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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 강옵서 감동이 있는 그림책 1
박지훈 글.그림 / 걸음동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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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은정이라는 아이가 물질을 하러간 해녀 엄마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내용이다.  제주도 방언이 중간중간 소개되고 있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천진한 아이들이 노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우리 섬 제주에 대한 찬양, 뭐 좋다.  제주가 아름답다는 거 인정하니까.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 뭐 그것도 좋다.  어린이는 곧 천사라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시커먼 어른들 속에 비하면야 순수에 가깝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읽는 내내 뭔가 찜찜하다.  

일단 너무 고전적(?)이고 식상하다. 해녀인 엄마를 그리워하며 찾아가는 내용은 권윤덕 작가의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떠오르게 하고, 바다의 반짝이는 잔물결 빛살들 속에 번지듯 그려진 엄마와 은정이의 검은 실루엣 그림도 어딘가 텔레비젼의 영상을 통해서 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은정이가 비바람 속에서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을 볼 때 난 왜 오글거리는 걸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내용에서도, 그림에서도.   

제주도의 방언과 아름다운 풍경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꼭 이런 형식을 선택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다. 서정적인 느낌으로 전달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서정성이 요즘 아이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썩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느낌.  이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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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는 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학교 가는 길 그림책은 내 친구 29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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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너무 길고 복잡해서 기억하기 힘든 이름의 작가. 그래서 그냥 한국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게(?) '이보나'라고 부르기도 하는 작가. 게다가 <생각하는 ㄱㄴㄷ>같은 한글과 관련된 그림책을 내서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여겨지는 작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이 담긴 철학적 향기를 풍기는 그림책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은 이렇다.   

 

작년이었나?  식탁보를 다림질하다 생긴 다리미 자국 하나로 기발한 상상들을 펼치는 <문제가 생겼어요!>라는 책이 나왔었다.  <학교 가는 길>은 그 책과 같은 이보나의 상상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번엔 아이가 학교 다녀오는 길이 발자국 하나로 이어진다.  학교 가는 길에서와는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발자국이 거꾸로 찍혀있고 다양한 상상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그림책 발자국의 주인공인 아이가 학교에 갈 때와는 다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발자국은 문과 커피잔이 되기도 하고, 신문을 입에 문 개가 되기도 하고, 가지런한 치아가 되고, 꽃집의 선인장과 꽃화분이 되고, 소파가 되고, 오리가 되고...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고 신기해 할 정도로 발자국 하나가 이어가는 상상은 기발하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장에는 발자국이 어떤 그림으로 변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서 그림책을 읽어가게 된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를 반기는 건 따뜻하게 반겨주는  집. 다정한 엄마와 귀여운 동생. 기대감을 품고 그림책 속 낯모르는 주인공과 함께 학교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던 독자의 긴장도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 같다. 귀여운 동생과 함께 발자국을 새길 눈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마지막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익숙해진 발자국 곁에 찍혀있는 작은 아기 발자국이 앙징맞다.   


 

학교 가는 아이들의 발자국 하나하나에는 이 그림책 속 생각과 상상들이 함께 찍혀있을 것만 같다.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이 책은 한 장 한 장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직접 봐야 한다. 뭐, 곰곰 따져 생각해본다면 모든 책들이 다 직접 읽어봐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법이지만 이 그림책은 리뷰로는 경험할 수 없는, 작가의 상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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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3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8-2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랑 둘이서 들여다보고 있네요, 참 이뻐요, 발자국 그림.
이런 책들을 보면 그림책도 모으고 싶어져요, 참아야 하느니... ㅠㅠ

섬사이 2011-08-23 22:04   좋아요 0 | URL
그림책에 빠져들게 되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정신이 혼미해져서 충동구매하는 위험이 있죠. ^^
한동안 그런 증세에 빠져 살다가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에요.

치유 2011-09-0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도 끌리고.발자국에도 끌려요..

2011-09-1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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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린드그렌의 책들을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답다'는 걸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린드그렌의 책들을 읽으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꼬물꼬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가 탐험해야 하는 미지의 세계에 속해있는 것 같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좀 더 단순하고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내가 잃어버린 아이의 세계가 그 빛을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이런 거. 언니 오빠와 함께 부활절 마녀 옷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기로 약속했지만 언니 오빠가 생일 초대를 받아 내내 기다리던 로타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로타가 느낀 감정의 흐름 같은 걸 린드그렌은 이렇게 묘사했다.  

