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일기 -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본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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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도올 김용옥 님의 <난세일기>를 읽었단다. 도올 김용옥 님의 쉬운 듯 어려운 철학 강의를 가끔씩 보곤 하고, 그의 직설적이면서 시원한 비판에 속이 뚫리는 기분을 같이 느끼곤 했단다. 더욱이 무능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거침없었고, 시대를 보는 눈을 배우기도 했단다. 그래서 아빠는 김용옥 님의 글과 영상을 가끔씩 보곤 한단다. 이 말도 안 되는 시대, 김용옥 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고, 행동하는 지식으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신다. 검사 권력에 의해 소환되실까 걱정이 들기도 하더구나.

이 시대에 대한 비판을 <난세일기>라는 책에 쏟아부으셨단다. 읽다 보면 다 시원하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마저 들더구나. 우리나라 권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소불위 권력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김용옥 님은 이 시대를 난세(亂世), 그러니까 어지러운 세상으로 보고 계신단다. 2023 4 24일부터 2023 5 24일까지 한 달 간의 일기 속에 권력의 비판이 담겨 있고, 옛 선인들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김용옥 님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한 삶의 교훈도 담겨 있었단다. 김용옥 님의 책들이 그러하듯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서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과 주장에 많이 공감을 했단다.

 

1.

시작은 우리나라 현정부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단다. 얼마 전 녹색평론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양곡관리법을 거부한 대통령을 비판하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가는데, 농민들은 여전히 보수 정당에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였단다. 아빠도 그 점이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역시 보수 정권에서 농민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편 정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농민들은 보수 정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는지 말이다. 연구 대상이다. 며칠 후에 있을 선거에서는 과연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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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일정수준 이상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을 대해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뜩이나 쌀농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돈많은 정부가 가난한 농부의 주머니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요, 졸렬한 시책일 뿐이다. 본시 비토라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눌러봐야 끽소리 못한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의 최적대상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강연 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나의 비토비판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태는 농민의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뻔히 자기를 죽일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즉 자기를 억압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는 것이다. 무지의 광란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민주라는 이상은 인간세에 있는 것일 것? 벼라별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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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역사의식도 비판했단다.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용서를 안 받겠다고 하질 않나, 과거를 잊겠다고 하실 않나. 말문이 막히는구나. 역사를 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역사를 잊겠다고 하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있다니,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일제의 침략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일본의 용서 하지 않는 역사의식에 지지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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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일본의 강점(强占)은 과거지사, 지나간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50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배하는 현존사(現存史)인 것이다. 끊임없이 역사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현존재의 역사인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가 없었더라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한 미소 양숙의 분할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빨갱이색출도 없었을 것이고, 반공이념도 국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6.25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의 냉전질서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쓰레기이념도 이 역사에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태극기부대니 뭐니 하는 보수이념은 결국 반민특위의 좌절로 살아남은 친일파세력이 대간을 이루는 비극적 흐름일 뿐이다. 이런 떳떳치 못한 슬픈 몸부림도 일본의 강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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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역사의식 까짓 것 생각의 차이라고 통 크게 봐 주자꾸나. 하지만,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왜 우리나라 정부가 옹호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가. 무슨 약점들을 잡힌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구나.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린다고 하고서는 태평양 어디에 버리는지도 안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정말 괘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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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는 코로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구원한 해악을 이 지구 온생명에게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금 윤석열은 키시다의 손을 잡고 아무 대책 없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시찰단만 보내면 끝나는 문제라고 웃음짓고 있는 형국이다. 시찰단의 명단조차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잊었는가? 19세기 말, 일본 시찰한다고 파견된 신사유람단 사람들이 결국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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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고 하는구나. 미의회 연설이 잘 짜여진 연출에 의한 연설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단다. 그 내용을 끄집어 분석을 하면 선교사의 자유와 연대가 한국 헌법의 기초라고 기술한 것은 미국 의회에 아부한 것이지,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단다. 6.25에 대해서는 편협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했어. 적어도 브루스 커밍스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유도된전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어. 트루먼 대통령의 트루먼 독트린에서 냉전이 시작되었고, 그 연장선상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단다.

케네디의 명연설도 인용하면서 비판을 했는데, 김용옥 님의 비판을 읽다 보니 수긍이 갔고, 케네디의 명연설은 명연설이 아니라 막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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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케네디는 말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

 - 취임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명언이지만,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그 조국이 어떤 조국인데, 무엇을 하려는 조국인데! 우리 조선땅에서만 해도 미군정시기에 정의롭지 못한 족적을 남겼고 또다시 월남 땅에 100만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하려는 조국을 위하여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달라구? 초기에는 영장을 받으면 서로 가려고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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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기 형식의 책이라서, 지은이 김용옥 님의 주변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도 많이 실려 있단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니, 동서양 고전과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현재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했단다. 유명한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다산 정약용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동학의 기틀을 마련한 수운 최제우와 동학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용옥 님께서 예전에도 최제우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빠도 최제우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 백제의 멸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의자왕이 말년에 사치와 타락에 빠져 백제가 멸망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멸망했다고 하는구나.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니 의자왕을 안 좋게 기록했을 수도 있겠다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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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백제의 멸망을 두고 의자왕 말년의 사치와 타락을 운운하는 것은 사가들의 상투적 근인(近因) 지어내기에 불과한 짓이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영민한 결단으로 국력을 신장시켰던 해동증자 의자왕이 갑자기 타락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상에 와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적대해서는 아니 되는 국가를 적대하여 패망일로로 직입하는 오늘날의 꼴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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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하면서 풍류(風流)에 대해 많은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풍류라는 것이 그냥 즐길 줄 아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아빠였는데, 김용옥 님께서 좀더 철학적으로 정의를 내려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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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풍류는 하나의 로칼한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고유한 현묘한 도, 즉 길(way)이다. 그 도는 그렇다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종교와 같은 조직적 힘을 가지며, 군생(群生)을 접화(接化)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불•도라는 종교철학의 핵심내용을 다 포섭하는 우리민족 원래의 철학이요, 문화요, 삶의 방식이다. 외래종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풍류는 이 민족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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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용옥 님이 일본인 친구와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그 일본인과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양국의 정치판에 대한 비판도 했단다. 그러면서 키시다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를 한 부분이 있는데, 방사성 오염수의 폐기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니, 키시다 총리가 악랄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공감이 가더구나. 어쩌다 같은 시기에 일본과 한국의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지 원하늘은 동아시아를 버리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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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키시다는 아베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입니다(여기 번역을 악랄하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표현은 히도이였다). 아베는 순진한 데라도 있어요. 이념적인 경직성은 있어도 그렇게 교활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키시다는 매끄럼하게 생겼지만 악랄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없이 가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취하고 마는 인물이지요. 일본인들은 그의 영도 아래 더욱더 타락하게 생겼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일본의 대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도 답답하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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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도 열불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또 화가 나는구나. 좀 진정 좀 해야겠구나. 며칠 후면 중요한 선거가 있는데 그 선거 결과라도 아빠의 열불을 식혀주었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오전 11시에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연구자들 248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책의 끝 문장: 상향~


일본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보편사의 정신이 요구하는 도덕성이다. 그 도덕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인류사의 양심이 바로 우리 역사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요,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놓은 과제상황이다. 이 인류사의 성스러운 과업을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이 뭉개버리고 또다시 일본에 굴종하며,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모든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 국운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권력자가 이 나라의 성스러운 세계사적 과업의 명운을 무시하고 또다시 일본의 강점과도 유사사한 사태를 재발시키고 싶어하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너무도 엉뚱하게 들이닥친 허무맹랑한 정황이래서 도무지 이해의 틀을 잡을 수가 없다. - P55

나는 묻는다:"아니 민중이 민중 스스로를 구원한다고 안 선생님(안병무)은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민중은 자신을 파멸시키는 그런 인물을 이 험난한 세파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 이 위태로운 시기에 지도자로서 뽑는단 말이오?} - P234

"일본의 민중은 자민당화되어 있습니다. 자민당을 객체화 시켜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민당의 정치세력은 근원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없습니다. 자민당은 이렇게 큰 원전사고를 치른 후에도 원전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문제에 관해 도덕적 통찰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은 언론이 죽어 있습니다. 언론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직접선거도 없지요. 그러니 자민당에 맞서는 사회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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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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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3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리랑은 총 4부작으로 되어 있고, 3권까지가 제1, 한반도란다. 1부의 마지막 이야기 3권의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볼게.

