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의 두 번째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었단다. <동물 농장>은 이번이 두 번째 읽은 것이란다.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 읽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거의 잊혀지기 십상인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17년 전에 읽었는데도, 그 줄거리와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운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단다. 아주 세세한 줄거리는 다 기억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혁명 이후 전체주의로 변해가는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완벽하게 그려냈단다. 줄거리 대부분 생각이 나지만, <열린책들>에서 창립 35주년판으로 나온 책을 일주일 한 권씩 차례대로 읽기로 했는데, 한번 읽었던 책이라고 해서 빼먹고 읽을 수는 없지. 참고로 아빠가 17년 전에 읽은 것은 민음사에서 출간한 <동물 농장>이었단다.

얼마 전에 고세훈 님이 쓰신 조지 오웰에 관한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었잖아. 조지 오웰의 통찰력으로 사회주의가 마르크스가 꿈꾸던 이런 이상사회가 될 수 없다고 꿰뚫어 보고 있었단다. 좌파 지식인으로 직접 사회주의를 결함하고 그것이 쉽게 전체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세계 최초 사회주의혁명을 성공했던 러시아가 그걸 증명해 주었지. 그것을 통렬하게 비유해서 쓴 소설이 바로 <동물 농장>이고 말이야. 좌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좌파를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 그가 바로 조지 오웰이란다.(아빠는 조지 오웰을 이렇게 생각해.) 너희들의 책장에도 <동물 농장>이 있더구나. 어린이들을 위해 편집되긴 했겠지만, 이 소설이 러시아 상황을 비유적으로 쓴 소설이라는 것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란다. 아직 읽지 않은 것 같던데,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1.

17년 전 처음 읽을 때 이 책의 등장인물, 아니 등장 동물들을 실존 인물의 매칭한 메모를 책갈피로 사용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존스는 러시아황제 니콜라스 2, 메이저는 마르크스,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때 쓴 독후감을 찾아보니 그 메모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다시 옮겨보았단다. 등장 인물, 아니 등장 동물들이 누구를 상징하는지 알면 읽는데 도움이 되었단다.

존즈

러시아황제 니콜라스 2

메이저

마르크스

나폴레옹

스탈린

스노볼

트로츠키

돼지들

볼셰비키

복서

프롤레타리아트

동물반란

러시아 혁명

모지즈

러시아 정교

몰리

러시아 백인/백군

스퀼러

프라우다

개들

비밀경찰

양들

선전대

미니무스

마야코프스키

필킹턴

영국

프레드릭

독일

농장 본채

크렘린

동물재판

모스크바 재판

동물학살

스탈린시대의 대숙청

외양간전투

1918-19년 연합군 침공

풍차 전투

19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

풍차   

소비에트의 5개년 계획들

<잉글랜드의 짐승들>

인터내셔설

….

인간들에게 핍박 받고 살던 동물들이 인간들을 상대로 반란, 아니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단다. 그 전까지는 그 핍박을 바꾸려 하지 순응하고 있던 많은 동물들에게 메이저라는 돼지가 눈을 뜨게 해 주었어. 우리는 할 수 있다. 인간들을 몰아내고 우리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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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메이저가 말을 계속했다.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다시 한번 말하건대, 인간과 인간의 모든 방식에 적개심을 갖는 게 여러분의 의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네 다리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싸울 때 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인간을 정복할 때에도 그들의 악습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든 나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동물이든 서로를 탄압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약하든 강하든, 현명하든 우둔하든 우리는 모두 형제들입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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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가 나머지 동물들을 이끌어 혁명을 주도했으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나이 많은 돼지였단다. 동물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고 그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단다. 그리고 남아 있는 동물들 중에 스노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돼지들의 주도하여 혁명을 일으키고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접수하게 된단다. 농장을 접수한 그들은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동물농장에서 지켜야 할 7계명을 선포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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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7계명은 다음과 같았다.

7계명

1.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나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누구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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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 농장의 주인은 동물들 자신이었단다. 그들은 혁명의 성공에 축가를 불렀단다. 농장에서 쫓겨난 존스는 이웃 농장인 필킹턴과 프레드릭의 지원 하에 동물 농장을 쳐들어오지만, 동물들은 이들을 지켜낸다. 하지만 메이저가 죽기 전에 꿈꾸었던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이 세상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단다. 시기와 욕심이라는 인간 본능을 버리기는 쉽지 않았어. 그런 시기와 욕심으로 나폴레옹은 혁명의 파트너였던 스노볼을 시기하게 된단다. 그리고 자신들이 훈련시킨 개들과 양들을 이용하여 스노볼을 동물 농장에서 쫓아내 버렸단다. 몇몇 동물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그래서 항의를 하려는 동물도 있었지만, 나폴레옹 옆에서 무서운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는 개들로 인해 찍소리도 하지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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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

