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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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존 윌리엄스라는 조금은 불운한 소설가가 있단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설들이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후에 빛을 보고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야. 아빠도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를 읽었는데, 그가 쓴 소설 <스토너> 1965년에 쓴 소설인데, 그가 죽고 난 2010년대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고, 2013년에는 영국의 최대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그의 직업이 교수여서 소설은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네 권. 그가 뒤늦게 인기를 끌게 되자 그의 책들이 뒤늦게 번역 출간되고 있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책은 그가 쓴 두 번째 소설로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보다 먼저 쓴 소설이란다. Butcher’s crossing. Butcher는 정육점 주인을 뜻하는데, crossing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싶었다. 책을 읽다 보니 부처스 크로싱은 지명 이름이더구나. 교차로에 푸줏간이 있어서 그런 지명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존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인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부처스 크로싱>도 주인공이 한 남자란다. 다만 전체 삶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젊은 날 방황하던 시기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라고 하면, <스토너> <아우구스투스>보다는 별로였다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평론가 이동진 님께서 2023년 올해의 소설 중 하나로 뽑은 소설이라 읽기 전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도 있으리라.

 

1.

때는 미국 1870년대가 배경이란다. 아빠가 이 시설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대충 상식으로 보자면 남북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사람들이 금광을 위해 서부로 몰려들던 시기인 것으로 알고 있단다.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하버드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휴학을 하고 무작정 서부 부처스 크로싱으로 떠났단다. 도시 생활의 무료함과 따분함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 20대 초반의 나이는 겁 없이 그렇게 도전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 10여년 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맥도널드 씨가 부처스 크로싱에서 가죽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무작정 그를 만나러 갔단다.

맥도널드는 멀쩡한 명문대 학생인 윌리엄이 시골 깡촌으로 왜 왔나 싶었을 거야. 윌리엄은 사냥꾼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맥도널드는 밀러를 소개해 주었단다. 윌리엄은 밀러를 만나고 사냥을 함께 가기로 한단다. 밀러는 험난해서 쉽지는 않지만, 많은 들소를 잡을 수 있는 콜로라도 산악지대로 가려고 했단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무모한 짓이라고 했단다. 밀러가 말한 것처럼 들소가 그렇게 많지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말이야.

밀러는 며칠 간 사냥 준비를 하고, 함께 떠날 멤버를 찾았어. 그렇게 해서 리더인 밀러, 완전 사냥 초보자 윌리엄, 마차를 끌 찰리 호지, 가죽 벗기는 전문가 슈나이더가 한 팀이 되었단다. 이 부분까지 읽으면서 아빠는 소설 <모비딕>과 조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망망대해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고래를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과 험난한 산악지대로 들소떼 사냥을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

밀러가 사냥 준비를 하는 동안 윌리엄은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술집에서 알게 된 프랜신이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돼. 프랜신도 윌리엄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프랜신의 직업이 창녀라는 것이 윌리엄은 마음에 걸렸는지, 마음을 다잡고 멀리했단다.

 

2.

준비가 끝난 밀러 일행은 식량과 마차를 끌고 길을 떠났단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았어. 빨리 도착을 하기 위해 지름길인 평원으로 들어섰는데, 그쪽 길은 물이 없었단다. 며칠 동안 물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단다. 다행히 죽기 일보 직전에 물을 찾아서 갈증을 해소했단다. 계속된 추적 끝에 윌리엄 일행은 수천 마리의 들소 떼를 발견했단다. 밀러의 지휘 아래 사냥이 시작되었는데, 앤드루스는 처음 하는 사냥이었기 때문에 서툴렀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냥과 가죽 벗기는 작업에 점점 능숙해졌어. , 성장 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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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윌 앤드루스의 가죽 벗기는 기술은 점점 능숙해졌다. 손은 강하고 단단해졌다. 칼은 새것 같은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점점 더 확실하게 가죽을 잘라 냈다. 이제 앤드루스는 슈나이더가 두 마리의 가죽을 벗겨 낼 때 한 마리는 해낼 수 있었다. 들소가 악취가 나도, 뜨뜻한 살이 손에 닿는 느낌이 들어도, 피가 엉긴 걸 보아도 점점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죽 벗기는 작업을 마치 자동 기계처럼 했고, 죽은 들소의 가죽을 벗겨 내 땅에 놓으면서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가죽을 벗긴 들소 위에 파리가 새까맣게 들끓어도 그 사이로 다닐 수 있었고, 썩은 살에서 나는 악취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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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사냥으로 그들이 목표한 충분한 들소들을 잡았단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밀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단다. 이 일로 슈나이너와 다투기도 했어. 슈나이더는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고 했거든밀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고, 죽은 들소들은 쌓여만 갔지. 시간도 잊은 채 사냥을 하던 밀러는 결국 시간의 공격을 받았단다. 어느날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겨울이 접어드는 줄도 모르고 사냥하고 있었던 거지. 뒤늦게 지금까지 얻은 물소가죽들을 마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지만, 엄청난 눈으로 길이 다 막히고 말았단다.

그들은 꼼짝없이 눈 속에 갇혀 지내야 했어. 콜로라도 산악지대의 겨울은 엄청 많은 눈과 추위가 이어졌어. 한번 내린 눈은 녹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지. 그 눈이 다 녹으려면 봄까지 기다려 했어. 윌리엄 일행은 몇 달 동안 추위와 눈과 사투를 벌여야 했단다. 고난의 시간들이 지나고 콜로라도 평원에도 봄이 다가왔단다. 하지만 눈이 녹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했어.

4월이 되고 길을 떠날 정도로 눈이 녹아 철수를 시작했단다. 들소 가죽이 너무 많아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오기로 하고, 마차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죽만 싣고 철수했단다. 오늘 길도 쉽지 않은 길이었어강도 건너야 하는데 눈이 녹으면서 불어난 강물을 건너는 것도 쉽지 않았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떠내려오던 커다란 통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슈나이더가 물에 빠져 죽고 말았고, 들소가죽을 싣고 오던 마차도 부서져 모두 강에 떠내려갔단다. 슈나이더를 제외한 밀러, 앤드루스, 찰리는 몸만 간신히 탈출해서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했단다. , 이 장면은 마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엄청난 큰 물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기고 빈 배만 타고 도착하는 장면 같았단다. 들소 가죽들이 강에 떠내려갔지만, 아직 평원에는 그보다 더 많은 가죽들이 남아 있으니 밀러는 괜찮다고 생각했단다.

