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19)

투표용지에 투표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네가 틀릴 수도 있다중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에 투표했다

나는 바다이다라고 노래하는 물방울에게 투표했다


나는 별들이 밤하늘에 쓰는 문장에 투표했다

삶이 나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내가 삶에게 화가 난 것이라는 문장에,

아픔의 시작은 다른 사람에게 있을지라도

그 아픔 끝내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는 문장에,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이라는 문장에 투표했다


       - <나는 투표했다> 중에서


(21)

한 사람의 진실



한 사람이 진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사람이 진실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진실한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진실한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

모두가 거짓을 말해도

세상에 필요한 것은 단 한 사람의 진실

모든 새가 날아와 창가에서 노래해야만

아침이 오는 것은 아니므로

한 마리 새의 지저귐만으로도

눈꺼풀에 얹힌 어둠 밀어낼 수 있으므로

꽃 하나가 봄 전체는 아닐지라도

꽃 하나만큼의 봄일지라도


(34-35)

흉터의 문장



흉터는 보여 준다

네가 상처보다 더 큰 존재라는 걸

네가 상처를 이겨 냈음을


흉터는 말해 준다

네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그럼에도 네가 살아남았음을


흉터는 물에 지워지지 않는다

네가 한때 상처와 싸웠음을 기억하라고

그러므로 흉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그러므로 몸의 온전한 부분을

잘 보호하라고


흉터는 어쩌면

네가 무엇을 통과했는지 상기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화상 입힌 불의 흔적

네가 네 몸에 새긴 이야기


완벽한 기쁨으로 나아가기 위한

완벽한 고통


흉터는 작은 닿음에도 전율하고

숨이 멎는다

상처받은 일을 잊지 말라고

영혼을 더 이상 아픔에 내어 주지 말라고


너의 흉터를 내게 보여 달라

나는 내 흉터를 보여 줄 테니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우니까


(52-53)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뭇잎의 집합이 나뭇잎들이 아니라

나무라고 말하는 사람

꽃의 집합이 꽃들이 아니라

봄이라는 걸 아는 사람

물방울의 집합이 파도이고

파도의 집합이 바다라고 믿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길의 집합이 길들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걸 발견한 사람

절망의 집합이 절망들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슬픔의 집합이 슬픔들이 아니라

힘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벽의 집합이 벽들이 아니라

감옥임을 깨달은 사람

하지만 문은 벽에 산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

날개의 집합이 날개들이 아니라

비상임을 믿는 사람

그리움의 집합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

(57)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꽃에게서 배운 것

한 가지는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

타의에 의해

무릎 꿇어야만 할 때에도

고개를 꼿꼿이 쳐든다는 것

그래서 꽃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82-83)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북극의 빙하는 무너지고

시리아 난민들은 영국 해협에서 떠오르고

카불의 여성들은 검은 히잡 속에 숨는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티베트 승려들은 몸에 불을 붙이고

후쿠시마에서는 원전수가 바다로 흘러가고

멕시코인 밀입국자들은 트럭 안에서 숨이 막힌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우한에서는 바이러스가 폐를 잠식하고

갠지스강은 성스러운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인도의 노동자들은 수천 리 걸어 집으로 간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바그바드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가 이어지고

미얀마에서는 시위 군중이 영화처럼 쓰러지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병원에 미사일을 쏜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알래스카에서는 신생아가 울음을 터뜨리고

이스탄불에서는 수도승들이 회전춤을 추고

제주 바다에서는 해녀가 숨비소리 내며 자맥질한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지구는 초속 30킬로미터로 태양 둘레를 내달리고

야생 기러기는 희망의 날갯짓으로 대륙을 건너고

혹등고래는 새끼 업고 북극해로 이동한다


우리가 입맞춤하는 동안

신이 하루를 더 허락하고

맹인 소녀는 점자로 시를 읽고

아이는 나무 아래서 주운 새를 품에 안는다


(114-115)

접촉 결핍



만약 자신이 죽었는데 그 사실을 모른다면

당신이 허기를 느낄 것이다

뱃속 허기가 아니라 피부의 허기를

당신의 피부는 접촉을 원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가벼운 포옹, 어루만짐, 우연한 스침도

봄바람마저 당신의 얼굴을

간지럽힐 수 없다 다가가 손을 내밀지만

뼛속까지 투명한 혼이 되어

누구도 그 손 잡을 수 없고

그 손 또한 다른 손 잡을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당신은 접촉을 두려워했다

상처 줄까 상처 입을까

그림자 인형으로 살았다

서로 맞닿은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아무 접촉도 하지 않는 그림자놀이 속

인형으로

하지만 육체가 없는 지금

당신이 갈망하는 것

당신이 질투하는 유일한 것은

서로 만지고 입 맞추고 껴안는 행위

그것들 모두 가능했던 때를

그리워하면서

격렬한 통증 같은 접촉 결핍으로

혼이 점점 희미해져 가면서


(122-123)

