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하는 심달연’으로 불리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심달연(사진)씨가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83.

심씨는 지난 6월 말부터 간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저녁 7시50분께 입원중이던 대구 중구 곽병원에서 조카와 조카손자,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1927년 경북 칠곡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3살 무렵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나갔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대만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당한 폭력과 고통이 마음의 병이 됐다. 해방 뒤 귀국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조차 잃어버렸다. 다행히 여동생이 할머니를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와 돌봤다. 차츰 기억을 찾았지만, 당시의 폭력 후유증으로 자궁경부암 수술까지 받고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심씨는 고통을 견디며 빼앗긴 인권을 되찾고자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섰고, 위안부 문제해결에 증인으로, 활동가로 앞장섰다.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 본회의와 국제 엔지오포럼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대신 면죄부를 받으려고 만든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의 비도덕성을 세상에 알렸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게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국내외 2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는 데도 함께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생애는 꽃과 함께했다. 7년 전부터 꽃을 가꾸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원예치료’를 받으며, 꽃누르미(압화) 작품을 만들었다. 꽃 작품 전시회도 열어, 미국에서 열린 전시 때는 전세계 활동가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감동을 전했다. “꽃이 좋아. 꽃을 만지고 있으면 아무 걱정 안 하고 참 좋다”고 하시던 그는 자식 대신 꽃누르미 작품들을 세상에 남겼다. 병상에서도 그는 “남들같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너무나 억울하다. 내가 살아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걸 꼭 봐야 하는데…”라고 하며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고인은 생전 원하던 대로 지난 1월 먼저 떠난 김순악 할머니가 쉬고 있는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수림장으로 안장된다. ‘생존’ 자체로 ‘역사의 증언’이 되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81명만 생존해 있다. 올해 들어서만 6명이 숨을 거뒀다. 발인은 7일 오전 10시 곽병원 장례식장. (053)257-1431. 

 
   

 실천적 사상가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신문과 방송에서 크게 보도되던 그 때, 신문 한 쪽에 '심달연 꽃할머니 별세'라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그 꽃할머니일까?   

권윤덕 선생님의 그림책 <꽃할머니>가 출간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강연이 있었다. 저녁 때라서 아이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낮에 잠깐 가서 할머니의 꽃누르미작품도 구경하고 그림책 <꽃할머니>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더미북들과 전시된 원화들도 보았었다.  

<꽃할머니>의 초기 더미북은 할머니의 고통이 훨씬 더 생생한 날것으로 쓰여지고 그려져 있었다. 글도 할머니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쓰여있었고 그림에도 붉은 피가 보였다. 권윤덕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줄까봐 붉은 피를 꽃으로 그 표현을 바꿨고, 일본군의 얼굴을 지움으로써 그 비극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한 국가의 잘못된 체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리기로 하셨다고 한다.  

꽃할머니의 꽃누르미 작품을 말할 수 없이 곱고 예뻤다. 이렇게 고운 감성을 가진 분이 그런 고초를 겪으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렸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도서관에 물어서 확인해본다고 하고서는 자꾸 깜빡하곤 했다.   

어제 저녁에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하고 있는 도서관 모임 일로 전화를 하셨는데, 갑자기 이 기사가 생각나서 "저기요, 꽃할머니, 돌아가셨어요?"하고 조심조심, 아니기를 바라며 여쭈어보았다.  그런데 맞다고 한다. 아, 돌아가셨구나...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여한 없는 삶', '여한 없는 죽음' 이런 것들이 어디 있을까마는, 할머니의 삶과 죽음이 남겼을 한은 더욱 깊고 짙은 것 같아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저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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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안한 곳에 가셨기를.

꿈꾸는섬 2010-12-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할머니, 평안하시길 빕니다....

순오기 2010-12-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달연 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꽃할머니를 남기시고...
이분들의 삶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건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뭘 해야 하는 집단인지... 착찹해집니다. 할머니의 명복을 빌어요.

