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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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작년에 신간 소개를 통해서 알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 안재성님이 반갑더구나. 아빠가 그 분의 책은 딱 한 권 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괜찮게 읽어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도 높이 올라갔었어. 안재성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금기시하는 하는 공산주의자들에 관한 책들을 많이 쓰셨단다. 다른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인물들을 쓴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안재성님의 책들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을 거야.

안재성님의 책을 읽었던 것이 2007년이었는데, 좋게 읽었음에도 그 동안 그의 책들을 찾아 읽지 못한 것 같구나. 앞으로 그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는 어떤 가슴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란다. 소설의 제목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 우연히 지은이의 손에 들어온 어떤 이의 수기. 수기를 쓴 이도 이미 오래 전에 죽었고, 원고지에 쓰여진 수기 또한 50년 세월에 낡았다고 하더구나. 그 수기를 지은이가 소설로 각색한 것이 바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그럼 그의 이야기를 전달해줄게.

1.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10여일 지났을 때, 평양의 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정찬우는 긴급 명령을 받게 되었단다. 정찬우는 김일성 대학을 나온 수재였어. 자신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영남지방의 교육 의원으로 발령을 받았어. 남쪽에 내려가서 남쪽 인민들을 교화하라는 임무를 받았어. 정찬우에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두어 시간 뿐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하고 곧바로 출발했어. 하마터면 약혼녀인 허인숙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갈 뻔했단다. 그런데 그 만남이 마지막이었음을 그때는 알았을까. 정찬우는 그렇게 짐을 간단히 싸고 다른 문화예술 의원들과 함께 남으로 갔단다. 인민군이 점령을 했다고 하지만, 미군기의 예고치 않은 공습은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길거리에도 많은 시신들이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단다.

서울에 도착한 정찬우는 이옥련이라는 비서가 함께 하기 시작했어. 그들은 대전을 거쳐 진주까지 도착을 했단다. 당시 가장 치열한 전쟁터는 낙동강 전선이었는데, 진주라고 하면 그 낙동강 전선이 코 앞인 지역이었단다. 인민군은 낙동강 전선에서만 이기면 전쟁이 끝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싸웠단다. 그런데 9 25일 갑자기 퇴각 명령이 내려왔어. 조금만 더 하면 끝인데 말이야.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이 함락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서울도 곧 함락된다고 했어. 그러면 남쪽에 있는 인민군들은 잘못하면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것이었어.

퇴각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어서, 오합지졸에 각자도생이었단다. 정찬우는 비서 이옥련을 비롯하여 일행들과 함께 산을 타고 북상을 했어. 가는 길에 인민군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도 했단다. 과연 북에 도착할 수 있을까. 문득 바라본 가을 하늘은 자신의 신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어.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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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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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는 산으로는 북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남으로 해서 바다를 통해 밀항선을 타고 북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찬우 일행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단다. 도피길이 길어지면서 일행들 중에 죽는 이들도 많았고, 수는 점점 줄어들었단다. 그리고 비서 이옥련과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애틋한 감정이 생겨나기도 했어.

….

남쪽으로 향하던 그들은 지리산 자락 하동 지방에서 빨치산 부대인 이영회 부대를 만났단다. 원하지 않았지만, 이영회 부대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빨치산 부대에서 있으면서, 사소한 잘못으로 즉결심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인민군들을 교육의원의 권한과 설득으로 살려주기도 했어. 나중에 포로 수용소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정찬우를 도와주기도 했단다.

빨치산의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어. 토벌대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거든다시 도망 시작뿔뿔이 흩어지고 하루가 지나면 동료들이 몇 명씩 죽어나갔어. 그 중에는 비서에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이옥련도 있었어. 그렇게 이옥련도 지리산 자락에서 죽고 말았단다. 이옥련이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 근처의 숲 속에서 몰래 숨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고서울에 집에 있던 이옥련은 자신이 몰래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된다고 했었어. 정찬우는 그럴 수 없다고 하고 이옥련은 그런 그를 따라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다니정찬우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졌단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이란 말인가. 추운 한겨울 지리산 동굴에서 숨어 지냈지만, 결국 그는 잡히고 말았단다.

2.

진주 임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광주 포로수용소로 이송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2년을 지낸 후 재판을 받았어. 그리고 판결은 10. 청춘을 전쟁과 감옥에서 다 날려야 했어. 대구 교도소를 거쳐 목포 교도소로 이동했어. 당시 교도소의 삶은 고난의 삶이었어. 차마 죽지 못해 지내는 시간들그는 전향서도 쓰지 않았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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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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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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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고향은 사실 남쪽이었어. 전라도 정읍이었지. 일제 시대에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이주해서 십대 중반의 나이에 조선의용군으로 항일 무장투쟁을 하기도 했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줄 아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나이였지. 해방 후에 그는 고향이 아닌 평양에 정착하게 되었던 거야. 교도소에서 그는 혹시나 하고 옛 고향집으로 편지를 보냈어. 그리고 한참 만에 온 누이의 답장…. 가족들도 모두 고향으로 내려와 있었던 거야 그렇게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정찬우…. 아버지가 면회를 와서 눈물의 재회를 하기도 했단다.

