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95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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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줄 책은 Jiny 학원 필독서 중에 한 권이란다. Jiny가 학원 필독서라고 해서 아빠가 책을 구입을 했는데, 그러면서 책 소개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빠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그래서 Jiny가 읽고 나자마자 책을 빌려서 아빠도 읽었단다.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둔 이유는 이 소설의 소재 때문이란다. 책 겉표지만 봤면 유채색 계통의 따뜻하면서 밝은 이미지인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좀 어색하기도 하더구나. 야자수 나무가 있는데 옆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있는 거야.  어떤 사연일까? 책 소개를 읽어봤더니 옛날 사진 신부로 하와이로 결혼을 하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사진 신부 이야기는 아빠가 작년에 읽은 강준만 님의 <한국 근대사 산책>과 몇 달 전에 읽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에서 이야기를 해주었잖니.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중에 한 장면에 등장하는 사진신부. 하와이 농장으로 자의 반 타의 반 가게 된 인부들. 그렇게 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남자들이라서, 결혼 상대가 없자, 국내에 있는 여자들과 사진을 주고받고 결혼하게 되었다고 했잖아. 하와이에 노동자들이 간혹 오래 전 사진을 주어서 하와이에 갔던 신부들이 울며 도망간 경우도 있다고 했었는데 기억나지? 그 소재로 한 소설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이금이 님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란 책이란다. 가끔은 슬픈 장면과 가슴 아픈 장면도 있지만, 서로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단다. Jiny는 이 책을 읽었으니 내용을 다 알겠지만, 아빠의 기억력 보존을 위해, 그리고 Shon은 아직 읽지 않았으니 평상시처럼 이야기할게.

 

1.

때는 1917. 1917년이면 일제에 나라를 잃은 지도 7년이 흐른 시절이구나. 버들의 아버지는 훈장 선생님이었는데, 수 년 전에 의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시고 오빠는 일본 순경에 대들었다가 죽었단다. 그런 일이 있고 집안 사정은 급격히 안 좋아졌고, 엄마와 동생들과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단다. 집이 어렵다 보니 버들도 결혼할 나이를 놓쳐서 버들의 엄마는 늘 걱정이었어. 그런데 어느날 포와(하와이)로 결혼하러 가게 되면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버들은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포와로 결혼하러 가기로 마음 먹었단다.

버들의 친구 중에 홍주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홍주는 이미 결혼을 했으나, 남편이 일찍 죽어서 과부 신세였어. 홍주는 버들이 포와로 결혼하러 간다고 하자, 자신도 가겠다고 하면서 따라 나섰단다. 버들도 친한 친구인 홍주와 함께 간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어. 가는 길에 알게 된 무당의 손녀 송화도 함께 가게 되었단다. 그들은 가기 전에 사진을 통해 남편을 볼 수 있었는데, 버들의 신랑은 26살 태완이고, 홍주의 신랑은 39살 덕삼이고, 송화의 신랑은 36살 석보라고 했어.

그들은 일본을 거쳐서 긴 항해를 마치고 드디어 하와이에 도착을 했단다. 버들, 홍주, 송화 말고 다른 신부들도 있었는데, 하와이에 도착하고 난 모습들은 비슷했어. 사진 속 신랑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너무 차이가 나서,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다들 울고 불고 했단다. 버들의 신랑 태완은 다행이 사진과 비슷한 외모로 나타났단다. 한가지 흠이랄까, 태완은 무뚝뚝한 남자로 버들에게 할 말만 딱 했어. 한편 홍주와 송화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어. 홍주의 남편 덕삼은 39살이 아니고 49살이라면서 울고불고 했어. 그런데 송화의 남편은 더 심했대. 완전 할아버지라고 하더구나. 멀리 하와이까지 와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가겠다고 해도 방법도 뾰족이 없었어. 결국 그들도 그곳에 머무르기로 하고, 예정되어 있던 합동 결혼식을 하고 각자 신랑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단다.

 

2.

버들은 태완이 살고 있는 카후쿠라는 마을에 도착을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반갑게 환영을 해주고 잔치까지 열어주었단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태완은 달희라는 연인을 잃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몰래 사진 결혼을 신청했다는 거야. 결혼 3일 전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완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래. 그래서 태완이 그렇게 무뚝뚝했나 보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버들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하지만 남자만 성실하다면 세월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단다. 버들은 그렇게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단다. 시아버지에게도 잘 해드리고, 이웃들과도 잘 어울렸어. 태완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에게 신임이 높은 성실한 사람이었어. 시아버지 서기철은 버들에게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해주었어. 시아버지는 1905년에 식구들을 데리고 이민을 와서, 이곳에서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시동생도 사고로 죽었다고 했어. 태완과 둘이 남아 살아가고 있다고 했어.

남편 태완은 농장 일뿐만 아니라 틈틈이 독립운동에도 힘을 보탰단다. 박용만이 이끄는 국민군단에도 참여해서 열심히 훈련했어. 박용만의 국민군단도 아빠가 조정래 님의 <아리랑> 이야기할 때 했었지, 기억나지?^^ 하와이에 박용만이라는 독립운동가가 세운 우리나라 군대. 태완은 국민군단에서 훈련도 하고 후원금도 많이 했단다. 이승만이 박용만과 국민군단에 트집을 잡고 갈등이 생긴 이후 해체될 때까지 태완은 국민군단에서 열심히 활동했단다.

어느날 태완은 버들을 시어머니와 시동생의 묘지에 데리고 갔어. 그곳에서 성묘를 했어. 그런데 그곳에 달희라는 여인의 묘지도 있었어. , 달희라는 여인이 죽었던 것이구나. 태완은 그곳에서 달희의 이야기도 다 해주었어. 마치 과거는 털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으로 보였단다. 버들도 조금은 서운했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어. 그들은 이후 서먹함은 사라지고 진짜 신혼부부 같은 생활을 했단다.

버들은 오랜만에 이웃에 살고 있는 송화를 찾아갔는데 온 몸에 멍 투성이에 몸은 삐쩍 말라 있었어. 남편에게 맞고 지낸 거야. 그 자리에서 버들은 송화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왔단다. 며칠 뒤 송화의 남편인 석보가 찾아왔는데, 잘못했다면 빌었어. 버들은 석보에게 각서를 쓰게 하고, 버들의 마을로 이사 와서 살라고 했단다.

그런데 조국에서 삼일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하와이에도 전해졌어. 당시 하와이에서는 박용만과 이승만의 갈등으로 지지자들도 둘로 갈라져 서로 비방하고 그랬단다. 아주 친했던 사람들도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면서 서로 비방하게 되어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어. 버들의 임신 소식이라는 기쁜 소식이 있었지만, 얼마 안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픈 소식도 있었단다.

버들은 아들 정호를 출산했단다. 삼일운동 이수 조국에서는 독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태완도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면서 농장을 그만두고 박용만의 사무실이 있는 호놀룰루로 이사를 갔단다. 태완과 버들은 생계를 위해 구두점을 열었지만 장사는 잘 안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웠단다. 구두점으로 돈벌이가 안되어 버들이는 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단다. 어느날 태완은 독립운동을 하러 중국에 가겠다고 했단다. 버들은 그를 막고 싶었지만, 태완의 뜻이 굳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걱정을 안고 살아야 했지.

태완이 떠나고 버들은 와히아와로 이사를 왔단다. 그곳에서 개성 아주머니라는 분의 세탁소에 취직을 해서 일하게 되었어. 와히아와에서도 여전히 박용만 지지자와 이승만 지지자 사이 갈등이 심했어. 그래서 교회도 두 개였다는구나. 각각 다니는 교회가 서로 달랐지. 와히아와로 이사오면서 근처에 살고 있는 홍주와도 다시 만날 수 있었어. 홍주와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홍주도 이승만 지지파라서 정치 이야기로 갈등을 잠깐 빚기도 했지만, 버들과 홍주를 그것을 뛰어넘을 우정이 있었단다.

태완이 중국으로 떠나고 얼마 후 버들은 둘째를 임신한 것을 알았어. 그런데 어느날 홍주가 짐을 싸서 찾아왔어. 남편이 아들 성길을 데리고 조선으로 돌아갔다고 했어. 사실 홍주의 남편은 조선에 본부인이 있었대. 충격적이구나. 홍주에게도 같이 조선으로 가자고 했는데, 홍주가 조선에 가면 무슨 좋은 꼴을 보자고 조선을 가겠니. 아들 성길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홍주는 혼자 하와이에 남기로 했단다. 버들과 함께 지내기로 했어. 어느날 송화가 찾아왔어. 남편이 결국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송화도 임신 상태였단다. 남편은 씨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거란다. 오랜만에 모인 버들, 홍주, 송화는 함께 해변으로 소풍을 갔단다.

