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요리까지 즐기는 충만한 전원생활의 기록!
 
일과 놀이 사이에 알알이 여무는 전원의 삶, 그 잘 익은 쾌락의 한 조각을 맛보다. 




에세이스트이자 화가인 다마무라 도요오 씨는 도쿄 인근에서 '맛보기용'전원생활자로 살다가, 갑작스러운 병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결심한다. 먼저 자신과 아내의 인생 후반을 책임질 삶의 터전을 찾아나서 두 해를 헤멘 끝에 이상적인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빌라 데스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부가 밭농사를 지어보겠다며 멀리 일본 알프스가 바라보이는 신슈지역 해발 850m 도부마치의 언덕에 집을 짓고,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고된 초보 농사꾼의 수습 기간을 온 몸으로 겪어낸 몇 년간의 시간을 토마토 페이스트처럼 진하게 농축시켜, 열두 달의 일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것이 이 책 [전원의 쾌락]이다. 

 

 

땅이 기지개를 켜는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땅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겨울동안에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단순하지만 더 없이 충만한 전원에서의 삶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식탁에 오르는 많은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만들며, 그 일하고 먹고 마시는 모든 행위를 삶의 기쁨으로 누린다. 또한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도시와 연결하여 판매하고, 그곳의 삶을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내어, 도시와 전원을 잇는 생활과 문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모색해나간다. 

이 책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에서 기대하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유쾌하게 뒤집고 있다. 무릎담요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있는가 하면, 대도시에서의 생활만큼이나 치열하고 뻐근한 밭농사의 현장도 있다. 



막연하게 전원을 동경하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갑자기 들이킨 찬물처럼 얼얼할 것이다. 전원생활을 구체적으로 꿈꾸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오랜 갈증 끝에 마신 한 잔의 생수처럼 달고 시원할 것이다. 혹시, 이 책이 무덤덤하게 느껴진다면,'도시생활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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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양에 대한 경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과 같은 걸작을 탄생시킨 플랑드르의 화가 얀 반 에이크는 사고로 눈을 다쳐 더 이상 색깔을 볼 수 없게 되자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화가로서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여 글로 쓰려는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위대한 화가이자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아버지의 아틀리에에서 보낸 어린 시절, 도제 시절에 겪었던 갈등, 네덜란드 전쟁, 예술가로서의 고민, 여성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반 에이크는 중세 전통기법을 배웠지만, 그 기법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여〈자화상>을 그린다. 이로써 반 에이크는 스스로 영주들과 같은 역사적인 반열에 오른다.
엘리자베트 벨로르게의 소설《반 에이크의 자화상》은 자서전 형식의 픽션이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격동적인 15세기를 배경으로 반 에이크의 치열했던 삶을 뛰어난 솜씨로 그려내고 있다. 반 에이크, 그는 관능적인 대담함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인본주의를 창시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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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2010-05-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궁금한 게 있어요. 왜 뮤진트리에서 나오는 소설은 죄다 프랑스 소설인가요?

뮤진트리 2010-05-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죄다 그런건 아니구요,,일본소설도 있고요, 앞으로 나올 소설은 스웨덴 소설도 있답니다~~

키위녀 2010-05-2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요.ㅠ
 

 
...며칠 후, 그는 거기에 있었다. 어머니가 진동을 느끼고 누군가의 느닷없는 등장에 놀라지 않게 늘 하듯이 문을 세게 두드렸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문을 열고는 잠시 꼼짝 않고 서 있다가 달려가서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포옹은 그리 길지 않았다. 포옹이 길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약간 위로 물러난 그는 어린 시절의 미소 띤 얼굴 그대로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그 미소에 어머니는 입술을 약간 모으는 것으로 답했는데 그런 표정은 두 사람이 똑같았다. 그 표정은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기쁨을 나타내는 것이었으며 그 기쁨은 언제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졌다가 갑자기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알제리의 가을빛처럼 서서히 희미해졌다. 어머니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등지고 의자에 앉을 때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어졌던 그 기념할 만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했다. 신문에서 오린 사진들을 서류가방에서 꺼내 보여드렸다.거기에 칼라가 접힌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그가 있었다. 그리고 긴 드레스를 입은 프랑신과 왕이 있었다. 진짜 왕이! 스웨덴 왕이!

어머니는 태연했고 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따라가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제대로 듣고 있지는 않았다. 낯설지 않은 방심한 듯 보이는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조그만 하얀 손수건을 한 손가라가에 감았다가 다른 손가락에 감기를 반복했다. 그런 행동은 뭔가 불편하거나 불안할 때 하는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손으로 이야기를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베르....니 바아지 구겨졌어. 다림질해야 해. 벗어!"