십 년 세월. 교도서의 삶을 그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정찬우는 십 년 꼭 채우고 교도소 문을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단다. 그의 약력을 보니, 1929년 출생 1970년 사망으로 나온단다. 교도소의 후유증 때문인지 그는 교도소에 출감한지 얼마 안되어 40년 삶을 뒤로 하고 세상을 등졌더구나.

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그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가 시대를 잘 만났다면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인류 발전에 기여를 했을 수도 있을 텐데…. 선택의 자유도 없이 명령에 의해 내려와서 한 것이라고는 도망 다닌 것뿐인데 말이야. 그렇다고 누가 그를 기억이나 하겠니안재성 같은 분이 그의 삶을 복원해내어 우리가 그를 기억하게 되는구나.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어떤 청춘을 말이야

PS:

책의 첫 문장 : 정찬우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허가이의 전화였다.

책의 끝 문장 : 중얼거리던 정찬우는 팔정자를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흙 위에 엎어져 길고 긴 오열을 시작했다.


(82)

맥없이 누워 있으려니 가을 새벽의 새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하얀 양들이 푸른 들판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았다. 문득 고향이 그리워졌다. 한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영화처럼 어른거렸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꿈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103)

‘하루아침에 민심이 바뀌다니. 우리가 서울에서 보았던 민중들의 표정은 전부 거짓이었을까? 서울역 광장에 모여 있던 의용군은 모두 강제로 끌려나온 이들이었을까? 인민군이 다시 오면 이번에는 또 인민군 만세를 부를 것인가? 내가 도시마다 돌아다니며 떠들어댄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닐까? 모두들 내 등 뒤의 다발총 앞에 굴복했던 것뿐이었을까?’

(227)

젊은 배식담당의 살기 어린 고함에 감방은 조용해져버렸다. 정찬우는 문득 운전수 윤성남이 떠올랐다. 북이 옳은 건지, 남이 옳은 건지 분간을 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진 채 정신착란을 일으킨 듯 발광하며 굴 밖으로 뛰어나가 죽은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젊은 배식담당과 운전수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던 이봉춘도 그랬고 박창섭도 그랬다.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는 그만 벽에 눈을 감고 말았다.

(286)

‘도대체 이남이나 이북이나 뭐가 서로 다르단 말인가?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같아서, 돈과 권력을 차지한 악마 같은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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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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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황현산님의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이란 책을 읽었단다. <밤이 선생이다> 이후 황현산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였어. 아빠가 황현산님을 알게 된 것은 노회찬님 덕분이란다. 노회찬님이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김정숙 영부인께 책 선물을 한 권 하셨는데, 그 책이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었거든. 그래서 그 당시 아빠도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읽었어.  

2018년 여름 황현산님의 신간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되어 아빠가 존경하는 노회찬님이 세상을 떠나셨고, 그리고 얼마 안 되어 황현산님도 지병으로 돌아가셨어. , 가슴이 아프구나.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두 분다 생존해 계셨었고, 그들의 좋은 글들과 말씀을 오랫동안 만나길 기대했었는데….,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읽을 때는 두 분 모두 이 세상에 안 계시다니그렇게 생각하니 슬프고도,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지는구나. 두 분이 지금쯤 어딘가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계셨으면 좋겠구나.

 

1.

뒤늦게나마 황현산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황현산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지난 번에 읽은 책보다 이번이 더 좋았단다. <밤이 선생이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여러 매체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었어.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황현산님은 그렇게 변하시지 않고, 우리 사회를 냉철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래 시대를 걱정을 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인 것 같았어.

이 책을 읽는데, 계속 떠오른 단어가정갈하다라는 말이었단다. 글이 정갈하다라는 뜻도 정확히 모르면서 그 단어가 계속 떠올랐단다. 정갈하다 : 깨끗하고 말쑥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뜻이 정의되어 있더구나. 그러면 아빠가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제대로 느낀 것 같았어. 깨끗하고 말쑥한 글들이었어. 그리고 이 책은 이 시대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단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그의 글들이 실려 있단다. 역사라 이야기하기에는 5년은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어났던 기간이고, 암흑의 시대에서 빛의 시대로 대반전이 일어난 시기가 아니더냐. 아빠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도 이 시절은 평생 잊지 못할 시기 중에 하나이니까 말이야.

이 책을 읽다 보면, 암흑의 시대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한 날 선 비판들이었어. 그 암흑의 시대를 지나서 나서 그 글들을 읽으니, 분개가 덜 했던 것 같았어. 만약 암흑의 한 가운데서 언제 빛의 시대가 올 지 모르는 그 시절에 황현산님의 글들을 읽었다면 절대 공감을 하면서도 더욱 분개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었단다. 2013, 2014, 2015, 2016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들로 가슴 아프고, 억울해했었니.. 다시는 그런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더욱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단다. 빛의 시대에 오래 살다 보면 빛의 고마움을 모르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많은 언론과 거짓 정치인의 입 발림에 속을 수도 있거든. 그들은 예전에도 그런 작전이 성공해서 암흑의 시대로 만든 기억을 아직 가지고 있고 말이지.

