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왜 쓰는가왜 사는가는 같은 표현이다. 사실, 이 물음은-누구나 작가인 시대지만-작가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니다. “왜 사는가를 고민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특히 어려운 시대, 어려운 상황에 처음 이들일수록 그렇다. 삶은 행위의 연속이다. 모든 행위는 침묵이든 폭력이든 놀이든 노동이든 인간관계든, 그리고 죽음의 방식까지 자신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다. 이러한 표현은 기호(signs), 즉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 그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표현은 자기만의 사유(특정한 렌즈)를 거치므로 각자의 몸을 통과해 걸러진재현(re-presentation)이다. 표현이 아니라 재현이 맞는 말이다.


(16)

나쁜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쓰려면, 나부터 나쁜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세계관, 인간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나를 검열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글쓰기의 정치학과 미학은 이 몸무림 과정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사람마다 행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른바 독특한 글(콘텐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흔히,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군자의 비현실적인 말이 아니라,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괴로운 과정에서 최선의 올바름’, 아름다운 문장이 나온다.


(39)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책을 읽다가 노무현과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적 약자(야권)자발적 무지’, 강자의 정체성 정치(지역주의)와 약자의 그것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인 민주당 분당 사건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노무현 같은 인물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의 캐릭터는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었다. 노무현의 당선은 일본의 진보 세력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들은 한국은 미래가 있는 나라라며 부러워했다. 연주 없는 고졸 대통령. 일본은 지방의원부터 국회의원, 총리까지 몇몇 가문이 독점하는 철저한 세습 사회다. 그들은 아버지로부터 자금, 지명도, 후원회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53-54)

환경운동 구호 중에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원전에 반대한다.”, “인간은 후대로부터 지구를 잠시 빌린 것이니 지구를 완전히 부숴버리지는 말자(‘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오역됨).”는 논리는 틀렸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고 현재 나를 위해 원전에 반대해야 한다. 이 구호는 여전히 인간의 것이 아닌데 누가 누구에게 지구를 물려주고 말고한단 말인가.


(82-83)

노년 담론 중 흔히 회자되는 논리가 곱게 늙기.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나이듦은 곱지 않다는 전제가 있다. 또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곱게 늙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왜 노인에게만 곱게 살라고 하는가!


(95)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인 동시에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희망찬 인생은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인가의 볼모가 된다. 희망은 욕망의 포로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조종하는 벗어나기 어려운 권력이다.


(109)

명심하길. 아메리카 원주민 지도자의 연설 중 가장 널리 인용되는 1853년 스쿼미시족의 추장 시애틀은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란 없다. 단지 살아가는 세계가 바뀔 뿐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관계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더라도 빈 머리(익숙함)에 의존하지 말고 생각하고 발언하라.


(135)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몸들이다. 같은 성별이라도, ‘장애인으로 분류되어도, 같은 몸은 없다. 몸의 다름이 정치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말,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자.”는 최악의 구호다. 인간은 평생 자기 생각에 다다르지 못한다. 생각은 몸의 배신자. 늘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희망 사항)앞서간다. 오히려, 사는 대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망상, 이데올로기, 거대 관념이 무너질 것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니라 삶 자체를 사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149)

이야기는 곧 읽기와 쓰기다. 반응하지 않는, 감정 이입 없는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그러지 않아야 더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뇌는 진공 상태다. 글이란 자기 생각을 외부로 물질화하는 일인데, 생각이 없다면? 생각 없는 글쓰기가 가능하고 심지어 널리 읽히는 세상이다.


(193-194)

다만, 사회는 이들에게 “(힘이 없는데) 힘을 내라.”,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잊어라.” “(이미 너무 참고 있는데) 참아라.”, 심지어 착취 구조에 갇힌 사회적 약자에게 왜 그렇게 분노가 많냐.”고 분노하지 않기를 바란다. 돕고 싶다면 그들의 분노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 가장 비윤리적인 분노, 그래서 참아야 할 분노는 딱 하나, 분노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다.