김제의 농장 지배인인 요시다.. 그의 앞잡이인 이동만.. 그는 소작료를 올리고, 농민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도 확 올려버렸단다.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결국 그 불만이 폭발하였단다. 밤에 이동만의 집을 기습하여 그를 폭행했어. 이동만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치료 후에도 완치가 안 되어 계속 절룩거리는 신세가 되었단다. 소설 속 농민들만 아니라 읽은 이들도 통쾌했을 것 같구나.

의병 해체된 다음에 숨어 지내던 지삼출과 손판석은 죽산면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 생각하여 식구들을 데리고 군산으로 이사했단다. 이웃이었던 방영근의 식구들, 그러니까 감골댁과 수국, 대근도 함께 갔어. 군산에도 일본인들과 그 일본인들을 추종하는 조선 사람들도 많았단다. 목포우체국 군산출산소장인 하야가와가 있었고, 그 하야가와와 친한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도 있었단다.

친일파들은 1권과 2권에서도 나왔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야기 볼게. 죽산면의 면장인 백종두와 그의 아들 헌병 백남일, 보부상 출신으로 일본인에게 아부하며 가게가 번창하여 사탕공장까지 지은 장덕풍과 그의 아들 장칠문이 있었지. 장칠문은 순사보로 조선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혔단다. 정재규는 송수식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주색잡기에 빠져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재산을 계속 탕진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형제들까지 재산을 나누라고 했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어. 둘째 동생 정상규도 만만치 않은 욕심쟁이라서 그런 형과 계속 다투었단다. 셋째이자 막내인 정도규는 서울에서 유학 중인데, 이런 형들의 모습에 치를 떨었지.

 

1.

신세호는 야학을 하다가 일본 헌병에 잡혀 들어갔다가 풀려 나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의 식구들도 보살폈는데, 송수익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송수익을 대신해서 장례를 치뤘단다. 1, 2권에서 신세호가 의병 활동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그 또한 그의 자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국내 잠입을 하고 있던 공허 스님도 송수익 어머니 장례식에 몰래 참석했어. 그런데 일본 헌병에 잡혀 끌려가고 있었는데, 공허 스님은 기회를 엿보다가 그들을 처치하고 도망을 갔단다.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농사 지내 온 조선 사람들의 땅을 이런 사유, 저런 사유로 빼앗아갔단다. 졸지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무엇인가 해야 했어. 박영진, 김춘배는 그렇게 땅을 빼앗긴 사람들인데,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데리고 면사무소로 향했단다.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면사무소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자, 면사무소 직원들과 작은 다툼이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그들은 주재소에 잡혀 들어가고 말았어. 토지조사사업을 주관하는 토지조사국의 관리인 다나카는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하는 그들에게 엄벌을 처할 것을 요청했으나, 백종두 면장과 주재소장은 극형 처벌에 대해서는 반대했어. 백종두는 양쪽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잃어버렸던 민심도 얻으려는 획책을 썼단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어 명 주동자만 재판을 받고 나머지는 태형 50대로 마무리하기로 했어. 그렇게 박영진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보다 태형 50대 맞은 사람들이 문제였어. 말이 태형 50대이지, 이것은 엄청난 형벌로, 태형을 맞은 사람들 중에 성불구자가 된 이들도 있고, 앓아 누어야 하는 중상자들도 생겼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땅을 되찾은 것도 아니야. 이미 나라가 사라졌는데, 이것을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군산에 비밀리에 자리 잡은 지삼출과 손판석공허 스님이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부두에서 일을 했어. 그런데 일자리를 두고 중국인 노동자들과 패싸움이 벌어졌어. 이 싸움에서도 손판석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단다. 군산에서 부두에서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아서, 여자들도 일자리를 알아보았단다. 정미소에서 쌀 속에 섞여 있는 돌을 고르는 일을 여자들이 했어. 감골댁과 부안댁이 그 일을 하려 갔으나, 감골댁은 나이가 많다고 퇴짜를 맞았단다. 이를 본 수국이는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했어. 감골댁은 수국이가 일하러 가는 것을 걱정했단다. 얼굴이 예쁘다 보니 다른 남자들이 농간을 부릴까 걱정한 거야. 감골댁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말았단다. 수국이와 부안댁이 일하는 정미소가 하필 백종두 면장이 새로 지은 정미소였던 거야. 백종두의 아들 백남일이 정미소에 일하는 수국을 하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단다. 백남일은 수국이를 납치하여 강제로 추행을 저질렀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국의 동생 대근이는 백남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놓았단다. 지삼출도 대근을 도와주었어. 읽는 아빠도 속이 시원했으나, 대근과 지삼출의 뒷일이 걱정되기도 하더구나. 결국 지삼출 가족과 감골댁, 수국이, 대근이는 또 야반도주를 해야 했어. 그들은 옛 의병 전우들이 화전을 하며 지내는 산으로 도망갔단다. 한편, 백남일은 큰 중상을 입고 일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 갔어.

 

2.

양치성이란 자가 있어. 가난한 집안에 힘들고 살고 있었는데, 하야가와가 그를 좋게 봐서 거둬들여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단다. 양치성은 하야가와에 충성을 맹세했고, 하야가와는 양치성을 일본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단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는 골수 친일파가 되어 하야가와에 충성을 했단다.

서무룡이란 자가 있어. 서무룡은 군산 부두 일꾼으로 방대근의 동료였는데, 그도 수국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국이가 백남일한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백남일을 손봐주려고 그를 찾아갔어. 그런데 백남일은 이미 대근이한테 크게 얻어맞은 후였단다. 서무룡은 백남일이 쓰러져 있던 곳에 있다가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서무룡은 억울했겠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어. 양치성은 그런 서무룡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단다. 풀려나게 해줄 테니 의병의 잔당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말이야. 이 제안을 받아들여져서, 서무룡은 다음날부터 부두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의병의 잔당들의 정체를 몰래 알아보았어.

