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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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겨레문학상이 벌써 스물여덟 번째로구나. 얼마 전에 알라딘 홈페이지에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 보여서 클릭해보았단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은 책들은 나름 괜찮게 읽어서 클릭했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선정되었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도 좋아서 읽어볼 만하겠구나, 하고 주문을 했단다. 지은이는 김희재라는 분으로 영화 음향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으로, 이번 소설이 첫 작품이라고 하더구나. 첫 작품부터 큰 상을 탄 것을 보니, 재능을 숨기고 살고 계셨나 보구나. 지은이 이력을 자세히 보니,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 <리바운드>의 음향도 담당하셨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이래저래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가 얼마 전에 읽었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누운 배>만큼의 재미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역시 책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있는 것 같구나. 기대를 좀 했는데, 아빠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소설이었단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한다는 심사평을 받기도 했지만, 어느 부분에서 그런 심사평이 나왔는지 아빠는 찾을 수가 없었단다.


1.

기대보다 다소 실망한 만큼 빨리 짧게 이야기해야겠다. 주인공 황영경과 손부경은 아빠가 다르고 엄마만 같은 이부자매란다. 나이 차이도 11살이나 난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나 보니, 어렸을 때는 친하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둘의 연결점이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자주 연락하곤 했어. 황영경은 외국계 중소회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시기였어. 그 곳에서 재미교포 루벤을 만났는데, 루벤은 영경에게 신비의 컨테이너를 소개해 주었어.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혹시나 그 컨테이너에서 소원을 빌어봤는데 진짜로 이루어진 거야. 그 컨테이너는 탱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단다. 영경은 루벤에게 부탁을 해서 우리나라에도 탱크를 설치할 수 있게 부탁했어.

그렇게 영경은 시골의 한 야산의 입구의 땅을 사서 컨테이너를 설치했단다. 그리고 탱크의 시대라는 커뮤니티를 만들러 예약제로 운영했어.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을 이부동생 부경이 도와주었단다. 이 커뮤니티는 철저한 예약제로 이루어져 있고, 컨테이너에는 한 번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예약한 사람과 시간을 넉넉히 두어 겹치기 않게 했단다.

….

그 탱크를 예약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희망이 간절한 사람들이겠지. 그렇다 보니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나와서 소설의 이야기가 좀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단다.

도선이라는 여자가 있었어. 대학 때 처음으로 써 본 시나리오가 크게 성공했단다. 그래서 얼른 대학을 졸업해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려고 했어. 그런데 영어 성적이 대학 졸업을 발목을 잡아서, 영어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그 학원에서 제임스라는 캐나다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자신의 성공은 잠시 미루고 사랑에 진심이었던 도선은 제임스와 결혼을 하고 캐나다에서 생활을 시작했어. 지금까지의 기간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틈틈이 시나리오를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사랑만 했나? 첫 시나리오 이후 더 이상 시나리오는 쓰지 않았단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얼마 안되어 아이가 생기다 보니 시나리오를 쓸 시간은 더욱 없었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임스에게 배신을 당해 이혼을 하게 되고, 수입이 없던 도선은 양육권도 잃어 아이와도 헤어져 쫓기듯 귀국하고 말았단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탱크를 알게 되고, 탱크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양우와 둡둡이라는 퀴어 커플이 있단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에서 자주 보이는 퀴어 커플을 한겨레작품상 수상작에서도 보게 되는구나. 양우와 둡둡은 OTT 를 보면서 채팅 하다가 만나게 되었어. 둡둡은 닉네임이었어. 둡둡은 부모님과 무척 친했으나,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단다. 양우와 둡둡 다른 사람의 시선 등 쉽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어. 그렇다 보니 탱크에 의지하게 되었단다.


2.