(201)

우주에서 보면 인간은 하루를 사는 곤충이가 길가의 이름 모를 풀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가 아니라 자기가 만든 세상에서 산다. 이름을 얻으려고 발광하다가 타인까지 질식시키는 이들이 있는 하면, 드물지만 흔적을 지워 가며 사는 이들도 있다. 나 역시 미숙한 범죄자처럼 가는 곳마다 뭔가를 흘리고 다니지만, 나는 욕망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는 삶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의 겉표지를 보자마자, 아빠를 비롯한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혹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잔뜩 쌓인 책장 앞에서 편한 자세로 책 읽는 그림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의 로망이 아닐까 싶구나. 이런 겉표지와 책 제목으로 아빠도 이 책이 눈에 띄었어. 짤막짤막한 만화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았고, 페이지도 얼마 안되어 금방 읽겠네, 하는 생각과 책덕후가 그린 책에 관한, 어쩌면 뻔한 책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은이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기에 읽었단다.

지은이는 그랜트 스나이더라는 사람인데, 본업은 치과 의사라고 하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으로 자신을 책 중독자로 이야기한대. 그리고 틈틈이 만화도 그려서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가 이야기하는 책 이야기들.. 짤막한 몇 컷들의 만화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쟁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공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어.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람들마다 책을 읽는 방식이 다르고, 좋아하는 장르도 다르고, 책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니까 말이야.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야기들이 나와서, 대단히 감동받거나 대단히 놀라지는 않았단다. 아니면 아빠가 나이가 들어서 무감각해진 것일 수도 있고또는, 그토록 바랬던, 아빠의 좌우명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가 된 것이라면 더욱 좋을 테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구나. 아빠는 여전히 작은 소리에 놀라고, 바람에도 걸리는 아주 촘촘한 그물이니까

이 책에는 책 읽기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한 만화들도 많이 실려 있고, 작가들에 관한 만화들도 있단다. 아빠는 창작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작가들의 창작의 고통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작가들의 창작의 고통을 비롯한 글 쓰는 작가들의 애환도 이 책에 담겨 있단다. 짧은 만화컷 하나에 잔잔한 미소 하나씩 만들다 보면, 금방 책의 끝에 도착하게 되더구나.


1.

아빠도 어쩌다 책을 좋아하게 되었어.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즐거워 읽을 책들을 하나둘 사 모았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책이 좋아서 책을 하나둘 사기 시작해서, 지금은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 가득 있구나.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을 때는, 언젠가는 읽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냥 인테리어로도 나쁘지 않네,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단다. 그런데 책장에 어지럽게 책들이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인테리어가 맞나? 그냥 먼지수집기 아닌가? 싶기도 해..

이젠 책들이 하나둘 방바닥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했으니까 일 년에 한번씩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는 늘 마음 먹지만, 일 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고, 책장 정리할 시간에 밀린 책이나 읽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지나가 버린단다. 책장 정리를 안 하다 보니, 책장에서 찾고 싶은 책 찾는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고 그러네.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아..

아빠가 귀가 얇아서 누군가 재미있다고 추천을 하면, 또 장바구니로 보내는구나.^^ 사실 오늘 읽은 책도 그렇게 해서 장바구니를 거쳐 온 것이고, 말이야. 물론 진정한 장서가들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겠지만, 아빠의 동굴 벽면과 바닥에 점점 책으로 가득 차고 있음에 기분은 좋구나. 그냥 책으로 둘러 쌓인 동굴 안에만 있어도 힐링 되는 기분이 들어. 책에서 나오는 어떤 호르몬이 있는 것 같아. 누군가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책 내용보다는 어쩌다 보니 아빠의 책 이야기가 되어버렸구나. 너희들도 하나둘 너희들의 책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렴.


PS:

책의 첫 문장 : 고백할게.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책의 끝 문장 : 이야기의 끝은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21-07-03 08: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의 책장이 궁금해. 나도 책땜에 인테리어 꽝이야

bookholic 2021-07-03 09:14   좋아요 4 | URL
ㅎㅎ 이 상태로는 ... ^^ 즐거운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1-07-03 09: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둘러싸인 동굴에서 책을 읽으시는 북홀릭님의 행복과 힐링이 전해지는데요^^

bookholic 2021-07-03 14:19   좋아요 5 | URL
퇴근하고 나면 동굴속 모닥불가에서 책 좀 읽어야 피로가 풀려요~~^^

새파랑 2021-07-03 09: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 책에 대해 없던 애정도 생겨날거 같더라구요 ^^ 갑자기 책이 빌리고 싶네요 ㅎㅎ 사는건 어제 사서 ㅋ

