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오드리 - 사랑받는 여자의 10가지 자기관리법 Wannabe Series
멜리사 헬스턴 지음, 이다혜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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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 애칭을 만들어 부르는게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었다. 어떤 친구는 '비비안 킴'이라 자칭하고, 어떤 친구에겐 부시맨을 닮았다고 우리가 억지로 '부시걸'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나를 '오드리 현'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었다. 친구들의 자자한 원성을 힘으로 제압하고 무조건 그렇게 부르라 우겼었다.

 

나에게 오드리 헵번은 사랑스러움의 상징이었다.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홀리, '사브리나'의 사브리나...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의 체형상 도저히 닮기 힘든 그녀지만 닮고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던 꿈의 모델이었다. 그녀의 매력이 무언지는 세월이 흐른뒤에 분명히 알게되지만 그때만큼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닮고 싶기만 했다.

 

친구들에게 윽박질러서라도 그렇게 불리고 싶던 오드리 헵번. 그녀를 다시 만난건 몇 년 후 어떤 기사에서 였다. 얼굴엔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녀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은 내가 어릴적 꿈꿔왔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주름살 하나하나를, 희끗희끗해지는 머리카락을, 나이들어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평범한 나도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다 눈에 띄인 주름 하나가 하루종일 마음에 걸리곤 하는데 여배우는 오죽할까. 세월을 거스르고자 보톡스다 귀족수술이다 뭐다해서 오히려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배우들도 종종 보게된다. 하지만 오드리 헵번은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얼굴로 의외의 곳에서 우리앞에 등장했다. 그런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아름다운 드레스도, 화려한 보석도 그녀가 아무렇게나 입은 청바지, 질끈 묶은 머리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이 책은 오드리 헵번의 일생을 다뤘다기 보다는 '사랑받는 여자의 10가지 자기관리법'이라는 부제에 맞게 Happiness, Success, Health, Love, Family...등 10개의 소단원으로 나누어 그녀의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들을 싣고 있다. 그녀가 했던 말들과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오드리 헵번을 싣고 있어서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수 있게 해준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점이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센스있는 옷으로 자신을 빛낼줄 아는 그녀였지만 겸손했고 그 어떤 명예와 부 보다도 가족과 사랑을 우선으로 여겼던 아름다운 사람이다. 유산과 두 번의 이혼으로 힘든일도 겪지만 그래도 사랑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먼 훗날 자신이 출연한 영화는 기억에 남아있는데 두 아들의 커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면 슬플거라며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정을 하고 스위스의 조용한 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살았던 그녀... 알면 알수록 닮고 싶어진다.

 

어릴적엔 그저 아름다운 그녀의 겉모습을 닮고 싶었다면 지금은 그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조용한 삶을 사랑했던, 힘들어하는 사람을 사랑했던 그녀의 성품을 닮고 싶다. 거기에 그녀의 사랑스러움까지 닮아간다면 나는 분명 아름다운 아줌마, 고운 할머니가 되어 갈테지......

 

"과거는 현재에 감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안달복달할 필요는 없다. 나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느라 현재의 어느 한순간도 망치고 싶지 않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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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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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p.219)

 

히말라야 오지의 마을에서 그곳 사람들과 세 잔의 차를 함께 나누어 마시고 그들과 가족이 된 한 남자가 있다. 미국인 그레그 모텐슨. 그는 히말라야 산골마을 사람들과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

 

그는 뇌수막염의 후유증으로 내내 고생하다 목숨을 잃은 여동생을 기리기 위해 K2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그녀의 호박 목걸이를 K2 정상에 두고 오기 위해서다. 그곳에서 뜻밖의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을뻔한 그레그를 히말라야 작은마을 코르페의 사람들이 보살펴준다. 

 

학교라고 부를수도 없는 허허벌판에 둘러앉아 흙에 나무 막대기로 구구단표를 베끼고 있는 아이들을 본 그레그는 코르페 마을 사람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로 약속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학교 지을 돈을 모으기 위해 그는 병원 야간근무를 자처하고 집세마저 아끼기 위해 차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다. 또 유명인사들에게 기금마련을 위한 편지를 수백통 보내기도 한다. 별 소득은 없었지만....

 

어렵게 학교 지을 돈을 마련해서 자재를 구입하고 코르페 마을로 향하지만 마을을 잇는 다리가 없어 자재를 나를수도 없다. 다리부터 놓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그는 좌절하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기금마련에 나선다. 후원자를 찾고 CAI 기구를 마련하고.... 이때부터 그의 인생에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짓는 일이 전부가 되어버린다.

