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완전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것에서 오는 것 아니었던가.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갖고 있고, 만약 없다면 현재를 바꿀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 사실상 행복해질 일만 남은 게 아닐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가만히 있어서 달라지는 상황은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찾아오는 행복은 없다는 사실이다. - P20

일주일 이상 행복한 기분이 지속되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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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본질이야? - P369

내가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죽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학살을 저지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방아쇠를 당겨 크리퍼를 죽이고 제 목숨도 기꺼이 버려야 했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고, 이제 그다음을 생각해야죠. 이 행성에 지성이 있는 생물이 살고 있고, 사령관님은 방금 그들 손에 반물질 무기를 쥐여 준 꼴이 되었습니다. 이제 외교가 절실히 필요해졌고, 외교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이쯤 되면 저를 죽여서 이득을 볼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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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일본이 늙기 전에 부자가 되었고, 한국이 늙으면서 부자가 되었다면,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린 것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찍은 시점은 한국은1994년도, 일본은 1983년도였다. 그 해에 두 나라의 중위연령은 한국은28~29세, 일본은 33세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막 1인당 GDP 1만 달러에 돌입한 중국의 중위연령이 38.4세이다. - P189

중국의 부채 문제는 오랜기간 쌓여 온 구조적 문제이며 과거에는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던 성공적 방식의 후유증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해결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적 구조 자체가 대단히 취약하다. 지방정부는 전체 세출의 80%를 차지하는 보건, 교육, 연금 등을 책임지지만 전체 세입은 절반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일부 차액을 세입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에 다시 이전하는 식으로 보전해주고 있지만 구멍 난 재정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 P207

앞서 소개한 중국식 현능주의 시스템은 중앙정부가 도덕적·기능적측면에서 모두 전지전능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HSMC 사태에서 드러난정부 재정의 심각한 누수는, 우리에게 현능주의의 한계 지점에 관한 중요한 포인트를 보여주는 게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앞서 「빚의 만리장성 1, 2」에서 자세히 다루었듯, 현재 중국 국가 재정은 화수분은커녕 되레 부채 폭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처럼 부패하고 해이하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무작정 돈을 태운다면 중국은 반도체 굴기 이전에 국가부도가 더 빨리 찾아올 개연성이 훨씬 커 보인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 P232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국제적 대형 사건들을 각각 독립된 별개의 이벤트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에 이은 내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권력 장악, 그리고 2022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사건들을 미국과 중국, 러시아라는 유라시아 강대국 간의 대치라는 국제 지정학적 관점과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국제사회를 이러한 소용돌이로 빨아들이는 힘에서 한국은 당연히 자유롭지 않다. 당장 한국경제는 대외무역에 7할 이상을 의존하는데, 이러한 무역의 물동량 대부분은 인도양과 남중국해, 그리고 동중국해를 거친다. 특히나 한국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략 에너지인 중동산 석유를 포함해서 말이다. - P258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은 2017년 북한의 핵 ICBM 도발, 이에 대한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응징 움직임이 이어지며 전쟁 분위기와 긴장이 최고조로 달할 때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외신과 국내 매체는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이 아무리 최고조에 달한다 하더라도 실제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게 보았는데, 바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모두합치면 2021년 기준 D램이 70%, 낸드플래시가 45.6% 정도이다. 만약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IT 전자 산업이 올 스톱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었다. 이런 엄청난 리스크 때문이라도 워싱턴과 베이징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걸 용인하겠느냐는 논리였다. - P267

대중 외교 기조에 있어 철저히 국익에 기초한 초당파적인 컨센서스를 이루고,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이, 그것을 따르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P285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2022년은 한국이 다시 한번 적응력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새로운 시대에 정식으로 진입했다는 상징적인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 새로운 시대란 바로 ‘신냉전이라는 뉴노멀‘이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탈냉전 세계화 시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후 균열을 생기더니, 이어진 미중 간 무역전쟁과 이어진 기술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질서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데 있어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처한 것이다. - P288