한편 지삼출 네 식구와 방대근 네 식구들은 배두성과 필녀 부부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었어. 배두성은 의병 출신으로 지삼출의 동료였고, 지금은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지내고 있었어. 수국이는 자신의 당한 수치를 참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데,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공허 스님이 수국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몸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어 주어 수국은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었단다. 공허 스님이 땡중인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스님은 스님이시네공허 스님이 한 이야기가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단다. 사투리를 진하게 써서 이해하지 못하는 말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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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부처님이 설허시기럴 몸언 맘얼 담는 그럭이라고 허셨소. 그렁게 알맹이넌 맘이고 껍데기넌 몸인 것이오. 그런 이치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언 맘이 껍데기인 몸얼 벗어불고 극락왕생허는 것이라고 말씸허신 것이기도 허요. 긍게로 중헌 것언 맘이제 몸이 아닌 것이고, 그 큰애기덜 둘이 도적놈덜헌티 몸얼 더립힌 것언 너물얼 캐다가 손얼 까시에 찔리고, 발얼 돌에 채이고 헌 것이나 하나또 다를 것이 없소. 흔헌 말로, 시상사 다 맘묵기에 달렸다는 말이 바로 부처님의 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오. 허고, 목매달아 죽은 큰애기가 소로 환생히서 평상 죄닦음얼 헌 것언 첫찌로 목심얼 경시헌 죄요, 부처님이 말씸허시기럴 이 시상이서 질로 에로운 일이 만상 중에서 사람으로 몸얼 짓고 태어나기가 질로 에롭고, 그담으로 에로운 것이 바른 마음 지닌 불자가 되기가 에롭다고 허셨소. 사람 하나가 죽고 새로 사람이 되어 태어나자면 만년에 만년으 세월이 흘러야 된다고 설허셨소. 그리 에롭게 태어난 목심얼 경시허는 것언 질로 큰 죄요. 그담이 함부로 목심 끊어 부모헌티 불효허는 죄요. 그런 죄넌 다 몸이 맘보담 중헌지 잘못 알고 저질른 어리석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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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스님은 화전을 일구며 숨어 지내고 있던 이들에게 이제 만주로 이주할 때가 되었다고 준비하라고 했어. 감골댁은 시집 간 딸들과 하와이에 일하러 간 장남 방영근이 눈에 밟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대근이 쫓기는 몸인지라, 만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단다. 지삼출 네 식구들, 배두성과 필녀, 다른 화전민들도 함께 만주로 향했단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손판석만 군산에 남아 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3권의 주요 이야기란다. 일제의 침략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 그들의 총칼에 죽어도 어디 하소연할 수 없는 백성들.. 불쌍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구나. 그들은 알았을까.  나라 빼앗긴 설움이 20, 30년 넘게 이어질 거라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아리랑>의 등장인물들은 실제 살아 있는 이들 같아 더욱 가슴 아프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동만의 집 앞에는 네댓 사람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지삼출이 방대근이 앞을 막아섰다.




현수막에 쓰인 글씨 그대로 군산과 강경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군산 전체가 떠들썩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군산은 마침내 육로 수로 철로 세 가지 길이 합쳐지는 교통의 요충이 됨과 아울러 다른 부(府)들보다 앞질러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철도 개통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 강경에 이르는 뱃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수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점만이 아니었다. 그 철도는 엄연히 호남선의 일부였다. 따라서 군산의 세력은 항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뻗치게 되어 있었다. 힘을 뻗칠수록 일본물건들을 많이 팔아먹고 조선물건들을 많이 내갈 수 있어서 군산은 그만큼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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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출판사 사회평론의 난처한시리즈가 미술과 음악에 이어 경제편도 출간을 했구나. 아빠가 난처한미술 시리즈,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잖아. 그래서 이 시리즈에 호감이 간단다. 경제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아빠가 읽기에 좋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어. ‘난처한미술 시리즈도 그렇고, ‘난처한음악 시리즈도 그렇고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거든. 그래서 경제이야기도 좀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았단다. <난생 한번 처음 공부하는 경제이야기> 시리즈는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은 1 <기본 편>을 이야기해줄게.

이 책도 다른 난처한시리즈처럼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서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사진과 그림도 많아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어. 이 책은 너희들 같은 학생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단다. 특히 Jiny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 과목을 좀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 그럼 시작해볼게.


1.

경제란 무엇인가? 경제의 사전적 의미를 인터넷 의미를 찾아보면, 비슷하면서도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었단다. 이 책의 지은이 송병건 님은 경제란 결국 사람들의 소망과 욕망을 달성하려고 쏟아 부은 노력의 총합이라고 정의했어. 직접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경제가 생겨나고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은 사람의 본능에 있다고 정의하신 것 같구나.

경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아닐까 싶구나. 돈은 많이 소유하려고들 하지만, 무인도에 혼자 있을 때 돈이 많다면 아무 쓸모가 없단다. 그러니 돈이라는 것은 소유가 아니고 소비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서만 쓸 수 있단다.

이 책은 아무래도 경제 책이다 보니, 경제 용어가 많이 나온단다. 알고 있던 용어들도 나오고,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제 용어도 나왔단다. 책의 맨 뒤편에 그런 용어들을 따로 모아 뜻을 적어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가장 먼저 나오는 용어가 기회비용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본능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이익을 주거나 만족하게 되는 경우 선택을 하잖니. 만약 그 선택을 할 때 이익도 있고, 손해도 있다면 그것을 잘 따져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익이 있는 경우를 선택하잖니. 그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해. 경제 관련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계효용이라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밥 먹는 것에 비유를 해주었는데, 한계효용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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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경제학에서 한계란 한 단위가 추가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오래 굶주렸다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경우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만족감, 즉 효용이 증가하겠죠? 이렇게 한 단위가 추가될 때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부릅니다. 밥을 막 먹기 시작했을 때는 배가 많이 고프니까 밥 한 숟가락으로도 상당한 효용을 얻습니다. 한계효용이 큰 거죠. 그렇지만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한 숟가락이 주는 효용은 줄어들어요. 한계효용이 점점 작아집니다. 이렇듯 더 많이 소비할수록 추가되는 만족의 크기는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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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이라는 말은 이익, 만족,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계효용은 어떤 한계가 추가되었을 생기는 효용이고, 그것을 많이 얻게 되면 될수록 효용의 크기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2.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삼총사는 기업, 정부, 가계란다. 시장에서 소비하고 지출하고 때론 생산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어. 예전에는 가계와 기업만 경제활동을 했지만, 그렇다 보니 경제로 인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들이 생겨서, 정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게 되었단다. 오늘날은 대부분 나라에서 정부가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관여한단다. 한 나라를 평가를 할 때, 얼마나 많은 경제지표를 사용하고 있지. 온 세상이 자본주의국가가 되었으니, 정부가 경제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아마 백성들에게 바로 쫓겨나지 않을까 싶구나.

위에서 시장이란 말을 썼는데, 시장은 자유로운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이야기한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지? 아빠도 수요공급의 곡선이라고 그 그림이 생각나는구나. 수요는 증가하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지고, 그리고 반대가 되면 가격이 올라가고예를 들어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쌀의 공급량이 늘어나게 되면 쌀값이 하락하게 되잖아. 경제는 이럴 때 개입하여 쌀을 정부차원에서 사들여서 쌀값 하락에 의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곤 한단다. 우리나라 현정부는 대통령이 그런 법안을 거절해버렸지만

또 다른 예로 구제역 사태가 있단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던 일인데 돼지 간염병인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많은 돼지들을 살처분했고, 그래서 돼지고기의 공급량이 감소했어. 원래대로라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야 했지만, 이 경우 감소했단다. 혹시 병 걸린 고기 아닐까 하는 소비자 심리가 발동하여 소비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예는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 이외에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단다.

