키릴이라는 소년이 언덕 위의 신비한 박사님 사마일의 집으로 몰래 숨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그러나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로 가득찬 사마일 박사의 집이나 박사가 맡고 있는 '행성의 조정자'역할이 이야기 속에서 그 질감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너무 컸던 걸까. 이야기가 중반으로 흐르면서 사마일 박사의 설명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키릴이 사마일 박사의 집에 숨어들었을 때 세계수 중 하나인 무화과 나무를 쓰러뜨리는 바람에 인도네시아에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야기가 이런 사건들을 군데군데 더 짜임새있게 이어갔다면 훨씬 더 흥미로우면서도 아이들이 저자의 의도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소년 키릴이 박사에게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가는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편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 편에서도 훨씬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편집에 관한 문제인데, 본문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간에 커다랗게 끼어있는 설명자료글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창조론', '다윈의 진화론', '우주달력' 등등 설명글들이 많은데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각 장 끝에 모아 실는다던가 아니면 작게 박스 처리를 한다든가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세계의 문화다양성과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표방하며 기획된 책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점이 좀 걱정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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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카페놀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진이의 카페놀이 - 600만 블로거가 다녀간 진의 서울 베스트 디저트 & 카페 52곳!
김효진 글.사진 / 더블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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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책이 임자를 잘못 찾아왔구나'였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20대로 접어든지 3년 미만인 아가씨에게 갔다면 환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고 저자의 표현대로 한다면 '달다구리'하고 '느끼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황당하고 낯선 느낌이었다.  

책이 다룬 주제 자체도 그랬지만 저자의 문장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 블로그를 통해 저자가 올린 카페소개글들이 책으로 묶여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가 선정한 '좋은 카페'의 기준은 또 뭔지, 그것도 궁금했는데, 차례를 살펴보니 '100Q100A'가 있길래 혹시 거기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자의 혈액형, 이상형, 좋아하는 색, 숫자... 이런 것들이 줄줄이 적혀있었다.  이 난감하고 황당함이란.   

이 책에 소개된 카페들 중에 신사동에 있는 카페 두 어 군데는 알고 있는 카페다.  하지만 워낙 내가 이런 카페들에 시큰둥하는 성격인데다가 한 잔에 만원쯤 하는 커피나 2만원을 육박하는 햄버거나 음료나 디저트 등까지 갖춰 먹으려면 5만원을 가볍게 점프하는 스파게티의 사악한 가격들을 편안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찌질함까지 갖췄기 때문에 그런 카페들과 되도록 상종을 하지 않는 편이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비싼 돈 주고 커피를 왜 마시냐는 남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단다.
"평생을 혼자 노총각으로 살 거 아니면 좋은 카페 몇 군데쯤은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한적한 골목길 허름한 계단에 앉아 마시는 것도 꽤 근사하고 멋진 일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푸드전문취재기자라는 저자가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일한 나름의 결과물이라고 본다면 좀 너그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카페의 인테리어나 메뉴 소개를 넘어 전문가다운 예리함이 더해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제목에서 드러난대로 말마따나 그저 '놀이'다, 생각한다면 놀고 싶은대로 그냥 놀면 그만이다.  노는 방법은 사는 방법만큼이나 천만가지로 다양할 것이고 카페놀이가 적성에 맞는다면 이 책 속에 소개된 카페들을 찾아가 직접 확인해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임자를 잘못 만나도 단단히 잘못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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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2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받고 임자를 잘못 만났다 생각했어요.ㅎㅎ

섬사이 2009-12-28 13:56   좋아요 0 | URL
이 책 받고 고민했어요. 도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그런데 그냥 리뷰를 써버렸어요.
비염때문에 꼬박 밤을 뜬눈으로 지샜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