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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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벨 물리학상을 타기도 했던 파인만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단다. 파인만이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그 어려운 현대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상대로 한 책들도 많이 내놓았거든.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파인만의 책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단다. 아빠가 최근에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 제목에 양자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들에 관심이 가고 있어. 이 책은 몇 년 전에 구매했다가 책장에서 색이 바래가다가 양자라는 단어가 책제목에 들어가 있어서 이번에 아빠의 부름을 받고 책장에서 소환되었단다.

책제목에 있는 영어 QED Quantum Elecrodynamics의 줄인 말로, 우리나라 말로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거든. 그럼 양자역학과 양자전기역학은 무슨 차이가 있냐? 양자역학은 아빠가 몇 번 이야기한 것처럼 원자의 움직임, 그 중에서도 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이란 것은 빛과 물질, 여기서 물질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전자를 이야기하는데, 아무튼 그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이야기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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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양자역학은 모든 화학적 현상과 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모두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었다. , 전기와 자기에 관한 맥스웰의 이론도 양자역학이 제시한 새로운 원리에 부합되도록 수정이 가해져야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일단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1929년 빛을 보게 되었으며, 거기에는양자전기역학이라는 끔찍한 이름이 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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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도 어려운데, 양자전기역학을 일반인들을 상대로 설명하겠다니무모한 도전은 아닐지

1.

그런데 그는 왜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려고 할까? 양자전기역학은 이 세상 대부분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있어서야. 파인만이 이야기하기를,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연현상을 양자전기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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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먼저 양자전기역학이 얼마나 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해낼 수 있는지를 상기해보자. 아니, 거꾸로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 몇 가지의 예외란 여러분을 의자에 붙잡아두고 있는 중력현상과(물론 내 생각에는 중력과 연사에 대한 예의가 혼합된 현상이지만) 핵자의 에너지 준위를 변형시키는 방사능 현상이다. 만일 우리가 중력과 방사능(정확하게는 핵물리학)을 제외한다면, 자동차의 엔진에서 끓고 있는 가솔린, 거품 현상, 소금과 구리의 딱딱한 성질 및 강철의 견고한 구조 등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학자들은 생명현상까지도 가능한 한 화학적 원리로써 설명하려고 하는데, 내가 이야기한 대로 화학보다 더욱 근간을 이루는 이론은 양자전기역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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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기역학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먼저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지. 현대물리학을 이야기할 때 빛의 정체가 꼭 나오는구나.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같이 띤다고 했잖아. 그런데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이 입자성, 그러니까 광자덩어리라는 것을 머릿속에 심어 놓아야 해. 그리고 그 광자덩어리들의 움직임을 화살표로 표시해서 그 어려운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기 시작한단다.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이 부분반사에 관한 설명이야. 빛이 유리를 통과하게 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통과하고 그러는 것이 부분반사인데, 평상시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파인만 같은 과학자들은 그런 현상들에 의문을 품고 왜 그렇게 되는지 연구를 하나 보다. 과학자의 자세. 빛이 광자덩어리라고 했으니까, 부분반사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떤 광자는 흡수되고, 어떤 광자는 반사되어 튀어나오는 거야.

왜 그럴까? 그리고 유리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고심지어 같은 유리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튀어나오는 광자의 수가 다르게 돼. 정말 생각해보니 부분반사라는 것 하나도 엄청 신기한 현상이구나. 이 부분반사도 화살표 하나로 설명을 하더구나. 그러면서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이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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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빛이 유리면에서 반사되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현상이다. 실제로 조그만 유리조각 속에는 끔찍하게 많은 전자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여기에 광자 하나가 들어오면 그것은 유리표면에 있는 전자뿐만 아니라 유리 속에 있는 전자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광자와 전자가 복잡 미묘한 춤을 추고 그 복잡한 중간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결과는 마치 광자가 유리의 표면에서 반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분가 빛이 유리의표면에서반사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문제를 쉽게 다루기 위한 편법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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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빛의 성질인, 빛은 직진한다.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이것은 편의상 대충 이야기한 것이지, 빛은 정말 복잡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해.

2.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면서 화살표로 설명하는 것은 방향성과 크기를 설명하는데 화살표가 편하기 때문인 거야. 문득 고등학교 물리시간과 수학시간에 배운 벡터가 떠오르더구나.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갖는 물리량 벡터.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 설명하는 화살표의 합성이 고등학교 때 배운 벡터의 합성과 같더구나. 파인만이 수식을 모두 걷어치우고 화살표의 방향과 길이로만 쉽게 양자전기역학을 설명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구나. 읽다 보면 이해가 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러다가 파인만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서 아빠도 위안을 삼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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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오늘은 조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양자전기역학이론의 핵심을 다루기로 한다. 나의 두서없는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금 청중석에는 낯선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이는 것 같다.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 강의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참석한 사람들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첫날 말했던 바와 같이, 자연을 설명하는 매커니즘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것이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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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잖아. 그 빛을 이루는 광자덩어리들의 복잡성 때문에 양자전기역학이라는 것은 무척 어려운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이 세계는 복잡미묘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잖아. 세상은 복잡하니 너무 이해하려 하지 말라는 교훈을 하나 얻은 것 같아. ㅎㅎ 너무 자기합리화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한방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양자역학에 관해서는 길게 보자꾸나.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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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부터 생성된 이 세계가 그토록 복잡 미묘한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광자들이 서로 뒤엉켜서 간섭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기본 행위는 단지 실제의 세계를 분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계산이 불가능한 복잡한 광자 교환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연의 깊숙한 배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과정을 근사적으로 묘사하는 굴절률, 압축률, 원자가 등의 거시적 개념들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체스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체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고 기본적이지만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말의 특성과 배치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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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마칠게오늘 독서편지는 다시 읽어봐도 책의 핵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구나. 이해해주렴.

PS:

책의 첫 문장 : 앨릭스 머트너는 물리학에 대단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며 종종 내게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했다.

책의 끝 문장 : 책 출판업보다는 물리학이 더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와 같이 미시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뉴턴의 물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이론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원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모두 떨쳐 버려야만 했던 것이다. 마침내 1926년에 이르러 물질 내부의 전자가 취하고 있는’전혀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설명해주는 ‘비상식적인 이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는 이론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양자역학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양자 quantum’라는 말 자체가 상식을 거스르는 이상한 자연현상을 지칭하고 있으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이상한 자연현상에 관한 것이다.
- P26

빛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성질은 단색광의 부분반사현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지난 첫 번째 강연에서 논의되었다. 유리판의 한 쪽면에서는 입사된 광자의 평균 4%가 반사되었다.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신비한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광자가 유리면에서 반사될지, 아니면 통과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리판의 두 번째 표면, 즉 아랫면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윗면에서 4%가 반사되고, 윗면을 통과한 96% 중의 4%가 아랫면에서 반사되어 반사된 광자의 전체 비율은 약 8%가 되리라는 상식적인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것은 유리판의 두께의 따라 0%에서 16% 사이를 오락가락 하였다.- P70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빛은 직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현상을 편의에 따라 대충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에서 빛이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P96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신비한 조화이다. 어느 길로 광자가 지나갔는지 알기 위해 별도의 검출기를 설치하면 광자의 경로는 알 수 있지만, 그 순간 경이로운 간섭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광자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검출기를 제거하면 간섭효과는 다시 나타난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광자가 우리를 놀리고 있는 것일까?-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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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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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호메로스의 유명한 작품 중에 <오디세이아>가 있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그 책을 읽었어.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다 보니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야. 너희들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잖니.