늦게 출가해 경전 외는 승려가 발견한 구절


어떤 꽃도

거짓으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떤 새도

절반의 마음으로 날갯짓하지 않는다


어떤 번개도

건성으로 파열하지 않는다


어떤 바다도

절실함 없이 파도치지 않는다


이 길에 온 존재 쏟아붓지 않는 것은 없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일체가 되기 위해

다 걸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온몸을 던지는 씨앗처럼


(135)

달에 관한 명상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

너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너보다

더 큰 너를

달을 보라

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 빛나는 달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98)

스스로 싸우지 않는 자에게 차례질 권리는 없단 말입니다. 말입니다, 김알렉산드라가 했던 말 위로 아주 오래전 다른 한 사람이 내게 했던 말이 메아리처럼 겹치며 귓전에 울렸다. 부디, 당신이 양반과 침략자, 남자의 편에 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선에서 양반보다 더한 계급이 남자입니다. 양반이나 아니나 다 그 더러운 계급의 혜택을 누린단 말입니다. 말입니다, 백무아가 조선을 떠나며 남긴 그 말을 들은 가을로부터 얼마나 많은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나간 다음, 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가. 모든 차별과 억압, 침략에 반대하는 진정한 인민의 권력. 참된 민주공화정……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분신과 같은 소총을 꺼내들고 가늠자를 들여다 봤다.


(549)

고려령 1고지를 떠나기 전에 나는 결과 특임분대 여덞 명의 분대장으로 남은 지휘관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나라가 망한 이래로 우리가 의병이 되어 목숨을 내걸고 싸운 것은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어서는 아니었소. 이기고 지고를 떠나 오직 의로써 싸워왔소. 그렇게 싸우다가, 저격여단의 창설자 김수협과 항일연합포연대의 청년중대장 현창하, 부중대장 이정재,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전사했소. 박한과 리범진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며 항거했고, 허위와 박상진이 장렬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소. 그들이 싸워왔기에 오늘의 싸움이 있소. 오늘 싸워내야 내일의 싸움도 있소. 이번에 싸우지 않으면 다음 싸움도 없소. 우리가 포기하지 않아야 언젠가, 대한의 누군가가 못다 한 우리의 이 싸움을 이어갈 것이오. 그렇지 않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단다. 얼마 전에 출간했는데, 인터넷 서점 초기 화면에 별점 가득 채워 노출되어서 계속 마음을 혹하게 했어. 아빠가 예전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이라고 하면 묻지도 않고 읽었는데, 언젠가부터 다소 실망을 하게 되어 망설이는 작가가 되었단다.

이번에 나온 신간의 제목은 <꿀벌의 예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은 누가 뭐라 해도 <개미>라는 작품이란다. 이번에 새로 나온 소설의 제목에 꿀벌이 포함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개미>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단다. 아빠가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번째 소설이 <개미>였는데, 놀랍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었단다. <개미>와 비슷한 곤충인 꿀벌에 관한 이야기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도 생겼단다.

꿀벌이라고 하면 오늘날 기후 위기와 아주 밀접한 곤충이란다. 아빠가 오래 전에 <녹색평론>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꿀벌의 수가 줄어들 수 있고, 꿀벌이 멸종이 되면 인간들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거든. 지구 온난화로도 이야기하는 기후 위기로 인해 꿀벌의 개체수는 심각하게 줄어들어 있다고 하는구나. 이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이 그런 꿀벌의 멸종을 다루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단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오랜만에 집어 들게 되었단다. 꿀벌의 위기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이야기해줄게.


1.

르네 돌레다노라는 33살의 공연 전문 최면술사가 주인공이란다. 전직 역사교사였는데 지금은 최면술사가 되어 공연을 하면서 객석의 사람들을 최면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일을 했어. 이 일은 애인이자 동업자인 오팔과 함께 했어. 오팔도 최면술사이기도 하지만 연주도 함께 했어. 공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 30년 후의 자신과 만나게 해주기도 했어. 물론 최면에 실패한 사람들도 있었어. 어느 날 베스파 로슈푸코라는 사람이 최면을 통해 미래를 가게 되었는데, 좀더 정확히 이야기기하면 2053 12월 파리로 갔는데 한 겨울이지만, 기온이 40도가 넘고 바글바글한 인파로 인해 걷기 힘든 사회를 보았어. 지구의 인구는 150억이나 된다고 했어. 그곳에서 베스파는 거리에서 많은 인파로 인해 넘어졌는데, 그가 최면 상태가 깨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와 현재를 혼동하여 공연장을 뛰쳐나가게 되었고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치게 되었단다.

