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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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01 6 26.

이 날이 무슨 날이냐고? ^^ 조정래 님의 대하소설 아리랑 1권을 읽기 시작한 날이란다. 아빠가 책을 읽을 때 읽기 시작한 날을 책의 앞면지에 적어두어서 그 날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란다. 2001 6,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기를 썼으면 좋았겠는데, 그 당시에는 일기나 다이어리 정리를 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잘 모르겠구나. 2001 6월이면 회사 들어간 지 얼마 안된 시점이고, 친구들과 함께 자취를 하던 시절이구나. 그렇다면 그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고 있을 확률이 높겠구나. ^^

그때 읽고 나서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이번에 책을 다시 펴보니 책이 누렇게 다 바래 있구나. 하기여 20년의 세월이 어디라고책날개에 있는 사진 속 조정래 님도 참 젊으시구나. 작가도 늙으시고, 독자도 늙고, 책도 늙고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구나. 작년에 강준만 님의 <한국 근대사 산책( 10)>을 읽고 나서, 그 시절을 소설로 이야기한 조정래 님의 <아리랑( 12)>이 생각나서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찾아 꺼내든 것인데, 만감이 교차하고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구나. 이것도 책의 힘이 아닐까 싶구나.

아빠가 <태백산맥>은 두 번 읽고, 필사하면서 한 번 더 읽어서 세 번을 읽었는데, <아리랑>은 이번이 두 번째 읽는 것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0여 년 전에 읽어서 굵직한 이야기만 대충 생각이 난단다. 그 당시에는 메모를 안 하고 읽었는데, 이번에는 메모도 하고 줄거리도 잘 적어놓아야겠구나. <아리랑> 1권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인데, 조정래 님의 <아리랑>은 정말 훌륭한 소설이자 역사서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당시의 사건 사고와 인물 구성을 어찌 이렇게 잘 구성을 하셨는지

, 그럼 아리랑 1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1

아리랑은 모두 12권이고 4부로 되어 있단다. 1, 2, 3권은 제 1 , 한반도라는 제목이란다. 1권은  1904년 김제 죽산면이라는 마을에서 시작한단다. 감골댁의 남편은 동학혁명에 참여했다가 병이 들었고 그 병을 고치려고 빚까지 지면서 약을 먹었지만 그만 죽고 말았어. 그 빚을 갚기 위해 맏아들 방영근은 하와이로 이민을 가게 되었어. 하와이에 가면 20원을 준다고 해서 빚 18원을 갚고, 남은 2원으로는 동생 보름이를 시집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말이 이민이지, 하와이로 가는 것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단다. 하와이에 도착을 했더니, 노예보다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어. 1년 먼저 온 사람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들은 돈에 팔려 하와이에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지. 그들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고, 조금만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감독관이 채찍질을 해댔어.

그들이 하는 일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것인데, 방영근의 동료 주만상은 사탕수수 가시에 찔렸다가 치료는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상처가 덧나서 죽고 말았단다. 그렇다고 탈출을 할 수도 없었어. 외딴섬 하와이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지. 하와이 이민은 불법 노동력 착취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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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하와이 이민은 노동력 충당을 위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협회에서 주한미국공사 알렌을 통해 교섭하게 한 것이었다. 고종은 1902 11월에 수민원(綏民院)을 설치하게 하고, 12 22일 인천항에서 121명을 떠나 보냈다. 그러나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인 수민원은 처음부터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었다. 이민자 121명 중 반 이상이 미국 선교사 존스의 <대한사람이 인간의 천국인 미국에 이민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요 하나님의 은혜>라는 설교에 회유된 영동교회 교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도 여러 선교사들이 각 개항장을 중신으로 사람들을 모집하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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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로 팔려가면서 돈 20원을 받았고, 18원은 빚 갖는데 쓰고 2원은 동생 결혼 비용으로 쓰려고 했잖아. 그런데 그 2원을 대륙회사에 다지는 장칠문이라는 자가 중간에서 꿀꺽했단다. 감골댁의 이웃 지삼출이 이를 따지러 갔다가 장칠문과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고, 그 일로 지삼출은 일본 헌병대에 끌려가 철창 신세가 되었어. 통변이 와서 감옥 말고 철도 공사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꼬셔서 지삼출은 철도 공사하는 곳에 끌려가서 일하게 되었단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자원을 일본에 빼돌리려고 철도를 개설하고 있었거든.. 철도 공사를 한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지삼출처럼 끌려와서 일을 했단다.


2.

<아리랑>의 주요 배경은 김제와 군산이란다. 호남평야에서 걷어들인 쌀과 곡식을 일본으로 빼돌리기 위해 군산항을 이용하면서 일본사람들이 많이 살게 되었단다. 지은이 조정래 님께서 군산을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군산을 제대로 가본 적은 없지만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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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포구에 바닷물이 가득 실려 있을 때 군산 쪽에서 바라다보면 건너편의 낮춤한 산줄기는 바닷물에 그대로 비쳐드는 듯한 정취를 자아냈다. 섬들을 품고 서쪽으로 펼쳐진 바다, 아슴하게 멀고 긴 수평선, 그리고 그 산줄기는 서로 어우러져 그지없이 아담하고 고운 풍광을 이루고 있었다. 그 풍광은 어느 때나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겨 머물게 하는 힘을 지녔지만 특히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치장할 때는 따로 있었다. 물안개가 잠포록이 끼었을 때, 노을이 자욱하게 피어나는 이른 아침이면 그 풍광은 한없이 신비스러웠고, 노을이 황금빛 현란함으로 타오를 때면 그 풍광은 더없이 황홀했으며, 빛이 사위어가는 달이 적막 속에 기울어져 가고 있을 즈음이면 그 풍광은 그지없이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비가 내리는 날은 비가 내리는 대로 애상적이었고, 눈이 내리는 날은 눈이 내리는 대로 허무적이었다.