어느날 도선은 컨테이너가 있는 산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단다. 그날 탱크에 예약도 해 둔 상태였어. 영경과 부경도 산불 소식을 듣고 알아봤는데, 산의 반대편이라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어. 영경과 부경은 안일했던 것 같구나. 그래도 상황이 어떤지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갔어야 했는데

도선이 켄테이너에 도착하자 아직 이전 예약자가 있었어. 원래 이런 법이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이었어. 산불이 이미 이쪽 컨테이너까지 번지고 있어 위험한 상태였는데 그들은 나올 생각을 하고 않았고 심지어 한 명은 울부짖고 있었어. 둘은 바로 양우와 둡둡 커플이었단다. 둡둡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러 왔고, 뒤늦게 양우가 눈치채고 왔으나 늦었단다. 도선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어. 컨테이너를 오가는 길에 몇 번 마주쳐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거든. 그 이야기에는 둡둡의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고, 도선은 둡둡에게 허락을 받고 둡둡의 사랑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기로 했단다.

도선은 그렇게 시나리오 작업을 다시 하게 해 준 이가 둡둡이었는데 컨테이너 안에 쓰러져 있었던 거란다. 도선은 대피하라고 소리쳤지만 양우는 이성을 잃고 있었어. 더 늦으면 도선도 위험할 것 같아서 혼자 도망쳤단다. 양우도 살아서 나오기는 했지만, 둡둡이 없는 세상에 양우는 모든 것을 잃은 듯했어. 회사도 결근을 많이 해서 결국 잘리고 말이야.

전소된 컨테이너에서 둡둡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니 영경과 부경은 조사를 받아야 했어. 영경은 사기죄로 감방까지 가게 되었단다. 하지만 영경은 그리 슬퍼하거나 억울해하지도 않았어. 영경은 탱크에 대한 믿음이 컸거든. 감옥에 있으면서 또 다른 탱크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아직 탱크라는 헛된 믿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영경과 달리, 부경은 탱크의 믿음은 부질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영경이 다시 탱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방해하기로 했단다. 또 다은 사람이 희생을 당할 수 있으니 말이야.

기어이 영경은 새로운 탱크를 설치했고, 부경은 라이터를 들고 가서 새로 설치된 탱크에 불을 질렀단다. 하지만, 이제 탱크는 영경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어. 여기저기 탱크가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믿음과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 믿음을 돈벌이로 하는 것은 수지 맞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소설은 끝을 맺었어. 이 소설의 평가를 다시 찾아보니, 재해, 퀴어, 종교, 청년 세태 등 오늘날 문제를 안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다루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평가도 있더구나.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하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현시점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과 정부가 아닌가 싶구나.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누구보다 반대해야 할 사람들이 그것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계속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저 사람들이 어느 사람인가 싶구나. 이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구나. 정말 나라가 걱정된다. .


PS,

책의 첫 문장: 산불은 9 13분에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인사를 하려고 든 오른손 위에서 작은 깃발이 조그맣게 팔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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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4권 - 개화기편,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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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강준만 님의 <한국 근대사 산책> 4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어느덧 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야 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4권이고, 여섯 권 남았단다. 4권의 부제는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러일전쟁은 1904년에서 1905년까지 일어났고, 우리나라 군대 해산이 1907년이니까 2~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겠구나 하고 책을 폈는데 러일전쟁 이전인 1902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이 시기에는 너희들도 알고 있는 을사늑약 등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단다.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긴 했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가슴 아픈 일들이 대부분이라서 읽다 보면 답답함과 억울함과 분노가 심장을 때리더구나. 그럼, 4권에서 다룬 이야기를 짧게 전달해 볼게.


1.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식민지를 만들려고 하는 외국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단다. 나라의 재정은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지. 그럼에도 1902년 고종이 즉위한 지 40년이자 태어난 지 50년은 기념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조정은 아주 성대하게 기념 잔치를 했단다. 이런 형식적인 것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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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라는 외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오늘내일 하는 지경인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잔치를 벌이고 외국 사신을 초청하고, 그 때문에 새로 영빈관을 짓고, 광화문 네거리에 비각을 세웠다. 광화문 비각에는 이런 글이 새겨 있다. 신민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여 원구(圓丘)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제위에 오른 뒤 천하를 소유할 칭호를 대한이라고 하고 연호를 광무라 하였다 이 얼마나 좋은 글귀인가. 대한이 천하를 소유하고 무()에 빛났다 하여 연호를 광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글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1897년에 조선왕조가 허울 좋은 대한제국을 선포하여 겉으로는 면모를 일신한 것처럼 보였으나 6년 만에 1902(광무 6) 마침내 외채 위기를 맞게 되고 2년 뒤 러일전쟁 발발, 그리고 을사조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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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19세기 후반부터 조선인들이 간도로 많이 이전하게 되는데, 황무지 같은 곳을 개간하여 거주하게 되었단다. 국경이 불분명한지라 청과 간도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해서 1902년 이범윤이 간도관찰사로 파견되기도 했어.