정신을 차린 베스파는 르네와 오팔을 사기죄로 고발하였고 르네와 오팔은 집행유예를 풀려나긴 했지만, 공연은 폐쇄해야 했고, 거금의 배상금을 주어야 했단다. 그들이 거주하고 있던 유람선도 저당 잡히게 되었어. 그리고 얼마 후에는 오팔이 전생의 애인을 만났다면서 헤어지자며 르네를 떠났단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르네는 예전 지도교수님이었던 알렉상드로 라주뱅 교수를 찾아가 일자리를 부탁해서 시간 강사 자리를 얻게 되었단다.

르네는 베스파가 본 미래를 보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아 30년 후의 자신, 그러니까 63살의 자신을 만나게 되었어. 63살의 르네가 이야기하기를, 2047년에 꿀벌이 멸종을 하게 되어 세계는 식량 부족 문제에 빠지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져서 2053 12월까지 여전히 전쟁 중이라고 했어.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는 사실 미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베스파가 암울한 미래를 보게 되어 다른 가능성의 미래는 사라지고 이런 암울한 한 가지 미래로 정해졌다는 거야.

이것은 마치 양자역학과 비슷한 것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관찰이라는 행동으로 한 가지만 남고 나머지 가능성은 사라진다는 것. 미래 63살의 르네는 그런데 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고 했어. 1121년에 살뱅 드 비엔이라는 사람이 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단서가 있다고 했어. 최면에서 돌아온 르네는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찾아보았지만, 그 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어. 1994년에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있어 찾아가보니 이 책은 지은이가 가상으로 쓴 예언서로 알고 있었고, 그 지은이는 2010년에 이미 죽었다고 했어. 당시 어떤 유명한 비평가가 이 책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어 책이 나오자마자 절판되었고, 남아 있는 책은 없다고 했어.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르네는 그 책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 중세 시절로 퇴행 최면을 걸어보았어. 자신의 전생을 볼 수 있는 최면이었어.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생을 볼 수 있는 최면을 너무 쉽게 하더구나. 나중에 나오겠지만,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말이야. 정말 자신의 전생을 이렇게 쉽게 최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면, 음 세상이 참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지구를 구한 사람도 있을 테고, 최악의 친일파였던 사람도 있을 테고정신적 충격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튼 이 소설에서는 르네가 퇴행 최면을 걸어서 1099년 예루살렘으로 가게 되었는데, 당시 그곳에서는 프랑스에서 파견한 십자군이 이슬람 세력과 공성전을 벌이고 있었어. 그곳에 <꿀벌의 예언>의 저자 살뱅 드 비엔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르네의 전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현실로 돌아왔단다. 르네는 이런 퇴행 최면에 대해서 지도교수 알렉산드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흥미를 느끼고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했어. 르네는 이번에는 알렉산드르와 함께 퇴행 최면을 시도했고, 알렉산드르도 1099년의 세계로 갔단다. 그곳에서 알렉산드르는 가스파르 위멜이라는 사람이었어. 가스파르는 산적단으로 온갖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체포되어 사형까지 구형되었는데 수도사들이 그의 검술 실력을 보고 참회를 하게 되면 다시 기회를 준다고 했어. 가스파르는 진심으로 참회를 하고 십자군에 참여하여 예루살렘 공성전에 참여하게 된 거야.

르네의 전생이었던 살뱅 드 비엔의 이야기도 좀 하자면, 살뱅은 부모님에 의해 수도사가 되었지만 지루하고 답답한 생활을 참을 수 없었어. 수도원 밖으로 탈출을 했다가 우연히 십자군 행렬을 만나게 되어 십자군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이후 가스파르를 만나기도 했는데, 가스파르가 살뱅을 구해주기도 했단다. 르네와 알렉상드르 교수는 전생부터 그런 인연을 가지고 있던 거야.


2.

알렉상드르의 딸 멜리사가 있는데, 멜리사도 역사학자였는데, 르네에게 소개해 주었단다. 알렉상드르는 자신의 전생이 살았던 예루살렘에 가보자고 했어. 그곳에서 최면을 걸면 더욱 생생한 기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말이야. 그렇게 르네는 알렉상드르와 예루살렘을 가게 되었고, 딸 멜리사도 같이 갔단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그들은 알렉상드르의 친구 메넬리크 교수가 안내해 주었어.