그리고 산줄기는 끊긴 듯 이어진 듯하며 동쪽으로 어미줄기를 찾아 뻗어가고 있었는데, 그 오른쪽으로 들판이 널따랗게 펼쳐져 나갔다. 바다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 그 벌판 가운데로 기다란 몸짓을 지으며 유유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금강이었다. 몇백리인지 모르게 굽이굽이 흘러내린 금강이 제 몸을 바다에 풀어 맡기는 지점에서 오른쪽 포구에 장항이 자리잡았고 왼쪽 포구로 군산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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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자리 잡은 일본 사람들과 일제 앞잡이들이 논을 야금야금 사 모으기 시작했어. 일본인들은 만경과 김제의 논을 시세보다 비싸게 주다 보니 잘 모르는 농민들은 그 돈을 팔고 소작 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덥석 팔곤 했단다.

그런 와중에 고문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제1차한일협약이 맺어졌단다. 이 협약으로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직접 정치를 할 수 있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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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그들이 기쁨에 넘치는 고문정치의 시작이란 제1차 한일협약이었다.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재빨리 군대를 한양에 진입시킨 다음 무력의 위협 아래 한일의정서를 조인하여 조선 안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것이 2월의 일이었다. 그 뒤로 러시아군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으며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게 되자 그들은 그 기세를 조선정부로 확대시켰다. 재정고문과 외교고문을 초빙하라는 강요였다. 결국 정부는 그 강압에 굴복하여 협정서 체결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1904 8 22일이었다. 그 협정에 따라 재정고문에 일본인 메가다가, 외교고문에는 미국인 스티븐스가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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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약 이후 전국 각지에 친일단체인 일진회가 만들어졌고, 군산에도 일진회 군산지부가 생겼는데, 군산지부의 회장을 백종두라는 친일파가 맡았단다. 백종두는 아전관리 출신으로 양반이 되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고, 일제가 조선에 들어온 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단다.  일진회의 조직은 점점 확대되었고, 앞서 이야기했던 장칠문도 일진회 간부가 되었어. 이런 친일 단체 일진회를 대항하기 위해 이준이라는 사람이 헌정연구회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는구나.


3.

친일파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지식인들도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송수익이라는 사람이란다. 송수익은 지역 주민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답변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같이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단다. 얼마 전까지 집에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쳐서 송수익 선생님이라고들 불렀단다. 그런데 학교는 일본에 의해 강제 해산되고 말았어. 송수식은 농민들이 일본 사람들에게 땅을 팔려는 것을 알고 만류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이 일로 송수익은 일본 헌병대에게 끌려가고 말았단다. 다행히 송씨 문중의 힘으로 풀려나게 되었단다. 말 한마디 했다고 헌병대 끌려가는 세상이 되었단다. 이 때가 을사늑약이 맺어지기 전인데, 벌써 이렇게 일본 헌병이 판치는 세상이었으니, 우리나라가 일제에 점령당한 것은 36년이 아니라 40년이 훌쩍 넘은 긴 세월이구나..

….

1905년에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군대가 군산으로 쏟아져 들어왔대. 더 많은 일본 사람들이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정착을 하고 있는 것이지.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일은 벌어졌단다. 을사오적에 의해 을사늑약이 맺어지고 우리나라 외교권은 완전히 일본에 넘어갔어. 그런데 을사늑약이 맺어진 것도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었단다. 나중에 장지연이 <황성신문> <시일야방성대곡>을 써서 백성들도 알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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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그런데 마침내 을사보호조약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장지연이 <황성신문>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쓴 것이다.

비분에 찬 그 글을 먼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의 가슴을 쳤고, 그런 사람들의 입을 통해 글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동양 삼국의 평화를 솔선주선하기로 나선 이토가 천만 꿈밖에 어찌 오조약을 내놓았는가. 개가죽을 쓴 우리 대신들은 일신의 영달만 위해 황제폐하와 2천만 동포를 배반하고 4천년 강토를 외인에게 주었도다. 슬프도다! 우리 2천만 동포여, 살아야 할거나 죽어야 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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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민영환, 조병세, 이명재 등은 자결을 하였고, 최익현, 임병찬 등은 의병을 일으켰단다. 송수익도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친구 신세호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의병 활동을 도모하려고 했는데, 신세호는 의병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임병서라는 사람을 소개해 주었단다. 송수익은 임병서와 함께 의병을 조직하기로 했어. 지삼출 등 많은 농민들도 의병을 하겠다고 자진했단다. 을사늑약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의병들이 많이 생겨났단다. 썩어빠진 관리들이 외교권을 넘겨주었지만, 우리 백성들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어. 저항으로 그것을 보여준 것이란다.

여기까지 1권의 대략적인 이야기란다.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거의 처음 읽는 기분이구나. 이 시절의 책을 읽다 보면 분노지수가 올라가는데, 좀 진정하면서 하면서 읽어야겠구나. 조정래 님의 <아리랑>은 쭉 12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말마다 한 권씩 읽으려고 한단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두 번째 읽는 거니까그리고 주말에 읽어야 좀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책의 끝 문장: 구성지고 눈물겹고 서럽고 사무치고 한스러운 가락을 이끌며 상여는 붉은 벌판끝으로 느리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삼출이나 감골댁이 보부상에 대해 똑같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데는 그럴 만한 연유가 있었다. 그때 갑오년에 수많은 농민들이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해서 들고일어났고, 공주까지 쳐올라간 농민군들이 신식무기를 가진 일본군과 싸우다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농민군들은 어쩔 수 없이 산으로 섬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과 관군은 먼저 산으로 들어간 농민군들로부터 뒤쫓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길잡이 노릇을 해서 수없이 많은 농민군들을 죽이게 한 것이 바로 보부상들이었다.
등짐을 하고 산길을 따라 이쪽 지방과 저쪽 지방을 문지방 넘듯 넘나드는 보부상들은 산길을 샅샅이 아는데다가, 산속의 정보 또한 신속하게 잘 탐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산을 타는 발까지 포수 뺨치게 빨라서 그런 길잡이로는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 P18

