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일기 -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본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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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도올 김용옥 님의 <난세일기>를 읽었단다. 도올 김용옥 님의 쉬운 듯 어려운 철학 강의를 가끔씩 보곤 하고, 그의 직설적이면서 시원한 비판에 속이 뚫리는 기분을 같이 느끼곤 했단다. 더욱이 무능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거침없었고, 시대를 보는 눈을 배우기도 했단다. 그래서 아빠는 김용옥 님의 글과 영상을 가끔씩 보곤 한단다. 이 말도 안 되는 시대, 김용옥 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고, 행동하는 지식으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신다. 검사 권력에 의해 소환되실까 걱정이 들기도 하더구나.

이 시대에 대한 비판을 <난세일기>라는 책에 쏟아부으셨단다. 읽다 보면 다 시원하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마저 들더구나. 우리나라 권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소불위 권력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김용옥 님은 이 시대를 난세(亂世), 그러니까 어지러운 세상으로 보고 계신단다. 2023 4 24일부터 2023 5 24일까지 한 달 간의 일기 속에 권력의 비판이 담겨 있고, 옛 선인들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김용옥 님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한 삶의 교훈도 담겨 있었단다. 김용옥 님의 책들이 그러하듯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서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과 주장에 많이 공감을 했단다.

 

1.

시작은 우리나라 현정부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단다. 얼마 전 녹색평론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양곡관리법을 거부한 대통령을 비판하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가는데, 농민들은 여전히 보수 정당에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였단다. 아빠도 그 점이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역시 보수 정권에서 농민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편 정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농민들은 보수 정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는지 말이다. 연구 대상이다. 며칠 후에 있을 선거에서는 과연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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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일정수준 이상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을 대해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뜩이나 쌀농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돈많은 정부가 가난한 농부의 주머니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요, 졸렬한 시책일 뿐이다. 본시 비토라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눌러봐야 끽소리 못한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의 최적대상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강연 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나의 비토비판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태는 농민의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뻔히 자기를 죽일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즉 자기를 억압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는 것이다. 무지의 광란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민주라는 이상은 인간세에 있는 것일 것? 벼라별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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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역사의식도 비판했단다.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용서를 안 받겠다고 하질 않나, 과거를 잊겠다고 하실 않나. 말문이 막히는구나. 역사를 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역사를 잊겠다고 하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있다니,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일제의 침략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일본의 용서 하지 않는 역사의식에 지지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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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일본의 강점(强占)은 과거지사, 지나간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50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배하는 현존사(現存史)인 것이다. 끊임없이 역사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현존재의 역사인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가 없었더라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한 미소 양숙의 분할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빨갱이색출도 없었을 것이고, 반공이념도 국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6.25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의 냉전질서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쓰레기이념도 이 역사에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태극기부대니 뭐니 하는 보수이념은 결국 반민특위의 좌절로 살아남은 친일파세력이 대간을 이루는 비극적 흐름일 뿐이다. 이런 떳떳치 못한 슬픈 몸부림도 일본의 강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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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역사의식 까짓 것 생각의 차이라고 통 크게 봐 주자꾸나. 하지만,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왜 우리나라 정부가 옹호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가. 무슨 약점들을 잡힌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구나.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린다고 하고서는 태평양 어디에 버리는지도 안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정말 괘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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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는 코로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구원한 해악을 이 지구 온생명에게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금 윤석열은 키시다의 손을 잡고 아무 대책 없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시찰단만 보내면 끝나는 문제라고 웃음짓고 있는 형국이다. 시찰단의 명단조차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잊었는가? 19세기 말, 일본 시찰한다고 파견된 신사유람단 사람들이 결국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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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고 하는구나. 미의회 연설이 잘 짜여진 연출에 의한 연설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단다. 그 내용을 끄집어 분석을 하면 선교사의 자유와 연대가 한국 헌법의 기초라고 기술한 것은 미국 의회에 아부한 것이지,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단다. 6.25에 대해서는 편협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했어. 적어도 브루스 커밍스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유도된전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어. 트루먼 대통령의 트루먼 독트린에서 냉전이 시작되었고, 그 연장선상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단다.

