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북한의 초반 성공에는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이 있었다. 옛 소련과 중국의 지원이다. 냉전 시기 내내, 북학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양국을 영리하게 이간질해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사랑의 삼각관계에서 교묘히 이득을 추구함으로써 고래들 사이의 새우 신세인 자신의 약점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했다. 나중에 후대 정권이 중국과 미국의 우려를 활용해 이익을 취한 능력에서도 반복된 이 전략 덕분에 북한은 중소 양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구호를 얻어 낼 수 있었고, 이는 국민의 식량배급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이 모든 것을 김일성의 후덕함에서 나온 것으로 믿게 만들 수 있었다.

(48)

북한으로 수입되는 메르세데스, BMW, 렉서스 차량도 김씨 집안만을 위한 게 아니다. 정부 관리 상당수가 이런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유리창에 짙은 색을 넣은 검정색 차량을 선호한다. 고위 공무원의 차는 ‘727’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달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 밖에 평양의 많은 부자 사업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북한사람까지 도 고급 외제 차량을 갖고 있다. 자수성가해서 갑부가 된 이들이야말로 중국에서 들어와 비싼 가격에 팔리는 렉서스를 몰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한 취재원은 김씨 집안이나 다른 엘리트 집안에 연결돼 있지 않은데도 실 자산이 1000만 달러가 넘는 사업가도 있다고 전했다. 새로 생겨난 민관 합작 사업 유치 게임에서 수완을 발휘해 부를 모은 신흥 자본가 엘리트 중 한 명일 것이다.

(72)

최근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시내에서 태블릿 발견하기놀이를 즐긴다.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서 중국에서 구입한 태블릿은 재미있는 장난감이자 신분의 상징이다. 이른바 평해튼의 젊은 거주자들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북한 정부도 개발에 착수해 독자 모델인 안드로이드 태블릿 삼지연을 생산했다. 하지만 삼지연은 진정한 북한산은 아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이고 내부 회로는 중국 회사 예콘에서 가져왔다. 가격은 200달러인데, 평양 무역박람회에서 한 대를 구입한 소식통은 앵그리 버드 PDF 파일 리더, 미리 내려받은 전자책 약간이 갖춰진 상태였다고 설명한다. 기능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태블릿과 비슷한데, 한 가지만 예외다. 삼지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이 없다. 와이파이는 북한 내부에서 전혀 쓸모가 없는 사양이기 때문이다.

(86)

이런 흐름과 함께 가는 것은 김정은 정부가 여가와 스포츠 활동에 새로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강경한 선군 이미지로 유명했던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국가의 선전은 번영과 심지어 즐거움에 기초한 이미지를 선전하는 쪽으로 얼마간 옮겨 갔다. 이런 경향은 김정은이 총애하는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미식 스키리조트이지만 그 밖에 테마파크와 3D 영화, 돌고래 쇼를 하는 시월드같은 물놀이공원도 있다. 이런 경향은 의심의 여지 없이 김정은 자신의 보다 젊고 친근한 개인 성향에 부합한다.

(103)

사실 지금 현재 누가 북한을 책임지고있는지는 말하기가 어렵다. 확실히 김정은 막강하다. 김씨 일가의 다른 개인도 힘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북한에서 절대적이지 않다. 그들 외에도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 구축한 막후의 권력 구조가 존재한다. 그런 구조 위에 김정은 자신도 제한된 권위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 권력 구조의 명칭은 조직지도부(OGD). 장성택의 처형을 김정은의 단독 결정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 일로 인해 조직지도부가 얻을 게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동시에 조직지도부는 일반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장도 없는 조직인 데다, 여기에 혼란을 더하는 점은 조직원 중 일부는 진짜 조직지도부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125)