"재산을 더 모을라고 허지 마라. 땅으로 재산을 모으는 것은 결국 농부들의 살을 깎고 피를 빠는 일이다. 세상에 그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느냐. 재산을 탐하면 마음이 썩는다. 마음이 썩으면 죄짓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죄짓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가 어찌 바르게 살 수 있겠느냐. 내가 남기는 전답을 주색잡기 하지 않고 간수만 제대로 하면 네 권속 입고 먹는 것은 족하다. 재산을 탐하지 말고 바르게 살도록 마음을 가꾸기에 게을리 하지 마라. 그것이 바른 사람의 길이고, 옳은 양반의 길이다."
그 탄식을 꾸짖기라도 하듯 쟁쟁히 들려오는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 P225

임금을 호위하던 시종무관장 민영환이 할복자결을 했다. 전 의정부대신 조병세가 자결했다. 전 참판 이명재가 자결했다.
그 연이은 자결의 소문은 겨울바람을 타고 산지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배를 갈라 붉은 피 쏟으며 죽었다는 그 소문들은 그전의 어떤 소문들보다도 뜨겁고 거센 파도가 되어 사람이 사는 곳이면 퍼지지 않은 데가 없었다.
그런데, 그 소문들은 단순히 나라 잃은 비분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민영환이 흘린 피는 방을 넘치고 마루를 흘러 토방으로 떨어져 내렸는데 그 자리에 푸르른 대나무가 솟아났다고 했고, 조병세가 목숨을 끊자 그가 기르던 난초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고 하는가 하면, 이명재가 숨을 거두면서 뜰의 매화나무가 사흘 밤을 통곡했다는 것이었다.
그건 충절을 상징하는 매난국죽에 근거를 둔 이야기들이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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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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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생물학 박사이면서 대학 교수이면서 저서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과 많이 소통을 하시는 최재천 님의 인터뷰를 담은 책 <최채천의 공부>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도 최재천 님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과학 교양 서적에 관심이 많다 보니 최재천 님의 책들을 읽곤 했단다. 그리고 최재천 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의 콘텐츠도 간혹 보곤 했어.

이번에 읽은 <최재천의 공부>는 저널리스트인 작가인 안희경 님이라는 분과 인터뷰한 것을 날 것 그대로 실은 책이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두 분이 앉아서 대담하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더구나. 평생공부라는 말이 식상하지만, 우리 삶에서 공부는 아주 밀접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우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공부뿐만 아니라, 특별히 우리 생활과 관련 없는 것이지만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리고 요즘은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구나. 아빠도 이것저것 관심사가 많다 보니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지만,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사실 쉽지는 않구나. 너희들도 관심사가 있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를 하는 것 같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하구나.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의 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바로 잡기에는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 책은 최재천 님께서 평생 공부하면서 느낀 생각과 자신의 경험을 인터뷰 형식으로 적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단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시다 보니 어떤 부분은 현재 청소년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청소년들에게 공부 말고 너희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 그가 이야기하는 청소년 인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공감은 간단다. 하지만 이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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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6)

(최재천)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권 문제라고 보는데요. 청소년 시절에는 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까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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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재천 님은 서울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란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학 교육 차이가 얼마나 컸겠니. 자신이 공부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어. 미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겠니. 다 이해는 하는데, 그 경험을 오늘날 청소년이 그대로 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가끔 인터뷰 내용이 좀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고, 좀 자기자랑처럼 들리는 경우도 있어 불편했단다. 최재천 님처럼 열심히 공부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텐데, 이 책은 결국 성공한 사람의 결과론적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었단다. 그래서 이 책을 너희들에게 크게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몇몇 몰랐던 사실이나 공감 가는 내용인데 아빠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독서 편지를 대신하려고 한단다.

….

요즘처럼 할 일 많고, 하고 싶은 것 많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이들이 많을 거야. 그럴 때 최재천 님처럼 30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싶구나. 아빠가 왜 이 방법에 공감이 가냐면, 무엇인가 할 때 집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30분들 중에는 노는 시간도 있으면 좋겠고, 쉬면서 멍 때리거나 명상하는 시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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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최재천) 30분 단위로 쪼개서 일해요. 학생 상담 30, 회의 한 시간, 그 중간에 30분이 비면 원고 재검토, 그러고는 약속된 곳으로 뛰어나갑니다. 집이 연희동인데 학교까지 매일 걸어 다녀요. 연세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동산을 넘어 이화여자대학교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올라 연구실로 오죠. 10년 정도 이렇게 했어요. 3.5킬로미터를 30분 내에 걷습니다. 그 속도로 연구실에서 이대역까지 언덕을 내려와 지하철을 타고 강연장으로 갑니다. 강연이 끝나면 지하철을 타고 다시 연구실로 들어와 뒷일을 하고요. 오후 5시 반에 집으로 출발합니다. 그럼 오후 6시에 도착해요. 하루 평균 1 5천 보 정도는 걷는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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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세계에서는 선생님이 없다고 한다. 동물 세계에서는 엄마가 대부분 삶에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준대. 그것은 우리 사람들이 배워도 좋을 교육법 같았단다. 새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자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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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233)

(최재천)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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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신문이나 뉴스에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에게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문제인 것처럼 기사나 방송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단다. 아빠도 그 당시에는 그 뉴스에 공감을 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최재천 님의 글을 읽어보니, 이젠 그 당시 뉴스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왜 대학에서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하냐는 거야. 기업이 그 대학에 돈도 대준 것 없이, 대학은 세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킨 것인데 말이야. , 정확한 지적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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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최재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한때 공개적으로 불평한 적이 있었어요. 대학 교육이 엉망이라서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재교육시켜야 한다고요. 제가 신문에 이런 요지의 칼럼을 썼어요. ‘내가 알기로 외국의 유수한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아서 재교육을 시킨다. 당신들은 왜 국가의 세금으로 당신들 회사를 위한 교육까지 시켜달라고 하느냐. 그럴 거면 모든 대학생이 등록금 없이 다니도록 대학에 돈을 내라. 당신들이 다시 교육시키는 게 맞다. 세금은 내 돈이다. 왜 내 돈을 가지고 당신들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교육시켜 달라고 떼를 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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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에서 공감 가는 내용 몇 편을 소개해 주었단다. 이 책의 일부 부분에서 실망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몇몇 좋은 내용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공부는 평생 공부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자신이 관심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너희들의 노력에 응원을 해본단다.