경제를 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는 투자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테고, 투자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주식이 아닐까 싶구나. 아빠도 많지는 않지만 주식을 하곤 하니까. 주식이라는 말의 ()’구루를 뜻하는데, 약간 생뚱 맞는 한자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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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주식은 한자어로 그루 주()와 법 식()자를 씁니다. 무슨 조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질 않죠? 그게 당연합니다. 이 표현은 주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톡(stock)’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거든요. ‘stock’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중에는 그루터기와 저장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루터기가 뭔지 다들 아시죠? 나무나 곡식을 베고 남은 밑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가지를 베어다가 겨울을 보낼 땔감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저장품이라는 의미까지 생겼고요. 거기서 확장해 주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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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식이라는 것은 왜 생겼고 무엇일까. 주식이란 회사의 운영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거나 사업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는 권리이자 증서란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주라고 하고, 주식에서 자주 보이는 액면가라는 말은 주식이 발행되는 시점에 증권에 표시된 가격이야.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 회사의 이익을 분배 받을 수 있다고 했잖니. 그것을 배당이라고 한단다. 어떤 이들은 이 배당을 보고 주식을 투자하는 이들도 있단다.

이 책에서는 중산 베이커리라는 가상의 제빵 기업을 통해서 경제 관련 용어들을 설명해 주었단다. 한 회사가 창업되고 성장되고 나중에는 망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통해서 경제 용어의 설명을 읽다 보니 좀더 이해가 쉬운 것 같구나. 채권이나 이자라는 것도 익숙한 것이지만 그 정의와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어. 채권이라는 것도 빚이 기록된 문서나 계약서로 그 차체를 사고 팔 수 있다고만 하면 안 와 닿을 수 있는데, 회사에 돈이 필요한 경우 회사의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만들어 팔았다가 나중에 이자를 보태어 갚는다면서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주니 좀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

채권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국채라고 한단다. 국채도 일반 채권처럼 투자가 가능한데, 가장 극단적인 예는 러시아 혁명 이전 제정 러시아의 국채를 산 코소 톨라니라는 사람을 들 수 있겠구나. 코소 톨라니는 러시아 혁명 이후 휴지조각이 된 제정 러시아 국채를 사 모았대. 쓸모 없어진 국채이나 보니 거의 헐값이고, 사람들은 그걸 사는 코소 톨라니를 이상하게 바라보았지.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고 다시 러시아 국가가 생겨나고 기존 제정 러시아 국채도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는구나. 그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다시 올라가게 되고, 코소 톨라니는 6000%라는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 소련이 그렇게 쉽게, 빨리 망할 것이라고 그는 어찌 예측을 했을까. 예측을 했더라도 러시아 국채를 사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대단하네.

….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단다. 이 책에서 예를 든 가상의 회사 중산 베이커리도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결국 망하게 되는데, 망하는 회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하는구나.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고, 정부와 결탁한 부정부패가 있고,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했단다. 아빠가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IMF 사태 때 많은 회사들이 위와 같은 닮은 꼴로 문을 닫았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이후로도 이런 잘못을 반복하는 회사들이 있단다.


3.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세계 경제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어 왔단다. 늘 호황일 수 없고, 늘 불황일 수 없단다. 불황이라고 하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IMT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고, 오래 전의 세계대공황도 떠오르는구나. 불황의 조짐 중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용이 고갈되면서 빚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대. 앞서 이야기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경우는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퍼졌는데, 그 주요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상환되지 않아서 가계, 기업, 금융기관이 모두 파산했기 때문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은 신용등급이 낮음에도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는 제도라고 하더구나.

불황은 이런 경제 정책인 것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뜻하지 못한 일로 올 수도 있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자연재해와 감염병이란다. 멀리 갈 것도 없고 최근에 우리를 무척 고생시켰던 코로나 19도 그런 예가 될 수 있겠구나.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큰 경제 위기를 몰고 왔지. 그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오기도 했지만…. 100 여 년 전에 전세계에 퍼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독일 경제는 안 좋았는데 거기에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최악의 수준이 되었단다. 그 최악의 국가 상태에서 생겨난 것이 나치였고,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나게 된 것이란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으로 또 유명한 것 중에 흑사병이 있는데, 이 흑사병이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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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흑사병이 퍼질수록 기존 사회의 지배층이었던 영주와 교회의 권위는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이주가 전보다 자유로워졌고, 또 실질임금도 늘어났다고 했잖아요. 흑사병에 걸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오늘을 즐기자!’는 식의 소비와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후 유럽은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문화 부흥기인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합니다. 타락하고 무능한 교회에 반발해 일어난 종교개혁, 종교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합리적 추론과 실험을 중시한 과학혁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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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어. 경제학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사람은 늘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인 것 같구나. 너희들도 들어보았다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사람이지.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고전학파로 부르는데 자유무역을 옹호한 데이비드 리카도, 인구론을 주장한 맬서스, 자유론을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있단다. 그 이후 <자본론>으로 유명한 마르크스가 있지. 마르크스는 아빠가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패스그 다음에는 신고전학파로 부르는 마셜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앞서 이야기했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처음 선보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세계대공황을 해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던 케인스. 케인스는 공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미국은 공황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단다. 2차 세계대전에 무기를 팔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런 케인스의 주장도 영원하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경기가 침체하는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케인스의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대. 그래서 다시 정부가 경제에 많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들이 생겨났고, 다시 시장에 맡기게 되는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주도하게 되었단다.

경제라는 것이 어떤 법칙이나 원칙에 예상된 길을 가질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변인들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복잡한 함수인 것 같구나. 예측을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은 어찌 보면 경제 세계라고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알고 있던 내용도 많긴 했지만 도움이 된 것 같구나. 생각보다 난이도가 좀 낮았던 것 같아. 읽기는 편했지만 말이야.

조만 간에 2권도 읽고 또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난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이 싫더라.

책의 끝 문장: 세계화 혹은 탈세계화, 불평등, 4차 산업혁명, 생태주의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또 어떤 경제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역사를 보면 볼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당나라와 이슬람 군대가 벌인 전쟁도 탐험가들이 새 항로를 개척하러 나선 것도, 두 차례 발발한 세계대전도 모두 경제적 이유로 설명이 더 잘 된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경제학을 돌아보게 되었고, 경제사라는 분야에서 안식을 찾았습니다. - P5

우리는 모두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돈’이라는 약속된 매개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안전하고 아늑한 삶을 보장해주는 집이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음식이 될 수도 있고요. 즐거운 공연이나 게임 속 아이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 역시 그런 욕망의 일종이지요. - P23

경제학은 본래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득, 또는 만족에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이나 이익을 경제학 용어로 효용이라고 하는데요. 한정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경제학의 특징입니다. 그러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효용을 수치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 P48

정부라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가 모라토리움 혹은 디폴트 사태에 직면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나요? 모라토리움(moratorium)은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으니 상환 날짜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에요. 지불 유예를 신청하는 거죠. 반대로 디폴트(default)는 채무 불이행, 즉 빚을 못 갚는다고 파산 선언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놓고 그 빚을 제때 갚지 못할 때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태예요. - P78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동화책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비유적인 내용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외출하고 빈집 식탁에 세 그릇의 수프가 놓여있었습니다. 하나는 뜨거운 수프였고, 또 하나는 식어서 차가운 수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였어요. 골디락스의 선택은 당연히 미지근한 수프였습니다.
데이비드 슈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이 동화에 착안해 ‘골디락스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경제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중간쯤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지속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 P238