그런 옛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잖니. <오디세이아>도 철저하게 오디세우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말이지.. 한번쯤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페넬로페의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소설가는 생각했나 봐. 결혼하자마자 얼마 안되어 어린 아들하고 자신은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편. 그리고 십 년 전쟁이 끝나고 십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둔 아내의 처지. 그 아내의 마음은 닳고 닳아버리지 않았을까? 그저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그를 기다렸을까?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간단히 거절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년 만에 돌아온 남편오자마자 시녀들이 외간 남자들한테 겁탈을 당했다고 모두 교수형을 처해버린 그 남편을 이해해 주었을까? 오랜 시간 함께 힘이 되어준 시녀들인데 말이야. 정작 자신은 숱은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했으면서 말이야.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입 다물고 있던 페넬로페가 작정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놓은 이야기가 바로 이번에 아빠가 읽은 <페넬로피아드>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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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줄곧 교살당한 그 시녀들을 잊을 수 없었는데, <페넬로피아드>에 등장하는 페넬로페도 그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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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사람인데 아빠는 그의 소설은 <시녀이야기>라는 소설을 하나 읽은 적이 있는데, 괜찮게 읽어서 지은이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단다.

1.

그런데 페넬로페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당대가 아니고 수천 년이 지난 후 저승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저승에 와서 알게 된 내용도 있었어.

페넬로페의 아버지는 스파트타의 왕 중에 한 명인 이카리오스였고, 페넬로페의 어머니는 물의 요정인 나이아스였어. 아버지 이카리오스의 형은 틴다레오스였고, 틴다레오스의 딸은 그 유명한 헬레네였어. 그러니까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촌지간이었던 것이지. 너희들도 알겠지만, 트로이 전쟁의 원인에 헬레네가 큰 원인이었잖아.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가 트로이의 파리스와 결혼을 했잖아. 그것이 아프로디테가 배후에서 조정한 것이라고 신화 속에서는 이야기하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페넬로페의 입장에서 보면,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전쟁 때문에 자신이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으니, 헬레네를 좋아할 리가 없었겠지. 그리고 헬레네의 성격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거든. 페넬로페와 헬레네는 사이가 안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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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마법사들이 나를 불러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나도 꽤 유명한 여자였는데-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무슨 까닭에선지 사람들은 좀처럼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면에 사촌언니 헬레네는 아주 인기가 좋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쁜 짓으로 유명해진 여자도 아니고 특히 성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헬레네는 이래저래 악명이 높은 여자인데 말이다. 물론 헬레네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그녀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백조로 둔갑한 제우스 신이 그녀의 어머니 레다를 겁탈하여 잉태시킨 딸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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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신탁에 의해 페넬로페를 죽이려고 바다에 던졌지만 오리들이 구해준 일화가 있어 페넬로페는 오리 아가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 페넬로페 나이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신랑을 골라주기 위해 경주 대회를 열었어. 당시 스파르타에서는 경주에서 일등을 한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주는 관습이 있었거든. 당시 경주에서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다리도 짧은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하게 된 거야. 나중에 저승에 와서 알게 된 사실당시 오디세우스가 우승을 한 이유는 큰아버지 틴다레오스의 속임수가 있었음을 알았어.

오디세우스와 결혼을 하면 스타르타에서 멀리 떠나야 하기 때문에 페넬로페의 아버지인 이카리오스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던 것이야. 틴다레오스는 자신의 동생의 경쟁자로 생각했건 거야. 동생의 사위가 가까운 데 있으면 동생의 세력이 커지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사는 오디세우스가 우승하게끔 조치를 취했던 것이야. 그렇게 페넬로페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야. 사랑 없는 결혼….

2.

결혼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집에 있는 이타케로 갔어. 같이 온 시녀마저 얼마 안 되어 죽어버려 그곳에서 페넬로페는 철저히 혼자였어. 외로웠지. 그리고 얼마 후에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났단다. 또 그리고 얼마 후에 스파르타로부터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어.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을 갔다는 거야.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격분하여 트로이에 사신을 보냈으나 빈손으로 돌아와서 전쟁을 하기로 했어.

오디세우스도 그들과 함께 맹세한 사이라서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어. 그 당시에는 아무도 그 전쟁이 그렇게 길어질 지 몰랐을 거야. 십 년…. 졸지에 갓난아이와 함께 남겨진 페넬로페전쟁터에서 오는 소문에 가슴 조아리며 귀를 기울여야 했어. 시간이 지나면서 페넬로페는 마음을 굳게 먹었어. 페넬로페가 비록 헬레네만큼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현명했거든. 페넬로페는 다른 남자들이 하는 일을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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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 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 해냈는지를 그에게 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 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찌 아니랴?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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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하지만 남편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어.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페넬로페 주변에는 구혼자들이 많아졌어. 신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이 소설에서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돈 많은 과부라는 이유였어. 페넬포페가 어떤 구혼자에게 물어봤거든.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왜 나한테 구혼을 하냐고…. 그러자 그 구혼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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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129)

젊은 남자치고 돈 많고 유명한 과부와 결혼하기를 마다할 놈이 어디 있어? 과부들은 그짓을 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는데, 특히 당신처럼 남편이 행방불명되거나 죽은 지 오래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당신이 헬레네는 아니지만 그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구.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려주니까! 우리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건 오히려 장점이었지. 우리보다 먼저 죽을 테니까. 물론 우리가 좀더 앞당겨줄 수도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의 재산도 물려받겠다. 젊고 아름다운 공주를 입맛대로 골라잡을 수 있잖아. 설마 우리가 정말로 사랑에 눈멀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생긴 건 별볼일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주 똑똑한 여자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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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적이 돈이라는 것을 안 이상 더더욱 구혼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어. 전쟁이 끝난 지도 십 년이 다 된 즈음드디어 오디세우스가 돌아왔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변장을 하고 오다니내가 모를 줄 알고? 페넬로페는 한 눈에 알아봤지만 모른 척 했어. 페넬로페는 변장한 오디세우스 앞에서 더욱 오디세우스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표현했어.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정체를 드러냈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었단다. 거기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어.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구혼자들을 죽이고, 구혼자들에게 겁탈을 당한 시녀들도 모두 죽였어. 이 나쁜…. 아들 텔레마코스도 맘에 안 들었어.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부터 나이 좀 먹었다고 어미를 업신여기기도 하고그 현명한 페넬로페도 아들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나 봐.. 심지어 트로이 전쟁이 한 번 일어나서 아들을 싸움터로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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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물론 나는 텔레마코스가 잘되기를 바랐다. 그는 엄연히 내 아들이고, 따라서 나는 그가 정치 지도자나 전사나 그 밖에 또 뭐가 되고 싶어하든 간에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 그 순간만은 차라리 트로이아 전쟁이라도 한 번 더 일어나서 녀석을 싸움터로 보내버렸으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운 수염이 나기 시작한 시내녀석들은 가끔 그렇게 눈엣가시처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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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소설에서는 재판장까지 소환을 해서 오디세우스의 재판까지 열었단다.

