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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그대로 추리와 철학의 환상적인 결합입니다.
책 뒤에서도 나와 있듯이, 암살국이라는 사회의 암적 존재들만을 제거하는 살인청부회사의 보스 이반 드라고밀로프는 어느날 자기 자신을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고, 그 의뢰의 정당성을 토론을 통해 정당성을 인정, 그리고 오랜 친구이자 암살국의 단원인 '철학적인 살인자' 들이 그의 뒤를 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킬러라고 하면, 감정도 없고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무시무시한 사람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킬러 즉, 살인자는들 위에서 강조한 바 있는 철학적인 살인자입니다.
철학적인 살인자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그 뜻을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이여서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지키고 이상사회를 꿈꾸며,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철학적인 것과 관련이 되는 일종의 지식인입니다.
이들은 너무 이성적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어찌보면 이성적이다는 말은 감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감정이 전혀 없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윤리적인 광신도'등의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 철학적인 살인자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윤리. 과연 이 단어가 살인자들이 가질 만한 단어인가요? 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생명과 죽음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인가요?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입장에서도 어찌나 이성적이신지, 언어의 기적을 통해 휴전을 맺고, 거기다가 토론에다가 포옹까지, 결국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통제력과 최고의 이성, 도덕적 자기 억제의 표본이라고 하는 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부분을 보면서 솔직히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이성적일 수 있는가 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암살국의 보스인 이반 드라고밀로프는 오랜친구이자 암살국의 단원들과 하루 아침에 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뜩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인 죽음의 두려움에 관한 토론.
죽음의 두려움을 시작으로 모기를 때려죽여보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이 철학적 토론은 모기를 때려죽이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반면 인간은 죽이면 생각이 남는다고 모기와 인간의 차이점을 설명하지만, 모기를 때려죽인다는 표현을 지적, 반박을 시작으로 우주의 정의까지 나아가 끝내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이면서 모기를 때려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것과 같은 윤리를 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이 말은 이성적인 사람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죽음 두려워 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자신의 죽음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반 드라고밀로프와 그것을 정당화 시켜야 했던 윈터 홀의 대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금껏 행해진 암살들이 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잘못 된 것이였다면서 자신이 했오던 일인 암살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썩어빠진 사회가 각 개인을 악하게 만든다, 이런 소리죠.
암살국의 살인이 사회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가의 여부를 따지고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 이점도 참 흥미로웠죠. 한마디로 말하면 무턱대로 사람들 죽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그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구요.
거기다가 이 책의 묘미는 책의 후반부는 [도망자]라는 tv드라마와 영화로 유명한 로버트 L.피시가 적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구상한 잭 런던은 논리적으로 어떻게 결론을 맺어야 할지 몰라 포기를 했고, 그래서 로버트가 이 결말을 구상함으로써 더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잭 런던이 구상했던 결말과 로버트의 결말은 여러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로버트의 결말이 더 좋다고 생각입니다. 읽어 보시면 대게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철학적이라서 읽기 꺼려지시는 분들은 마음먹고 읽어보세요.
철학에 문외한 저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거기다가 기존의 철학책과는 달리, 추리와 스릴러라는 틀을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다보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난다면 다시 한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