케네디의 명연설도 인용하면서 비판을 했는데, 김용옥 님의 비판을 읽다 보니 수긍이 갔고, 케네디의 명연설은 명연설이 아니라 막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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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케네디는 말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

 - 취임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명언이지만,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그 조국이 어떤 조국인데, 무엇을 하려는 조국인데! 우리 조선땅에서만 해도 미군정시기에 정의롭지 못한 족적을 남겼고 또다시 월남 땅에 100만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하려는 조국을 위하여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달라구? 초기에는 영장을 받으면 서로 가려고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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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기 형식의 책이라서, 지은이 김용옥 님의 주변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도 많이 실려 있단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니, 동서양 고전과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현재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했단다. 유명한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다산 정약용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동학의 기틀을 마련한 수운 최제우와 동학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용옥 님께서 예전에도 최제우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빠도 최제우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 백제의 멸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의자왕이 말년에 사치와 타락에 빠져 백제가 멸망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멸망했다고 하는구나.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니 의자왕을 안 좋게 기록했을 수도 있겠다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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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백제의 멸망을 두고 의자왕 말년의 사치와 타락을 운운하는 것은 사가들의 상투적 근인(近因) 지어내기에 불과한 짓이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영민한 결단으로 국력을 신장시켰던 해동증자 의자왕이 갑자기 타락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상에 와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적대해서는 아니 되는 국가를 적대하여 패망일로로 직입하는 오늘날의 꼴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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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하면서 풍류(風流)에 대해 많은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풍류라는 것이 그냥 즐길 줄 아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아빠였는데, 김용옥 님께서 좀더 철학적으로 정의를 내려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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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풍류는 하나의 로칼한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고유한 현묘한 도, 즉 길(way)이다. 그 도는 그렇다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종교와 같은 조직적 힘을 가지며, 군생(群生)을 접화(接化)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불•도라는 종교철학의 핵심내용을 다 포섭하는 우리민족 원래의 철학이요, 문화요, 삶의 방식이다. 외래종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풍류는 이 민족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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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용옥 님이 일본인 친구와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그 일본인과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양국의 정치판에 대한 비판도 했단다. 그러면서 키시다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를 한 부분이 있는데, 방사성 오염수의 폐기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니, 키시다 총리가 악랄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공감이 가더구나. 어쩌다 같은 시기에 일본과 한국의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지 원하늘은 동아시아를 버리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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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키시다는 아베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입니다(여기 번역을 악랄하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표현은 히도이였다). 아베는 순진한 데라도 있어요. 이념적인 경직성은 있어도 그렇게 교활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키시다는 매끄럼하게 생겼지만 악랄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없이 가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취하고 마는 인물이지요. 일본인들은 그의 영도 아래 더욱더 타락하게 생겼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일본의 대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도 답답하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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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도 열불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또 화가 나는구나. 좀 진정 좀 해야겠구나. 며칠 후면 중요한 선거가 있는데 그 선거 결과라도 아빠의 열불을 식혀주었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오전 11시에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연구자들 248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책의 끝 문장: 상향~


일본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보편사의 정신이 요구하는 도덕성이다. 그 도덕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인류사의 양심이 바로 우리 역사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요,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놓은 과제상황이다. 이 인류사의 성스러운 과업을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이 뭉개버리고 또다시 일본에 굴종하며,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모든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 국운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권력자가 이 나라의 성스러운 세계사적 과업의 명운을 무시하고 또다시 일본의 강점과도 유사사한 사태를 재발시키고 싶어하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너무도 엉뚱하게 들이닥친 허무맹랑한 정황이래서 도무지 이해의 틀을 잡을 수가 없다. - P55

나는 묻는다:"아니 민중이 민중 스스로를 구원한다고 안 선생님(안병무)은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민중은 자신을 파멸시키는 그런 인물을 이 험난한 세파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 이 위태로운 시기에 지도자로서 뽑는단 말이오?} - P234

"일본의 민중은 자민당화되어 있습니다. 자민당을 객체화 시켜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민당의 정치세력은 근원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없습니다. 자민당은 이렇게 큰 원전사고를 치른 후에도 원전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문제에 관해 도덕적 통찰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은 언론이 죽어 있습니다. 언론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직접선거도 없지요. 그러니 자민당에 맞서는 사회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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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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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3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리랑은 총 4부작으로 되어 있고, 3권까지가 제1, 한반도란다. 1부의 마지막 이야기 3권의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볼게.

