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개입하는 것은 더 재미있습니다. 원래라면 쓸데없는 간섭인데도 본인이 개입을 요구하는 거라 당당히 답변할 수 있습니다.”_우에노 지즈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직장, 내다 버리고 싶은 남편,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망, 가정 밖으로 향하는 에로스, 자꾸만 내 삶에 간섭하는 어머니, 여전히 자식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 나를 사랑할 수 없는 나, 내 인생은 뭐였을까 한 번쯤 생각하면 한없이 허무해지는 가슴.

 

우리는 매일매일 특별할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지만 그 아래에는 수없이 많은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문제들로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인생의 쓴맛 단맛이 담긴 50개의 독특한 질문에 관한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타인 인생 개입기!

[허리 아래 고민에 답변드립니다]

 

섹스리스여서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30대 주부, 성욕이 너무 강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남자 중학생, 젊은 남자가 귀여워죽겠다는 40대 여성,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겠다는 남편이 실망스러운 전문직 아내, 세 아이를 혼자 키웠건만 몰라주는 자식들에게 서운한 60대 주부, 부모 돌보기를 거부하는 아내가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50대 남자, 상사의 갑질에 고통받는 여성 연구원, 시어머니를 홀대하는 시아버지가 너무 싫은 며느리, 이렇게 살려고 내 경력을 단념했던가 싶은 40대 주부.

 

가족이나 친구, 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들입니다. 일본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 토요판의 인기 칼럼 <고민의 도가니>는 이런 솔직한 고민들을 상담하며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고민의 도가니>는 네 명의 전문가가 한 주마다 돌아가며 질문에 답을 하는데, 유독 우에노 지즈코를 답변자로 지명한 질문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에노 지즈코는 유독 그녀의 답을 기대한 수많은 상담자들의 인생의 고민에 대해 현실적인 답변으로 조언함으로써 사회학자이자 젠더 이론가이며 가족 문제 전문가 다운 시각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녀는 사회학자로 출발하여 마흔 살쯤에 발표한 스커트 밑의 극장(スカートの劇場)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50대가 되고 나서 쓴 독신의 노후(おひとりさまの老後)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대략 80만 부나 팔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신의 노후를 출간한 이후부터 독자층이 완전히 바뀌어, 의도치 않게 성() 전문가가 되어버린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그녀가 맡은 역할은 허리 아래 고민상담가입니다.

 

<고민의 도가니>에서 우에노 지즈코를 지명해서 게재되었던 상담 질문과 답변 들 중 50개를 엄선해 묶은 책 <허리 아래 고민에 답변드립니다>.

 

 

인생의 고민은 대부분 허리 아래에서 오지만

인생은 허리 위도, 아래도 있어야 살맛이 나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50명의 질문자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저마다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허리 아래 고민이라고 해서 특별히 성 관련 문제들만은 아닙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가족과의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고민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절실한 문제들, 누가 좀 뭐라고 딱 부러지게 정리해줬으면 좋을 골칫거리들 등, 누구라도 한 번은 해봤을 고민들에 대해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명쾌한 처방으로 화답합니다. ‘비혼이자 페미니스트이고 사회 저변의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우에노 지즈코라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하나의 방법은, 마치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한 듯한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가 풍기는 우에노 여사의 답변 부분만 따로 읽어보는 것입니다. 질문자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질문자를 혼내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후 사정은 나름대로 해석을 해가며 단호하게 맞받아치는 답변들은 남의 인생에 뭔 간섭~”이 아니라 질문자들로부터 제발 좀 간섭해주세요~”라고 지명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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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닝 만켈