희망으로 2011-01-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cj도서전에서 보고 왔어요. 이후 둘러본 책들이 모두 우울하고 심드렁하더라구요. 부디 그곳에서는 평화로우셨으면 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지난 주말 아들이 요리학원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했다. 토요일 저녁엔 돼지갈비찜을 했고 일요일 점심에는 비빔밥을 했다. 아들 혼자 주방에 세워두기가 그래서 아들과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어 씻고, 식탁에 마주 앉아 갈비찜에 들어갈 감자와 당근을 밤톨깎기하고, 아들이 "엄마, 마늘~"하고 찾으면 "예, 쉐프!"하며 냉동실 안에 얼려놓은 다진 마늘을 척 꺼내주는 식의 쉐프놀이도 했다. 

아들이 비뚤비뚤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온 레서피 공책을 들여다보며 들어간 양념이 맞는지, 다음 순서는 뭔지 체크하고 물어보고, 아들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학원에선 어떻게 했고, 하면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아들은 소금을 뿌려놓아야 할 청포묵에 간장을 붓는 실수를 하고 나는 두 번에 나누어 써야 한다는 갈비양념소스를 한 번에 확 끼얹는 대범한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요리하는 아들 덕분에 늘 나홀로 쓸쓸하게 머무는 공간이었던 주방이 시끌시끌했다. 

겨울 우리집 주방은 춥다. 뒷베란다로 통하는 문에서 솔솔 찬바람이 들어오고 창문 밖으로는 이파리가 다 떨어진 담쟁이 덩굴이 스산하다.  하지만 그 날 만큼은 훈훈했다. 거의 나 혼자서 일하는 공간인 주방. 거실에서 TV를 보며 즐겁게 웃는 가족들에게서 나를 소외시키던 공간이었고, 신혼 초 시댁에 살 때는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서러운 생각에 투둑, 눈물을 떨구던 곳이기도 했다. 아파서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하고 아침을 차리던 날의 엄마의 사명이 굳은살처럼 박힌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날 나는 아들이 해준 갈비찜과 비빔밥보다 훈훈한 주방의 느낌이 더 좋았다. 평소에는 단답형 대답을 하던 아들과의 긴 대화, 웃음소리, 식용유를 두른 후라이팬에서 들려오는 야채 볶아지는 소리,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하얗고 따뜻한 김, 입맛을 돋구는 음식냄새, 고기를 다지고 채소를 써는 소리. 주방이 따뜻한 공간이 되려면 함께 재료를 다듬고 수다를 떨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나보다. 영화 '카모메 식당'도 주인공 사치에 혼자라면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없었을 거다.   

주방엔 2인 이상 입장가능, 나홀로 입장 금지 같은 규칙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 특히 주말에 주방에 여자 혼자 일하라고 내버려두고 거실에서 나머지 가족들끼리 TV보면서 재밌어하며 웃는 것도 3회이상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건 어떨까? 내가 이런 궁리를 하는 걸 우리 가족이 알면 도끼눈을 하겠지. 아들이 강요남(강남에서 요리배우는 남자/요즘 아들을 이렇게 불러주곤 한다)이 되어서 가끔 지난 주말같은 호사를 누리는 것에 만족해야지, 그래야지, 그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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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2-2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가 여러가지 이유로 좋아집니다.
주부 12년차 되어 가지만 위의 사진의 음식 중 제가 해본 것 보다 안해본 것이 더 많네요. '강요남' 아드님 정말 훌륭해요.
'주방엔 2인 이상 입장 가능'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고요. 주방에서 혼자 일하는 모습과 둘이 함께 일하는 모습은 그 느낌이 정말 다르잖아요.
정말 정말 추천하고 싶은 페이퍼입니다.

섬사이 2010-12-21 11:21   좋아요 0 | URL
제가 요리를 싫어하는 게 주방에서의 소외감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요리가 싫은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무스탕 2010-12-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푸근한 페이퍼에요. 나도 울 아들래미 부엌에 세우는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

섬사이 2010-12-21 11:22   좋아요 0 | URL
지성이와 정성이는 무스탕님이 부르기만 하면
서로 경쟁적으로 부엌에 서려고 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0-12-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이에요, 섬사이님. 정말 근사한 주방의 분위기잖아요. 아드님과 요리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요. 요리를 함께 하는 아들이라니, 진짜 멋져요!! ㅠㅠ

저는 부엌일을 전혀 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인데(끙;;) 어쩌다가 설거지라도 한번 할라치면, 다른 식구들이 엄청 얄밉더라구요. 다들 텔레비젼 보고 있을때 말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엄마는 매일, 매번 그랬을거에요. 엄마도 그때마다 야속했겠죠? 바보같은 딸이네요, 저.