동물들은 스노볼이 추방된 데서 받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의 발표를 듣고 당황했다. 정당한 이의라도 생각났더라면 몇몇 동물들은 항의를 했을 것이다. 복서조차도 막연히 걱정이 되었다. 그는 귀를 뒤로 젖히고 몇 번이나 앞머리를 흔들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몇몇 돼지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뚜렷한 생각을 말했다. 앞줄에 앉아 있던 어린 식용 돼지 네 마리가 찬성할 수 없다며 날카로운 소리를 꽥 지르더니 재빨리 벌떡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폴레옹을 둘러싸고 있던 개들이 위협적으로 낮고 으르렁거렸고, 돼지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러자 양들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거의 15분 동안이다 큰 소리로 외쳐 대는 바람에 토론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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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7계명은 하나 둘 사라지고 만단다. 동물들은 평등하다고 계명은 나폴레옹과 그를 따르는 돼지들과 개들에 의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단다. 그들은 농장에 나오려 하지 않았고, 따뜻한 방안에 처박혀 술을 먹었단다. 그리고 그들의 뜻에 반하는 동물들은 공개재판을 하고 처단하는 일도 있었어. 뿐만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는 사업들도 하였단다. 예를 들어 풍차 같은 것을 건설하는 것이었는데, 이 일로 인해 일하는 시간은 그 전보다 훨씬 늘어났단다. 심지어 존스가 있던 시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단다. 하지만 그만큼 생활이 나아졌냐? 그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먹는 것은 더욱 줄었고 노동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먹는 것은 점점 형편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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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그해 내내 동물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다. 농장의 일상적인 일을 다 하면서 전보다 두 배나 더 두껍게 풍차의 벽을 쌓고 예정된 날짜에 풍차 건설을 끝낸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었다. 존스 시대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먹는 것도 더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스퀼러가 기다란 종이 두루마리를 앞발로 들고 각 식량 생산량이 2백 퍼센트, 3백 퍼센트, 혹은 경우에 따라 5백 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 수치를 발표했다. 동물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반란 전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뚜렷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통계 수치는 아무래도 좋으니 먹을 것이라도 많이 먹어 봤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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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폴레옹 주변에는 무시무시한 개들이 있었단다. 아무 소리도 못했어. 반항을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는 용기가 있어야 했지.

복서라는 말이 있었는데, 다른 동물들이 반항하고 나폴레옹을 뒤에서 욕을 해도 복서는 늘 나폴레옹의 뜻을 지지했단다. 그가 하는 일에는 큰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일을 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단다. 죽고 나서도 그는 농장의 재정을 위해 도살장에 팔려가기도 했단다.

어느 날 집안에 처박혀 있던 돼지들이 오랜만에 농장에 나왔는데 돼지들은 인간들처럼 두 발로 서는 법을 배웠고 얼굴도 사람처럼 변해 버렸단다. 저게 돼지인가? 사람인가? 할 정도로 말이지그들은 더 이상 동물들이 아니었단다.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는 동물도 아닌, 인간도 아닌 그 중간의 이상한 존재가 되어 있었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이 책이 처음 출간한 것은 1945년이었단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였지.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이라는 책 이야기할 때 이야기했지만, 이 소설을 오랫동안 출판사로부터 출간거부를 당했다가 어렵게 출간하게 된 것이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소속이었던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는 소설이 부담스러웠던 거지.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렇게 강하게 러시아를 비판하였으니 그것 또한 출판을 거부한 이유였을 거야.

1945년 종전 이후 세계는 급격하게 냉전시대에 들어가게 된단다. 우리나라는 냉전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얼마 못한 민족의 비극인 전쟁으로 폭발하고 말았지. 3년 간의 전쟁 뒤에 승부를 내지 못한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말이야. 그러니 얼마나 반공 정신이 투철했겠니. 공산주의를 통렬히 비판한 <동물 농장>은 반공정책에 딱 걸 맞는 책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이런 사연으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48<동물 농장>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것은 <동물 농장>이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한 첫 번째였다고 하는구나. 좀 씁쓸하구나. 지은이는 반공세력이 그렇게 싫어했던 좌파 지식인이었는데 말이야.

책도 얇고 이미 한 번 읽은 책이라서 짧게 쓰려고 했는데, 주저리주저리 길어졌구나. 명작은 두 번 읽어도 강렬함을 주는구나.


PS:

책의 첫 문장: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그날 저녁 닭장 문은 자물쇠로 채웠지만 너무 술에 취한 탓에 작은 구멍 닫는 것은 잊어버렸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이미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자연의 섭리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생활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동지 여러분,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영국은 땅이 기름지고 기후가 온화해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동물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습니다. 우리 농장의 경우에도 열두 마리의 말과 스무 마리의 암소와 수백 마리의 양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며, 현재 우리 모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안락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노동으로 생산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 P21

