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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1)

역사는 자신의 존재에 의거하지 않은 지식인 출신 혁명가들의 나약함과 우유부단에 관한 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과 함께, 출신성분이 혁명가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기초 자료가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 반대의 경우도 무수히 보여준다. 자기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없더라도 타인에 대한 애정과 정의감만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변혁운동에 뛰어들어 아낌없이 죽어간 사례들이다. 자신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분개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은 생존의 본능이지만, 타인의 고통에 분노하고 목숨까지 걸어 싸우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인이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지식인이거나 노동자이거나 아무 상관없이, 타인데 대해 얼마나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성품의 문제였다. 드물지만, 이런 이타적인 인간형들은 진정한 혁명가로서의 자질과 존경 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현상도 그런 유형의 하나였던 것이다.


(193)

좌익 내부의 정적들조차 김삼룡이나 이주하는 말이 통하지만 이현상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평했다. 먼저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상대방을 설득하다가 안 되면 감정이라도 분출시키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현상은 끝까지 묵묵히 듣기만 할 뿐, 끝내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원칙을 관철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정적들이 조선공산당 중앙을 비판할 때 공식적으로 이현상의 이름을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현상의 원칙이란 것이 상식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제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지도할 때 보여준 그의 융통성과 현실주의적인 감각이 이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205)

그러나 이현상은 도무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를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급 간부들은 이현상의 심중이 무엇인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짧게 표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나 비유는 사용하지 않았고, 입에서 내뱉은 말과 다른 생각을 품고 있지도 않았다. 앞에서 한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지 않았고, 정치적 암투를 위해 사람을 모함하거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거짓 호의를 베푸는 일이라곤 없었다. 근본적으로 복잡한 생각이나 정치적 욕심이 없는 담백한 사람이라고 보면 좋았다. 따라서 동료들이나 하급자들은 그가 회의 시간 내내 듣고만 있어도 무슨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다가 한마디 하면 그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었다.


(360)

미군이라고 해서 마구 죽이지는 않았다. 미군도 일단 포로로 잡으면 죽이지 않고 며칠 동안 데리고 다니며 교양을 한 다음 살려 보냈다. 이 고지식한 공산주의자는 미워해야 할 것은 제국주의이며 제국주의 국가의 인민들은 다 같은 피해자라는 교리를 잊어버리지 않았다. 쫓기는 처지라 포로를 감시하는 일도 쉽지 않아 쏘아버리자고 주장하는 대원도 있었으나 이현상은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살려준 미군들이 유격대의 위치를 파악해 보고하는 바람에 포격을 당하는 일도 생겼지만 이후로도 포로 수칙을 바꾸지는 않았다.


(377)

세속적인 욕심에 무심한 것은 역사를 바꿔온 대부분의 혁명가들이 가진 근본적인 성품이기도 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경쟁을 역사의 동력으로 파악하는 역사가들은 혁명가들의 삶에도 이를 적용하고 싶어하여 세계의 혁명사를 당파 싸움으로 대치시키는 데 몰두한다. 그들은 혁명가들의 마음속에 희생과 용기, 이타주의의 고귀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혁명이 시대적으로 주류가 되었을 때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앞 다투어 뛰어든 투기꾼들의 행태가 그들의 분석에 근거가 되고 합리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그들은 역사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시간 순서대로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그 사이사이에 인간의 욕망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끼워넣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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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09-08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제가 쓴 이현상 평전 서평이 노동전선 단체에서 출판한 현장과 광장 1호에 실렸습니다.ㅎㅎㅎ

bookholic 2020-09-09 23:39   좋아요 1 | URL
와우, 멋지십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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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마지막 4권을 이야기해보자꾸나. 3부까지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가 4부는 갑자기 4권으로 늘어서인지, 진행이 다소, 아주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마지막 4권은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고, 책장 넘기는 속도도 무척 빨랐단다.

, 그럼 그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지루한 트릴로니 교수님의 수업 시간에 해리가 잠에 빠졌어. 그 꿈 속에서 볼드모트와 웜테일을 또 다시 보게 되었고, 해리는 이마에 심한 통증을 느꼈단다. 해리는 이 꿈 이야기를 덤블도어 교장선생님께 이야기하러 갔는데, 덤블도어가 다른 일로 운동장에 가 있는 동안 교장실에 혼자 있었어. 그런데, 우연히 덤블도어의 펜시브에 들어가게 되었단다. 펜시브는 덤블도어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담아 놓은 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 펜시브를 살펴보다가 해리가 펜시브에 빨려 들어간 거야.