나라 밖 사정도 좋지 않게 흘러갔어. 1902년 영국과 일본은 영일동맹을 맺고 영국은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우위를 인정해 주고, 일본은 중국에서의 영국의 우위를 인정해 주었단다. 영일 동맹의 소식이 전해지자 고종이 충격을 받고, 대한제국을 어느 나라에도 얽매이지 않게 하려는 중립화 노력을 했대. 하지만 중립국 선언을 하기에는 당시 대한제국은 힘이 너무 약했어.

1904 2월 일본이 뤼순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되었어. 당시 러시아의 국방력이 일본보다 월등했기 때문에 일본의 무모한 짓을 벌인 것으로 보였지만, 러시아 함대가 이곳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었어. 제물포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을 기점으로 뤼순을 점령하는 등 러시아 자신들이 밀리는 형세로 인해 충격을 받았어.

사실 미국이 뒤에서 몰래 일본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내부 사정도 좋지 않았어. 1905 1월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피의 일요일이라는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러시아 군의 사기가 떨어졌단다. 발트해에 있던 러시아 함대가 우리나라 근해까지 왔지만, 군비로 부족하고 사기도 떨어지고 만반의 준비를 했던 일본을 이길 수 없었단다. 이 이야기는 몇 달 전에 <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을 읽고 이야기해주었는데 기억 나지?

하지만 일본도 피해가 컸다고 하더구나. 25만여 명이 죽었다고 하니이 때 질병으로도 고생을 했는데, 새로 개발한 배탈설사약이 잘 들어서 러시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들 하는데, 러시아를 정복시킨 약이라는 뜻의 정로환(征露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의 중재로 포츠머스 조약을 맺게 되는데,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가쓰라와 태프트가 만나 밀약을 맺었는데 일본은 대한제국을, 미국은 필리핀을 통치하기로 한 밀약이란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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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007 8월 한승동은 우리는 아직도 걸핏하면 동아시아 안정을 들먹이는 가쓰라, 태프트들이 주도권을 쥔 세계에 살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당시의 망언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가쓰라는 대한제국 정부의 잘못된 행태가 러일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폈다. 그는 한국 정부를 방치해둘 경우 또 다시 타국과 조약을 맺어 일본을 전쟁에 말려들게 할 것이니, 일본은 한국 정부가 다시는 다른 외국과의 전쟁을 일본에 강요하는 조약을 맺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태프트는 한국이 일본의 보호국이 되는 것이 동아시아 안정에 직접 공헌하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사실 태프트는 가쓰라가 그런 주장을 읊조리기 전에 먼저 필리핀에서 일본의 유일한 이익은 자신의 견해로는 미국과 같은 강력하고도 우호적인 국가에 의해 필리핀이 통치되는 데 있으며, 이 군도가 자치에 부적합한 원주민의 잘못된 정치 아래 놓이거나 비우호적인 몇몇 열강의 수중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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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러일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러일전쟁의 물자를 대기 위해서 일본은 1904 2월 한일의정서를 체결하여 한반도 내에서 병참기지를 사용하고 자원을 징발해 갔단다. 1904 8월에는 한일협정서를 강제로 맺었는데, 대한제국이 외교 업무를 진행할 때 사전에 일본에 이야기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는 굴욕적인 내용이었단다. 을사늑약 이전에 이미 국운은 다 저물었던 것 같구나. 이런 소식들은 의병과 애국지사들의 피를 들끓게 했단다.

1904년 영국인 베텔 사장과 양기탁 총무가 함께 <대한매일신보>라는 신문을 창간했어. 영자 신문으로 기획해서 일본의 부당한 침략 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했단다. 그랬다가 나중에는 국영문 혼용으로 바뀌었어. 박은식, 신채호 등이 이 신문을 통해서 활동을 했어.