 

3.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윌리엄 일행. 근데 마을이 좀 이상해진 것 같았어. 그 전에 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못 보던 사람들이 살고 있던 거야. 윌리엄 일행은 맥도널드 씨를 찾아 나섰단다. 맥도널드 씨는 자신의 가게가 아닌, 어떤 합숙소에서 지내고 있었어. 들소 가죽이 대폭락하여 망했다고 했어. 윌리엄 일행이 사냥을 다녀온 반년 사이에 상황이 변하여 들소 가죽이 헐값이 되었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밀러가 가지고 온 들소 가죽도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거였어. 밀러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나 봐. 미친 듯이 맥도널드 씨 가게에 쌓여 있는 가죽들을 모두 태워버리고 길을 떠나버렸단다.

맥도널드는 윌리엄에게 경험에서 우러나는 한 마디를 해주는데, 아빠도 마음에 새길만하더구나.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비밀은 너무 깨닫게 된다고 말이야. 그의 말이 맞는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마음에 와 닿아 발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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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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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분명 사냥을 떠나기 전과 후 많이 바뀌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생전 처음 해본 사냥과 추위와 사투를 벌였으니 바뀐 것은 당연하겠지. 윌리엄은 사냥을 통해서 무엇을 배운 것인가. 아빠가 그 상황이었다면 무엇을 배웠을까 생각해 봤어. 도전에 대한 자신감? 지은이는 윌리엄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분명 그것은 윌리엄에게 값진 도전이었을 것 같구나. 아빠의 이십 대는 너무 무난하고 평범하고 안전한 길만 갔던 것 같아.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 갈 수 없는 이십 대. 많은 것을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았을 것을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평범하고 안전했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들은 있으니아무튼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또 새로운 경험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엘스워스에서 부처스 크로싱으로 가는 사륜마차는 합승 마차를 소형 짐마차 겸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


시간의 흐름은 그와 동행하는 세 사람의 얼굴에서, 그리고 스스로 의식하는 자기 내부의 변화에서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비바람에 노출되어 거칠어졌다. 얼굴 아래쪽에 까칠하게 자란 수염은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부드러워졌고, 손등은 햇볕에 타 빨개졌다가 갈색이 되었다가 까매졌다. 몸이 점점 여위고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가끔 자신이 새로운 몸, 또는 비현실적인 부드러움과 창백함과 매끄러움의 층 아래 숨어있었던 진정한 몸 안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8

"자네 신세는 자네가 망쳤어. 자네와 자네 같은 인간들이. 자네가 살면서 매일 하는 일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이. 아무도 자네한테 이래라저래라 안 했어. 그러지 않았어. 죽인 사냥감들의 악취로 땅을 뒤엎으며 제멋대로 살아왔지. 가죽을 무더기로 풀어 시장을 망하게 하고는 이제 와서 자넬 망쳤다고 징징거리는군." 맥도널드의 목소리가 점점 노기를 띠었다. "자네는, 자네들 모두는 내 말을 귀담아들어야 했어. 자네들은 자네들이 죽인 짐승들보다 나을 게 없어." - P304

그 허영심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합숙소 등불의 불빛 아래서 맥도널드가 말했던 그 무(無)였다. 찰리 호지의 시선에 있었던 밝고 푸른 공허감-그는 찰리의 눈 안에서 그 공허감을 언뜻 보고 프랜신에게 말해 주려 애썼다-이었다. 슈나이더가 강에서 말발굽이 얼굴을 당혹하게 만들기 직전에 보였던 경멸적인 표정이었다. 산에서 하연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밀러의 얼굴에 나타났던 맹목적인 인내심이었다. 찰리 호지가 꺼져 가는 불에서 몸을 돌려 밀러를 따라 밤 속으로 따라가기 전에 그의 눈에 있었던 텅 빈 반짝임이었다. 맥도널드가 가죽이 불타 버리는데 광분해 밀러를 쫓아다니는 동안, 얼굴에 격노한 가면을 쓴 것처럼 만든 끝없는 절망이었다. 베개 위에 죽은 듯 늘어진 프랜신의 잠든 얼굴에서 지금 보고 있는 그것이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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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4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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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4권을 이야기해줄게. 4권부터 6권까지는 제2 <민족혼>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단다. 제목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조정래 님께서 각 부의 제목을 정할 때 고심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라는 말은 이나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구나. 영어로는 mind보다는 soul에 더 가까울 것 같구나. 그럼 4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4권의 이야기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온단다.

일본의 부당한 정책에 항의를 하게 되면 무조건 경찰에 끌려가니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 3권에서도 이야기되었던 토지조사사업으로 땅을 빼앗긴 이들이 면사무소에 따지러 갔다가 일부는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고, 일부는 태형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렇게 분위기가 흐려진 가운데 정월대보름이 다가오고 있었단다. 동네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행사를 진행하자고 했어. 그래서 농악대도 준비하고 그랬는데, 일제는 농악대의 악기들도 모두 빼앗아가 버렸단다.

일제는 토지조사사업을 하면서 자신들은 뒤쪽에 빠져 있고, 지주 대표와 지주 총대들을 뽑아 행동대장처럼 썼단다. 농민들은 자신의 땅임을 입증하게 되는 서류를 제출하게 되면 땅을 빼앗기지 않게 되는데, 그 서류라는 것이 작성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도장을 지주총대가 최종적으로 찍어주어야 했어. 그렇다 보니 지주총대에게 뇌물이나 찔러주어야 겨우 도장을 찍어주었단다. 지주총대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한탕 벌려고 했고 말이지. 신세호는 농민들이 어려워하는 서류 작성을 도와주었어. 그러자 지주총대들에게 협박을 받기도 했단다. 지주총대들이 도장을 찍어주지 않고, 불법으로 땅을 강탈해가려 하자 여기저기에서 지주 총대들이 피습을 당하는 사건들도 발생했단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지조사사업으로 부당함을 이야기하려던 농민들의 피해가 더 컸단다.

차득보와 차옥녀 남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어. 토지조사사업으로 땅을 빼앗긴 처지에 놓인 득보의 아버지는 지주총대에게 이야기를 하러 갔다가 오히려 지주총대에게 맞았단다. 지주총대의 폭력에 맞서 그를 밀쳤는데, 그가 부상을 입게 되었어. 이 일로 득보의 아버지는 경찰에 붙들려 갔고, 곧바로 즉결 처분으로 당산나무에서 공개 총살형을 받고 죽었단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득보의 엄마는 실성을 하였고, 얼마 못 가 저수지에서 빠져 죽은 채 발견되었단다. 어린 득보와 옥녀만 남았어. 우연히 어떤 주막의 주모를 만났는데, 옥녀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듣더니 밥을 주겠다며 데리고 갔다가 옥녀를 노래패에 팔아 넘기고 말았단다. 그렇게 득보는 동생과도 헤어지게 되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으러 길을 떠나게 되었단다.