섬사이 2010-12-21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결혼 전에는 몰랐어요.
주방이 그런 곳인지.
결혼해서 자기 살림 해보고 자식 낳아서 키워봐야
부모 맘 안다는 거,
진리거든요.
아직 다락방님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미혼을 즐기시라구요~~~^^

BRINY 2010-12-2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이제 중3인데, 장하네요. 고1 저희반 애들 중 요리학원 다니겠다는 애들이 2명 있는데, 그 애들은 공부 안하고도 쉽게 대학가기 위한 수단, 폼나게 호텔에서 일할 수단으로밖에 요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서 아쉽고, 아드님과 비교되네요.

섬사이 2010-12-21 11:2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BRINY님.
선생님이신가봐요.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들도 초등 2학년 때부터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요리학원에 보냈어요.
처음에 뭔가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다 재미있잖아요.
틀림없이 나중에 힘든 고비도 오고 싫증도 나고 그럴 텐데,
그 때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부디 끝까지 꾸준하게 잘 해나가야 할텐데 말이에요.

조선인 2010-12-2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중3이면 우리 딸과 나이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저런 사위 얻었으면 좋겠어요.

섬사이 2010-12-21 11:30   좋아요 0 | URL
뭐, 마로랑 한 여섯살 차이 나나요?
여섯 살 차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성비불균형이 심각하다던데
우리 아들도 미리 후보에 등록해두면 안될까요? ^^

토토랑 2010-12-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숙에 화양적에 ~ 멋지군요
맨밑에 돼지고기 말이 찜도 이쁘게 잘되었네요 ^^
한식 조리사 자격증 준비반 하시는 건지? 메뉴들이 딱 고거네요 ^^;;

섬사이 2010-12-21 11:32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토토랑님.
한식 조리사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요.
요리에 서툴러서 아마 서너번 반복해서 강의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채써는 걸 보면 칼에 좀 익숙해진 것 같긴 해요.
한실 자격증 따고 나서 양식 자격증 따고,
그 다음엔 제과제빵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래, 네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0-12-2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코알라도 요리에 흥미가 있어서, 이렇게 배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너무너무 부럽고, 너무너무 따뜻해서 제 맘이 다 기쁘네요.
멋지시네요, 아드님.

섬사이 2011-01-05 10:37   좋아요 0 | URL
멋지다고 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주욱 잘 해나가야 할 텐데,
엄마로서는 걱정이 된답니다.

꿈꾸는섬 2010-12-2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지네요.^^

섬사이 2011-01-05 10:3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세실 2010-12-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꿀꺽. 이런 멋진 아들이 있는 님이 매우 부럽사옵니다. 강요남 잘 어울리는데요~~~
요리에 관심없는 저를 닮아 우리 애들도 재능이 없어요.

섬사이 2011-01-05 10: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요리에 관심도 없고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해요.
그래서 아들이 더 요리에 집착한 게 아닌가 싶어요.

토토랑 2010-12-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 자격증 따시던걸 옆에서 본바에 의하면..
인강 유용하구요..(그러니까 시험 문제별 조합에 따라 두 가지 음식을 어떤 순서로 해야하는지가 잘 나오드라구요.. 재료 배분, 크로스로 준비하는 순서 등 )
강의도 강의지만 집에서 실습할때, 시간을 정해놓고 완성하는 습관을 들여야 되더라구요
시험처럼 꼭 2개 씩 제한시간내 만드는 실습!!! 합격의 지름길 ^^



섬사이 2011-01-05 10:39   좋아요 0 | URL
아, 인강도 있군요.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시험처럼 집에서 실습하는 건 한 번도 안해봤어요.
집에선 조금 대량으로 만들어서
가족들이 푸짐히 먹는 게 목표라..^^;;
시험이 정해지면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네요.