여하튼 동물들은 잘사는 것 같지 않은데 (물론 돼지들과 개들은 빼고) 농장은 더 부유해진 것 같았다. 어쩌면 돼지들과 개들의 숫자가 불어난 것도 그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돼지들과 개들도 나름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퀼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 대로 그들은 농장 일을 감독하고 조직하는 데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일들 중 상당 부분은 무지한 다른 동물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퀼러는 돼지들은 <문서>, <보고서>, <의사록>, <각서>와 같은 알 수 없는 것들에 매일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글씨로 뒤덮인 커다란 종잇조각으로 글씨가 다 채워지면 즉시 아궁이에 던져져 태워졌다. 이 일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스퀼러가 말했다. 그러나 돼지들과 개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어떤 식량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수는 굉장히 불어났고 식욕도 늘 왕성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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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18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읽을때 아무생각없었는데 북홀릭님은 흥미진진하셨겠는걸요?!😄 저도 이번에<동물농장> 재독할 때는 각 동물들이 상징하는 인물들,정보들 적어두어야겠어요.

bookholic 2022-03-19 00:28   좋아요 1 | URL
제가 예전부터 기억력이 좋질 않아 등장인물들이 많은 소설들은 적지 않고 읽으면 혼란스럽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3-18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북홀릭님은 체계적인 독서를 하시는군요 ^^ 동물농장은 정말 명작인거 같아요 ㅋ 이제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거의 다 읽으셨을거 같아요~!!

bookholic 2022-03-19 00:32   좋아요 1 | URL
체계적인 것보다는, 뭐랄까... 음.. 안 좋은 단어만 떠오르는군요..^^
아무튼, 순서가 있는 것을 순서를 지켜야 하는 체질^^
일주일에 하나씩 읽다 보니 아직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페크pek0501 2022-03-18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독서법이십니다.^^

bookholic 2022-03-19 00: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
칼럼 잘 읽겠습니다~~^^
 














(49-50)

피의 사도이자, 밤의 군주이며, 내밀한 침실에서 쉬는 이들의 잠 속에 침입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무덤으로 돌아갈 숙명을 지고 있음에도 죽을 수가 없다. 이 금제 앞에서는 반 헬싱 박사의 작전들도 힘을 잃는다. 작가가 직접 쓴 소설의 결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십자가와 마늘도, 드라큘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척하는 각종 패러디와 우화들도,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 법칙들의 엄정함도 마찬가지다. 드라큘라 백작은 이 모든 수법을 물리치고 반드시 돌아온다. 소설가와 영화 제작자들이 아무리 드라큘라라는 이름 대신 온갖 가명을 지어내도, 앤 라이스와 스테프니 메이어가 아무리 새로운 모험을 상상해내도, 막스 슈레크, 벨라 루고시, 톰 크루즈가 그의 외모를 아무리 다양하게 재구성해도 그의 존재는 그대로다. 우리는 드라큘라 백작이 이 암울한 시대에 필수 불가결한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65)

영혼을 파는 행위가 온 세상이 들썩거릴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던 옛날에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이기든 지든 간에 그의 업무 자체는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영혼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나머지 사람들이 송유관 건설 계약이나 상원 의원석 같은 하찮은 것들을 얻기 위해 매일같이 영혼을 팔고 있으니, 메피스토펠레스의 과업은 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훨씬 팔고 있으니, 메피스토펠레스의 과업은 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셈이다. 우리가 영혼을 하찮은 것과 맞바꾸다 보면 영혼의 가치도 하찮아지게 마련인데, 천부적 고리대금업자인 메피스토펠레스는 귀중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파우스트는 지식이나 사랑이 아니라 금전적 이득, 리얼리티쇼 초대권, 인터넷상에서의 유명세 등을 추구하니, 메피스토펠레스가 이윤을 내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혼을 사들이려면 열 배는 더 많이 일해야 할 듯싶다.


 (78)

20세기 초에 조지 버나드 쇼는 돈 후안에 대한 희곡에서 자신만의 슈퍼맨을 창조했다. 쇼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로 망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더 오래된 대안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된 제도다. 독재주의는 유능하고 자비로운 전제군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지만, 인구 전체가 유능한 투표자여야 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쇼의 친구이자 적수였던 G.K. 체스터턴은 슈퍼맨에서 더 깊은 진실을 알아차렸다. 비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연약함이 그것이다.


(86)

돈 후안은 연인이라기보다는 유혹자이고, 유혹자라기보다는 수집가이며, 수집가라기보다는 저격수에 가깝다. 돈 후안과 일견 유사해 보이는 다른 바람둥이 인물들은 명확한 목적에 따라 애정 행각을 벌인다. 대개는 <위험한 관계>의 혐오스러운 발몽이라든지 사드의 우화에 나오는 음흉한 주인공들처럼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돈 후안은 다르다. 그의 행각에는 동기가 완벽하게 결여되어 있다. 이 유명한 바람둥이가 육체적 쾌락을 누리기는 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123)

이 치정 모험극을 읽다 보면 우리가 현실 세계라고 생각했던 곳이 도리어 꿈같음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눈은 두 귀보다 더 많은 진실을 봅니다.” 양소유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직후 귀신 행세를 하는 어느 미녀에게 속아 넘어간다. 그 미녀는 나중에 진짜 사람이었음이 밝혀지지만, 무엇을 무엇으로 속인 것인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아가씨가 귀신인지, 귀신이 아가씨인지 말이다. 이후 그녀가 양소유에게 설명하기를, “사람과 귀신의 길은 각각 다르지만 사랑은 그 둘을 합칠 수 있지요.”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진실은, 감각적 세계는 비실재적이고 영혼의 세계야말로 실재적이라는 것, 전자는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오로지 후자야말로 의미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145-146)