문득 황현산님을 비롯하여 나이를 먹음에도 보수적으로 변하지 않고 진보의 가치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고 계시는 것 같았단다. 아빠도 그들처럼 나이 먹고 변하지 않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더욱 열심히 읽고 더욱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

게으름은 어떨까? 게으름과 진보의 관계는? 아빠가 게으름을 좀 고쳐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거든 말이야.  이 책을 읽은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 말이야. 앞으로는 독서편지가 밀리지 않게 노력을 조금은 해볼게. 기억이 좀더 온전할 때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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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오늘은 책에 대한 내용은 많이 못해주었구나. 이 책에서 아빠가 인상적인 구절을 잔뜩 발췌해 놓은 글이 있으니 책에 대한 내용은 그 글로 대신하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박새를 민간에서는 흔히 머슴새라고 부른다. 저녁 어스름이나 해가 뜰 무렵에 이랴낄낄! 이랴낄낄! 소를 몰아 밭 가는 소리로 크게 울어대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책의 끝 문장 : 장석남은 새해에 쉰셋이 된다.


(22-23)

긴말이 필요 없이 우리에게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뜻한다. 남북의 삶이 뿌리까지 파괴되고 민족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빠지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부를 쌓은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젊은 두뇌들이 학문을 연마하고 재주 많은 사람들이 문예의 꽃을 피운들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민족의 한쪽이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우리다. 남북은 가장 가까운 핏줄로 연결되어 있고, 수천 년 동안 같은 운명 앞에 거 있었고, 또다시 긴박한 위험을 목전에 두고 같은 운명을 고뇌하고 있다. 함께 번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진정한 앎이며, 한쪽의 동포가 비극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힘이 진정한 국력이다. 거기에서가 아니라면 한 국가의 자존심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2013.4.13)

(44)

‘곤반불레’라는 풀이 있다. 눈이 녹고 밭고랑의 보리 순이 생기를 얻기 시작할 때, 우리네 들판 어디서나 파랗게 돋아나는 풀이다. 전라도 남쪽 지역에서는 초봄에 그 어린 풀을 보리 순과 섞어 된장국을 끓인다. 깊은 향취가 있다. 홍어 내장을 조금 넣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46)

문학의 언어는 고백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토론의 언어다. 이를테면 시의 여러 기능 가운데는 방언을 떠나서는 표현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은밀한 구석에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그것을 공공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방언을 버리고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 사람에게 진실인 것은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이 되듯이, 지극히 은밀한 방언의 정서도 공공성의 빛 속으로 개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74)

악마는 용의주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아우성을 쳤고 여전히 아우성을 치건만, 저 위험한 배를 비정규직들이 몰아도 그것을 예삿일로 여기도록 끝내 세상을 훈련시켰다. 악마는 제 시선을 벗어난 사람들이 그 몰상식을 고발하더라도 그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도록 프로그램된 사람들을 높은 자리, 낮은 자리에 뿌려놓았다. 악마의 친화성도 한몫을 했다. 기우뚱거리는 배에 수많은 사람을 태워 바라도 내보내는 회사에 그것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상을 주었다. 감시해야 할 사람들과 또 그것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을 악마가 차례차례 포섭한 것이다.

(97)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의 위세를 업고 이 사소한 부탁을 한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101)

인간의 깊이란 의식적인 말이건 무의식적인 말이건 결국 말의 깊이인데, 한 인간이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존재의 가장 내밀한 자리와 연결된 말에서만 그 깊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문이, 특히 인문학이 제 나라 말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떤 언어로 표현된 생각은, 그 생각이 어떤 것이건, 그 언어의 질을 바꾸고, 마침내는 그 언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세상을 바꾼다. 정의라는 말이 없다면 우리의 인간관계와 제도가 달라졌을 터인데, 정의를 ‘저스티스’라고 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를 세상에 실현하기 위해 쏟아 부은 온갖 역사적 노력과 그 말을 연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문에서 제 나라 말을 소외시킨다는 것은 제 삶과 역사를 소외시키는 것과 같다.(201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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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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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이라는 소설이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그런데 망설였단다. 제목에 서른이 들어가 있어서 말이야. 아빠는 서른을 한참 전에 건너와서 말이지그러다가 문득 그럼 김광석의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안 들을 건가? 재미있으면 그냥 읽으면 되지, 나이 따져 가면서 읽을 필요 있는가? 그렇지?

소문대로 재미있더구나. 또 한 명의 실력 있는 소설가도 만나고 말이야.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에 유능한 젊은 작가들이 꽤 많구나. 우리나라 문학에 희망을 볼 수 있겠어.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말이야. 이 책은 제주 4.3 평화문화상이라는 의미 있는 상도 받은 작품이란다.

 

1.

