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일주일동안 모아두었던 재활용품들을 내놓는 날이다. 비니 덕분에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나는 오늘 아침에도 큰애 작은애 학교에 보내놓고 쇼파에 쓰러져 있는데, 남편이 기억하고는 종이쓰레기, 비닐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몽땅 갖고 나간다. 이럴 때 보면 내 남편이 이쁘다.
목요일, 구청 지하에 있는 장난감 마을에 가서 비니 장난감을 새로 대여해 오는 날이다. 목요일마다 남편이 봉사해준다. 봉사? 아니지, 남도 아니고 애 아빤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바쁜 아침시간 쪼개서 장난감 싣고 왔다갔다 해주는 게 고맙다. 차로 움직여주는 덕분에 덩치가 큰 장난감을 빌려올 수 있다.
겨울이라 밖에 나가 놀지 못하는 비니를 위해 요즘은 계속 신체영역 쪽 장난감을 대여 중이다. 지난 번엔 농구골대를, 지지난 번엔 미끄럼틀을 빌려왔었다. 오늘은 악어시소를 빌렸다. 남편더러 차에 싣고 가라고 하고 나는 비니와 남아 장난감 센터 내에 있는 실내놀이터에 들어가 놀다가 왔다. 오랜만에 미끄럼틀도 타고 방방이에서 뛰기도 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놀지못했던 답답증을 풀어내라고..
늦둥이 막내를 둔 내 입장에선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해낸 구청이 무척 고맙다. 장난감을 새로 사주자니 아깝고 안사주자니 찜찜하고.. 뭐 그런 딜레마에 빠져있었던 나로서는 처음에 회비 만원만 내면 일주일간 무료로 계속 빌릴 수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 출산률이 세계 최저라는데 이런 거라도 잘 받쳐줘야지. 근데 배달까지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욕심을 부린다. 아기 데리고 장난감들고 왔다갔다하기 힘든 엄마들 생각을 해서라도 기왕이면 배달서비스까지 갖춰주면 진짜 좋을텐데 하고..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며 나를 꾸짖을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고 먼 것도 사실아닌가.. 우리는 보다 당당히 국가를 향해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이었나? 너무 화가 나서 한겨레신문에 독자투고를 한 적이 있다. 비니를 낳고 예방접종을 할 때였는데 소아마비를 예방하는 경구용약이 없어지고 주사약으로 대체되면서 주사약부족으로 예방접종을 할 수 없게 된것이다.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보건소에도 동네 병원에도 소아마비약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나 한겨레 신문에다가 보건복지부에선 뭐하는 거냐, 출산장려한다고 해놓고 예방주사약 수급도 못맞추느냐, 말나온김에 아이들 예방접종비를 국가에서 지원해라, 하면서 말이다.
막상 신문에 활자화되어 나온 걸 보니, 분에 차서 높이 내질렀던 언성은 사라지고 매우 점잖고 조분조분한 글로 수정되어 있었다. 하하하
어쩔까.. 이참에 구청홈페이지에라도 장난감 배달까지 해달라고 요구해볼까? 누군가 그정도에 만족하라며 웃는다. 배달해주는 대신에 장난감 대여 비용이 올라갈거라고.. 일리 있는 얘기다. 추가비용내고 배달서비스를 받느니 애데리고 내가 왔다갔다 하고 말지...
"아무튼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니까.. 그냥 만족하고 살어~!"
그려, 그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