고대인들은 괴물들과 교제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존재에 책임감을 느꼈다. 미노타우로스는 파시파에의 욕정 때문에 태어났고, 인어들은 뱃사람들이 금단의 영역을 넘어가지 못하게 막으려고 생겨났다. 역사학자 폴 벤느는 당연히 고대인들은 신화를 믿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그들이 신화를 진실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진실이란 권력을 향한 의지로부터 우리를 갈라놓은 얇은 막 같은 집단적 자기만족이다.”


(237)

책은 네모를 지식으로 안내하고 인류 공통 경험의 견본들을 보여주었지만, (독서가들이라면 알다시피) 책이란 한 권이든 1 2천 권이든 간에 읽는 사람이 선택한 길만을 비춰줄 수 있다. 책은 독서가에게 어떤 의무적인 목표를 정해줄 수도, 심지어 특정한 방향을 강요할 수도 없다. 훗날 베른은 <신비의 섬>에서 자신의 아나키스트 주인공이 환멸 속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이야기를 썼다. “고독, 고립…… 이런 것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슬픈 일이로구나. 나는 혼자만의 삶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탓에 죽는구나!” 네모는 고통스러워하며 토로한다.


(253)

그러나 오늘날 독자들 중에는 모험으로 가득한 <서유기>의 세계에서 카프카의 악몽 같은 음울한 부조리성을 연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령 관료제에 대한 풍자라고 해도 그것은 실존주의적인 의미에서 이해된다. 즉 위에서부터 내려온 규칙과 규정,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음에도 따라야 하는 법에 우리 존재가 얽매여 있다는 문제의식 말이다. 사오정의 동료들은 요괴와 신과 왕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이비 군사 전략을 동원하지만, 사오정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은 이성적이고 윤리적으로 반응하는 것만이 최선의 생존 전략임을 알려준다. 그는 도덕군자연하는 이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위로가 아니라 올바른 것을 정직하고 강직하게 추구하는 기개를 전해준다. 사오정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보면, 겉보기에 올바른 것이 실은 악으로 가는 길일 수 있고, 약하게만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올바르고 참된 길일 수도 있다(돈키호테도 이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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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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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본단다. 각 출판사에서 내 놓는 세계문학전집에는 익히 제목만 들어도 유명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낯선 작품들도 있단다. 그런 작품들은 읽기 전에 약간의 두려움이 앞선단다. 읽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나마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낯선 제목의 작품들도 읽어볼 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소리와 분노>라는 낯선 제목의 소설을 한 편 읽었단다.

읽기 쉽지 않았단다. 아빠가 지금까지 읽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다. 지은이 윌리엄 포크너라는 분이 모더니즘을 추구하면서 시간의 순서가 아닌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하는 실험을 이 소설 <소리와 분노>에서 했다는구나. 이 소설은 주요 등장 인물 4명이 각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주었단다. 특히 1장에서 벤지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읽어내기 쉽지 않았단다. 벤지가 정신지체장애자이다 보니 그가 말하는 투, 그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기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맞춤법도 틀리게 써 있었단다.

지은이는 앞서 이야기한 윌리엄 포크너. 이 분은 이름이 낯익어서 이 분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나 싶어 확인해 보니 이 사람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더구나.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아빠는 아마 책 소개를 해주는 책들에서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화자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기 때문에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단다. 더욱이 1장과 2장은 난해한 문구들의 계속된 출현으로 더욱 쉽지 않았어. , 아빠가 이해한 부분만 이야기를 해볼게. 너희들은 집중력이 좋으니 나중에 이 책을 읽어보고, 너희들이 아빠에게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1장은 벤지가 화자여서 벤지 섹션이라고 부른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벤지는 정신지체아, 소위 백치였어. 지금 나이는 서른세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상 정도에 머물러 있었단다. 그런 세 살 아이의 생각의 흐름대로 서술하다 보니, 시간대가 왔다 갔다 한단다. 서른세 살인 지금일 때와 어렸을 때의 일들이 교차로 나온단다. 그래서 이야기를 잘 쫓아가야 해.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벤지 섹션의 나온 시간대는 총 14개라고 하는구나.