1904년 고종은 정치범을 석방했는데 이때 이승만도 석방되었대. 이승만은 석방된 뒤에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구나. 1902년 하와이로 이민을 가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도 하와이 이민은 계속 늘어나서 1902년부터 1905년까지 7226명이 갔대. 그리고 19054월에는 1031명이 멕시코로도 이민을 갔대.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갔는데 가는 동안에 400여 명이 사망하고, 멕시코에 가서는 반노예 생활을 했다는구나. 정말 안타까운 역사가 아닐 수 없구나.


3.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을 조선 침략에 거칠 것이 없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포츠머스 조약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했으니 말이야.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늑약을 주도했는데, 고종을 협박하여 도장을 찍으라고 했으나, 고종은 마지막 자존심인지 책임을 떠 넘긴 것인지, 대신들에게 위임을 하겠다고 자리를 떴어. 그리고 을사5적으로 유명한 대신들이 도장을 찍음으로써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졌단다. 외부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이들이 을사 5적이란다. 잊지 말아야지. 이 중에 이근택의 집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었단다. 이근택의 하인들의 온 백성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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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60)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퇴궐한 이근택은 집안 사람들을 불러모아놓고 조약체결 광경을 설명하면서 내가 오늘 을사5조약에 찬성을 했으니 이제 권위와 봉록이 종신(終身)토록 혁혁(赫赫)할거요라고 자랑하였다. 순간 부엌에서 식칼로 도마를 후려치는 소리가 나더니 한 계집종이 마당으로 뛰쳐나오며 이 집 주인놈이 저렇게 흉악한 역적인 줄도 모르고 몇 년간 이 집 밥을 먹었으니 이 치욕을 어떻게 씻으리오라고 호통을 치고 나서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계집종에 이어 오랫동안 같이 지내오던 침모(針母)도 집을 나가버렸다. 조약체결 이듬해 2월 이근택은 취침 중 자객들의 습격을 받고 13군데나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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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열강들은 하나 둘 우리나라와 외교를 단절했단다. 일본을 인정해준다는 거지열 받는구나.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단다. 헐버트라는 사람은 고종의 밀명을 받고 워싱턴에 가서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었고, 민영환이 추가로 미국에 파견하여 우리나라 조정의 입장을 이야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프랑스의 프랑시스 레이라는 법학자도 한국 정부의 측의 동의 표시에 결함이 있고,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해 확약하였던 보장 의무의 위반이라는 이유로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다고 하는구나.

국내에서도 장지연이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글을 황성신문에 실어 부당함을 주장했고, 민영환은 자살로써 부당함을 주장하였단다. 민영환 이후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대. 이 일로 민영환은 전국적인 영웅이 되었는데, 민영환이 나라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고종에 충성한 것 한뿐이라고 축소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는구나. 당시 <대한매일신보>에서 민영환을 영웅화한 것이라면서 말이야.

을사늑약 이후 일본은 한성부에 통감부를 설치하여 초대 총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취임을 했어. 우리나라에서는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1906년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민 평화 회의에 고종의 밀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노력에 그치고 성과는 얻지 못했단다. 외교권을 빼앗겼으니 나라 전체를 빼앗기는 것도 시간 문제.. 지식인들 사이에서 교육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들을 가졌어. 그래서 사립 학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대한자강회, 서우학회, 한북흥학회 등 학회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하는구나.

한편 을사늑약 이후 의병의 활동들도 더 활발해졌는데, 74세의 노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킨 최익현이 유명하단다. 최익현은 체포되어 쓰시마 섬으로 끌려갔는데 그곳에 단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1907년에는 빼앗긴 나라를 돈으로 다시 얻어오자는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되었단다. 대구에 살고 계시던 갑부 서상돈이라는 사람이 시작했는데,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대. 을사늑약 이후 고종이 일본에 협조하지 않고,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하자 일본은 고종에게 퇴위 압력을 계속해서 넣게 되고, 1907 9월 결국 고종은 왕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순종이 즉위하게 되는데, 조선의 마지막 왕이란다. 일본은 나라 빼앗기 절차를 하나씩 진행을 했는데 그 중에 군대로 해산시켜 버렸단다. 이제는 우리나라는 군대가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단다. 군대가 없는 나라를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4.

