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소설집
천선란 지음 / 아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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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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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줄 책은 천선란 님의 <어떤 물질의 사랑>으로, 단편모음집이란다. 모두 여덟 개의 단편집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한 작품이 <어떤 물질의 사랑>이고 그것을 책제목으로 뽑은 것이란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천선란 님의 소설은 아빠 취향이 꼭 맞는 것 같구나. 천선란 님의 책들은 모두 좋았어. 이 책은 아빠가 천선란 님을 알기 전에 출간한 책인데, 나중에 검색해 보고 알게 된 책이란다. 주로 SF를 쓰시는 천선란 님의 이 단편 모음집도 모두 SF 소설이란다.

SF 소설에는 <쿼런틴>같은 Hard SF 소설도 있지만, 천선란 님의 SF 소설은 Soft SF 소설이라고 해야겠구나. 천선란 님의 엄마가 적은 나이에 치매에 걸리셔서 고생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엄마를 연상케 하는 등장인물들도 있더구나. 엄마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어. 첫 번째 작품인 <사막으로>가 작가의 엄마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보였어.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구나.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돔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지구. 그 심각한 대기오염 속 어떤 것 때문인지 모르지만, 엄마는 신종 질병에 걸리셨는데, 그 증상이 치매와 비슷했단다. 마치 현실에서 작가의 엄마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치매에 걸리신 것처럼 말이야. 그런 엄마와 그런 엄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면서 자식에게는 짐을 주지 않으려는 아빠의 이야기

….


1.

<너를 위해서>라는 소설은 정말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소설이었단다. 먼 미래, 아기를 낳는 조건을 나라에서 관리하는 세상이었어. 주인공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여 아이를 낳게 되는데, 그런데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성인이 되어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이 엄청 높다고 했어. 그러면서 주인공의 심장을 보관해야 한다면서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이야기. 정말 짧은 소설이라고 했는데 얼마나 짧은지 아니? 네 페이지가 끝.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소설.

<레시>라는 작품은 지구의 바다 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바다의 생물들을 데리고 토성의 위성으로 데리고 간 이야기란다. 그런데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야.

<어떤 물질의 사랑>은 심라현이라는 사람, 아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아무튼 지구의 사람과는 다른 존재란다. 겉모습은 사람과 비슷해. 그런데 알에서 태어나서 배꼽이 없고, 성별도 없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맞게 성별이 바뀌었어.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남자의 성징이 나타나고,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여자의 성징이 나타나는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엄마도 신비에 쌓인 분이었어. 심라현은 어느날 라오라는 사람, 아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아무튼 지구의 사람과 다른 존재를 알게 된단다. 라오는 몸에서 뭔가 떨어지는데, 라현이 자세히 보니 비늘이었어. 둘은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고, 알고 보니 라오는 외계인이었고, 오래 전에 지구에 와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어. 알고 보니 라오가 찾고 있는 사람은 라현의 엄마였단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림자 놀이>공감이라는 감정이 사회악으로 치부되어 시술을 통해 그 감정을 없애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의 이야기란다. 주인공 이라도 수술을 통해 공감이 없었는데, 20년 전에 우주비행사로 떠났던 소중한 친구인 도아가 다시 돌아왔단다. 우주에서 얻은 방사능으로 병이 생겨서 2주밖에 못 산다고 했어. 하지만 공감이 없어진 이라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르핀뿐... 아무리 공감을 없앴다고 하지만, 몸 어딘가에는 아직 남아 있지 않았을까.

<두하나>라는 소설은 동아시아 대륙 상공에 정착한 미확인 물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물체가 생긴 다음부터 남자들만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전염되었어. 좀비는 아니지만 그 움직임은 좀비와 비슷했어. 그 전염된 남자들로부터 대피하게 되었는데 영종도에 그 대피소가 있었어. 전염되지 않은 소수의 남자들도 있어서 대피소로 왔지만, 얼마 못가 전염이 되었고, 대피소에 있는 여자들 중에는 자신의 남자 가족 구성원들도 데리고 오려는 이들도 있었어. 그러면서 갈등을 빚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 제목 두하나는 등장 인물 중에 한 명인데, 전염된 남자들의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단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일들의 이야기가 <두하나>라는 소설이란다.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는 멸종된 줄 알았던 저어새 수천마리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란다. 그 저어새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해 보니 철원 근처 비무장 지대였는데, 그 곳은 수십 km 깊이의 싱크홀이 있었고, 그곳에서 저어새들이 온 곳이었어. 사람들은 수색대를 조직해서 조사해보았지만, 씽크홀로 들어간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어. 드론도 보내봤지만, 4000m 이하까지 내려갔다가 사라졌단다. 이 구멍에 대해 많은 노력들을 했지만 허사였단다. 구멍에 들어갈 수색대원을 더 뽑게 되었는데, 주인공 은지도 지원했고 최종 4명에 뽑혀서 씽크홀을 탐험하게 되었어. 대기업 취업 보장에 큰 돈을 준다고 했거든그런 것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은지의 처지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은지는 그 전의 수색대원들과 다른 결과를 얻기 바랬지만

….

마지막 소설은 <마지막 드라이브>라는 소설이야. 안드로이드 더미와 델리의 이야기란다. 더미와 델리의 역할은 교통사고 시뮬레이션에서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아서 시험을 하는 거야.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없어지게 되어 그 일도 하지 않아도 되었어. 하지만 운전사가 보조석에 있던 애인을 보호하려는 행동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더미와 델리는 이 경우를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다시 실험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150번이나 이 시험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 시뮬레이션을 앞두고 더미는 델리와 데이트를 하게 해달라고 하여 허락해주었단다. 인공지능 로봇의 학습 능력으로 사랑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이상으로 8편의 소설을 간단히 이야기했는데, 이 책도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구나. 짧게 적어둔 메모와 겨우 남은 기억으로 이야기를 해서, 책의 내용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라고오늘은 이만 줄일게.


PS,

책의 첫 문장: 사막에 대해 글을 써보는 건 어떠니?