벤지는 콤슨 집안 4남매 중에 막내야. 큰 형은 퀜틴, 그 아래 누나 캐디, 그 아래 형 제이슨, 그리고 벤지.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있었고, 그들은 하인을 둘 정도로 여유 있는 집안이었단다. 그런데 엄마는 늘 아프셔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고, 늘 불만이 많으셨단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벤지를 가장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이 누나 캐디였어. 그런데 서른세 살인 현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벤지 주변에 캐디가 보이질 않는단다. 어디 갔을까. 벤지를 잘 보살펴 주던 캐디 누나는 어디로 갔을까. 서른세 살의 벤지 주변에는 제이슨만 주로 등장하고, 큰 형 퀜틴도 보이질 않았어. 그 대신 퀜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있었단다. 엄마는 여전히 아프시고…. 벤지 섹션을 읽으면서 만약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영혼은 어떤 상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

둘째 섹션은 큰 형 퀜틴의 섹션이란다. 퀜틴은 공부를 잘해서 하버드에 들어갔어. 하버드에 다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퀜틴의 이야기가 쉽냐? 그렇지 않았단다. 심지어 벤지 섹션보다 더 읽기 어려운 것이 퀜틴 섹션이었어. 그건 퀜틴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어. 늘 번민하고 괴로워했어.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 캐디를 동생 이상으로 사랑했는데, 현실에서 캐디는 단지 여동생이었어.

여동생 캐디가 허버트라는 하버드 졸업생과 결혼을 한다고 하니, 퀜틴은 강하게 반대를 했단다. 이 결혼을 반대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거짓말, 그러니까 캐디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아버지한테 가서 거짓말을 했단다. 그 말이 먹혀 들지도 않았지만원래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이 사건으로 더 멀어졌어. 퀜틴의 머릿속은 늘 생각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 같았단다. 그래도 내면에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었어. 길 잃은 이탈리아 소녀에게 빵도 사주고 데리고 다니면서 집을 찾아주려고 했어. 자신의 시간도 다 빼앗기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의 정신을 다 채우고 있는 것은 번민, 걱정, 우울 등이었어. 아버지가 자살한 이후 더욱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아. 결국 퀜틴도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단다.


2.

3장은 제이슨 섹션이란다. 제이슨에 감정이입을 해보자꾸나. 아버지와 형은 자살하고, 늙으신 엄마는 매일 불평만 늘어놓으시고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누나는 도망가서 어디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누나의 딸 퀜틴은 반항기 가득한 십대 소녀로 제이슨이 보살펴야 하고, 그리고 백치 동생 벤지에, 하인 여섯 명까지이 모든 이들의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제이슨. 성격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울 것 같구나.

그렇다 보니 늘 과민한 성격이 되었고, 집안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 늘 바쁘게 일 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족에 억눌려 늘 스트레스캐디 누나가 보내주는 돈이라도 엄마가 잘 모아두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더럽게 번 돈이라고 다 태워 버렸단다. 2장에서 캐디가 허버트와 결혼했다고 했잖니. 캐디는 허버트에게 버림 맡고 멀리 가서 유흥가에서 돈벌이는 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딸 퀜틴(이름은 죽은 오빠의 이름을 따 지었구나)을 엄마의 집, 아니 제이슨의 집에 맡긴 거였어.

제이슨의 스트레스에 일등 원인이 요즘에는 퀜틴이었단다. 학교도 자주 빼먹고도대체 삼촌의 말은 듣질 않고어른의 세계를 알만큼 컸으니 엄마 캐디에게 가는 데 더 낫겠다는 생각도 했어. 비록 제이슨이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착한 성품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어깨에 쌓인 무거운 짐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단다.

4장은 네 남매의 한 명 남은 캐디의 섹션이 될 줄 알았는데, 딜지라는 하인의 섹션이었단다. 1, 2, 3장은 주인공이 화자였는데, 4장은 딜지를 중심으로 한 지은이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단다. 딜지는 콤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충실한 하인이었단다. 캐디가 떠난 후에 벤지를 가장 잘 보살펴주는 이였어. 자신이 집 안일을 해야 하니까, 손자 러스터에게 벤지를 보살펴주라고 했어.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제대로 된 인물을 고르라고 하면 바로 딜지일 것 같구나. 제이슨이 돈을 벌어오지만, 집에 딜지가 없었다면 콤슨 집안은 금방 무너졌을 거야. 오랫동안 콤슨 집안의 기둥이 되어주었던 사람.

….

다들 힘들게 살아가는데 어찌되었든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면 좋았겠지만, 퀜틴이 제이슨이 모아둔 돈 3000달러를 훔쳐서 가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단다. 그것도 동네와 공연 온 공연단의 단원과 함께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이슨이 따라가 보았지만 잡지 못했지. 제이슨은 제 명에 살지 못할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 같구나.

….

소설을 힘들게 읽긴 했는데, 독특한 콤슨이라는 집안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는데, 지은이는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혹평과 호평을 함께 받은 이유와 어떤 조사에서 난해한 문학작품 2위에 선정된 이유를 알겠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책의 끝 문장: 기념비 돌출부의 가장자리 테와 전면이 다시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매끄럽게 흘렀으며 기둥과 나무, 창문과 입구와 간판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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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5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구매했는데 북홀릭님이 힘들게 읽었다고 하시면 저도 힘들거 같군요 😅 표지부터 어려워 보여요 ㅋ

bookholic 2022-03-15 17:18   좋아요 2 | URL
저는 책을 읽다 보면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스타일이라고 그렇고,
새파랑 님은 아마 안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이 호평과 혹평을 함께 받았다고 하는데,
새파랑 님은 ‘호평‘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멋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4-09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던 소설입니다.