르네는 다시 퇴행 최면을 걸어서 살뱅이 되었어. 살뱅은 드보라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단다. 소설의 흐름상 드로라가 멜리사일 것 같은데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단다. 살뱅은 언젠가부터 꿈에 자신의 수호천사가 나타나서 미래를 예언하는 듯한 말을 해주었어. 그런데 그 수호천사는 사실 르네였단다. 최면 속에 들어간 그가 전생의 살뱅에게 지시를 하는 것인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판타지가 점점 과해지는 느낌도 들었단다. 수호천사가 이야기하기를 꿀벌을 따라가라고 했는데, 이것은 상징적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꿀벌 모양의 하수구를 발견하게 되어 그 하수구를 따라 가다가 당시 성전기사단의 조직은 근거지인 솔로몬 성전의 지하에 있는 지하성전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그곳에 문서를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최면에 빠지는 방법이 적힌 문서였어. 살뱅은 그 문서대로 최면에 빠지게 되고 그곳에서 꿈속에 만났던 수호천사 르네를 만나게 된단다.

, 다시 정리하자면 르네가 최면을 통해 전생의 살뱅을 보게 되고, 살뱅은 최면을 통해서 르네를 만나게 되는 것이란다. 뭔가 돌고 도는 것 같구나. 살뱅은 수호천사 르네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을 기억했다가 책으로 쓰기 시작했단다. 뭐야, 그러니까 르네가 찾고 있는 살뱅이 쓴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는 결국 르네가 이야기한 것을 살뱅이 받아 적은 거야? 그러면 굳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찾을 필요가 있나? 있었어. <꿀벌의 예언>에는 2101년까지의 일들이 적혀 있다고 했어. 르네가 미래에서 만난 것은 2053년의 르네였으므로 2053년 이후의 일들은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모르는 것이란다. 르네가는 <꿀벌의 예언> 2053년 이후의 내용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었단다. 살뱅의 친구 가스파르도 꿈에서 수호천사를 만나서 미래에 대해 들었다고 했단다. 가스파르의 수호천사는 누군지 알겠지? 알렉산드르 말이야

….

다시 현재의 르네와 일행들은 지하성전에서 <꿀벌의 예언>을 찾으러 갔다가 가지 말아야 이슬람 지역까지 넘어 가게 되어 경비원에 쫓기다가 경찰서에게까지 감금되기도 했어.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인데 실수를 했다고 사정하고 풀려나게 되었어. 그들을 안내해준 메델리크 교수의 아내는 모델리아라는 사람인데 모델리아는 꿀벌 연구학자였어. 르네 일행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찾는다고 하니 꿀벌에 대한 학문적 내용을 도와준다고 했어. 그리고 꿀벌이 왜 멸종 위기에 빠졌는지 알려주었는데, 그건 바로 꿀벌의 천적인 등검은말벌이 개체수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했어. 겨울에 등검은말벌 개체수가 줄어야 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에도 등검은말벌의 개체수는 줄지 않고 늘어난다고 했어. 그래서 꿀벌은 점점 줄어든다고 말이야.

여기까지가 대충 1권까지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졸면서 독서편지를 써서 문맥이 안 맞고 오타도 많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수정 좀 해야 하겠지만 지금 너무 졸려서 패스하련다.

2권도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책의 끝 문장: 그의 나이 서른둘이었다.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1. 배우기 위해
2. 경험하기 위해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 P17

저 나무는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떠올리는 대상인 거야. 과거는 땅속 깊이 뻗어 있는 긴 뿌리들 속에 흩어져 있어.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 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 그러다가 햇빛과 수액이 부족한 나뭇잎은 말라 죽게 되지. 나뭇가지 전체가 꺾여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건 어떤 미래의 방향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지. 하지만 하나뿐인 줄기에서 뻗어 나와 살아남은 다른 나뭇가지들은 눈에 보이는 단단하고 통합된 현재의 연장선에서 계속 자라게 되네. 나무는 계속 자라나. 하지만 이 미래의 나뭇가지들은 굵고 단단해질 수도, 가늘어져 꺾일 수도 있네. - P23