한편, 죽산면 면장인 백종두와 농장을 운영하는 하시모토는 토지조사사업을 이용하여 땅을 불리려는 욕심을 갖고 있었단다. 그런데 백종두와 하시모토 모두 죽산면의 땅을 노리다 보니 알게 모르게 그들 둘 사이에서도 경쟁이 있었지.

너희들이 나중에 학교에서 일제시대의 역사를 배우면서 토지조사사업이란 것을 배울 텐데,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배울 텐데, 이 책에도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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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토지조사사업은 크게 네 가지 목적을 가지고 수행되고 있었다. 첫째, 조선의 전국토를 대상으로 총독부 소유의 땅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모든 종류의 토지 소유자들을 명백히 하여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자는 것이었다. 셋째, 조선땅 전체를 샅샅이 측량하여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완전히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넷째, 양반계층의 재산을 보호해 줌으로써 식민성 지주로 예속시키는 동시에 친일세력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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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수익은 만주에서 옛 의병 동료들과 만나서 독립군을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했단다. 지삼출도 만주로 와서 송수익과 함께 했어. 송수익은 다른 독립운동가들도 교류를 했는데, 신채호, 이회영 일가와도 교류를 가졌단다. 특히 이회영 일가는 신한촌에 신흥강습소를 지어 많은 독립군을 배출하는데 공을 세웠단다. 이회영의 형제들은 엄청난 재산을 모두 가지고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 자금으로 기부하신 것으로 유명하신데, 너희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단다. 송수익과 함께 의병활동을 했던 공허스님은 스님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만주와 국내를 오가며 소식을 전하거나 군자금을 모아서 전달하기도 했단다.

백종두의 아들 백남일이 수국이를 겁탈했다가 수국의 동생 방대근에게 된통 맞고 일본으로 치료하러 갔잖아. 그가 돌아왔는데, 결국 한쪽 눈은 고치지 못하고 외눈박이가 되어 돌아왔단다. 그렇게 되자 헌병자리도 쫓겨나고 말았어. 백종두가 면장이라는 직함으로 수를 쓰려고 했지만, 결국은 백남일은 헌병자리에서 쫓겨났단다. 백종두는 속이 쓰렸고, 이를 지켜보던 사탕공장장인 장덕풍은 고소해했단다. 장덕풍은 사탕공장으로 돈을 벌어 정미소까지 차렸단다.

돈 욕심에 형제의 의까지 저버린 정재규의 집안 이야기를 해줄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재규는 동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지 않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셨단다. 둘째 동생 상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형과 대판 싸웠고, 이런 형들을 막내 도규는 부끄러워했단다. 결국 도규는 자신에게 할당된 땅을 손해보고 형들에게 땅을 더 갖게 하는 절충안을 제시해서 형들도 마지못해 수긍을 했단다. 정재규는 가장 많은 땅을 상속 받았는데, 도박에 빠져 재산이 점점 줄어들어 갔단다. 어떤 해는 수확한 쌀을 팔아 바꾼 돈을 도적들에게 빼앗기기도 했어. 어차피 도박으로 다 잃을 돈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정재규의 돈을 훔친 도적은 다름 아닌 공허 스님의 비밀 조직이었단다. 공허 스님은 지주들의 집을 덮쳐 돈을 훔쳐 군자금으로 조성했던 거야. 공허 스님은 하시모토의 집도 몰래 들어가려고 했는데, 함정에 빠져 도망쳤고, 일행 중에 한 명이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단다.

방영근의 동생이자 수국이의 언니인 보름이는 남편이 죽고 시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시아버지도 토지조사사업의 부당함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단다. 시댁에는 이제 아무도 없게 되자, 보름이는 어린 아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단다. 친정 식구들은 모두 만주로 가서 갈 곳이 없는 보름이는 옛 동네 어른인 손판석의 집을 찾아 군산으로 갔단다. 손판석은 공허 스님의 말을 따라 이중 간첩 같은 역을 하고 있었어.


2.

보름이의 오빠가 고생하고 있는 하와이는 어떤지 이야기해줄게. 어느덧 방영근이 하와이에 온지 10년이 되었단다. 다들 사진결혼이라도 하는데, 영근은 관심이 없었어. 왜냐하면 영근은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보름이의 친구인 오월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거든. 사진결혼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하와이 노동자들이 사진을 조선에 보내면 그걸 보고 여자들이 하와이에 와서 결혼을 하는 것이란다. 그렇다 보니 사진 속 남자와 실제 만난 남자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었대. 심각한 부작용이지. 하와이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그래도 도망가는 신부들이 있었대.

방영근과 남용석은 그렇게 도망간 신부 말녀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단다. 용석과 말녀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아 영근이가 잘 중재해서 용석과 말녀는 결혼까지 했단다. 한편, 하와이에서는 박용만이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국민군단을 창설했단다 국민군단은 무기를 갖춘 군사 훈련을 하는 조직이었어. 독립을 위해서는 무장투쟁을 해야 한다는 박용만의 강한 의지로 만들어진 군대이고, 미국의 국무장관 브라이언도 원래는 불법인 외국인 부대를 묵인해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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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335)

국민군단의 창설은 국민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박용만이 주도한 것이었다.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박용만은 2년 전에 하와이로 옮겨와 국민회 기관지 <신한국보>의 주필을 맡으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해 왔다. 국민군단의 창설은 바로 그 무장투쟁론의 첫 단계 실현이었다.

열여덟에서 스물두 살까지로 제한된 국민군단의 신병들은 130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하와이로 건너와 자라난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군단이 갖춘 장비는 사관용 45구경 단총 39, 장도 10, 목제총 350, 나팔 12, 드럼 7, 미합중국 보병학교 교재 28종 등속이었다.

원래 미국통치령 내부에서는 외국인들의 군사훈련이라 군사활동은 일절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와이 군사령부에서는 국민군단의 창설을 묵인했다. 그건 국민회의 교섭능력만이 아니라 조선인 노동자들이 각 농장에서 발휘하고 있는 노동능력의 영향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미국 국무장관 브라이언이 발표한 이례적인 성명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조선인은 어느 점에서도 일본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따라서 언제나 조선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조선인 교포단체와 교섭하여 결과를 해결지을 것이며 일본인의 간여를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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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아리랑> 4권의 이야기란다. 만주, 국내, 하와이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빠의 이야기가 끊길 수도 있겠지만, 소설 자체는 전혀 그렇지 않단다. 장소는 다르지만 모두 우리 백성들의 한()으로 다 통하고 있는 이야기란다. 4권의 이야기는 191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두운 시간들이 한참 남았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밤마다 자정이면 산줄기들이 우르릉우르릉 울린다고 했다.

