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울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이윤기,이다희 옮김/달궁)
2. 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임희선 옮김/지상사)
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우석균 옮김/민음사)
4.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공경희 옮김/은행나무)
5.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레이첼 카슨/표정훈 옮김/에코리브로)
; 아주 얇은 책. 그것도 자연을 담은 사진이 많이 담겨 있고 글이 많지 않아 정말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린이에게나, 어린이를 인도해야 할 어른에게나,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자연과 관련한 사실들은 말하자면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씨앗은 나중에 커서 지식과 지혜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서 느끼는 이런 저런 감정과 인상은 그 씨앗이 터잡아 자라날 기름진 땅이라고 할 수 있다.’는 레이첼 카슨의 말은 늘 ‘가르치기’에만 골몰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6.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눌와)
7. 거문고줄 꽂아놓고 (이승수/돌베개)
; '옛사람과 사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옛사람들의 아름다운 사귐을 적어 놓은 책이다. 나이와 성별, 당파와 나라를 뛰어넘은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사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고 있거니와 이 책에 나오는 김시습과 남효온, 허균과 매창, 성운과 조식, 나빙과 박제가 등등의 사귐에 대한 이야기는 어쩐지 우정보다 맑고 고귀해 보인다.
8.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김병종/랜덤하우스)
9. 둥글둥글 지구촌 문화기행 (크리스티네 슐츠 라이츠/풀빛)
10. 샤갈이 그린 라퐁텐 우화 (장 드 라퐁텐 글/마르크 샤갈 그림/지엔씨미디어)
11. 달의 바다 (정한아/문학동네)
; 하얀 눈밭을 밟고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느낌의 소설. 뜻대로 선택한대로 풀리는 세상은 아니지만, 혹시 내가 원하는 곳에 닿는다 해도 그 곳이 내가 바랐던 만큼 이상적인 곳은 아닐 테지만, 하얀 눈밭을 밝고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보며 우리가 그 발자국 주인의 삶을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삶으로 상상하듯이, 나도 내 손 안에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삶을 곱게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2.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왕은철 옮김/현대문학)
; 나에겐 너무 먼 나라 아프가니스탄. 마리암과 라일라라는 두 여성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안타깝고 처절한데, 그런 가운데 느껴지는 인간의, 여성의 힘이라니!!!
13. 유이화 (조두진/예담)
; 대의명분에 함몰되어버린 철영과 사적인 삶 안에서의 행복과 인간과 일상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유이화가 대조적이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에게 보낸 교서가 나오는데 그 말도 안 되는 교서 내용이 작가의 창작인지, 아니면 정말 역사적으로 실재하는 교서내용인지 궁금해졌다. 임진란 당시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였을 선조가 그런 정신 나간 교서를 내렸단 게 믿어지지 않는 만큼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론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어쩐지 너무 과장이 심한 뻥같다는 느낌은 소설 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14.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정영목 옮김/해냄)
; 참 독특한 소설. 큰따옴표, 줄바꾸기 등의 원고지 작성법을 무시한 작가의 개성(?)있는 작법 덕에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집중력이 요구되었던 책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이 몽땅 멀어버린다면 정말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이 섬뜩하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부인의 행동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희망 같은 모습이랄까.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었던 ‘희망’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물질에, 욕망에, 사랑에, 출세에, 성공에, 질투에, 두려움에, 눈먼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작가의 일갈이 날카롭다. ‘제대로 보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래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까지 포기하진 말아야할 텐데..
서평을 쓰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만 몇 줄 적어보았다. 책이 별로라서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게 아니라 서평을 쓸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2월에는 참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흐뭇하다.
강릉과 속초로 3박4일 가족여행을 다녀왔고 둘째 녀석 졸업, 시어머님 생신도 있었는데 정리해 놓지를 못했다. 숙제가 3월로 미뤄졌다.
오늘은 삼일절이자 울 옆지기 생일이다. 미역국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일어난다. 울 옆지기가 초등학교 때 시험에 ‘태극기를 다는 날은 언제냐’는 문제가 나오고 답을 쓰는 네모 칸이 세 개 쳐져 있었는데, 울 옆지기 그 네모 칸 세 개에다 자신 있게 ‘내 생일’이라고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전에 한참을 웃었더랬다.
우리 옆지기 생일인데, 모두 태극기는 다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