그 안에서, 해리는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의 재판을 볼 수 있었어. 덤스트랭의 교장으로 호그와트에 와 있는 카르카로프도 볼드모트의 추종자였는데, 그는 배신을 하고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의 이름을 불러댔어. 그가 내뱉은 이름 중에 충격적인 이름이 나왔단다. 마법부에서 일하고 있는 크라우치의 아들이었어. 크라우치의 아들이 볼드모트의 추종자인 것이 이 때 밝혀진 것이란다. 크라우치는 아들의 재판을 직접 했고, 아들을 아즈카반에 가두었단다. 그렇게 크라우치는 냉정했어.  그는 야망이 큰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아들인데, 아빠는 그렇게는 못하겠구나. 그 재판에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 네빌의 부모는 유명한 오러였는데… (오러는 어둠의 마법사들을 추적, 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마법사를 말한단다.)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에게 마법 공격을 받아서, 미치게 되었고 평생 세인트 멍고 병원에서 보내야 했어.


1.

트리위저드의 마지막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어. 미로 속에서 괴물들과 싸워 트리워저드의 우승컵을 찾아내면 이기는 경기였어. 해리는 큰 어려움 없이 미로를 헤쳐 나갔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케드릭이 죽을 뻔한 것을 구해주다가 중상을 입었어. 해리의 덕에 살아난 케드릭은 우승컵을 해리에게 양보했어. 해리도 경기는 경기라면서 그의 양보를 거절했는데, 결국 그 둘은 함께 우승컵을 잡자고 했어.

그렇게 호그와트의 두 학생이 공동 우승을 하는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그 우승컵을 잡자마자 그들은 어디론가 날아갔어. 누가 이 우승컵을 포트키로 만들어놓았지. 그 포트키를 통해 우승자를 기다리고 있던 관중들에게 날아가면 좋았겠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톰 리들의 아버지의 묘였어. 톰 리들 생각나지? 볼드모트의 본명이잖아. 도대체 그곳에 왜? 생각할 틈도 없이 볼드모트의 공격을 받게 되었어. 그 공격으로 케드릭은 그만 죽고 말았고, 해리도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았어. 그곳에서는 웜테일이 볼드모트의 명령을 받고 있었는데, 그는 해리 포터의 피, 톰 리들의 아버지의 뼈, 그리고 웜테일의 살을 이용하여 약을 만들었고, 그 약을 먹고 볼드모트는 실제 사람처럼 부활하였단다.

실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얼굴이 무척 흉측한 모습이었지만, 이젠 혼자 걸을 수도 있고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는 인간이 된 거야. 그가 부활하자마자 그곳에 그를 따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모여들었어. 그들 중에는 낯익은 이들도 여럿 있었는데, 말포이의 아빠 루시우스 말포이도 있었어.

트리위저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이용해서 자신의 부활을 준비했다고 하는 볼드모트의 이야기그리고 해리가 우승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가 호그와트에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볼드모트의 부활을 돕는 이가 호그와트에 있다는 거야. 그 사람이 해리 포터의 이름을 불의 잔에도 넣은 거야. 도대체 누구? 볼드모트는 이제 완벽하게 부활했으니, 그는 이제 해리와 정식으로 대결하고 싶다고 했어. 그렇게 대결을 통해 해리를 죽이는 것이 진정한 복수라고그래도 어린애와 마법대결이라는 벌이다니…. 빌런도 이런 빌런이 없구나.

그런데 해리가 누구인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인데볼드모트와 해리의 마법 결투는 막상막하였어. 해리는 기지를 발휘해서 다시 우승컵을 포트키로 이용해서 호크와트로 돌아왔단다. 케드릭의 시신을 가지고서그리고 볼드모트이 부활했다고 알렸어.


2.

해리가 케드릭의 시신과 함께 돌아오자 난리가 났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밝혀졌는데, 너무나 뜻밖의 인물, 매드아이 무디였단다. 해리 포터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와 시리우스 블랙도 그를 전적으로 믿었는데 말이야. 도대체 왜 그가

매드아이는 자신이 불의 잔에 해리의 이름을 넣었고, 아가미 풀에 대한 힌트도 그가 도비를 거쳐 전달한 것이고, 마지막 게임 미로도 자신이 만들고, 우승컵을 포트키로 만든 것도 자신이라고 했어. 도대체 왜

그런데 알고 보니 매드아이 무디는 진짜 무디가 아니었어. 가짜 무디였어누군가 폴리주스 마법으로 변신을 한 것이었어. 누구냐고? 죽은 줄 알고 있었던 크라우치의 아들, 바티 크라우치 주니어였어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덤블도어가 크라우치 주니어를 잡아 본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 다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는 충격이었단다.