책의 끝 문장: 사랑하는 델리, 나와 드라이브를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 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P18

엄마는 원장과 눈을 마주 보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엄마가 자주 하는 우기기의 비법인데,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펼칠 때일수록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는 네모난데 왜 동그랗다고 하는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은 학자처럼 말이다. 원장은 그럴 수도 있나? 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고 엄마의 계략에 넘어갔다. 세상이 이렇게 얼렁뚱땅 생겼다는 걸 엄마를 통해 배웠다. 세상은 치밀해 보이지만 사실 대체로 엉성하고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것을. - P93

이 사랑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진 사랑일까. 나를 꽉 끌어안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 미적지근한 온도의 사랑은. 엄마가 내게 마지막으로 알려준 것은 온도였다. 이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가, 이런 온도의 존재를 만나야 한다고. - P153

내가 가족들을 가능 늦게 만났잖아. 늦게 태어났으니까. 그 단단한 결속력, 나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쌓았을 추억. 그런 걸 감내하고 버텨야 하는 자리라고, 막내가. 그런 의미로 애교란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인 셈이지. 나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어필.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인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교를 부리듯이. 언니는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 언니가 태어났을 때는 언니 혼자였으니까.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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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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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오늘은 <파리의 노트르담> 2권을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 카지모도가 라 에스메달라를 납치해갈 때 구해주었던 사람이 있었잖아. 기억나니? 그 사람은 중대장 페뷔스라는 사람이야. 페뷔스는 약혼녀와 약혼녀의 친구들과 베란다에 있다가 라 에스메달다가 춤추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약혼녀와 약혼녀의 친구들은 페뷔스에게 그 춤추는 이집트 아가씨를 불러서 이쪽으로 오라고 부탁했어. 그녀들은 에스메랄다를 조롱하고 놀리고 싶었거든.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부르는 페뷔스를 보았단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람이란 걸 알았어.

사실 에스메랄다는 페뷔스가 자신을 구해준 이후 페뷔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단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불렀으니, 얼마나 떨렸을까. 에스메랄다는 자신의 반려 동물인 염소 잘리를 데리고 페뷔스에게 갔단다. 며칠 전 밤에 구해주었을 때 에스메랄다의 얼굴을 제대로 못 봤던 페뷔스는 이제서야 에스메랄다를 제대로 보고 호감을 가졌단다. 하지만 집시인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할 생각은 없었단다. 그것도 모르는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도 자신을 사랑하는 줄 착각하게 되었어. 그런데 에스메랄다가 광장에서 춤추고 있던 모습을 노트르담 성당 꼭대기에서 몰래 훔쳐보고 있던 이가 있었어. 바로 클로드 부주교란다. 버려진 아이 카지모도를 데려고 와서 키워준 클로드 부주교. 그는 에스메랄다와 어떤 사이길래, 1권에서는 납치를 하려고 했고, 또 에스메랄다의 춤을 몰래 보고 있는 것일까.

클로드 부주교는 우연히 그랭구아르를 만나게 되었어.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거든. 그랭구아르는 거지 소굴인 기적궁에 잡혔다가 에스메랄다와 형식적이지만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금은 거지들과 함께 지낸다면 최근 자신의 안부를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클로드 부주교는 격분을 했어. 어떤 부분이 클로드 부주교를 격분하게 했냐고? 바로 에스메랄다와 결혼했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야. 클로드 부주교는 에스메랄다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해지고 감정이 격해졌단다. 어느날 클로드의 망나니 동생 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왔단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장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 답답하지만, 그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 돈을 주고 돌려보냈지. 그렇게 얻은 돈으로 장이 하는 것은 술집에 가서 술을 먹는 것.. 장은 페뷔스와 알고 지내고 있었어. 둘이 함께 만나 술도 먹었단다.


1.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후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어. 결혼을 하게 된다면 페뷔스와 하고 싶어했어. 페뷔스도 에스메랄다를 가끔 만났단다. 하지만 페뷔스는 그냥 즐기기 위해 만나는 것이었어. 집시 아가씨와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 에스메랄다는 이제 열여섯 살로 순진하고 사람 볼 줄도 모르고페뷔스와 에스메랄다가 데이트를 하다가 포옹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클로드 부주교가 나타나서 페뷔스의 등과 목을 찌르고 도망갔단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고, 놀란 에스메랄다는 정신을 잃었어.

경찰이 그 현장에 들이닥치고, 에스메랄다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에스메랄다는 살인자가 되어 있었어. 괴한이 침입을 했고, 자신이 괴한의 얼굴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에스메랄다의 말을 믿지 않았어. 결국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를 죽인 죄로 재판까지 받게 되었단다. 재판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클로드 부주교였단다. 에스메랄다는 클로드 부주교를 알아보았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자신이 결백하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고진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에스메랄다는 자신이 페뷔스를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했단다. 거기에 에스메랄다는 마녀라고 판결받았단다.

유럽의 중세시대에는 마녀사냥이라고 해서, 기독교 교리와 어긋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인 일이 있었어. 에스메랄다도 마녀로 지목되어 판결되었단다. 에스메랄다의 반려 동물인 염소 질다가 재주가 많은데, 그것이 마녀인 에스메랄다가 마법을 썼기 때문이라고 했어. 마녀로 판결을 받으면 교수형을 받아야 했단다. 그렇게 에스메랄다는 감옥에 갇히게 된단다.

….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를 찾아온 클로드 부주교. 지금까지 클로드 부주교가 에스메랄다에게 보였던 행동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토킹 같은 짓들이었어. 클로드 부주교는 왜 그런 일들을 했을까. 클로드 부주교는 신학이 독실한 사람이었어. 평생 신부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지. 그런데 어느날 에스메랄다를 보고 자신의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단다. 에스메랄다를 깊이 사랑하게 된 거지. 클로드 부주교도 괴로워했어. 평생 신학과 함께 살려고 했는데, 사랑이라니자신이 이런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졌어. 감옥에 갇혀 있는 에스메랄다를 찾아와 이런 이야기들을 했단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자신이 에스메랄다를 탈출시켜줄 수 있다면서 자신과 함께 살자고 했어. 클로드 부주교는 에스메랄다와 함께 한다면 신학도 버릴 수 있었던 거야.

하지만 에스메랄다는 클로드가 페뷔스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클로드와 함께 할 수 없었지. 그를 경멸했어.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결국 구해주지 않았단다. 에스메랄다가 자신의 뜻에 동의했다면 신학을 버리고 살아가려고 했고, 만약 에스메랄다가 자신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에스메랄다를 죽게 나둘 생각이었단다. 에스메랄다가 죽는 것은 마음 아프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신학에 몰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클로드 부주교는 완전 사이코패스 스토커였구나.


2.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하는 날이 되었어. 그레브 광장에서 진행되었단다. 클로드는 신부 자격으로 참가하였고, 에스메랄다에게 다시 한번 권유를 했단다. 자신을 사랑해준다면 살려줄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때 에스메랄다는 멀리 한 저택의 발코니에서 페뷔스를 보았단다. 죽은 줄 알았던 페뷔스가 그곳에 있었어. 사실 페뷔스는 살아 있었단다. 클로드에게 찔려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몇 달 치료를 받고 다시 회복을 한 거야. 에스메랄다는 당연히 페뷔스가 자신을 구출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페뷔스는 에스메랄다과 마주쳤던 눈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단다. 이에 에스메랄다는 배신감에 큰 충격을 받았단다. 이제서야 페뷔스의 거짓 사랑을 알게 된 거지.

