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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고문자학자이자 역사학자, 불교학자로 고문자와 고문화, 인문 과학을 두루 섭렵했다.
독 일 괴팅겐대학에서 인도학 전공. 평범한 학자로서 학문에만 매진하고자 했으나 문화대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모진 고초를 겪었다.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는 물론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토하라어 등 고대에 사용한 사어(死語)까지 연구해 수많은 고대 문헌과 서양 및 인도 문학을 번역하고, 《중국대백과전서》, 《사고전서존목총서》, 《신주문화집성》, 《동방문화집성》 등 총서의 편집을 주관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99세 생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09년 7월 11일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고대언어논문집》, 《라마야나 연구》, 《대당서역기교주》, 《천축심영》, 《낭윤집》 등 500종이 넘으며, 중국도서상, 국가도서상, 루쉰문학상, 번역문화평생성과상 등을 수상했으며. 인도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 훈장인 ‘연꽃 훈장’을 받았다.  
[병상잡기]는 지셴린(季羨林) 선생의 최신작으로 2001년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병상에서 새로 쓴 수십 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의 생활과 학문,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이겨낸 감동적인 인생 역정을 차분한 필치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책에는 부모님과 은사, 어린 시절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은이가 일생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 온 인간과 자연의 조화, 사회적인 공덕(公德), 애국주의와 희생정신, 인생관, 생명관,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관한 글이 담겨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패기와 당당한 노익장,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호연지기가 넘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가 왜 중국의 국민적 스승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의 풍부한 감성이 정련된 언어와 세심한 관찰력,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독자들에게 더 강렬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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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 곁을 떠났다.
지난의 숙부 댁으로 온 그날 밤새도록 서럽게 울었다. 어느 해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홉 살에서 열두 살 사이에 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향집에 다녀왔다.

“자식이 어머니를 만나면 아무 일 없이도 세 번 운다”는 옛말도 있지만,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만났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날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체국에서 책을 찾으면, 비록 얇디얇은 책 한 권일지라도 내겐 그 무엇보다 큰 힘을 주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이 가슴 속에서 복받쳐 올랐다. 책을 품에 안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엔 이미 20여 리 길을 걸어왔는데도 하나도 힘든 줄 몰랐다. 오히려 우체국에 갈 때보다 하늘이 더 푸르고, 구름이 더 희고, 연못은 더 맑았으며, 나무는 더 푸르고, 연꽃은 더 붉고, 연잎도 더 둥글었다.

그 전까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럭저럭 먹고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용이 되어 승천하겠다는 망상조차 품어보지 않은 어린 뱀이었다.
하지만 표창장 하나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불현듯 용은 되지 못할지언정 이름없는 뱀으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부 집에 도착한 후에야 비로서 어머니가 병이 나신게 아니라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그보다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후회와 자책감이 독사처럼 내 가슴팍을 헤집고 들어왔다. 설마 8년간 여덟 번의 여름방학을 보내는 동안 단 며칠이라도 어머니를 만나러 갈 시간이 없었단 말인가? 적적함과 쓸쓸함에 가난까지 겹쳤는데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으로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도저히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어린 누이의 고운 자태가 떠오른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물고기가 보고 헤엄치는 걸 잊고 가라 앉는다’,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는다’ 등등 아름다운 여인을 칭송하는 수사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어린 누이의 미색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옛날 문인들의 시 속에 묘사된 미인들은 대부분 허상이고, 어린 누이는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 허구를 향한 찬사로 어떻게 살아 있는 미인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세상 모든 사람이 황천길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 길에선 굳이 1등을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난 이 길에선 절대로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느긋하게 가다가 내가 ‘끝내야’ 할 때가 오면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술잔을 기울여 한탄하지도’ ‘애써 울음을 삼키며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극의 ‘식물’은 1백 년 동안 단 1밀리미터밖에 자라지 않았다.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길었던 주나라는 약 8백 년 동안 유지되었다.
그 8백 년 동안 역사는 얼마나 많은 격변을 겪었던가.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가 모두 그 기간에 속한다.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철학가들이 각양각색의 주장을 내놓고, 기기묘묘한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 남극 ‘식물’은 그 기나긴 세월동안 빙산 속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불과 6밀리미터 자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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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수아 쳉(François Cheng)
1929년 8월 30일 중국 난징 출생.
작가, 시인, 서예가. 1971년 프랑스로 귀화. 