장성택이 제거되자 수천 명의 사람이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지도자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협소해진 미래 전망에도 적응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장성택이 처형된 충격적인 방식 또한 그의 라인에 속한 고위 인사 일부에게는 생생한 두려움을 주입했을 것이다. 이것은 라인의 불안정과 내부 다툼은 물론 이탈의 가능성도 증가시킨다. 장성택을 제거한 세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장성택의 숙청이 시작됐을 때 김정은은 실제로 북쪽 지방 양강도 삼지연군에 있었다. 삼지연은 백두산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북한 신화에서 중요한 곳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김씨 가문은 백두혈통을 잇는 것으로 소개된다. 삼지연은 비상시에 김씨 가문 일원과 고위 엘리트 들이 집결할 수 있는 요새 지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국경이 바로 옆에서 있기 때문에 정말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지도자와 가족은 걸어서 북한을 탈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숙청이 벌어지던 동안 삼지연에서 김정은과 함께 있었던 인물 중에는 황병서 당시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가까운 조직지도부 일원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이 있었다.

(179)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단 당신을 소환하면 인생은 영원히 바뀌고 만다. 그 시점에 이르면 당신은 사실상 어떤 반국가 활동을 한 정치범으로 확정이 된 것이다. 기적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개입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당신은 약식 공개 재판에서 죄를 자백하게 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다. 그 후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족도 따라갈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정은 국가안전보위부가 내린다. 적정한 혹은 투명한 법적 절차라는 것은 없다.

(195)

김정은의 아니 리설주는 일종의 유행 선도자다 리설주의 스타일은 평양의 신흥 부유층 여성의 전형이면서 지나치게 현란하지는 않은 수준이다. 흥미롭게도 리설주는 가끔씩 공식 행사에서 김일성 배지를 달아야 할 자리에 브로치를 단다. 또한 바리 정장을 입고, 심지어 하이힐도 신는다. 하이힐은 북한에서 최근까지도 문란하다는 이미지를 주었지만 이제는 여성성을 나타낸다. 리설주는 최고 지도자의 부인인 데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기 때문에 의상에 관한 한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모란봉악단 역시 비슷하다.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것으로 알려진 악단의 단원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건 주민들도 옷차림에서 덜 보수적이어도 된다는, 사실상의 청신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

북한 사람이 한국 사람을 멋있어 하고 따라 하고자 하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반정부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북한 사람도 한국 사람이 키도 크고 잘생겼으며, 자기네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의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논평가들은 북한이 개방을 하게 되면 북한 사람이 한국의 우월한 삶의 질에 대해 알아 버리게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로서는 경제개혁을 결코 추구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바로 북한 주민의 정권 전복 의지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북한 사람은 정권 전복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252)

동시에 북한이 처해 있는 보다 광범위한 지정학적 환경이 놀랄 만큼 잘 균형 잡혀 있다. ‘미치광이평양이 한국이나 심지어 미국에 핵공격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그런 자살 공격을 고려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한국 역시 북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분명한 동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중국의 현상유지 지지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북한 정부를 불만스럽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북한을 한계점까지 몰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수년간 계속된 제재에도 평양에 사치품이 넘쳐나고 나아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53)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기 혹은 중기적으로 볼 때 북한에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현 정권 지배하에서의 점진적은 국가 개방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윤을 추구하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봉건적이고 전통적인 사회주의 낙원북한은 오래전부터 바깥세계를 놀라게 할 힘이 있었다. 앞으로 10~20년 후 북한이 어떤 모습일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때까지 우리는 당혹감과 희망이 뒤섞인 심정으로 계속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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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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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김유정 문학상 수상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상 수상자가 황정은이라는 젊은 작가였어. 그 수상집을 통해 알게 된 황정은이라는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만 보면 회사의 상사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어. 계속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말이잖아.

이 소설은 3명의 젊은이들, 즉 소라, 나나, 나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 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래서 소설 제목을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고, 나기는 소라의 친구야.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해줄게.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삶이 순탄대로가 아니고, 절망과 희망을 오가면서 살아가지만, 그들이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는 것처럼 희망을 계속 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1.

소라와 나나는 자매란다. 그들의 아빠는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이후로 엄마와 셋이 살았어. 그런데 엄마 애자는 남편이 죽고 난 이후 절망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했어. 어린 소라와 나나가 있었지만, 엄마 애자는 정신적으로 강하지 못했어. 집을 나가기 일쑤여서 소라와 나나는 둘이 끼니를 해결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어렸어.