이제 에스메랄다는 죽을 일만 만났어. 그런데 교수형 직전에 카지모도가 나타나서 에스메랄다를 납치해서 도망갔어. 에스메랄다를 데리고 노트르담 성당으로 피신했단다. 당시 성당 안은 성역으로 죄수들이 성당 안에 있어도 잡아가지 못했어. 하느님의 보호하고 있는 곳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카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그곳을 데리고 온 거야.

1권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카지모도를 모두 무시하고 조롱했는데, 에스메랄다만이 카지모도에게 물을 전해주었잖니. 카지모도는 아마 그때부터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했을 거야. 그래서 에스메랄다를 구출해서 노트르담 성당으로 피신할 생각까지 한 거지. 에스메랄다는 성당 안에 있었지만, 그 밖을 나갈 수는 없었어. 나가면 곧장 잡히니까 말이야. 어쩌면 성당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구나.

정신을 잃었던 에스메랄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카지모도를 보고 깜짝 놀라 다시 정신을 잃을 뻔 했어. 에스메랄다는 카지모도를 두려워했고, 시선을 피했어. 그러면서 자신을 죽게 놔두지, 왜 구해주었냐고 울면서 말했어. 카지모도는 자신도 예전에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했다고 했어. 사랑,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단다. 에스메랄다는 성당 안에 머물면서 안정을 찾아갔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카지모도는 에스메랄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단다. 할 말이 있을 때는 문 밖에서 이야기를 했어. 에스메랄다가 자고 있을 때만 와서 잠자고 있는 에스메랄다를 바라보았지.

에스메랄다는 페뷔스가 자신을 외면했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카지모도는 페뷔스를 찾아갔단다. 페뷔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가자고 했지만, 페뷔스는 거절했단다. 에스메랄다가 마음 아파할까 봐 카지모도는 페뷔스를 만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단다.

클로드 부주교도 에스메랄다가 노트르담 성당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찾아왔단다. 더는 참지 못하고 에스메랄다를 겁탈하려고 했어. 에스메랄다는 카지모도가 준 호각을 힘껏 불었단다. 그 호각은 에스메랄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불라고 카지모도가 준 것이거든. 카지모도가 귀머거리이지만, 높은 호각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카지모도는 호각소리를 듣고, 에스메랄다에게 달려왔는데, 에스메랄다를 겁탈하려는 사람이 있는거야. 그 사람을 공격하고 죽이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의 스승인 클로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카지모도는 잘못을 했다면서 사죄를 했단다. 카지모도에게 클로드는 절대적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에스메랄다가 더 중요한 사람일지도 몰랐어. 심한 갈등을 하는 카지모도.


3.

클로드는 아직도 에스메랄다를 포기하지 않았어. 언제까지 에스메랄다가 성당 안에 있을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 기적궁이라고 하는 거지 소굴에 있던 그랑구아르에게 이야기하여 노트르담 성당을 공격하게 했어. 그랭구아르는 기적궁의 리더인 클로팽에게 이야기하기를, 에스메랄다도 원래 기적궁 소속이었으니, 그녀를 구해주고 노트르담 성당에 보물도 훔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이에 클로팽을 일당들을 데라고 노트트담 성당을 공격했단다. 이 공격에 클로드의 동생 장도 참여했단다. 카지모도는 노르트담 성당을 공격하는 기적궁 사람들이 적인 줄 알고 열심히 싸웠단다. 그 와중에 장은 죽고 말았어.

어수선한 틈에 그랭구아르와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성당에서 빼갔단다. 클로드는 다시 한번 에스메랄다에게 자신을 사랑해 준다면 살려줄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죽음보다 싫다는 대답이었어. 클로드는 다시 그녀를 경찰에 넘기기로 한단다. 경찰을 불러오는 동안 클로드는 에스메랄다를 귀딜 수녀에게 잠시 맡겨주었어.

1권에서 귀딜 수녀 이야기했었는데, 기억나니? 본명은 파게트이고 자신의 어린 딸을 이집트 집시에게 빼앗긴 이후 이집트 집시들을 경멸하던 사람. 클로드의 부탁을 당연히 들어주었어. 에스메랄다는 이집트 집시 아가씨였으니 말이야. 그런데 에스메랄다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딸이었던 거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기 신발 한 짝의 다른 쪽을 에스메랄다를 가지고 있었단다. , 이런 운명이….

귀딜 수녀는 에스메랄다가 경찰에 잡힐 위험에 빠진 것을 알고 숨겨 주었어. 그리고 클로드와 헌병대가 도착했을 때, 에스메랄다가 도망을 갔다고 했단다. 아빠도 제발조마조마하면서 읽어났단다. 귀딜 수녀의 에스메랄다 숨기기는 거의 성공할 뻔했어. 헌병대에 함께 온 페뷔스의 목소리가 들려 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페뷔스의 목소리를 들은 에스메랄다는 반가운 마음에 뛰어나갔지만, 에스메랄다는 헌병에 붙잡히고 말았단다. 귀딜 수녀는 엄마의 마음으로, 에스메랄다를 구해보려고 헌병대에 매달리다가 내동댕이쳐져서 그만 뇌진탕으로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결국 에스메랄다도 교수형에 처해져서 적었어. 에스메랄다를 지켜보며 기뻐하던 클로드 부주교. 그런 클로드를 보고 분노한 카지모도를 클로도를 종탑에서 밀어 떨어뜨렸단다. 그렇게 클로드도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는 카지모도도 사라졌어.

….

세월이 흐르고 사형수들의 시체를 보관하는 납골당. 그 안에 꼭 껴안은 두 사람의 뼈가 발견되는데,

하나는 교수형을 당한 사람의 뼈이고, 나머지 하나는 등이 굽은 꼽추의 뼈였단다. 카지모도는 죽은 에스메랄다를 꼭 껴안고 자신도 죽은 것이란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는 <파리의 노트르담>이런 줄거리의 소설인 줄 처음 알았단다. 예상 밖의 줄거리구나. 지은이 빅토르 위고의 또 다른 명작 <레 미제라블>의 뜻이 불쌍한 사람들인데, <파리의 노트르담>에도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구나. 카지모도도 불쌍하고, 에스메랄다도 불쌍하고, 에스메랄다의 엄마인 파케트 귀딜 수녀도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클로드 부주교의 빗나간 사랑만 아니었다면, 위 세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비극적이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소설을 읽다 보니, 지난 여행에서 본 파리의 노르트담 성당이 다시 생각났어. 몇 년 전에 정신 나간 방화범에 의해 많은 부분이 불타서, 여전히 복원작업 중이지만 말이야. 다행히 앞쪽의 석조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아서 그 위상을 볼 수 있었잖니. 그렇게 아픈 역사를 갖게 된 노트르담 성당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있더구나. 나중에 기회가 될 지 모르겠지만, 노트르담 성당이 다 복원이 되고 나면, 내부에도 한번 들어가 보고 싶더구나. 파리 여행 기념으로 읽었던 <파리의 노트르담> 많은 늦었지만, 그래도 여행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해서 좋았단다.