김제의 농장 지배인인 요시다.. 그의 앞잡이인 이동만.. 그는 소작료를 올리고, 농민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도 확 올려버렸단다.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결국 그 불만이 폭발하였단다. 밤에 이동만의 집을 기습하여 그를 폭행했어. 이동만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치료 후에도 완치가 안 되어 계속 절룩거리는 신세가 되었단다. 소설 속 농민들만 아니라 읽은 이들도 통쾌했을 것 같구나.

의병 해체된 다음에 숨어 지내던 지삼출과 손판석은 죽산면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 생각하여 식구들을 데리고 군산으로 이사했단다. 이웃이었던 방영근의 식구들, 그러니까 감골댁과 수국, 대근도 함께 갔어. 군산에도 일본인들과 그 일본인들을 추종하는 조선 사람들도 많았단다. 목포우체국 군산출산소장인 하야가와가 있었고, 그 하야가와와 친한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도 있었단다.

친일파들은 1권과 2권에서도 나왔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야기 볼게. 죽산면의 면장인 백종두와 그의 아들 헌병 백남일, 보부상 출신으로 일본인에게 아부하며 가게가 번창하여 사탕공장까지 지은 장덕풍과 그의 아들 장칠문이 있었지. 장칠문은 순사보로 조선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혔단다. 정재규는 송수식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주색잡기에 빠져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재산을 계속 탕진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형제들까지 재산을 나누라고 했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어. 둘째 동생 정상규도 만만치 않은 욕심쟁이라서 그런 형과 계속 다투었단다. 셋째이자 막내인 정도규는 서울에서 유학 중인데, 이런 형들의 모습에 치를 떨었지.

 

1.

신세호는 야학을 하다가 일본 헌병에 잡혀 들어갔다가 풀려 나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의 식구들도 보살폈는데, 송수익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송수익을 대신해서 장례를 치뤘단다. 1, 2권에서 신세호가 의병 활동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그 또한 그의 자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국내 잠입을 하고 있던 공허 스님도 송수익 어머니 장례식에 몰래 참석했어. 그런데 일본 헌병에 잡혀 끌려가고 있었는데, 공허 스님은 기회를 엿보다가 그들을 처치하고 도망을 갔단다.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농사 지내 온 조선 사람들의 땅을 이런 사유, 저런 사유로 빼앗아갔단다. 졸지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무엇인가 해야 했어. 박영진, 김춘배는 그렇게 땅을 빼앗긴 사람들인데,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데리고 면사무소로 향했단다.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면사무소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자, 면사무소 직원들과 작은 다툼이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그들은 주재소에 잡혀 들어가고 말았어. 토지조사사업을 주관하는 토지조사국의 관리인 다나카는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하는 그들에게 엄벌을 처할 것을 요청했으나, 백종두 면장과 주재소장은 극형 처벌에 대해서는 반대했어. 백종두는 양쪽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잃어버렸던 민심도 얻으려는 획책을 썼단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어 명 주동자만 재판을 받고 나머지는 태형 50대로 마무리하기로 했어. 그렇게 박영진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보다 태형 50대 맞은 사람들이 문제였어. 말이 태형 50대이지, 이것은 엄청난 형벌로, 태형을 맞은 사람들 중에 성불구자가 된 이들도 있고, 앓아 누어야 하는 중상자들도 생겼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땅을 되찾은 것도 아니야. 이미 나라가 사라졌는데, 이것을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군산에 비밀리에 자리 잡은 지삼출과 손판석공허 스님이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부두에서 일을 했어. 그런데 일자리를 두고 중국인 노동자들과 패싸움이 벌어졌어. 이 싸움에서도 손판석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단다. 군산에서 부두에서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아서, 여자들도 일자리를 알아보았단다. 정미소에서 쌀 속에 섞여 있는 돌을 고르는 일을 여자들이 했어. 감골댁과 부안댁이 그 일을 하려 갔으나, 감골댁은 나이가 많다고 퇴짜를 맞았단다. 이를 본 수국이는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했어. 감골댁은 수국이가 일하러 가는 것을 걱정했단다. 얼굴이 예쁘다 보니 다른 남자들이 농간을 부릴까 걱정한 거야. 감골댁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말았단다. 수국이와 부안댁이 일하는 정미소가 하필 백종두 면장이 새로 지은 정미소였던 거야. 백종두의 아들 백남일이 정미소에 일하는 수국을 하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단다. 백남일은 수국이를 납치하여 강제로 추행을 저질렀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국의 동생 대근이는 백남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놓았단다. 지삼출도 대근을 도와주었어. 읽는 아빠도 속이 시원했으나, 대근과 지삼출의 뒷일이 걱정되기도 하더구나. 결국 지삼출 가족과 감골댁, 수국이, 대근이는 또 야반도주를 해야 했어. 그들은 옛 의병 전우들이 화전을 하며 지내는 산으로 도망갔단다. 한편, 백남일은 큰 중상을 입고 일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 갔어.