bookholic 2021-07-03 16:40   좋아요 5 | URL
진정한 책덕후이신 새파랑님도 공감하실 책일 것 같아요~~^^ 이번 주말도 즐거운 독서와 함께~~

mini74 2021-07-03 17: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크면서 자신만의 책컬렉션을 만들고 모으는 걸 보면 쬐금 흐뭇해진답니다. ㅎㅎㅎ

bookholic 2021-07-03 19:50   좋아요 3 | URL
애들의 취향을 존중해야겠지만, 아빠랑 같았으면 좋겠네요~~~^^

scott 2021-07-03 17: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식후 운동으로 책장 정리 하는 1인 !이면서 쌓여가는 책에 그저 흐뭇해 하는것도 병인것 같습니다. ^ㅅ^

bookholic 2021-07-03 19:51   좋아요 3 | URL
식후 운동으로 책장 정리라...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한번 해보아야겠어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맥베스라고 하면 셰익스피어 4대비극의 중 한 작품이자, 그 작품의 주인공이란다. 아빠도 작년에야 그 책을 읽었어. 마녀의 유혹에 넘어가 악인이 되었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사람아빠가 이번에 읽은 러시아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라고 지은 것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떠올리면서 지었을 것 같구나. 그리고 읽는 이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주인공의 비극적인 결말을 생각하면서 읽지 않을까 싶구나.

이 소설의 지은이는 아빠가 아직도 외우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라는 사람이란다. 처음 들어본 작가란다. 니콜라이 레스코프라는 사람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시대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작가인데, 톨스토이가 그를 극찬했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왜 그를 읽지 않는지 모른다고 했다는구나. 그가 러시아 작가 가운데 가장 러시적인 작가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아빠는 잘 모르겠더구나. 그저 처음 보는 러시아 작가의 중편 2편을 읽었다는 느낌 이외는이 책에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쌈닭>이라는 두 개의 작품이 실려 있단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주인공으로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영화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가 맡았더구나.


1.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의 주인공은 카테리나 리보브나라는 여자야. 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집이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부자 상인 지노비 보리스이치라는 50대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어. 카테리나는 남편과 시아버지 보리스 치모페이치 이즈마일로프, 이렇게 셋이 함께 지냈단다. 시골집에서의 무료함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그 무료함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아이라도 생겼다면 나았겠지만, 아이도 생기지 않았어. 그러다가 카테리나 주변에 변화가 생겼단다. 바람둥이 소문난 세르게이란 사람이 하인으로 온 거야. 그 때 때마침 남편이 운영하고 있던 제분소에 홍수가 나서 다 망가지고, 남편은 그 제분소를 고친다고 며칠 동안 집에 오지도 못하고 제분소 수리를 하고 있었단다.

그 사이에 카테리나와 세르게이는 사랑에 빠지게 된단다. 그들의 사랑은 거침이 없었고, 카테리나의 오랜 무료함을 날려주었어. 그러다가 시아버지가 알게 되었어. 카테리나의 응수는 독살이었단다. 버섯죽에 몰래 독을 타서 죽였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카테리나를 의심하지 않았어. 노친네가 잘못된 버섯죽을 먹고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단다. 시아버지의 장례식까지 다 치르고서야 집에 온 남편 지노비.. 뭔가 낌새를 차리게 되지만 그의 삶도 오래가지 못한단다. 그마저 몰래 죽이고 시체를 유폐한단다. 이제 카테리나와 세르게이의 사랑을 방해할 사람은 없었고, 이 집도 자신의 집이 되는 것이었어. 그런데, 그 집의 상속권이 자신이 아닌 지노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돼. 카테리나는 그 어린 조카마저 죽인단다. , 소설이길 망정이지.. 그 어린 조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녀의 이런 행각은 오래 가지 못하고 남편 지노비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에 체포되고 만단다. 그리고 세르게이와 함께 유형지로 떠나게 돼. 그런데 가는 길에 세르게이의 바람기가 발동을 하게 된단다. 카테리라를 버리고 새로운 애인을 만들게 되고, 이를 가만히 볼 수 없었던,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의 새로운 애인을 붙들고 함께 강으로 뛰어들어 함께 죽고 만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났단다. 카테리나는 세르게이가 바람둥이인 것을 몰랐단 말인가. 그와 사랑에 너무 올인했던 것은 아닌가 싶더구나. 세르게이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네 번이나 하고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내 던질 만큼 소중했던 사람이었나, 싶더구나. 살아 남은 세르게이는 또다시 다른 여자한테 수작을 걸 것 같은데 말이야.