이 소설은 패러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페넬로페와 시녀들의 입장을 공감이 가도록 잘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더구나. 너무나 당연시 되는 그리스 영웅의 남성 우월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어.

아빠가 거창한 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안되고, 이쯤에서 이번 독서 편지를 마칠게.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들을 또 검색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죽고 나서 전부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

책의 끝 문장 : 시녀들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더니 올빼미가 되어 날아간다.


그런데 곤란한 것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세상, 즉 육신이 있고 혓바닥과 손가락이 있는 세상에 대고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 강 건너편에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간혹 이상한 속삭임이나 가느다란 음성을 듣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갈대나 해질녘 날아다니는 박쥐 소리, 또는 그저 나쁜 꿈이라고 여기며 지나쳐버리곤 한다.- P23

헬레네는 한 번도 벌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 남들은 훨씬 더 가벼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바다뱀에 휘감겨 질식사하거나 폭풍우 속에서 익사하거나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이를테면 잡아먹지 말아야 할 소를 잡아먹었다든지, 교만하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헬레네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었으니, 최소한 몽둥이찜질이라도 한번 야무지게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P44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은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러하듯이.”- P68

한번은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춰진 문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마음으로 통하는 문이며, 그 문을 여는 손잡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은 열쇠인 동시에 자물쇠인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그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곧 운명의 여신들을 다스리고 자신이 가진 운명의 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이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들조차도 운명의 세 여신보다 더한 힘을 갖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여신들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불운을 피하기 위해 침을 뱉었다.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생명의 실을 자아서 길이를 재고는 뚝뚝 끊어버리는 여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P82

이 침대 기둥은 막중한 비밀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오디세우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내 시녀 악토리스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만약 이 기둥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라도 나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했다는 증거일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랍시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몹시 화가 나서 나를 토막쳐버리거나 대들보에 목매달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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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읽고 그 책에 나왔던 과학자들이 대거 출현하는 소설 <클링조르를 찾아서>를 읽고, 그 소설에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 과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펼쳐 보았단다. 앞선 두 책을 읽지 않고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읽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선 두 책을 읽고 나서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읽으니 그나마 읽을 만했고 ‘정말’은 떼어내고 어려웠단다. 아빠가 올해는 양자역학에 대한 책들을 좀더 자주 읽겠다고 했잖아.

양자역학을 처음으로 수식으로 설명한 하이젠베르크. 그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을 책 <부분과 전체>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즈음 사두었던 책인데 어려울 것 같아서 책장에만 고이 모셔 두었다가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김상욱의 양자 공부><클링조르를 찾아서>를 읽고 나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서 집어 들었던 것이란다. 이 책의 구성은 하이젠베르크가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던 과학과 철학과 정치 그리고 기타 등등에 관한 대화를 모아 놓은 책이란다. 그 대화의 깊이가 너무 깊어 읽다 보면 그 깊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었단다.

.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었어. 그 이야기들이 전문적인 내용들이었어. 하이젠베르크는 그 옛날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어찌 기억해서 쓰고 있는 것인지…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물론 오래 전에 일은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어 그 부분은 하이젠베르크의 본인이 채울 테니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어. 이 정도의 분량을 적는다는 것은 그는 과학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소질도 있는 것 같았어. 아참 그는 음악적 재질도 있었단다. 피아노도 수준급이었어.

1.

이 책에서 하이젠베르크가 나눈 대화와 토론들을 아빠가 정리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줄 능력은 없단다. 분명 좋은 글들, 귀담아들을 글들이 많은데잘 정리하기가 쉽지 않구나. 옮겨 적은 발췌록이 있으니 그것도 참고해주길 바란다.

....

그가 태어난 시대는 불안함이 가득한 세계였어. 다행히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은 유복하게 보냈대.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쳤단다. 그는 수학 전공을 하려고 했는데, 대학 초년생 때 만난 조머펠트의 교수의 자상한 지도로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어. 당시 물리학의 대세는 원자론이었단다. 그전까지 모든 물체의 운동은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 설명이 가능했는데, 원자의 운동으로 그것으로 불가능했고, 새로운 운동 법칙이 필요했어. 그 시작은 플랑크의 양자론이었고, 보어 등이 연구를 하고 있었단다. 조머펠트 교수의 도움으로 괴팅겐에 가서 보어의 강연을 듣고 토론도 같이 하면서 그와 교류를 하게 되었어.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아인슈타인의 강의도 들었지만,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에게 끌렸어. 조머펠트 교수의 도움으로 보어가 연구하고 있는 덴마크의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정식으로 연구하게 되었단다. 이때부터 보어와 함께 양자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단다. 그들이 그렇게 양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지만,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연구만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단다.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러면서 더욱 친분을 쌓게 되었지.

물론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원자물리학이었어. 수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들은 양자론과 원자물리학에 대한 레벨을 쌓아갔어. 1925년 고초열병으로 헬골란트 섬에서 휴양을 하게 된 하이젠베르크. 이미 앞서 읽은 책에서 이야기했지만, 이 섬에서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약학을 수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게 돼비록 어려운 행렬역학을 이용했지만 세계 최초였어. 이것을 베를린대학에서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는 플랑크, 아인슈타인 등 당대 유명한 과학자들이 모두 모였어. 이것을 발표한 다음에 아인슈타인이 하이젠베르크를 초대해서 같이 토론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하이젠베르크의 의견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비판했단다. 앞서 읽은 책들에서 이야기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믿지 않았다고 했잖아.

....

그리고 또 한 명이 과학자가 등장하는데, 누구인지 예상하겠지? 그래, 바람둥이 슈뢰딩거야... 이 책에서는 시뢰딩거로 적었는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부르는 슈뢰딩거로 이야기할게. 슈뢰딩거는 행렬역학보다 쉬운 수식인 파동역학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어. 그것이 양자 도약을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했단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트는 슈뢰딩거에게 초대장을 보내 코펜하겐 연구소로 초대를 했단다. 슈뢰딩거와 보어의 토론이 시작되었어. 파동역학에 관한 것인데, 그것이 양자 도약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 그러니까 보어가 파동역학에 대한 비판을 했다고 보면 돼. 보어와 슈뢰딩거는 그것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토론은 끝이 났단다.

2.