흑사병은 인류사에 두고두고 남을 지독한 재난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은 농도들은 사회적 지위와 실질 임금이 높아지는 혜택을 입었어요. 또 많은 경작지가 버려지면서 영주의 통제력이 약해진 덕분에 농노는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영지에 묶여있던 농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됐죠.
한편 지배 계층 사이에서는 보다 강력한 귀족 가문이 생겨났어요. 상당수의 영주가 권력을 잃고 몇몇 집안에 통폐합된 결과였죠. 말하자면 영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귀족 가문은 이후 유럽에서 절대왕정이 등장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 P287

경제학의 대가는 귀한 능력들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는 어느 정도 수학자이자, 역사가이자, 정치가이자, 철학자이어야 합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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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 가장 진실한 허구, 퍼렇게 빛나는 문장들
존 밴빌 지음, 이수경 옮김 / 이터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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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전기 소설이나 평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인터넷 서점은 아빠의 이런 점을 노리고 관련 신간이 나오면 초기 화면에 띄어주는구나. 그렇게 알게 된 책이 오늘 읽은 존 밴빌의 <케플러>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존 밴빌은 모르는 사람인데 지은이가 무슨 문제겠니, 천문학자 케플러의 전기 소설인데천문학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거의 한두 손가락에 드는 사람이 케플러가 아닐까 싶구나.

너희들에게 학교에서 혹시 케플러의 법칙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아직 배우지 않은 것 같구나. 케플러의 법칙은 지구과학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법칙으로 3가지 있단다. 첫째는 행성은 항성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는 법칙이야. 학창 시절 처음 이 법칙을 배울 때는 이게 대단한 발견인가 싶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 법칙을 발견한 것이 까마득한 중세 시대이고, 당시 어떻게 이런 밝혀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둘째는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행성이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을 할 때 공전궤도를 지나면서 항성과 행성이 만들어내는 시간당 면적이 같다는 법칙이란다. 그림으로 설명하면 좀 쉬운데, 말로만 하려니 쉽지 않구나. 아무튼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행성들은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 때문에 태양에서 가까우면 속도가 빠르고, 태양에서 멀면 느리게 움직인단다. 공전속도가 늘 똑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 세 번째 법칙은 조화의 법칙으로 이것은 하나의 수식으로 외웠던 기억이 있구나.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그 행성의 타원 궤도 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란다. 아빠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위에서 설명한 케플러의 세가지 법칙은 인터넷을 좀 참고해서 설명했단다.

이렇게 케플러의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는 법칙만큼 그의 삶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것 같구나. 아빠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거든. 학교에서도 케플러의 법칙이 시험에 나오지, 케플러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안 나오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 책을 신간 코너에서 보고 무척 읽어보고 싶더구나. 사실 케플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너무 무심했던 것 같기도 하구나.

아빠가 위에서 지은이가 누구인지 상관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어떤 분인지는 한번 약력을 읽어봤단다.

아일랜드 작가이고, <바다>라는 소설로 부커상도 수상했다고 하는구나. <케플러>라는 책은 1981년에 쓴 책이라고 하고, 과학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셨다고 하는구나. 그의 책들 중에 <닥터 코페르니쿠스>라는 책에 눈에 띄는구나. 그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1.

, 그러면 케플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이 책이 비록 소설이라서, 100% 진실은 아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나. 중세 시대 그의 삶 전체를 팩트 그대로 알 수 없으니 말이야. 케플러의 삶 중간중간 빈 곳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우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단다.

요하네스 케플러. 소설의 첫 장면은 식구들과 함께 튀코 브라헤라는 천문학자의 초대로 보헤미아로 가는 시절부터 나온단다. 하지만 그 전에 케플러의 좀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해주어야겠구나. 케플러는 그라츠 지역의 튀빙겐 대학에서 메스틀린 교수한테서 천문학을 배웠단다. 매스틀린 교수와 서로 학문적 논쟁도 했고, 50여 년 전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도 이 때 알게 되었고, 그는 이후 지동설을 믿었단다. 천체 기하학 이론을 공부하면서, 직접 태양계의 천체 모형을 만들기도 했어. 그리고 첫 번째 저서 <우주의 신비>를 지필 했어.

집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데 상인 오베르도르퍼라는 사람이 거래를 제안했어. 남편이 둘이나 죽어 과부가 된 바르바라 뮐러와 결혼을 하면 금전적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케플러는 바르바라 뮐러와 결혼을 했단다. 당시 케플러 나이 스물다섯이었어. 둘은 아주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평범한 가정 생활은 이어갔단다. 케플러와 결혼하기 전에 바르바라는 딸 레기나가 있었고, 케플러와 바르바라 사이에서 첫째 아들 아인리히가 태어났지만, 안타깝게도 두 달 만에 죽고 말았어. 둘째도 출산 후 곧 죽고 말았대. 당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 둘을 잃었으니 무척 힘들었겠구나.

케플러가 천문학자이긴 하지만 종교의 신념도 강했던 사람인데 당시 주류인 가톨릭 예수교가 아닌 루터교 신봉자였단다. 가톨릭 예수교를 믿으라고 강요를 받기도 했는데, 이를 거절하여 케플러는 추방당했다가 돌아오기도 했어. 카톨릭 예수교의 규제가 점점 심해지자, 그는 그라츠를 떠나기로 했어. 그때 마침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의 초대장이 생각이 나서, 보헤미아에 있는 튀코 브라헤의 성() 베나테크 성으로 식구들과 함께 갔단다. 그곳에서 튀코 브라헤와 그의 조수들과 함께 연구하였어. 튀코 브라헤와 함께 천문학표를 발표하여 제작하기로 했는데, 프라하의 루돌프 황제가 지원을 해주어 그 천문학표의 이름을 <루돌프 표>라고 하기로 했어. 그런데 이 <루돌프표>는 케플러 말년에 가서 완성하게 된단다.

튀코의 다른 조수들과 화성의 운동에 관해 논쟁을 하던 중에 케플러는 7일만에 설명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단다. , 그들이 그 동안 관측한 화성 자료를 모두 달라고 했어. 그리고 케플러는 화성 운동에 연구를 했지만 그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7일 안에 끝낼 수는 없었어. 17개월이 지나도 화성 운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어. 하지만 기정 사실이었던 행성들이 등속도 운동을 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하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튀코 브라헤가 죽었고, 그가 죽고 나서 케플러는 제국의 황실수학자가 되었단다.


2.

처음 두 아이가 죽긴 했는데, 이후에 주자나, 프리드리히, 루트비히가 태어났단다. 황실 수학자가 된 케플러는 황실의 지원을 받아서, 수학과 천문학에 연구를 하여 많은 업적과 책을 썼단다. 아무래도 황실수학자이다 보니 많이 유명해지기도 했단다. 케플러의 고향에는 어머니와 뇌전증을 앓고 있는 동생 아인리히가 있었어. 가끔 고향을 가기도 했지만, 아내와 어머니 사이는 그리 좋지는 않았단다.