그들에게 구원이 되어 준 것은 옆집 사는 순자씨였어. 순자씨가 도시락도 싸주고, 밥도 같이 먹고 보살펴주었어. 순자씨도 남편을 잃고 아들 나기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어. 어린 시절 소라와 나나는 나기의 집에 거의 지내다시피 했어.

그리고 어른이 된 소라와 나나. 엄마 애자는 요양원에 있고, 소라와 나나는 둘이 지내고 있어. 소라는 조그마한 건설회사의 경리로 일하고 있어. 어느날 소라는 이상한 꿈을 꾸었어. 태몽 같은자신은 아닌 게 확실하고며칠 그 꿈만 생각하다가 혹시 나나한테 물어보니, 나나는 그렇다고 했어.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같이 병원에도 갔고, 새로운 생명의 심장소리를 들었지. 소라는 이후 나나의 몸조리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나나는 오히려 신경질을 부려서 뜻하지 않게 둘은 다투고 한동안 말도 안했어.

2.

첫번째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이는 소라이고, 이번에는 나나란다. 책차례를 보면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다시 나나로 이어져. 나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기 오빠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나기 오빠가 나나를 여자로 보지 않았지. 그리고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세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어찌하다 보니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결혼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그러나 모세는 임신을 했으니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회의 관습으로 봤을 때 모세의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지. 나나도 모세의 그런 생각에 딱히 거절하지 않았어. 나나는 모세의 집에 찾아가 모세의 부모를 만났어. 무거운 집안 분위기알 수 없는 괴리감. 분명 부모님과 아들이 함께 있는 가족이지만…. TV를 보면서 간간이 던지는 대화가 전부인 가족. 모세의 아버지는 여전히 요강을 사용하시고, 그 요강을 쓰지도 않는 모세의 어머니가 치우고, 그런 것을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부니까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세…. 그런 것을 본 나나는 이해를 못했어. 그래서 그런 모세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모세는 난리가 났지.. 그게 말이 되냐고아이를 생각하라고하지만, 나나는 결심을 굳혔어. 애초에 임신을 했다고 해서 그걸 빌미로 결혼을 할 생각도 없었거든.

소라도 나나의 결심을 듣고 나서, 왜 아이는 낳으려고 했냐고 물어봤어. 나나는 태몽을 하도 많이 꾸어서 이 아이는 세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소라는 나나의 결정을 존중해주었어.

나기 집 연례행사가 있어. 남은 김장 김치를 가지고 만두를 만드는 일이야. 소라와 나나도 해마다 그 일을 도와주었어. 이번 해에도 다같이 모여서 만두를 만들었지. 나나가 잠시 슈퍼마켓을 다녀오는 사이에 모세가 나기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모세는 나나의 파혼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찾아온 것이야. 나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나나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는데, 소라가 나와서 이를 막으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단다.

.

3.

나기는이라고는 포장마차를 하고 있었어. 아빠는 나기가 소라나 나나를 좋아하고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나기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단다. 중학교 때 알게 된 같은 학교 아이를 좋아했어. 그런데 그 아이가 이성이 아닌 동성이었어. 그래, 나기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어.

나기가 사랑하는 아이는 중학교 때 안 좋은 길로 빠져들어 불량 서클에 가입을 해서 패거리들이 나기를 때리기도 했지만, 나기는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했어. 시간이 지났고, 그 아이로부터 연락은 끊겼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

나나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기는 나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단다. 모세가 자신의 집에 와서 난리를 치고 난 후 며칠 뒤, 모세가 나기가 하는 포장마차에 찾아왔어.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하려고 했지. 그러면서 모세는 오해를 하고 있더라구. 나기가 나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나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나를 다신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을 뿐이란다. 여전히 나기는 자신의 첫사랑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4.