 

3.

시간은 갑자기 1941년 진부만 습격 직후로 건너 뛰었단다. 그리고 버들의 딸 진주(영어 이름은 펄)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어.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 버들, 홍주, 송화는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크게 번창하였단다. 진주의 아버지 태완은 1931년에 중국에서 돌아오셨어. 하지만 독립운동 중에 다리를 다치셨고, 천식이 생겨서 만성질환이 되었어. 버들과 태완은 그 이후 아이 셋을 더 낳으셔서 오남매가 되었단다.  

홍주는 이름을 로즈로 바꾸고 미국인 찰리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홍주는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셨구나. 송화는 무당의 손녀라고 이야기했잖아. 그래서 인지 송화는 무병이 도져서 결국 다시 조선으로 돌아갔단다. 진주의 오빠인 정호와 진주는 모두 착실하게 자라서 공부도 다들 잘했어. 그런데 진주는 공부보다 무용을 전공하고 싶어했어. 중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무용에 소질이 있었거든…. 하지만 엄마 버들은 진주의 무용 진학을 강력히 반대를 했단다. 진주는 그것으로 엄마와 갈등을 빚고 했는데, 나중에 홍주 이모네 집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단다.

홍주 이모네서 옛 사진을 보았는데 자신의 돌 사진의 날짜는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은 날짜이고 송화 이모의 젊은 시절 모습이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보았어. 그래서 술 취해 잠든 홍주 이모를 깨워 물어보았단다. 홍주 이모는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 못했지만 진주에게 진실을 이야기했단다. 자신이 버들 엄마의 딸이 아니고 송화 이모의 딸이라고버들 엄마의 둘째 딸은 돌 지나 얼마 안되어 폐렴으로 죽었다고 했어.

진주가 진실을 알았다고 해서 바뀐 것은 없었어. 진주는 버들, 송화, 홍주 모두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소설의 제목 <알로하, 나의 엄마들>처럼 말이야.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진주는 오히려 버들 엄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만큼 진주도 철이 들었고 말이야. 그렇게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이금이 작가님이 소설은 처음인데 숨겨져 있는 우리 역사를 소재로 재미있게 잘 쓰신 것 같구나.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구나. Jiny 덕분에 재미있는 소설 한편 잘 읽었단다.

 

PS,

책의 첫 문장: 버들 애기씨, 내년이면 열여덟이지예?

책의 끝 문장: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과 나의 엄마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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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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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인가, MBD PD 출신인 김민식 님의 책을 보다가 그 책에서 추천해 주어 리스트에 올린 책이 있어. 아빠 기억으로는 그때 즈음에 책을 사두긴 했는데, 책장에 꽂아두고 읽지 않고 있었어. 그러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밀리의 서재의 베스트코너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났단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 책이 두껍긴 하지만 속도감 있게 잘 읽혀지더구나. 지은이는 디카노 다즈아키라는 사람으로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인터넷 서점 서핑하다 보면 눈에 많이 띄는 <13 계단>이라는 소설의 지은이더구나. 오늘 소개할 <제노사이드>라는 책이 두꺼운 만큼 오늘 편지도 좀 길어질 것 같긴 한데, 길지 않도록 노력해보마..

책 제목 <제노사이드>의 뜻은 인종 이나 종교 차별로 특정 인류 집단을 고의적으로 몰살시키는 것을 말한단다. 반인륜적인 아주 잔인한 짓이라는 것을 알겠지? 이 책은 추리 소설 같은 긴장감으로 시작했다가 SF로 넘어가는, 스펙트럼이 넓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배경도 아프리카, 미국, 일본을 주무대로 하고 그 외 다른 지역도 나와서 스케일 또한 큰 소설이란다. 출간된 지 꽤 되어 영화로도 만들었을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영화로는 제작이 안 된 것 같구나.

 

1.

주인공은 조너던 호크 예거라는 사람으로 미국특수부대 출신으로 지금은 사설 경비대 소속으로 일하고 있었어. 그는 바그바드에서 임무를 수행 후, 포르투갈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했어. 예거 가족은 모두 미국인이었으나, 예거와 아내 리디아의 아들 저스틴이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서 치료를 위해 포르투갈 병원에 있었어. 이 병의 권위자 갈라도가 포르투갈에 있었거든. 하지만, 예거의 아들 저스틴은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어. 곧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예거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 예거에게 거금을 받을 수 있는 작전의 제안이 들어왔어. 예거는 아들의 치료비가 늘 부족했기 때문에, 그 작전에 참가하기로 했단다. 예거는 이 작전을 위해 바드바드에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향했단다.

예거와 함께 이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초면이었어. 에거 이외에는 의무병인 마이어스, 통신 담당인 개럿, 파괴 전문가 미키히코가 있었어. 미키히코는 일본인인데 다른 사람들이 이름 발음이 어렵다고 그냥 믹이라고 불렀단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전염병에 걸린 피그미족을 제거하는 것이었어. 그냥 격리만 시킬 것이지 죽이기까지 해야 되나 생각했는데, 이 전염병은 보균 기간만 2년이고, 치사율은 100%라고 했어. 자칫 콩고민주공화국 나라 밖으로 전염병 환자가 나가면 온 세상은 마비가 오게 되는 무서운 전염병이었단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소수의 희생을 통해 인류 전체를 구하는 임무였던 거야.

이 임무의 최종 책임자는 미국 대통령이었단다. 그런데 그 작전을 펼치는 요원들이 감염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 임무 수행 후 한 달 안에 주사를 맞으면 괜찮다고 했어. 무서운 병에 대해 치료법이 너무 허술해 보이더구나. 그들을 그냥 죽이려나? 어차피 전염병 방지를 위한 희생일 뿐에 말이야. 그 임무의 또 다른 작전은 임무 수행 중 처음 보는 생명체를 만나게 되면 죽이라는 지시였단다. 처음 보는 생명체는 보는 순간 알아볼 것이라고 했단다.

….

이제는 일본으로 가보자꾸나. 고가 겐토라는 대학원에서 제약 화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있었어. 얼마 전에 바이러스 전공 교수였던 아버지 고가 세이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로부터 이메일을 받게 된 겐토는 아버지가 남몰래 진행하고 있던 연구를 알게 되었어. 세이지는 자신이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경우를 대비하여 아들에게 메일을 보낸 것인데, 갑자기 돌아가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셨나 봐. 겐토는 아버지가 진행하던 온통 비밀스러운 연구들을 보고 깜짝 놀랐고, 아버지 메일에 따르면 그 연구를 겐토가 계속 이어서 해주길 바랬어. 그런데 어느 날 의문의 여인이 겐토를 찾아와 아버지가 하시던 연구에 대한 공유를 요청했는데, 겐토를 그 여인을 경계하면서 멀리했어. 겐토는 아버지가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이라고 하는 희귀 불치병의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거의 아들 저스틴이 걸린 병이잖니. 그렇게 주인공들 간에 연결이 되는구나.

 

2.

한편, 콩고민주공화국의 작전의 배후에 있는 미국 백악관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어야겠구나. 미국 백악관은 아프리카 콩고에 하이즈먼 리포트 속 신종 생물이 출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하이즈먼 리포트는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나온 내용인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단다. 1977년 하이즈먼 리포트란 것이 있었어. 이건 아마 소설 속 가상 리포트일 거야. 이 리포트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신종 생물이 출현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 신종 생물로 인해 인류 멸망 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었어. 그런데 하이즈먼 리포트 속 신종 생물이 실제로 발견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작전을 벌이게 된 것인데, 작전 수행 임무를 맡은 이들에게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전염병을 막기 위한 작전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거야.

이 작전의 주요 인물들을 보면, 미국 대통령 번즈, 과학기술 보좌관 멜빈 가드너, CIA 국장 홀랜드, 부통령 채임벌린, 국무장관 발라드, 국방장관 라티머 등이 있었어. 그들은 이 작전을 통해 신종 생물이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네트워크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신종생물의 시스템을 이상하게도 일본에서 접속을 시도한 것이 확인되었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FBI는 일본 경찰들은 이를 추적했단다. 그것은 고가 게이지와 그의 아들 겐토라는 것이 확인되었어. 겐토는 아버지가 남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위해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두 개의 노트북을 켜보았는데 그것에 겐토 자신도 모르게 콩도의 네트워크와 연결된 것이었어.