순오기 2010-12-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아들!!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한다면 신나서 할 거 같아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정책은 또 하나의 폭력이지요.
아드님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았으니 복 받았네요. 부러워요~~

섬사이 2011-01-05 10:44   좋아요 0 | URL
예, 요리할 때랑 공부할 때랑 아들의 얼굴이 달라요.
즐거워하는 아들 때문에 덩달아 저도 즐거워지기도 하구요.
제가 "그까짓, 공부!!"하면서 만용을 부르기도 해요.
엄친딸, 엄친아의 대표들과 함께 사시는 순오기님한테
"부러워요~"하는 말을 듣는 건 좀 민망해요. ^^

희망으로 2011-01-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차려준 음식보다 확실한 자기 의지를 가진 아들이 정말 예뻐요. 요즘 울 애들 보면 복장 터져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없이 있는 걸 지켜보자니 저까지 모든 일에 의욕 상실이라 책도 다른 일도 자꾸 에러가 나서 수정 작업해달란 전화 받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저 자신조차 추스리지 못하는 것 같고....그래서 종교도 가졌는데 차라리 푹 빠지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서 또 힘드네요. 에효....괜한 푸념만 하다 갑니다.
왜 남의 아이들은 이리도 이쁜지.^^

섬사이 2011-01-05 10:53   좋아요 0 | URL
아직 어떤 계기를 만나지 못한 거겠지요. 사실 우리네 교육현실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자기 꿈을 표출할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잖아요. 아이들 탓만 할 수도 없어요.
이런 저런 일이 자꾸 꼬이고 겹치는 상황인가봐요. 빨리 그 상황이 지나가야 할 텐데요.. 지나가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때 전화기 다 꺼놓고 집안일도 다 내팽개쳐두고 아이들 없는 오전에 그냥 푹 자버려요. 스트레스를 잠으로 푸는 성향이라..
기운내세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타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집에 해마다 찾아오는 산타의 경우,
세남매의 기대를 왠만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게 분명한데, 
한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용면에서나 크기면에서나 현격한 차이가 난다면
이것을 어떻게든 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형평의 원칙, 균등의 법칙을 적용해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선물을 분배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성,
'산타'라는 직업의 특이성 때문에
형평,균등,공평,공정 등등을 뛰어넘는 희망과 욕구충족의 법칙이
우선시 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의 첫째와 둘째는 어린 동생의 과도한 선물 욕심에 고개를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
첫아이가 10 여 년 전에 단짝 친구네 집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인데
당시 자기도 갖고 싶다고 그토록 졸라댔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번번히 부모에게 거절당하던 한맺힌 장난감.
그런데 이제 산타에게서 그 장난감을 꼬맹이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받아버린다면  
무지 서운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산타는 이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꼬맹이 녀석에게 원하는 선물을 보내주자니
큰아이가 마음에 걸리고
안 보내주자니 꼬맹이가 실망할 표정이 눈에 선한 것이다.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 하면 
아마 꼬맹이는 산타가 엄청나게 시시하고 쩨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산타는 무지 힘들겠다.
그나저나 산타의 선물 자루에 우리 꼬맹이 선물이 들어가고 나면
다른 아이들 선물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너무 욕심을 내면 산타가 아예 선물을 안 줄지도 모른다고
산타와 아이 사이에서 의견조정을 벌이고 있는 중이긴 한데
내리사랑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큰애들 키울 때보다 산타 형편이 좀 나아진건가,
산타는 무리해서라도 
꼬맹이가 평생동안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기쁜 선물을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고.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날,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올해도 몰래 다녀갈 우리집 오랜 단골 산타가
부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산타가 이성을 잃고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아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는 커다란 선물을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날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하는 날이라는 걸,
그러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늦둥이 꼬맹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간절한 눈망울을 하고
'제발~~~'하며 원한다고 해도
'절충'해야 하는 게 옳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우리집에 다녀갈 산타는 앞으로 며칠간 골머리 좀 썩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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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실비니안 패밀리,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늦둥이 꼬맹이께서 산타에게 받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거죠?
정말 산타 고민되시겠어요.^^

섬사이 2010-12-16 14:44   좋아요 0 | URL
뭐 이런 장난감이 다 있나, 싶어요.
가격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게 만들어졌잖아요.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는 영영
옛추억의 노래가 되어버렸나봐요.