마지막으로 나나의 짧은 이야기로 끝을 맺었어. 미혼모가 되기로 결심한 나나. 뱃속 아기와 대화도 자주 나누고, 자신의 호칭을 엄마로 부르는 게 익숙해졌어. 어렵겠지만, 나나는 희망을 꿈꾸기로 했어. 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날이 밝아온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새벽의 여명만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 거야. 자신의 삶에도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거야.

그리고 책제목으로 끝을 맺었단다.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소설은 끝이 났어. 소설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실은 냉혹한데, 아무런 백도 없고 돈도 많지 않은 소라와 나나의 자매는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어린 아이까지 있는데 말이야. 이런 이들까지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어서 빨리 되어야 할 텐데앞으로 그런 나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자꾸나.

황정은의 장편소설은 처음이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구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9)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는 것 하나 기억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라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몸?
들었다가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57)
좋은 것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호들갑이지.
좋은 것들이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탄하고 칭송하는 거란다.
별로 없어, 좋은 건.
그러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살아서는 안되는 거야.
기대하고 기대할수록 실망이 늘어나고, 고통스러워질 뿐인 거야.

(122)
무섭지 않아? 하고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나나는 무섭지. 아직은 실감이고 뭐고 부족하지만, 무서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모르니까 감당하겠다고 마음먹었어. 각오하고 있어. 각오가 필요할 정도, 라고 생각하면 조금 비장해지지만 그래도 각오하고 있어. 실은 얼마큼 각오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도대체 뭘 각오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라서 자신감 같은 것과 더불어 호흡마저 희박해지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오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160)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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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너는 학교 다닐 필요가 없다. 본디 학교의 목적은 미래가 없는 아이들이 보호령을 위해 일할 나이가 될 때까지 맡아서 놀리는 것뿐이지 않니. 너 정도 지위의 아이들은 가정교사를 두면 되는데, 왜 그런 기본적인 특권을 마다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구나. 네 어미도 그걸 가지고 끝없이 잔소리를 해대는데. 어쨌든 간에 네가 안 온다고 신경 쓸 사람은 없다.”

(93)

괴물은 또 이 말들이 딱 들어맞아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설명해 주기를 바랐어. 그래서 입을 열었더니 시가 나왔어.

둥글고 노랗고, 노랗고 둥글다.” 괴물이 말했고, 그러자 해가 생겨나서 머리 위에 떴지.

파랗고 희고 검고 잿빛이고 동틀 때는 색이 터져 나온다.”

괴물이 말했어. 이렇게 해서 하늘이 생겼어.

삐걱거리는 나무, 부드러운 이끼, 속삭이고 살랑이는 녹색, 녹색, 녹색.” 괴물이 노래했어. 그게 숲이 되었지.

우리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습지가 노래로 불러 만들어냈어. 그래서 습지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는 습지를 사랑하지.

마녀가 습지에? 말이 되니.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144)

시인이 말하기를 조급함은 작은 존재의 것이다. 벼룩, 올챙이, 초파리 같은. 우리 루나는 초파리보다 훨씬 뛰어나잖아.”

(296)

누구나 단 한 가지만은 아닌 거야. 나는 글럭이야. 나는 네 친구야. 나는 루나의 가족이야. 나는 시인이야. 나는 창조자야. 나는 습지야. 하지만 너한테 나는 그냥 글럭이지. 너의 글럭. 그리고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하고.”

(323)

도서관도. 지식은 강력한 힘이지만, 지식을 가두고 감춘다면 끔찍한 힘이 되어 버려. 오늘, 지식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는 거야.” 에신은 윈과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탑을 돌아다니며 잠긴 문을 모두 열었다.

(382)

엄마에게 마법이 있었다. 루나는 느낄 수 있었다. 루나의 마법과는 다른 종류였다. 루나의 마법은 뼈와 조직과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 있었다. 엄마의 마법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바구니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동사니 같았다. 달그락거리는 부스러기와 조각들. 그래도 루나는 엄마의 마법을 느꼈다. 엄마의 갈망과 사랑도.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그게 루나의 몸 안에서 솟구치는 힘을 더 대범하게 해 주었고 넘치는 마법의 길을 이끌어 주었다. 루나는 엄마의 손을 더 꼬옥 쥐었다.