"뭐,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군요. 여러분은 그 누구의 말에도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내 말도 예외는 아니에요.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에요. 세계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을 받았어요. 내 관점은 당연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 말은 우리 모두가 그러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객관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적어도 여기 모인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어요.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여러분의 생각을 조작해 거짓을 믿게 하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세요." - P88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전형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어떤지 알아?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 반응한대. 1. 조롱한다. 2. 말도 안 되는 가설이라며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공격한다. 3. 가능성까지는 인정하지만 여전히 개연성은 낮다고 본다. 4. 진실임을 받아들이고 나서 왜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궁금해한다. 5. 너무도 명백한 진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처음엔 그것을 의심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인간이 유인원이 후손이라는 것도 이런 단계를 거쳐 받아들여졌어." - P2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2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Jiny가 얼마 전부터 국어 학원을 다니면서, 그 학원에서 추천해 주는 책들을 아빠도 가끔 같이 읽는데, 이번에 읽은 박현숙 님의 <구미호 식당>이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이 책을 구입하고 났더니, 이 책이 청소년판과 성인용으로 보강해서 만든 판이 두 가지가 있더구나. 아빠가 산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해 내용을 보강한 것이고, Jiny 학원에서 선정한 책은 청소년판이더구나. ㅎㅎ 밀리의 서재 앱에 <구미호 식당> 청소년판이 있어서 Jiny는 그것으로 읽었지. 그런데 아빠가 두 판을 비교해봤는데, 어느 부분에 보강을 한 것인지 잘 못 찾겠더라.. 책 전체를 본 것은 아니고 일부 페이지를 비교해서 못 찾은 것이겠지만, 책 전체를 두루 살펴보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었단다.

구미호라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라는 뜻의 구미호가 책 제목에 들어가 있고, 책 표지도 예쁘고,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고 해서 가볍게 읽을 거라 생각했단다. , 아빠의 예상과는 좀 거리가 있었단다. 결론을 이렇게 해도 좋은가? 싶었어. 만약 아빠라면 이 책을 청소년들한테 추천하지 않았을 것 같구나. 학원 필독서라서 Jiny는 읽긴 했지만너희들에게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았어. 지은이가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알겠지만, 주인공 중에 한 명은, 뭐랄까 너무 쉽게 용서를 해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단다. Jiny는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지?  , 그럼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아저씨 이야기

당만동이라는 곳에서 사고로 죽은 40대 총각인 이민석 아저씨와 15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왕도영이라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죽었으니 두 영혼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에 천년 묵은 구미호 서호를 만나는데, 서호는 자기에게 피 한 모금을 주면 살던 세상에서 49일을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어. 죽었는데 그깟 피 한 모금이 뭐 대수겠니,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으니 보고 싶은 사람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볼 수 있으니 좋은 기회겠지.

하지만 도영은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서 가지 않으려고 했어. 도영은 불우한 삶을 살았단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할머니와 배다른 형과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러니까 형과 아빠는 같으나 엄마는 달랐지. 그렇다 보니 할머니는 도영의 어머니를 무척 싫어했었고, 그로 인해 도영도 싫어했었어. 형도 도영을 무척 괴롭혔단다. 어느날 친구네 가게 스쿠터를 몰래 타고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고 만 거야.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함께 가자고 해서 다시 돌아왔단다.

그런데 규칙이 있었어. 생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이고, 구미호 식당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어. 구미호 식당을 벗어나게 되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했어. 그렇게 이민석 아저씨와 도영은 구미호 식당에서 49일을 지내게 되었단다. 첫날부터 아저씨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가 얼마 안되어 심한 고통에 쓰러져서 구미호 식당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가게로 돌아오게 하려는 계획을 세웠어.

이민석 아저씨는 생전에 호텔 셰프로 일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만이 알고 있는 크림말랑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 그 사람도 알게 되어 찾아올 거라는 생각에서였지. ‘크림말랑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고 이내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었어. 둘로는 일손이 부족하여 아르바이트를 뽑게 되었는데, 그 아르바이트가 바로 도영의 배다른 형 왕도수였어. 당연히 도수는 도영을 알아보지 못하지. 도영은 도수에게 있는 없는 짜증을 다 냈어. 아저씨는 도수에게 구미호식당을 SNS에서 홍보해 달라고 했고, ‘크림말랑의 재료를 맞추면 300만원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어.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아저씨가 찾는 사람은 오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날 크림말랑의 재료를 정확히 맞춘 사람이 나왔고, 아저씨는 드디어 그 사람을 만난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를 찾아온 사람은 민주라는 다른 여자였어. 아저씨가 찾은 사람은 서지영이라는 사람인데, 민주는 서지영의 친구였어. 민주는 이민석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했어.  자신이 이민석에게 전해준다고 하면서민주는 아저씨를 믿을 수 없다면서 돌아갔어. 그런데 며칠 후에는 어떤 남자가 찾아와 이민석을 찾았지. 아저씨는 이번에도 서지영이 꼭 와야 한다고 했어. 도대체 무슨 사연 일까?