 

2.

양치성이란 자가 있어. 가난한 집안에 힘들고 살고 있었는데, 하야가와가 그를 좋게 봐서 거둬들여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단다. 양치성은 하야가와에 충성을 맹세했고, 하야가와는 양치성을 일본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단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는 골수 친일파가 되어 하야가와에 충성을 했단다.

서무룡이란 자가 있어. 서무룡은 군산 부두 일꾼으로 방대근의 동료였는데, 그도 수국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국이가 백남일한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백남일을 손봐주려고 그를 찾아갔어. 그런데 백남일은 이미 대근이한테 크게 얻어맞은 후였단다. 서무룡은 백남일이 쓰러져 있던 곳에 있다가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서무룡은 억울했겠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어. 양치성은 그런 서무룡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단다. 풀려나게 해줄 테니 의병의 잔당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말이야. 이 제안을 받아들여져서, 서무룡은 다음날부터 부두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의병의 잔당들의 정체를 몰래 알아보았어.

한편 지삼출 네 식구와 방대근 네 식구들은 배두성과 필녀 부부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었어. 배두성은 의병 출신으로 지삼출의 동료였고, 지금은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지내고 있었어. 수국이는 자신의 당한 수치를 참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데,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공허 스님이 수국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몸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어 주어 수국은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었단다. 공허 스님이 땡중인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스님은 스님이시네공허 스님이 한 이야기가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단다. 사투리를 진하게 써서 이해하지 못하는 말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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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부처님이 설허시기럴 몸언 맘얼 담는 그럭이라고 허셨소. 그렁게 알맹이넌 맘이고 껍데기넌 몸인 것이오. 그런 이치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언 맘이 껍데기인 몸얼 벗어불고 극락왕생허는 것이라고 말씸허신 것이기도 허요. 긍게로 중헌 것언 맘이제 몸이 아닌 것이고, 그 큰애기덜 둘이 도적놈덜헌티 몸얼 더립힌 것언 너물얼 캐다가 손얼 까시에 찔리고, 발얼 돌에 채이고 헌 것이나 하나또 다를 것이 없소. 흔헌 말로, 시상사 다 맘묵기에 달렸다는 말이 바로 부처님의 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오. 허고, 목매달아 죽은 큰애기가 소로 환생히서 평상 죄닦음얼 헌 것언 첫찌로 목심얼 경시헌 죄요, 부처님이 말씸허시기럴 이 시상이서 질로 에로운 일이 만상 중에서 사람으로 몸얼 짓고 태어나기가 질로 에롭고, 그담으로 에로운 것이 바른 마음 지닌 불자가 되기가 에롭다고 허셨소. 사람 하나가 죽고 새로 사람이 되어 태어나자면 만년에 만년으 세월이 흘러야 된다고 설허셨소. 그리 에롭게 태어난 목심얼 경시허는 것언 질로 큰 죄요. 그담이 함부로 목심 끊어 부모헌티 불효허는 죄요. 그런 죄넌 다 몸이 맘보담 중헌지 잘못 알고 저질른 어리석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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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스님은 화전을 일구며 숨어 지내고 있던 이들에게 이제 만주로 이주할 때가 되었다고 준비하라고 했어. 감골댁은 시집 간 딸들과 하와이에 일하러 간 장남 방영근이 눈에 밟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대근이 쫓기는 몸인지라, 만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단다. 지삼출 네 식구들, 배두성과 필녀, 다른 화전민들도 함께 만주로 향했단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손판석만 군산에 남아 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3권의 주요 이야기란다. 일제의 침략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 그들의 총칼에 죽어도 어디 하소연할 수 없는 백성들.. 불쌍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구나. 그들은 알았을까.  나라 빼앗긴 설움이 20, 30년 넘게 이어질 거라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아리랑>의 등장인물들은 실제 살아 있는 이들 같아 더욱 가슴 아프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동만의 집 앞에는 네댓 사람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지삼출이 방대근이 앞을 막아섰다.