그리고 그 유명한 제5차 솔베이 회의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인슈타인이 작정을 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맹비난을 했던 토론의 장.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등 코펜하겐 학파는 아인슈타인의 공격을 보다 받아내어 설명을 했었던... 5차 솔베이 회의. 누군가 이 제5차 솔베이 회의를 영화로 한번 만들어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들이 나눈 이야기가 비록 어렵지만, 유능한 감독이 일반인들도 좀 이해하기 쉽게 영화로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아무튼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양자역학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언어의 제약도 한 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란다. 거시적 세계에서 만들어진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미시적 세계, 그러니까 원자 내의 세계에서는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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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현재까지 우리들은 어떠한 언어로 원자 안의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확실히 수학적 언어, 즉 수학적 도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의 도움을 빌려서 원자의 정상상태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언어가 우리의 통상적인 언어와 일반적으로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의 도움을 빌려서 원자의 정상상태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언어가 우리의 통상적인 언어와 일반적으로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론을 실험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이 연관성이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험결과에 관해서는 아직도 항상 일반적인 언어, 즉 고전물리학에서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였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수학적인 도식은 이미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언어와 맺는 연관성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것이 형성되기만 하면 사람들은 안개상자 안의 전자 궤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내부모순이 없이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난점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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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과학자라고 하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 비단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관념 속에 콱 박혀 사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아빠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간혹 아빠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단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에 대한 좋은 글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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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과학의 진보는 그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그러나 실제로 신세계에 들어가려면 새로운 사고 내용을 받아들여야 할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고구조를 바꾸어야 할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받아들일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정적인 한 발짝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라이프치히의 자연과학자대회에서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양자론에서도 본질적으로 어려운 고비가 눈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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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또 하나의 큰 성과 중에 하나가 불확정성 원리라는 것을 발표하게 된단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인데, 아래 내용이 좀 어렵더라도 같이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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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87)

우리들은 전자가 어느 방향에서 방출될 것인가를 알지 못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당신으로 그러니까 이 방향 결정요소를 계속하여 찾아야 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러한 결정요소를 찾았다고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어려운 고비에 부딪치게 됩니다.  방출된 전자는 또한 원자핵으로부터 방사되는 물질파로써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파동은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원자핵에서 반대방향으로 방사된 파동 부분은 그것에 맞추어 설치해 놓은 장치 안에서 간섭현상을 일으켜 –그 장치의 결과로 –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의 파동은 소멸하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은 전자가 이 방향으로는 결국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예언할 수 있음을 뜻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새로운 결정요소를 알고, 전자가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것이 완전히 결론지어졌다면 간섭현상이라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즉 간섭에 따른 소멸은 없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이끌어낸 결론은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소멸현상은 실험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기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결정요소는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은 더 이상의 새로운 결정요소가 없이도 이미 완전하다는 것을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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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는 1927년 코펜하겐을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로 가게 돼. 하지만 휴가 때마다 코펜하겐에 와서 보어의 연구소에서 보냈단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휴가 때 다른 연구소에 와서 연구를 하다니... 하이젠베르크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물리학이 많지만 그것으로 국한된 것은 아니야. 생물학과 물리학에 대한 관계도 이야기하고, 여성 철학자 크레테 헤르만과 만나서는 양자역학과 칸트 철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또 유명한 사람이 아닌, 우연히 만난 젊은이와 나눈 대화도 실려 있단다. 우연히 하이젠베르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던 젊은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젊은이는 민족적 사회주의자였어. 그 젊은이를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둘은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당시 독일은 나치가 정권을 잡고 있었고, 독일 내에서도 반나치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지식인들의 행동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도 던져 보았단다. 당시 지식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독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어. 그것에 대해 하이젠베르크도 많은 고민을 했어. 이민을 가야 하나? 국내에 머물러야 하나. 그는 이렇게 생각해 봤어. 자신의 집에 전염병 환자가 있다고 해서 그 집을 떠나야 하느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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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나는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문제를 여러 가지를 새로운 형태로 설정해 보았다. 만약 자기 집에서 가족 한 사람이 전염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그 전염병의 감염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 집을 떠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희망은 없을지라도 그 병자를 끝까지 간호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 도대체 하나의 혁명을 질병과 견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도덕적인 규준을 뒤엎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안이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플랑크가 이야기한 타협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강의가 시작될 때마다 나치당이 요구하는 형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나는 손을 높이 들어야 했는데(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서 ‘히틀러 만세’라고 말해야 했던 것이 당시의 형식이었다-역주), 지금까지 얼마나 자주 그들의 요구대로 사람을 만났을 때 손을 들고 그 손끝을 움직이면서 인사를 하였던가. 이런 행동이야말로 하나의 수치스러운 타협이 아니었던가? 공식적인 편지에는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고 서명해야만 했는데, 이거야말로 불유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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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고민 끝에 그는 국내에 남기로 했어. 그것이 나중에 하이젠베르크를 평가할 때 친나치였을지도 모른다고 물음표를 붙이기는 했지만, 당시 하이젠베르크는 국내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전쟁이 끝난 뒤에 국가 재건에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억지비약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정권 때 나라는 사랑하지만 대통령이 꼴 보기 싫을 때 우리의 자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선거로 대통령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나라를 떠나는 이보다 그냥 좀만 참자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게지. 다시 하이젠베르크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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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실제로는 내가 이민을 갈 것인가, 독일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플랑크는 이와 같은 파국이 지나간 다음의 시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은 분명하게 잘 이해되는 말이었다. 이러한 재난의 시기를 통하여 불변의 고도를 구축하는 , 그리고 젊은이들을 모으는 일, 그래서 되도록 이 재난을 꿋꿋하게 타개해 나가다가 재난이 끝나면 다시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 플랑크가 나에게 말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타협을 맺게도 되고, 이로 말미암아 뒷날 지탄을 받게 될 경우도 생길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더 악화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하게 설정된 과제였다. 원래가 국외에서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그곳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좀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과제가 있을 뿐이다. 라이프치히로 돌아왔을 때는 적어도 당분간은 독일에, 그리고 라이프치히대학에 머물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지켜보기로 한 결심이 차츰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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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국내에 남은 결정으로 인해 그에게 다가온 운명. 이 부분은 지난번에 읽은 <클링조르를 찾아서>의 모티브가 된 부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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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탄 프로젝트의 참여. 과학자로써의 양심. 그러니까 과학의 발달이 재난과 연결될 수 있을 때 과학자의 선택에 대한 고민. 전쟁이 끝나기 전에 독일 원자폭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을 거야. 미국도 독일이 전쟁에서 졌을 때까지는 원자폭탄을 실전에 사용하지는 않았어. 미국의 물리학자들도 독일이 전쟁이 진 다음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말라고 건의했을 것이라고 하이젠베르크는 이야기하고 있어. 하지만, 이미 물리학자들의 결정권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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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아마도 전쟁 초기에 미국 물리학자들은 독일이 원자폭탄의 제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몹시 두려워했을 것이다그것은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우라늄 분열은 한에 의해서 독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히틀러가 유능한 많은 물리학자들을 추방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의 원자물리학의 수준이 확실히 그들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따라서 그들은 원자폭탄에 따른 히틀러의 승리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며, 이 같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도 자기들의 원자폭탄 제조연구를 정당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하여 무어라고 반론을 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과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아마도 미국의 많은 물리학들은 이 무기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건의하였겠지만, 그땐 이미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기에는 늦었을 거라고 본다. 이 점에 관해서도 우리는 무어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도 우리 정부가 저지른 무서운 일들을 조금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전도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도 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좀더 노력하였더라면 그것을 좀더 확실하게 알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체적인 사고과정에서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인식하게 될 때 우리는 참으로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사에서 선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허용될 수 있으나 악을 위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대원칙,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목적은 수단을 신성화한다는 이 원칙이 항상 반복해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과정을 막을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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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하이젠베르크는 미국의 물리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했어. 원자폭탄의 위력을 물리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려야 했다는 이야기했어. 쉽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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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인 진보가 일반사회에 대하여 지니는 중요성에 비추어 그 진보를 직접 담당하는 자들의 공적인 영향력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학자나 기술자가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을 정치가보다 더 잘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학문적인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특히 커다란 연관성 안에서 사물을 생각하기를 배운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가들의 직업에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논리적인 정확성과 넓은 시야, 그리고 엄격한 청렴 등의 건설적인 요소들은 부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국의 원자물리학자들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즉 원자폭탄 사용의 결정권을 너무 손쉽게 손에서 놓아 버렸다는 비난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원자탄 투하의 역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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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하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오펜하이머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단다.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가 트루먼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은 기억이 있구나. 그만큼 그도 많이 괴로워했다는 거야. 과학의 진보가 악마의 손에 쥐어지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