크라우치 주니어가 감옥에 갇혔을 때, 그의 엄마가 죽을 병에 걸렸고, 엄마가 면회 왔을 때, 폴리 주스로 서로 몸을 바꾸고 크라우치 주니어는 집으로 돌아왔어. 한동안 엄마의 행세를 하다가 엄마가 죽었다고 한 거야. 감옥에 있던 엄마는 아들을 위해 죽을 때까지 계속 폴리 주스를 만들어 먹고 크라우치 주니어인 척 한 거야. 물론 이 모든 것을 크라우치도 알고 있었어.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나 보구나. 그렇게 자유를 얻은 크라우치 주니어는 다시 볼드모트에 충성을 했단다. 그리고 무디로 변신해서 이 일을 꾸민 거야. 그럼 진짜 무디는 어디에 있을까? 크라우치 주니어가 무디를 관 같은 곳에 꽁꽁 가둬두고 있었단다.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

, 이제 큰일 났어. 10여 년 만에 볼드모트가 부활을 했으니 말이야. 덤블도어는 스네이프, 맥고나걸, 해그리드, 시리우스 등과 함께 볼드모트에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을 했단다.

이렇게 4부의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 이제 5부에서는 볼트모드의 무리들과 대결이 시작될 것 같구나. 기대되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먼저 정리해 보는 게 좋겠어.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그 일이 닥치면,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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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정명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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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명섭이라는 분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 <유품정리사>를 읽었단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재미있더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아빠한테 딱이었어. 정명섭님이라는 분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역사추리소설을 많이 쓰셨다고 하는구나. 유능한 작가들이 참 많은 것 같구나. 앞으로 그의 소설을 더 찾아봐야겠구나. 이 책을 좋게 봐서 그런지, 그의 다른 책들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해 보이는구나. <한성 프리메이슨>, <상해임시정부> 등등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도 쓰셨더구나. 그런데 지은이의 약력을 자세히 읽어보니,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구나. , 멋진 사람이구나.


1.

유품정리사.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유품을 정리해주는 사람이구나. 예전에 읽은 이유의 <소각의 여왕>이 문득 떠오르는구나. 그 소설의 주인공도 시대는 다르지만 죽은 사람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사람이었거든. , 그럼 이 소설을 이야기볼까?

일단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정조 시대란다. 전 동부승지 장환길이 역모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자신은 음모라며 역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사랑방에 자고 있다가 사랑방에 불이 나서 죽고 말았단다. 그의 딸 화연이 누군가 사랑방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되었어. 이런 사실로 아버지가 살해된 것이라고 포도청에 이야기했지만, 포도청은 단순 화재 사건으로 사견을 종결했어.

화연은 포도청에 찾아가 담당 포교였던 완희에게 수사를 제대로 하라고 따졌어. 그리고 아버지의 시신을 조사한 기록을 보여달라고 했어. 하지만 볼 수 없었지. 화연의 엄마는 이미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과천에 있는 오빠의 집으로 내려갔단다. 화연은 몸종인 곱분과 남아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고 했어. 담당 포교도 윗선에서 지시를 받은 듯 했고, 화연에게 유품정리사 일을 제안하고, 열 건을 처리하면 아버지의 자료를 볼 수 있게 해주었어. 포도청에는 남자밖에 없어서 여자가 죽고 나면 뒤처리하기가 난감하다고…(책을 읽을 때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빠가 이렇게 짧게 줄거리만 이야기하다 보니, 억지스토리처럼 보이네… )


2.

첫 번째 유품 정리하는 일부터 의심이 풀풀 났단다.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정황이 무척 이상한 과부의 죽음이었단다. 젊은 시절 일찍 남편을 여의고, 객주를 해서 크게 돈을 벌었어. 화연은 이건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하고 몰래 수사를 해서 범인을 밝혀냈단다.