몇 년 전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있어. 그런데 이 소설에는 88년생 김지혜가 등장한단다. 88년생 김지혜는 82년생 김지영과는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가고 있어. 88년생 김지혜의 이야기를 해줄게.

김지혜, 흔하디 흔한 이름은 잘못하면 김추봉이라는, 여자로서는 갖기에 민망한 이름을 가질 뻔했어. 할아버지가 유언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이름을 김추봉이라고 정하고 돌아가셨거든. 엄마는 임신한 아이가 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이 이름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편한테 강력하게 항의해서 여자 이름을 지었으니, 흔하디 흔한 김지혜이라는 이름이었단다.

문득 여자 이름 치고는 특이한 지은이의 이름이 떠오르더구나. 손원평. 여자 이름 같지 않는 자신의 이름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으려나?^^ 그런데, 지은이 손원평이라는 이름은 개성 있어 보이는 이름이라 좋더구나. 외우기도 쉽고 말이야.

아무튼 평범한 이름을 가진 김지혜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반에 두어 명은 꼭 있었대. 심지어 성까지 똑같아서 김지혜A, 김지혜B로 부르기도 했대. 지혜는 어른이 되어 DM그룹의 디아망 아카데미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어. 박창식 교수라는 유명한 사람이 디아망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두고 간 핸드폰을 전해주려고 카페에 갔어. 그런데 그곳에서 박창식 교수를 큰소리로 흉보는 어떤 젊은이를 만났단다. 그 젊은이는 박창식 교수를 향해서 성추행 사건과 짜깁기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사라졌어. 순간이었지만 박창식 교수는 창피와 굴욕을 당해야 했지.

그런데 얼마 뒤 아카데미에서 새로 인턴을 뽑았는데, 그 사람이 다름 아님 그때 그 카페에서 만난, 멀대 같이 키 큰 젊은이였어. 이름은 이규옥. 그는 약간 특이한 사람이었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했어. 전기줄에 쌓인, 아무도 관심 없는 먼지 같은 것을 닦아냈어. 그리고 일도 아주 열심이었지. 하지만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 규옥은 지혜에게 같이 우쿠렐라 수업을 듣자고 했어. 아카데미에서 인턴 사원들에게 공짜로 강의 하나를 들을 수 있는데, 가장 비싸다는 이유로 규옥은 우쿠렐라 수업을 듣자고 했던 거야.

우쿠렐라 수업 뒤풀이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던 남은 아저씨와 무인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 넷은 자주 술자리를 가졌지. 지혜와 규옥은 그들의 상사 김부장에 대한 뒷담화를 했는데, 규옥은 김부장의 꼰대질에 망신을 주자고 했어. 규옥은 금방 실행에 옮겼어. 김부장의 책상에 그를 파자(破字)를 이용해서 그를 흉봤단다. 김부장은 굴욕을 당했지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

 

2.

그들은 그것을 시작으로 부당한 권위에 맞서자고 의기투합했단다. 그들은 부당한 권위에 면박을 주고 불편하게 했단다. 남은 아저씨는 자신의 레시피를 빼앗아간 유명 요리사 겸 국회의원한테 계란 세례를 했어. 그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 유명 인사들에게도 반격을 보여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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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우리는 배금주의와 세습적 행정으로 악명 높은 목사가 있는 교회에 가서 그 목사가 복도를 지나칠 때 목탁을 두들기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치기도 했고, 장애인이라고 손님을 쫓아낸 힙한 레스토랑에 넝마 같은 옷을 입고 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한 대형마트에서 지점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지불하라라고 쓰여있는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춤을 추며 짧은 노래를 부른 뒤 일 분 만에 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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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런 작은 행동이 사회를 확 바꿀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부당한 권위를 휘두른 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게 할 수는 있었을 거야.

어느 날 김부장님이 지혜를 찾았어. 자신은 이제 잘린다면서 지혜를 정직원으로 추천했대. 그러면서 돌아서는 김부장. 꼰대인줄만 알았던 김부장도 사실은 젊은 시절, 뜨거운 반항의 피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어. 사회에 적응하고, 나이에 순응하면서 그렇게 변했던 것이었어. 김부장의 뒷모습에 왜 이리 짠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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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김 부장이 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점점 작아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광장을 메웠을 패기 어린 젊은이가 그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상상해봤다. 그러나 둥글게 허물어진 어깨 안에서 그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늙어버린 시민이 멀어져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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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혜가 정직원이 되고 나서 첫 번째 한 일은 공윤이라는 유명한 여자를 강사로 섭외하는 거야. 공윤은 자기계발서를 여러 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였어. 이메일로 섭외 요청을 하고 만났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고등학교 때 친구였어. 공윤의 본명은 김지혜. 주인공과 이름 같아서 친구 김지혜는 김지혜A. 주인공 김지혜는 고등학교 때 김지혜B로 불렀어. 처음에는 둘이 친하게 지냈지만, 얼마 안 가서 김지혜A는 지혜를 하인 부리듯 했고, 자신이 도둑질 한 것까지 뒤집어 씌어서 고등학교 내내 도둑으로 낙인 찍히게 한 애였어. 한마디로 원수였지.