책의 끝 문장: 만년의 정적에 묻힌 그 산줄기 아래서 매일 아침 6시면 젊은이들의 우렁찬 노래가 울려퍼지고는 했다.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에게 짚은 단순한 볏대만이 아니었다. 그건 농경생활을 영위해 가는 데 다양한 쓰임새를 갖는 소중한 재료라는 것을 넘어서서 그 어떤 것보다 청결하고 신성한 뜻을 지닌 대상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짚은 멍석 망태기 삼태기 새끼맷방석 섬 등속의 농사기구며 생활용품을 만들고, 지붕에 이엉으로 얹고, 신을 엮어 신으며, 땔감으로 썼다. 그런 생활의 긴요한 쓰임새 외에도 짚은 길운을 지키고 액을 물리치며, 저승길의 혼백을 받드는 제구(祭具)이면서, 하늘에 이승의 염원을 실어 비는 매개물로 쓰였다. 보름날을 비롯하여 온갖 액땜을 하는 허수아비가 짚으로 엮어졌고, 3년상이 끝날 때까지 사립 밖에 걸리는 사잣밥 망태기가 짚으로 짜여졌고, 제사를 지낼 때마다 사립 밖에 붓는 물밥의 깔개가 짚이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모아 만든 달집의 짚단에는 또 한해 농사가 가뭄도 홍수도 없이 풍년 들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염원이 지푸라기 하나하나에 서려 있었다. - P18

"그게 그럴 만한 까닭이 있소. 산이 너무 많은 함경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농토를 찾아 청나라의 봉금령을 어기면서 두만강을 건너다닌 것이 벌써 수십년 전부터였소. 밤에 두만강을 건너가 만주땅에 농사를 짓고 새벽이면 돌아오고는 하는 것이오. 그러다가 잡히면 월강죄로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었소. 허나 배곯는 사람들은 그 죄를 무서워하지 않았소. 사람들은 자꾸 강을 건너갔고, 청나라도 힘이 쇠해지면서 봉금령도 흐지부지되기 시작했소. 그러자 조선사람들은 만주땅으로 파고들어 들이 넓고 물길이 좋은 용정에다 붙박이로 터를 닦게 된 것이오. 실은 이 만주땅이 예전에는 다 우리 땅이었소. 백두산이 가운데 솟아 북쪽으로 산줄기들이 뻗어내린 땅이 만주고, 우리 선조들이 고구려라는 나라로 또 발해라는 나라로 이 만주땅을 다스렸던 것이오." - P94

중생은 외적의 온갖 횡포 아래 죽어가고 피흘리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중들이 목탁 치며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고 목청 높여 염불을 왼다고 하여 외적이 물러가고 중생들이 평안해질 리가 없었다. 그건 억지고 눈가림이었다. 태평세월 속에서 편안하게 한평생을 보낸 인생살이는 우주의 수억겁 세월에 견주어 무상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흉악한 총칼 앞에 목숨을 내놓은 채 날이면 날마다 짓밞히는 지옥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이 어찌 무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나날은 너무 긴 고통의 유상이요 괴로움의 유상이요 절망의 유상인 것이었다. - P94

총독부에서는 <역둔토 특별처분령>이라는 것을 공포했던 것이다.
그것은 총독부가 무력을 앞세워 빼앗아 국유지로 편입시켜 버린 조선 사람들의 역토나 둔토를 일본이주민들에게 대여의 우선권을 부여해 주는 특혜법령이었다. 그건 이민정책을 활성화시켜 이민을 많이 오게 하는 조건 마련인 동시에 조선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소작이나마 얻으려고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지배술책이었다.
- P211

술이 취하면 누구나 아리랑을 불렀다. 불러도 목놓아 불렀다. 목놓아 부르다보니 가락은 제멋에 겨워 더 늘어지며 슬퍼지고 넌출져 휘감기며 처연해지고, 술에 젖은 가슴은 그 가락을 못 이겨 허물어지며 더 서러워지고 녹아내리며 한스러워져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가락에는 끝내 물기가 묻어나고는 했다. 그들은 통곡을 대신해 그 가락을 목놓아 부르고, 분을 삭이려고 목놓아 부르고, 외로움을 달래려고 목놓아 부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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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경제 이야기 2 : 시장과 교역 편 - 우리는 왜 사고팔까? 난처한 경제 이야기 2
송병건 지음, 매드푸딩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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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송병건 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경제이야기> 2권을 이야기해줄게. 2권의 부제는 <시장과 교역 편>이란다. 1권 이야기하면서 이야기했지만, 경제의 기초를 쉽게 설명해 주어서 너희들도 조금만 더 커서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시장이란 너희들도 많이 쓰는 말인데, 경제적인 의미로는 교환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을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교환이라는 것을 교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러므로 교역은 경제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우리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단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교환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경제란 무엇인가? 이제 와서 경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데, 이번 2권에 나와 있어서 이야기해줄게. 경제란 사람들이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고, 나눠 쓰면서 효용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하는구나. 재화라는 것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물건 중에서 눈으로 확인 가능한 것으로 말하고, 서비스는 사람들의 노동력으로 제공하는 가치를 말한단다. 그렇다면 교환 수단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화폐가 생기기 전에는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자연경제라고 한대. 그리고 화폐가 생겨난 이후 화폐를 통한 교환이 일어나는 화폐경제가 있고, 요즘은 신용 카드 등 화폐 없이 신용을 바탕으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신용경제로 변화되었다고 하는구나. 교환 수단 중에 환어음이란 것이 있는데, 어음을 발생한 사람이 아니라 제삼자가 약속된 돈을 지불하는 어음을 말하는데,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이 바로 이 환어음을 통해서 성장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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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피렌체를 지배했던 가문이자 역사상 가장 힘센 시민 가문 가운데 하나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빛을 못 보던 작가들을 적극 후원해 르네상스 예술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가문이기도 합니다.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데 쏟은 거액의 출처가 바로 환어음을 활용한 은행업에서 나온 이윤이었어요. 메디치 가문이 유럽 경제의 ‘큰손’으로 성장하도록 기초를 놓은 인물은 조반니 데 메디치입니다. 국제무역을 하며 결제의 어려움을 절감한 조반니는 가장 먼저 유럽 전역에 지점망을 구축해 일종의 환전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상인들은 메디치 가문의 환어음만 가지고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죠. 덕분에 귀금속 화폐를 운반하는 비용과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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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인류가 여러 종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가 교역이라고 하는구나. 약간 비약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해야겠구나. 원시 부족 시대에는 교역을 하다가 자꾸만 싸움이나 전쟁이 일어나서, 침묵교역이란 것을 했대. 한 부족이 물건을 가져다 두면 그 값에 해당하는 재화를 두고 가져간다고 했어. 문명이 생기고 나서 교역로도 발달하게 되었는데, 고대 중국 한나라와 로마를 잇는 긴 교역로인 실크로드가 교역을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교역로란다.

