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ㅣ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은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게으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간다는건 참으로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게 부족한 나의 현실입니다. 누구는 어느 대학을 갔다더라, 누구는 어디에 취직을 했다더라, 누구는 어떤 사람과 결혼을 했다더라, 누구는 차를 바꿨더라, 누구는 집을 넓혔더라.... 수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비교당하면서 사는 삶은 정말 피곤하기 그지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아직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의 주인공 교코는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생활 환경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립니다. 오랜세월 동안 다녔던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예금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출금해서 살기로 합니다. 한 달 10만엔의 생활비는 낡고 허름한 연꽃 빌라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좋은 집에서 깔끔한 생활을 하면서 이웃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면서 사는것이 당연한 일인 교코의 어머니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그만두고 낡은 빌라로 이사 한 딸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쉼 없이 회사 일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교코는 모든 것을 놓고 자신만의 공간 연꽃 빌라로 이사를 합니다.
연꽃빌라는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 2층은 비어있고 교코가 세들어 있는 1층에만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멋스러워 보이는 60대 할머니 구마가이 씨, 직업이 '여행자'라고 하는 외국인과 연애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고나쓰 씨, 괴팍한 주인 밑에서 주방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사이토 군이 교코의 이웃입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느라 바쁘게만 살았던 교코에게 이제 갑자기 자신만의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창가에 서서 구경하거나 느긋하게 동네 산책을 하고 가끔은 좋은 커피를 사먹는 사치를 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코의 일상이 그저 평화롭기만 한건 아닙니다. 여름에는 습기와 벌레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겨울엔 집 안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 추위 때문에 괴롭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생활 패턴을 극단적으로 바꾼 교코가 극단적으로 행복해 지지는 않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조용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 마음의 평화가 오고 행복해 진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고 있지 않아서 오히려 이 책이 좋았습니다. 바쁘게 사는 생활도, 느긋하게 사는 생활도 그저 방식이 다를 뿐 삶의 한 단편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중요한건 어떤 모습으로 살던간에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게 아니라 내 자신의 선택으로 나만의 삶을 사는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