어느덧 여섯 번째 죽은 이의 유품을 정리했단다. 어떤 양반집 별당 아씨가 자살을 해서 유품을 정리해야 했어. 3년 전 신랑이 죽고 3년상을 다 지낸 여인의 자살. 그 집안은 며느리가 죽었다는 슬픔보다 열녀가 났다는 기쁨이 커 보였어. 그 만큼 그 집 양반집 시어머니가 못돼 보였어. 더욱이 화연이 조사를 해보니 자살 같지 않고 죽음을 당한 것 같았어. 자살로 위장된 것 같아 보였지. 그가 남긴 유품을 보니 죽음을 앞둔 사람이 아니었어. 그 집의 청지기와 주고받은 연애편지가 있었고, 멀리 새로운 세상에 살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 이런 사실을 알리자, 그 양반집 마님은 그 청지기를 여주의 움막으로 쫓아버렸고, 그 청지기는 가는 일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 양반집 마님이 이 모든 사건의 배후처럼 보였어.

그런데 이 사건은 이상하게 전개되어 갔어. 과천에 있던 화연의 엄마가 다시 서울에 올라와 화연에게 혼사가 정해졌으니 결혼하라고 했는데, 그 혼사의 대상자가 바로 완희였고, 완희는 사이가 안 좋은 새엄마가 있었어. 그런데 서울로 올라온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수수께기와 같은 시()를 남기고 종적을 감췄어. 그 수수께끼를 풀어 연화사라는 절에 갔더니,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이들이 한 자리에 있었어. 죽은 열녀의 못된 시어머니, 완희의 새엄마, 그리고 화연의 엄마

그들은 사실 비밀 모임의 회원들이었어. 어떤 모임이냐면, 억울한 여인들을 보살펴 주는 비밀 모임이었어. 열녀의 시어머니는 사실 자신의 불쌍한 며느리를 풀어주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자살한 것으로 위장하고, 청지기와 함께 새 생활을 하게 보내려고 한 것이야. 청지기의 죽음도 위장한 것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라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어. 이 위대한 비밀 모임에 화연의 엄마와 완희의 새엄마도 회원이었던 것이지, 조선 시대 실제로 이런 모임이 있었을까?


3.

, 아직 화연은 남은 일이 있어.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밝혀야 했어.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다 보니, 아버지와 비슷한 죽음을 맞이한 여럿 있었고, 그들은 모두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화연은 이 죽음의 배후에 (믿고 싶지 않지만) 정조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은이가 보수 우익을 지지하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정조를 악한 임금으로 만들려 하니

….

그런데 조사를 하는 와중에 너무 슬픈 소식이 날아왔어. 과천에 있던 화연의 엄마가 또 화재로 죽고 말았다는 거야. 이번에도 분명 엄마가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한 거야. 도대체 누가….

….

이제 범인을 이야기할 시간이 되었구나. 범인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적기로 했단다. 아빠의 기억력 때문에그러니 너희들은 이 글의 아래쪽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이 사건의 배후는 정조가 아니었어.. (당연히 그랬겠지.) 정조의 반대파 홍인한 측에서 꾸민 일이야. 정조가 복수하는 것처럼 사건을 꾸며서, 반대파의 힘을 키워서 정조를 제거하려는 의도였지. 이 계획의 행동대장은 바로 완희의 상사인 포도대장 신숙철이라는 사람이었어. 신숙철의 정조 암살 계획을 화연과 완희가 사전에 파악하여 막아내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아빠가 아까도 이야기를 했지만, 아빠가 줄거리를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구나. 나름 괜찮았는데 말이야.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 화연이 눈을 뜬 것은 한밤중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두 사람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노란 나비 한 미리가 연화사의 처마 끝에 앉았다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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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30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의 시작은 따뜻합니다 :-)

bookholic 2020-08-31 22:3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좀더 일찍 자면 더 사랑할텐데요..^^

페크pek0501 2020-08-31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적어 두시니 새로운 재미가 느껴집니다.^^

bookholic 2020-08-31 22:36   좋아요 1 | URL
혹시 책의 첫 문장과 끝 문장만 붙여 읽었을 때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 있을까?
또는 책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이 같은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적어보기 시작했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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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엄마가 빠져 있는 작가 중에 유현준이라는 건축가가 있단다. 그의 신간까지 모조리 읽으시고, 유튜브로 강연도 찾아보시는 것 같더구나. TV에도 자주 나오는 분으로, 아마 최근 우리나라 건축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구나. 엄마가 한번 읽어보라고 해서 아빠도 읽었단다. 아빠가 건축이라는 분야는 그리 관심이 가는 분야는 아닌데, 재미있다는 엄마의 말에 속아보자, 이러면서 책을 읽어봤단다.