현수막에 쓰인 글씨 그대로 군산과 강경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군산 전체가 떠들썩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군산은 마침내 육로 수로 철로 세 가지 길이 합쳐지는 교통의 요충이 됨과 아울러 다른 부(府)들보다 앞질러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철도 개통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 강경에 이르는 뱃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수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점만이 아니었다. 그 철도는 엄연히 호남선의 일부였다. 따라서 군산의 세력은 항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뻗치게 되어 있었다. 힘을 뻗칠수록 일본물건들을 많이 팔아먹고 조선물건들을 많이 내갈 수 있어서 군산은 그만큼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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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체스는 하늘과 땅 사이 무함마드의 관처럼 이 범주들 사이를 부유하는 학문이요 예술이며, 대립하는 모든 것들을 유일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던가? 즉 태곳적인 것이면서도 영원히 새로운 것이요, 그 구도가 메커니즘적이면서도 판타지를 통해서만 작동하며, 기하학적으로 일정 공간에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그 조합에서는 무제한적이고 항상 자기 발전적이며 번식력이 없다. ()로 이끄는 생각, 무에 이르는 수학, 작품 없는 예술, 실체 없는 건축, 그럼에도 명백하게 그 존재 자체가 어떤 책이나 작품보다 영속적이며,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유일한 게임이면서도, 지루함을 죽이고  감각들을 예리하게 하며 영혼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신이 이 땅에 가져온 게임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이 게임에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어떤 아이들이라도 기본 규칙을 배울 수 있고, 체스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누구나 자신을 게임에서 시험해볼 수 있다.


(60-61)

당신이 게임들 중, 특히 체스를 둘 때의 정신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상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체스란 우연과는 동떨어진 순전히 두뇌싸움인지라 자기 자신과 맞서서 게임을 한다는 건 부조리하다는 거죠. 체스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상이한 두뇌에서 전략이 나온다는 데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두뇌싸움에서는 검은 말이 그때그때 흰 말의 술수를 알 수 없고 항상 추측할 뿐이며 그걸 막으려고 하지요. 반면에 흰 말은 검은 말의 숨은 의도를 앞질러 내다보며 방해하려고 애쓴다는 데 그 매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검은 말과 흰 말이 동일한 사람이라면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하나의 두뇌가 뭔가를 알아야 하는 동시에 또 몰라야 하는 상황 말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인 흰 말의 역할을 하면서 일 분 전에 검은 말로서 의도했던 바를 완전히 잊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한 이중적인 사고는 사실 의식의 완전히 분열을 전제로 합니다. 기계장치처럼 뇌의 기능을 임의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하려는 것이 체스에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것과 같은 역설을 의미합니다.


(116)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에게 그 순간의 절망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당신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 운명을 고통스럽게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그런 운명을 전 한평생 견뎌왔고, 그 운명과 더불어 죽게 될 테지요. 어떻게 제가 이 절망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보세요. 인스부르크에서 보낸 그 이 년 동안 매 순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빈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상상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그 시절, 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가장 행복한 순간뿐 아니라 가능한 최악의 순간까지도 꿈꾸었습니다.


(117)

얼굴에 비치는 나이는 명암에 따라 묘하게 변하고, 입는 옷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체념한 이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아직 소녀였던 저는 당신의 망각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끊임없이, 그리고 쉼 없이 생각하고 있으니 당신도 저를 종종 생각하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헛된 마음을 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미미한 존재이며, 저에 대한 어떤 기억도 당신에게 남아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면, 제가 어떻게 숨인들 쉴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이 마음속에 저를 알아볼만한 그 어떤 것도 없으며, 당신 삶의 거미줄 같은 기억 한 오라기도 저와 연결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신의 눈길 앞에서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떨어지는 최초의 추락이었고, 제 운명을 예감하는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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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경제 이야기 1 : 기본 편 - 경제와 친해지는 준비 운동 난처한 경제 이야기 1
송병건 지음, 매드푸딩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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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출판사 사회평론의 난처한시리즈가 미술과 음악에 이어 경제편도 출간을 했구나. 아빠가 난처한미술 시리즈,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잖아. 그래서 이 시리즈에 호감이 간단다. 경제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아빠가 읽기에 좋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어. ‘난처한미술 시리즈도 그렇고, ‘난처한음악 시리즈도 그렇고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거든. 그래서 경제이야기도 좀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았단다.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경제이야기> 시리즈는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은 1 <기본 편>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다른 난처한시리즈처럼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사진과 그림도 많아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어. 이 책은 너희들 같은 학생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단다. 특히 Jiny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 과목을 좀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 그럼 시작해볼게.