 

코르페 마을의 학교를 시작으로 그레그가 78개의 학교를 짓는 동안 많은 위험한 일에 만나게 된다. 여자들에게 교육시키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당하기도 하고 무장단체들에게 억류당했다가 풀려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9.11테러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에 내몰리기도 하고 협박편지를 받기도 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용기에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감탄의 박수를 보냈는지 모른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어쩌면 우리들이 만든 핑계가 아닐까. 그레그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 히말라야 산골의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고 있는 일은 안타깝지만 내가 어쩔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수 없는 일을 이뤄냈다. '나 혼자 힘으로 뭘 어쩌겠어.'라는 생각으로 나는 그저 뒷짐만 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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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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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학교 다닐때 유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을 편애했던 선생님께 느꼈던 차별, 후줄근한 차림으로 갔던 백화점에서 매장직원의 차가운 태도에서 느껴졌던 차별, 외모 지상주의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차별....


그래도 이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나의 행동에 어떤 제재를 가하거나 제한을 두는 차별은 아니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는 차별들을 받고 살았다. 백인 여성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조차 쳐다보면 안되고 어떤 음식점에는 들어갈 수 없고 화장실도 지정되어 있는 곳만 가야하며 카페에서 물을 달라고 요구 할 수도 없었다.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4-50년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은 세계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단지 나의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지금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처를 받고 좌절을 느낄것 같긴 하지만 외국에 나가 살아보기 전엔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한계에 도전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존 하워드 그리핀은 흑인 잡지 <세피아>의 발행인인 친구 조지에게 백인인 자신이 직접 흑인이 되어 직접 차별을 경험해 보겠으니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조건으로 후원을 해 달라고 한다. 그리핀은 피부과에서 약을 복용하고 자외선을 쬐어 피부를 검게 만들고 검은 물감으로 얼굴을 칠해가며 흑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흑인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 거울로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고 그 모습을 자신이라 받아들이지 못해 존재감을 잃고 자아가 분리되는 낯선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온전히 자신이 흑인임을 받아들인다. 그리핀은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진 남부지방을 흑인이 되어 체험하게 된다.
 

백인이었던 자신과 흑인의 모습을 한 자신은 분명 같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백인들은 자신의 호의마저 불쾌함으로 받아들이고 흑인들은 같은 편이라는 따뜻한 웃음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고 앞에서는 고상한척 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치졸한 모습을 드러내는 백인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목격한다.
 

5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놀랍기만 한 이야기들이 극심한 인종차별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던 당시에는 어느정도의 논란이 일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백인인 그리핀이 말하는 백인들의 치부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방송과 책으로 그리핀의 경험이 알려지면서 그리핀과 그의 가족들은 온갖 협박에 시달려 멕시코로 잠시 이주해 살기도 했다고 한다. 또 실제로 그는 KKK단의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는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어떤 방송에서 시민을 상대로 강남역 거리에서 백인이 길을 물었을때와 흑인이 길을 물었을때의 반응을 실험했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단지 길을 묻는 행위에 대한 반응일 뿐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에게 대답을 해 준 사람은 백인에게 대답을 해준 사람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극명한 차별을 보였다. 
 

요즘 많이 다뤄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정말 심각한 문제고 우리 스스로 많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누구에게 뭐라 할것도 없이 나부터 마음 속에 편협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본다. 이 책 <블랙 라이크 미>는 나에게 스스로를 반성해 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을 선물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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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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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은 마음을 추스릴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 의해, 살인사건으로 잃게 된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살인자를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듯하다. 그런데 그 살인자가 사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4년 전 3명의 중학생이 저지른 강도살인으로 아내를 잃은 히야마 다카시는 딸 마나미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3명의 중학생은 소년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고 히야마는 증오와 원망을 꾹꾹 누르고 살아간다. 히야마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아내를 잃은 순간 멈춰버린 시간과 마나미를 돌보며 흘러가는 시간.