지은이 유현준이라는 분이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고, 자신이 받아들인 지식을 자기만으로 해석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더구나. 그런 창의성 때문에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약자 소개를 보니, 다른 나라에서 주는 건축상 등 상도 많이 받았더구나. 책도 괜찮았어. 다음 책도 기대해 볼 수 있게 했단다.


1.

유현준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의 주제를 한 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더구나. 그만큼 공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건축이라는 것이 생각해보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 공간 안에서 사람이 생활하는 것이니까, 건축가가 만드는 것은 건축이 아니고 공간이라는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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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는 돌, 나무, 흙 같은 자연 속의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부산물로 만들어 내는 빈 공간 안에서 생활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그 공간은 또 다시 우리를 만든다. 이처럼 건축물을 만든 사람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시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건축물과 사람은 떼어 낼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건축물은 삶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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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그의 책 제목에 공간이라는 단어가 2번이나 나오니, 그가 얼마나 공간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알겠구나.

사람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도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단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그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공간의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라는 말에 무척 공감 가더구나. 공간의 속도라는 것은 그 거리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속도의 평균을 이야기하는데, 그 공간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도 안되고, 사람의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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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6)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다음과 같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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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격자형의 무미건조한 거리가 아닌 직사각형의 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뉴욕처럼 직사각형의 거리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는구나. 뉴욕의 그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리가 바로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가 되었고 말이야.

….

이 공간을 동양과 서양이 각각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뭐 공간뿐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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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서양에서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는 ‘space’, 이 단어는 동시에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라는 영어 단어는 universe, cosmos, space 이 세 단어가 혼용되어서 쓰인다. 따라서 ‘space=cosmos’라는 결론이 나온다. 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는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의 반대어로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space=수학적 규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면 서양인의 의식 속에서 비어 있는 우주, 공간, 수학적인 규칙을 내재하고 있는 cosmos 등의 의미가 상호 연결되어져 있으며, 공간을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서양의 공간은 다분히 수학적인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반면, 동양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뜻의 ()’과 사이라는 뜻의 ()’이 합성된 단어이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동양에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는 비움과 상대적 가치인 관계로서 공간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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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는 세계 여러 도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표도시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건축의 미, 공간의 활용도 측면에서 부족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어. 고층 빌딩을 지을 때 너무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이 아쉬웠다고 했고, 광화문 서울 광장 역시 사람들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했어. 그래서 시위용으로만 쓰이고 있다고

서울 광장을 개선의 방법으로 광장 양쪽의 큰 인도에 노상카페나 작은 상점들이 많으면 좋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광장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구나.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라고 하면 서울숲과 한강고수부지 공원이 있는데, 이것 또한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하는구나. 한강고수부지만 생각해봐도 그곳으로 가려면 큰 도로들이 가로막고 있으니, 걸어서 가기에는 쉽지 않구나. 생각해보니 아빠도 예전에 한강고수부지 공원을 갈 때 늘 차를 가지고 간 것 같구나. 몇 년 전부터 가로수길이 엄청 뜨고 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한강고수부지 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예전에는 접근성이 없었는데, 최근에 무슨 공사(아빠가 잘 기억이 안나네…)를 하면서 경로가 바뀌어 가로수길에서 한강 고수부지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하는구나.

이런 사례를 들어 한강고수부지 공원이나 서울숲을 좀더 접근성 있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좀더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광장을 이야기하면서 서울의 코엑스 광장의 실패도 이야기 했단다. 사람들의 동선을 지하로만 만들어놓아서, 코엑스 광장은 늘 헹~ 하니 실패작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지하의 공간을 잘 되어 있냐? 그런 것도 아닌 것이 길 찾기가 무척 힘들다고, 그 또한 잘못된 설계라고 하는구나. 요즘에는 거의 안 가지만, 예전에 가끔 그곳에 길을 잃었을 때 자책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것이 아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지은이가 이야기해주어 고맙구나.^^

서울의 여러 거리와 건축물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또 뭐가 있었더라.. 동대문 시장을 새로 리모델링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뭔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역시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책을 덮고 2주도 더 지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 아빠의 게으름은 언제쯤 고칠 수 있으려나.