아버지가 남기신 노트북 하나는 켜지지 않았고, 나머지 하나는 파워를 켜자 기프트라는 프로그램이 실행되었어. 겐토는 이 자료를 친구에게 보여주자 이 분야의 전문가가 있다면서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을 소개해주었어. 이정훈이라는 사람은 이후 겐토를 도와 겐토가 임무를 수행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단다. 한국인 등장인물이 나와서 다소 놀랬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니, 지은이 다카노 가즈아키에게 호감이 가더구나. 그리고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제국주의 시대 일제의 만행에 대한 비판도 했는데, 깨어있는 일본의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그가 계속 이런 일관성 있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타난 모습을 그랬단다.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자. 어느날 일본 경찰은 겐토를 찾아왔고, 겐토는 무작정 도망을 갔단다.

….

예거의 작전이 수행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로 다시 가보자꾸나. 전염병이 걸렸다고 하는 피그미족 마을에는 나이젤 피어스라고 하는 인류학자가 있었어. 나이젤은 예거 일행이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고 그들의 통신망에 연락을 했단다. 나이젤은 예거의 일행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어. 그리고 피그미족 마을에 전염병이란 것이 없었고, 예거 일행은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속고 있는 것이고, 나중에 모두 살해당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나이젤이 이야기하는 예거 일행의 정보들이 너무나 정확했기에 예거 일행은 나이젤의 말을 그대로 무시하기 쉽지 않았어. 예거 일행은 조심스럽게 피그미족 마을을 진입을 했고, 나이젤이 묵고 있는 캠프에 들어갔단다. 나이젤은 아주 어린 아이, 아이 아이처럼 생긴 이상한 생물체를 안고 있었어. 그 아이가 작전 시작하기 전에 예거 일행이 들었던 처음 본 생물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어. 아이 같이 생겼지만, 머리가 무척 컸단다. 도대체 그 아이, 아니 그 생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예거 일행은 나이젤과 이야기를 듣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신했단다. 예거 일행이 상부로부터 받은 전염병 치료제가 사실은 그들을 죽이려는 독약이라고 했는데, 그 약을 개에게 먹였더니 그 개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으니 나이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어. 진화한 인류하고 할 수 있는 그 아이의 이름은 아키리인데, 그 아이는 예거의 아들이 걸린 불치병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의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고 했어. 일본의 어떤 사람과 협력하여 개발중이라고 했단다. 예거 일행의 임무는 이제 나이젤과 아키리를 그곳에서 안전하게 탈출시키는 것이었단다. 아키리의 아버지 에시모도 동행을 했단다. 이를 눈치 챈 미국정부는 아프리카 내 민병대와 반정부군을 이용하여 예거 일행을 공격하게 했단다.

 

3.

미국에 루벤스라는 사람이 있었어. 어렸을 때부터 천재로 불렸고 나중에 커서는 씽크탱크에서 일하게 되었어. 정부로부터 새로운 생물체 출현에 대한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참가하게 되었지. 나이젤의 편지를 입수하여 분석하게 되는데, 피그미족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초고도의 지능을 가진 아이라는 것은 확인되었고, 수학 증 모든 분야에 있어 엄청 빠른 이해력을 가지고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어.

루벤스는 그 아이가 진화한 인류또는 신종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누스로 불렀어. 루벤스는 누스가 어떻게 진화를 할 수 있었는지 연구를 했는데, 여러 가설 중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신빙성이 있어 보였어. 루벤스는 누스와 그의 아버지를 미국에 데려와 보호하자는 제안을 했어.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거절했단다. 미국 정부는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미국의 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제거하기로 결정한 거야. 그렇게 해서 예거 등 특수요원을 모집해서 투입한 것이고 작전명은 네메시스라고 했단다. 누스의 통신망을 감시하던 중 일본의 고가 세이지과 나이젤이 이메일을 주고 받은 정황을 포착했고, 하이즈먼 리포트를 검색한 것도 알게 되었어.

그가 죽은 이후에는 아들 겐토가 다시 하이즈먼 리포트를 검색한 사실을 알아냈어. 그래서 겐토를 쫓게 한 것이야. 겐토는 자신을 쫓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계속 도망을 갔어. 그러면서도 이정훈과 함께 기프트프로그램으로 폐포상피세포경화증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했단다. ‘기프트프로그램은 신약 개발 프로그램이었는데, 사실 그 프로그램은 아키리가 개발한 것이란다.

….

네메시스 작전 멤버 중에 멜빈이라는 과학기술 보좌관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는 이 작전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배신을 하고 그들의 작전의 진실을 겐토에게 전달하고 나이젤과도 연락을 했단다. 이 일이 밝혀지면서 해고당했단다. 도망중인 예거 일행과 아키리는 노트북을 이용하여 겐토와 암호 통신을 하게 되었고, 겐토는 위성을 이용하여 적의 위치를 확인하여 그들에게 알려주어 도망가는 길을 도왔단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키리의 우수한 두뇌 때문이었어.

게임을 좋아하는 앤디 로크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어떤 인터넷 게임 미션에 참가하여 가상 전투기 조정을 하여 목표물을 포격하였는데, 알고 보니 이건 게임이 아니었고 실제상황이었어. 그 목표물은 미국 부통령 채임벌린이 타고 있던 자동차도 그는 즉사하고 말았단다. 미국 정부는 이 테러 사건의 배후에 신종생물인 누스가 있다고 판단했어.

….

겐토와 이정훈은 몇 번의 실패 끝에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의 치료제에 대한 조합을 찾아냈고 이제 그 가이드대로 만들기까지 성공했단다. 이미 사전에 나이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그 약이 개발되면 아들 저스틴에게 전달해 주기로 약속을 해서, 신약이 나오자마자 이정훈은 약을 들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했단다. 겐토는 혹시 모를 약의 부작용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어. 그렇다고 겐토가 안전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미국 CIA와 경찰에 추격을 받고 있었어. 어떤 목소리 위조한 사람의 도움으로 CIA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은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찾아왔던 의문의 중년 여인이었어.

그녀의 이름은 사카이 유리였단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콩고에 함께 갔던 동료 연구자였어. 그 때 이미 아버지와 사카이는 신종생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 그런데 아키리는 그때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거든. 그 이야기는 아키리 말고 또 다른 신종생물이 있다는 이야기지. 그래 맞아 그 아이는 안전하게 일본에 와 있었고, 사카이 유리가 돌보고 있었단다. 그 아이로부터 사카이 유리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겐토를 도울 수 있었던 거야.

네메시스 작전에 참가했던 씽크탱크 소속 루벤스는 대통령에게 이 작전을 중단하고 누스를 살려서 데리고 오자고 다시 제안했단다. 이번에도 거절 당했지만, 루벤스와 같은 생각을 한 이는 또 있었어. 아빠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CIA 국장 홀랜드였던 거 같아. 아무튼 루벤스는 예거 일행의 탈출을 돕기로 했단다. 예거 일행은 많은 군대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있었는데 아키리의 두뇌와 일본에 있는 조력자의 도움으로 콩고를 벗어나 남아공으로 와서 비행기를 탈취한 후 결국 아프리카를 날아오를 수 있었단다. 멤버들 중에 믹과 개럿은 이런 저런 이유로 죽었고, 아키리의 아버지는 중간에 콩고로 돌아가서 비행기에는 예거, 마이어스, 나이젤, 아키리 만 타게 되었단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탈출하여 대서양으로 행해 미국으로 오고 있었단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미국정부의 레이다에 포착이 되었어. 물론 예거 일행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나이젤과 아키리가 준비한 또 다른 방법이 있었어. 중간에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이야. 사실 나이젤은 엄청난 사업가의 아들이었어. 아버지가 대규모 상선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주인이었는데, 그로부터 물려 받은 나이젤의 상선이 대서양에서 그들을 기다라고 있었어.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고 연료 떨어진 비행기는 바다에 추락시키고 그들은 낙하산을 이용하여 피어스의 상선에 안전하게 내려앉았단다.

그런데 그 전에 미국에서는 그 비행기를 요격하지 않았을까.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미국 번즈 대통령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격명령을 내렸지만 출동한 전투기 네 대 모두 의문의 사고로 추락하고 말았단다. 이 또한 아키리가 전산망을 마비시켜서 한 것이었어.

피어스의 배에 안전하게 내린 예거 일행은은 일본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겐토, 사카이 유리, 그리고 또 다른 신종생물인 에마를 만났단다. 에마는 사실 아키리의 누나였단다. 아참, 이정훈은 예거의 아들 저스틴이 죽기 전에 리스본에 도착하여 신약을 전달하여 저스틴은 위기를 넘기고 호전되고 있었단다. 이렇게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구나. 아빠가 줄여서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오늘도 꽤 길어졌구나.

….