이 책에서는 서양인들이 바라본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주었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 줄게. 서양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에 호기심이란 것이 있었다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많이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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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5)

런던은 1904 3 12일자 일기에서는 한국인의 왕성한 호기심을 지적했다.

한국인의 특성 가운데 비능률적인 점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두드러진 특성은 호기심이다. 그들은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말로는 구경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는 우리 서양 사람들에겐 일종의 연극관람이며 회의참석이며 강론경청이며 경마구경이며 동물원 나들이며 일종의 산책과도 같은, 그러니까 그 외에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의 아주 큰 이점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주 사소한 어떤 사건이라 할지라도 구경거리에 해당되므로 몇 시간이 걸려도 기웃거리느라고서 있거나 구부리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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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학창시절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 <혈의 누>라고 배웠단다. 요즘도 그렇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이인직의 <혈의 누>는 논란이 많은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일본 군인을 미화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말이야. 아빠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나니 참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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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254)

저는 왜 자꾸 그런 소설이 시험에 나는지 모르겠어요. 참 부끄럽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혈의 누>를 보면 평양성 안에 살던 김옥련이라는 처녀의 어머니 최 씨 부인이 청일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시내를 헤매다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당하려는 찰나에 일본 헌병이 이 부인을 구해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설을 그냥 읽으면 아, 참 재미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여자가 구해졌구나 하고 박수를 치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다 의도된 내용이에요. 왜 다른 사람도 많은데 하필 일본 헌병이 구해주느냐 말입니다. 이것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무장해제시키는 거예요. 그 다음에 그 딸 김옥련이 어머니, 아버지, 가족을 다 잃고 헤맬 때 이를 구출해주는 사람도 역시 일본 군의관입니다. 일본 군의관이 데려다 친딸처럼 잘 대해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본 군의관이 데려갔으면 첩으로 두었겠지 친딸처럼 대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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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박에스더라는 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치려고 한다.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일을 했는지 말 모르는 분이었어. 본명은 김점동이고, 선교들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노동자 박씨와 결혼을 해서 미국식으로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었대. 남편은 막노동을 하면서 외조를 했지만, 그만 일찍 돌아가시고 박에스더는 의사가 되어 국내로 돌아오셨어.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셨지. 박 에스더는 귀국해서 가난한 이들을 치료했는데 10달 동안 3000명의 환자를 진료하셨대. 그렇게 과로를 하셔서 그만 병에 생겨서 34살의 젊은 나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대

정말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시절이구나.

….

, 여기까지가 <한국 근대사 산책> 4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중간중간 많이 빼먹고 이야기를 해서 역사의 흐름이 잘 이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해해 주길 바라고… 5권을 읽게 되면 또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점점 더 가중되는 외세의 지배하에서 대한제국의 외부대신은 있으나마나 한 자리였다.

책의 끝 문장: 먼 훗날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경쟁체제를 갖게 되는 한국의 대학입시 전쟁은 바로 그런 교육구국론을 외쳐야 했던 세월이 너무도 길었단 탓에 한()으로 유전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김옥균)는 우선 조선의 불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일찍 들으니,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 왔다 가면 반드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조선은 산천이 비록 아름다우나 사람이 적어서 부강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도 사람과 짐승의 똥오줌이 길에 가득하니 이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라고 한다. 이것이 어찌 차마 들을 말인가? 우리나라는 관청에서부터 민가의 마당에 이르기까지 물이 번지고 도랑이 막혀서, 냄새가 사람을 핍박하여 코를 막아도 견디기 어려움의 탄식이 있으니, 실로 외국의 조소를 받을 일이다."
- P81

을사늑약의 부당성은 조약 체결 즉시 제기됐다. ‘을사늑약이 완전히 무효’라는 첫 번째 주장은 1906년 프랑스 파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며 국제법학자인 프랑시스 레이(Francis Rey)의 <대한제국의 국제법적 지위>라는 논문이었다. 레이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한국 정부 측의 동의 표시의 결함, 다른 하나는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해서 확약하였던 보장 의무의 위반이었다. 레이의 주장은 1927년 미국 국제법학회가 하버드대학교에 국제법 법전화작업을 의뢰하여 1935년에 조약법을 정리, 공포하게 되었을 때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 P165