마지막으로 아빠가 회사 동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좋은 문구를 하나 발견했단다. 아빠가 하는 일이,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해서 실수를 줄이는 것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많이 해. 다들 전문가라고 하면 그 분야에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이젠베르크는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더구나. 그런데 그 생각에 너무 공감이 가더구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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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 대해 매우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정의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관해서 정말로 많은 것을 알 수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란 그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몇몇의 오류를 알고 있는 사람이며따라서 그는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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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까지 하련다. ... 읽기도 어려웠고, 독서편지 쓰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한번쯤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너희들이 잘 이해해서 다시 아빠에게 이야기해주면 더 좋고^^

PS:

책의 첫 문장 : 1920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차 세계대전의 종결은 독일 청년들을 불안과 동요의 상태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다..

책의 끝 문장 : 그 곡을 경청하는 동안 내 전신에는 보어가 “사람은 항상 커다란 드라마 속의 관객이면서도 공연자”라고 말한 것처럼, 인류의 시간이란 척도에서 본다면 우리들 자신의 협력은 매우 짧다고 할지 모르나 생활도 음악도 학문도 끊임없이 전진하리라는 확신이 차츰 깊이 파고드는 것이었다.


너희처럼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항상 너무나 쉽게 경험적 사실에 의지해 버리고, 또 그것으로 진리를 얻었다고 믿어 버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험에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고찰한다면 너희들이 갖는 방식은 나에게는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너희들이 말하는 것은 요컨대 너희들이 사고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며, 너희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런 사고방식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는 물론 사물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들을 직접 인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먼저 표상으로 변화시키고 그리고 나서 그것들로부터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감성적인 인지를 통해 인지로부터 우리에게 몰려드는 것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인상들의 무질서한 혼합물이다. 우리가 나중에 인지한 형태나 성질들은 직접적으로는 그 인상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P13

예를 들면 물이라는 액체는 얼음이 녹는다든지 수증기가 액화할 때, 또는 수소가 연소할 때도 항상 그 모든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똑 같은 것이 새롭게 형성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물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이 항상 전제되어 왔으나 한 번도 이해되어 본 일은 없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화학은 이 개념을 효과 있게 사용해 왔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뉴턴의 운동법칙을 가지고는 그 같은 물질의 최소부분의 운동의 안전도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원자들이 항상 반복하여 같은 상태로 배열되고 운동하고, 그 결과 동일한 안정된 특성을 가진 원소들이 반복해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자연법칙에 관해서는 20년 전에 발표된 플랑크의 양자론에서 최초로 시사된 바 있다.- P40

나는 저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전주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상당히 닿을 만한 거리였다. 확률적 예상을 뒤엎고 나는 단 한 번으로 그 전주에 맞혔다. 보어는 아주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팔을 움직여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돌 던지기를 시도할 때는 적중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런데 모든 이성을 무시하고 혹시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단순한 생각 아래 던지면 사정은 좀 달라집니다. 지금 바로 그것이 일어난 것입니다.”- P94

국회의원들이란 다만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에 물질적 이익이 많이 돌아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그 밖의 일에는 도대체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자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윤을 비난하곤 하였습니다. 일반의 복지를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격돌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잉크병을 던지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P224

어째서 그런 세 개의 임의적인 단위가 존재해야만 하는가 말이다. 그 단위 가운데 하나-양성자-는 다른 단위-전자-보다 1836배의 무게를 가져야 하는지, 도대체 이 1836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또 이 숫자는 왜 파괴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 단위들을 임의의 높은 에너지로써 서로 충돌시킬 수 있게 되었다.- P253

어쨌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전쟁은 원자탄의 발명으로 결판이 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은 젊은이들의 몽상적인 희망과 일부 연장자계층의 사악한 복수심에서 나오는 불합리한 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원자폭탄의 힘에 따른 결정은 자각이나 피폐에 따른 결정보다는 문제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전쟁이 끝나면 다음 시대는 원자기술이나 다른 기술의 진보로 특정지어지는 시대가 될 수 있겠습니다.- P270

그러나 우리 독일사람들이 저 이상한 꿈과 신비를 향해 달음질치는 경향을 계산에 넣는다 하더라도, 어째서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분명하게 냉철하고 과학적인 사고에 그렇게까지 환멸을 느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사고와 단단히 짜여진 자연법칙들의 이해와 적용만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올바르지 않습니다. 도리어 실질적인 면에서는 환상은 과학의 영역, 특히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도 결정적인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을 얻기 위하여 냉철하고 세심한 많은 실험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만 사실의 종합정리는 사람들이 그 현상을 곰곰이 생각할 때보다는 도리어 그 현상으로 감정이입이 가능할 때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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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르를 찾아서 2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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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클링조르를 찾아서> 2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이야기의 큰 줄기는 1권의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히틀러의 최측근 과학자이면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배후에 이끌었던 클링조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었어. 중후반으로 가면서 클링조르가 누구인지는 눈치챌 수 있었단다.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이지

이 소설은 소설을 이용하여 20세기 초반 빠르게 발전했던 핵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 독특하고 좋았단다. 1권 이야기하면서 지은이가 그냥 멕시코 사람 호르헤 볼피라고만 했는데, 어떤 사람인가 다시 지은이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았단다. 당연히 자연계열 전공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법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는구나. , 그럼 지은이는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이었던 것인가놀랍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바로 직전에 읽었던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많이 나왔단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미리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단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을 몰아서 읽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구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올해는 현대물리학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읽는 계획을 세워볼까?

1.