2.

이 책에 실린 두 번째 소설은 <쌈닭>이라는 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오지랖 넓은 돔마 플라토노브나라는 여자가 나온단다. 잔뜩 기대를 하고 읽은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에서 약간 실망을 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해서 조금은 건성으로 읽은 기분이란다. 그렇게 읽다가 갑자기 정신을 확 차리게 하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면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읽었을 텐데, 아빠에게는 그냥 그런 소설로 늘어진 자세로 건성건성 읽어갔단다.

레이스 상인이었던 돔나 플라토노브나라는 여자가 화자인 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형식으로 소설은 이어진단다. 그녀의 상징하는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아빠는 오지랖과 억척스러움이라는 단어를 고를 것 같구나. 시장통에서 억척스러우면서 오지랖 넓어 알게 된 사건사고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는 그런 소설날 것 그대로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런 것이 이런 소설의 매력으로 좋게 평가될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만났다는 생각만 갖고 책을 덮었단다. 작가의 책들이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이 또 있나 조회해 봤더니 몇 권이 더 있더구나.. <왼손잡이>라는 작품이 눈에 띄더구나.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그 소설을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우리 지방에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생각할 때마다 영혼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인물들이 간혹 나온다.

책의 끝 문장 : 그 사람이란 다름 아닌 발레로치카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6-30 0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마니아 1위더라구요 ㅎㅎ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책 읽고 강한 러시아 여성이 떠오르더라구요.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날 것 그대로라는 느낌이 딱 맞는책 같아요^^

bookholic 2021-06-30 19:45   좋아요 2 | URL
이 책 리뷰 쓰신 걸 봤는데, 이 책을 진심 사랑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 책 마니아 1등 이유있습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존 르카레 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로 접했단다. 아빠가 그의 소설을 읽은 것은 고작 두 권이지만, 두 권 모두 괜찮게 읽어서 그의 책들을 몇 권 더 사재기 두었었어. 작년에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때문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루이스 세풀베다 등 작가들이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존 르카레도 혹시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셨나 기사를 읽어보니, 폐렴으로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아빠도 조금 늦었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고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읽었단다.

팅커는 땜장이, 테일러는 재단사, 솔저는 군인…. 이 말들은 옥스퍼드 동요 사전에 나오는 말들이라고 하는데, 팅커, 테일러, 솔저 말고 세일러(선원), 리치맨(부자), 푸어맨(가난뱅이), 베거맨(거지), 시프(도둑)까지 해서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장래를 예측할 때 부르거나, 숫자 대신 순서 삼아 부르는 사용하는 말이기도 한다는구나. 이 소설에서는 스파이들을 부르는 명칭으로 사용되었어.

이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이중 간첩에 관한 이야기란다. 이중 간첩은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것만큼 긴장감과 재미가 고루 갖추고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폈단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1960년대 소련 정보부 요원이 영국의 정보부에 잠입하여 정보를 빼냈던 사건이 있었대. 1960년대라면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라서, 스파이 활동도 활발하던 그런 시기로 아빠는 알고 있단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그리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나온다고 하는구나. 영화는 아직 못 봤어.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1.

몇몇 인물 소개부터 해야겠구나. 짐 프리도라는 낯선 사람이 서스굿 사립학교에 임시 선생님으로 왔어. 집도 없이 학교 근처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데, 다른 선생님과 다른 분위기소설을 읽는 이라면 누가 봐도 전직 또는 현직 스파이라고 짐작하게 되는 인물이란다. 등에 총에 부상을 입었다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야.