bookholic 2022-03-17 12:15   좋아요 3 | URL
그랬군요...
그레이스 님께 중요한 의미를 준 고마운 소설이었군요...
제가 좋은 않게 쓴 평이 마음에 좀 걸리네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2-04-09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2-04-09 21:32   좋아요 2 | URL
늘 찾아와서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하라 2022-04-09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4-09 21:33   좋아요 2 | URL
다 이하라 님 덕분입니다...
독자 선정 위원회 ^^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4-09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을 어렵게 했던 책으로 당선이라니 ㅋ 축하합니다. 저도 이책 곧 읽어보겠습니다~!!

bookholic 2022-04-09 21:33   좋아요 2 | URL
어렵게 끝까지 읽고, 리뷰 쓴 보람이 있습니다 ㅎㅎ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페넬로페 2022-04-09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4-09 21:34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mini74 2022-04-09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난해햔 문학작품 2위군요. 1위는 잃시찾? ㅎㅎ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4-09 21:3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난해한 문학작품 순위를 한번 찾아보았는데요...
1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라는데요?^^
저는 처음들어보는 작품인데...
잃시찾... 저는 첫 페이지만 읽고, 다음을 기약했어요..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4-09 16: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bookholic 2022-04-09 21:35   좋아요 3 | URL
늘 축하해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hkang1001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봄꽃 구경도 많이 하시고요..

thkang1001 2022-04-10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말씀 감사합니다!

scott 2022-04-10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당선 추카추카 🤗
4월 아들과 딸과 함께
행복가득 봄날 만끽하세요😊

bookholic 2022-04-11 22:34   좋아요 1 | URL
고맙고맙습니다~~^^
scott 님도 즐거운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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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코로나가 2년을 넘어섰구나.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만남을 멀리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갖던 친구들과 모임도 멀리하게 되더구나. 가끔 메신저로 안부 인사나 묻는 게 전부이고 말이야. 얼마 전에 오랜 친구한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다가 우연찮게 책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괜찮은 책이라면서 두 권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빠가 이번에 읽은 정혜신 님의 <당신은 옳다>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을 익히 알고 있었고, 정혜신 님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으로 알던 분이란다. 국가 권력에 의해 큰 피해를 입고, 그 피해로 인해 트라우마에 고생하는 분들을 치유해 주시는 일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시거든언젠가는 정혜신 님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친구가 추천해주기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단다.

이 책 <당신은 옳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님께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쓰신 책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크고 작게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옳으니 힘들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단다.


1.

CPR이라는 의학 용어가 있단다. 얼마 전에 우리가 함께 재미있게 봤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용어였는데, 우리말로 하면 심폐소생술이라고 한다.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지그런데 우리 자아는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 그러니까 정신도 함께 이루어져 있잖아. 몸의 생명이 일시적으로 멈춘 경우 CPR로 살려내듯이 정신의 생명이 일시적으로 멈춘 경우 심리적 CPR로 살려낼 수 있다고 했단다.

======================

(103)

심폐소생술은 심장 외 다른 장기들은 제쳐놓고 오로지 심장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응급처치다. 심장 기능만 돌아오면 몸의 다른 모든 기능은 알아서 연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CPR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CPR라는 존재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 심장 압박을 할 때는 두꺼운 옷을 젖히고 옷에 붙은 액세서리도 다 떼고 정확하게 가슴의 중앙 바로 그 위 맨살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심리적 CPR처럼 보이지만 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

….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쟁시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긴장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삶을 많이 살아가는 것 같구나. 체질적으로 그런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더 힘들고 말이야. 아빠도 그런 체질을 가지고 있어서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거든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심리적으로 늘 약간이 긴장을 가지고 있어. 이 많은 일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고 그런 관계를 끊고 살수는 없잖니그런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이러면서 나 자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생길 때 심리적인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했어.

======================

(39)

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急電)이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요.”라는 단말마다. 공황발작의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 중심으로 판단하면 증상을 없애기 위해 약물치료에 보다 치중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공황발작이 의미하는 개인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집중과 해결은 놓치기 쉽다.

======================

이럴 때 그 주변의 어떤 사람이 너는 옳다. 너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게 된단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해. 실제로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의 공감 어린 말 한마디에 시도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 들었어.

======================

(50)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 자체를 메시지의 전부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그 말이 내포한 정서와 전제를 더 근원적인 메시지로 파악하고 받아들인다. ‘너는 옳다고 해주면 A는 지금 집밖을 배회하는 내가 참 잘하고 있구나라고 믿는 게 아니라 찌질하게 구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해 안심하게 된다. 산소가 희박한 순간에 고농축 산소를 들이켜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정서적인 존재다. 어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다.

======================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이란다. 이 책 <당신이 옳다>의 핵심어는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단다. 사실 공감의 중요성은 익히 잘 알고 있단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읽은 육아서에서도 참 많이 봤던 단어가 바로 공감이란다. 그리고 너희들을 공감하려고 참 노력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단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공감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혜신 님이 이야기한 부분을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단다. 아빠도 이 글들을 다시 한번 새겨 읽으면서, 너희들을 공감하려고 더 애써야겠구나.