이 책의 제4부는 케플러가 주고 받은 편지들로 채워져 있단다. 그런데 이 편지들이 실제 남긴 편지인지, 지은이가 상상으로 적은 편지들인지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이 편지에서는 갈릴레이뿐만 아니라 많은 유명한 사람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있고, 가족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도 있었단다.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케플러는 갈릴레이 연구 결과에 지지와 비판을 함께 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단다. 케플러는 갈릴레이를 약간 오만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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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34)

대사님, 갈릴레오의 얇은 책이 간결하고 단순해 보인다는 이유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그의 저서 <별의 전령>은 아주 중요하고 훌륭한 책입니다. 몇 쪽만 훑어보아도 금세 알 수 있지요. 그러나 그가 주장하듯 그 안에 담긴 모든 내용이 독창적인 것은 아닙니다. 황제께서도 예전에 작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신 적이 있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비록 증거를 제공하진 못했지만 은하수가 무수히 많은 별의 무리일 거라고 추측한 바 있습니다. 행성에 위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저는 그가 발견한 네 개의 새로운 행성이 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있다면 다른 행성에도 위성이 있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별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과 그것들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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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이었던 레기나는 결혼을 하였고, 아들 프리드리히가 전염병으로 죽고 얼마 후 아내 바르바라도 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한편 케플러의 어머니는 고향에서 주변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면서 이상한 약물을 만들어 주었대. 그래서 그 약물을 먹고 병이 난 사람들도 있고, 죽은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그 약물 때문에 병이 나고 죽은 것인지 인과관계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는 그 일로 마녀로 몰리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중세 시대는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이 성행했단다. 어머니도 마녀로 몰려서 죽을 수도 있었지만, 케플러가 가서 도와주어 다행히 무죄 판결을 받았단다.

케플러는 연구 결과를 하나 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단다. 등속도 운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행성의 운동은 타원형으로 공전한다고 가정을 하니 모든 것이 딱 들어맞았어. 자기 스스로도 깜짝 놀랐단다. 그렇게 케플러의 법칙은 완성되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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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나는 다시 한번 화성에 원 궤도를 적용해 연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화성 궤도는 양옆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위아래는 바깥으로 나가는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타원형 궤도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학자들이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고수해 온 원동운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찾아낸 증거는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모양의 궤도가 화성뿐 아니라 지구를 포함한 나머지 행성들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소름이 끼치더군요. 미천한 내가 어떻게 우주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낸단 말입니까? 그리고 거기 들어갈 노력과 수고란! 주전원과 행성의 역행,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마구간을 싹 치우고 이제는 수레에 가득 실린 말똥, 즉 이 타원형 궤도만 남았습니다. 어찌나 악취가 지독한지! 그런데 이제 그 안에 들어가 구린내나는 말똥을 혼자 끌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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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라바라가 죽고 나서 주자니라는 여자와 결혼했는데, 케플러와 주자니 사이에서 일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 중에 세 명이 어렸을 때 죽었다는구나. 이 즈음 신성 로마 제국의 상황은 좋지 않았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케플러를 후원해주었던 루돌프 2세는 동생 마티아스에 의해 쫓겨나고 마티아스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케플러의 황제 수학자 지위는 유지되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체불되었어. 그래서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 그러면서도 행성 연구는 멈추지 않고, 그 옛날 튀코 브라헤와 함께 연구했던 천문학표인 <루돌프표>를 완성하여 출간했어. 가난이 계속 이어지고, 체불된 임금으로 받으려고 길을 나섰는데 병을 얻어 그의 나이 나이 59세에 삶을 마감했단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연도가 안 나와 있는데, 케플러의 태어난 해와 죽은 해는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단다. 케플러는 1571 12 27일 신성로마제국(오늘날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태어나 1630 11 15일 신성로마제국 바이에른 레겐스부르크에서 죽었다고 하는구나.

여기까지가 존 밴빌의 <케플러>였단다. 시대적 배경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좀 있었단다. 그래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케플러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런데 오늘따라 키보드가 손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오타나 많이 나는지 모르겠구나. 나이를 먹어서 손이 마음대로 안가는 느낌이랄까. 하기야 손뿐만 아니라 머릿속도 자주 엉클어지는 느낌이야.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고괜한 넋두리로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러프에 고개를 묻고 잠든 사이, 요하네스 케플러는 우주의 신비를 푸는 꿈을 꾸었다.

책의 끝 문장: 난 절대 죽지 않아. 절대로.


케플러는 우주의 조화를 지배하는 영원불변의 법칙을 좇고 있었다. 그건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뒤엉킨 덤불을 헤치며 전설의 사냥감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것과도 같았다.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는 사냥꾼만이 목표물을 정확하게 겨냥할 기회를 얻는 법. 무기라고는 아직 불완전한 계산과 미완성의 공신뿐이고, 더군다나 가장 노릇과 책임, 빌어먹을 가정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종을 번갈아 울려대며 소리치고 날뛰는 광대들에게 에워싸여 있는데 어떻게 그런 기회를 노리단 말인가? 그러나 딱 한 번, 아주 잠깐이나마 그 전설의 새를 본 적이 있다. 기껏해야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그것을 보았단 말이다. 섬광 같은 그 짧은 순간을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 P43

케플러는 내기를 위해서, 그리고 튀코의 자료를 빼내기 위해서 자신을 속인 셈이었다. 화성은 그렇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똑똑한 학자들이 수없이 도전했음에도 화성은 수천 년간 비밀을 내주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대로 우주에서 행성이 태양이 아닌 지구의 위치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는 왕복 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행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행성이 일정한 속도로 완벽한 원을 그리며 돈다면, 궤도상에서 동일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리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화성의 궤도를 규명하기에 앞서 이런 의문점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시치미를 뗀 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손끝으로 더듬어 가며 매끈하고 복잡한 설계도를 재구성해야 하는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 P126

나의 사랑하는 레기나야. 나는 삶이란 게 정해진 형체도 없이 끊임없이 변하는 물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용해된 유리 덩어리와도 같아서, 아주 조야한 도구조차도 없이 오직 맨손으로 만지고 다듬어 완벽한 모양으로 빚어 우리 안에 품어야 하는, 그런 물질 같다고나 할까. 그것이 우리가 이생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바깥세상의 혼돈을 내면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으로 바꾸는 것. 하지만 아니더구나. 삶이 우리를 품는 것이고, 우리가 커다란 유리구슬에서 지워 내야 할 흠집인 것 같다. 물에 빠진 사람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 자기 일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걸 본다고들 하지. 사실 어찌 물에 빠져 죽는 사람만 그렇겠니? 어떤 방식으로 죽든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수많은 모습과 행동과 생각 속에 감춰져 있던 본질적인 모습을 인식하게 될 거야. 죽음은 완성을 위한 수단이지. - P251

정신은 모든 수학적 개념과 형태를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경험적인 신호를 통해 이미 아는 것을 기억해 낼 뿐이지요. 수학적인 개념은 정신의 본질입니다. 정신은 한 지점으로부터의 등거리를 생각해낸 뒤, 다른 어떤 감각 인식이 없어도 그 점으로부터 원을 그립니다. 이렇게 설명해 보지요. 만약 정신이 신체의 눈을 쓰지 못한다면, 외부에 있는 사물을 상상하기 위해 눈이 필요하므로 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나름의 법칙을 지시할 것입니다. 정신 속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양(量)에 대한 인식이 눈의 존재 방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정신의 존재 양태에 따라 눈의 존재 양태가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기하학은 눈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미 우리의 정신 속에 존재하니까요.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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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2권을 이야기해줄게. 아리랑의 초판이 1994년이더구나. 아빠가 처음 읽은 것이 2001년이니 아빠도 일찍 읽은 편은 아니구나. 하기야 아빠가 2000년 이전에는 책에 무관심한 사람이었으니…. 다행히 늦게나마 책읽기의 재미에 빠진 것이 다행이구나.

, 그럼 오늘도 부지런히 이야기를 해줄게.