 

학자 가문 출신으로 난경대학을 마친 후, 1948년 스무살의 나이에 유네스코 장학생 자격으로 프랑스에 유학했으나 지식인과 예술인들을 박해했던 중국내의 혼란스러운 사정으로 귀국이 불가능해지자 프랑스로 망명, 이후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가난과 고독 속에서 보낸다.
1960년대부터 파리 동양어 대학 (INALCO)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프랑스와 중국의 시, 중국의 미학 사상과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번역서들을 펴내고 서예가로도 활동하다가,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 비로서 프랑스어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프랑스어권 대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 프랑스 지식인 최고의 영예이자 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선정되었을 때, 당시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그의 선임이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영예이자 프랑스의 영광이라며 최고의 예우를 갖추었다고 한다.
2009년 1월 1일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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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영원한 순간의 현현으로 보여준 클로델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 의미를 좀 더 확장시켜 보고자 합니다. 아름다움과 시간의 관계, 암묵적으로는 아름다움과 죽음의 관계에 접근해 보는 것입니다. 우선, 죽음이 삶의 질서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연현상으로서 삶에 속하는 일부분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삶을 성장과 쇄신을 내포하는 삶으로 만들려면, 죽음은 필요한 것이기보다는 불가피한 구성요소입니다. 이미 언급했듯, 시간의 과정 안에서 매 순간을 유일하게 만드는 것은 죽음을 예견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삶의 유일성에 기여합니다. 악은 비정상적이며 비극적인 경우에, 그중에서도 타락하고 부패한 방법으로 죽음을 이용하는 데 있습니다. 후자는 특히 삶의 이치를 벗어납니다. 삶의 이치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지속입니다. 여기서 일부러 '시간'이란 말 대신 '지속'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시간이 기계적인 흐름, 그 안에 집요하게 따라붙는 상실이나 망각을 떠올리게 한다면, 지속은 체험하고 꿈꾸는 것들이 유기적인 현재를 구성하는 질적인 연속을 암시합니다. 이 '지속'이라는 용어는 물론 베르그송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왜곡의 우려가 있지만, 이 철학자의 사상을 이렇게 요약해봅시다.  우리가 외부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압박을 견디고 있을 때, 우리의 내밀한 의식에서는 기억의 도움으로 체험과 상상, 지식에 속하는 요소들이 시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단절과 공백, 괴리를 초월하는 유기적 지속을 형성합니다. 지 지속의 구성 요소는 연대기를 무시하고 늘 현재에 집중하며, 일종의 '동시성'안에 존재합니다. 실재로 현재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에 열려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음표가 축적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음표가 앞선 음표에서 흘러나와 다음에 오는 음표를 물들이는 한 선율의 이미지입니다. 지속은 또한 그 내면에서 각각의 구셩 요소가 다른 구성 요소들로 각인되며, 자신의 흔적을 다른 요소들에게 전사하는 과정을 수행합니다... 

  

 

 

 

 

 

 

  

프랑수아 쳉은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욕망]에서 총 5장으로 구성된 각 장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와 메를로 퐁티, 베르그송에 이르는 서양정신의 장대한 지적 탐험과 공자,노자, 장자에 이르는 도가와 유가의 동양사상의 핵심개념들을 매우 수월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 내려간다.

동, 서양의 회화와 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던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중국 문인화의 전통의 교차점을 찾아내는 등 서양 정신과 동양적 마음의 교감과 합일을 철학자, 시인, 음악가, 화가들, 작가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 보들레르, 폴 클로델, 세잔, 중국 당송의 시인과 화가 등의 작품과 사유를 통해 섬세하고 부드럽게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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