======================

(121)

공감은 내 등골을 빼가며 누군가를 부착하는 일이 아니다. 그 방식으론 상대를 끝까지 부축해 낼 수 없다. 둘 다 늪에 빠진다. 공감은 너를 공감하기 위해 나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 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너를 공감하다 보면 내 상처가 드러나서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나도 공감받고 나도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공감하는 사람이 받게 되는 특별한 선물이다.

======================

======================

(125)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

======================

(158)

공감은 상처를 더 그러낼 수 있게 만들고 제대로 드러난 상처 위에서 녹아드는 연고다. 상처 위에 바로 스민다. 상처 부위를 덮고 있는 겉옷 위에 뿌리는 분무제가 아니라 옷을 젖히고 상처 난 바로 그 부위 맨살에 바르는 약이다. 정확하고 집중력 있는 공감은 문제 해결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 공감은 치유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장하는 강력한 치유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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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

공감이란 제대로 된 관계와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이 눈을 포개는 일, 상대방의 마음, 느낌의 차원까지 들어가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을 포개는 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내 마음, 내 느낌을 꺼내서 그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의 개별성까지 닿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부부는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기능적 관계이기 쉽다.

======================

======================

(315)

공감이 그렇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처럼 숨 막히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공감이 몸에 배인 사람은 순식간에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없는 것 같던 공간이 순식간에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감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사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공감의 힘이다. 그렇게 놀랍고 아름다운 공감의 힘을 내가 가진 경험과 정성을 다해 펼쳐놓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나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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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어떤 단어가 사냥매처럼 마음속에 내리꽃히거나 저녁 강물처럼 흘러 들어올 때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나의 모든 것이다.


적정한 기술이 사람의 삶을 바꾸듯 적정한 심리학 이야기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 실질적인 위력을 갖는 실용적인 심리학 정도로 바꾸어 설명할 수도 있겠다.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을 나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 붙였다. - P25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직장 생활은 한 인간이 입체적인 모습과 다양한 역할로 사는 시간이 아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도구로 살아온 시간이며, 사회적 성공이란 자기 억압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런 삶의 끝에서 만나는 은퇴란 몸에 밴 가지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일대 사건이다. 과장하자면 평생 감옥에 있다 출소하면서 눈부신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출소자 같은 상태다. 24시간 정해져 있는 삶을 살다가 사방 어디로든 발을 떼어도 되고 언제 먹든 언제 잠자리에 들든 자유로운 상태다. 비로소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 P88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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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헤밍웨이는 한 장소에 붙박인 삶을 살지 않았다. 그는 4대륙 20여개 나라에 삶의 흔적을 남겼고, 창작도 온갖 도시의 온갖 호텔을 옮겨 다니며 했다. <태양은 다시 뜬다>는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팜플로나가 배경이고 스위스에서 마감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배경이고 마조레 호숫가의 호텔에서 쓰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의 전장이 배경이고 쿠바의 아바나에서 주로 쓰였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아프리카가 배경이고 <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아바나가 배경이다. 한 여성에게 머물지도 않았다. 그는 네 명의 여성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애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할 때마다 굵직한 작품들을 써 발표했다.


(67)

1920년대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널리 이야기되는 것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어쩌면 이 이름이 그 뒤를 잇는 여러 세대론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 잃어버린 세대이후로 1950년대의 비트족’, 1960~1970년대의 히피족이 뒤를 잇는다. 잃어버린 세대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것이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뜬다>였다. ‘잃어버린 세대는 그의 창작이 아니었지만, 그가 소설에 써서 유명하게 되었고 그를 비롯한 몇몇 작가를 일컫는 공식적인 세대 이름이 되었다.


(104)

헤밍웨이가 대화문을 쓸 때 현실성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전쟁소설이고 따라서 극한 상황에 처한 군인들이 내뱉는 욕설과 비속어 ‘cocksucker’가 등장한다. 결국 저급한 단어들이 문제가 되어 보스턴에서 <무기여 잘 있거라>가 금서 목록에 오른다. 편집자 맥스 퍼킨스는 출판사 사장에게 이런 편지를 섰다. “삶에서든 문학에서든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게 헤밍웨이의 원칙입니다.”(<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는 검열 소식을 듣고 레마르크의 전쟁소설인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구해 헤밍웨이에게 보내준다. 당연히 그 소설에서도 군인들은 욕설을 내뱉는다. 남성들뿐인 전장의 막사에서 군인들이 조곤조곤 우아하게 존댓말로 대화한다면 그것만큼 어색한 장면도 또 없을 것이다. 결국 헤밍웨이와 맥스 퍼킨스는 한동안 설전을 거듭하다가 비속어를 빼기로 한다.