1907년 1월 29일, 대구지역의 갑부 서상돈(1851~1913)이 지역 유지들 모임인 ‘문회’에서 "나랏빚을 갚아 국권회복을 도모하자"며 즉석에서 800원을 내놨다. 이에 인쇄소인 광문사 김광제 사장도 석달치 담백값 60전과 의연금 10원(당시 80kg들이 쌀 한 가마 6원)을 선뜻 내놨으며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회원들도 동참해 이날 하루 만에 2000원이 모였다. 그해 2월 21일, 대구 시내 북후정(현 시민회관)에서 수천 명이 모인 군민대회가 열렸다. - P283

이와 관련해 노주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제 정세에 어두워 러일 비밀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고종은 니콜라이 2세와 러시아의 변함없는 우정만 믿고 3인의 밀사를 파견했던 것이다. 결국 밀사들은 황제접견은커녕 외무장관도 만나보지 못했다. …… 지금까지 러시아가 적극 후원한 헤이그 밀사 파견이 일본의 집요한 방해공작에 의해 무산됐다는 학설과는 달리 헤이그 밀사 사건은 대한제국과 만주, 몽골을 맞바꿔친 러시아의 냉혹한 국제외교의 부산물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 P303

이승원은 "’피’를 통해야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였다. 피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를 흘리느냐 마느냐가 중요했고, 그 흘린 피를 머금고 세상은 격변하기 시작한 것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피바람의 회오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선생들이 학생들 앞에서 솔선하여 단지를 하고, 그 피로 혈서를 썼다. 학생들은 선생의 뒤를 따라 단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헌병들은 학교를 예의 주시하며 감시했고, 단지를 한 학생을 의병 관련과 내란선동죄로 잡아들였다. 그러나 한 번 흩뿌려진 피는 그칠 줄 몰랐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단지동맹을 결성했고, 그들이 흘린 피가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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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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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제목은 잘 지어야 하는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암컷들>이란 책은 강렬하면서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에 끌린 것이 사실이란다. 영어로는 <Bitch>라고 했는데, 한국어 제목도 잘 지은 것 같구나. 지은이는 동물학을 전공한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루시 쿡이라는 분이란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스승이었대.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것이 위대하긴 하지만, 그것은 남성과 수컷 중심으로 되어 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것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지은이는 이 책의 첫 문장을 자신이 서글픈 부적합자라고 선언을 했단다.

기존의 진화론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거지. 시작 부분에 대충 이 책의 성격을 적고 있단다. 다윈 시대에 만들어진 진화론의 편견에 반기를 든 것이야.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책 전반에 설명해 주고 있단다. 동물학 석사까지 공부를 했지만,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들이 딱딱하지 않았단다. 다만 아빠가 이 책에 내용들을 요약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버거울 뿐이란다. 아빠가 동물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메모를 해두긴 했지만, 괜히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책에서 발췌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줄게.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을 적은 부분이 있어. 기존 학계에 만연한 수컷 중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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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존 학계의 지배층이 동물계를 수컷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성들이었고 또 많은 분야에서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연구에 영감을 주는 질문 역시 남성의 관점에서 던져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암컷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구된 적이 없으니 들이밀 결과가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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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들은 대부분 암컷과 수컷의 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학창시절 배운 기억에 의하면 성염색체란 것이 있고, 성염색체가 XX면 암컷, XY면 수컷으로 결정된다고 배웠어. 이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구나. 어떤 동물은 XY 염색체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암컷과 수컷의 성 구별이 뚜렷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Y염색체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고, 사람도 450만년 이후 Y 염색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남자와 여자는 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성결정 유전자는 여전히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기후위기로 지구가 계속 폐허가 되어 가는데, 인류가 450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구나.

….