반갑게 아는 척하면서 인사하는 공윤을 지혜는 역겨워했어. 그래도 자신의 일이라 섭외는 했지. 공윤의 강의 태도는 불성실하고, 온갖 심부름을 시키는 등 재수 없는 이의 표본이었지. 지혜는 부당한 권위를 휘두르는 공윤에게 반격하기로 했어. 공윤의 사인회장에 가서 그녀에게 잘못한 것을 호통치고 작은 소란을 피웠어. 그 장소에 지혜를 따라온 규옥이 있었고, 규옥이 지혜를 위로해 주었고, 사랑 고백을 했어.. 짧은 키스와 함께. 오히려 그 일이 있고 둘 사이는 어색함이 생겨났지.

아무튼 사인회장에서 그 일이 있고 지혜는 공윤에게 더 당당해질 수 있었어. 그리고 계속해서 불성실한 강의 태도를 보인 공윤은 결국 강의를 중단했단다.

.

우쿠렐라 뒤풀이 모임으로 시작해서 부당한 권위를 반격하던 그들의 모임은 몇 가지 일로 와해되었단다.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무인 아저씨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였는데, DM그룹한테 영화 시나리오를 빼앗겼다고 했어. 자신이 응모한 시나리오를 탈락시키고 나서 나중에 그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던 거야. 억울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었고, DM그룹은 너무 거대했어. 그들은 영화시사회장에 가면을 쓰고 DM그룹이 빼앗아간 시나리오를 가져갔다고 소란을 벌였으나 경호원들에 의해 가면이 벗겨지고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어. DM그룹은 지혜에게 있어 자신이 다니던 DM 디아망 아카데미의 모회사잖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규옥의 정체도 밝혀졌어. 갑부집 아들이었지. 뭐야, 약자 코스프레였던 거야? 이런 일들로 그들의 모임도 와해되고 그들도 연락이 끊겼어. 시간이 흐르고 그들이 했던 반격들이 추억이 되어갈 즈음, 규옥이 지혜를 찾아왔단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만나서 지난 시절의 갈등을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이 참 마음에 들더구나. 곰곰이 생각해 봤어. 아빠는 그들처럼 반항하지 못하고, 반격하지 못하고, 시대에 순응하면서 김부장처럼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가끔은 부당한 권위에 큰소리 칠 수 있는 그런 뜨거운 피가 아직 남아 있을까? 아니 그런 피가 있기나 했었나?

 

PS:

책의 첫 문장 : 내가 태어날 무렵 우리나라엔 코가 큰 남자가 한 명 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13)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마라톤 행렬 중 어딘가에 속해 있었다. 숨이 턱에 닿도록 뛰면서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어딘지도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모두의 틈에 섞여 바쁘게 발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특별히 슬프지 않다는 것이, 가끔은 담담히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49)
“꼭 이 강의실의 의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의자의 마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86-87)
“놀아보고 싶어요. 세상은 경직돼 있고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죠. 난 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치기 어리다고 욕 들어도 좋으니 적어도 반항을 해보고 싶다고요. 역사가 말해줬듯 급진적인 혁명은 실패할 겁니다. 세상은 점점 팍팍하고 딱딱해지고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통제되거나 검열되니까요. 난 통제나 검열이 불가능한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겁니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말이죠.”

(102)
“말했잖아, 보수화된다고. 그리고 학원 돌리는 거 아니면 답 없어. 그게 꼭 공부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쉬려면 애들은 학원을 다녀야 되는 거더라구. 나한테 유일한 소통창구가 지역 엄마 커뮤니티인데 거기 드나들면서 나만 독야청청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혼자 튀면 엄마들 사이에서 특이하다고 따 당할 준비해야 돼. 엄마들 따가 얼마나 교묘하고 은밀하고 무서운지 모르지? 그게 나만 당하면 상관없는데 애의 교우관계, 나아가서 유치원, 학교생활까지 영향 미친다. .너 이게 그냥 빈말 같고 다큐에서 나오는 별난 얘기 같지. 제삼자가 들으면 우리나라 미쳤다고 하는데, 그냥 그 안에서 직접 하루하루 겪으면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도 아니더라.”

(169)
“그래서 이젠 편안해지고 싶은 것뿐이에요. 꿈 같은 거, 하고 싶은 거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남한테 치이지나 말고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내가 제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뭔 줄 알아요? 치열하다는 말. 치열하게 살라는 말. 치열한 거 지겨워요. 치열하게 살았어요. 나름. 그런데도 이렇다구요. 치열했는데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래요. 그러면 이제 좀 그만 치열해도 되잖아요.”

(175-176)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놓은 채 화살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요. 이렇게 돼버린 지 참 오래됐어요. 나 스스로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세상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참 우습네요. 그럴 주제도 안 되면서 혼자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고 있었어요.”