 

1.

앞서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을 시장이라고 했잖아. 물건을 제공하는 공금과 소비하는 수요가 있는 곳이고, 각각의 경제 법칙이 저절로 작용하게 된단다. 적절한 공급량과 적절한 수요량이 일치하게 지점에 가격이 형성된단다. 학교에서 배운 수요 공급의 곡선이 이 책에도 나오는데, 가격이 정해지는데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곳에서 가격이 형성된단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렇게 시장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에 이에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시장경제라고 하고, 정부가 임의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계획경제라고 한단다.

대부분의 나라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절충한 혼합경제를 채택하고 있지. 시장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생산량을 늘리게 되는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특화와 분업이 일어나게 된단다. 특화란 생산자가 하나의 업종이나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래. 예를 들어 브라질의 커피 원두나 지역 특산물 같은 것이 있단다. 브라질에서 커피 원두만 엄청 생산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서 필요한 것을 얻으면 되기 때문이야. 분업이란 한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생산하는 것인데, 이건 너희들도 들어본 말이겠지? 이렇게 분업화하게 되면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단다.

..

‘맬서스의 덫’이라는 말이 있는데, 인류의 1인당 소득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대. 하지만 이건 산업혁명 이전이나 들어맞지, 산업혁명 이후에는 맬서스의 덫에서 벗어가게 되고, 1인당 소득이 계속 성장하게 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을 쓰게 되었어.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게 되었단다. 내가 여러 가지 재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다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 한가지만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해보자꾸나. 바로 기회비용이 적은 분야에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데, 그것을 ‘비교우위이론’이라고 한단다. 비교우위에 유리한 것으로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나머지 필요한 것을 사서 해결하면 되는 거야. 이 세상으로 그런 식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오늘날은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어. 나라별 특화뿐만 아니라 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여러 나라에서 분업을 하기도 한단다. 말만 들어도 복잡할 것 같구나. 이렇게 국제적인 분업 과정을 ‘공급사슬’이라고 하는데 아빠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구나. 이런 공급사슬로 인해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는데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기도 하고, 아동 노동 착취가 일어나기도 했대. 그런 것들이 현대로 오면서 법적으로 개선으로 되었고 말이야.

과거 교역 중에 가장 참혹한 교역의 역사는 노예 무역이었을 것 같구나. 대항해 시대 이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에서 노예무역이 이루어졌는데, 세 개 대륙으로 형성되어 삼각무역이라고도 불렀단다. 아프리카의 노예를 아메리카의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력으로 썼던 거야. 그렇게 서구 유럽인의 자본과 노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농장을 플랜테이션이라고 한다는구나. 경제 상식이 부족한 아빠는 이 말도 처음 들어본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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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플랜테이션이란 서구 유럽인이 돈과 기술을, 노동자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규모 농장을 말합니다. 사탕수수와 면화가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재배되는 대표 품목이죠.

거대한 규모보다 더 중요한 건 플랜테이션의 운영 방식이에요. 서구 유럽인이 돈과 기술을 제공했다고 했죠? 이들은 토지와 생산시설, 그리고 노동력을 제공해줄 노예를 잔뜩 사들여 대규모로 설탕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설탕을 내다 팔아 처음 투자한 돈의 몇 배를 벌어들였죠. 이때 처음 토지와 생산시설을 사들이는 데 들어간 투자금이 바로 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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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앞으로 경제 공부를 하다 보면 나라간 무역에 있어 자유무역이라는 말과 보호무역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될 거야. 자유무역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아무런 장애 없이 하는 무역이고, 보호무역은 자기 나라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붙이는 무역을 이야기한단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이 유불리가 있단다. 오늘날 세계무역은 자유무역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런데 대부분 선진국들이 경제성장을 할 때는 보호무역을 많이 해봤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자국의 산업이 보호 받을 수 있으니 말이야.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1970년대 경제성장률이 높았는데 냉전 시대에 강대국인 미국이 자신의 진영 국가에 어느 정도 보호무역을 용인해 준 이유도 있다고 하는구나. 그로 인해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수 있었고, 그것이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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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246)

당시 미국이 사회주의 진영을 이기기 위해 택한 전략 중 하나가 자본주의 진영에 속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일이었거든요. 미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성장을 경험한 국가라면 사회주의 진영으로 넘어가지 않을 테고, 다른 국가들에도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함을 과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해방 이후 자본주의 진영에 편입된 우리나라에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각종 원조도 받고, 미국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보호무역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자본주의 진영 국가들도 미국의 외교 전략에 발맞추어 한국의 보호무역을 용인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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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90년대부터 세계적인 기류인 자유무역을 하게 되었고,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반강제적으로 자유무역을 추진했다고 하는구나. 2000년대 들어서서는 FTA를 통해서 나라간 관세를 철폐하거나 줄이면서 더욱 자유무역을 하게 되었대. 하지만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싼 물건들이 들어오게 되니까, 그런 제품에 대해서는 보호무역도 같이 평행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쉽지 않아. 그래서 FTA를 맺게 되면 어떤 분야는 타격을 받게 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FTA 때문에 농업분야의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

.

경제사에 있어 1929년 세계 경제대공황은 너무 유명한 사건이란다. 이 경제대공황으로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 각 나라에서는 보호무역을 하게 되었어. 그렇다 보니 국가 간 교역이 줄어들게 되고 경기가 침체되었지.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경제 공황 이후 보호무역으로 경제 상황이 최악이었어. 결국 나치가 정권을 잡고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게 된단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되고, 국제 경제는 미국 중심으로 돌아간단다.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GATT라는 국제기구가 만들어지고, 나중에 GATT는 강제력까지 갖춘 WTO로 재편된단다. WTO를 통해서 세계는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가 되었지. 하지만 여전히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히 있단다. 나라 간에 자유무역이니, 보호무역이니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몇 년 간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도 그런 연장선이란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고, 그러자 중국은 미국산 식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후 다른 제품에도 계속 관세를 부과하면서 갈등이 커졌지.

오늘은 지구촌 사회라고 하잖니.. 국제적으로 어떤 이슈가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 나라에 영향을 주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기류는 자국우선주의가 될 것 같구나.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붙인 것도 자국우선주의이고,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도 자국우선주의이고, 코로나 펜데믹 때 나라간 백신 독점했던 것도 자국우선주의였단다. 다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 자국만 일단 살고 보자는 자국우선주의가 득세하는 모양이 보기 안 좋구나.