어머니가 식탁 위에 덮개와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누런 낡은 천을 올려놓자, 알베르는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벗어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물을 묻힌 천이 닿자 다리미는 곧바로 성난 고양이 숨소리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살짝 탄 눌은 냄새와 겨울 연통에서 나는 냄새가 풍겼다. 알베르는 속옷에 양말과 구두 차림으로 거기 그렇게 있었다. 다 피운 담배를 끄면서 파리의 중상모략가들 중 누군가가 이 광경을 봤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다림질을 끝내고 어머니는 바지를 의자 등받이에 조심스레 걸쳐놓았다. 바로 입어버리면 다시 주름이 생기기 때문에 좀 기다려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월요일 아침이면 다림질된 깨끗한 옷을 얼른 걸치고는 일주일에 한 번 새옷 느낌이 나는 바지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하고 기분좋은 냄새를 맡았던 그때처럼 해보고 싶었다...

(카뮈의 마지막 날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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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0-05-1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바라보는 모자의 시선이 뭉클했어요...

뮤진트리 2010-05-2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런 걸 영화의 장면으로 옮겨 놓는다면 어떨까요?..
 

 
서울 국제도서전의 주빈국 행사로 열린 카뮈 좌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좌담회 참여 후에 카뮈에 대해 더욱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자리였습니다.
카뮈 전공자이신 두분의 국내 학자와 프랑스에서 오신 소설가이자 갈리마르 출판사의
영미문학 책임편집자라는 여성분이 카뮈에 대한 애정 가득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뮤진트리 블로그의 카뮈와 관련한 포스트들에 거의 다 들어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마도 대중적인 좌담회이다 보니 전문적으로 문학과 사상을 논하긴 힘들었을 듯 합니다.
상처받은 남자, 오해와 경멸, 멸시와 오명에 휩싸였던 불행한 남자의 열정적인 삶에 대해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재조명과 팡테옹이전문제, 사르트르와의 차이점과 복잡했던 관계, 파리 지식인 사회와의 단절과 소외 등이 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이념이 아니라 인간을 택했던 남자. 카뮈.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자기 철학의 근간으로 삼다보니, 파리의 철학자들로부터 매우 아마추어적인 철학자 혹은 순진한 친구라는 멸시를 받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여기에 더불어 출신의 문제까지 겹쳐있구요.
올해도 어김없이 카뮈 사후50주년을 맞아 쏟아진 기사의 무게를 재어보면 수백킬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통해 카뮈의 승리라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역사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고요. 그러나 이 또한 카뮈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듯합니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두 사람의 저작들을 활용했는데요, 사르트르는 '증오'의 개념,카뮈는 '인간'의 개념으로 풀었는데,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삼가토록 하겠습니다.
사르트르에 대한 평가 역시 각자의 입장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블로거들의 지속적인 독서와 탐구로 풀어야 할 듯하구요.
좌담회는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의외로 젊은 대학생들이 많았고요.신선했습니다.
이 자리를 정리해보면서 드는 생각은 카뮈의 현재성에 대한 부분인데요, 프랑스에서의 재조명 등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사회에서의 평가와 한국지식인 사회의 연구 성과 내지는 재평가 작업 등은 숙제로 남겨진 상황인 듯합니다. 





소설가이자 갈리마르 영미문학 책임편집자인 크리스틴 조디스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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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고문자학자이자 역사학자, 불교학자로 고문자와 고문화, 인문 과학을 두루 섭렵했다.
독 일 괴팅겐대학에서 인도학 전공. 평범한 학자로서 학문에만 매진하고자 했으나 문화대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모진 고초를 겪었다.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는 물론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토하라어 등 고대에 사용한 사어(死語)까지 연구해 수많은 고대 문헌과 서양 및 인도 문학을 번역하고, 《중국대백과전서》, 《사고전서존목총서》, 《신주문화집성》, 《동방문화집성》 등 총서의 편집을 주관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99세 생일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09년 7월 11일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고대언어논문집》, 《라마야나 연구》, 《대당서역기교주》, 《천축심영》, 《낭윤집》 등 500종이 넘으며, 중국도서상, 국가도서상, 루쉰문학상, 번역문화평생성과상 등을 수상했으며. 인도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 훈장인 ‘연꽃 훈장’을 받았다.  
[병상잡기]는 지셴린(季羨林) 선생의 최신작으로 2001년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병상에서 새로 쓴 수십 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의 생활과 학문,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이겨낸 감동적인 인생 역정을 차분한 필치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책에는 부모님과 은사, 어린 시절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은이가 일생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 온 인간과 자연의 조화, 사회적인 공덕(公德), 애국주의와 희생정신, 인생관, 생명관,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관한 글이 담겨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패기와 당당한 노익장,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호연지기가 넘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가 왜 중국의 국민적 스승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의 풍부한 감성이 정련된 언어와 세심한 관찰력,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독자들에게 더 강렬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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