(383-384)

. 지식이라는 게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란다. 네 몸, 네 심장, 네 생각에서도 나오지. 가끔은 기억에 저 나름의 생각이 있을 때도 있어. 우리가 만든 공기방울이 꽃을 안전하게 지켜줬지. 생각나? 공기방울을 만들어. 공기방울 안에 또 방울을 만들고, 마법의 공기방울. 얼음의 공기방울. 유리와 철과 별빛의 공기방울. 습지의 공기방울. 중요한 건 재료가 아니라 의도란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하나씩 그려봐. 집 둘레에, 텃밭 둘레에, 나무 둘레에, 농장 둘레에. 마을 전체에 두르고, 자유도시의 마을들도 둘러. 공기방울과 공기방울과 공기방울들. 둘러싸. 지켜. 우리 셋이서 같이 네 마법을 쓸 거야. 눈을 감으면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 줄게.”

(395-396)

심장은 별빛과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바늘 같은 그리움은 어둠 속에 사라진다.

끊기지 않는 화음이 무한과 무한을 잇는다.

내 심장이 네 심장에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 우주는 팽창한다.

그러는 동안 사랑의 신비가 드러나고

다시 또다시, 너의 신비 속에서.

나는 떠난다.

나는 돌아온다.

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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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주역이라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많은 학자들이 주역에 매달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현대에 와서는 서양의 유명한 학자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이야기 들었어.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역이라고 하면 운세를 보는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단순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능력만 있으면 한번 알고 싶은 책그것이 바로 주역이란다.

시중에는 참 많은 주역에 관한 책들이 있지만, 시간을 내서 오랫동안 공부할 생각이 아니라면 선뜻 읽기란 쉽지 않은 책들이야. 우연히 알라딘 북플이라는 독서 어플에서 알게 된 책이 바로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이라는 2권짜리 책이란다. 그 중에 첫 번째 책을 읽었어.

지은이는 김승호라는 분인데… 이 분은 50여 년 전에 처음 주역을 접하고 평생 주역을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대. 당시 과학도였던 그는 과학으로 주역의 개념을 정리하려고 했다는구나. 그는 주역과 함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그리고 주역을 공부한 지 50년이 흐르고, 쉽게 주역 공부에 입문할 수 있도록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하는구나. 공자는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다는 하는데, 그러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만큼어려운 주역… 지은이는 어렵지 않다면서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권하더구나.

이 책은 그야말로 주역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인 듯 했어. 이 책을 통해 주역에 관심을 갖게 되면 더 깊이 있는 책을 찾아나서면 될 것 같더구나. 아빠는아직 그런 준비와 시간과특히 능력이 안되어있단다. 그래서 맛만 느껴 보는 수준…

 

1.

주역이란 한마디로 만물의 뜻을 밝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리고 그 뜻이 애매하면 안되고단순하고 분명해야 한다고 해. 어쩌면 이 세상의 만물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라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역을 이야기하다가 보면 8, 64괘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것의 근본은 음양에서 시작한단다. 1698년 주역이 서양에 처음 전해진 이후, 라이프이치는 주역의 음양을 보고 2진법을 고안해 냈다고 하는구나.  2진법은 나중에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말이야.