이상 <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경제이야기> 2권에 나온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단다. 비교적 쉽게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경제의 지식이 부족한 아빠에게 낯선 내용도 꽤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구나. 너희들에게 좀더 잘 설명해주면 좋았겠지만, 아빠의 능력 밖이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어서 터득했으면 하는 바램이란다..^^

그런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호흡기 질환은 이듬해 초 새로운 감염병으로 판명됐습니다.

책의 끝 문장: 빚으로 팽창하는 신용경제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 금리와 환율, 화폐, 통제를 넘어 무제한으로 확장 중인 파생상품 이야기까지, 시장과 교역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유독 이해관계가 잘 맞는 국가들이 있다면 WTO가 일률적으로 정한 조건보다 더 장벽을 낮추는 게 좋겠죠. 예컨대 WT)가 8% 관세를 적용하라고 할 때, 두 국가끼리 자체적으로 관세를 완전 철폐하는 등 특혜에 가까운 조건으로 시장을 열어둘 수 있어요. 이렇게 이해가 맞는 국가끼리만 특별한 조건으로 협력하는 경우를 지역주의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주의 협력체가 바로 유럽연합, 다시 말해 EU죠.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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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일기 -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본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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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도올 김용옥 님의 <난세일기>를 읽었단다. 도올 김용옥 님의 쉬운 듯 어려운 철학 강의를 가끔씩 보곤 하고, 그의 직설적이면서 시원한 비판에 속이 뚫리는 기분을 같이 느끼곤 했단다. 더욱이 무능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거침없었고, 시대를 보는 눈을 배우기도 했단다. 그래서 아빠는 김용옥 님의 글과 영상을 가끔씩 보곤 한단다. 이 말도 안 되는 시대, 김용옥 님은 가만히 계시지 않고, 행동하는 지식으로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신다. 검사 권력에 의해 소환되실까 걱정이 들기도 하더구나.

이 시대에 대한 비판을 <난세일기>라는 책에 쏟아부으셨단다. 읽다 보면 다 시원하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마저 들더구나. 우리나라 권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소불위 권력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김용옥 님은 이 시대를 난세(亂世), 그러니까 어지러운 세상으로 보고 계신단다. 2023 4 24일부터 2023 5 24일까지 한 달 간의 일기 속에 권력의 비판이 담겨 있고, 옛 선인들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김용옥 님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한 삶의 교훈도 담겨 있었단다. 김용옥 님의 책들이 그러하듯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서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각과 주장에 많이 공감을 했단다.

 

1.

시작은 우리나라 현정부에 대한 비판이 실려 있단다. 얼마 전 녹색평론에서도 이야기되었던 양곡관리법을 거부한 대통령을 비판하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가는데, 농민들은 여전히 보수 정당에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였단다. 아빠도 그 점이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역시 보수 정권에서 농민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편 정부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찌 농민들은 보수 정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는지 말이다. 연구 대상이다. 며칠 후에 있을 선거에서는 과연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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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일정수준 이상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을 대해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뜩이나 쌀농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돈많은 정부가 가난한 농부의 주머니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요, 졸렬한 시책일 뿐이다. 본시 비토라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눌러봐야 끽소리 못한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의 최적대상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강연 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나의 비토비판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태는 농민의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뻔히 자기를 죽일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즉 자기를 억압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는 것이다. 무지의 광란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민주라는 이상은 인간세에 있는 것일 것? 벼라별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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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역사의식도 비판했단다.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용서를 안 받겠다고 하질 않나, 과거를 잊겠다고 하실 않나. 말문이 막히는구나. 역사를 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역사를 잊겠다고 하는 자가 대통령 자리에 있다니,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일제의 침략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일본의 용서 하지 않는 역사의식에 지지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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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일본의 강점(强占)은 과거지사, 지나간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50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배하는 현존사(現存史)인 것이다. 끊임없이 역사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현존재의 역사인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가 없었더라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한 미소 양숙의 분할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빨갱이색출도 없었을 것이고, 반공이념도 국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6.25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의 냉전질서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쓰레기이념도 이 역사에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태극기부대니 뭐니 하는 보수이념은 결국 반민특위의 좌절로 살아남은 친일파세력이 대간을 이루는 비극적 흐름일 뿐이다. 이런 떳떳치 못한 슬픈 몸부림도 일본의 강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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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역사의식 까짓 것 생각의 차이라고 통 크게 봐 주자꾸나. 하지만,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왜 우리나라 정부가 옹호하고 지지해 주어야 하는가. 무슨 약점들을 잡힌 것인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구나.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린다고 하고서는 태평양 어디에 버리는지도 안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정말 괘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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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는 코로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구원한 해악을 이 지구 온생명에게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금 윤석열은 키시다의 손을 잡고 아무 대책 없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시찰단만 보내면 끝나는 문제라고 웃음짓고 있는 형국이다. 시찰단의 명단조차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잊었는가? 19세기 말, 일본 시찰한다고 파견된 신사유람단 사람들이 결국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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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역사의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고 하는구나. 미의회 연설이 잘 짜여진 연출에 의한 연설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단다. 그 내용을 끄집어 분석을 하면 선교사의 자유와 연대가 한국 헌법의 기초라고 기술한 것은 미국 의회에 아부한 것이지,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단다. 6.25에 대해서는 편협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고 했어. 적어도 브루스 커밍스가 주장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유도된전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어. 트루먼 대통령의 트루먼 독트린에서 냉전이 시작되었고, 그 연장선상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단다.

케네디의 명연설도 인용하면서 비판을 했는데, 김용옥 님의 비판을 읽다 보니 수긍이 갔고, 케네디의 명연설은 명연설이 아니라 막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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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케네디는 말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