로타는 정원 울타리 문 앞에 서서 외로워하고, 슬퍼하고, 화를 냈어요.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우습게도 화는 전혀 안 나고 그냥 외롭고 슬프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또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슬프지도 않고 외롭기만 한 거예요. 그래서 로타는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언니랑 오빠가 올 때까지 뭘 할까? 뭔가를 생각해 내는 건 로타가 아주 잘 하는 일이에요.   

글쎄, 묘사라고 하기 보다 설명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를 아주 간결한 문장이지만 또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읽다말고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게 된다.  언젠가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따지고 보면 책 속에는 언제나 기분 좋은 아이인 로타의 즐거운 이야기만 들어있는 건 아니다. 그리스에서 이주해 와서 사탕가게를 하던 바실리스 아저씨가 장사가 잘 안되어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야만 하는 슬픈 사연도 있다. 실의에 빠진 바실리스 아저씨 앞에서 로타는 큰 소리로 운다. 타인이자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실리스 아저씨의 슬픔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아이의 울음에서 바실리스 아저씨는 조금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비록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실패를 했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작은 사탕가게를 열어 꾸려온 시간들이 아주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바실리스 아저씨는 로타에게 크리스마스 장식 초콜릿을 커다란 종이 가방 두 개에 나누어 담아 준다. 그건 어린 로타에겐 정말 '기적'이었을 것이다. 부활절 달걀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 아빠도 바실리스 아저씨네 가게가 문을 닫는 바람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더욱.   

"너, 부활절 토끼가 바로 아빠라는 거 몰랐니? 산타클로스도 아빠야. 네가 궁금해할까 봐 알려 주는 거야." 
나, 참! 로타는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부활절 토끼는 진짜 부활절 토끼여야 하고, 산타클로스는 진짜 산타클로스여야 하잖아요. 바로 그것 때문에 부활절과 크리스마스가 신나고, 신비하고, 멋진 건데 말이에요. 아빠가 날마다 멋진 아빠이기는 하지만, 부활절 토끼랑 산타클로스랑 아빠가 뒤죽박죽 섞이는 건 정말 싫은 일이에요. 

  
아이에게 산타클로스가 부모였다는 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하지만 로타는 부활절을 망치고 싶지 않아 '깊이' 생각한 후에 스스로 기꺼이 부활절 토끼가 된다. 그리고 아이로서는 흔하지 않게 산타클로스가 되는 기쁨을, 부활절 토끼가 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것들이 다 어디서 왔어?"
아빠가 물었어요. 미아 마리아가 깔깔거렸어요.  
"이래 놓고 아빠는 부활절 토끼가 오해에는 안 온다고 하셨어요?" 
"아빠가 아냐. 조그만 크리스마스 토끼가 그랬어."
로타가 말했어요. 그러고서 어찌나 웃어 댔는지,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어요.  
......(중략)
날마다 이렇게 다른 식구들을 놀라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로타는 생각했어요.  

부활절 토끼가 초콜릿 달걀을 숨겨놓고 가는 서양의 부활절 풍습은 우리에겐 참 낯설어서 이 그림책의 내용 자체가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점만 극복한다면 린드그렌이 엮어낸 아이들 세계 속으로 푹 젖어들 수 있는 그림책이다.  온세상 아이들을 전부 다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린드그렌의 마법이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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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8-2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린드그렌은 어쩜 이리도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책으로 내놓았을까요.^^
참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이더군요.

섬사이 2011-08-23 22:01   좋아요 0 | URL
린드그렌의 책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고 놀라워요.
(카알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요)
이 책을 신간평가단 책으로 받고서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까지 사버렸어요. ^^

프레이야 2011-08-24 10:51   좋아요 0 | URL
히힛~ 전 그 두 권 함께 바람의아이들에서 받았지요.^^
린드그렌의 책은 마술같아요. 마음을 환하게 해주니까요.
 