진화론자들은 여성이나 암컷들은 정절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고 했어.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암컷은 본능적으로 바람둥이라고 했어.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인 동물은 극히 드물어 7%도 안 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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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동물의 왕국에서 암컷은 수컷에게 빼앗긴 성적 운명의 통제권과 알의 친자 결정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DNA 검사 기술로 도마뱀에서 뱀, 바닷가재까지 다른 암컷들의 정절이 속속 철회되었다. 일처다부의 경향은 모든 척추동물에서 발견되었고 무척추동물에서도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선언되었다. 한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함께하는 진정한 성적 일부일처는 극히 드물어 지금까지 알려진 종의 7퍼센트 미만에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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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사실 다른 암컷과 비슷한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정절을 중시하고 일부일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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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34)

여성의 성적 취향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400~500만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측의 영역이다. 인간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동부요정굴뚝새도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M. 버스 같은 진화생물학자는 모든 여성이 아이들을 가장 잘 부양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일부일처를 추구한다는 생각을 즐길지도 모르지만, 만약 정절이 여성의 타고난 자질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문화에서 여성의 성생활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겠냐고 허디는 묻는다. 통제 수단이 비방의 말이든 이혼이든 심하게는 할례이든 간에, 그 이면에는 여성을 방치하면 성적으로 난잡해진다는 보편에 가까운 의심이 깔려 있다. 허디가 지지하는 새로운 관점은 여성이 가진 성적 성향의 잠재력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가부장적 사회 체계가 진화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여성의 정절이 대단히 유연하게 작용한다. 처한 환경과 다양한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뿐, 아무리 유행하는 패러다임이라도 배우체의 숙명으로 여성의 정절을 예측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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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암컷들도 있구나. 암거미의 경우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을 먹는다고 하는구나. 짝짓기를 하는 동안 에너지를 소진했고 2세를 낳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해서 그렇게 진화를 했을 텐데, 그렇다면 수컷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짝짓기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좀 불쌍하기도 하구나. 수거미들도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는구나. 그럴만한 것이 암거미의 덩치가 수거미의 보통 수십 배가 된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검은낚시거미의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서 자살을 한다고 하네. 암컷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 말이야. 문득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나는구나. 이 모든 것이 유전자들의 조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암컷은 유능하기도 해서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들로부터 수정되지 않도록 생식기가 진화한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암오리의 경우 생식기가 나선형으로 꼬여 있어서 원치 않은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할 경우 제대로 짝짓기를 못한다고 하는구나.