이 소설처럼 만약에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새로운 인류가 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현인류의 적이 될까? 아니면 조력자가 될까? 소설 속 사람들처럼 신인류가 현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 이미 현인류는 머나먼 과거에 다른 인류를 멸망시킨 이력이 있으니 자신들도 그렇게 당할 수 있겠다고 말이야. 하기야 뭐 같은 인류끼리도 서로 죽이지 못하고 안달이니 다른 종족 죽이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조력자가 되어서, 기후위기 등 산재되어 있어 있는 지구의 여러 문제점을 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구나. 혹시 이미 신인류의 출현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게 작전이 진행되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이 호화로운 거처에 산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익숙해지질 않았다.

책의 끝 문장: “고양이라도 기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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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우다 3
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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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현기영 님의 <제주도우다> 마지막 3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 이미 2권에서 제주도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지고,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느낌이 있었잖니. 남로당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남로당 수속의 사람들은 수배자로 지목 받아 도망을 가고, 학교들은 휴교를 했단다.

극우주의자 도지사인 유해진이 취임하면서 데리고 온 서북청년단은 그 이후로 수가 늘어났고, 그들은 제주도 경찰의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더욱 영향력을 키워갔어. 서북청년단(서청)은 빨갱이들을 잡겠다면서 제주도민들을 탄압하고 약탈을 일삼았단다. 서청의 눈에는 제주도민들을 모두 빨갱이로 보았어. 남로당과 조금만 관련 있으면 구타를 하고 잡아서 고문을 해댔단다. 하지만 그런 서청의 만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어.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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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남로당이 불법화되자 그때부터 서청의 민중 탄압은 더욱 포악해졌다. 이 무렵에 많은 서청 단원들이 경찰로 특채되었고 제주경찰서 서장도 서청 출신이 되었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한라산에 백두산 호랑이가 왔노라! 공포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었다.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공포였다. 구타가 일상화되어 한번 걸려들면 언제 끝날지 모를 고문과 구타를 견뎌야 했다. 남로당의 민애청 소속 청년들은 지하로 더욱 깊이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민애청에 속하지 않은 청년들도 잡히면 민애청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무조건 도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상이 있든 없든, 뭔가 한 일이 있든 없든 간에 잡히기만 하면 무조건 개 패듯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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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리의 청년들도 대부분 산으로 도망을 갔단다. 밤에만 가끔씩 마을에 내려왔다가 가곤 했어. 이를 알게 된 서청은 남아 있는 조천리 마을 사람들을 더욱 괴롭혔단다.

1948 1 22. 남로당 제주도당의 명단을 경찰에서 찾아냈고, 이로 인해 대거 검거되는 사건이 벌어졌단다. 그리고 2 7일에는 전국적으로 남한 단독 선거에 대한 반대투쟁이 일어났는데, 제주도에서도 이 투쟁이 일어났단다. 제주도민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어. 산 속에 숨어 있던 조천리 청년들도 우르르 몰려나와 이 시위에 참석을 했단다. 16살이 된 안창세도 그들을 도와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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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3)

그렇게 공포에 짓눌린 가운데서도 단독선거 반대를 내건 2.7사건이 터졌다. 설마설마하던 남조선만의 단독 선거 책동이 1월 중순이 되자 바로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는데, 5 10일 이전에 남쪽만의 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지난 삼년 동안 온 나라 백성이 갈구해온 통일국가의 꿈에 대한 공식적인 전면 부정이었다. 온 천지가 분노와 탄식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남로당과 민전이 2 7일을 기해 전국적 총파업을 일으키고 김구와 김규식 등 우익 세력이 이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단독선거 반대의 함성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왔다. 공장 노동자, 부두 노동자 들이 파업을 단행했고, 전기 노동자는 송전을 중단했고, 철도 노동자는 철도 운행을 중지했고, 통신 노동자는 통신을 두절시켰다. 수많은 학생, 농민, 노동자들이 가두시위에 나섰고 경찰지서들이 공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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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경찰에 잡혀 갔던 조천 중학원 학생 김용철이 모진 고문과 구타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조천리 사람들은 모두 분개하였고,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결의했어. 의병을 봉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가지고 무기가 없어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온건파들도 있었어. 그런데 서청과 경찰에 의해 죽는 제주도민들이 계속 늘어만 갔단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

 

1.

드디어 1948 4 3일 밤. 청년들은 행동을 하기로 했단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어 대부분 죽창을 들었단다. 그들은 경찰서를 습격하기로 했어. 무기도 없었지만 그들은 경험도 없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단다. 그날의 시위는 실패도 끝났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경찰 당국은 약 한 달 간 시위대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 조천리에도 불안하지만 간만의 평화가 찾아왔단다. 당시 제주도 군대를 이끌던 9연대장 김익렬은 더 이상의 충돌은 막아야겠다고, 산 부대 사람들과 대화를 풀어보려고 했어. 하지만, 경무부장 조병옥은 그런 김익렬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고 잘라버렸어. 그리고는 내륙에 있던 11연대(연대장 : 박진경)을 불러들여 치안을 맡겠어. 박진경은 강경파로 일본 관동군 출신으로 제주도민 30만명을 모두 죽여도 좋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어.

1948 5 16일은 남한 단독 선거일이었는데, 그 전까지 전국적으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단다. 미군정은 대대적인 제주도 토벌 작전을 결정했단다. 조천리 사람들을 비롯하여 제주도민들은 자신들의 반대 시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했어. 남한과 북한이 둘로 나뉘어진다는데 어떤 백성이 이를 좋아하겠니. 반대 운동은 상식적인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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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6)

조천리 사람들은 목장에 도착한 즉시 이슬 젖은 풀밭에 선 채로 얼마 동안 집회를 가졌다. 조천리와 와흘리 산부대 청년들 몇 명이 번갈아가며 연설을 했다. 저놈들은 우리를 반역자라고 하는데, 왜 우리가 반역자인가? 우리는 미군정에 반대하는 것이지 민족에 반역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통일 정부를 세우자는 주장이 애국이지 왜 반역인가? 오히려 단독정부를 지지하여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반역 행위다. 이 나라의 허리를 잘라서는 안 된다, 국방경비대는 우리 편이니 곧 해결이 날 것이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는 행동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큰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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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토벌을 결정한 미군정은 로스웰 브라운 대령을 토벌대 대장으로 정했고, 박진경이 이끄는 11연대가 토벌 작전을 함께 했어. 그들의 토벌 작전은 제주도민 전체를 상대하는 듯했어. 민간인들 학살도 서슴지 않았고, 5월에만 3000 여명의 민간인들을 잡아들였어. 그들의 만행이 심해지자 이를 참지 못한 군인들도 있었단다. 1948 6 18일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는 만행을 일삼던 11연대장 박진경을 죽였단다.

박진경 후임으로 송요찬 중령이라는 사람이 11연대장을 맡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어. 민간들을 잡아 무차별 고문하고 총살시키는 것은 계속 이어졌어. 전국적인 남한단독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1948 8 15일 결국 남한단독정부는 수립되었단다. 이후 산부대 사람들의 투쟁도 힘을 받지 못하면서 이탈자와 변절자들이 생겨났다고 하는구나. 누가 그들을 탓하겠니.

 

2.

안창세는 그 동안 산부대 사람들의 연락책을 했는데, 함께 연락책을 하던 동료가 잡혀가서, 외삼촌이 운용하는 말 목장으로 도망을 갔단다. 그곳에 누나 안만옥이 있었는데, 창세는 누나와 함께 말들을 보살피면서 지내고 있었어. 산부대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밀항으로 제주도를 빠져나가기도 했어. 미군정의 토벌 작전은 멈추지 않았고, 남아 있는 산부대 사람들과 산발적인 전투가 이어졌다고 하는구나. 제주 토벌 작전이 길어지면서 여수 지역의 14연대를 제주도로 투입하려고 했는데, 이를 반대하면서 봉기가 일어났다는구나. 이것이 여순민중항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지. 미군정 토벌대는 방화작전까지 펼쳐 불을 질렀단다. 불을 피해 내려오는 이들에게는 무차별 사격을 했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죽이라고 하는 초토화 작전이었어. 불은 산뿐만 아니라 산부대 사람들이 마을에도 몰래 내려왔다 가니 마을도 불질러 버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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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90)