넌 정말 멋져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3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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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니시 타츠야는 일곱 살 딸 아이의 완소작가다.  첫돌무렵 <누구 똥?>을 시작으로 줄줄이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을 섭렵(?)했는데, 특히 <고 녀석 맛있겠다>는 딸아이의 친구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았고 남자 아이에게는 실패확률이 적은 선물 아이템으로 자주 이용되곤 했다.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책을 읽다보면  굵은 윤곽선의 단순한 그림, 강렬한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많은 그림책 속에서라도 '저건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책인 것 같은데?'하고 집어낼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약육강식, 먹이사슬의 잔인한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천적관계라고 할 수 있는 두 동물간에 흐르는 끈끈한 정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주제의 대표작이 <고 녀석 맛있겠다>였고,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이나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도 그런 부류의 작품인데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로 새로 출간된 세 권의 책도 역시나 같은 주제다.
(그러니까 내가 결국 시리즈의 책들을 모두 구입해서 소장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시리즈 네 권의 책에서 주인공은 모두 티라노사우르스다.  공룡계의 사나운 포식자라는 운명을 타고난 티라노사우르스는 나타났다하면 모두 달아나버리는 막강폭군이며 인간이 등장하기 전 공룡시대에서는 모르긴 몰라도 먹이사슬의 가장 윗부분을 차지했던 생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들은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자 티라노사우르스가 자기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고 행복했을까? 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포식자의 본성과 운명은 잡아먹힐 위험에 쫓기고 안절부절해야 하는 약자들 입장에서 보면 축복이다. 약자가 그런 포식자들의 운명을 동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주만큼 광대한 오지랖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티라노사우르스는 포식자의 운명의 이면인 외로움과 마주한다.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의 그 외로운 이면을 어루만져주는 인물은 수장룡 엘라스모사우르스다.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바다에 빠진 티라노사우르스를 구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며 조개를 구해와 배고픔을 달래준다.  엘라스모사우르스의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걸 느낀 티라노사우르스는 엘라스모사우르스에게 자신이 티라노라는 걸 숨기고 친구가 된다. 
 



 

 

 

 

 

 

 

 

절친한 친구가 된 엘라스모사우르스와 티라노사우르스는 매일 바닷가에서 만나 우정을 다져간다.  엘라스모사우르스의 꼬리를 잡고 얕은 바다를 산책하거나 혹은 엘라스모사우르스를 업고 육지구경을 다니기도 하면서 말이다.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목소리를 맞춰 노래를 부르는 듯한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르스라면 몰라도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바닷속 난폭한 공룡에게 언제라도 공격당할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공룡이다.  엘라스모사우르스에게 줄 빨간 열매를 가득 따서 바닷가로 찾아간 날, 결국 티라노사우르스는 눈 앞에서 가라앉고 있는 엘라스모사우르스를 보게 된다. 티라노사우르스가 구하러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엘라스모사우르스는 이미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엘라스모사우르스를 품에 안고 나오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눈에서 분노와 슬픔이 담긴 눈물이 쏟아지고, 엘라스모사우르스의 마지막을 지키며 티라노사우르스는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려고 한다.

하지만 엘라스모사우르스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한다.
"넌, 친절하고 상냥한 내 단 하나뿐인 친구야.  넌 정말 멋져."




이러니 어른들까지 감동할 수밖에.  70년대 신파극을 보거나 서툰 초짜 작가가 쓴 촌스러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림책으로 맛보는 비극의 카타르시스는 꽤 신선하다.  그림책이라는 매체, 공룡이라는 유아적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그림책이라서 어른들도 마음을 놓고(또는 열고) 복고적 신파의 비극적 카타르시스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암튼 난 이 시리즈 책 네 권을 나란히 꽂아놓고 뿌듯해한다. 

불편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티라노사우르스는 폭군이며 최고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티라노사우르스의 착하고 따뜻한 이면은 그렇다치고  선한 의지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폭군적 성향이 쉽게 사라지는 것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현실에서 폭군적 성향은 강화되기는 쉬워도 그렇게 쉽게 변화되는 게 아니며, 그래서 이 그림책이 낭만이며 꿈에 가깝다는 사실이 슬프고 불편하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꿈 없이 살아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쉽지는 않아도 현실세계의 티라노사우르스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으므로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 그림책의 낭만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게 더 좋겠다 싶다.  이 세상 티라노사우르스들이 빨간 열매를 주식으로 삼는 그 날을 꿈꾸며 말이다. (그게 가능하겠냐구!  29만원이 전재산인 그 티라노사우르스를 생각하면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난 이 그림책을 좀 더 자주 많이 읽어야 할까 보다...)