그럼 2권 이야기를 해줄게. 주인공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하이젠베르크를 찾아갔잖아. 그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누구인지는 안다고 했어. 양자역학 분야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란다.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통해서 최초로 양자역학을 설명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양자역학의 역사에 있어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이야기되고 또는 비교되는 한 사람이 있어. 바로 슈뢰딩거라는 사람이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사람인데, 앞서 읽은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슈뢰딩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보다는 시기가 아주 조금 늦었지만,  양자역학을 비교적 쉬운 수식으로 이루어진 파동역학으로 설명을 해냈단다.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자역학을 설명했지만, 살아온 길과 사는 방식에서 많이 차이가 나서 둘은 많이 비교가 되었대. 이 소설에서도 그 둘을 비교를 하는 부분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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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비엔나 토박이인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와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1888년생으로 그보다 열세살이 많은 이 물리학자는 매우 사교적이고 여자를 좋아했다. 슈트라우스의 왈츠 같은 생활 철학을 지닌 신사이자 도락가였다. 술과 여자 그리고 음악. 하이젠베르트가 물리학의 금욕주의자였다면 슈뢰딩거는 대표적인 쾌락주의자였다. 두 사람의 인생행로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젊은 시절 슈뢰딩거가 새로운 양자이론에 눈길도 주지 않은 반면,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이론과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위대한 첫 발견을 세상에 발표했을 때 슈뢰딩거는 취리히 대학의 평범한 교수에 불과했던 데 반해 일찌감치 신동이란 평을 들었던 하이젠베르크는 이미 물리학의 대가들로부터 사랑과 비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스물다섯 살에 벌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지만 슈뢰딩거는 서른일곱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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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들은 대척점에 있었고,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양자역학의 한가지 특징인 양자도약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해서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스승이자 동료인 보어는 슈뢰딩거를 비판했다고 하는구나.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슈뢰딩거도 찾아갔어. 이 여행길에는 프랜시스의 애인 이레네도 동행을 했는데 링스 교수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슈뢰딩거와 인터뷰를 했는데 슈뢰딩거는 자신의 수식이 훨씬 간단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지지지를 했다고 했어. 변방에 있던 자신이 그런 업적을 내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시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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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정말 중요한 건 결국 물리학자들이 원자를 연구하는 데 더 적합한 방법을 택할 거란 사실이지.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건 수학적으로 훨씬 간단명료한 내 방법이야. 나의 방법이 하이젠베르크의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는 걸 깨달은 물리학자들이 너도나도 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하이젠베르크의 친구인 파울리조차도 내 공식의 단순성에 감탄했지. 모든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 유감이야. 그들은 그렇게 간단할 수도 없다고 믿었던 것 같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비엔나 출신의 아웃사이더가 그들을 능가한다는 걸 차마 눈뜨고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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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와 만남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찾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왔단다.

2.

, 이번에는 닐스 보어를 만날 차례야. 전쟁 중에 미국에 갔다가 지금은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소에 있었어. 1920년대 코펜하겐 연구소에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을 비롯하여 핵물리학에 지대한 성과를 냈었지.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것인데,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 전자는 물리학자들을 무척 괴롭혔단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었거든. 이 소설에서도 전자를 악당이라고 표현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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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자란 뭘까? 물리학자들은 그것을 무슨 악당인 것처럼 여긴다. 수없이 많은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쳐버리는 사악하고 간교한 존재. 전자는 대단히 영리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놈을 추적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그의 교묘한 도피 행각에 부딪혀 좌절했다. 곡예사처럼 훈련된 전자는 우리의 눈에 띄지 않게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다. 또 적들이 접근하면 지체 없이 쏴 죽이지만 추적자들에게 언제나 명확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기 때문에 번번이 혐의해서 벗어나곤 한다. 심지어 단독범행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전자가 자아 분열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자가 개별자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 개체로서 행동한다면서. 주어진 공간을 휘젓고 다니며 충동적으로 약탈을 일삼는 폭력적인 집단, 욕망과 쾌락의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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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 전자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 그것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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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이다. 이것은 이 악당의 체포전략을 결정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추적자의 안타까운 노력의 결실이었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추적자 한 사람(어쩌면 두 사람)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전략은 무엇보다도 전자가 숨어 있는 위치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예전의 방법은 이 악당이 범행을 저지른 지점에서부터 추적해 들어가려고 했던 반면, 양자역학은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범인의 은신처로 가장 확률이 높은 장소를 미리 찾아내는 것이었다. 전자는 거의 마법적인 능력을 소유한 존재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론적으로 전자는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을 수 있다. 어두운 거리에서 극히 짧은 순간 형체를 포착한 것이 우리가 그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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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었는데,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고 코펜하겐 연구소를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로 가면서 소원해졌다고 했어. 그리고 하이젠베르크는 전쟁 후에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 한 번만 만났다고 했어. 1941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고 했어. 그때 이미 보어는 연합군측 과학자였고,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측 과학자였어. 양진영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막으려고 했던 것인지 진행사항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어찌되었건 원자탄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 지금까지 나온 과학자들 중에 클링조르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었단다. 소설도 그렇게 유도해 가고 있었어.

3.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의심했어. 아무리 프랜시스의 애인이지만, 지나치게 클링조르에 관심이 많았거든. 링스 교수가 이레네를 미행하고, 이레네가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프랜시스에게 알려주었어. 프랜시스는 배신감에 빠져 화를 냈는데, 이레네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단다. 도대체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정말 눈치채지 못했냐고 반문했어. 도대체 누군데? 누구긴 링스 교수지

….

링스 교수가 교수가 되기 이전의 이야기는 1권에서 잠시 이야기해주었잖아. 절친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고 나서 절교 수준으로 연락을 끊었다고…. 하지만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 계속 교류를 했어. 링스의 아내 마리안네와 나탈리아가 절친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나중에 관계가 이상해지기까지 했어. 링스가 나탈리아와 사랑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어느날 아인리히가 갑자기 찾아왔어. 링스는 나탈리아와 관계가 들통이 난 것인가 걱정했는데, 아인리히가 온 이유는 다른 이유였어. 아인리히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데, 같이 동참해달라고 했어. 링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히틀러 암살 작전명은 발퀴레 작전으로 유명하단다. (<발키리>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어.) 이 작전은 성공을 할 수도 있었는데, 몇 개의 계속된 우연으로 계획이 조금씩 틀어지고 일정도 한 번 연기되고….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실패하고 말았단다. 이 모반에 참여했던 대부분이 처형을 당했는데, 링스는 살아남았어. 그 이유를 링스는 재판을 받을 때 재판소가 폭격을 당해서라고 했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야.

프랜시스는 이레네의 설명을 듣고 수긍을 했고, 링스 교수를 러시아에 넘기기로 했어. 러시아에서는 링스 교수를 정신병원에 감금을 하고 역사 속에서 클링조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링스 교수는 여전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고, 그는 회고록을 남기게 된 거야.

….

아빠가 문득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보니벌써 기억 속에서 지어진 부분들이 많아서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쓴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지 개연성이 없는 부분도 있고 그러네혹시 너희들이 나중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빠가 잘못 이야기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 해주렴.

….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어. 2차 세계대전 때 양 진영에서 벌어졌던 원자탄프로젝트의 대결을 잠깐 이야기하고 오늘 독서편지를 마무리할게. 1939년 오토 한이라는 과학자에 의해서 우라늄 핵분열을 발견했고, 이것을 이용하면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거의 동시에 연합국과 독일에서 모두 원자탄 개발을 시작했대.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당한 후 닐스 보어는 스웨덴을 거쳐 영국을 통해 미국으로 갔어. 그곳에서 오펜하이머가 주도하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는구나.