음양… 그럼 음양이란 무엇인가. 음양이란 것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시간도 없고공간도 없어 극도의 대칭성을 유지하는 상태, 그것을 태극이라고 한단다. 우리나라의 국기의 이름 태극기에는 그런 뜻이 있는 거야. 그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세상은 생겨난 것이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의 발생도 비슷한 것이야. 무의 상태에서 빅뱅이라는 대폭발 이후 우주가 발생했잖아. 아무 이유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했는데이런 것을 주역에서는 ‘양’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세상은 평등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양을 없애거나 도와주려는 다른 형태가 생겨나는데 그것을 ‘음’이라고 하는 거야. 양과 음은 끊임없이 조화를 이루려고 하면서 세상은 변하게 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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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자발적이라는 것은 제멋대로아무 이유 없이우연히그냥자유롭게 생겼다는 뜻이다이것을 주역에서는 양이라고 하는데모든 것은 양 이후에 존재하는 것이다양은 다른 말로 천()이라고 하는데천은 역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법칙은 천 이후에 생겨났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닐 때는 평등했는데양이 생기고 불평등해지고 말았고그것을 다시 평등하게 만들려고 음이 생겼기 때문이다음은 양을 없애거나 또는 도와줌으로써 평등하게 하는 작용이다양이란 이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려는 성질을 말한다즉 대칭성 파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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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등하고 안정한 상태는 우주가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인데, 이런 천지 이전과 합일하려는 행위를 ‘道를 닦는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주역에서는 이런 인위적인 행위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만들어진 세계의 섭리를 말하는 것이래.

주역이 뭐라고? 세상 온갖 만물의 뜻을 이해하려는 것.. 알겠지?

 

2.

앞서 태극에서 음과 양이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그리고 음양으로부터 4상이 만들어지고, 4상으로부터 8괘가 만들어지는 거야. 그걸 쉽게 그리면 아래와 같단다.


한의학과 명리에서는 오행이라는 말을 쓰는데, 사상까지는 똑같고사상에 원점이라고 하는 土를 포함한 것이래. 사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머지들을 통틀어 土라고 하는 거지. 그런데 오행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하여 주역에서는 8괘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는구나.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4상에서 양과 음이 하나씩 추가된 모양이야.  8괘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좀 이따가 이야기해줄게.

..

음양에 대해서 좀만 더 이야기 보자꾸나. 아무래도 음양이 기본이 되니까 말이야.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의 태극에서 음과 양이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과학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던 원시에서 우주가 처음 생겨나면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생겨났어. 마치 음과 양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 두 가지가 관련이 있는데시간은 양으로 공간은 음이 된단다. 시간과 공간을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듯이 음과 양도 떼어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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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주역에서 시간은 양으로 분류된다양이란 저 먼 곳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저 먼 곳이 바로 양이기도 하다이에 관한 것은 뒤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지금은 시간이 먼 곳에서 발생하여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에만 주목하면 된다이곳은 음이다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공간이 음이다양이란 음이 있으면 그것을 파헤치는 성질이 있다그래서 시간은 현재를 향해서 오고 있는 것이다공간은 시간의 힘을 얻어서 미래를 향해 작용을 시작한다우주에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현상도 없어진다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이 있으면 공간이 있고 공간이 있으면 시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그래서 시공(時空)이란 단어가 생겨났다이는 시간과 공간이 한 덩어리라는 뜻이다둘을 절대로 떼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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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팔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꾸나. 8괘는 아래와 같이 여덟 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괘는 연못 같은 것으로 담고 있는 것을 의미한대. 그릇조국도 이 괘에 해당해. 연못을 생각하면 고요함이 떠오르기 때문에침착한 성품도 이 괘에 해당하고, 동물에서는 호랑이고양이의 침착한 성질도 이 괘에 속해. 그리고 자식의 마음을 다 담아주는 어머니도 이 괘라고 하는구나.

☴괘는 바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들의 의미해..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비행기도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 괘에 해당하고, 소식이나 새로움유행도 이 괘와 관련이 있다고 해.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지도자 타입의 사람도 이 괘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어. 살랑살랑 바람의 부드러움이 연상되는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도 이 괘라고 하는구나.

☶는 산처럼 무엇인가 막는 것을 의미한대. 우산방패직장.. 그리고 아버지…. 굳건한 것을 생각하면 되고, 삼국지의 관우 같은 사람도 이 괘에 해당하는 사람이야.