사족//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엘라스모사우르스는 그렇게 순한 공룡은 아니었던 듯..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판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백악기의 대표적인 수장룡이다. 수장룡 중에서 몸과 목이 가장 길다. 목의 길이는 몸 길이의 반이 넘는 8m이고, 목뼈는 자그마치 75개나 되어 목만 봤을 때는 마치 뱀 같다. 목은 매우 유연해 어떤 방향이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긴 목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으려고 수면 가까이 날아다니는 익룡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머리는 몸에 비해 매우 작고,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나 있다. 이 이빨로 물고기, 오징어, 암모나이트, 그 밖에 작은 어룡들을 잡아먹었다.' 라고 나온다.

아이한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둬야 할 듯.  이 그림책 덕분에  엘라스모사우르스를 무지 착한 공룡으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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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이런 책은 이쁘면서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어요.
그냥 이상적인 것을 이상적으로 아름답게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에 너무 찌든게 아닐까 싶어지구요.

하지만...... 말씀대로 꿈을 꿈으로써 가끔 받아들이는 것은 참 좋네요. ^^

섬사이 2011-08-10 11:16   좋아요 0 | URL
그렇죠?
현실이 갑갑하다고 꿈까지 꾸지 말라고 하면 그것도 참 나쁜 거죠?
ㅠ.ㅠ

2011-08-1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가 화났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엄마가 화났다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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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부터 표지가 심상치않았다.  위협적인 엄마의 그림자 속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아이와 붉은 색으로 뜨거운 불기운을 느끼게 하는 '화'라는 글자는 이 책의 제목과 적절하게 어울리지만 저 꽃무늬 바탕은 뭐지?  노란 바탕에 주황빛 꽃무늬가 아래 부분으로 갈수록 시커멓게 그 빛깔을 잃고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언발란스하잖아?  엄마에게 야단맞는 아이의 마음이야 얼음처럼 굳어버리겠지만 화가 나서 야단치는 엄마의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격정의 회오리는 뜨겁게 끓어오르다 못해 대폭발, 바로 그건데, 꽃무늬가 웬말인가 말이다. 게다가 격정의 회오리가 지나간 다음에 엄마가 겪어내야 하는  비참한 후회의 마음은 또 어떻고...  그건 정말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감정일게다. 나자신에 대한 모멸감, 수치심, 슬픔, 미안함.. 그런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내가 왜 그랬던가, 후회하며 자기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지는.  그런데 꽃무늬라니...  하고 의아해하며  그림책 속 엄마를 살펴보니 표지 바탕과 똑같은 꽃무늬 치마를 입었다. 엄마의 치마에 무슨 의미라도?  그림책 속 엄마의 치마를 눈여겨 봐야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조절에 실패한 엄마의 모습도, 화내는 엄마 앞에서 쪼그라든 아이의 모습도 둘 다 썩 내키지 않았다.  유타 바우어의 <고함쟁이 엄마>라는 그림책이 있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덜컹! 했던 그 느낌을 이 책을 읽고 다시 경험하게 될까봐 조금 두렵고 불편했다.  <고함쟁이 엄마>에서는 조각나 흩어져버린 아이를 엄마가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모아서 아이를 온전하게 되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이 책은 어떤 결말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로 쉽게 건너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산이라는 아이도 자장면을 먹으면서, 얼굴을 씻으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틈에 상상의 세계로 건너가 버린다. 자장괴물이 되기도 하고, 거품나라에서 놀기도 하고, 상상의 그림은 종이를 넘어 벽으로 바닥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상상의 세계를 잊고 현실 속 문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가기 급급한 엄마와 아이의 상상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엄마는 아이를 이해하기 보다 아이의 상상이 벌여놓은 문제들을 해결할 일이 골치아픈 거다.  엄마 대폭발.  산이는 엄마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가슴이 뛰고 손발이 후들거리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공포에 휩싸이다가 그만 사라져 버린다.    

정말 그렇다.  엄마가 감정조절에 실패해서 아이에게 지나치게 화를 낸 후 아이는 변한다. 본래 내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축 늘어진 어깨와 풀죽은 표정, 자신없는 말투, 엄마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는 눈빛... 그제서야 내가 더 참아야 했다는 걸, 적어도 그렇게까지 감정적이 되지는 말아야 했다는 걸, 아이에게 내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나도 내 아이의 사랑을 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걸, 기운없이 축 늘어져 얌전한 것보다 말썽을 부리더라도 씩씩하고 밝게 웃는 본래 내 아이의 모습이 더 좋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그림책 속 엄마도 산이가 사라진 후 쓰디쓴 후회를 맛 본다.  엄마의 사랑을 잃은 아이만큼이나 아이의 사랑을 잃은 엄마도 비참하다.  