독일은 하이젠베르크도 참여한 원자탄 개발을 진행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을 개발에 참여했지만, 독일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것을 만들지 못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탄 개발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할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그것이 만들어져 실전에 쓰이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을 텐데,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또는 독일 정부는 원자탄 개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서 개발에 실패했다는 설도 있구나.

그에 반에 원자탄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은 원자탄을 만들어 실전에까지 투입하여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그 무시무시함을 증명해냈어. 원자탄 보유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말이야. 그렇게 무서운 원자탄, 즉 핵폭탄이 세상에 출현했단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핵폭탄이 만들어졌단다. 언제쯤 사라질까? 핵폭탄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도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채 2년도 안 되었지만, 베이컨에겐 벌써 백 년도 더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끝 문장 : 신에게 버림받은 우리의 상처에서는 영원히 고통스런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슈뢰딩거 말이로군. 그는 오래전부터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최대 적수였어. 그들은 누구의 이론이 옳은지를 놓고 오랫동안 경쟁을 벌였지. 하이젠베르크는 헬골란트에서 행렬역학을 발견했고, 그보다 불과 일주일 뒤에 슈뢰딩거는 아로사에서 파동역학을 발견했거든. 두 사람 사이에 심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싸움은 아주 희한하게 끝났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슈뢰딩거가 마치 솔로몬처럼 극적인 해결책을 발견했어. 그게 뭔지 알아? 사실은 두 사람은 똑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는 거지. 싸움은 하루아침에 싱겁게 끝나버렸어. 그후 슈뢰딩거는 유대인이 아니었는데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나치와 문제가 생겨 결국 더블린으로 도망친 거야. 그곳에서 그는 프린스턴에 있는 것과 같은 연구소를 설립했어.”- P23

파동역학의 발견은 양자물리학이 뉴턴의 법칙들을 뒤엎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뢰딩거의 정신은 오히려 플랑크나 아인슈타인에 더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그는 여전히 부르주아 출신의 전통적인 비엔나 보수주의자였다. 자신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물리학의 혁명이 끝나자 그는 다시 고전물리학의 확고한 영역으로 복귀했다. 슈뢰딩거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이후 줄곧 더블린 ‘고등연구소’의 자기 연구실에 틀어박혀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동맹자로서 우연의 추종자들에 맞선 싸움을 전개했다.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목표 역시 단 하나였다. 전자기력, 중력, 원자론 등 자연에 작용하는 모든 힘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통일된 장이론을 찾아내어 우주의 대한 일관된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P45

나는 그녀의 비아냥거림을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수많은 가능성을 잃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상자 안에서 죽은 고양이를 보는 순간에 시간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돼요. 그것을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가 우리를 ‘그’ 세계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사랑도 똑같아요. 이럴 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묻는 것은 정말 정말적인 일이에요.”- P66

“그와의 만남은 내게 매우 큰 자극을 주었소. 그의 불확정성원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때 그와 나눈 토론이 없었더라면 나의 상보성원리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요. 당시에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은 양자물리학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내놓는 거였지. 그때까지 우리가 거둔 개별적인 성과들을 완벽하게 능가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비전 말이야.”- P108

괴델의 정리에 따라 모든 공리체계가 결정 불가능한 진술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절대적 시간도 절대적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양자물리학에 따라 과학이 세계에 대해서 단지 애매모호하고 우연적인 접근만을 제공할 뿐이라면,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인과성이 미래의 확실성을 예측하는 데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면, 그래서 개인이 오직 부분적인 진리만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라면, 그렇다면 다 똑같이 원자들로 구성된 우리 모두는 불확정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역설과 불가능성의 결과다. 우리의 모든 확신은 필연적으로 반쪽짜리 진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모든 자장은 기만이고, 힘자랑이고, 거짓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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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르를 찾아서 1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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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양자역학에 관해 관심이 많다고 했잖아. 그런데 작년인가 알라딘 북플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어. 말이 되냐 말이야, 양자역학에 관한 소설이라니그냥 무조건 읽어! 그 소설은 <클링조르를 찾아서>라는 두 권짜리 소설이었단다. 지은이는 호르헤 볼피라는 멕시코 사람이야. 아빠가 멕시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 3 세계의 소설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일석이조.

그 책을 검색을 해니 출간한지 10년도 넘은 책이더구나.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에 갈 일이 있었는데, 하필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 이 소설이 있었단다. 읽어야 할 운명이구나. 고민할 이유가 있겠니. 바로 구입했어. 그리고 <김상욱의 양자공부>라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덮고 연이어서 이 책을 읽었단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원자탄 프로젝트를 뒤에서 조정했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 클링조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사람..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 클링조르가 누구인지 추적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당대 유명했던 양자물리학의 대가들이 등장한단다. 그들이 주장했던 이론들도 함께 말이야. 오늘 독서편지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이 책에 나온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는 아빠가 따로 발췌해 놓았으니 그것을 읽어보길 바란다. 흥미로웠어.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1.

이 소설을 구스타프 링스라는 수학자의 회고록 형식이란다. 1944 7월 히틀러 암살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이 작전 실패 후 대부분 처형을 당했단다. 구스타프 역시 그 작전에 참여해서 처형을 당했어야 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났어.

….

전쟁이 끝난 1946, 미국전략정보국 OSS의 전 요원이자 독일 미점령군 과학 고문인 프랜시스 프랭크 베이컨 중위가 전범재판이 한창인 뉘른베르크에 도착을 했어.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의 줄거리와는 관계없지만…) 이 전범재판에서는 독일의 이인자였던 괴링도 교수형이 처해지기로 했었대. 그런데 괴링이 심판 하루 전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프랜시스가 뉘른베르크에 온 이유는 제3국 과학연구나 관련 있는 혐의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 그리고 전쟁 당시 클링조르라고 불렀던 총통의 학술고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야. 잠깐 프랜시스 플랭크 베이컨에 대해 이야기 좀 할게. 주인공이니까. 1919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에딩턴 경에 의해 증명이 된 해에 태어났어. 어렸을 때 엄마한테 수학을 배우고 수학에 흠뻑 빠졌고 수학에 재능도 있었어. 프린스턴 대학에서 양자이론을 공부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이 일하는 고등연구소로 가게 되었어. 그곳에서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온 괴짜 교수 폰 노이만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어. 그는 착실히 학문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발생해서 연구소에서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 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약혼녀가 연구소 강의실에 와서 난동을 부렸거든. 그것도 당대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괴델의 강의에서 말이야.

그 일이 있고 며칠 뒤에 학장이 찾아와 다른 일을 추천했단다. 나라에서 유능하고 젊은 물리학도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면서 그 일을 맡는 것이 어떠냐고 했어. 프랜시스는 그 일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그는 장교가 된 것이었단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일 제국에 베일에 숨어 있는 클링조르라는 인물을 찾는 것이었어.

2.