을사늑약이 발표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의병 활동이 일어났단다. 충청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고, 경상도에서도 뒤이어 일어났단다. 전라도에서도 최익현과 임병찬을 중심으로 의병이 일어났단다. 송수익도 친구 신세호가 소개해 준 임병서와 함께 의병 일으킬 준비를 했단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는 적이야. 한편, 일본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병에 맞설 준비를 했어. 일본은 그 전에 만든 친일단체 일진회를 의병을 막는데 이용했단다. 그래서 일진회 회원들은 무장을 하고 훈련 연습을 했어. 이에 일진회 회원들은 불만이 커졌단다. 일진회 회원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는 무기 없이 의병 준비를 하는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단다. 지삼출과 손판석은 그런 일진회 회원들을 몰래 꾀어내어 죽이고 총을 빼앗았단다.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문 일로 의병들의 무기는 초라했단다. 그렇다 보니 무기로 무장한 일본 헌병대에 맞서 싸우다 보면 희생자도 많고 생포되는 사람들도 많았어. 잡힌 이들은 자신의 동네로 끌려가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총상을 당하고,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게 했어.

의병 조직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것은 아니었어. 의병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병 조직 내에서도 양반과 상민이 따로 있다는 거야. 양반 유생들이 아직 신분을 따지고, 천한 신분이라면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어. 의병장으로 활약한 최익현의 경우도 황제의 명령이 더 중요하다면서 의병 활동을 하다가 해산명령을 받고 산에서 내려오는 우를 범했단다. 양반이라면 황제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였어. 결국 쓰시마 섬까지 끌려가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게 되었지. 그의 뜻은 알겠으나, 그의 성급한 결정으로 전라도 의병의 줄기가 사라지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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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지난번의 최익현의 처사가 그 고질병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황제인 고종도 고종이었고, 의병장이라는 최익현도 최익현이었다. 풍전등화인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나선 의병들에게 국왕이 해산명령을 내리는 것은 무엇이며, 그 이름 좋은 황칙을 받았다고 하여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며 일으킨 의병을 일순간에 해산시키고 포박당하는 의병장의 처사는 또 무엇인가. 그 결과 불쌍한 평민들만 왜놈들에게 무참히 살육당했다.

최익현은 <황칙>이라는 것의 진의를 면밀히 파악했어야 했다. 을사보호조약이 상감의 뜻이 아니었듯이 그 황칙이라는 것도 상감의 진의가 아닐 수 있었다. 그것이 만약 마지못해 작성된 것이었다면 최익현은 그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불충을 저지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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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송수익 부대에서도 몇몇 유생들이 의병을 떠났단다. 전라도 의병 조직이 와해되어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단다. 이런 현상은 전라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단다.

을사늑약 이후 나라에서 있었던 일들을 좀더 살펴보면 나라의 빚을 백성들이 직접 갚겠다고 하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단다. 고종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고, 그 일로 일본은 고종을 강제로 폐위시키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황제를 세웠어. 우리나라 군대가 강제로 해산된 것도 이 즈음인데, 강제로 해산된 군인들이 의병으로 많이 유입되어 의병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여전히 양반유생 의병들이 자기 권리를 찾으려고 하여 제대로 단합이 되지 않았단다. 그런 양반유생들이 의병을 떠나고 나중에 평민 출신 의병장들 위주로 의병의 색깔이 바뀌었단다.

 

1.

하와이에 노동자로 끌려간 방영근은 하와이에 온지 어느덧 4년이 되었어. 하와이에 도착하고 2년동안은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계약기간인 2년이 지나고 나서는 그나마 생활이 조금 수월해졌어. 그리고 하와이 조선인 노동자들은 농장주들에게 인기가 좋았단다.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에 비해 성실하고 성과도 좋았거든. 조선인들 중에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본토를 가는 이들도 생겼어. 방영근도 샌프란시스코로 가려고 했지만, 하필 그때 법이 생겨서 미국 본토 이동이 제한되었단다.

하와이에 있는 노동자들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식도 듣고 했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의 조선 점령을 인정한 친일파 미국인 스티븐슨이 조선인의 손에 죽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전해졌어. 아빠가 작년에 읽은 강준만의 <한국 근대사 산책>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라 그때도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그때 마치 처음 알게 된 사실처럼 이야기를 했는데, 소설 <아리랑>에도 나왔던 내용이구나. 그렇다면 아빠가 이미 20년 전에 읽고 잠시나마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을 텐데아빠의 기억력을 탓해야지그래도 이렇게 여러 번 읽다 보면 기억에 조금 더 오래가겠지? 아무튼 그 나쁜 놈 스티븐슨을 죽인 장인환 님, 전명운 님의 이름을 오래 기억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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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08)

같은 날 <뉴욕 타임스> <조선민족은 아직도 살았다>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그전에 이미 사건을 보도한 것은 물론이었다.

<스티븐슨를 저격한 것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가진 조선인들 중에서 자기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의사표시였고, 자기 민족의 운명을 자기들 힘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형벌에 상관없이 그 젊은 청년들은 그들의 판단으로 치밀하고 용감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일본을 돕고 조선을 배신한 사람을 공격했다. 물론 그 행동은 그리 바람직하거나 현명한 처사는 못된다. 그러나 추상적으로 생각할 때 그 행동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사설은 미국대통령 루스벨트가 <조선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서 손가락 하나 쳐들지 못하는 민족이다>라고 하면서 조선이 일본의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편 것과는 정반대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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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평소보다 더 말이 없어진 방영근은 날마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장인환, 전명훈…… 장인환은 누구고, 전명운은 어떤 사람일까…… 그 사람들은 보통사람들하고 어떻게 다를까. 특별나게 몸집이 크고 기운이 센 것일까. 글쎄, 씨름꾼이 아닌데 그럴 리가 있을까. 사람이 꼭 몸집이 크고 기운이 세다고 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고 죽기를 작정하고 나선 것이 아닌가. 죽기를 작정하자면 몸집이 크고 기운이 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이 강단지지 않고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마음이 얼마나 강단지기에 죽기를 작정하고 나서서 그런 장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은 나이가 스물네다섯이다. 그러면 나와 같은 나이들이다. 그들도 고향에는 부모형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숨을 내걸고 나섰다. 나는…… 나는 그럴 수 있는가…… 내가 만약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갈 수 있었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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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미국 교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단다. 장인환 님과 전명운 님을 변호하기 위해 필요한 돈도 모금해서 미국인 변호사를 선임했단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해 문학석사 과정중인 이승만을 데리고 왔어. 교포들은 서로 이승만을 자기 집에서 묵게 하려고 했지만, 이승만은 교포들이 모금한 돈으로 호텔에서 묵었단다. 재판이 계속 연기되자, 이승만은 자기 공부해야 한다고 떠나버렸단다. 그리고 자신은 기독교도이기 때문에 살인사건의 연루될 수 없다는 말도 남겼대. 대단한 위인인세. 이런 사람이 나중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다니, 우리나라는 이렇게 지지리 인복이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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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13)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승만이 8 25일에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버린 것이다.

한인동포 여러분들께 매우 미안합니다. 그러나 재판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고 또 나 역시 논문을 써야 되니 시간관계로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예수인이니까 살인관계 재판 통역은 원하지 않습니다. 살인행위는 하나님의 뜻에 거역되는 죄악입니다.”

이승만이 남기고 간 말이었다.