방화에 살인에 도취된 자들이 환각 속에서 계속 불을 지른다. 고함치고 총을 난사한다. 겨우 불을 피해 벗어난 사람들을 향해 총알이 사정없이 날아간다. 참새떼가 날고, 닭이 날고, 사람들과 개, 돼지, , 말 들이 달아난다. 총격에 쫓긴 사람들이 혼비백산 울담을 타고 넘어 산 쪽으로 도망친다. 근처의 대숲이나 덤불숲에 뛰어든다. 닭들도 덤불 아래로 오르르 숨어든다. 죽어가면서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내년 농사를 위해 보관 중이던 씨앗 망태가 타고, 이 집 저 집 곳간에서 쥐를 없애고 곳간을 지켜주던 업신 구렁배암들이 타 죽는다. 닭 한마리라도 구해보려고 옆구리에 끼고 달아나던 소년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울담을 넘어 도망치던 청년이 총에 맞아 돌덩이 하나 가슴에 안고 엎어지고, 아기 안은 아낙이 솜옷 입은 등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른 채 허둥지둥 달아나다가 쓰러진다. 쌀독은 물론 간장독, 된장독, 부엌의 물 항아리, 솥단지들이 개머리판에 맞아 와장창 깨진다. 죽음의 위협을 느낀 노파들이 궤 속에 보관 중이던 호상옷 보따리를 챙겨 허리춤에 매고 불 밖으로 나가려고 허둥대고, 매운 연기를 마시고 캑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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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렇게 점점 수위를 높이는 것은 빨리 토벌을 끝내라고 하는 이승만 정부의 명령도 있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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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0)

하늘이 무너져내린다. 어느 순간 검은 구름이 크게 찢기면서 그 틈새로 기울어진 저녁 햇빛이 폭포수처럼 눈부시게 쏟아진다. 그 사다리를 타고 주황빛 불의 날개를 펄떡거리면서, 불의 칼을 휘두르면서 수많은 천사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불의 칼, 불의 날개들이 이글거리면서 지상을 휩쓴다. 하느님이 명령한다. “그러니 너희는 당장에 가서 아말렉을 치고 그 재산을 사정 보지 말고 모조리 없애라! 남자와 여자, 아이와 젖먹이, 소떼와 양떼, 낙타와 나귀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여라!” 최고 사령관 로스웰 브라운이 단호하게 천명한다. “사태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오직 진압뿐이다!” 이승만이 명령한다. “공비 토벌을 빨리 끝내라. 시일을 끌면서 이렇다 저렇다 보고하지 말고, 공비가 없어졌다는 보고를 듣고 싶다.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불순분자를 제거하라! 지체 말고 단숨에 처리하라! 가혹하게 응징하라!” 조병옥이 맞장구친가. “온 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 월남민 교회의 목사가 설교한다. “한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서청 여러분을 위해 하느님께 축복을 청합니다. 여러분의 승리는 곧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어서 그 붉은 무리들을 소탕하고 오시오!” 연대장 송요찬이 외친다. “일본 군대는 이러지 않았어! 더 잔인하게! 더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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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의 대토벌 작전으로 안창세의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이 일로 목장 일만 하시던 외삼촌도 산부대에 합류하셨는데, 창세도 외삼촌과 함께 다시 산부대로 갔어. 계속되는 토벌 속에 겨울이 다가왔단다. 산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또 하나의 고통이었어. 그들은 동굴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지냈단다. 무기와 식량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단다. 이탈자도 늘어나고 체포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 토벌대는 이들의 어려움을 봐주지 않고 더욱 악랄해졌단다. 산부대 사람들이 기거하고 있는 동굴을 발견하게 되면 동굴 안에 수류탄을 던지고 동굴 입구에 매운 연기를 피워서 동굴 안으로 불어넣었단다. 토벌대와 경찰들은 모두 미쳐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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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직급의 경찰에게 즉결처분권이 주어져 있었다. 고문과 살인이 너무도 흔해졌고 그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 무서운 광증은 집단 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광기에 중독된 자들이 법을 가진 자, 법을 쥔 자가 되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죽이고, 시키지 않아도 내 마음대로 죽이고, 닥치는 대로 마구 죽였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인간에게 목숨을 준 신에게만 그것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을 때 그들은 마치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것 같은 황홀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 죽이는 일은 죄인데 마음대로 죽여도 좋다니, 게다가 그것이 애국 행위라니, 참으로 기묘한 희열이고 최상의 쾌락이자 최고의 자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힘에 도취되었다. 희생자들은 그렇게 죽어 마땅한 존재처럼 보였다. 매일 한명이라도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고 떠벌리는 자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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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세도 결국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귀순하기로 했단다. 귀순을 하더라도 총살당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창세는 다행히 매만 맞고 석방되었다고 하는구나. 도대체 제주도민들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그들은 그저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것에 대해 걱정되어 평화시위를 했을 뿐인데 말이야. 이는 백퍼센트 국가가 잘못이란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수십 년간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숨죽여 지내야 했단다. 결국 수십 년이 지나서야 국가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국가추념일로 지정하여 매년 그들의 억울한 넋을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단다. 그런데 아직도 간혹 우익인사 중에는 4.3사건에 대해 거짓을 이야기하기도 해서 울분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단다.

현기영 님의 <제주도우다>를 읽으면서 예전에 읽은 김용옥 님의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라는 책이 생각났단다. 혹시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현기영 님의 <제주도우다>를 읽게 된다면 김용옥 님의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라는 책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3.1절 총격 사건 이후 반년 가까이 계속된 경찰의 가혹한 탄압은 도민의 가슴에 깊은 적개심을 심어주었다.

책의 끝 문장: 사나 사나 사니나 사나


미군정은 서청에 이어 도내 우익 청년 단체도 경찰 보조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10월 말경에 미군방첩대의 지휘 아래 몇 개의 군소 우익단체를 합친 단일조직체 대동청년단(대청)이 결성되었다. 그동안 여론에 밀려 좌익이 붙인 삐라를 떼고 그 위에 자기네 삐라를 덧붙이는 따위의 소극적인 활동밖에 할 수 없었던 그들이 아연 활기를 띠며 수배당한 청년들이 지하로 잠적하여 생긴 빈 공간을 차지하려 달려들었다. 서청과 마찬가지로 경찰을 도와 피의자 검거에 나서는 무서운 존대로 변신한 것이었다. 우익 학생 조직인 학생연명(학련)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그들은 세를 불리려고 시국 강연회, 삐라와 포스터 살포 활동을 맹렬히 벌여나갔다. 이제 법을 쥔 자는 우리다! 우리가 법이다! 우리 말이 법이다! 우리가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다! - P41

"자, 여러분, 이제 울음을 멈춥시다! 언제까지 우리가 울기만 할 겁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매 맞기만 할 겁니까? 저놈들은 용철이처럼 우리도 매를 때려 죽일 거우다. 저놈들한테 매 맞아 죽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앉은 채 매 맞아 죽을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 일어납시다. 일어나서 싸웁시다. 싸웁시다! 복수합시다! 여러분, 저 악독한 서청 강도들을 이 땅에서 몰아냅시다! 여기는 우리 땅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 땅을 저 침략자들이 짓밟고 있습니다. 저 육지 놈들이, 저 육지 경찰 놈들이, 저 서청 놈들이 이 땅을 짓밟고 있습니다. 침략자들을 물리칩시다!" - P68

미군정이 딘 소장을 둘러싼 최고 수뇌부가 항공편으로 날아들어 비밀회의를 열었는데, 딘 소장을 대변한 경무부장 조병옥이 화평 정책을 내세운 김익렬 연대장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면서 무섭게 몰아붙였다. 김익렬이 모처럼 얻어낸 산부대와의 약속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군정 당국에 의해 파기되었다. 정책은 화평이 아닌 강경 무력 진압으로 급선회했다. 남쪽만의 단독선거인 5.10선거가 코앞으로 닥쳐왔으므로 그전에 군대를 투입해 저항 세력을 속전속결로 진압해버리자는 것이 미군정의 의도였다. 순식간에 경비대의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온건파 김익렬이 해임되었고, 9연대도 일부만 남기고 육지부로 전출시키고 수원에 있던 11연대를 불러들였다. - P86

갑자기 교체된 11연대는 9연대와 달리 일본군이 쓰던 99식 장총 대신에 미제 카빈총으로 무장하고 군비 일체를 미제로 일신했다. 박격포, 로켓포 등 중화기도 들어왔다. 일본군 출신 중령 박진경이 연대장이었다. 그 무렵 경비대에서는 그때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던 민족주의 세력이 제거되고 그 자리를 일본군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박진경은 북소학교 운동장에 박격포와 로켓포를 진열하고 사살한 시체들을 관덕정 마당에 늘어놓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수많은 사람들을 연행해 포로수용소에 수감했다. - P87

외세에 대한 싸움이 이제는 동족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져갔다. 산과 해변의 대립은 살벌했다. 좌우 양쪽이 번갈아 서로를 죽이고, 그 가족을 죽이고, 그 집에 불을 질렀다. 복수심에 눈멀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친구가 친구를 잡아먹고, 친척이 친척을 잡아먹었다. 천년의 공동체, 무엇으로도 끊어낼 수 없을 것 같던 끈끈한 우애와 혈연의 공동체, 씨줄 날줄로 정교하게 엮인 그 돈독한 공동체가 무참히 찢겨나가고 있었다. 일찌감치 군경에 장악당한 읍내의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위에 붙어라, 아래 붙어라 산에 붙어라, 해변에 붙어라." - P128