파이팅!


PS,

책의 첫 문장: 이런 책, 꼭 쓰고 싶었습니다.

책의 끝 문장: 마음을 고르며 당신과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최재천)10년 전에 긍정심리학의 대가라 불리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 그 점이 오늘날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산업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기 힘들게 한다"라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니 시대에 발맞춰가지 못하는 교과목식 분류가 교실뿐 아니라 우리의 통치 프레임에도 깊게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 P36

(최재천)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어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최재천) 그런데, 적자생존이란 말이 부각되면서 진화에 대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다윈이 친구인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표현을 받아들여 쓴 말이 ‘적자생존’입니다. ‘적자생존’을 ‘survival of the fittest’라고 최상급으로 썼어요. 이 말이 다윈 진화론의 존폐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스펜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흥분된 마음으로 견해를 열정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저는 그를 다윈의 전도사 중에 한 명이었다고 표현하는데요.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붙이죠. 아직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한 전도사님이라고요. 그런 사람이 적자생존을 최상급으로 표현하는 사람에 우리가 무지무지 적응을 잘해야만 살아남는 것처럼 이해하게 됐어요.
- P166

(안희경)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유럽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 청어인데, 바다에서 잡은 청어는 항구에 도착하는 동안 대다수 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따라 들어온 메기가 있던 수족관의 경우 꽤 많은 청어가 항구까지 살아 있었다고 해요. ‘한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효과’로 ‘메기 효과’라는 말을 씁니다. 누군가 선생님 말씀을 언뜻 들으면, ‘공부 잘하는 아이를 위해 공부 못하는 아이가 희생해야 하는가? 성적은 낮지만, 창의력이 뛰어나거나 특기가 있는 아이들이 또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성적 중심으로 뽑는 대학 입시가 바뀔 가능성이 없는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여는 작업은 양쪽 모두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쟁에 매몰된 교육 문화를 흔들 단초가 될 것 같습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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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츠바이크 선집 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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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이라는 책이란다. 작년 말에 이 책이 신간 코너에서 소개되었을 때, 우리가 베르사유 궁전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서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가졌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빠가 몇 년 전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 그런데 비슷한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 좀 의아했지. 그런데 예전에 읽은 책은 5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고, 이번에 나온 책은 300페이지 남짓 되는 책이었단다. 그리고 예전에 읽은 책은 전기문이나 역사서로 알고 있고, 이번에 나온 책은 소설이라고 명기되어 있었어. 두 책이 다른 건가? 두 책 간의 관계를 찾아보려고 해도 잘 모르겠더구나. 이번에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가 이전 책의 개간본도 아니고 말이야. 책 소개에도 이전에 출간된 책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이 안되어 있더구나. 그렇다면 츠바이크가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책을 두 권을 쓴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일단 책 디자인도 예쁘고, 아빠가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이고 하니 주문을 했지. 책이 도착해서 내용을 좀 봤더니, 아빠가 예전에 읽은 책과 내용이 같더구나.

첫 문장을 비교해 보아도, 예전에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치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 싸우며 100년이나 끌어온 소송을 속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고 되어 있고, 이번에 읽은 <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은 수백 년에 걸쳐 벌여온 재판을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는 일과 같다.”

라고 되어 있단다. 어떠니? 동일한 원본을 번역자가 다르게 번역한 것으로 보이지 않니? 그렇다면, 두 책은 원본이 같을 것 같구나. 번역가가 다르고그렇다면 한 책은 페이지가 500페이지가 넘고, 한 책은 300페이지 남짓이며, 300페이지 남짓인 책이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한 버전으로밖에 생각이 안 되는구나. 그렇다면 아빠가 안 좋아하는 번역 스타일인데원본의 일부를 가위질한 번역…. 이 책의 정체를 알고 싶구나.


1.

그래서 이 책의 줄거리는 아빠가 예전에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고 쓴 독서 편지를

좀 베껴와야겠구나. 예전에 줄거리를 아주 상세하게 적어 놓은 것 같구나. 그것을 복사해 와서, 이번에 읽으면서 쓴 메모 중 누락되어 있는 것을 조금 보완하는 것으로 대신할게.

……….

오스트리아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막내딸답게 약간은 철부지였다고 하는구나. 영리하기는 하지만,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대. 귀여운 막내딸이니 하고 싶은 것 하게 두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런 마리는 15살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루이 16세와 결혼하여 프랑스로 오게 된단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가훈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되었어. “다른 이들은 전쟁을 하게 두어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하여 프랑스에 왔을 때 나이가 15. 15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데 가족과 떨어져 프랑스와 왔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것도 남들의 시선을 잔뜩 받는 왕세자비였으니 말이야.

남편인 루이 16세는 한 살 많은 16살이었으니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될 수도 있었으나, 루이 16세는 마리와 함께 하는 것보다 사냥 등 자신의 놀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루이 16세의 신체적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는구나. 결혼하고 나서 7년이 지난 다음에야, 외과 시술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오빠 요제프 2세의 밤자리 조언을 듣고 나서야 아이를 낳는 것에 성공했단다.