결국 서지영이 식당에 오긴 했는데, 이민석의 이름을 듣자 치를 떨면서 다시는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어. 아저씨가 이민석인 줄 모르고 말이야. 그렇게 차갑게 서지영은 식당을 떠났단다. 아빠는 무슨 슬픈 사랑이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알고 보니 이민석 아저씨는 스토커였던 거야. 예전에 잠깐 사귀기는 했지만 금방 헤어졌는데, 이민석 아저씨는 여전히 서지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계속 서지영을 쫓아다니고 다니고 있던 거란다. 어떻게 보면 죽어서까지 서지영을 쫓아다니고는 거지.

서지영이 돌아가고 나서 아저씨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구미호 식당 밖을 나갔단다. 서지영은 쫓아오는 아저씨를 보자, 놀래서 정신 없이 도망가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날뻔했단다. 다행이 이 장면으로 지켜보던 서지영의 남자친구가 달려들어 구해주었단다. 이 일로 둘 다 다쳐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어. 그제서야 아저씨는 자신의 사랑이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어.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했지. 하지만 당한 서지영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게 될 거야. 트라우마와 함께진정 잘못을 빌려면 서지영을 만나 직접 빌어야 했으나, 그런 장면도 없었고…. 하기야 용서를 빈다고 또 만나면 서지영은 또 혼비백산이 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소설에서는 그냥 이민석 아저씨 혼자 깨달으면서 마무리가 되었단다. 마치 다 해결된 것처럼 말이야. 분명 이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에서처럼 혼자 잘못을 깨달은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마음에 안 드는 점이었단다.


2.

주인공이 두 명인데 아빠가 분개하여 이민석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만 했구나. 15살 왕도영의 이야기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전개였단다. 죽기 전에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할머니와 형이 사실은 도영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였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 자신이 죽고 나서 할머니도 정신줄을 놓고 시름시름 앓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형 도수는 그런 할머니를 간호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착실한 사람이었다는 것. 형 도수도 도영과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아주 싫어하지 않았다는 점.. 이런 것을 도영이 깨닫게 되었단다.

그리고 스쿠터가 친구 가게의 스쿠터라고 했잖아. 그 친구의 이름은 수찬이었는데, 수찬이는 도영이 죽고 나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어. 수찬이는 도영이 스쿠터를 가지고 가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거든. 그래서 도영이가 죽었다는 죄책감. 도영은 비록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수찬이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도영이의 이야기는 좀 뻔하지만, 그대로 49일간 다시 산 것에 대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이민석 아저씨의 다시 산 49일은 아빠는 용서를 할 수 없구나.

….

죽어 본 사람이 이 세상에는 아무도 없어서, 죽음 뒤의 삶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망각의 강(또 다른 무엇이 되었든 죽음의 세계 같은 곳)을 가기 전에 49일간의 기회를 다시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낡은 식당 넓은 유리창으로 달빛이 부서져 내렸다.

책의 끝 문장: 나도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르주 상드의 <그녀와 그>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인터넷 서점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평점 좋은 소설을 한 편 만나 읽게 된 것이란다. 지은이 조르주 상드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프랑스 이름들이 비슷비슷해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조르주 상드는 1804년에 태어난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고 하는구나. 18세에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작가 생활을 했는데, 남장 차림으로 지내기도 했대.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한 때 시인인 뮈세와 사귀게 되었고, 뮈세와 사귀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그녀와 그>라는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조르주 상드는 뮈세 뿐만 아니라 쇼팽과도 사귀었고, 평생 사랑을 나누거나 우정을 맺은 사람들이 이천 명이 넘었다고 하는구나. MBTI를 검사했다면 첫번째 알파벳은 I 0% E가 아니었을까 싶구나. 이번에 읽은 <그녀와 그>에는 주요 등장 인물 세 사람이 나오는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서 실존 인물과 매칭은 다음과 같단다. 테레즈 자크라는 사람은 조르주 상드 자신의 분신이고, 로랑 드 포벨은 앞서 이야기한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분신이고, 리처드 파머라는 사람은 이탈리아 의사 피에트로 파젤로의 분신이란다.


1.