북유럽 스릴러의 전설적인 형사 캐릭터 발란더를 창조한 작가 헤닝 만켈. 발란더 시리즈로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헤닝 만켈은 201567세로 타계할 때까지 소설, 희곡, 에세이, 시나리오,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 등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중에 국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소설 이탈리아 구두가 있다. <스웨덴 장화>는 미발표 원고가 더 출간되지 않고 있는 현재, 만켈의 마지막 소설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탈리아 구두>8년 후를 그린 작품이다. 투병 중에 집필한 소설이었기에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를 이 소설에서 그는 인간 영혼의 심연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실패한 외과의사(그는 환자의 멀쩡한 팔을 자른 이력이 있다) 프레데릭 벨린이 발트해의 외딴섬에 자신을 스스로 유폐한 지 20여 년이 지나고 있다. 그는 이제 일흔 살을 맞이한다. 어느 가을 한밤중 그의 집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다. 남은 것이라고는 잠결에 신고 나온 짝짝이 고무장화, 텐트와 보트, 그리고 낡은 캠핑카뿐이다.

 

집이 서 있던 자리는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고, 설상가상 경찰은 그를 방화범으로 의심한다. 엉겁결에 목숨만 간신히 붙들고 불속에서 뛰쳐나온 주인공은 이제 제대로 된 고무장화 한 켤레조차 없는 처지에 방화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조상 대대로 몇 세대를 통해 각인되고 수집된 삶의 자국들이 한밤의 짧은 몇 시간 만에 감쪽같이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그 공간에 새겨진 삶의 흔적들이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재와 검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인생이 불타버린 걸까? 늙음이 가진 굴욕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을 그런 의욕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을까? 내가 새로운 삶의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소설은 고독과 노화, 죽음이라는 한계를 지닌 존재가 서로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 묻는다.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인물들은 저마다 수수께끼 같은 고독을 껴안고 살고, 그러다 두려움이 너무 커지면 자신만의 어딘가에 몸을 숨기며 고독을 견딘다.

 

화재를 취재하러 온 여기자, 은퇴한 우편배달부 얀손, 항구와 외진 섬들에 사는 무뚝뚝한 주민들,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딸, 그리고 곧 태어날 손자까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 화재 이후의 삶이 그를 고립과 유폐의 시간으로부터 그를 끌어내고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나는 결국 나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그러나 우리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데 실패할지라도 때론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유사성이 아닌 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진실은 항상 일시적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집은 새로 지어질 것이다. 그러나 새 집에 들어서는 사람은 프레데릭 혼자만은 아닐 것이며 그 집 또한 프레데릭만의 집은 아닐 것이다. 화재 이후, 그의 삶을 둘러싼 인물들, 비로소 알게 된 혹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그들과도 더불어 새 집에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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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즐거움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에 관한 한 우리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은 우리 주변 도처에, 우리가 인식하든 못 하든, 자의적으로 또는 배경음악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우리의 감정과 지성은 물론 신체적 삶에서도 큰 역할을 하죠. 우리가 일하고 휴식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방식에 깊이 관여합니다. 우리를 웃거나 울게 만들고, 주위 사람들과 유대감을 맺도록 돕고, 병에서 회복되도록 돕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노래들은 그저 삶의 배경에 깔리는 사운드트랙만이 아닙니다. 한 소절의 리듬이 지난 시간의 감정과 사람들을 한꺼번에 소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악은 때때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징표가 되기도 하고요.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듣는 음악만으로 우리의 성격과 성장 배경과 심지어 나이가 얼마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음악은 왜 우리에게 그토록 심오한 영향을 미칠까?”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음악을 옆에 끼고 사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이 뇌에 적절한 자극을 제공하고 아울러 즐거움도 선사하는 멋진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음악에는 물론 뇌의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들이 있죠. 예컨대 강력한 감정 자극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쾌한 음악을 들으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서 긍정적으로 기분이 바뀐다고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과도한 자극도 부족한 자극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복잡할 때는 조용한 음악을 선호하게 되고, 삶이 지루할 때면 자극적인 음악이 뇌를 간질입니다.