(106-107)

난 늘 빙산 원칙에 따라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마다 물 밑에는 8분의 7이 있죠. 아는 건 뭐든 없앨 수 있어요. 그럴수록 빙산은 더 단단해지죠. 그게 보이는 않는 부분입니다. 작가가 모르기 때문에 뭔가를 생략하면, 그때는 이야기에 구멍이 생겨요. (…) 하지만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이 수면 아래의 빙산을 만드는 겁니다. - <헤밍웨이의 말> 57~59


(118-119)

김욱동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기술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1) 헤밍웨이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억제한다. 감정을 억제하기에 오히려 그의 문제에는 힘과 박력이 있다. (2) 헤밍웨이는 글을 쓸 때 낱말 하나도 무척 주의를 기울여 선택하였다. 좀 더 구체적이고 감각적일뿐더러 충격적이고 투박한 성격이 강(한 토착어를 주로 사용했다). (3) 헤밍웨이는 되도록 형용사나 부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4) 헤밍웨이는 무엇보다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된 평서문을 즐겨 구사한다. 주어와 동사의 관계로 이루어진 단문을 즐겨 쓴다. 또한, 단문과 단문을 등위접속사로 대등하게 연결하는 중문을 주로 사용한다. (5) 반복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단순히 반복한다기보다는 의미를 조금씩 보강하는 점층법을 구사함으로써 주술적 효과를 노린다. (6)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을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는 그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헤밍웨이를 위하여> 296~298)


(142)

헤밍웨이는 삶의 경험도 많고 어디 한군데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단 몇 줄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단편적이고 단조로웠다. 그런 여성들과 그 자신의 반영인 남성 주인공들은 대개의 경우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무르익은 밀고 당기는 연애 과정은 짧다. “그녀를 본 순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내면의 모든 곳이 뒤집혀버렸다.”(<무기여 잘 있거라> 126)라고 말하면서 프레더릭은 캐서린과 병실에서 다짜고짜 사랑을 나눈다. 이런 관계에서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고 그래서 더 순종적이게 되는 편은 항상 여성이다. 캐서린은 프레더릭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체온까지 멋지군요. (…) 당신 체온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무기여 잘 있거라>, 139) 프레더릭이 당신은 나의 착한 여자야.”라고 하지 캐서린은 난 정말 당신의 여자예요.”(<무기여 잘 있거라>, 205)라고 답한다. 주인공 남며 간의 이런 식의 대화는 헤밍웨이의 거의 모든 소설들에서 반복된다.


(163)

이제 막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의 헤밍웨이의 눈에 여성들은, 비난을 퍼붓고 남성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비쳤을 수 있다. 그의 남근중심주의는 어쩌면 어머니 그레이스가 덜 강압적인 양육 방법을 썼다면 그렇게 극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그를 썼다면 그렇게 극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그의 소설에서 일관되데 나타나는 순종적인 여성상도 정도가 덜했을지 모르고, 현실적인 성격의 여성들이 다채롭게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있어 여자란 정복하고 통제해야 할 존재인 동시에 남성성을 무력화시키고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무서운 존재였”)<섹슈얼 트라우마>, 237)던 것이다. 그의 눈에 비친 여성이 그런 존재였다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여성을 억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여성 일반에 투사해, 실생활에서든 문학으로든 여성을 억압하려 했다면 그것은 헤밍웨이의 잘못이다.


(222)

하지만 헤밍웨이가 무슨 이데올로기적인 확신이 있어서 참전했던 것은 아니었다. 파시즘,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가 뒤섞여 이데올로기의 각축장 같았던 스페인 내전에서 그는 어느 이데올로기도 공식적으로 두둔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그는 로버트 조던의 입을 빌려 자신에게 정치적인 입장이 없을 강조한다. 그의 참전은 다큐멘터리 해설에서 보듯 감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는 이미 스페인이 배경인 책을 두 권 펴냈고 거의 해마다 스페인에 놀러가고 있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도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 이야기가 나온다.


(274)

내가 보기에 이 점이 헤밍웨이의 삶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행기 사고도, 자살도,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들의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말하자면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하고도 똑 같은 행위를 다시금 반복했고, 비슷한 위험한 상황을 반복해 만들었다. 보통의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낚싯대를 타고 나갔다가 한 번 큰 부상을 입었으면 또다시 낚싯대에 오르기를 꺼려할 것이다. 전장에 나가 다리에 200개가 넘는 파편이 박혔다면, 전쟁은 소문만 들어도 치라 떨릴 것이다. 술에 취해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으면 다시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 낚싯배를 타고 청새치를 쫓아다녔고, 늙어서도 주먹질 싸움을 그치지 않았으며, 알려진 것만 전쟁에 다섯 번 참전했고 음주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285)

헤밍웨이는 죽기를 욕망했다. 죽음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의 원인이었고, 그가 쫓아다닌 위험한 장소들은 죽음에 그를 가까이 데려다주기는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는 욕망의 틀린 대상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갖가지 사고와 질병, 비행기 사고, 자살까지 이어지는 그의 기나긴 육체적 고난의 연보는 이렇게 해서 연속성을 얻게 되고 조금이나마 이해 가능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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