프랜시스는 OSS 산하의 알소스 특명의 임무를 맡게 되었어. 그것은 독일 원자탄 프로젝트와 관련있었던 독일 과학자 10명을 체포하는 일이었어. 10명 중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하이젠베르크도 있었어. 프랜시스는 하이젠베르크를 체포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휩싸였었지.

, 이제 본격적으로 클링조르를 찾아야 했어.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스승 폰 노이만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러자 폰 노이만 교수는 구스타프 링스 교수를 소개해 주었어. 이번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 글이 구스타프 링스 교수의 회고록 형식이라고 했지? 바로 그 교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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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구스타프 링스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하인리히라는 사람과 깊은 우정을 쌓았어. 결혼도 하인리히가 소개해준 마리안네와 했어. 마리안네는 하인리히의 아내 나탈리아와도 친구였어. 이런 관계이니 이 두 쌍은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였지. 그런데 그 관계는 1930년 히틀러가 집권하고 난 후,  하인리히가 군대를 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어. 구스타프는 히틀러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인리히가 그런 히틀러를 위해서 군대를 간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거든. 구스타프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교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단다.

3.

프랜시스는 링스 교수를 만났어. 그리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달라고 했어. 링스 교수도 클링조르란 이름을 들어봤고 영향력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클링조르를 찾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러면서 당시 유명한 노물리학자인 플랑크를 소개해주어 같이 만나러 갔단다.

이후 이야기는 실존했던 당대 물리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식으로 이어진단다. 클링조르를 찾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물리학자들을 취재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학문적 업적 등을 독자에서 알려주려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 같았단다. 가장 먼저 만난 플랑크. 흑체를 발견하고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바로 그 막스 플랑크였단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핵분열에 정통한 물리학자였단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어 그가 클링조르일 가능성은 없었어. 플랑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1858년생이더구나. 그럼 이때 나이는 여든이 훌쩍 넘어 아흔을 바라보던 시기였어. 주인공이 놀랄만한 나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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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그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현대 독일 과학의 역사에 정통하지. 그 대표적인 인물들에서부터 발전과정의 부침과 비극까지 모두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가 바로 현대 독일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니까. 그는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 짓기 힘든 인물로 친구와 적들이 모두 존경할 뿐만 아니라 의심할 바 없는 고귀한 도덕성까지 갖추고 있지. 내 생각에 그는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될 거야. 우리의 판단기분 자체를 바꾸어 놓을걸. 그도 이젠 늙고 허약한 남자에 불과하지만, 난 그가 우리 일에 틀림없이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해.”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교수님의 설명에 부합되는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요. 막스 플랑크! 그런데 지금 몇 살이나 됐죠? 한 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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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플랑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어. 좀더 강력한 후보로는 친나치 성향의 요하네스 슈타르크가 있었어. 양자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고, 나치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유력하다고 생각을 했어.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는 클링조르가 아니라는데 결론을 내렸어. 그럼 후보군은 점점 좁혀지고,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에 정통한 사람은 몇 안 남았어.

그 다음 강력한 후보가 하이젠베르크였어. 프랜시스의 우상인 하이젠베르크. 행렬 역학을 이용해서 양자 역학을 설명해낸 바로 그 사람.. <김상욱의 양자 공부>에서도 닐스 보어만큼 많이 이야기되었던 그 사람. 프랜시스와 링스 교수를 그를 찾아갔어. 하이젠베르크 또한 클링조르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했고 클링조르가 누군인지 모른다고 했어.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프랜시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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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프랜시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독일에서 클링조르를 추적하면서, 그는 이레네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레네는 프랜시스가 하는 일을 꼬치꼬치 물어보았어. 처음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레네의 계속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주었단다. …. 이레네의 정체가 무엇이지? 왜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지? 혹시 클링조르의 정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까? 그건 2권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

PS:

책의 첫 문장 : “불 꺼!”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은 순식간에 차가운 암흑시대로 돌아갔다.

책의 끝 문장 : 그러나 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이 결코 예전과 같아질 수 없으리란 것을 예감했다.


과학은 게임이다.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현실의 게임. 하나의 그림을 조심스럽게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잘라낸 뒤, 잘라진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그림을 다시 완성할 때 이 퍼즐게임은 끝난다. 이 게임에서 당신의 상대는 신이다. 신은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의 규칙들도 만들어냈다. 이 규칙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규칙의 절반은 당신 스스로 발견하거나 유추해내야 한다. 실험은 날을 세운 검이다. 이 검을 휘둘러 어둠의 악령들을 몰아내거나 아니면 치욕스럽게 몰락해야 한다. 신이 얼마나 많은 규칙들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규칙들이 인간의 게으름 때문에 생겨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해법은 당신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이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당신은 당신과 신 사이에 놓여 있는 상상의 한계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상상의 한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슈뢰딩거- P7

한 번은 리포터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한 공식이 존재할까요?”

“있고말고요.”

“어떤 겁니까?” 리포터는 다시 물었다.

“성공을 A라고 한다면 공식은 A=X+Y+Z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X는 일이고, Y는 유희입니다.”

“그럼 Z는 뭐죠?”

아인슈타인은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입을 다무는 것입니다.”- P76

지난 수천 년 동안 수학은 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나와 마구 뒤엉켜버린 나무처럼 무질서하게 성장했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아랍, 인도 등지에서의 발견과 그 뒤를 이은 근대 서양에서의 진보 등으로 수학은 수천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로 바뀌었다.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학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객관적이며 가장 광범위하게 발전된 학문적 도구인데도(실제로 매일같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수학을 사용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 무한한 다양성 내부에 혹시 썩은 씨앗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곰팡이가 피어 그 계산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P111

괴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학문, 언어, 정신 등 모든 시스템 안에 참인 진술이 존재하지만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항상 증명 불가능한 허점이 발견되고 흰개미처럼 우리의 확신을 모조리 갉아먹는 모순된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 계열의 양자이론을 통해서 물리학이 완벽하게 결정론적인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면, 괴델은 수학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괴델 덕택에 진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가변적인 것이 되었다.- P116

“그럼 교수님께서는 과학을 종교의 대체물로 보시는 겁니까?”

“신앙심은 회의론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해. 과학적 연구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의 사원 입구에 ‘너는 믿어야만 하느니라’라고 써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소. 우리 과학자들은 결코 믿음을 포기할 수 없지. 거듭된 실험의 결과를 놓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우리가 찾는 법칙을 떠올려야 하는 거요. 그리고 가설을 세워 그것이 일정한 형체를 갖도록 만들어야 해.”- P258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과학이 연구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것은 또한 과학이 풀어야 할 비밀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씀인가요?”

“과학의 법칙에만 충실하다면 맞는 말이오. 당신이 이 세계의 어떤 영역을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그런 믿음을 통해 그리로 나아갈 수 있지. 물론 그것이 잘못된 걸음이라 거기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과학자들에게 흔하디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무언가 어둠을 밝히는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계속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소.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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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3-02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에서 이런 보석 같은 작가의 책
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bookholic 2019-03-02 14:48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을 비롯하여 여러 북플 이웃님들로부터 좋은 책들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세먼지가 가득이지만,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