 

 

 

 

 

 

 

 

 

 

 

 

 

 

 

  

엄마는 산이가 상상하던 세계로 건너간다.  산이가 자장면을 먹으면서, 비누로 거품을 내어 얼굴을 씻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상상했을 그 세계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산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산이가 했을 상상의 세계를 엿보기란 쉽지 않아서 '허허벌판을 지나, 높고 낮은 산을 넘'고 '부글거리는 거품 호수를 건너'고, '가파른 절벽을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산이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쉽게 건너갈 수 있는 상상의 세계가 어른에겐 이다지도 닿기 힘든 곳이란 뜻일까.. 그러니 좋은 엄마가 되기란 이렇게 쉽지가 않다.  아이를 따뜻하게 이해하고 감싸안아줄 만큼 넓고 깊은 품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가끔 도 닦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림책 속 산이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를 거친 건지도 모르겠다.  흠..  좋은 엄마라서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좋은 엄마가 되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때론 아이가 내가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엄마로서 당연하면서도 참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산이 엄마가  허허벌판과 높고 낮은 산과 부글거리는 호수와 가파른 절벽을 지나간 것처럼 그렇게 하라고, 자꾸 잔소리를 해댄다.  

엄마의 치마는 그 고운 빛깔을 잃고 잿빛이 되어버렸다.  엄마란 사람은 아이로 인해 빛나는 사람이니까.  산이 엄마는 주저앉아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 때 사라진 산이가 돌아온다.  엄마의 치마자락을 들추고 엄마를 부르며 나타나는 산이.  엄마의 치마는 고운 빛깔로 돌아오고.  순간 찌리릿, 가슴이 저렸다.  상처받은 아이에게 본래의 밝은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눈물로 사과하고, 더 깊은 사랑으로 채운 엄마의 치마폭 안에서 아이는 자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꽃무늬 바탕, 그건 엄마의 '화' 너머에 펼쳐진 사랑의 의미였나 보다. 모든 걸 태워버릴 만큼 격렬하고 심한 상처를 남기는 '화'를 덮어 잠재우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랑 말이다.   

아이와 엄마의 아름다운 화해의 장면이다. 넓게 펼쳐진 꽃무늬 치마가 예사롭지 않다. 뜬금없이 치마를 하나 사입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내는 늘 바지만 입는 엄마가 좀 불만스럽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늘거리고 폭이 넓은 치마를 하나 사서 치마 자락에 아이를 확 감싸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이 책을 읽고서도 난 어느 날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낼 것이다.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소리죽여 울테지. 그런 아이를 보며 난 또 참지 못하고 폭발한 내 자신을 한심해할 게다.  그럴 때 잊지않고 내 치마 폭을 활짝 펼쳐 아이를 감싸줄 수 있기를, 내 사랑의 폭이 아이의 상처를 덮어주고도 넉넉하게 남기를,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면처럼 늘 화해와 사랑의 포옹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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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도같은 엄마의 감정을 겪어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군요.
아이한테 화를 낸 후에야 몰아치는 그 참담한 심정~ 저도 알아요.ㅜㅜ
엄마의 치마폭이 그리워지네요.

섬사이 2011-08-09 14:30   좋아요 0 | URL
엄마가 되고 나서 알았어요.
아이를 야단치고 나면 엄마 속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지.
엄마의 치마폭, 그거 참 따뜻한 기억이겠죠?
전 항상 바지만 입는데, 당장 고무줄치마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

하늘바람 2011-08-09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저도 태은이 혼내고 내내 속상했던 마음이 떠오르네요,
저도 읽은 책인데 어쩜 이리 리뷰를 잘 적으셨대요

섬사이 2011-08-09 14:33   좋아요 0 | URL
엄마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다 경험하는 마음 아닐까요?
첫애는 특히 더 많이 야단치고 혼내고 화내며 키웠던 것 같아요.
첫아이라 기대가 큰데다가 아직 미숙한 초보엄마였으니까요.
그런데 셋째에게도 화를 내고 있는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