꿈꾸는섬 2010-12-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가 괴로울만하겠어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너무 궁금한데요.
ㅎㅎ 저희 집 아이들은 워낙 소박한 선물을 원해서 큰 걱정 안해도 될 듯 해요.ㅎㅎ

섬사이 2010-12-16 14: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말 괴롭겠지요...
저희집 산타도 소박한 선물 전문이라
저런 선물 해달라는 요구에 정신이 나갔을 거에요.^^

마녀고양이 2010-12-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따뜻한 글이라서, 저절로 미소를 흘리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감되기두 하구요.

그런데 원하는 선물이 실바니안 패밀리인가요?
으아, 무지무지 비싸잖아요! 산타의 결정, 꼬옥~ 들려주셔염.

섬사이 2010-12-16 14:47   좋아요 0 | URL
예, 실바니안 시리즈의 2층집과 부엌,침실,욕실 가구와 토끼가족인형이
우리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에요.
그러니 참...
그래도 아무튼 칼자루는 산타가 쥐고 있는 거니까
용단을 내려야죠!!

2010-12-15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들이 중3이다.  작년부터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생각을 해왔는데, 사실, 우리 아들은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다. 뭐, 고등학교에 가서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면 모를까...  그렇다고 성적이 아주 엉망인 것은 아니고, 어중간하다고 해야할까..  성적표를 보면 우,미가 더 많고, 가끔 수와 양이 끼어있는 정도다.  

어중간한 성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어중간하게 학교에 다니다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대학 어중간한 학과를 졸업해서 어중간하게 취업이라도 하게 되면 좀 낫지만, 그것도 안되면 참 큰일이겠다 싶었다.  아들의 꿈이 요리사라서 공부를 남들보다 경쟁력있게(?) 잘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십대의 마지막 시절, 그 3년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순 없을까, 그게 내 고민이었다.  기왕이면 졸업과 동시에 아득히 까마득히 지워져버릴 지식을 주입받느라 애쓰기 보다는 요리사가 될 아들이 몸도 쓰고 마음도 쓰고, 잘 생각하기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한 것 같았다.   

처음엔 산청 간디학교를 생각했다.  여름에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청에 잠시 들러 학교를 둘러보려고 했는데, 어쩐일인지 아들이 싫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지가 싫다는 걸 내가 강제로 가자고 할 수도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러다가 도서관 선생님에게 '산마을 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화도에 있어서 일단 산청보다 훨씬 가까워 좋았다.  아들이 따로 검정고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인가받은 특성화 대안학교라서 더욱 좋았다.  학교의 교육목표가 자연, 평화, 상생을 바탕으로 '사유하는 학교, 땀 흘리는 학교, 마음 나누는 학교'라는 것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바라던 바를 어쩌면 이렇게 쏙쏙 뽑아서 교육목표로 만들어 놓았는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리 저리 구경을 하고 다니다가 10월 9일에 입학설명회가 열린다는 공지에 얼른 신청댓글을 달아놓았다.  

10월 9일, 남편, 아들, 그리고 막내 유빈이와 함께 강화도 산마을 고등학교에 다녀왔다.   

 

 

 

 

 

 

  

가장 먼저 야트막한 집들이 눈에 띄었다.  홈페이지를 보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서 보니 푸른산 푸른 하늘 아래 야트막한 지붕의 집들이라...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학교 건물과는 참 달랐다.  인간관계가 수직의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관계라는 것,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게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는 걸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학교를 지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건축 특성상 식당도 따로 집 한채, 교실도 따로따로 집 한채, 도서관도 따로 집 한 채, 교무실도 따로 집 한 채, 컴퓨터 실도 따로 집 한 채, 기숙사도 학년별 성별로 따로따로 집 한 채 씩을 가지고 있었다.    


 

 

 

 

 

  


 

 

 

 
 

 

 (위의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도서관, 교실, 식당, 컴퓨터실이다. 물론 아이들 밥은 채식위주의 유기농 식단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집들 사이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길들이 참 정겹고 예뻤다.