1.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의 사전적 의미를 인터넷 의미를 찾아보면, 비슷하면서도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 송병건 님은 경제란 결국 사람들의 소망과 욕망을 달성하려고 쏟아 부은 노력의 총합이라고 정의했어. 직접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경제가 생겨나고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은 사람의 본능에 있다고 정의하신 것 같구나.

경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아닐까 싶구나. 돈은 많이 소유하려고들 하지만, 무인도에 혼자 있을 때 돈이 많다면 아무 쓸모가 없단다. 그러니 돈이라는 것은 소유가 아니고 소비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서만 쓸 수 있단다.

이 책은 아무래도 경제 책이다 보니, 경제 용어가 많이 나온단다. 알고 있던 용어들도 나오고,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제 용어도 나왔단다. 책의 맨 뒤편에 그런 용어들을 따로 모아 뜻을 적어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가장 먼저 나오는 용어가 기회비용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본능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이익을 주거나 만족하게 되는 경우 선택을 하잖니. 만약 그 선택을 할 때 이익도 있고, 손해도 있다면 그것을 잘 따져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익이 있는 경우를 선택하잖니. 그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해. 경제 관련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계효용이라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밥 먹는 것에 비유를 해주었는데, 한계효용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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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경제학에서 한계란 한 단위가 추가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오래 굶주렸다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경우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만족감, 즉 효용이 증가하겠죠? 이렇게 한 단위가 추가될 때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부릅니다. 밥을 막 먹기 시작했을 때는 배가 많이 고프니까 밥 한 숟가락으로도 상당한 효용을 얻습니다. 한계효용이 큰 거죠. 그렇지만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한 숟가락이 주는 효용은 줄어들어요. 한계효용이 점점 작아집니다. 이렇듯 더 많이 소비할수록 추가되는 만족의 크기는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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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이라는 말은 이익, 만족,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계효용은 어떤 한계가 추가되었을 생기는 효용이고, 그것을 많이 얻게 되면 될수록 효용의 크기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2.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삼총사는 기업, 정부, 가계란다. 시장에서 소비하고 지출하고 때론 생산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어. 예전에는 가계와 기업만 경제활동을 했지만, 그렇다 보니 경제로 인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들이 생겨서, 정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게 되었단다. 오늘날은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가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관여한단다. 한 나라를 평가를 할 때, 얼마나 많은 경제지표를 사용하고 있지. 온 세상이 자본주의국가가 되었으니, 정부가 경제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아마 백성들에게 바로 쫓겨나지 않을까 싶구나.

위에서 시장이란 말을 썼는데, 시장은 자유로운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이야기한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지? 아빠도 수요공급의 곡선이라고 그 그림이 생각나는구나. 수요는 증가하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지고, 그리고 반대가 되면 가격이 올라가고예를 들어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쌀의 공급량이 늘어나게 되면 쌀값이 하락하게 되잖아. 경제는 이럴 때 개입하여 쌀을 정부차원에서 사들여서 쌀값 하락에 의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곤 한단다. 우리나라 현정부는 대통령이 그런 법안을 거절해버렸지만

또 다른 예로 구제역 사태가 있단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던 일인데 돼지 간염병인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많은 돼지들을 살처분했고, 그래서 돼지고기의 공급량이 감소했어. 원래대로라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야 했지만, 이 경우 감소했단다. 혹시 병 걸린 고기 아닐까 하는 소비자 심리가 발동하여 소비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예는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 이외에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단다.

경제를 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는 투자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테고, 투자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주식이 아닐까 싶구나. 아빠도 많지는 않지만 주식을 하곤 하니까. 주식이라는 말의 ()’구루를 뜻하는데, 약간 생뚱 맞는 한자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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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주식은 한자어로 그루 주()와 법 식()자를 씁니다. 무슨 조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질 않죠? 그게 당연합니다. 이 표현은 주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톡(stock)’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거든요. ‘stock’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중에는 그루터기와 저장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루터기가 뭔지 다들 아시죠? 나무나 곡식을 베고 남은 밑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가지를 베어다가 겨울을 보낼 땔감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저장품이라는 의미까지 생겼고요. 거기서 확장해 주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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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식이라는 것은 왜 생겼고 무엇일까. 주식이란 회사의 운영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거나 사업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이자 증서란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주라고 하고, 주식에서 자주 보이는 액면가라는 말은 주식이 발행되는 시점에 증권에 표시된 가격이야.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 회사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다고 했잖니. 그것을 배당이라고 한단다. 어떤 이들은 이 배당을 보고 주식을 투자하는 이들도 있단다.