(219)
가진 게 없어도 모든 걸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 모든 것을 소거하고 오직 나 홀로인 시간으로 침잠할 시기가, 청춘의 배부른 핑계라 험담하는 이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그런 혼자 말고, 진짜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일한 핑계는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때가 온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게 지금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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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9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직함은 북홀릭님 따라잡을 수가 없네요 태백산맥 읽으면서 자주 북홀릭님 생각합니다🥰 이 문장들을 어찌 필사하셨을까 ㅎㅎㅎㅎ

bookholic 2019-02-09 10:41   좋아요 1 | URL
ㅎㅎ 우직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고맙습니다~~~
즐˝태백산맥˝하시고 다 읽고나서 멋진 리뷰 부탁합니다~~~
추운 날씨 감기조심하시고요~~
 
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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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또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구나. 얼마 전에 읽은 글쓰기에 관한 책도 글쓰기라는 주제보다, 그 책을 쓴 지은이 때문에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도 지은이 때문에 읽었어. 우연찮게 책의 주제가 글쓰기이구나. 이 책의 지은이 강원국. 그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보좌관으로 일했고, 그 때의 일화를 담은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랬다가 지난 대선 전에 팟캐스트 <파파이스>에 출현하여 재미있는 입담을 과시한 다음에 더욱 좋아하게 된 분이란다.

작년에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 분의 강연을 듣기도 했어. 비록 강원국님은 아빠를 모르지만, 아빠에게는 더욱 친근감이 있는 분이란다. 그런 강원국님의 책이라서 읽게 된 것이란다. 강원국 본인은 예전에 자신은 부끄러움도 많고 글도 잘 못쓰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직업이 되고 절박감에 쓰다 보니 글 쓰는 사람이 되었고, 최근에는 그 글쓰기라는 것으로 밥벌이도 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고 했어. 그러면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주목적이란다.

얼마 전에 김민식의 <매일 아침 써봤니?>에 대한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도 책을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 편지 형식의 리뷰를 쓰고 있잖아. 비록 자기 만족을 위한 글쓰기이긴 하지만,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은이 강원국님이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들에 많은 공감이 있더구나.

 

1.

강원국님의 앞으로의 계획을 보면 다양한 계층의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시려는 것 같아. 그에 앞서 이 책은 아주 보편적인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더구나. 아빠가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글쓰기에 관한 책들의 내용도 중복되어 있는 내용도 있었어.

글쓰기라고 하면 먼저 무엇을 쓰냐? 하는 쓸 거리를 생각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자기의 경험과 생각이 우선이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어. 이것은 글쓰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야.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것을 신경을 쓰다 보면 괜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단다. 그것을 알면서도 또 신경을 쓰게 되고글쓰기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구나. 그럴 때는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도 좋고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얼마나 마음 속에 담아 두겠어, 하고 넘어가버리면 돼.

그리고 글을 쓸 때 자신감을 가지고 쓰라고 하는구나.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일 글을 쓰라고 해. 매일 글을 쓰는 것과 자신감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나쁘지 않는 것 같아. 또 한 가지, 욕심을 버리라고 해글쓰기에까지 욕심 부릴 게 뭐 있다만

.

지은이는 매일 글쓰기의 동기를 위해 블로그를 했다고 하는구나. 얼마 전에 읽은 김민식님의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블로그가 꾸준한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나 보네. 그리고 매일 글쓰기에 대한 보상을 해주라고도 하는데, 뭐가 있을까?

글쓰기에 슬럼프가 있다? 이것은 아빠와 같은 아마추어도 공감이 가더구나. 어떨 때 보면 글쓰기는 것이 귀찮고, 써도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어.(사실 대부분의 아빠 글들이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런 슬럼프가 오면 다른 장르에 관심을 두어 보라고 하고,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글을 써보라고 하고, 그것도 아니면 한동한 절필을 해보라고 했어. 아빠는 그런 슬럼프를 어떻게 넘기냐고? 아빠의 글쓰기는 책 읽고 쓰는 리뷰가 전부이니까, 그냥 매끄럽지 않으면 매끄럽지 않은 대로 써 버린단다. 그리고 리뷰를 짧게 끝내. 책은 계속 읽으니, 괜히 절필하면 써야 할 리뷰만 밀리니까 말이야. 지금도 몇 권의 리뷰가 밀려있는지 모르겠구나. ㅎㅎ

 

2.

글을 잘 쓰려면아빠가 생각하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지많이 생각하고 쓴 글도 다시 다듬고 말이야. 하지만 아빠는 책 읽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너희들과 노는 시간이 더 필요하니 글이 엉망인 경우가 많단다. 아빠의 졸필을 시간에 핑계되는 것 같기도 하네. 원래 그 실력인데 말이지…^^ 지은이 강원국님은 3관을 이야기하더구나. 관심, 관찰, 관계거기에 책 읽기를 빼놓지 않더구나. 책을 읽다 보면 생각할 거리들이 늘다 보니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지. 메모도 중요하다고 했어. 아빠도 공감~ 떠오르는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메모해 놓는 것, 그것은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 또 하나, 글을 쓸 때 읽는 이의 공감능력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어.