 

 

 

 

 

 

 

 

왼쪽 사진은 기숙사로 가는 길, 오른쪽 사진은 도서관 앞 모퉁이 화단이었던 것 같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자연과의 상생을 배울 수 있겠다고 느끼게 한 장소가 세 군데가 있었는데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학교에 들어서면 운동장 스텐드 지붕처럼 보이는 태양광 집열판들이었다.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학교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인천시에 판다고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3평씩 주어진다는 학교 텃밭.  텃밭 옆에는 삽이며 호미등이 즐비한 농기구 창고가 있었고, 작은 트랙터(맞는지 모르겠다)도 두어 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가을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유난했던 날씨 때문에 아이들의 농사도 신통치 않았던 걸까?  밭이 좀 볼품이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학교를 떠나올 때쯤 화장실에 들렀을 때였다.  나무로 지어진 화장실 건물이 특이하다 싶긴 했는데 안에 내부도 나무.  나무로 사람이 앉을만한 높이로 정육면체모양의 틀을 짜서 좌변기의 윗틀만 얹어 놓은 모양의 재래식 화장실이다.  게다가 화장실에 앉았을 때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뚫어놓은 20센티미터짜리 자 크기 만큼의 창문. 하하하, 볼일 보면서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라는 배려란다.  그리고 화장실 한 쪽 구석 고무통에 쌀겨가 들어있는데, 볼일을 보고난 후 쌀겨를 바가지로 퍼서 넉넉히 뿌려주는 게 이 학교 화장실의 에티켓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퇴비로 변한 우리의 신성한 자연물은 아이들의 생태농업에 쓰인단다.  신기하게도 화장실에선 냄새가 거의 없었다.   말로만 상생과 평화를 외치는 학교는 아니구나 하는 신뢰가 생겼다.
 

 

학교를 나서면서 아들에게 뭐가 제일 맘에 들었냐고 물었더니 기숙사가 가장 좋았단다. 우리가 들어간 기숙사 동은 1학년 남자아이들만 쓰고 있는 통나무 집이었던 것 같다. 한 방을 4명이 쓰고 세탁실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 한쪽에 책들이 즐비한 거실, 그리고 외국인이 왔을 때 묵어가는 방까지 갖췄고, 깔끔했다.

 

 

 

 

 

 

 

이 학교는 30년 전통의 일본 자유노모리학교와 교류하고 있고,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체코,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폴, 중국, 이스라엘 등지에서 우퍼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우퍼(WWOOFER)란 유기농업을 하는 농장에서 하루 4시간의 일을 해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여행자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 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수업도 함께 듣는단다.  

이렇게 엄마, 아빠, 오빠가 학교를 설명회에 참석하고 학교를 둘러보는 동안, 막내는 뭘했을까?
 

 

 

 

 

 

아기 고양이들과 놀고, 이 학교 아이들이 10월 초에 있었던 축제에 지었다는 인디언 천막에 들어가서도 놀고.. ^^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갯벌에서 오누이는 정답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들이 꼭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생을 남녀 합쳐서 단 20명밖에 뽑질 않는다.  
게다가 학교 스텐드를 꽉 채워서 뒤에 서서 듣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았다.  경쟁율이 너무 세다.  윽, 여기서도 '경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다니!!! 
어떻게 되든 입학원서는 내볼 생각이다. 정말 탐난다, 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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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13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아이들을 공부와 입시의 지옥으로 내몰지 않고 이렇게 자연을 벗삼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모두의 로망일텐데 이런저런 핑계 현실의 직시 등으로 짓눌려 있던 마음이 눈녹듯 녹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쌩유 ^*^

섬사이 2010-10-20 23:38   좋아요 1 | URL
어제 아이의 입학원서를 우편으로 부쳤습니다. 입학정원에 비해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떨어지면 아이의 실망이 클 것 같아서요.
저런 학교가 '로망'이 아니라 '일반적'인 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점도 한동안 싱숭생숭했습니다. ^^

치유 2010-10-15 0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학교가 이래야 되는데 말이죠..아이들을 위한 학교말여요...

섬사이 2010-10-20 23:41   좋아요 1 | URL
아, 배꽃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와락, 안아드려요. ^^
'모든 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교육이 펼쳐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다양함 속에서 차별받지 않는 교육이요.
너무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BRINY 2010-12-20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쟁이 없는 곳이 없네요. 공부에 뜻이 없으면 차라리 자유롭고 즐겁게 대안학교에서 학창생활을...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안이했군요.
 