조지 스마일리은퇴한 스파이야. , 정확히 이야기하면 은퇴 당한 스파이란다. 영국 정보부를 보안상 그들은 서커스라고 부르는데, 조지는 그 서커스에서 오랫동안 일했어. 서커스의 리더 컨트롤이 그의 직속상관이었고, 이른바 라인이었어. 서커스 내부에는 알력 다툼이 있었고 상대 세력에 견제하곤 했어. 그런데 어떤 사건이 있고 나서 컨트롤은 권력싸움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좌천까지 되었다가 병에 걸려 죽고 말았어. 그가 그렇게 좌천되자, 그의 라인에 있는 이들도 하나 둘 은퇴 당하거나 좌천 당하게 되었단다.

어느날 집에 오니 옛 동료인 길럼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어. 리키 타르라는 사람이 만나자고 했다는 거야. 타르도 서커스 요원이었으나 몇 달 전에 잠적한 사람이었어. 타르는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해주겠다고 했어. 뭔가 비밀이 있는 듯 했지. 그 자리에는 조지, 길럼, 그리고 영국 정부 요원인 레이콘이 함께 있었어. 타르는 6개월 전 홍콩에서 소련의 정보부 요원 보리스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어. 그러다가 보리스의 아내 이리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대. 이리나는 망명하고 싶어했고, 이 사실을 런던에 보고를 했다고 했어.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이리나는 소련으로 강제 소환 당했다고 했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느냐런던에 소련으로 정보를 전달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었어. 즉 서커스 내에 두더지가 있다는 것이었어. 타르는 이리나의 일기를 입수하게 되었는데, 그 일기장에는 서커스에서 일하고 있는 소련의 스파이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어. 두더지의 이름은 제럴드라고 불렀어. 그는 서커스에서 고위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어. , 이건 무척 심각한 일이면서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사건이었단다. 도대체 누가…. 일단, 이 일은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야기를 해야 했어. 영국 정부에서는 조지와 길럼은 정황상 두더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일의 조사를 조지에게 부탁을 했고, 피터 길럼이 도와주기로 했단다. 조지 스마일리는 옛 동료를 찾아가서 도움을 구한다. 특히 컨트롤이 쫓겨난 이후 좌천된 동료들을 중심으로


2.

조지가 은퇴하기 전 서커스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때 컨트롤과 대척점에 있던 사람이 퍼시 올러라인이라는 사람이었어. 퍼시 라인에는 빌 헤이든, 로이 블랜드, 토비 에스터헤이즈란 사람들이 있었어. 컨트롤과 조지가 쫓겨나게 된 사건이 있는데, 위치크래프트라는 작전이었어. 체코에서 이루어진 작전이었고, 이 작전에 참여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짐 프리도였단다. 그 작전은 실패했고, 짐 프리도는 작전 중 총격을 받고 소련에 잡혔다가 간신히 풀려났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서 선생님 일을 하고 있어. 위치크래프트 작전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작전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서커스 내에 두더지가 있었기 때문이란 걸 조지는 깨닫게 되었어.

..

조지는 조심스럽게 옛 동료이나 두더지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만났어. 토비, 퍼시, , 로이그 중에 빌은 불편관 관계였단다. 예전에는 동료로서 친한 척도 있었지만, 빌이 조지의 아내 앤과 불륜 관계를 맺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되었거든.. 그리고 자신은 은퇴하고 빌은 여전히 현역에 있으니 더욱조지의 조사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단다. 피터는 현역으로써 서커스 내에 들어가서 데이터를 몰래 빼오는 역할을 했어. 이 또한 불법 행동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단다. 퍼시 올러라인 쪽도 사라졌던 리키 타르가 다시 영국에서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타르와 친분이 있는 피터를 불러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어.

살얼음판을 걷던 이 작전은거짓 정보 미끼를 던져 두더지가 누구인지 밝혀내게 된단다. 그 사람은 누굴까?^^ 이 소설은 이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략 누가 두더지인지 의심이 되더구나. 이렇게 두더지라는 범인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끝이 났어. 그 두더지는 영국 사람인데 왜 소련의 일을 하게 되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의 신물을 느끼고 전향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오늘날 온 세계가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그로 인해 지구가 망해가고 있는 것을 보니, 그의 선택이 마냥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구나. 그렇다고 그가 전향한 사회주의는 올바른 시스템이었을까?