아무튼 그것은 나중 이야기이고, 결혼 직후 신혼 시절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생활을 잠시 이야기를 해줄게.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겉으로는 금슬 좋은 부부로 보였지만, 금슬이 좋다기보다 서로 맞는 것이 없어서 각자 놀다 보니 부부싸움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구나.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떤 소설가도 이런 설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단다.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도 이런 부부를 이야기하면 독자들이 억지 설정이라고 했을 것이라는 거지.. 그들이 정략결혼이 아니라면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그런 부부였던 거야.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했을 때는 루이 16세의 할아버지 루이 15세가 왕이었단다. 루이 16세의 아버지도 있었지만, 얼마 안 있다가 돌아가시고, 루이 16세는 왕위 상속 1순위가 되었단다. 루이 15세에게는 애첩 마담 뒤바리가 있었는데, 루이 15세의 세 딸들과 사이가 안 좋았어. 아버지의 젊은 애첩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 루이 15세의 세 딸들은 조카 며느리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이용하여 마담 뒤바리를 공격했어. 어린 마리는 고모들의 계략이 넘어가서 마담 뒤바리를 헐뜯는데 활약하게 된단다. 이 일은 문제가 크게 났었나 봐.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리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마리아 테레지아가 손을 써서 이 사태를 수습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어느 날 루이 15세는 천연두를 앓다가 갑자기 죽고 말았어. 1774 5 10일이었어. 루이 16세가 드디어 왕위에 올랐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가 되었지. 둘 다 준비가 안 된 왕과 왕비였단다. 루이 15세가 정치를 잘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나서 많은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기뻐했고, 새로운, 거기에 젊기까지 한 왕에 대한 기대감으로 루이 16세를 환호했단다. 오래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것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한몫을 했단다.

이제 왕비가 된 마리는 왕비에 걸 맞는 품격을 지켰으면 좋았겠지만, 결혼 전부터, 왕세자비부터 해오던 생활 그대로 노는 것 좋아하고 사치가 잘못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듯 생활했단다. 옷에 꾸미기에 정성을 다하고, 머리 치장에 정성을 다하고, 장신구에 정성을 다하는 생활이었지궁전 밖에 백성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어. 그런 마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이 은신할 수 있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숨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성을 달라고 루이 16세에게 요청을 했어. 그래서 루이 16세는 크리아농 성을 마리에게 주었고, 마리는 그곳에서 가장무도회를 여는 등 신나게 놀았어. 마리는 트리아농 성에는 밤 늦게까지 놀다가 새벽에 궁전으로 돌아가고 했다는구나. 결혼한지 오래되었는데 제대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해서 더욱 놀이와 사치에 빠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이 소문이 오스트리아까지 전해지고, 테레지아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행동 조심하라고 경고 편지도 보냈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였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마리의 오빠 요제프2세가 찾아왔단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방문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어. 루이 16세의 결혼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지시에 따라 마리 앙투아네트를 훈육하려는 것이 두 번째였어. 루이 16세와 남자 대 남자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과적 시술로 루이 16세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었단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와 결혼 7년만에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이도 갖게 되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멀리 있는 엄마로부터 조언과 충고를 받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교 모임을 그만둘 수 없었어. 심지어 연극 배우로 연극도 참여했단다. 평범한 연극이라면 모르겠는데, 루이 16세를 조롱하는 희극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연극에서 하녀 역할을 했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점 백성들의 눈밖에 났단다. 그리고 그들의 어려운 삶이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온 마리 앙투아네트의 탓으로 돌렸어. 국민밉상이 되어 버렸어.

..

국민밉상에 되는데 더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으니, 일명 목걸이 사건이었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의 사기극으로 판명이 나서, 마리 앙투아네트도 백퍼센트 피해자였지만, 백성들은 마리의 말을 믿지 않았어. 그 사건의 내막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렇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은 로앙 추기경을 속여 자신이 왕비 마리 앙투어네트의 심부름을 한다고 하면서, 로앙 추기경에게 목걸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어. 로앙 추기경이 값비싼 목걸이를 라모트 백작 부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뇌물로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었지. 중간에서 라모트 백작 부인이 꿀꺽 한 것이었어. 나중에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게 밝혀졌고, 라모트 백작 부인은 종신형을 받게 되었단다.

그런데 라모트 백작 부인은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영국으로 가서 목걸이 사건은 모두 왕비가 시킨 일이라고 거짓 회고록을 썼단다. 그렇게 라모트 백작 부인은 왕비를 중상모략 하였고, 민중들은 이 말을 믿게 되었단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더욱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이때 프랑스는 나라 빚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로 인해 백성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계속 오르고 있었고, 물가도 가파르게 올라 빵조차 사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사먹지 못하면 케이크를 사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아무튼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이 모든 것들이 왕비의 낭비 탓이라고 생각했어.

마리도 나라의 사태가 엉망이라는 것을 인식을 했는지, 유능하다고 하는 네케르를 재무부 장관으로 고용했어. 한번 고용을 했다면 그를 믿었어야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해서 그를 다시 해임시켰단다. 네케르가 그나마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사람인데, 그마저 다시 자르니,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었지. 민중은 더 이상 참지 않고, 행동을 보여주었단다.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프랑스 대혁명의 불꽃을 일으켰단다.

때는 1789 7 14. 이 일이 있고 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과 왕비의 곁을 떠났단다. 그 중에 남은 이가 페르센이라는 사람인데, 그가 남은 이유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이었단다. 페르센은 스웨덴 귀족이었는데, 오래 전 가장무도회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세자비 시절에 처음 만났었는데, 사실 그 때 둘은 첫눈에 반했었단다. 서로의 직위 때문에 사랑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페르센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잊지 위해 프랑스를 떠났지만, 세 번이나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키기 위해 다시 프랑스에 왔다고 하는구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민중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서 시위를 했어. 마음 약해빠진 왕을 노리면서 시위대 대부분을 여자들 또는 여자로 위장한 남자들로 했어. 루이 16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단다. 결국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위대의 요구로 베르사유 궁정전을 떠나 파리의 옛 왕궁인 튈르리 궁으로 왔단다. 그곳에서 몸 사리며 지냈는데, 거의 감금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런 와중에 반대 진영에 있던 미라보라는 사람이 접근을 해왔어. 자신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 말이야.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어. 하지만, 그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단다.