김치가 딱 한 통 남아 있었다.  얼마 전에 동네 마트에 갔다가 배추값을 확인했더니 3포기 한 망에 37000원.  등골이 오싹했다.  결국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나왔다.  집에 오면서 곰곰 따지고 보니 가족들이랑 외식 한 번 했다, 치고 김치를 담그면 비싸다 할 것도 없는 가격이다.  3포기를 가지면 글쎄, 일주일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부재료까지 합쳐서 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해도 일주일동안 먹는다면 하루에 7100원꼴정도, 한끼에 2400원정도다. 우리집은 다섯식구니까 한 사람당 한끼에 480원. 그래, 아무리 비싸졌다고 해도 그렇게 따지면 과자 한 봉지에 2000원 하는 판국에  발발 떨 것도 없다 싶다.  근데 어딘가 찝찝하고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 거다. 인상된 값만큼 우리 농부들에게도 이득이 될까. 누구 주머니를 불리고 있는 걸까 싶어서 말이다...  어쨌든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의 가격폭등은 나같은 서민들에겐 살벌, 그 자체다.  애그플레이션이다 하면서 말들이 많던데, 걱정이다.

당장 김장이 걱정되었다.  한살림을 믿고 있었는데 물량부족으로 김장용 배추 주문 예약 받기를 중지한 상태였더래서(지난 4일에 어렵게 4만포기를 마련해서 선착순 주문을 다시 받았는데 10분만에 종료되었단다), 그저께였나, 괴산절임배추를 인터넷에서 찾아 40kg을 9만원에 주문했다. 그런데 오늘 흙살림에서도 유기농절임배추를 20kg에 42000원에 꾸러미 회원들에 한해 선착순 주문을 받는다는 문자가 왔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주문취소하고 어쩌고 하는 절차가 귀찮아서 그냥 이번 김장은 괴산 절임배추로 담그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배추 문제는 해결.  그럼 무는?  화요일에 아파트 장이 열렸을 때 물어보니 무 한 개에 4천원.  20포기 정도를 담그려면 한 15개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한살림에선 무가 하나에 1400원인데 문제는 물량 부족으로 1인당 2개씩만 판매한다는 거다.  일단 그건 김장 담글 때쯤까지 기다리면서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어제 열린 장에서 열무가 한 단에 4천5백원이라는데 남아있는 열무 6단을 떨이로 해서 2만2천원에 구입했다.  (한살림에서는 열무 단이 작긴 하지만 한 단에 1400원인데 그것도 물량부족으로 무처럼 1인당 2단씩만 구매할 수가 있다) 쪽파 한단 3000원까지 해서 모두 2만5천원.  오늘 아침 애들이 다 나간 후 열무김치를 담기 시작했다.  열무가 좀 억세긴 하지만 커다란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하나와 작은 김치통 하나를 채웠다.  마음이 든든하다.    

.................?

칫, 열무김치 한 통 담가놓고 마음 든든하다며 안심하는 꼴이라니!!!
한심하기는.... ㅉㅉㅉ 

에휴, 도대체 이 시절은 언제 끝날까... 

김치나 맛있게 익어라.  맛없으면 무지 화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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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10-10-0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제목이 너무 공감이 가서요
저희도 간신히 괴산배추 것도 작년보다 오른 가격으로 한달뒤에 올거 김장 주문해놓고.
동네에 아줌마가 가져다 파는 열무 가지고,
동치미 같이 국물있는 열무김치 한통 담궜지요.
그래도 열무단은 억세지만 열무는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아이들이 잘 먹고 있어서 다행이랍니다.
정말 언제나 이 시절이 끝날런지요.. 참...

섬사이 2010-10-11 06:03   좋아요 0 | URL
저도 지난 목요일에 흙살림 꾸러미에서 열무 500g이 와서 금요일 밤에 열무물김치를 담갔어요.
요즘은 배추값이 좀 떨어진 것 같기는 한데, 요상망측했던 날씨때문에 더욱 농사짓기 힘들었을 농민들에게 좀 더 이득이 간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순오기 2010-10-10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6년째 김장 안하고 얻어 먹고 살았는데, 올해는 그게 어려울 거 같아요.ㅜㅜ
정말 열무라도 사다 김치 담궈야겠어요.

섬사이 2010-10-11 06:07   좋아요 0 | URL
김치 담그는 거, 정말 일이죠...? 그나마 열무김치는 담그기가 좀 쉬운 편이긴 해요.
저도 배추김치는 김장 때나 담그려구요. 여차하면 깍뚜기를 더 담글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