비록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오랜 기간 한반도에 주기적 충격을 가했던 중국이며, 시진핑 정권이 초래한 지정학적 쇼크와 지금의 신냉전상황이 아무리 엄혹하더라도, 나는 우리가 이를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당연히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다. 한국이 이미 갖고 있는 장점과 과거의 위기 극복 경험들을 다시금 잘 복기하고,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힘쓰면서 대응책을 찾는 논의에 적극 참여해 줄 수만 있다면 말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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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노이즈가 없다. 검색 알고리즘은 우연을 몰아내고, 소셜 미디어는 강한 유대 관계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취향과 시야를 편협하게 만들고, ‘좋아요‘와 차단으로 이루어진 SNS 타임라인은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가 친구냐 적이냐를 실시간으로 따지는 일에 골몰할 때 세계의 분열과 분단은 더욱더 확고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리즘이 가속화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내셔널리즘과 정체성 정치가 부흥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 P55

추적단 불꽃이 말하듯 "살아온 환경, 살아온 방법, 살아온 시간이 달라도,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연대는 시작" 되는 것이다. - P94

문화이론가 마크 피셔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울증적 쾌락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는데, 이는 소소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 말고는 어떤 의미 있는 일도 하지 못하는 허무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무언가에 빠져 있다고 느끼지만 진정한 만족은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에 열광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권태로워하기도 한다. - P133

넷플릭스의 넓은 창을 보면서 대체 무엇을 선택해야할 지를 고민할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알고리즘이 제시되지만, 그것 역시도 우리의 과거 선택에 의존할 뿐이다. 알고리즘은 결코 새로운 것,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지 못한다. - P140

이처럼 사람다움과 환대를 긴밀히 연관시킴으로써 배제와 낙인, 신분 차별과 일상적 모욕을 비판할 수 있는 실천적 입지점이 생긴다. 환대는 더이상 주인과 손님의 문제, 즉 사적 개인이 다른 사적 개인에게 자신의 사적 공간을 개방하거나 개방하지 않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봉건적 신분 질서가 해체되고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나타나는 근대화 과정은 "그때까지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완전한 사회적 성원권을 획득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157쪽) 따라서 환대의 원리는 종교적이거나 개인적인 의무에 그치지 않으며 오히려 근대 사회의기본 구성 원리, 즉 일상적 상호작용을 규제하고 우리의 도덕적·사회적 상상력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기본 규범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P160

다시 말해 환대는 특별히 더 도덕적이거나 더 따뜻한 사람이 되라는 요구가 아니라, 공간과 도시에 대한 공적인 접근권을 개방하는 문제이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의 없음을 드러내는 작은 몸짓이자 시민적 도덕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 P161

환대와 공존 같은 좋은 말을 우리가 아무런 유보나 비판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결코 모든 것을 환대할 수 없다면, 그렇기에 우리의 환대가 언제나 제한되고 조건 지어진다면, 우리는 자신이 그 환대의 경계 위에서 그 경계를 부지불식간에 옹호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 위치를 망각하고 우리 시대의 좋음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시선은 그 좋음이 어떻게 숨어 있는 도덕적 배제를 정당화하는지를 인식하는 쪽을 향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환대의 태도는 경계의 무자각도, 경계의 완전한 개방도 아니다. 그런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절대적 환대를 꿈꾸기보다 우리가 제한된 환대 위에 서 있다는 분명한 인식, 경계의 희생자에 대한 주목, 그리고 그 제한된 환대를 확장하려는 마음이 긴요하다. - P173

결국 모든 우정과 환대가 언제나 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제공할 수없는 이상 우정과 환대는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모든 곳에 아무런 성찰 없이 적용될 수 있는 순수한 도덕 이념만을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포함되고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데 있다. 모든 환대의 문제는 나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적 환대보다 오히려 작은 연대가 우리에게 더 필요한 동시대적 환대의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 P176

풍요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풍요를 가능하게 해온 밑바탕에는 인간이 아닌 것들이 희생양이 되어 온 역사가 있다. 근대의 경제적 역동성과 발전은 생태적 뒤얽힘의 망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정치생태학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은 그러한 뒤얽힘에 시선을 던진다는 의미다. 자연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했던 근대화 프로젝트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대 기후변화와 생태진화적 역동성의 붕괴는 자연의 위기가 아니라 자율성 프로젝트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사건이다." 우리는 근대인이 지닌 자율성의 의미, 곧 자유와 해방의 의미를 처음부터 재규정하고 재발명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생태적으로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한 인간의 자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아니라, 자연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맺어야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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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깨어 있는가?
누군가 한 사람은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한 사람은 거기 있어야만 한다. - P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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