우리는 종종 신체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음악을 사용하고, 기분 전환용으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도 음악을 듣습니다. 때로는 상황의 의미를 강조하려고 음악을 사용하기도 하죠. 결혼식이나 서양의 장례식에서 그 용도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뇌는 어떻게 음악을 감정으로 바꿀까요?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심리학의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음악의 다양한 쓰임새를 과학적 실험의 증거들로 설명하고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음악이 우리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존 파웰의 신작

출간 후 지금까지 독자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의 저자 존 파웰이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입니다. 전작이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풀어쓴 글이었다면, 이 책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서는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느끼는 의미, 감정, 취향, 음악에 대한 반응, 음악성등이 핵심입니다. 전작은 음향학의 주제들, 이번 책은 음악미학의 심리학적 측면을 다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에서 저자는 음악이 왜 우리에게 그토록 심오한 영향을 미칠까?”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진 심리학적 연구와 사회학적 연구를 파고듭니다. 음악 심리학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고, 음악이 어떻게 아기가 엄마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고, 어떻게 와인의 맛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지, 마트에서 느린 음악이 나오면 왜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지를 밝히고,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정에 주목하며 음악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일반적인 음악이론서들과 다른 점은 저자가 음악의 감정 표현이나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자, 수많은 사례들을 분석해서 여러 질문들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조가 행복을 불러오고 단조가 슬픔을 일으킨다는 단순한 인식에서부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까지, 음악이 감정에 미치는 여러 원인들을 살펴봅니다.

 


 

특히 저자는 연주가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몇 가지 실험 결과들로 설명합니다. 악보대로 연주하든 즉흥적으로 연주하든 연주가는 음악의 정서적 효과를 최대로 살리고자 여러 가지 기법들을 활용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해석으로, 강조로, 타이밍으로, 연주법으로, 세기로, 음색으로, 때로는 실수조차 활용해서 우리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요리합니다. 어찌 보면 수백 년 전에 그저 종이 위에 그려진 악보였을 뿐인 것에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는 것은 연주가들인 셈이죠.

 

이렇듯 음악 연주에 감정을 싣는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며 저자는 거장의 연주와 무덤덤한 컴퓨터 연주의 차이가 무엇인지, 사람이 어떤 소리를 더 가슴에 와닿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치를 설명합니다. 음악의 감정 표현, 해석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려 한 좋은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음악을 잘 활용하여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즐거이 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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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가 쓴 잔혹한 폭력과 기이한 애정, 그리고 처절한 복수를 담은 낯설고 격렬한 소설 [폭풍의 언덕]은 엘리스 벨이라는 필명으로 1847년 출간되었다. 당대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내용과 인물들로 발간 당시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남성의 필명을 쓰는 이 울퉁불퉁한 이야기의 저자가 여성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출간된 지 십삼 년이 지난 1860년대에는 이 소설이 에밀리 브론테의 남동생 브랜웰의 작품이라는 설도 제기되었다. 에밀리는 지역 교구의 목사인 아버지와 함께 요크셔 지방의 하워스에 있는 외지고 황량한 언덕에 자리한 집에서 다섯 남매들과 함께 자랐다. 잘 자란 성직자의 딸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 욕망과 악마 같은 잔인함이 깃든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에밀리 브로테와 함께 당대의 베스트셀러이자 페미니즘 문학의 원조격이라 할 만한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19세기의 일상을 세밀하게 담아낸 [아그네스 그레이] 의 작가 앤 브론테, 이들은 모두 황량한 히스 벌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바람 부는 언덕 위의 외딴 집에서 문학사의 기념비적이 작품들을 남겼다. 도대체 그 바람 부는 언덕 위의 외딴 집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아일랜드 출신 성직자인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 영국 남부 지방 출신으로 학식 있는 여성이었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여섯 아이들로 구성된 브론테 가문. 1820년에 아버지 패트릭이 영국 요크셔 주 하워스에서 종신직을 얻자 그들 가족은 거친 황야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한 목사관으로 이사 왔다. 18세기에 지은 그 2층 집은 그때부터 부모와 여섯 형제, 그리고 붙박이 하인 두 명까지 총 열 명이 복닥거렸다.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오면, 으르렁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형제들은 저마다 기이한 상상들을 펼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깨알같이 기록한다. 책을 만들고 번갈아 가며 서로의 이야기에 이야기를 덧대면서 길고 긴 황야의 밤을 건너곤 했다.