사람은 누구나 미워하는 마음 없이는, 증오 없이는 싸우지 못하는 법, 지휘관은 신병의 마음속에서 증오의 불씨를 지피려고, 인간 정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 밑바닥 깊이 숨어 있는 야만성을 일깨우려고 악을 써댔다. 그러나 빨갱이에 대한 증오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니, 증오조차 없이 죽여야 했다. 아무리 하느님은 뜻, 하느님의 명령이라지만 무고한 사람을 학살하고 있다는 생각이 신병을 괴롭혔다. 그러나 우물쭈물할 수가 없었다. 상관이 무서웠다. 한라산의 산군보다 더 무서웠다. 우물쭈물했다간 무지하게 얻어맞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여전히 두려웠다. - P245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게 뭔가?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아아, 우리의 죽음이 아무 보람도, 아무 가치고 없는 죽음이 되어버렸어. 그게 원통해! 도대체 이건 인간의 죽음이 아니여. 짐승이라도 이런 떼죽음은 없어. 너무 억울해, 원통하고 절통해! 우린 결코, 우린 결코 죽어도 죽지 않을 거여! 너무도 원통해 죽어도 죽을 수 없어!"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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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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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현기영 님의 <제주도우다> 2권을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는 길고 긴 일제 시대가 끝나 해방이 되고, 약간은 어수선하지만 희망의 시대로 나아가면서 노력하는 제주도민들의 이야기하는 부분까지 했었지. 특히 청년들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이 소설의 중심인 제주도 조천리도 마찬가지로 정비를 하고 있었어. 징용이나 징병으로 끌려갔던 사람들도 올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았어. 안타깝게도 죽어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1권 마지막 부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미군과 소련이 우리나라를 반씩 나누어서 통치를 한다고 했잖니. 그래서 제주도에도 미군정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그들에 의해 행정체계가 만들어지는데, 충격적인 것은 그들은 일제시대 일제의 앞잡이로 일했던 사람들을 재등용한 것이란다. 그들이 관리를 해봤다는 이유 하나였어. 나머지 제주도 사람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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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

미군정이 충격적인 명령을 내린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공식 출범한 미군정이 인민위원회 해체를 명령했던 것이다. 미군정이 삼팔선 이남 조선에서 유일한 정부라고 했다. 인민위원회 체제가 미군정의 행정체제에 반영되기를 원했던 도민들에게 그것은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해방의 기쁨과 열광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도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민위원회 간부들 중에서 미군정에 발탁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개는 친일파의 재등용이었다. 일제의 착취 기구에 종사했던 자들이 미군정의 부름을 받고 그 자리로 복귀하다니, 하급 관리들은 그만두더라도 친일파의 고위직 재등용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면서기를 하던 자들이 버젓이 면장으로 승진하여 복직하기도 하고, 순사 노릇 하던 자들이 경찰서장, 지서 주임이 되었다. 명칭이 순사에서 순경으로, 주재소에서 지서로 바뀌었을 뿐 복장도 검정색 일본 순사 제복 그대로였고, 무기도 일본군으로부터 압수한 99식 혹은 38식 장총과 일본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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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열 받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미군이 일반 시민들을 죽인 사건이 일어난 거야. 그러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어. 뿐만 아니라 미군들은 제주도민들을 무시하고, 희롱했으며 폭행까지 휘둘렀단다. 제주도민들은 미군정을 해방군이 아니라 침략군으로 보기 시작했단다.

 

1.

1946년이 되었어. 안창세는 중학교에 진학할 나이였단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얼마 안되어 아직 중학교가 많지 않았어. 조천리 주민들은 합심해서 학교도 직접 짓고 교원들도 직접 뽑아서 조천중학원을 세웠단다. 창세는 그 조천중악원에 다니기 시작했어. 미군정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조천중학원도 미군정에 의한 교육검열을 받기도 했어.

청년들은 여전히 자주 모여서 공부를 했는데,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공부도 했어. 그런데 최근에는 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어. 특히 소련과 미군의 신탁통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우리나라가 둘로 나뉘게 될까 봐 걱정을 하면서 말이야. 당시 신탁통치 반대운동은 전국적으로 일어났는데, 제주도에서도 자주 신탁통치 반대운동이 일어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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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09)

해가 바뀌어 1946년이 되자 제주도에서도 신탁통치 반대운동이 맹렬하게 벌어졌다. 미국과 소련이 삼팔선을 경계로 조선을 둘로 분할하여 오년간 통치하려는 음모에 대한 반대였다. 한시바삐 독립하기를 갈구하던 조선 백성들에게, 특히 지난 반년 동안 뜨거운 열정 속에 새 나라 건설의 꿈을 안고 달려온 청년들에게 그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해방자를 자처한 미국과 소련이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경악 속에서, 조선 땅을 삼팔선으로 두동강 내어 이북은 소련, 이남은 미국이 차지하려는 음모를 분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천리에서도 오일장이 열릴 때마다 신탁통치 반대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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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여름은 긴 가뭄으로 모두들 고생했단다. 제주도에서는 66일간 비가 오지 않았대. 물이 부족해지면서 곡식들이 말라가고 그 해에 대흉년이 들었다고 하는구나. 식량 부족으로 고생을 했는데, 거기에 호열자라는 역병까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대. 해방으로 희망으로 부풀었던 제주도민에게 자연은 시기를 했던 것인가? 주인공 안창세의 누나 안만옥의 친구 따알리아 혹시 기억나니? 간호사가 되려고 일본의 간호학교에 갔었잖아. 해방이 되고 나서 따알리아도 돌아왔는데, 따알리아는 간호사가 되어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았단다. 따알리아가 얼굴이 예뻐서 조천리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어. 그 중에 정두길이라는 사람과 연애를 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에 알리기 부끄러워서 비밀 연애를 했더구나.

….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로 인해 남한과 북한이 나뉘어져 가는 분위기 속에서 이승만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어. 민심의 불만지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단다. 미군정은 그런 민심은 신경도 안 쓰고 강제 공출을 실시했단다. 가뭄으로 대흉년인데 공출까지 당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 전 인민위원회 청년 조직이 만든 민주청년동맹을 중심으로 강제 공출 반대 운동을 했단다.

 

2.

1947년이 되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어.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지자 제주도 곳곳에서 시위가 자주 열렸단다. 2 10일 최초로 미군정 반대 시위가 일어났어. 그러자 미군정은 병력을 증원했는데, 충청도에 있는 충남 경찰 부대 병력을 데리고 왔단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았어. 1947 3 1일 삼일절 기념행사 때 제주도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단다. 미군정은 이 집회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허가하지 않았어. 하지만 제주 곳곳에서 집회는 일어났단다. 조천리에서도 북소학교에서 3.1운동 기념행사를 했고, 집회 후에는 가두 시위를 했단다. 주요 내용은 미군정을 반대하고 남한단독정부를 반대하는 내용이었어. 다시 모인 주민들의 만세 소리를 듣고 다들 희망을 느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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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66)

극심한 불행과 좌절의 연속인 지난 일년이었다. 대흉년의 굶주림과 호열자에 짓눌린 죽음의 시간이었고, 강제공출, 복시환 사건, 친일파 재등용, 단독정부 추진 등등 미군정이 자행한 총체적 모순이 만들어낸 절망의 시간이었다. 해방의 감격과 미래에 대한 꿈이 참혹하게 짓밟힌 한해였다. 이제 사람들은 피폐했던 마음에 다시 활기가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사람마다 가슴속에 환한 빛이 가득해졌다. 정두길은 감격이 북받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군정을 반대하는 거대한 실체가 거기에 있었다! 정두길에게 그것은 소름 끼치는 강렬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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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 시위를 하는 주민들에 대해 미군정과 경찰은 강압적으로 맞섰고 폭행에 발포까지 하면서 민간인 여섯 명이나 죽였단다. 이런 평화적 시위가 죽을 만큼 잘못한 것인가. 제주도민들은 이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단다. 이 사건은 더 시위로 이어지고, 총파업으로 응수했단다. 이때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경무부장 조병옥이라는 사람이 제주도에 왔단다. 하지만 그의 적반하장 언행은 일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키우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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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조병옥은 3.1절 발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정당방위였다고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심지어 사살은 내가 시킨 바다. 발포 명령자를 처벌하라고? 발포는 내가 명령했으니 처벌할 테면 나를 처벌하라라고 싸늘하게 비웃었다. 읍내 공무원들이 모인 시국 강연 사리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면서 건국에 저해가 된다면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고 협박하듯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방약무인이었다. 너무도 놀라운 발언이어서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 건국에 저해가 된다면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 이 말이 도민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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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강압 조치를 위해 조병옥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경찰을 지원받아 증원시켰어. 제주도 경찰들은 제주도민들을 온건하게 대한다고 다 쫓겨났어. 육지에서 들어온 경찰들은 마구잡이고 폭력을 휘두르고, 경찰서에 잡혀 들어오면 고문을 가했어. 이때 조천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는데 주로 청년들과 학교 선생님들이었어.