 - 취임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명언이지만,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그 조국이 어떤 조국인데, 무엇을 하려는 조국인데! 우리 조선땅에서만 해도 미군정시기에 정의롭지 못한 족적을 남겼고 또다시 월남 땅에 100만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하려는 조국을 위하여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달라구? 초기에는 영장을 받으면 서로 가려고 다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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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기 형식의 책이라서, 지은이 김용옥 님의 주변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도 많이 실려 있단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니, 동서양 고전과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현재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했단다. 유명한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다산 정약용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사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동학의 기틀을 마련한 수운 최제우와 동학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용옥 님께서 예전에도 최제우에 관한 책들을 여럿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빠도 최제우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 백제의 멸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의자왕이 말년에 사치와 타락에 빠져 백제가 멸망한 것이 아니라,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멸망했다고 하는구나.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니 의자왕을 안 좋게 기록했을 수도 있겠다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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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백제의 멸망을 두고 의자왕 말년의 사치와 타락을 운운하는 것은 사가들의 상투적 근인(近因) 지어내기에 불과한 짓이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영민한 결단으로 국력을 신장시켰던 해동증자 의자왕이 갑자기 타락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상에 와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적대해서는 아니 되는 국가를 적대하여 패망일로로 직입하는 오늘날의 꼴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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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고 하면서 풍류(風流)에 대해 많은 지면을 통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풍류라는 것이 그냥 즐길 줄 아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아빠였는데, 김용옥 님께서 좀더 철학적으로 정의를 내려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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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풍류는 하나의 로칼한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고유한 현묘한 도, 즉 길(way)이다. 그 도는 그렇다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종교와 같은 조직적 힘을 가지며, 군생(群生)을 접화(接化)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불•도라는 종교철학의 핵심내용을 다 포섭하는 우리민족 원래의 철학이요, 문화요, 삶의 방식이다. 외래종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풍류는 이 민족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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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용옥 님이 일본인 친구와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그 일본인과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양국의 정치판에 대한 비판도 했단다. 그러면서 키시다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를 한 부분이 있는데, 방사성 오염수의 폐기를 결정하는 행태를 보니, 키시다 총리가 악랄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공감이 가더구나. 어쩌다 같은 시기에 일본과 한국의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지 원하늘은 동아시아를 버리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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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키시다는 아베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입니다(여기 번역을 악랄하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표현은 히도이였다). 아베는 순진한 데라도 있어요. 이념적인 경직성은 있어도 그렇게 교활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키시다는 매끄럼하게 생겼지만 악랄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없이 가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취하고 마는 인물이지요. 일본인들은 그의 영도 아래 더욱더 타락하게 생겼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일본의 대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도 답답하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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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도 열불내면서 읽었는데,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도 또 화가 나는구나. 좀 진정 좀 해야겠구나. 며칠 후면 중요한 선거가 있는데 그 선거 결과라도 아빠의 열불을 식혀주었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오늘 오전 11시에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연구자들 248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책의 끝 문장: 상향~


일본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보편사의 정신이 요구하는 도덕성이다. 그 도덕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인류사의 양심이 바로 우리 역사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요,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놓은 과제상황이다. 이 인류사의 성스러운 과업을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이 뭉개버리고 또다시 일본에 굴종하며,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모든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 국운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권력자가 이 나라의 성스러운 세계사적 과업의 명운을 무시하고 또다시 일본의 강점과도 유사사한 사태를 재발시키고 싶어하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너무도 엉뚱하게 들이닥친 허무맹랑한 정황이래서 도무지 이해의 틀을 잡을 수가 없다. - P55

나는 묻는다:"아니 민중이 민중 스스로를 구원한다고 안 선생님(안병무)은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민중은 자신을 파멸시키는 그런 인물을 이 험난한 세파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 이 위태로운 시기에 지도자로서 뽑는단 말이오?} - P234

"일본의 민중은 자민당화되어 있습니다. 자민당을 객체화 시켜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민당의 정치세력은 근원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없습니다. 자민당은 이렇게 큰 원전사고를 치른 후에도 원전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문제에 관해 도덕적 통찰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은 언론이 죽어 있습니다. 언론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직접선거도 없지요. 그러니 자민당에 맞서는 사회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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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3권을 이야기해줄게.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아리랑은 총 4부작으로 되어 있고, 3권까지가 제1, 한반도란다. 1부의 마지막 이야기 3권의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볼게.

김제의 농장 지배인인 요시다.. 그의 앞잡이인 이동만.. 그는 소작료를 올리고, 농민들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도 확 올려버렸단다. 농민들의 불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고, 결국 그 불만이 폭발하였단다. 밤에 이동만의 집을 기습하여 그를 폭행했어. 이동만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치료 후에도 완치가 안 되어 계속 절룩거리는 신세가 되었단다. 소설 속 농민들만 아니라 읽은 이들도 통쾌했을 것 같구나.

의병 해체된 다음에 숨어 지내던 지삼출과 손판석은 죽산면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 생각하여 식구들을 데리고 군산으로 이사했단다. 이웃이었던 방영근의 식구들, 그러니까 감골댁과 수국, 대근도 함께 갔어. 군산에도 일본인들과 그 일본인들을 추종하는 조선 사람들도 많았단다. 목포우체국 군산출산소장인 하야가와가 있었고, 그 하야가와와 친한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도 있었단다.

친일파들은 1권과 2권에서도 나왔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야기 볼게. 죽산면의 면장인 백종두와 그의 아들 헌병 백남일, 보부상 출신으로 일본인에게 아부하며 가게가 번창하여 사탕공장까지 지은 장덕풍과 그의 아들 장칠문이 있었지. 장칠문은 순사보로 조선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혔단다. 정재규는 송수식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주색잡기에 빠져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재산을 계속 탕진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형제들까지 재산을 나누라고 했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어. 둘째 동생 정상규도 만만치 않은 욕심쟁이라서 그런 형과 계속 다투었단다. 셋째이자 막내인 정도규는 서울에서 유학 중인데, 이런 형들의 모습에 치를 떨었지.

 

1.