이제 더욱 선택지는 줄어들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몰래 탈출 계획을 세웠단다. 이 일은 가장 믿을만한 사람 파르센을 시켰어. 하지만, 국경을 넘기 직전인 바렌이라는 지역에서 그만 발각이 되어, 다시 파리로 강제소환 되었단다. 그들이 발각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화려한 마차를 타고 궁 안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궁 안에서 하던 행동을 하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밖에 없었단다. 결국 국경 넘기 직전에 발각되어 다시 파리로 돌아왔어.

이런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마리 앙투아네트는 드디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왕비 같은 모습을 보였어. 그녀 몸 속에 숨어 있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피가 흐르는 듯했어. 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로서 품격을 찾으려고 할 때 더 이상 왕비가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루이 16세도 죽음을 앞두고서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구나.

그리도 드디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심판일.. 여러 가지 혐의가 있었는데, 루이 16세를 타락시켰다거나 백성을 기만했다는 등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국고 낭비, 오스트리아와 결탁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것들도 그 당시까지만 해도 증거가 없고 심증만 있었다고 하는구나. 다른 사람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변호를 직접 했다는구나. 검찰 측에서도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지만,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는 유죄 선고를 받고 처형을 당하게 된단다. 마리가 죽기 전 시누이에게 남긴 편지가 있는데, 이 편지를 읽다 보면 남긴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더구나. 부모의 마음은 시대와 장소를 따지지 않는 것 같구나.

….

프랑스 혁명에 관한 책은 늘 재미가 있구나. 아무래도 부패한 왕권을 민중의 힘으로 무너뜨린 통쾌함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나라의 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싶구나. 프랑스 혁명 이후 한동안 혼란기를 겪고, 서로 반대를 죽고 죽이고, 다시 왕정 시대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프랑스 혁명은 민주주의 국가를 마련하는데 디딤돌이 되었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우리나라도 부패한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여러 번 바꾼 적이 있잖니. 그런 역사적 교훈이 있어도 정권만 잡으면 또 못된 짓을 하고 국민과 척을 두는 이들이 왜 생기는지 모르겠구나. 또 당해봐야 알겠나.

….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여러 잘못은 했지만, 마지막 순간은 왕비의 위엄도 되찾으려고 했고, 왕비의 잘못이 교수형에 처할 만큼의 죄였나, 싶기도 하구나. 우리가 작년에 베르사유 궁전에 갔을 때,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도 보고 거울의 방도 보고 그랬잖니, 기억나지? 정말 사치스럽긴 한 것 같더구나. 하지만 그 사치가 교수형까지 처할 사항인지는 의문이구나. 당시는 사치스러워 백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오늘날은 관광 명소가 되어 발 디딜 틈 없는 곳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은 수백 년에 걸쳐 벌여온 재판을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는 일과 같다.

책의 끝 문장: 한때는 우아함의 상징이었지만 이 모든 고뇌에 괴로워하도록 선택한 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은 수백 년에 걸쳐 벌여온 재판을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는 일과 같다. 진실과 정치가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산다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선동을 목적으로 한 인물이 그려질 때, 여론과 그 추종자들로부터 정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영혼의 진실은 대개 중간 그 어디쯤에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왕실의 위대한 성인도 아니었고, 특별히 똑똑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은 평범한 성격에, 불타는 열정도 얼음 같은 차가움도 없는 사람이었다. 착한 뜻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악한 의도를 품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평범한 인물이었기에 비극의 대상이 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긴장감은 인간과 그의 운명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영웅이나 천재들이 그들에게 내려진 사명에 비해서 너무나 좁고 적대적인 주위 세계와 충돌할 때 생겨난다. - P8

세상사는 대개 개개인의 내적 갈등의 결과물들일 뿐이다. 아주 작은 계기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은 역사가 지닌 위대한 비결 중 하나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나비효과라고 불리는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와 드라가 마신의 결혼, 두 사람의 암살, 카라조르제비치의 즉위, 오스트리아와의 적대. 빈틈없이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세계대전. 역사란 거미줄처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다. 정교하게 조합된 역사라는 장치 속에서는 아주 작은 톱니바퀴라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듯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애 가운데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 결혼 이후에 몇몇 해들은 세상의 모습을 바꾸게 되었다. - P27

오늘날에도 베르사유는 절대 왕정의 가장 웅장하고 도전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 한가운데, 별다른 이유 없이 언덕 위에 자리한 궁전에는 수백 개의 창문들이 인공 운하와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는 원래 도로도 기차도 이어지지 않았었다. 한순간의 기분으로 굳어진, 무의미하게 거대한 호화로움이었다. 바로 이것이 루이 14세의 절대 왕정이 원하던 것이었다. 이러한 의지는 국왕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영광은 그 개인에게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짐이 곧 국가다." 그는 지위의 무한함을 표출하기 위해 궁전을 의도적으로 파리 밖으로 옮겼다. 그가 팔을 뻗어 명령만 하면 모래밭은 정원과 숲으로 변하고, 아름다운 궁전이 세워졌다. - P29

왕비에게는 ‘적자 부인(Madame Defizit)’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민주적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궁정이나 왕, 귀족은 없고 오직 시민만이 있는 나라, 완전한 평등과 자유가 있는 나라를 말했다. 그리고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볼테르, 디드로의 저서에서 말하다시피 왕권은 결코 신이 부여한 유일한 정치체제가 아니었다. 존경심은 호기심으로, 두려움은 분노로 바뀌며 귀족과 시민들은 점점 확신했다. - P144

혁명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넒은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이다. 이 개념은 최상의 이상주의에서부터 현실적인 잔악함에 이르기까지, 위대함에서부터 무자비함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인 것에서 폭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며 변색됐다. 프랑스 혁명에는 두 부류의 혁명가가 있었다. 이상주의적인 혁명가와 복수심에 불타는 혁명가였다. - P266