☳는 자동차탱크처럼 덩어리가 육중한 것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해. ☴도 움직이는 모양이긴 한데 그 움직임이 달라. ☴는 가볍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움직임이지만, ☳는 독수리나 군인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돼. 법관이나 법령도 이 괘에 속하고 위엄 있는 모습도 이 괘라고 생각하면 돼. 지금까지 4가지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아빠가 이해한 것보다지은이가 잘 정리해준 것이 더 좋을 듯 싶어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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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4가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와 ☶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만 강약이 다르다☴과 ☱은 움직이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잡다한 사물에 직접 뛰어들어서는 보이지 않는다한발 물러나서 사물끼리 비교하면서 접근해야 한다이미 비교할 매뉴얼은 충분히 갖추어진 셈이다.

한 번 더 적용을 해보자사업의 시작은 무엇인가그것은 ☳이다목표를 가지고 움직여가기 때문이다태어남이란 무엇인가☳이다삶의 강력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죽음은 ☶이다모든 것이 정리되기 때문이다인생에서 ☴은 무엇인가이리저리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은 결실을 얻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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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딘가에 담겨 있는 것들… 가만히 놔두면 흩어지는 것들.. 어린아이군중국민가루감정어둠혼돈무질서 등... 대충 어떤 이미지인지 알겠지? 이것과 반대로 ☲는 질서를 의미하고 불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돼. 어른의 마음희망 등을 의미한단다.

이렇게 8괘 중에 6개의 괘를 살펴보았는데, 이 여섯 개의 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만물과 매칭을 시킬 수 있다고 했어. 그럼 나머지 2개는 뭐냐면…. 바로 하늘과 땅이란다. ☰는 하늘 자체와 하늘과 비슷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은 땅 자체과 땅과 비슷한 것들이 이야기한대..

이렇게 간단하게 8괘를 이야기했는데, 8괘들이 모여서 또다시 64개의 괘상을 만들게 되는데, 주역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64개의 이름과 뜻은 알아야 한다고 하는구나. 물론 그것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있대.. 각 괘상들은 반대 성향을 나타내는 괘상들이 있어서.. 하나를 알면 반대 성향의 괘상은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야. 대충 이 정도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게.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깨달음의 실천편>이라는 책도 읽었어. 이 책과 내용은 유사하고, 64괘 중 중요한 몇 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것은 그 책에 대한 독서편지에서 다시 이야기해줄게. 그럼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마.

 


(25)

범주란 결국 만물을 다루는 이론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규명)할 수 있는 이론을 알 수 있다면, 이로써 최상의 지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다. 이미 우리의 선현들은 많은 연구를 거듭하여 그 윤곽을 밝혀놓았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이론들을 점검해볼 때가 온 것이다.

(28)

오행을 인체에 적용해보자. 모든 동물은 같은 종류의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심장, 폐, 신장, 비장, 간장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호랑이나 염소, 황소, 돼지, 늑대, 고양이 등 모든 동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아마 저 먼 우주의 동물이라 해도, 지구의 동물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오행 범주에 해당하는 장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심장은 화, 폐는 금, 신장은 수, 비장은 토, 간장은 목이다. 이는 동물이 만들어질 때 처음부터 오행을 사용해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개미나 파리도 심장이 있고 악어나 황소도 심장이 있다. 이는 만물이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닌가?

(49)

주역은 오늘날에 와서는 중국의 고대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자연계를 연구하는 최고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주역을 모르면 세상을 모른다. 부베 신부의 첫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었다. 융이나 아인슈타인, 보어 등도 주역을 알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세상의 지혜’를 찾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130)
이 대목은 주역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모르면 주역의 세계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다시 살펴보자.
☰ à 하늘 같은 어떤 것
☷ à 땅 같은 어떤 것
☲ à 불 같은 어떤 것
☵ à 물 같은 어떤 것
☴ à 바람 같은 어떤 것
☳ à 우레 같은 어떤 것
☱ à 연못 같은 어떤 것
☶ à 산 같은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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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홍타이지의 불만은 이어졌다. 홍타이지가 특히 맹렬히 비난한 것은 공유덕, 경중명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들이 귀순해 올 때 조선이 명을 도와 그들을 요격하려고 시도했던 것은 전쟁의 단초를 여는 행위였다고 규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 신료들을 비난하고 조롱한 점이다. 그는 인조의 신료들을 가리켜 책은 읽었지만 백성과 나라를 위해 경륜을 발휘할 줄은 모르면서 한갓 허언(虛言)만 일삼는 소인배들이라고 매도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그들 서생(書生)들이 10년간 이어져온 화의를 폐기하고 전쟁의 단서를 열었다고 비난했다.