글쓰기는 구어체가 좋을까? 문어체가 좋을까? 사람들마다 구어체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문어체가 좋다는 사람이 있대. 아빠는… 당연히 구어체가 좋다고 생각해. 예전에는 글이라는 것은 말과 다르기 때문에 문어체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어. 하지만, 이오덕님의 책들을 읽고 난 다음부터는 구어체를 선호한단다. 그리고 아빠가 주로 쓰는 글은 너희들에게 쓰는 독서편지이다 보니 구어체를 더 많이 쓰게 되지.

좋은 문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어. 단문으로 써라.. (이건 이오덕님도 강조하셨던 내용이었어아빠도 본받으려고 하고…) 수식어를 절제해라. (단문을 위해서는 수식어를 줄어야지..) 주어에 신경을 쓴다.. (주어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피동문을 피해라. 어미를 다양하게 해라. (이것도 이오덕님이 강조하셨었지.) 가급적 동사형 문장을 써라. 등등…

3.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이 있겠지만, 아빠 생각에작가로 데뷔할 생각이 없는 아마추어라면

굳이 잘 써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냥 꾸준하게 쓰면서 자기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글쓰기가 가장 좋은 글쓰기가 아닐까 싶구나.

아빠의 글쓰기는회사 스트레스를 잊기 위한 수단이고, 책 읽고 난 이후 까먹기 전에 적어두는 기억의 보조 수단이고, 너희들에게 아빠의 생각을 전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만족하고 있단다. 그래도 이런 글쓰기의 책을 읽고 나면, 책에서 강조한 부분을 아빠의 글쓰기에 좀 녹여보려고 하겠지

그거면 충분할 것 같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독서편지가 밀려 있어서 오늘의 독서편지만 이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 “이제 대통령은 그만 팔아먹지?” 간혹 듣는 소리다.

책의 끝 문장 : <공무원의 글쓰기>, <퇴직자의 글쓰기> 그 무엇이 됐든 말이다.


(14)
왜 어려운가. 쓰기 싫기 때문이다. 쓰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뇌는 예측 불가하고 모호한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안전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다. 그런데 글쓰기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다. 정답이 없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모호한 대상이다. 여기에다 끝까지 못 쓸까봐 불안하고, 못 썼다는 소릴 들을까봐 또 불안하다. 결국 피하고 본다.

(80)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말해봐야 한다. 그러면 들으면서도 생각이 난다. 누구나 남의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상대 말을 끊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말하는 것 못지않게 상대의 말을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물고기가 잡힌다. 어찌 보면 말하는 것은 내 물고기를 나눠주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남의 물고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101)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우선 글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이 있다. 글과 함께 노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일 써야 한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공부할 때가 가장 마음 편했다. 수업 빼먹고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다시 햇빛 아래 섰을 때 얼마나 안도했던가. 궤도를 이탈해 우주를 유영하다 지구에 안착한 기분. 글도 쓰기 전보다 쓰고 있을 때가 마음이 편안하다. 책상 앞에 앉기 전 망설일 때가 더 힘든 법. 마치 겨울 바다에 뛰어들까 말까 바닷가를 서성일 때처럼. 막상 물에 들어가면 안온하다.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은 늘 글쓰기 전 상태이고 글쓰기가 항상 힘들다.

(199)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살아 있는 것만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죽은 것은 그저 떠내려간다. 깨어 있는 사람은 기억을 거슬러 글을 쓴다. 기억은 또한 죽은 것도 살려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고. 인생에서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320)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 나는 매일 아침 할 일을 생각한다. 중요도 순으로 죽 열거한다. 하루 동안 할 일을 한다. 그리고 한 일에 관해 정리하고 평가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글을 쓸 때도 생각을 떠올린다. 덩어리 짓고 순서 정하는 것으로 생각을 구성한다. 쓰고 나서 이리저리 고친다. 그렇게 한 장 두 장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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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08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리뷰가 훌륭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서튼 글이나마 써보고 싶어지네요!ㅎ

bookholic 2019-02-08 08:48   좋아요 1 | URL
이런 졸필에 이런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혹 막시무스님은 천사인가요? ^^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설해목 2019-02-08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보내는 이런 독서편지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글이 아닐까 싶네요.^^
저 역시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에 더 목마르다보니 시간 부족으로 글을 다듬지 않기 일쑤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생생하다 우겨봅니다. ㅋㅋ

bookholic 2019-02-09 00:00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저도 오늘부터 제 글은 생생한 글이라고 위안삼아겠어요..^^
그런데 제가 읽었던 설해목님의 글들은 다듬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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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2018년은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한 해가 아닐까 싶구나. 2018년에 새롭게 알게 된 우리나라 작가들이 참 많았어. 그들의 소설들 대부분이 재미있어서 좋았어. 우리나라에 이렇게 실력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었음에 감탄했고, 그 동안 몰라 뵈어 미안한 생각도 들었단다. 예전에는 망설였던 낯선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들을 요즘에는 거침없이 집어 든단다.