이승만의 행동이나 그 말은 동포들에게 크나큰 충격이 되었다. 그 소문은 사람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졌고, 이승만은 실망과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피나는 돈만 축내고 갔구먼.”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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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노동자들의 문제는 대부분 남자들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그들이 정착하기 쉽지 않았지. 그래서 미국 한인 모임인 국민회는 사진결혼을 추진했단다. 하와이에 사는 남자들의 사진을 국내로 보내서, 그 사진을 보고 여자들이 하와이로 와서 결혼을 하는 것이지. 이것도 작년에 강준만의 <한국 근대사 산책> 읽고 이야기했던 것 같구나. 1910년 첫 사진결혼이 성사되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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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사진결혼의 소문이 농장마다 퍼져나가면서 나이든 총각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고, 잊을 수 없는 고향병을 더욱 도지게 했다. 그런데 여자들의 비자없는 입국은 조선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혜가 아니었다. 농장주들은 그 방법을 일본 중국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확대 실시하게 했던 것이다.

사진관의 문턱이 닳아질 지경이 되는 가운데 최초의 조선 신부감이 하와이에 도착하게 되었다. 국민회 회장 이대수가 시범을 보이듯 신부감을 맞아들인 것이다. 전라도 처녀 최사라가 일본배 지양환을 타고 호놀룰루 항구에 닿은 것은 1910 12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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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제는 의병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남한대토벌 작전을 펼쳤단다. 무기가 변변치 못한 의병들은 일제의 이 만행에 속수무책이었어. 많은 의병들이 죽고, 의병들을 도와준 마을은 불바다가 되었어. 의병장들은 현상금이 붙기도 했는데, 의병장 신돌석 장군은 현상금에 눈이 먼 부하들에게 죽음을 당했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송수익이 이끄는 의병대도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었어. 송수익은 다리에 총상까지 입어서 다리가 다 나을 때까지 절에 숨어 지냈단다. 이때 승려 출신 의병인 공허 스님이 도움을 주었단다. 이렇게 힘든 시절 멀리 만주 땅에서 좋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단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이었어. 백성들은 모두 기뻐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했단다.

그런 의병들의 끈질긴 항일운동이 계속 되었지만, 1910 8 29일 경술국치, 한일합방조약이 맺어졌단다. 이제 조선이라는 나라는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말았어. 친일파 단체 일진회도 해산되었는데, 군산 일진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백종두는 당황했어. 자신의 권세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으니 말이야. 백종두는 다시 권세를 잡기 위해 일본인들을 찾아가 굽실거렸고, 죽산면의 면장이 되었단다. 한일합방 이후 일본은 조선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토지조사사업을 시작했는데, 많은 일본인들이 이때 강제로 조선인들의 땅을 빼앗아 땅부자가 된단다. 그 중에 죽산면의 땅을 노리고 있는 하시모토라는 사람도 있었단다.

….

송수익은 임병서와 함께 몰래 신세호를 찾아왔단다. 신세호에게 함께 의병활동을 하자고 했으나, 신세호는 의견 차이를 보였어. 송수익은 상감(고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그의 무능함을 지적했는데, 골수 유생이었던 신세호는 상감을 비판하는 송수익을 비판했단다. 그래도 상감은 상감이라면서송수익은 상감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단다. 아빠는 송수익의 비판이 맞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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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05)

그러고 말일세, 나라가 망하는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 상감이 짊어져야 할 책무가 더 큰 것인가, 아니면 신하고 백성이 짊어져야 할 책무가 더 큰 것인가. 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신하들이 줄줄이 자결하고, 백성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도처에서 의병을 일으켰네. 그때 상감은 무엇을 했는가. 구중궁궐에서 비통 통분해했는가. 그것으로 상감의 책무가 다 되는 것인가? 또 그와 반대로 매국노 중신놈들의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의병해산령에 옥새를 찍어 윤허하는 것이 상감의 책임인가? 헤이그에 밀사를 보낸 것을 자네는 상감이 수행할 수 있는 최상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네만, 그거야말로 한 나라 상감으로서 얼마나 비굴하고 무책임한 처사인가. 무기를 들고 쳐들어온 놈들을 수만리 밖에 있는 딴 나라 사람들에게 물러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다니, 그런 답답한 노릇이 어디 또 있겠는가. 보호조약이 체결되었을 때, 그때 실기를 했으면 그다음 강제 양위를 당했을 때 상감은 만백성을 향해서 외쳤어야 하네. 백성들이여, 나와 더불어 왜적들과 싸우자 하고 말이네.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앞장섰어야 했네. 그러면 왜놈들이 곧 죽이고 말았을 거라고? 죽이면 죽어야지. 그게 나라 뺏긴 상감이 책무를 다하는 길이네 상감이 해산령을 내려도 나라를 구하겠다고 의병으로 나서서 수만명씩 죽어가는 백성들인데 만약 상감이 군대를 이끌고 나섰다가 왜놈들의 총칼에 죽었다면 백성들은 어찌 했겠나. 이 땅에 합방이란 없었네. 상감은 그 책무를 피한 덕에 지금 연명은 하고 있으나 진작에 죽은 목숨이고, 그 초라한 몸에 걸쳐진 것은 백성을 버려 나라를 망친 죄, 치정을 그르쳐 사직을 망친 죄가 있을 뿐이네.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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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수익이 떠나고 나서 신세호는 송수익이 이야기한 것을 생각했어. 그리고 길은 다르지만 자신도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신세호는 서당을 열어서 몰래 아이들에게 항일 정신을 가르쳤단다. 하지만 105인 사건이라고도 부르는 신민회 사건에 연루되어 주재소에 체포되었어. 그가 가르치는 책 중에 신채호의 <이순신>, <을지문덕> 등의 책이 문제가 되었거든한편 송수익은 국내에서 의병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만주행을 결심했단다. 함께 했던 의병대원들에게는 당분간 해산하고 기다리라고 했어. 자신이 먼저 만주에 가서 정착한 후 연락하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송수익은 만주로 떠났단다.

여기까지가 2권의 대략적인 내용이란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들녘에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책의 끝 문장: 풀꾹새는 석양빛 속에서 지칠 줄 모르고 울고 있었다.

"최익현 선생님께서 왜놈들이 주는 음식을 마다하시고 끝내 굶어서 돌아가신 것은 실로 큰 뜻을 이루신 것이고, 우리에게 높은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후일을 기약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 우리에게도 합당한 것인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대마도에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은 어찌 되었거나 살아서 조선땅으로 돌아오는 것일 테지만, 우리의 처지에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 꼭 산을 내려가 왜놈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산에서 목숨을 보존해 가며 후일을 기다리며 기회를 잡아 무장을 튼튼히 해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중대한 문제는 전과를 책하지 않겠다는 조정의 조칙을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 P70

이승만은 7월 16일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하버드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을 만큼 잘하는 영어로 죽음을 눈앞에 둔 애국자 둘을 살려내리라는 기대로 동포들은 이승만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 몇몇 유지들은 서로 다투어 이승만을 자기에들 집에서 묵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승만은 그들의 성의를 냉정히 거절하고 비싼 호텔에 투숙하고 말았다. - P112

그들은 두 달 동안에 벌어진 수많은 죽음의 끔찍스러움에 마음병이 들어 있었고, 의병의 기세가 불 꺼지듯 잦아들어 버린 것을 한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이 속마음으로 의지하고 믿은 건 의병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번에도 갑오년 때와 다를 것 없는 감정의 엇갈림을 겪고 있었다. 그때 가슴속에 품었던 기대가 무너진 자리에 밀려든 것은 허망감이었다. 그 막막하고 두려운 허망감에서 그들은 헤어날 길이 없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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