"대체 언제 너는 진짜 네가 될 작정이냐?" 20년 전 절망에 빠진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는 딸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둔 마리 앙투아네트는 스스로 존엄을 되찾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법 절차를 빠뜨리지 않으려는 심문자 푸키에 탱빌은 그녀에게 체포되었을 당시 어디에 살았냐고 묻는다. 그녀는 자신은 결코 체포된 것이 아니며 국민의회의 요청에 따라 탕플 탑으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왕비의 죄목은 혁명 이전부터 오스트리아의 국왕과 정치적인 관계를 맺은 것, 민중의 땀과 열매인 프랑스 재정을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반역자인 대신들과 공모하여 낭비한 것, 황제에게 돈을 보내 자신을 섬긴 백성들을 공격한 것 등이었다. 혁명 이후 프랑스에 대항하여 외국 밀사와 거래하고 남편인 국왕을 선동해서 거부권을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비난을 마리 앙투아네트는 강력히 부정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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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18 0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조작과 선동은 민중들에게 잘 먹힌다는 사실과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 되고 말지요. 다만 조작과 선동의 정치가 지금도 활개를 친다는 게 우리 인간사의 불행한 일 아닐까요?ㅠㅠ

bookholic 2024-03-19 11:58   좋아요 0 | URL
이번 선거에서는 많은 이들이 조작과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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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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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박지리 님의 시작을 알리는 그 작품 <합체>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이 책은 십여 년 전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박지리라는 작가를 세상에 알리게 된 작품이란다.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작가 수업을 받은 적 없던 당시 신인 작가 박지리 님의 화려한 등장이란다. 아빠가 처음 읽은 박지리 님의 작품이 박지리 님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다위 영의 악의 기원>이었고, 그 책을 읽고 나서 가끔씩 박지리 님의 책들을 찾아 있는데, 지금까지 실망을 안겨준 책이 없었단다. 이번에 읽은 <합체>라는 데뷔작부터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천재작가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단다. 그 천재적인 능력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음이 안타깝구나.

이 책은 너희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었단다. 이 책이 예전에는 너희들 같은 청소년들의 추천 도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리스트에 빠져 있는 것 같더구나. 아무래도 박지리 님의 마지막 선택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 그래도 아빠는 너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더구나. 재미도 있고, 짠한 감동도 있고, 주인공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통해서 둘이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교훈적인 내용도 있고 말이야 ㅎㅎ


1.

소설의 제목 <합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두 개의 어떤 것이 하나로 합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의 제목의 사이의 별모양() 모양이 눈에 띄게 된단다. 소설의 제목 <합체>는 중의적인 제목이야. 하나는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두 개의 어떤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하고, 하나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의미한단다.

오합과 오체 쌍둥이가 그들이란다. 그들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합친 합체이고 그들의 이름을 구별하기 위해 책의 제목에 사이에 ★을 함께 적어 둔 거야. 주인공 오합과 오체의 아버지는 난쟁이란다. 오합과 오체의 아버지는 지방 순회를 다니는 공연단에서 난쟁이 쇼를 하셨는데, 후진하는 트럭에 치여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어. 트럭 운전사는 뒤에 분명히 보았고,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고 했어.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합과 오체는 어머니와 함께 셋이 생활했단다.

오합과 오체는 아버지를 닮아서 키가 무척 작았고, 학교에서는 그것 때문에 놀림을 받곤 했단다. 쌍둥이 형인 오합은 모범생이고 공부를 무척 잘했으나 체력이 약했단다. 쌍둥이 동생 오체는 운동을 아주 좋아했으나 공부는 잘 못했어. 오합은 키가 작은 작은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체는 키 작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단다. 학교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 중에도 오합과 오체를 놀리는 선생님이 있었단다. 특히 체육 선생님은 체육 시간에 농구 시합을 하는데 둘을 한 팀에 몰아 놓고 합체해보라고 하기도 했어.

오체는 어느 날 자신과 이름이 같은 유명한 사람을 한 명 알게 되고, 그를 우상으로 생각하게 된단다. 오체와 이름이 같다면 체? 너희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특히 아빠 세대들은 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단다. 바로 체 게바라. 쿠바 혁명의 영웅. 얼굴도 잘 생겨서 그의 얼굴을 새긴 옷도 많았단다. 오체는 체 게바라를 알게 된 이후, 그를 우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방에 체 게바라 사진도 붙여 놓고 그랬어. 이 책의 책 앞표지를 다시 보면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빨간 티셔츠를 볼 수 있을 거야. 그 옷을 아이가 오체겠구나.

오체는 농구 연습 하러 뒷산 약수터 근처 공터에 갔다가 천막 치고 지내는 도인 같은 노인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 노인은 뱀에 물렸는데, 오체가 도와 주어 살아났어. 그 이후로 그 도인 같은 노인을 알게 되었어. 어느날 반 친구 하나가 오체를 난쟁이라고 놀렸는데, 이 일로 오체는 그 친구와 치고 박고 싸움을 했단다. 이후 오체는 학교를 안 가겠다고 했어. 오합이 학교에 핑계를 잘 대서 잘 넘어갔고, 다행히 여름 방학이 되었단다.


2.