빅토리아 시대 문학 연구가인 데버러 러츠가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브론테 가 관련 자료와 유품들을 연구하며 브론테 자매들의 일상에 늘 함께했던 아홉 개의 물건들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학을 다양한 측면에서 새롭게 분석한 브론테 자매 평전이다.

 

저자는 히스가 무성한 황야의 세찬 바람 속을 고독하게 산책하며 작품의 영감을 키워낸 브론테 가의 세 여성의 물질적 세계를 들여다본다. 브론테 형제자매가 어린 시절에 만든 미니어처 책, 당시 유행하던 잡지를 본떠 남매가 함께 만든 가족 문집, 집안에서는 언제나 손에 붙잡고 있었던 바느질 도구들, 황야로 고독한 산책을 떠나며 손에 들었던 자두나무 지팡이, 그리고 에밀리가 유난히 사랑했던 거칠고 사나웠던 개 키퍼와 개 목걸이, 그들의 휴대용 책상 등, 각각의 개인적 사물들은 브론테 자매의 놀라운 상상력이 펼쳐졌던 독특한 세계와 그들이 사랑했던 소설,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로 들어서는 창문과도 같다. 저자는 이러한 사물의 세계에 시대를 초월하는 문화적 가치가 깃들어 있음을 탁월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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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관의 기능. 특히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작용.

한마디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이 관능에 정당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을까?


우리는 매혹하는 법을 잊으면서 증오하는 법을 배운다.”

올해로 70세인 프랑스 할머니 리디 살베르.

2014년 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작가 할머니는 매우 야심찬 기획을 준비한다.


 

유혹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그 유혹에 넘어가는 것”-오스카 와일드

할머니가 과감하게 부추기는 야성적 관능은 어떤 것일까?


참으로 슬프게도 상스런 행위로, 일부 둔감 한 사람들이 참으로 천박하게 위생문제로 축소해 버린 성행위에 그 어둠과 야성을, 측량할 길 없는 힘을 돌려주겠다는 이 유쾌한 할머니는노골적인 표현을 능청스럽게 거침없이 던지며 성에 관한 우리의 통념이나 도덕성을 조롱한다.

[관능수업]은 욕망의 대상을 사로잡고, 매혹하고, 홀리고, 들뜨게 만들고, 꾀고 돌돌 말아서 유혹하기 위한 계략을 구체적으로 조언하는가 하면, 갖가지 체위를 묘사하고, 펠라티오며 쿤닐링구스며 항문성교를 노골적으로 설명한다. 상대가 내게 반한 징후, 상대의 감정이 식은 징후 등을 재미나게 열거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묘사 틈틈이 매혹적인 문구들도 반짝인다. 이를테면, “포옹은 가두는 것도 소유하는 것도 조종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시인이 그리 말할 겁니다.”라는 표현이나 혹은 우리는 매혹하는 법을 잊으면서 증오하는 법을 배운다.”라는 근사한 니체의 글귀도 만날 수 있다. 사실 저자는 니체만이 아니라 사무엘 베케트쇼펜하우어파스칼카툴루스수에토니우스마르시알리스하이데거오스카 와일드키르케고르플로베르스피노자사르트르디드로아부 알라 알마아리오비디우스페트로니우스아레티노루소 등을 화려하게 인용하고 있다.




때로는 짓궂고 노골적인 표현 너머로 뜻밖의 서정성을 만날 수도 있다. 여러 체위를 세세히 설명하고 나서 작가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아름다운 체위를 깜빡 잊었다사랑하는 존재를 오래도록, 다정하고, 부드럽게, 미친 듯이 껴안고, 닳도록 애무하고, 격렬하게 끌어안고그의 안에서 나를 잃고, 그의 품에서 죽을 때까지 포옹하는 것이야말로 경이 가운데 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이 당신을 데려가기 전에 뜨겁게 사랑하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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