소설의 내용은 평점이 왜 이리 좋은가? 싶을 정도로 아빠의 취향은 아니었단다. 일단 주인공 남자 로랑이 약간 찌질남으로 나온단다. 테레즈는 서른 살이고, 로랑은 스물네 살이며 둘 다 화가란다. 로랑은 같은 예술계에 몸을 담을 있다가 테레즈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로랑이 테레즈에세 사랑 고백을 하는데, 뭐랄까? 사랑을 한번 해본 적 없는 남자처럼 좀 지저분하게 고백을 한단다. 테레즈는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거절을 했단다. 거짓말이었고, 일종의 떠보기 또는 밀당이었 것 같기도 하고 부담감 같기도 하고

테레즈 주변에 리처드 파머라는 미국인 사업가가 있는데, 로랑은 테레즈가 이야기한 남자 친구가 파머라고 단정짓는단다. 그런데 파머가 파리를 떠나면서 로랑에게 이야기하기를, 테레즈에 관한 옛 이야기를 해주었어. 아버지가 테레즈를 강제로 결혼시켰는데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결혼한 남자는 알고 보기 유부남에 사기꾼이었다는 거야. 아들과 함께 도망가서 살려고 했는데, 그만 아들 마저 빼앗기고 말았어. 남편은 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갔는데, 얼마 후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지. 테레즈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고, 오늘날 화가가 되었다는 거야. 이런 아픈 과거가 있어서 테레즈가 사랑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테레즈도 로랑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로랑은 다시 용기 내어 테레즈에게 고백을 했고, 로랑도 받아들였고, 그렇게 테레즈와 로랑은 사랑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한 달도 못 가서 티격태격. 이 티격태격의 주된 원인은 로랑의 옹졸함, 배려 없음, 비꼼, 끊임없는 의심이었단다. 사랑한다고 하면 조건 없이 사랑을 해야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속으로 생각하고 그래야지, 마음이 있는 말들을 아무런 필터 없이 다 쏟아내니, 상대방의 기분이 좋겠니. 아빠 같으면 당장 헤어졌을 텐데, 로랑이 다시 사랑스럽게 대하면서 관계가 유지되었단다.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도 했어. 낯선 곳의 설레임으로 가득 찰 여행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렸고, 여행은 최악이었단다. 싸우기와 화해를 반복되다가 나중에는 싸우기만 하고 로랑은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외박을 했어. 당시 파머도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었는데, 파머는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어. 둘은 헤어졌단다. 그래, 이런 커플은 빨리 헤어질수록 서로에게 좋아. 잘 헤어졌어.

===================

(159)

이제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우리 서로에게 솔직해집시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아요. 서로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요! 서로를 속여왔던 겁니다. 당신은 그저 연연이 있었으면 했던 거고, 아마 당신에게 저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지요!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하인이나 노예였다고요. 불행한 저의 성격, 제가 진 빚, 저의 권태, 무분별한 생활에서 느끼는 저의 무기력함,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저의 환상이 저를 당신의 재량에 맡기게 될 거라고, 제가 다시는 정신을 차릴 일이 없을 거라고 믿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조금 더 행복한 성격, 더 큰 인내심, 더 많은 융통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많은 재능이 당신에게 필요했을 겁니다.

===================

그런데 테레즈와 헤어지고 난 뒤 로랑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낯선 곳에서 아무도 없는데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미운 정도 정이라고 테레즈는 로랑을 찾아갔단다. 로랑은 정신도 잃은 채 중병에 걸려 있었어. 파머도 함께 로랑을 돌봤지만, 테레즈는 로랑이 깨어나기까지 약 20일 동안 침대 곁을 지키며 보살펴 주었단다. 그렇게 로랑이 깨어났어. 테레즈가 자신을 보살펴 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는 했지만, 정신을 들자마자 파머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사귀냐며 의심했고, 말끝마다 비꼼이 들어 있었단다.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결국 테레즈는 로랑을 다시 떠나 파리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우정을 나누던 파머와 결혼하기로 했어. 로랑 말대로 로랑을 같이 보살피면서 좀 더 깊은 관계가 된 것은 맞지만, 그때는 이미 테레즈와 헤어진 다음인데 잘못된 것은 없지, 테레즈와 파머는 미국에서 결혼하기로 했고,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하려고 했단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로랑은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테레즈와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테레즈의 집에 왔단다. 이 정도면 이제 스토커 아닌가 싶구나. 그런데 테레즈도 마음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파머와 결혼 약속을 깨고 다시 혼자가 되었어.

혼자가 된 이후 로랑과 다시 밀당하기도 하고, 로랑은 또 의심을 하고책을 덮어 버릴 정도로 짜증나는 커플그러다가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테레즈를 찾아왔어. 테레즈는 로랑과 밀당도 끊고 아들 테레즈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이 났어. 결국 연인들의 사랑보다 자신간의 사랑이 더 크다는 진리를 알려주려고 했던 건가. , 아빠가 소설을 읽긴 했는데, 집중해서 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소설의 줄거리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 아빠가 이야기한 줄거리는 대충 흐름만 읽어주길


2.