PS,

책의 첫 문장: 여러 주일이 흘러갔다.

책의 끝 문장: 그가 껴안고 있는 송장에서 그를 떼어내려고 하자, 그것은 먼지가 되어버렸다.


중세에는, 하나의 건물이 완전한 경우에는, 땅속에도 바깥과 거의 같은 정도의 건물이 있었다. 노트르담처럼 말뚝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면, 궁궐이나 요새나 성당은 으레 이중의 토대가 있게 마련이다. 대성당에는, 밤낮으로 파이프오르간과 종소리가 울리고 불빛으로 넘쳐흐르는 지상의 홀 아래에, 낮고 캄캄하고 신비롭고 빛 없고 소리 없는, 말하자면 또 하나의 지하 대성당이 있었다. 궁궐이나 성에는, 감옥이 있었고, 때로는 분묘가 있었으며, 또 때로는 그 두 가지가 다 있었단다. - P159

신부는 숨이 막혀 또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했다.
"벌써 반쯤 홀린 나는 무엇엔가 매달려서 추락을 막으려고 해봤어. 나는 사탄이 이미 내 앞에 파놓은 함정을 생각했어. 내 눈 아래 있던 여자는 하늘이 아니면 지옥에서밖에 올 수 없는 그런 초인적인 미인이었어. 거기에 있는 것은 약간의 우리 흙으로 만들어진, 그리고 내면에서 여자의 넋의 가물거리는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진 하잘것없는 처녀가 아니었어. 그것은 천사였어! 그러나 암흑의 천사, 불꽃의 천사였어. 광명의 천사는 아니었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당신 옆에서 염소 한 마리가, 마술사의 야연의 짐승 한 마리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어. 한낮의 태양은 그 염소의 뿔을 새빨갛게 만들어주고 있었어. 그때 나는 악마의 함정을 보는 듯했고, 당신이 지옥에서 왔다는 것을, 당신이 지옥에서 온 것은 오직 내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 나는 그렇게만 믿었어."
- P171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가면서, 자연이 거기에 얼마나 널따란 자리를 정열에게 준비해 놓았는지 보았을 때, 그는 한결 더 고통스럽게 비웃었다. 그는 자기 마음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모든 증오를, 자신의 모든 악의를 휘저어 보고,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와 같은 냉철한 눈으로 그 증오는, 그 악의는 부패한 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의 모든 미덕의 원천인 이 사랑은 신부의 가슴 곳에서는 끔찍한 것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기와 같이 생긴 인간은 신부가 됨으로써 악마가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자신의 숙명적인 정열, 결국 한 여자에게는 교수대를, 한 남자에게는 지옥을 가져다주어 그 여자는 사형수가 되고 자기는 영벌 받는 사나이가 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 그 부식적이고 유독하고 증오에 넘친, 빙탄 같은 사랑의 가장 끔찍한 면을 생각하고는 다시 창백해졌다. - P225

여러분은 저를 가엾게 여겨주실 거예요. 네, 나리들? 이집트 계집들이 제 딸을 훔쳐 갔어요. 그년들은 십오 년이나 그 애를 감추고 있었어요. 저는 그 애가 죽은 줄로만 믿고 있었어요. 상상을 좀 해보세요. 좋은 친구 양반들, 제가 그 애를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걸 말이에요. 저는 십오 년간을 여기서, 이 지하실에서, 겨울에 불도 없이 지냈어요. 그건 참 힘든 일이에요. 이 조그맣고 가련한 사랑스러운 신짝! 제가 하도 울부짖었더니 하느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셨어요. 오늘 밤, 하느님은 제 딸을 돌려주셨어요. 하느님의 기적이지요. 제 딸은 죽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어 재를 제게서 뺏어 가지 않겠지요. 저는 확신해요. 그것도 저라면, 아무 말 않겠어요. 하지만 제 딸은 열여섯 살짜리 어린애라고요! 햇빛 볼 시간을 그 아이에게 남겨주세요! 저 애가 여러분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거예요? 전혀 아무 짓도 한 게 없어요.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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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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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잖니. 여행을 가기 전에 그곳에 관련된 책을 하나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떠오른 책이 <파리의 노트르담>이란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 만화,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했단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카지모도가 꼽추라서, <노틀담의 꼽추>의 제목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고, 아빠도 그 제목이 더 익숙하구나. 그런데, 아빠는 이 유명한 작품을 본 적도 없고, 소설로도 읽어본 적이 없구나. 동화로 각색되어 아이들도 많이 읽는데, 그런 것도 읽지 않은 것 같구나.

지은이는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란다. 그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읽었는데, 장엄함이 느껴지는 줄거리와 인문학적 내용으로 읽기 어려웠지만, 재미있던 기억이 있구나. <레 미제라블>을 읽고 나서,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파리의 노트르담>도 읽으려고 알아보았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들의 평이 번역이 안 좋다는 평들이 많았어. 그래서 나중에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오면 그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미뤘단다. 그러다가 이번에 여행을 앞두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겠다 싶어서, 아빠가 읽은 <레 미제라블>과 같은 출판사인 민음사 판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단다. 옛말이 많이 섞인 부자연스러운 번역이라는 독자평이 있었는데, 아빠는 그런 것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읽었단다. 아빠가 나이를 먹어 옛사람이 된 건 아닌지 싶다.

여행 가기 전에 다 읽긴 했는데, 너희들에게는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한참 지나고서야 이야기하는구나. 소설에 나오는 노트르담 성당도 직접 보긴 했는데, 몇 년 전에 방화로 불탄 본채에 대한 보수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더구나. 그래서 성당의 앞쪽은 불에 안타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곳에서 너희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노트르담 성당과 성당의 앞 광장, 인근 건물 들 속에 있었던 것을 상상해 보았단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소설 속 장면을 그곳에 펼쳐서 상상해 보기도 했지. 여행 가기 전에 읽은 소설로 잘 선택했던 것 같구나. , 그럼 이제 다시 소설과 여행을 되씹으면서 너희들에게 <파리의 노트르담>을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1권을 먼저 해주마.