이번에 읽은 책도 언젠가 책제목을 들어보았던 책이야 지은이는 김금희라는 분이고아빠는 예전에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한번 읽어본 적이 있단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편소설을 많이 썼고,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구나. 전체적으로 약간 실망했단다. 전개도 좀 느리고, 약간은 억지 설정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지은이 김금희님의 다음 장편 소설을 기대해 보자꾸나.

 

1.

소설의 소개를 전에 본 적이 있었어. 1999년에 인천의 호프집 화재 사건이 나온다고 했어. 너무 무서웠던 사건이라서 아빠도 아직 기억을 하고 있는 사건이란다. 호프집에서 불이 났는데 손님으로 있던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갈까 봐 주인이 문을 걸어 잠가서 많은 학생들이 죽었던 사건이었어. 그깟 얼마나 되는 돈이라고, 그런 짓을 했을까.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둡고도 더러운 장면이구나. 그때 죽은 학생들은 학생의 신분으로 호프집을 갔다는 이유로 추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문제아로 찍혔다고 하더구나. 이 사건이 소설의 주된 소재는 아니야. 주인공들이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을 알고 있었어.

주인공 공상수. 서른일곱. 총각. 반도미싱 영업팀장대리. 능력은 없지만 국회의원 출신인 아버지가 반도미싱 회장과 친구 사이라서, 그 빽으로 회사에 들어갔지만, 큰 실적은 올리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야. 동기들은 모두 팀장이 되었는데, 그는 진급을 못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달아준 직함이 팀장대리였어. 팀원도 원래 없었는데, 한 명을 붙여 주었는데 바로 박경애라는 사원이었어. 몇 년 전 파업투쟁으로 회사에서 찍혀 눈밖에 난 사람인데 총무과에 있다가 처음으로 영업부서에 발령을 낸 거야. 그러니까 사람을 붙여 달라고 해서 붙여주긴 했는데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아를 붙여준 거야.

공상수는 어렸을 때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상수는 1999년 인천 호프집 사건으로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을 잃었어. 은총을 잃고 난 이후 상수는 삶의 의욕을 잃었지. 하지만 상수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단다.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하는 일에는 의욕이 없었지만, 웹상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어. 페이스북에서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지를 몇 년째 운영하고 있었어. 여자들의 이런 저런 상담을 해주는 그러 페이지였어. 문제는 그곳에서 여자행세를 했다는 것이야. 그가 운영하는 이 페이스북 페이지가 너무 유명해지면서 방송 출현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신분을 속이고 있어서 모두 거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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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애. 그녀는 서른 다섯 살. 그리고 박경애는 고등학교 때 아픈 기억이 하나 있어. 어쩌면 첫사랑일지도 모를 친구의 죽음. 고등학교 때 영화동호회에서 만났던 ‘E’의 죽음. 그것도 자신은 전화를 걸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호프집의 화재 사건으로사건 당시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죄책감.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20년이 거의 다 되어 가지만 여전했단다. ‘E’가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공상수의 아주 친한 친구 은총이었던 것이야. 처음에 그들이 만났을 때는 그런 공통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그들은 은연중에 그것을 알게 된단다. 그리고 그들이 고등학교 때 서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적도 있었어.

.

 

2.

박경애의 이런 가슴 아픈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삶에 그늘이 드리워진 느낌이었어. 그 이후에 만났다가 끝난 사랑도 제대로 잊지 못했어. 대학교 때 사귀었던 산주라는 선배와 사랑도 그랬어. 산주라는 선배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는데 경애는 여전히 잊지 못했고, 다시 그 사람과 만나기도 했단다. 그러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말이야. 아빠가 봤을 때는 산주라는 나쁜 놈이 그저 경애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경애는 그런 자신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자신이 즐겨 찾던 SNS에 고민 상담을 받았어. 바로 공상수가 웹 상에서 여자인척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언니가 죄가 없다> 그 페이지였단다. 또 한번의 우연공상수는 처음에는 그 사연의 주인공이 경애인줄 몰랐지만 나중에는 알게 되었지…. 소설이 우연의 요소가 없을 수 없지만, ….

아무튼 공상수와 박경애는 이런 비밀을 가진 채 일을 같이 시작하게 되었어. 회사에서는 크게 알아주지도 않는 그들이지만나름 열심히 노력을 해보려고 했지만, 회사 일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그들은 베트남으로 발령을 받아 가기도 하다가 회사에 밉보는 일을 했다가 다시 다른 부서에 발령이 나고, <언니는 죄가 없다>가 해킹을 당해서 공상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밖에 없는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단다. 그 세세한 줄거리를 다 적을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의 두 번째 장편을 기대하면서 이번 독서편지는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그의 차로 말할 것 같으면 그의 인생을 모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다섯 사람이 탈 수 있지만 뒷좌석에 짐이 차 있고 조수석은 조수석대로 당장 필요한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차는 오직 그, 공상수 한 사람을 위한 차였다.

책의 끝 문장 : 서로가 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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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2-02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주말과 연휴 이어져서 올해 설연휴가 5일이네요.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