(60)

정온은 청과 결전을 벌이자고 강조하면서 인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진정으로 오랑캐와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반정공신들이 거느리고 있던 정예병들을 원수에게 배속시키라고 요구했다. 정온은 온 나라의 정예병과 무사가 전부 반정공신들 휘하에 배속되어, 평소에는 그들의 농장을 관리하다가 유사시에는 호위를 핑계로 전장으로 가는 것을 피하고 편안함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정묘호란 당시에도 멀쩡한 정예병들이 적과의 싸움은 기피한 채 강화도에 머물면서 내란이 있을까 걱정스럽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헌부 관원들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정예병이란 정예병은 모두 반정공신 휘하 군관들에게 소속되어 사병처럼 부려지고 있는 현실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79)

대국 명조차 자신에게 벌벌 떨고, 막강한 차하르 몽골까지도 항복했는데 소국 조선은 끝까지 자신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것은 홍타이지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뻣뻣한 태도는 공유덕을 비롯한 한족 출신 귀순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명의 번국인 조선도 끝까지 고개 숙이기를 거부하여 명에 대한 의리를 배반하지 않았는데, 명의 신료들이 먼저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럴 경우, 한족 출신 귀순자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었다. ‘남조에 본보기를 보이려 한다는 대목에서도 그러나듯이 홍타이지는 인조를 불러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려야 할 절박함을 갖고 있었다.

(181)

인조는 반정이라는 비정상적인 정변을 통해 추대된 임금이었다. 인조를 옹립했던 시하들은 분명 광해군보다는 훨씬 나은 임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인조가 산성에서 나가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을 경우, 그를 추대한 신하들은 인조의 처참한 몰골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쫓겨난 광해군에게 문제가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그래도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명분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신하들이 나를 과연 임금으로 계속 떠받들어 줄 것인가?’ 인조로서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시나리오였다. 인조가 홍타이지에게 출성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던 데에는 이 같은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281)

인조는 반정을 통해 추대된 임금이라 훈신들의 입김에 밀려 왕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애초부터 안고 있었다. 실제로 1629 7, 인조는 조정 신하들에게 압제를 받고 있다며 자조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병자호란 이후 확 달라졌다.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친청파로 변신했다. 하지만 변신이후에도 청이 입조론과 왕위교체론을 흘리며 압박해오자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렸다. 소현세자의 급사, 왕세자의 교체, 원손 지위의 박탈, 강빈의 사사 등이 그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인조와 소현세자를 이간시켜 충성 경쟁을 부추겼던 청의 획책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나아가 병자호란이, 역설적이지만, 인조가 추대된 임금이라는 정치적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364)

1633년 명의 반장 공유덕과 경중명 등이 전함과 수군을 이끌고 후금으로 귀순했던 이후 인조 정권이 보였던 태도 또한 유사했다. 당시 명과 조선이 공유덕 등의 귀순을 저지하지 못함으로써 후금은 분명 수군과 전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인조 정권은 이 사실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후금이 수군과 전함을 운용할 수 있게 된 이상, 유사시 조선이 피난처로 생각하고 있던 강화도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이후 조정에서 어떤 대책이 제시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인조와 신료들은 여전히 강화도로 들어갈 궁리만 했고,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 방어를 책임졌던 김경징은 청군이 날아서 건너오기 전에는 절대로 안전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전쟁 이전 청이 너희는 보나마나 유사시에 강화도로 들어가려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음에도 말이다. 급기야 1637 1 22, 청군은 전함을 동원하여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강화도를 함락시켰고, 강화도가 무너지면서 남한산성도 무너지고 말았다.

인정 정권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략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아예 사실 자체를 망각했다가 커다란 비극을 불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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