1.

전에 읽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경우, 주인공들의 이야기 이외에 인문학적 내용이 엄청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 읽은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도 3장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당시 파리의 건축물과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주었고, 6장에서는 옛 사법관직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주인공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빅토르 위고의 글을 그냥 건너뛸 수도 없고, 꾹 참고 읽는데 읽기가 그리 편한 것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걸렸단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뛰고, 아빠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1482 1월 파리 광인절에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광인절은 시민들이 재미 삼아 광인들의 교황을 뽑는 그날 날이었단다. 재판소에서는 낮 12시에 연극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군중들이 재판소에 모여 있었단다. 하지만 12시가 되었는데됴, 연극은 시작하지 않았어. 추기경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였지. 시간이 지나도 연극이 시작하지 않자, 궁중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갔고, 연극을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어.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인 그랭구아르가 연극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추기경이 뭐라고 해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시작은 연극풍자극이긴 한데, 연극이 어려워 군중들이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연극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브로봉 추기경이 온다는 소식에 연극은 중단되었단다. 브로봉 추기경은 오스트리아 사절단과 함께 도착을 했어. 그랭구아르는 연극을 계속하라고 소리쳤지만, 다들 연극에는 관심이 없어서 중단되었단다. 다시 연극이 재개되었지만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카지모도가 나타나면서, 그의 괴상한 모습을 구경하느라 연극은 또 중단되었단다. 카지모도는 꼽추에 귀머거리에 애꾸눈이었고, 얼굴도 흉측하게 생겼단다. 광인절, 광인의 교황으로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사람들은 그를 광인교황으로 선발했어.

연극은 그렇게 중단되어 버리고, 시나리오 작가인 그랭구아르는 좌절했단다. 카지모도가 광인의 교황이 되어 행렬을 하고 있었는데,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인 클로드가 나타나서 카지모도를 데리고 가버렸단다. 카지모도는 클로드 부조교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비는 듯했어.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그랭구아르는 의아하게 생각했단다. 어떤 사이이길래

연극이 끝나고 그랭구아르는 아름다운 집시 무리를 보고 쫓아갔는데,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집트 아가씨가 두 명의 괴한에게 붙잡혀 가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랭구아르는 그 이집트 아가씨를 구해주려고 가다가 오히려 괴한들에게 한 대 맞고 정신을 잃었어. 다행히 기병대에 의해 이집트 아가씨는 구출되었고, 괴한 중 한 명을 잡았는데, 바로 카지모도였단다. 그런 괴한 중 나머지 한 명은 누구였을까? 바로 클로드 부주교였단다. 왜 클로드 부주교는 그 이집트 아가씨를 납치하려고 했을까. 그 이집트 아가씨의 이름이 바로 라 에스메랄다란다.

정신을 잃었던 그랭구아르는 거지 집단에 붙들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빠졌어. 그들의 규칙에는 그랭구아르를 가지겠다고 하는 여자가 있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그 여자와 결혼도 해야한다고 했어. 괴상하게 생긴 여자가 구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라 에스메랄다가 그랭구아르와 결혼하겠다고 했어. 목숨도 구하고 미녀와 결혼도 하고그랭구아르는 이런 복도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라 에스메랄다는 그랭구아르의 목숨을 구하려고 그런 거지, 실제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 어렸을 때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 그리고는 라 에스메랄다는 사라졌단다.


2.

카지모도는 노르트담 성당의 종지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가 될 수 있었을까. 클로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역병으로 돌아가시고, 갓난 동생인 장과 돌이 살아가야했어. 클로드는 동생 장에게 형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지. 클로드는 동생 장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어. 클로드는 나중에 신부가 되었고, 괴물이라고 버려진 아이 카지모도를 입양하여 키웠단다. 그것이 16년 전 일이었어. 카지모도라는 이름도 클로드가 지어 주었어. 카지모도는 부활절 이후 첫 일요일을 뜻한단다. 카지모도를 데리고 온 날이 그날이었어.

카지모도는 노트르담의 종지를 하면서 종소리를 너무 좋아했단다. 하지만 그 종소리 때문에 그만 귀도 멀게 되었어. 그의 흉측스러운 외모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혐오했고, 카지모도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오직 클로드 부주교뿐이었단다. 그래서 카지모도는 클로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한편 성인이 된 클로드의 동생 장은 행실이 안 좋고 막무가내였단다. 완전 문제아였어. 클로드 부주교는 신학에 대한 믿음이 충만했단다. 당시 유행했던 점성술, 연금술을 믿지 않고 비판하였고, 어떤 이와 그것에 관한 언쟁이 벌어질 때는 과격한 말까지 쏟아내면서, 신학의 믿음이 강했단다. 오직 신학과 종교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어.

클로드는 건축물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는데, 그 이유는 글을 모르고 책을 접할 수 없는 시민들이 건축물에 그림으로 표현된 신학의 이야기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건축은 책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건축술이 죽었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클로드는 인쇄물에 대한 반감이 컸단다.


3.

라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다가 잡힌 카지모도의 이야기를 해줄게. 카지모도는 이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어. 배석판사로는 플로리앙인데, 그도 귀머거리였는데, 주변 상황에 따라 행동을 해서 아무도 그가 귀머거리인 줄 몰랐어. 그런데 주변에서 카지모도가 귀머거리이니까 형벌을 가볍게 주라는 조언을 했는데, 잘못 알아 듣고 더 무거운 벌을 주어서, 카지모도는 2시간동안 태형을 받고 벌금도 내야했어. 그레브 광장에서 카지모도의 태형이 집행되었단다. 2시간 태형을 맞은 카지모도는 기진맥진하고 정신을 잃었딴다. 이 광경을 클로드 부주교도 지켜봤는데, 아는 척하지 못했단다.

그런데 라 에스메랄다가 카지모도에게 가서 물을 주었단다. 앞서도 그랭구아르를 살려주었던 그 심성으로 카지모도가 불쌍해서 물을 주었던 것이란다. 사람들은 그런 라 에스메랄라를 비난했는데, 그 중에는 파케트라는 창녀 출신 귀딜 수녀도 있었어.