 

어느날 히야마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숍에 형사가 찾아와 아내를 살해했던 소년 중의 한 명이 근처 공원에서 살해됐음을 얘기한다. 마치 그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인듯 그의 주변에서 아내 살인범들이 한 명씩 살인을 당하거나 피습당한다. 그는 그 소년들의 주위를 탐문해 나가고 놀라운 진실이 그 앞에 드러난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장일치로, 단연 선두의 평점으로 수상한 작품이라는 출판사 측의 광고가 과대포장이 아님이 느껴진다. 책을 잡은 순간부터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전개도 훌륭하고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라 나는 감탄하면서 읽어내려갔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뉴스 후'라는 프로그램에서 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을 다루는 방송을 보게됐다. 범죄 피해자들이 얼마나 피폐해져 있으며 그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 방송에서 다루어진 일본에서 일어난 사례가 내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에서 벌어진 같은 반 학생 살인사건의 뒷이야기로 피해자의 어머니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고 아버지는 암으로 사망했고 여동생은 자해를 일삼는등 피해자 학생의 가족은 붕괴됐지만 가해자 학생은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고 성인이 되어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가해자 학생이 번듯한 사회인으로 자란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피해자 가족이 붕괴되어 버린것과 비교하면 씁쓸하기만 했다.

 

이 책은 흑백 논리로 문제를 제단하고 있지 않다.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심리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묻고 있는듯하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아우르는 해결책을 찾을수는 없을까. 이것만이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 어떤 사람도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보호해 주는 그런 해결책이 만들어지길 빌어본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전에, 자신이 범한 과오를 정면에서 마주보는 것이 진짜 갱생이 아닐까.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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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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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엔 내가 불사조라고 생각했었다. 차에 치어도 죽지않고 높은데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고, 아니 죽는다라는 생각조차 없었고 다치지도 않고 멀쩡할거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도 잘 인지하지 못하던 때이긴 했지만 '나는 절대로 다치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상하게도 또렷이 기억이 남아있어서 혼자 떠올리고 맥없이 웃곤 한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터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 들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실은 아직도 절실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이.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되고 끝난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이 왔으니 당연히 행복하고 기뻐야 할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임종을 앞두고 있던 사람도, 사고로 모든 장기가 훼손당한 사람도,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더이상 죽지 않는다. 그야말로 아무도 절대로 죽지 않는다. 이렇게 죽지않고 숨쉬는건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다. 또 당장에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보험회사들은 파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갑작스런 죽음의 중지는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다.

 

나라 밖에서는 여전히 죽음이 진행되고 있지만 나라 안에서는 죽음이 중지된것이다. 임종을 앞두고 있던 한 노인이 자식들에게 자신을 국경 넘어로 데려다 줄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가족들이 그 뜻에 따라 국경을 넘는 순간 노인은 죽음을 맞는다. 그 이후로 남들 눈을 피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국가에서는 국경을 넘는것을 금지하라고 말은 하지만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죽음의 중지로 수많은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 '죽음'으로부터 자신이 일부러 죽음을 중지했으며 이제부터는 다시 죽음이 시작될거라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한다. 앞으로는 죽음 예고제(?)를 실시하겠다는 말과 함께... 죽음의 여신은 죽음을 맞기 일주일 전에 보라색 편지로 죽음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일주일 전에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차분히 주변정리를 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나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기에 일주일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처음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울것이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울테고 그렇게 우왕좌왕 불안해하다 죽는건 결코 행복하지 않을것같다.

 

그날 그날 열심히 죽음의 편지를 보내는 죽음의 여신에게 한 통의 편지가 되돌아온다. 어떤 경유로 편지가 되돌아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편지를 다시 보내려는 여러 번의 시도는 모두 허사가 된다. 일주일 후 죽음을 맞이해야할 한 명의 첼리스트는 죽지 않는다. 그녀는 그에게 직접 편지를 전해주기로 하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세 권째 읽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호평을 받는 작가들의 작품에 도전했다가 좌절해본 경험이 있는 나도 그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간다. 너무 난해하지 않아서 읽기에 망설임이 없다. <죽음의 중지> 또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많은 심오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으며 나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것들을 던져준다. 좋은 책은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

 

책을 읽는동안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죽어가고 있다. 단지 죽어가고 있다는걸 망각하고 있을뿐....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걸 잊고 사는게 좋을지 매순간 기억하며 사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그저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는 나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기르고 싶다. 천상병 시인의 글처럼 소풍처럼 왔다 가노라, 아름다웠노라 말 할 수 있는 그런 마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나 한 걸음 뒤로 물러서나 어차피 똑같이 죽음에 더 다가가는 것임을 모른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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