3.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서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단다. 우리나라 국보1호도 건축물인 남대문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국보1호가 10여 년 전에 어떤 사람이 불을 질러 다 타버렸단다. 그리고 복원을 했는데, 그 복원한 남대문이 계속 국보1호이어야 하는 논란들이 많이 있었단다. 아빠도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은이 유현준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더구나. 건축이라는 것은 다른 문화유산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건축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교체되고 복원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거지. 건축의 중요한 것은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라는 거야. 그의 말에 갑자기 확 공감 갖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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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건축은 오브제(object)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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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대표는 아무래도 집이 아닐까 싶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이 바로 집이니까 말이야. 언제부터 집이 만들어졌을까? 선사시대 동굴생활을 할 때부터, 동굴도 하나의 집이었고, 공간이었을 거야. 그 시대 동굴에는 모닥불을 켜고 생활을 했을 텐데, 그 모닥불은 오늘날 가스레인지 등 부엌 조리 기구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그 모닥불을 TV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는구나.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구나. 사냥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에 들어와 멍하니 모닥불을 쳐다보면서 긴장감을 풀었대. 오늘날 남자들이 퇴근하고 나서 거실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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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선사 시대 때 사람들은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을 쳐다보고 그 위에서 밥도 해 먹었을 것이다. 최초의 집, 동굴에서 집의 중심은 모닥불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현대인의 집의 중심은 TV이다.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TV 화면을 바라본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남자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불을 쳐다보면서 밖에서의 긴장감을 풀었다고 한다. 불을 쳐다보는 시간은 사냥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최소 30분은 멍하게 TV를 보아야 정신 모드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TV 보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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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글을 읽다 보면 건축을 무척 사랑하고, 건축에 대한 자부심도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더구나. 건축은 과학이자, 예술이자, 경제이자, 정치이자, 사회학이라는 하더구나. , 그렇게 생각해주자꾸나. 건축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온 세상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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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반면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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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메모를 많이 해놓지 못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이만 마칠게. 이 책에 대해서는 엄마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우리는 해외의 유명 도시로 여행을 가면 그곳을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 앞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책의 끝 문장 : 여러분 모두가 이 나라의 건축을 더욱 발전시킬 훌륭한 건축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 이유는 마당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에 아무리 넓은 거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실의 인테리어가 매일매일 시시각각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당은 때로는 비도 오고, 햇살도 비치고, 눈이 내리기도 하고, 낙엽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침의 동편 햇살을 받은 마당과 저녁노을의 마당이 다르고, 밤이 되어 어두운 달빛을 담은 마당은 또 완전히 다르다. 그 밖에도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는 다양하다. 고추를 말리기도 하고, 바비큐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와 날씨가 마당의 얼굴을 항상 바꿔 준다. 마치 마당은 매일매일 벽지와 가구가 바뀌는 거실이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고정되어 있고 매일 TV 보는 행위 외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 P194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책을 쌓아 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는 그 직원이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개방된 책상이 불안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책과 서류로 벽을 치는 것이다. 보통 사무실에는 큰 모니터가 벽의 역할을 해 준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업무용 데스크탑 컴퓨터까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벽처럼 쓰고 있단. 요즘에는 듀얼 모니터로 작업을 해서 모니터를 두 대 사용하는데, 그 두 대의 모니터를 이용해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 P220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충(忠)이나 효(孝) 같은 관계를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극동아시아 건축은 땅과 연결된 개미처럼 관계성이 중요시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사후 세계를 중시했고, 이데아의 세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원칙을 중요시 하였다. 땅에 기초를 두지 않는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 때문에 공중에 집을 짓는 벌처럼 기하학적인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서양에서 피라미드, 황금비율, 판테온 같은 건축 문화가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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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2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현준 교수님의 이 책 무척 읽고 싶어요

교수님의 책을 통해 도시와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고취시킬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좋은 하루 되세요~

bookholic 2020-08-29 17:28   좋아요 1 | URL
책 내용도 알차고, 사진도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초딩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페크pek0501 2020-08-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세세히 쓰시다니 멋진 리뷰네요.
저는 동양에서 제일 높다느니 하면서 짓는다는 빌딩 기사를 보면 불안해져요. 지진에 얼마나 안전한지가 의심이 되어서요.
제일 높은 걸로 자랑하기보다 제일 안전한 걸로 평가 받으려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건축은 ˝계속 교체되고 복원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지지합니다. 딱 생각의 중심을 잡아 주네요.
잘 읽었습니다.

bookholic 2020-08-30 23:2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잠실에 잘 안 가요.^^
짓기 전부터 말이 많았고, 공사 허가할 때도 검은 거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건물 짓을 때 주변에 지반 가라앉고 싱크홀 생긴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서...
...
튼튼하게 오래 가는 건물이 진리임을...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