당시 제주도지사였던 박경훈은 미군정의 이런 강압적인 조치에 실망을 하여 자진사퇴를 했는데, 후임으로 온 도지사가 완전 똘아이 같은 사람이었어. 극우주의자 유해진이라는 사람이 도지차로 취임했는데, 그는 서북청년단을 경호대로 데리고 제주도에 도착했단다. 그가 데리고 온 서북청년단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서북청년단은 서청이라고도 불렀는데, 북한에서 토지개혁 이후 땅을 빼앗기고 남한으로 이들로 공산당에 치를 떨던 이들이었는데, 완전 깡패나 다름없었어. 좌익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어. 그들 뒤에는 정부가 있었지. 그런 서청을 경호대로 제주도로 데리고 들어온 거야. 서북청년단은 도지사의 빽을 믿고 제주도 곳곳에서 횡포를 부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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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무자비한 테러 행위로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서북청년단의 존재가 제주 사회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무렵부터였다. 그간 육지부의 각 도시, 각 읍면 지역에 조직을 만들어 대규모로 세력을 확장해온 서청은 좌파 인사와 집회에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백색테러의 대명서로 떠올랐다. 신임 도지사 유해진이 자신의 경호원으로 일곱명을 데리고 들어온 이래 서청 단원의 입도가 두어차례 이어져 지금은 그 수가 수백명에 이르렀다. 충남 부대의 탄압에 시달리던 도민은 이제 그보다 훨씬 사나운 세력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승냥이가 나가더니 범이 들어온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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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 5, 미군정은 미군정 반대와 단독정부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민주청년동맹을 불법으로 지정했고, 얼마 안가 남조선노동당(남로당)도 불법으로 지정되었어. 내륙에서는 좌우합작에 노력했던 여운형의 암살당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단다. 상황은 점점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단다. 여기까지가 <제주도우다> 2권의 이야기란다.

아직 4.3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도 열 받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단다. 이런 일을 직접 겪은 이들이 어찌 참을 수 있었을까. 총칼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참을 수 있겠지만, 그 폭압의 강도가 점점 세어진다면 결국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해방된 지 불과 2년만에 이렇게 되다니…. 3권에서는 또 얼마나 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일어날지… 3권도 조만간에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조천소학교에서 해방을 기념해 운동회가 열렸다.

책의 끝 문장: “! 비밀 엄수, 하겠습니다!”


해방 후 맞는 첫 봄, 신생의 기운이 제주섬 도처에서 샘솟듯 기운차게 솟아나고 있었다. 새봄, 새 학교, 새 일꾼, 새 나라, 해 희망! 그 모든 것이 청년들, 소년들의 것처럼 생각되었다. 꽃들도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해방의 노래를 부르고, 침울했던 청년들의 가슴도 꽃망울 터지듯이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렸다. 해방 직후 시작된 집단적 열광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전장과 탄광 등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살아 돌아온 귀환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겪은 지독한 절망감이 이제 급격하게 강력한 에너지로 바뀌어 그들을 추동했다. 그들은 생각했다. 지금은 귀향민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상태라 취직난이 극심하지만 친일파들이 물러나면 자리가 생기리라고, 그러한 집단적 열광은 곳곳에 신설 중학원이 등장함으로써 더욱 증폭되었다. - P131

"일제의 노예 경험이 너의 마음에 무엇을 가르쳐주었는지 생각해보아라. 무엇을 가르쳐주었는가? 그렇다, 내 나라, 내 땅을 다시는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점거하여 신탁통치 운운하면서 남북분단을 획책하고 있지만, 그것은 열화 같이 일어난 거족적 반대 투쟁에 의해 반드시 분쇄될 것이다." - P133

정두길 : 순태 너는 박헌영파지만 난 여운형이 맘에 들어. 그가 말하는 좌우합작에 나는 찬성이여.
부대림 : 나도 여운형이 좋아. 한독당 김구 선생의 노선도 좋아 보이고.
박털보 : 미국이나 소련이나 우리에겐 해방군이 아니라 훼방꾼이여, 독립의 훼방꾼!
양순태 : 하아, 해방과 훼방! 거참 딱 맞는 말이네예. 해방군이 아니라 훼방꾼!
정두길 : 그래서 온 나라 온 백성이 이렇게 외치는 거 아니우꽈? (구호를 외치듯이 큰 소리로)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조선 사람 조심하자!
- P162

조병옥은 3.1절 발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정당방위였다고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심지어 "사살은 내가 시킨 바다. 발포 명령자를 처벌하라고? 발포는 내가 명령했으니 처벌할 테면 나를 처벌하라"라고 싸늘하게 비웃었다. 읍내 공무원들이 모인 시국 강연 사리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면서 건국에 저해가 된다면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고 협박하듯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방약무인이었다. 너무도 놀라운 발언이어서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 건국에 저해가 된다면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 이 말이 도민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 P296

무자비한 테러 행위로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서북청년단의 존재가 제주 사회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무렵부터였다. 그간 육지부의 각 도시, 각 읍면 지역에 조직을 만들어 대규모로 세력을 확장해온 서청은 좌파 인사와 집회에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백색테러의 대명서로 떠올랐다. 신임 도지사 유해진이 자신의 경호원으로 일곱명을 데리고 들어온 이래 서청 단원의 입도가 두어차례 이어져 지금은 그 수가 수백명에 이르렀다. 충남 부대의 탄압에 시달리던 도민은 이제 그보다 훨씬 사나운 세력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승냥이가 나가더니 범이 들어온 격이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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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우다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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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읽은 <녹색평론 2023년 겨울호>에서 서평으로 소개해주어 현기영 님의 <제주도우다>( 3)을 알게 되었단다. 현기영 님은 <순이 삼촌>이라는 단편소설로 유명하신 분인데, <순이 삼촌>은 제주도의 아픈 역사인 4.3 사건을 다룬 몇 안 되는 작품이란다. 그것도 4.3사건을 금기시하고 있던 군사독재 시절에 4.3사건을 다룬 소설을 내셨어. 당시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야.

오랫동안 4.3사건의 대표 소설이었던 <순이 삼촌>. 현기영 님은 이번에는 3권짜리 장편 소설로 4.3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어. <녹색평론 2023년 겨울호>에서 <제주도우다>의 서평을 보고,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리스트에 올렸다가 이제서야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려 한다. 책 제목 제주도우다우다입니다의 제주도 방언이란다. 오늘은 <제주도우다> 1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1.

임창근과 안영미는 결혼한 지 2년이 갓 지난 신혼부부란다. 그들은 4.3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어. 안영미는 제주도 출신으로 아직 생존해 계시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4.3사건을 경험하셔서 할아버지의 증언을 듣고자 했단다. 4.3사건이 발생한지 오래되었지만, 그 사건을 엮은 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아픔이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증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다시 상처를 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단다. 안영미의 할아버지 안창세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자세하면서 친절하게 임창근과 안영미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셨단다.

4.3사건이 일어난 1948년 안창세의 나이는 열여섯이었고, 소설의 시작은 그로부터 5년 전인 1943년 제주 조창리라는 곳에서 시작된단다. 1943년이면 안창세의 나이는 열 하나였어. 1943년이면 일제 말기로 얼마 전 조정래 님의 <아리랑>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제의 강제 공출이 심해지고 징용, 징병 등으로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많이 끌려가던 그런 시기였단다. 열한 살 안창세와 누이 안만옥은 야학에 다녔는데, 그 야학은 불법이었단다. 이 야학이 일제에 발각되어 야학을 운영하던 야학 선생 이민하는 감옥에 갔다가 6개월만에 풀려났단다.