이 책에서는 중산 베이커리라는 가상의 제빵 기업을 통해서 경제 관련 용어들을 설명해 주었단다. 한 회사가 창업되고 성장되고 나중에는 망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통해서 경제 용어의 설명을 읽다 보니 좀더 이해가 쉬운 것 같구나. 채권이나 이자라는 것도 익숙한 것이지만 그 정의와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어. 채권이라는 것도 빚이 기록된 문서나 계약서로 그 차체를 사고 팔 수 있다고만 하면 안 와 닿을 수 있는데, 회사에 돈이 필요한 경우 회사의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만들어 팔았다가 나중에 이자를 보태어 갚는다면서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좀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

채권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국채라고 한단다. 국채도 일반 채권처럼 투자가 가능한데, 가장 극단적인 예는 러시아 혁명 이전 제정 러시아의 국채를 산 코소 톨라니라는 사람을 들 수 있겠구나. 코소 톨라니는 러시아 혁명 이후 휴지조각이 된 제정 러시아 국채를 사 모았대. 쓸모 없어진 국채이나 보니 거의 헐값이고, 사람들은 그걸 사는 코소 톨라니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지.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고 다시 러시아 국가가 생겨나고 기존 제정 러시아 국채도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는구나. 그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다시 올라가게 되고, 코소 톨라니는 6000%라는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 소련이 그렇게 쉽게, 빨리 망할 것이라고 그는 어찌 예측을 했을까. 예측을 했더라도 러시아 국채를 사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대단하네.

….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단다. 이 책에서 예를 든 가상의 회사 중산 베이커리도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결국 망하게 되는데, 망하는 회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고, 정부와 결탁한 부정부패가 있고,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했단다. 아빠가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IMF 사태 때 많은 회사들이 위와 같은 닮은 꼴로 문을 닫았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이후로도 이런 잘못을 반복하는 회사들이 있단다.


3.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세계 경제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어 왔단다. 늘 호황일 수 없고, 늘 불황일 수 없단다. 불황이라고 하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IMT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고, 오래 전의 세계대공황도 떠오르는구나. 불황의 조짐 중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용이 고갈되면서 빚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대. 앞서 이야기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경우는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퍼졌는데, 그 주요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상환되지 않아서 가계, 기업, 금융기관이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은 신용등급이 낮음에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는 제도라고 하더구나.

불황은 이런 경제 정책인 것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뜻하지 못한 일로 올 수도 있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연재해와 감염병이란다. 멀리 갈 것도 없고 최근에 우리를 무척 고생시켰던 코로나 19도 그런 예가 될 수 있겠구나.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 그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오기도 했지만…. 100 여 년 전에 전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독일 경제는 안 좋았는데 거기에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최악의 수준이 되었단다. 그 최악의 국가 상태에서 생겨난 것이 나치였고,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란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으로 또 유명한 것 중에 흑사병이 있는데, 이 흑사병이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

(289)

흑사병이 퍼질수록 기존 사회의 지배층이었던 영주와 교회의 권위는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이주가 전보다 자유로워졌고, 또 실질임금도 늘어났다고 했잖아요. 흑사병에 걸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오늘을 즐기자!’는 식의 소비와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후 유럽은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문화 부흥기인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합니다. 타락하고 무능한 교회에 반발해 일어난 종교개혁, 종교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합리적 추론과 실험을 중시한 과학혁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죠.

===============

….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어. 경제학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람은 늘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인 것 같구나. 너희들도 들어보았다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사람이지.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고전학파로 부르는데 자유무역을 옹호한 데이비드 리카도, 인구론을 주장한 맬서스, 자유론을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있단다. 그 이후 <자본론>으로 유명한 마르크스가 있지. 마르크스는 아빠가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패스그 다음에는 신고전학파로 부르는 마셜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앞서 이야기했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처음 선보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세계대공황을 해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던 케인스. 케인스는 공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미국은 공황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단다. 2차 세계대전에 무기를 팔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런 케인스의 주장도 영원하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케인스의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대. 그래서 다시 정부가 경제에 많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들이 생겨났고, 다시 시장에 맡기게 되는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주도하게 되었단다.