그런데 있잖니, 소설은 아빠의 취향이 아니어서 그리 재미있지 않았는데 소설의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더구나. 아빠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은이 조르주 상드의 관점에서만 소설을 써서 상대방이었던 뮈세가 이 소설을 보면 기분이 무척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뮈세의 입장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이 소설이 나왔을 때 뮈세는 이미 죽었다고 하는구나. 사실 이 소설 전에 뮈세가 조르주와 사랑을 다룬 <세기아의 고백>이라는 단편 소설을 먼저 썼대. 그 소설이 나온 지 24년 후이자 뮈세가 죽은 지 2년 후에 조르주가 <그녀와 그>를 썼대. 뮈세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던 건가? 뮈세가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렸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녀와 그> <세기아의 고백>에서 왜곡된 일들을 바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어. 출간 당시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신문 등에서도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고 하는구나.

뮈세 대신 뮈세의 형이 움직였어. <그녀와 그>가 나오고, 뮈세가 남긴 편지를 바탕으로 뮈세의 형이 <그와 그녀>라는 책을 출간했다는구나. <그와 그녀>에서는 그녀에게 농락당한 불의의 희생자로 그려졌대. 동생을 사랑하는 형. 역시 가족 간의 사랑이그런데 사실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구나. 당대 유명인들의 스캔들에 대해 스스로 작품을 통해서 공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I 가득한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좀 힘든 조르주의 행보였단다.

이 소설을 통해 19세기 파리와 이탈리아의 모습도 살짝 볼 수 있어서 좋았고 19세기 젊은이들의 사랑과 자유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빠는 다른 이들만큼의 평점은 아니었던 것 같구나. 너무 기대를 했었나?


PS,

책의 첫 문장: 친애하는 테레즈(당신을 마드무아젤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제게 허락하셨으니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우리는 친구 베르나르가 예술계라고 부르는 곳에서 중요한 소식 하나가 들려와 당신에게 알려드립니다.

책의 끝 문장: 미래의 여성들, 세기에 세기를 거듭해서 너의 작품들 바라봐줄 여성들, 네 자매이자 네 연인이 바로 여기 있어.


"당신이 구닥다리인 척, 고루한 척, 타락한 척하시는 거 저는 알고 있어요. 저는 당신이 부리는 이런 호기 따위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아요. 요즘 들어 때를 만난 유행이기도 하고요. 당신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아니면 고통스러운 병일 테지만, 당신이 원하면 언제고 사라져버릴 겁니다. 당신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데, 마음속 공허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죠. 공허에 귀를 기울이고 또 당신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그 공허를 채워줄 여인이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이는 제 관심사에서 벗어난 일이에요. 저는 예술가에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 안의 남성이 불행한 단 하나의 이유는 예술가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P39

"저는요, 절대 저 자신을 해치지 않아요! 저는 타인을 좋아하는 만큼 저를 좋아합니다. 맹세컨대 저는 온 마음을 다해 저 자신을 좋아합니다! 제 팔레트, 제 영광의 도구가 저에게 고통의 도구라고 말한 이유는 제가 고통 없이 일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질서 속에서, 제 몸이나 마음의 죽음이 아니라 제 신경이 소지된 후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이게 답니다. 테레즈, 제 말 어디에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던가요? 저는 오로지 피곤에 빠졌을 때만 제대로 작업합니다." - P42

"당신 속에 있는 그 힘과 제가 전쟁을 해야 하는지, 또 행복해지고 차분해지라고 당신을 설득하면서 사람들이 당신에게서 신성한 불을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열망은 정신에 대한 지속적인 조건이 될 수 없으며, 열망이 제 열에 들뜨면서 생생하게 표현되었을 때, 열망은 저절로 쓰러지거나 우리를 부수고야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연령대가 각각의 특별한 힘과 징후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소위 대가들의 다양한 방식들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그들 존재의 연속적인 변화가 만들어낸 표현이 아니었던가요? 서른 살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걸 갈망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무엇이건 어떤 관점에 관한 확신을 당신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환상의 나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빛의 시기가 올 겁니다. 당신은 진보하기를 바라지 않나요?" - P48

테레즈, 저는 말입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건 당신이지 저 자신이 아닙니다. 제가 당신을 알게 된 이후, 당신은 제가 행복을 믿고 행복의 맛을 느껴보게 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제가 버릇없는 아이 같은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은 게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그렇지요! 저는 이보다는 나은 사람이지요. 저는 당신의 사랑이 제게 행복이 될 것인지를 지금 묻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오로지 사랑이 삶이 될 거라는 것, 그리고 좋건 나쁘건, 제게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삶 아니면 죽음이라는 것만 알 뿐입니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