파케트는 이집트 집시라고 엄청 싫어했고, 특히 젊은 이집트 집시 아가씨는 거의 경멸했어. 왜냐하면 사연이 있었단다. 파케트는 젊은 시절 딸 아녜스를 낳았는데, 그 딸을 무척 애지중지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아녜스를 잃어버렸어. 이집트 집시들이 훔쳐 갔어. 아녜스를 데려가면서 꼽추의 괴물 같은 아이를 두고 간 거야. 이후 파케트는 딸을 찾으려고 미친 듯이 헤맸단다. 하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했어.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 일이 일어난 지 16년이 지났는데, 여전이 딸을 잊지 못하고, 은둔하면서 지냈단다. 반 정도 정신이 나간 상태로 말이야. 그러다가 지나가는 이집트 집시들을 보면 욕을 해대고 그랬지. 파케트가 왜 이집트 젊은 집시 아가씨를 싫어하는지 알겠지? 그런데, 아무래도 파케트와 라 에스메랄다가 모녀 사이 같지? 파케트는 16년 전에 어린 딸을 잃고, 라 에스메랄다는 어렸을 때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다고 했잖아. 그들의 이야기는 2권에서 더 해주어야겠구나.

….

1권의 줄거리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여행가기 전에 이 책을 읽어서 시간이 꽤 지난 다음 이야기를 해 주려다 보니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메모를 조금씩 하긴 했는데, 중간중간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부분이 많아서, 아빠가 이야기해준 부분에 틀린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파리의 노트르담.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인지 알겠더구나. 아빠가 부지런을 떨어서 2권의 이야기도 조만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시테 섬과 대학과 장안으로 이루어진 삼중의 성내에서 모든 종들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파리 사람들이 잠을 깬 지가 오늘로 꼭 348년하고도 여섯 달 열아흐레가 되었다.

책의 끝 문장: 가자, 우리 큰 용사님.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아직 오늘날에도 장엄하고 숭고한 건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늙어가면서도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초의 돌을 놓은 샤를마뉴와 최후의 돌을 놓은 필리프오귀스트에 대한 경의를 저버리고, 세월과 인간들이 동시에 이 존경할 만한 건축물에 가한 무수한 풍화와 훼손 앞에서 한숨을 쉬지 않고 분개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 P203

그 꼭대기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도착하는 구경꾼에게 그것은 맨 먼저 눈부신 지붕과 굴뚝과 거리와 다리와 광장과 종루 들이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깎아지른 듯한 합각머리, 뾰족한 지붕, 성벽 모퉁이에 매달린 소탑, 11세기의 피라미드식 석조 건물, 15세기의 판암 오벨리스트, 아성의 꾸밈없는 둥근 탑, 성당의 장식 네모탑, 큰 것, 작은 것, 육중한 것, 경쾌한 것 등등. 눈길은 오랫동안 그 미궁 속에 깊이깊이 잠겨 드는데, 거기에는 저마다 제 나름의 독창성과 동기와 특성과 아름다움이 없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전면에 물감 칠과 조각을 하고, 바깥으로 뼈대가 불거지고, 문이 반궁륭이고, 위층들이 앞으로 불쑥 나온, 작디작은 가옥에서부터 당시에는 탑이 즐비했던 장엄한 루브르 궁에 이르기까지, 예술에서 오지 않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P229

그런데 현재의 파리는 아무런 공통성도 없다. 그것은 여러 시대의 견본들의 집합체인데,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수도는 가옥들로만 커져가고 있거니와, 무슨 가옥들이 그 모양인가! 파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오십 년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파리의 건축물의 역사적 의의는 날마다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기념적인 대건축물들은 더욱더 드물어져가고, 집들 속에 잠겨서 차츰 삼켜져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선조는 돌의 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자손은 회반죽의 파리를 갖게 될 것이다. - P256

그 반면 연금술은 가지가지의 발견을 하였소. 다음과 같은 결과들에 나리는 이의를 내세우시렵니까? 1000년 동안 땅 아래 갇혀 있던 얼음은 바위 수정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납은 모든 금속들의 선조입니다. (왜냐하면 금은 금속이 아니고 빛이니까요.) 납은 각각 200년의 기간만 있으면 차례차례로 납의 상태에서 적비소(赤砒素)의 상태로, 적비소에서 주석으로, 주석에서 은으로 옮아 갑니다. 이러한 것들이 사실이 아닙니까? 그러나 <작은 열쇠>를 믿고, 충만한 선을 믿고, 별들을 믿는다는 것은, 옛중국 사람들과 더불어, 꾀꼬리가 두더지로 변하고, 밀알이 잉어과의 물고기로 변한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란 말입니다!" - P324

모든 문명은 신정(神政)으로 시작되고 민주주의로 끝난다. 통일성에 뒤이어 오는 이 자유의 법칙은 건축술에 쓰여 있다. 왜냐하면, 이 점은 강조해 두거니와, 벽돌 공사가, 신전을 건축하고 신화와 성직의 상징체계를 표현하고 그 돌의 책장들에 율법의 신비로운 일람표들을 상형문자로 옮겨 쓰는 데만 효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인류 사회에는, 신성한 상징이 자유사상 아래 닳아 없어지고 인간이 성직자를 피하고 철학과 제도들의 부속물이 종교의 얼굴을 갉아먹는 시기가 오게 되므로, 건축술은 인간 정신의 이 새로운 상태를 재현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책장들은 표면은 가득 차 있되 이면은 텅 비어 있을 것이고, 그 작품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고, 그 책은 불완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 P337

그러므로 인쇄술이 발명된 때부터 얼마나 건축술이 시나브로 여위어가고 오그라져가고 발가벗겨져 가는지 보라. 물은 줄어들고 진(津)은 밭아 들고 시대와 국민의 생각은 건축술에서 물러가는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절감하고 있는가! 냉각은 15세기에는 거의 지각할 수 없다. 인쇄술은 아직 너무도 허약하여, 고작 해봤자 강력한 건축술의 잉여생명력을 우려먹는다. 그러나 16세기부터는 건축술의 병이 눈에 보이고, 건축술은 이미 절대적으로 사회를 더 이상 표현하지 못하고, 비참하게도 고전 예술이 되고, 갈리아의 건축술, 유럽의 건축술, 토착의 건축술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술이 되고, 진정하고 근대적인 건축술에서 의(義)고대적 건축술이 된다. 이러한 쇠퇴를 사람들은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화려한 쇠퇴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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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혁명전사 김명시
안재성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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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재성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이 분은 우리나라 현대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을 찾아 소개를 해주시곤 한단다. 아빠는 그 동안 안재성 님의 책을 세 권 읽었어. <이현상 평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경성 트로이카> 세 권에서 다룬 인물들은 일제시대에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직도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잘 실리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는 알 수 없는 독립운동가들일 거야. 아빠가 이번에 읽은 안재성 님의 책은 <항일혁명전사 김명시>라는 책으로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명시라는 분에 관한 이야기란다. 책 표시에 장총을 들고 한쪽 팔뚝에 부상을 입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그림이 있단다. 그러니까 김명시라는 분은 여자 독립운동가인가 보구나. 장총을 들고 있는 모습에 어떤 삶을 사셨을지 궁금하구나. 영화 <암살>도 생각나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도 생각나고