이 책이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단다. 리뷰 몇몇을 읽어보니 번역의 문제를 제기하더구나. 그래, 매끄러운 번역은 아닌 듯 싶더구나.


3.

지은이가 스파이 소설 전문가답게, 소설 속에서 새로운 스파이 용어들을 만들어내곤 했단다. 소설 속에서는 스파이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는데, 책 뒤쪽에 용어 정리를 해 두었더구나. 그래서 책을 읽다가 아래 용어 설명을 보면서 읽곤 했단다. 그런데 이 소설 속에서 사용하던 스파이 용어들이, 나중에 실제 세상에서도 스파이 용어로 사용하기도 했다는구나.

====================

경쟁사 : 정보부( MI-6)의 입장에서 방첩부(MI-5)를 가리키는 말

고객 : 정보 이용자

고릴라 : 보안 요원

너서리 : 훈련소

네이버스 : 상대국 정보부 요원들

두더지 : 이중간첩

램프라이터 : 정보 탐문 요원

레그맨 : 연락책

레지던시 : 해외 지부

론드리 : 심문소

머더 : 정보부의 고참 여직원

베이비시터 : 경계 요원

부드러운(soft) : 비공식적인

서커스 : 영국 정보부

슈메이커 : 문서 위조자

스캘프헌터 : 정보부의 암살과 회유 전담 요원

신부(bride) : 정보부 요직원

주주맨 : 마법사, 지역 책임자

커튼 : 방첩부

테임 닥터 : 세뇌 요원

프롤(프롤레타리아) : 현장 요원

피아니스트 : 무선 담당자

하니트랩: 미인계

====================


PS:

책의 첫 문장 : 사실을 털어놓고 말해서, 나이 많은 도버 소령이 톤턴 경마장에서 갑자기 죽지만 않았더라면 짐은 결코 서스굿 사립학교에 부임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의 끝 문장 : 내가 지난번에 보았던 그 권총은 아마 꿈을 꾸었던 것인가 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6-27 1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의 스파이 용어가 첨에 정말 낯설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책장이 휘리릭
영화도 있지만
원작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ㅅ^

bookholic 2021-06-27 12:23   좋아요 4 | URL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영화는 패쓰해야겠습니다~~^^
영화 소개해주는 유튜브로 대신해야지~~~

붕붕툐툐 2021-06-27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 북플에서 존 르카레를 처음 알게 되었고 책은 아직 접하기 전인데 돌아가셨군요~ㅠ

bookholic 2021-06-29 05:13   좋아요 1 | URL
그래도 많은 작품 남기고 떠나셨으니,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를 추모해 보아요....
 















(51)

바로 이곳이다. 나는 아직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아직 적법성을, 합법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단할 것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 나는 조국의 종에서 조국의 침략자로 바뀐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2년 내내 알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고려하고 기획하고 계획하며 몹시도 애써왔다. 스스로 엄청난 양보를 결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리리쿰과 1개 군단만으로 만족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는 매 순간, 나는 그들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침을 뱉고, 내 열굴을 진흙탕에 문대고,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 작정임을 알고 있었다.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닌 나를. 절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나를. 이건 네가 바라던 상황이다, 카토. 이젠 넌 그걸 보게 될 것이다. 넌 내가 조국을 향해 진군하도록 만들었고, 내가 합법적인 대응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폼페이우스, 당신은 막강한 적과 맞서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발부리의 발이 강물에 젖는 순간 나는 반역자가 된다. 반역자의 오명을 벗기 위해 나는 전쟁을 개시하고 내 동포들과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54)

나는 원로원 의원이요, 정무관이요, 집정관까지 지낸 몸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보니라고,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일컫는 옹졸라고 편협하고 앙심만 많은 파벌의 일원이었던 적은 없다! 보니파는 정부에 대한 인민의 발언권을 없애고, 원로원을 로마의 유일한 통치기관으로 만들려는 작업에 나섰다. 그건 그들의 원로원이다. 제군들, 내 원로원이 아니라! 내 원로원은 너희들의 종이다. 그들의 원로원은 너희들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 원로원은 너희가 급여로 얼마를 받아야 할지, 나 같은 장군 밑에서의 복무를 언제 마쳐야 할지, 너희가 은퇴 후에 조그마한 땅을 받아야 할지 말지를 전부 정해주려고 한다. 너희가 받을 상여금 액수와 전리품 분배 비율과 개선행진에 참여할 병사의 숫자를 정해주려고 한다. 심지어 너희에게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로마를 위해 싸우느라 굽어진 너희의 등을 채찍으로 후려쳐야 할지 말지까지 정해주려고 한다. 그 원로원은 로마의 병사인 너희로부터 주인 대접을 받으려 한다. 너희가 시리아 길거리의 가장 가난한 거지처럼 겁먹고 찡얼거리기를 바란다.