오체는 학교를 안 가고 뒷산에 갔다가 얼마 전에 만난 도인 같은 노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에 키 작은 것에 대한 신세 타령을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도인 같은 노인은 키 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어. 도인 같은 노인은 자신이 계룡산에서 도를 터득한 계도사라고 했어. 그러면서 계룡산 동굴에서 33일간 도를 닦으면 키가 커진다고 했어. , 동굴에서 삼칠일 동일 마늘을 먹으면 사람이 되는 단군신화가 생각나는구나.^^

이 말을 철썩 같이 믿는 오체는 어느날 오합을 무작정 데리고 계룡산으로 갔단다. 엄마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 한 통만 남겨두고 말이야. 오합은 방학 동안 공부해야 한다고 하니, 오체는 공부할 것 다 싸가지고 왔다면서, 계룡산 동굴에서 공부를 하면 더 잘 될 거라고 설득했어. 그렇게 오합와 오체는 계룡산의 이름 없는 동굴에서 키 크는 수련을 시작했어. 오합은 오체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오합과 오체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계도사가 알려준 방법으로 수련을 했고, 오합은 수련하는 시간 이외에는 계속 공부만 했단다. 둘이 함께 지내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형제의 정을 더 키웠단다.

하루 이틀이 지날 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하루 이틀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전체 수행 기간의 절반이 지나가도 효과나 나타나질 않아 오체는 거짓말인가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어. 오합은 수련을 하니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

그들이 수련을 한지 24일째, 하루에 한 시간씩 듣는 라디오에서 사연이 하나 소개되었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찾는 사연인데 누가 들어도 계도사에 관한 이야기였어. 식구들이 말하길, 사람들을 자꾸 계룡산으로 보낸다고 했어. 이 방송을 들은 오체는 화를 마구 내면서 곧바로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엄마한테 엄청 혼나긴 했지만, 엄마는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단다.


3.

여름 방학이 그렇게 계룡산 해프닝을 끝나고 개학을 했단다. 오합은 집에 와서도 계룡산에서 했던 수련을 새벽마다 일어나 뒷산에 가서 계속 했단다. 얼마 후에는 오체도 합류해서 함께 했어. 어느날 오합과 오체는 라디오를 듣다가 계도사 할아버지의 또 다른 사연을 듣게 되었어. 사연의 주인공은 몇 년 전 수능을 망치고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계도사가 그의 자살을 막았다고 했어. 그러면서 계룡산에 가서 수련을 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대. 수련을 하면 키가 큰다거나, 수련을 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하니 엉터리이긴 엉터리인가 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연의 주인공은 계도사 할아버지의 말대로 계룡산에 가서 수련을 했는데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건강해지게 되었대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서 갔다는 아주 훈훈한 사연이었단다. 오합과 오체도 키는 크지 않았지만, 계도사 할아버지가 알려준 수련법으로 몸이 더 튼튼해진 것 같았어.

….

2학기 중간 고사 체육 실기는 농구. 오체와 오합은 친구들의 무시를 당하곤 했어. 그런데 오합과 오체가 그동안 수련을 해온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어. 오체의 3점슛 2개와 오합의 마지막 골로 그들의 팀이 역전승을 했단다. 그리고 바짓단이 살짝 올라와 있는 것 같았어. 그렇게 소설은 해피하게 끝이 났단다.

이 소설에서 오합과 오체가 다니는 학교에서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조세희 님의 소설을 읽는 장면이 있었어. 이 소설은 여러 교훈이 담긴 책으로 교과서에도 실린 것으로 알고 있단다. 아무리 교훈적인 글이긴 하지만, 감수성 풍부하고 예민한 키 작은 아이가 읽는다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오체가 수업 시간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라는 글을 읽는데 오체에게는 그것이 단순히 인용문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많은 아이들 앞에서 읽는 것이었어. 창피하고 떨리고 정신이 멍해졌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교과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박지리 님의 <합체>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오합과 오체라는 매력 만점 캐릭터들을 통해 <단군 신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박지리 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너희들도 한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책의 끝 문장: 계절은 가을이었고, 바람은 상쾌했고, 하늘에는 누가 쏘았는지 모를 빛나는 공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늘에 이어 내일도 쉬지 않고 튀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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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왕자 - 전라북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심재홍 옮김 / 이팝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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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번역한 <애린 왕자>를 읽고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그러면서 전라도 사투리 버전도 있다고 있다고 했는데, 그 전라도 사투리 버전의 <에린 왕자>를 읽고 들었단다. 정확히는 전라북도 사투리 버전이라고 하는구나. 전라북도 사투리 버전의 <에린 왕자>도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있어서 일부분은 책으로도 읽고, 일부분은 오디오북으로 들었단다.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 성우가 전라도 출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듣기에는 전라도 사투리의 맛을 잘 내서 읽으신 것 같았어. 그냥 책을 눈으로만 읽어도 귓속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는 것 같았단다.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읽어도 순수함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구나. 전라도 사투리 특유의 늘어지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길게 읽으라고 : 라는 문장부호도 붙어 있었단다.

:심히 가잉

사람들은 으디 있냐?”

중요헌 건 눈에 안 뵈아.”

등 책 전체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되어 있어서 사투리 읽는 재미가 있었단다. <애린 왕자> <에린 왕자>는 사투리 버전의 번역으로 재미있게 기획을 한 것 같았단다. 문득 창작 소설이나 수필 전체를 사투리로 쓴 작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이나 수필 속에 등장인물의 대화체에 사투리가 섞여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투리 된 작품이 있는지 궁금했어.

아빠가 경상도나 전라도 출신이 아니지만, 사투리로 읽다 보니 더 감기는 맛이 있어 재미있게 읽은 것 같구나. 다른 작품들도 기획하면 좋겠고, 몇 년 전 소문에 <어린 왕자>의 충청도 사투리 버전도 출간 예정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충청도 어린 왕자는 어떨지 또 궁금하구나. <어린 왕자>는 표준어 번역본 읽고 나서 책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으니, 오늘은 이상 짧게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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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여섯 살 먹었을 적에 <자연의 체험담>이라고 원시림에 관한 책으서 경장헌 그림을 하나 봤네.

책의 끝 문장: 갸가 다시 왔다고 나헌티 얼릉 펜지 한 통만 좀 써 주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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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09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투리 버전은 나름 성공한 마케팅으로 보입니다.ㅎㅎ

bookholic 2024-03-09 09:23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꽃샘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호시우행 2024-03-0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