안창세의 아버지는 화물선을 이용하여 사업하고 있었는데, 1943년에는 일제에서 강제로 군수품을 나르게 하여, 군수 물자를 나르는 일을 하셨어. 그런데 어느날 큰 파도를 만나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이후 창세의 집은 살림은 무척 어려워졌단다. 강제 징용과 징병으로 조천리 마을은 텅텅 비다시피 했단다. 징용과 징병으로 빈 제주도에 만주에 있던 일본군인 관동군이 잔뜩 들어와 주둔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미군과 싸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어. 진주만 사건이 이후 미군과 일본은 전쟁 중이었고, 미군이 일본 본토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관동군은 제주에 훈련 받고 있다가 여차하면 일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단다. 관동군의 군수품과 식량을 제주도민들이 대주어야 하다 보니, 제조도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단다. 뿐만 아니라 관동군이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안 미군은 전투기를 제주도로 보내 툭하면 폭격을 가했단다. 이로 인해 일본군뿐만 아니라 제주도 평범한 백성들도 많이 죽었어. 또 제주도와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과 군용선도 공격을 받아 침몰되기도 했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말이야.

안창세의 누이 안만옥은 해녀로 일하면서 집안 생계에 보탰단다. 만옥의 아주 친한 친구인 따알리아(본명 : 이순배)가 간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어. 그런데 어느날 간호사들이 전쟁에 징집되었다는 소문에 만옥도 친구 따알리아 걱정을 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해방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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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272)

면장을 마을 밖으로 내친 시위대는 예순살의 원로 김시범 선생을 모시고 동쪽으로 일주도로변에 위치한 만세동산으로 행진해갔다. 기미년 3.1만세운동 때 올라 만세를 불렀던 동산에 그 운동의 주역으로 징역살이를 한 김시범 선생을 모시고 오른 조천리민들의 가슴에는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조천리의 모든 항일운동의 원천은 만세동산이었고, 항일로 점철된 마을의 수난사는 언제나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만세동산에서 만세 소리가 다시 터져나온 것이다. 만세동산의 남쪽 사면을 빈틈없이 뒤덮은 군중은 강풍 맞은 대숲처럼 다 함께 온몸을 흔들면서 열렬하게 만세를 불렀다. 이십육년 만에 터져나오는 조선 독립 만세였다. 열세살 창세도, 열여섯살 행필도 땅에 두 발을 쿵쿵 구르면서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일제에 의해 억눌렸던 땅, 그 땅에서 기운이 솟아올라 그들의 몸에 넘쳐오르는 것 같았다. 온 세상, 온 우주가 환희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한층 가깝게 다가온 한라산을 향하여, 그 아래 질펀하게 펼쳐진 푸른 들판을 향하여, 저 푸른 희망을 향하여 함성을 지르고 또 질렀다. 휑하니 비어 있는 일주도로 또한 밝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질주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조선 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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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방이 된 이후 징용, 징병 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왔단다. 수십 년 일제와 친일파들에 억눌려 살았던 그들에게 이제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다들 기쁨을 만끽했단다. 해방이 되자마자 친일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일본군들도 사라졌단다. 조천리 사람들도 서로서로 태극기를 만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며칠 동안 목청껏 외쳤다고 하는구나. 아직 나라의 기틀이 없고 지방 자치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을 이끌어가고 있었단다.  인민위원회는 청년들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청년들은 자주 회의도 하고, 당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에 관한 책들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나라, 좋은 마을을 만들지 고민들을 했어. 멀리만 있던 희망이 현실로 다가오는 그런 기분이었어...

우리나라가 해방하는데 큰 공을 나라가 미국이었기에 미국에 고마움을 다들 느끼고 있었지. 그래서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에 의해 미군정이 들어오기 전까지 아직 철수하지 않은 일본군에게 치안을 맡겼을 때도 이해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일본군이 다시 총칼 들고 활보하는 것을 보고는 누군가는 옛 기억에 치를 떨기도 했단다. 얼마 후 미군정이 제주도에 들어오면서 일본군을 완전히 빠져나갔단다. 그런데 안 좋은 소식도 들려왔어. 삼팔선을 긋고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이 통치를 한다는 거야. 그래도 당시만 해도 그 선이 모양이 바뀌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 생각지 못했을 거야. 한시적으로 그랬다가 우리나라 정부가 온전히 구성되면 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 징병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남으로 갈지 북으로 갈지 질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남도 아이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로 가겠다고 했다는구나. 그렇지,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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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96)

우리 삼팔선이 그어진 중도 몰랐수다. 전쟁 중에 정신없이 살아서……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출국심사하는 맥아더 사령부 미군이 우리한테 물읍디다. 북조선으로 가겠느냐, 남조선으로 가겠느냐고. 허 참! 북조선, 남조선이라니, 난생처음 듣는 말 아니우꽈? 그래서 물어십주. 거 무슨 말이냐고, 북조선은 뭐고 남조선은 뭐냐고 하니까 삼팔선이 그어졌다는 거라예. , 그것참!”

그래서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해십주. ‘우린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로 가겠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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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시대에 소학교에서는 일본어만 가르쳐서 어린 학생들 중에는 한글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대. 그래서 학교에서 시급하게 가르치려는 것은 한글이었다는구나.

1권의 이야기는 4.3 사건이 일어나기 5년 전부터 해방 직후까지 제주 조천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끝이 났단다.. 광복 후 청년들이 스스로 나라를 이끌려는 모습도 보기 좋았단다. 우리나라 스스로 충분히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책에서 누군가 이야기한 것처럼 청년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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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청년 여러분, 지난날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저 악독한 왜놈들을 위해 종노릇한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지긋지긋해여마씸. 식민지 청년이란 얼마나 가난하고 누추하고 비굴한 존재였수과? 우리는 채찍 맞아 돌아가는 팽이처럼 날이면 날마다 매 맞고 구박을 당해야만 했수다. 그러나 이제는 해방이우다. 압제의 족쇄와 쇠사슬이 풀리고 해방이 왔수다. 금방 안세훈 선생님의 말씀, 참말로 옳은 말씀이우다. 이제 청년의 시대입니다. 우리의 시대란 말이우다!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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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비극적인 미래가 있을지 아마 상상도 못하고 있었을 거야. 그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는 조만간에 이어서 해줄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내 이름은 임창근, 나이는 서른두살, 전주가 고향이고, 한살 아래인 안영미는 제주가 고향인데, 우리 둘은 결혼한 지 이년 반밖에 안 된 풋내기 부부이다.

책의 끝 문장: 양쪽 광대뼈가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불거진 그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번졌다.


조천리 김해 김씨의 젊은 반역아 집단을 대표하는 최초의 인물은 솔뫼 김명식과 목우 김문준이었다. 솔뫼는 이론가였고 목우는 현장 활동가였다. 처음에는 서울의 같은 단체에서 함께 일하던 두 젊은이는 곧 헤어져 한 사람은 서울, 다른 한 사람은 일본 오사카로 활동 영역을 달리했다. 김명식은 <동아일보> 창간 역원이면서 1면의 논설란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 열정적인 논객이었다. 자유가 무엇이고 평등이 무엇인지,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루소와 몽테스키외가 누구이고 맑스가 누구인지 아는 이가 별로 없던 그 시절에 그 시절에 그의 논설은 새로운 사상에 목마른 청년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었다. 나중에 신문사를 떠나 정치조직운동에 투신한 그는 조선 최초의 사회주의 필화사건을 일으켜 세간의 이목을 모은 바 있었다. 그 사건으로 투옥된 그는 모진 고문과 옥독(獄毒)으로 병을 얻어 형기 중간에 출감했지만, 이미 몸은 형편없이 망가져 반신불수에 청각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 P49

"조천리민 여러분! 그동안 우리가 나라를 빼앗기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수과?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수과? 부모 없는 설움보다 나라 없는 설움이 더 컸수다. 왜 놈들한테 당한 일을 생각하면 참말로 치가 떨립니다. 멸시당하고 매 맞고…… 아아, 그러나 이제는 해방이우다. 압제의 굴레에서 풀려났수다. 여러분, 고맙수다. 이 기쁜 자리에 우리를 불러 이렇게 축하해주시니 참말로 고맙수다. 하지만 우리가 축하받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어른님들이 있수다. 극악무도한 살인적, 강도적 일본제국주의와 싸우다가 해방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순국열사, 우리 마을 조천리가 낳은 영웅들, 그분들을 먼저 생각하면서 애도를 표합시다!" - P327

일제의 극심한 압박에 짓눌렸던 제주 사회는 일본군이 떠나자 도처에 신생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사방 초목도 억압에서 벗어난 듯 더욱 푸르고 푸른 바다, 푸른 하늘도 새로운 빛으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밭마다 돌담 안에 가득 실린 조 이삭들이 탐스럽게 자라 풍작을 기약하고 있었고, 알뜨르, 진뜨르 비행장도 농토로 복구하여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분 공장, 단추 공장, 방직 공장이 작업을 재개했고, 공습으로 파괴된 주정 공장은 복구 중에 있었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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