신세호는 야학을 하다가 일본 헌병에 잡혀 들어갔다가 풀려 나왔어. 신세호는 송수익의 식구들도 보살폈는데, 송수익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송수익을 대신해서 장례를 치뤘단다. 1, 2권에서 신세호가 의병 활동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그 또한 그의 자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구나. 국내 잠입을 하고 있던 공허 스님도 송수익 어머니 장례식에 몰래 참석했어. 그런데 일본 헌병에 잡혀 끌려가고 있었는데, 공허 스님은 기회를 엿보다가 그들을 처치하고 도망을 갔단다.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농사 지내 온 조선 사람들의 땅을 이런 사유, 저런 사유로 빼앗아갔단다. 졸지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무엇인가 해야 했어. 박영진, 김춘배는 그렇게 땅을 빼앗긴 사람들인데, 땅을 빼앗긴 사람들을 데리고 면사무소로 향했단다.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면사무소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자, 면사무소 직원들과 작은 다툼이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그들은 주재소에 잡혀 들어가고 말았어. 토지조사사업을 주관하는 토지조사국의 관리인 다나카는 토지조사사업을 방해하는 그들에게 엄벌을 처할 것을 요청했으나, 백종두 면장과 주재소장은 극형 처벌에 대해서는 반대했어. 백종두는 양쪽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잃어버렸던 민심도 얻으려는 획책을 썼단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어 명 주동자만 재판을 받고 나머지는 태형 50대로 마무리하기로 했어. 그렇게 박영진은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보다 태형 50대 맞은 사람들이 문제였어. 말이 태형 50대이지, 이것은 엄청난 형벌로, 태형을 맞은 사람들 중에 성불구자가 된 이들도 있고, 앓아 누어야 하는 중상자들도 생겼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땅을 되찾은 것도 아니야. 이미 나라가 사라졌는데, 이것을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군산에 비밀리에 자리 잡은 지삼출과 손판석공허 스님이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부두에서 일을 했어. 그런데 일자리를 두고 중국인 노동자들과 패싸움이 벌어졌어. 이 싸움에서도 손판석은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단다. 군산에서 부두에서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아서, 여자들도 일자리를 알아보았단다. 정미소에서 쌀 속에 섞여 있는 돌을 고르는 일을 여자들이 했어. 감골댁과 부안댁이 그 일을 하려 갔으나, 감골댁은 나이가 많다고 퇴짜를 맞았단다. 이를 본 수국이는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했어. 감골댁은 수국이가 일하러 가는 것을 걱정했단다. 얼굴이 예쁘다 보니 다른 남자들이 농간을 부릴까 걱정한 거야. 감골댁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말았단다. 수국이와 부안댁이 일하는 정미소가 하필 백종두 면장이 새로 지은 정미소였던 거야. 백종두의 아들 백남일이 정미소에 일하는 수국을 하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단다. 백남일은 수국이를 납치하여 강제로 추행을 저질렀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수국의 동생 대근이는 백남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놓았단다. 지삼출도 대근을 도와주었어. 읽는 아빠도 속이 시원했으나, 대근과 지삼출의 뒷일이 걱정되기도 하더구나. 결국 지삼출 가족과 감골댁, 수국이, 대근이는 또 야반도주를 해야 했어. 그들은 옛 의병 전우들이 화전을 하며 지내는 산으로 도망갔단다. 한편, 백남일은 큰 중상을 입고 일본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 갔어.

 

2.

양치성이란 자가 있어. 가난한 집안에 힘들고 살고 있었는데, 하야가와가 그를 좋게 봐서 거둬들여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단다. 양치성은 하야가와에 충성을 맹세했고, 하야가와는 양치성을 일본 유학을 보내주기도 했단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는 골수 친일파가 되어 하야가와에 충성을 했단다.

서무룡이란 자가 있어. 서무룡은 군산 부두 일꾼으로 방대근의 동료였는데, 그도 수국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단다. 그런데 수국이가 백남일한테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백남일을 손봐주려고 그를 찾아갔어. 그런데 백남일은 이미 대근이한테 크게 얻어맞은 후였단다. 서무룡은 백남일이 쓰러져 있던 곳에 있다가 잡혀 들어가게 되었어. 서무룡은 억울했겠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어. 양치성은 그런 서무룡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단다. 풀려나게 해줄 테니 의병의 잔당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말이야. 이 제안을 받아들여져서, 서무룡은 다음날부터 부두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의병의 잔당들의 정체를 몰래 알아보았어.

한편 지삼출 네 식구와 방대근 네 식구들은 배두성과 필녀 부부의 집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었어. 배두성은 의병 출신으로 지삼출의 동료였고, 지금은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지내고 있었어. 수국이는 자신의 당한 수치를 참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데,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공허 스님이 수국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여 몸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어 주어 수국은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었단다. 공허 스님이 땡중인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스님은 스님이시네공허 스님이 한 이야기가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발췌해 보았단다. 사투리를 진하게 써서 이해하지 못하는 말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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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부처님이 설허시기럴 몸언 맘얼 담는 그럭이라고 허셨소. 그렁게 알맹이넌 맘이고 껍데기넌 몸인 것이오. 그런 이치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언 맘이 껍데기인 몸얼 벗어불고 극락왕생허는 것이라고 말씸허신 것이기도 허요. 긍게로 중헌 것언 맘이제 몸이 아닌 것이고, 그 큰애기덜 둘이 도적놈덜헌티 몸얼 더립힌 것언 너물얼 캐다가 손얼 까시에 찔리고, 발얼 돌에 채이고 헌 것이나 하나또 다를 것이 없소. 흔헌 말로, 시상사 다 맘묵기에 달렸다는 말이 바로 부처님의 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오. 허고, 목매달아 죽은 큰애기가 소로 환생히서 평상 죄닦음얼 헌 것언 첫찌로 목심얼 경시헌 죄요, 부처님이 말씸허시기럴 이 시상이서 질로 에로운 일이 만상 중에서 사람으로 몸얼 짓고 태어나기가 질로 에롭고, 그담으로 에로운 것이 바른 마음 지닌 불자가 되기가 에롭다고 허셨소. 사람 하나가 죽고 새로 사람이 되어 태어나자면 만년에 만년으 세월이 흘러야 된다고 설허셨소. 그리 에롭게 태어난 목심얼 경시허는 것언 질로 큰 죄요. 그담이 함부로 목심 끊어 부모헌티 불효허는 죄요. 그런 죄넌 다 몸이 맘보담 중헌지 잘못 알고 저질른 어리석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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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스님은 화전을 일구며 숨어 지내고 있던 이들에게 이제 만주로 이주할 때가 되었다고 준비하라고 했어. 감골댁은 시집 간 딸들과 하와이에 일하러 간 장남 방영근이 눈에 밟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대근이 쫓기는 몸인지라, 만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단다. 지삼출 네 식구들, 배두성과 필녀, 다른 화전민들도 함께 만주로 향했단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손판석만 군산에 남아 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3권의 주요 이야기란다. 일제의 침략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 그들의 총칼에 죽어도 어디 하소연할 수 없는 백성들.. 불쌍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구나. 그들은 알았을까.  나라 빼앗긴 설움이 20, 30년 넘게 이어질 거라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아리랑>의 등장인물들은 실제 살아 있는 이들 같아 더욱 가슴 아프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동만의 집 앞에는 네댓 사람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지삼출이 방대근이 앞을 막아섰다.




현수막에 쓰인 글씨 그대로 군산과 강경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군산 전체가 떠들썩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군산은 마침내 육로 수로 철로 세 가지 길이 합쳐지는 교통의 요충이 됨과 아울러 다른 부(府)들보다 앞질러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철도 개통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 강경에 이르는 뱃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수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점만이 아니었다. 그 철도는 엄연히 호남선의 일부였다. 따라서 군산의 세력은 항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뻗치게 되어 있었다. 힘을 뻗칠수록 일본물건들을 많이 팔아먹고 조선물건들을 많이 내갈 수 있어서 군산은 그만큼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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