(55)

생각해봐라, 제군들! 우리고 고달프게 걸었던 먼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시간들, 칼에 베이고 화살에 맞고 창에 찔린 상처들, 너무도 고결하고 용감했던 최전선에서의 죽음! 모두 떠올려봐라!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 고생, , 궁핍, 외로움까지! 우리가 로마에 가져다준 거대한 영광을 생각해봐라! 그런데 그 대가는 어떤가? 우리의 호민관들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고, 우리의 업적은 비웃음당하고 잊히고 파트리키 귀족을 꿈꾸는 그 대단하신 소규모 파벌이 오줌이나 갈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변변찮은 군인에다 덜떨어진 장군들이다! 카토가 장군이란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나? 아레노바르부스가 정복자란 소리를 들어봤나?

(56)

내 존엄은 내 삶의 중심이요,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의미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너희의 존엄이 짓밟히는 꼴을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적용되는 건 뭐든 너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는 함께 진군하며 케르베로스의 머리 세 개를 모두 베었다. 눈과 얼음, 우박과 폭우를 함께 견뎠다! 대양을 건너고 산을 오르고 거대한 강을 헤엄쳤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민족들을 무릎 꿇게 했다! 그들이 로마에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그에 대한 늙고 한물간 나이우스 폼페이우스는 뭐라고 말했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제군들, 아무 말도! 그러면 그는 어떤 선택을 했나?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제군들. 명예, 명성, 영광, 우리가 한데 아울러 존엄이라고 침하는 그 모든 것을!

(59-60)

그런데 말입니다.” 폴리오는 웃으면서 물었다. “ 그 신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누구죠? 폼페이우스? 카토? 말도 안 되는 소리! 잊지 마세요. 카일리우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낸답니다. 행운은 모든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있어요. 하지만 우린 대부분 기회를 놓쳐버리죠. 우리의 행운을 알아보지 못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 순간의 기회를 알아보기 때문에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그게 바로 그가 신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신들은 똑똑한 인간들을 좋아하니까요.”

(106)

그러나 폼페이우스를 가장 낙담하게 한 소식은 카이사르가 코르피니움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관대함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카이사르는 집단 처형이 아닌 집단 사면을 실시했다. 아헤노바르부스, 아티우스 바루스, 루킬리우스 히루스, 렌툴루스 스핀테르, 비불리우스 루푸스와 원로원 의원 50명은 이탈리아를 지켜낸 용기에 대해 정중한 찬사를 들은 뒤 무탈하게 풀려났다. 카이사르가 요구한 것은 단 하나, 다시는 그에 대항하여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뿐이었다. 카이사르는 경고했다. 또다시 무기를 든다면 자비는 없을 거라고.

(156-157)

맞아, 데키무스. 나는 술라처럼 괴물이라고 불리지 않을 걸세. 우리 쪽에도 그쪽에도 반역자는 없어. 그저 서로 로마의 미래를 다르게 보고 있을 뿐이야. 난 내가 사면한 사람들이 사람들이 로마에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는 내게 도전하길 바라. 술라는 틀렸어. 반대 없이 최고의 일이 해내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네. 난 정말이지 아첨꾼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거든! 난 제대로, 즉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로마의 일인자가 될 거라네.”

(393)

루비콘 강을 건널 때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에 대해서는 수에토니우스보다 플루타르코스 쪽이 증거 면에서 더 우세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폴리오는 카이사르가 시인이자 신() 희극 작가인 메난드로스의 2행 연구(聯句)를 인용해,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니다. 나는 폴리오의 말에 신뢰가 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우울하고 숙명론적이다. 반면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카이사르는 숙명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모험가였다.  - <작가의 말> 中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