경제라는 것이 어떤 법칙이나 원칙에 예상된 길을 가질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변인들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복잡한 함수인 것 같구나. 예측을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은 어찌 보면 경제 세계라고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알고 있던 내용도 많긴 했지만 도움이 된 것 같구나. 생각보다 난이도가 좀 낮았던 것 같아. 읽기는 편했지만 말이야.

조만 간에 2권도 읽고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난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이 싫더라.

책의 끝 문장: 세계화 혹은 탈세계화, 불평등, 4차 산업혁명, 생태주의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또 어떤 경제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역사를 보면 볼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당나라와 이슬람 군대가 벌인 전쟁도 탐험가들이 새 항로를 개척하러 나선 것도, 두 차례 발발한 세계대전도 모두 경제적 이유로 설명이 더 잘 된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경제학을 돌아보게 되었고, 경제사라는 분야에서 안식을 찾았습니다. - P5

우리는 모두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돈’이라는 약속된 매개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안전하고 아늑한 삶을 보장해주는 집이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음식이 될 수도 있고요. 즐거운 공연이나 게임 속 아이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 역시 그런 욕망의 일종이지요. - P23

경제학은 본래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득, 또는 만족에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이나 이익을 경제학 용어로 효용이라고 하는데요. 한정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경제학의 특징입니다. 그러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효용을 수치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 P48

정부라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가 모라토리움 혹은 디폴트 사태에 직면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나요? 모라토리움(moratorium)은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으니 상환 날짜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에요. 지불 유예를 신청하는 거죠. 반대로 디폴트(default)는 채무 불이행, 즉 빚을 못 갚는다고 파산 선언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놓고 그 빚을 제때 갚지 못할 때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태예요. - P78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동화책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비유적인 내용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외출하고 빈집 식탁에 세 그릇의 수프가 놓여있었습니다. 하나는 뜨거운 수프였고, 또 하나는 식어서 차가운 수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였어요. 골디락스의 선택은 당연히 미지근한 수프였습니다.
데이비드 슈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이 동화에 착안해 ‘골디락스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경제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중간쯤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지속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 P238

흑사병은 인류사에 두고두고 남을 지독한 재난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은 농도들은 사회적 지위와 실질 임금이 높아지는 혜택을 입었어요. 또 많은 경작지가 버려지면서 영주의 통제력이 약해진 덕분에 농노는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영지에 묶여있던 농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됐죠.
한편 지배 계층 사이에서는 보다 강력한 귀족 가문이 생겨났어요. 상당수의 영주가 권력을 잃고 몇몇 집안에 통폐합된 결과였죠. 말하자면 영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귀족 가문은 이후 유럽에서 절대왕정이 등장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 P287

경제학의 대가는 귀한 능력들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는 어느 정도 수학자이자, 역사가이자, 정치가이자, 철학자이어야 합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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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20)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4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64)

우리는 우리의 선천적인 인간 능력을 최고로 일깨워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별적인 인간 정신과 육체들을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하는 지식 네트워크에 연결시켜서 생물학적 지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다. 슈퍼컴퓨터 사이보그 신체로 기억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 초월성을 획득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의 뇌를 곧 도래한다고 하는 특이점이라는 시뮬레이션 현실과 융합시키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임무는 그와 정반대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이 육신에 깃들여 있는 인간성을 개발하여 우주질서와 우리 자신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큰 일관성을 손에 넣고, 마지막에는 우리의 영혼을 영원(永遠)으로 업로드해야 할 것이다.


(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108)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154-155)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231)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233)

먹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먹는 이와 먹히는 이 모두 자연의 일부가 되고 생명의 그물망 안에서 다시 삶을 이어간다. 그것이 잔인한 폭력이 아니라 삶을 잇는 신성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성찰과 절제가 필수적이다. 나에게 보시한 다른 생명의 무게를 알고 그 희생을 기억한다면, 어떤 음식도 함부로 하지 않고 귀하게 감사히 먹을 수밖에 없다. 음식은 누군가의 삶이다. 그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삶을 더 의미 있게 잘 살아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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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4-02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좋네요. 여러 분들이 읽고 있어서 꼼꼼하게 이해하고 갑니다. ^^

bookholic 2024-04-04 00: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