김명시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 같아서, 아빠가 읽은 책들 중에서 찾아보니 정운현 님의 <조선의 딸, 총을 들다>라는 책과 임경석 님의 <독립운동 열전>에서 김명시를 짧게 소개해 준 적이 있더구나. 하지만 김명시라는 분께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이번에 읽은 <항일혁명전사 김명시>를 통해서 또 한 명의 멋진 여전사를 만나게 되었구나. 뜨거운 열정으로 삶을 불살랐던 김명시라는 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너희들이 공부와 숙제로 바쁘긴 하지만, 혹시 틈이 생기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1.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오남매를 키우셨어.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났을 때 김명시는 13살이었는데, 엄마와 함께 삼일운동에 동참했단다. 김명시의 엄마는 주동자로 몰려 4월 중순까지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대. 김명시의 어머니도 대단한 분이시고, 그런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으신 것 같구나. 1925 4월에는 오빠 김형선과 함께 공산당에 가입을 했단다. 당시만 해서 공산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사상이었어. 이후 스탈린의 공산당, 김일성의 공산당으로 변질되기 전의 공산당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은 시절이었단다.

당시  소련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세계 여러 나라의 공산주의자들이 모스크바로 유학을 갈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명이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 중에 김명시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조봉암의 아내 김조이도 김명시와 함께 모스크바에 갔단다. 김명시는 모스크바에 있는 동방노력자 공산대학이란 곳에서 공부를 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권오채와 친해져 연인 관계가 되었단다.

김명시는 우수장학생으로 뽑혀 상해로 파견을 하게 되었어. 애인인 권오채는 모스크바에 남고, 혼자 상해로 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어. 당시 상해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독립운동의 본거지였고, 우리나라의 공산당원들도 활동을 많이 하는 곳이었단다. 상해에 도착한 김명시는 지령에 따라 조봉암과 찾아가 그와 함께 활동하였단다. 조봉암이라는 분도 독립운동을 하신 유명한 분인데, 그 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구나. 김명시는 모스크바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봉암의 아내 김조이에 대한 안부를 전해주자, 조봉암을 다시 난감해 하면서 상해에서 다른 여자와 생활하고 있다고 했어. 그의 사생활이라고 뭐라 할 수 없었지만, 다소 실망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지만 조봉암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신임이 두터운 사람이었어. 상해에 있으면서 오빠 김형선의 소식도 전해들 었단다. 광둥 지방에서 공산당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어.


2.

그런데 당시 중국 상황이 좋지 않았어.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지. 조선 공산당원들은 독립을 위해서는 그런 중국의 내전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중국 공산당을 지원해주어야 했어. 모스크바에 있던 권오채도 중국공산당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넘어왔고, 상해에 찾아와 김명시와 다시 만났단다. 1928년 코민테른에서 조선공산당 해체가 결정되었어. 조선공산당은 해체되고 중국 공산당에 합류할 것이 결정된 거지. 상해와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원들의 반발이 심했어. 우리나라가 나라로써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거니, 화가 났을 것 같구나. 김명시는 홍남표와 함께 만주지역에 가서 조선공산당 해체에 대해 당원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반발이 커서 쉽지 않았단다. 이후 중국공산당에 합류하여 중국의 내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비참한 인민의 삶을 직접 목격하였단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상해로 돌아왔는데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연인인 권오채가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는 소식이었어. 무척 힘든 시간이었어. 김명시는 상해에 머무르면서 다른 공산당원들과 교류하였는데, 이때 교류했던 이들 중에 박헌영, 김단야, 주세죽, 고명자 등이 있었어. 이 분들은 아빠가 재미있게 읽은 조선희 님의 <세 여자>라는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라 더 반갑더구나.

국내 공산당 재건을 위해 이상훈과 함께 국내 잠입을 하게 된단다. 7년만에 다시 온 조국이었어. 인천에 있는 성냥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는데, 갑자기 다른 명령을 받고 이동하게 되었고, 이때 고명자를 만나게 되는데, 고명시가 말하길, 김명시의 국내 잠입을 일본에서 알게 되어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다시 상해로 도망가라고 했어. 오빠인 김형선도 수배령이 내려져서 함께 도망가라고 했어. 하지만 도망가는 중에 일본경찰에 붙잡혀 신의주형무소에서 갇히게 되었단다. 온갖 고문이 이어졌고 힘든 감옥살이였어. 무려 7년이나 감옥에 있다가 1939년에 출옥했단다. 오빠 김형선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중이었고, 엄마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

….

멀리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독재와 횡포 소식이 전해졌는데, 김명시에게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을 거야. 공산주의 사상이 그들에게 희망이었는데, 한 사람의 독재로 그렇게 변질되고 말았으니 말이야.


3.

감옥에서 나온 김명시는 조선의용대에 참여했어. 팔로군에서 옛 동료인 김무정이 김명시를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듣고 김명시는 팔로군으로 이동하여 김무정과 해후한단다. 다시 조선의용군의 지휘관 자격으로 활동하는 김명시.

조선의용대, 조선의용군같은 부대를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른 것 같구나. 조선의용대는 국민당이 지원했었고, 조선의용대의 화북지대 수속이 조선의용군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조선의용군은 공산당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조선의용군의 총사령관은 김무정이 맡게 되는데, 김무정과 만난 이후 김명시는 이 조선의용군의 지휘관이 된 거야. 위 내용은 이 책에 나온 것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인데,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의 차이를 좀더 찾아봐야겠구나.

조선의용군의 지휘관이 된 김명시는 중국공산당과 함께 항일투쟁에 힘썼단다. 그들의 노력들이 커다란 독립운동 줄기에 보태져서 1945 8월 해방 소식을 듣게 되었어. 조국에 돌아온 김명시. 하지만 1948년 공산당 혐의로 체포되고 말았단다. 젊은 시절 내내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된 조국에 돌아왔건만 기다리고 있던 것이 사상 검열에 의한 감옥행이라니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까.

더 가슴 아픈 소식은 김명시가 얼마 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이었어. 당시 나이는 42살이었대. 이 자살 소식을 누가 믿겠니. 항일 투쟁에 젊음을 바친 여전사가 그깟 일로 자살을 하다니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의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했을 텐데 말이야. 해방 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더 아픈 역사로 가득 찬 것이 안타까울 뿐이로구나.

김명시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대부분 안 좋은 결말이었어. 오빠인 김형선도 감옥에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출옥 후 얼마 안되어 병에 들어 죽었고, 동생 형윤은 광복 직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들의 이런 노력을 후세의 사람들이 알아주어야 할 텐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2년에 김명시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고 하는구나. 그것이 모든 것을 보상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행이구나. 우리들도 꼭 기억하자꾸나. 항일혁명전사 김명시.


PS,

책의 첫 문장: 썰매를 끄는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회색 짐승 서너 마리가 눈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김명시 일가와 동지들이 그토록 원하던 해방이 되고 무려 77년이 지난 후였다.


김명시의 말에 늦잠을 자던 알료샤가 슬그머니 목을 빼고 바라보았다. 세 여자의 대화 속에 레닌이나 스탈린이란 단어만 나오면 잔뜩 긴장하던 알료샤였다. 하지만 고리키라는 이름이 나오면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세 여자가 고리키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했다. 알료사뿐만이 아니었다. 혁명 소설가 고리키에 대한 러시아인의 특별한 사랑은 석류 알갱이처럼 붉고 투명한 연어알절임과 당근 빛깔이 나는 묽은 야채수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것 같았다. 세 여자가 열차 식당칸에서 고리키 이야기를 하자 주변의 러시아인들도 알아듣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련은 역시 레닌의 나라였다. 관공서 어디를 가도 1년 전에 사망한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 P11

"내가 보기엔 당신네 공산당도 오십보백보요. 나는 사서삼경도 못 읽는 촌부이지만 당신네들이 자유시에서 조선인 독립군을 수천 명이나 학살했다는 얘기를 들었소. 당신네들은 이번에 중국인 지주들을 때려죽이자는데, 아니 지금 우리가 못사는 게 정녕 그 사람들 때문이란 말이오? 오히려 반대가 아니오? 그 사람들 아니면 우리는 벌써 첫해에 굶어 죽었을 거요. 일본 놈들을 물리치자는 말까지는 알아듣겠지만 그 이상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소이다. 나는 자기네가 권력을 잡으면 다 될 것같이 떠드는 사람들 하나도 못 믿겠소이다. 어느 놈 할 것 없이 백성의 고통을 팔아서 권세를 누리려는 것뿐이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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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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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더 이상한 수학책>이란 책을 알게 되었단다. 미적분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책 같았어. 예전에 읽은 <친절한 과학책> 같은 류의 책 같았어.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미적분을 설명을 해주는 책. 이제 몇 년 후면 너희들도 미적분을 배우게 될 텐데, 미적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책을 구매했단다. 알아보니 <더 이상한 수학책><이상한 수학책>의 후속편이더구나. 그래서 <이상한 수학책>도 구매를 해서 순서대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이상한 수학책>을 먼저 읽었단다.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우리가 여행을 다녀와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책 이야기를 하는구나. 책 읽은 지 며칠만 지나도 기억이 잘 나는데, 한 달이나 지나서 이야기하려니 ㅠㅠ  기대했던 것 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짧게 마쳐야겠구나. 여행으로 인해 밀린 독서 편지가 어마어마하구나.

<이상한 수학책>의 지은이는 벤 올린이라는 사람인데, 수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여러 매체에 수학과 교육 관련 글을 쓰기도 한대, 학교에서도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대. 이런 경력으로 자신이 쓴 글들과 경험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상한 수학책>인 것 같구나. 책의 시작은 수학과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어.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이야기이니까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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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하지만 수학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자들은 대부분의 독자에게 익숙한 전략을 채용한다. 바로 심상 만들기다. 수학자들은 머리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써 본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기술적 세부 사항들은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있는 내용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연결해 본다. 그러고 나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수학자들은 읽을거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곳에서 즐거움, 유머, 결벽증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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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의 분야는 꽤 많은 편이란다. 너희들 수학 교과서의 차례만 봐도 꽤 되잖니. 이 책에서 다룬 수학의 분야는 기하학, 확률, 통계 이렇게 세 분야란다. 기하학, 확률, 통계에 관해서 이야기해준 이유는 이 분야들이 우리 일상 생활과 꽤 밀접한 분야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감탄사를 내뱉을 만한, 그런 내용들이 없어서 좀 아쉬웠단다. 마지막 장에서는 수학과 역사의 관련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지은이는 수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지만 사회문제나 역사 관련된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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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역사는 작은 규모에서는 단순하지만 큰 규모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인생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하루 단위의 작은 규모에서는 거칠게 요동치지만 장기적으로 평균하면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날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역사는 코흐 곡선과 비슷해서 모든 수준에서 카오스가 등장하고 모든 규모에서 복잡성이 드러날까? 머릿속에서 이런 비유들이 서로 경쟁을 벌인다. 마치 한 화면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파일 세 개가 동시에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내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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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지만, 읽은 지도 오래되었고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아주 짧게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원래 너희들에게 미적분을 설명해주려고 구입했던 <더 이상한 수학책>도 조만간 읽어야할텐데, 그 책은 좀 더 재미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수학에 관한 책이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어째서 수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토대를 이루고 있을까? 수학은 어떻게 동전과 유전자, 주사위와 주식, 책과 야구 등 서로 상관없는 영역을 연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수학이 생각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된다. - P8

비안네가 드무아브르의 정리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비안네는 자신을 지식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만면 나의 통찰은 두꺼운 머리뼈 안에 갇혀 어눌한 혓바닥을 통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없는 수학자는 그날의 나처럼 자기 생각 속에 섬처럼 혼자 고립되어 남에게 닿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아는 진리를 공유할 수 있는 수학자는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마음과 영웅 대접을 받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 P68

몸집이 큰 동물은 내부 비중이 높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가 쉽다. 반면 작은 동물은 표면 비중이 높아서 체온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손가락, 발가락, 귀 등 표면 비중이 높은 사지 말단이 추위에 제일 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추운 지역에 북극곰, 물개, 야크(티베트산 들소-옮긴이), 무스(북미산 큰 사슴-옮긴이), 전설 속 설인 새스쿼치 같은 대형 포유류만 사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표면 비중이 높은 생쥐가 북극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중위도 지역에 사는 생쥐도 열 손실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자기 체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 P121

과학은 결과 절대적 확실성이나 슈퍼맨 같은 완벽함으로 정의되었던 적이 없다. 과학에서는 언제나 건강한 회의주의 시각에서 모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 중요했다. 이런 싸움에서 통계학은 없어서는 안 될 동맹이다. 통계학이 과학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데 한몫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데 한몫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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