생각과 달리 암컷들이 험악하고 무서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새끼를 임신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유전자가 조종했는지 모르겠지만 찐한 모성애가 생기는데 그것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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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옥시토신은 근본적으로 엄마가 되는 실질적인 생리 과정과 연관되어 있어요.” 로빈슨이 내게 설명했다. 이 호르몬은 부드러운 근육 수축제로 작용하여 포유류에서 자궁이 아기를 밀어내도록 자극한다. 옥시토신이라는 명칭도 그리스어로 신속한 출산이라는 뜻에서 왔다. 또한 옥시토신은 유두에서 젖이 나오는 것도 촉진한다. 분만의 물리적 과정은 혈류에 있는 옥시토신에 의해 자극된다. 그러나 출산 중에 자궁경부가 확장되고 질이 늘어나면 그때부터 뇌에서는 전능한 옥시토신이 물밀듯이 쇄도한다. 그 결과 이 천연 아편제는 초보 엄마가 세상에 갓 나온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단단히 준비시킨다.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엄마의 뇌는 옥시토신에 흠뻑 적셔져서 아기를 돌보는 일에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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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나 만화를 보면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주로 수컷이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대. 대표적인 영화로는 <마다가스카르>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무리의 리더는 수컷으로 나오는데,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늘 암컷이 지배를 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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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영화 <마다가스카르>에서 아프리카의 이 커다란 섬은 줄리언 대왕이라 불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지배한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이 사실주의적 묘사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줄리언 대왕이 실제 마다가스카르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그를 신뢰할 만한 인물로 판단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줄리언 대왕의 설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실제로도 마다가스카르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많이 살지만 그들의 리더는 왕이 아니라 여왕이다. 영화 제작진은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서 남성을 지배자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지 몰라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사회를 지배하는 성은 단연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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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세계만 그런 건 아니란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이라고 하는 보노보도 암컷이 지배하는 모계 사회라고 하는구나. 인간과 이렇게 가까운 보노보가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인데 왜 인간은 남자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것은 유전학적 진화가 아닌 사회적인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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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결국 인류 과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재구성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특징을 섞은 형태일 것이다. 그것이 침팬지에 더 가까웠는지 보노보에 더 가까웠는지는 영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 보노보 사회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노보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성이 공격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행위와 능력은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성에게 힘을 부여한 핵심적인 요소는 압제적인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자매결연의 힘이다. 여기에서 자매란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까지 모두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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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은 배란주기를 가지고 있어 주기적으로 마법에 걸리곤 하는데, 그것이 어느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 마법이 걸리지 않게 되는 폐경이 오는데 아빠는 이것이 모든 포유류들이 그러는 줄 알았어. 자연적으로 완경(完經)에 이르는 동물들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들뿐이라고 하는구나. 하기야 종족번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좋겠지. 그러면 이빨고래 4종과 인간은 완경을 하도록 진화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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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진경한 완경(完經)은 생식기관의 노화와 신체의 노화가 분리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생식기관은 몸의 다른 부분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폐경을 경험한 고릴라는 공짜 식사와 건강 관리로 수명이 인위적으로 연장되었다. 야생에서 고릴라 암컷은 35~40년을 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60년까지도 살 수 있다. 몸과 뇌가 난소의 나이를 넘기는 것이다. 5000종의 포유류 중에서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완경에 이른다고 알려진 종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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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산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는데 이 새는 알을 한번에 알을 하나만 낳는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둥지에 알이 있다면 하나만 있는 게 정상이래. 그런데 간혹 둥지에 알이 두 개인 경우가 있어 의문이 들었대. 계속된 관찰을 통해 그 비밀이 풀렸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알이 두 개 있는 둥지는 동성연애를 하는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의 둥지였대. 그들은 종족번식을 위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했지만, 암컷 둘이 한 둥지에서는 평생을 지낸다고 하는구나. 이것도 유전자의 장난? 그렇다면 이건 어떤 이유에서?

너희들도 학교 과학 시간에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배우게 될 텐데,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주로 단세포 등 적은 세포로 이루어진 동물들이 대부분이란다. 그런데 점점 무성생식(단성생식)을 하는 종들이 늘어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계속 무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고 유전자의 다양성을 위해서 10~20세대 중 한 번은 양성생식을 하기도 한대. 작은 동물들이 아닌 상어도 단성생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구나. 다행인지 포유류는 생물학적으로 단성생식이 불가하다고 하네. 그리고 흰둥가리나 따개비 중에는 자라면서 성전환하기도 한대. 이런 사실은 다윈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주장한 성선택설 때문에 일부러 배제했다고 하더구나.

이 정도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았어. 이것들의 공통점은 그 동안의 과학이 암컷을 배제하거나 왜곡되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었단다. 지은이는 이런 노력들을 하면서 동물들의 세계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자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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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과학이 동물의 암컷을 얼마나 왜곡해왔는지를 책으로 쓰겠노라 처음 마음먹었을 때, 그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고 내 대상이 이토록 문화적으로 오염되어왔는지도 몰랐다. 나는 막연하게 과학이란 당연히 과학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성적이고 증거에 기반하여 실험을 통해 추론되고 오염되지 않은 지식이라고 말이다. 내가 대학에서 복음처럼 배운 진화생물학의 기본 개념들이 편견에 의해 왜곡되어왔다는 것은 충격적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편견에 맞서게 되었고 과연 우리가 개인적 인지의 족쇄에서 벗어나 동물의 세계를 진정 공정한 눈으로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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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과 수컷은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주고... 여자와 남자도 반대말이 아니고 비슷한 말인 것.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서글픈 부적합자가 되었다.

책의 끝 문장: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우리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것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합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X 염색체와 비교했을 때 Y 염색체는 가장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크지도 못했고 유전물질도 훨씬 적게 갖고 있다. 그러나 염색체에서는 크기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암호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Y 염색체에는 SRY(Sex-determining Region of the Y, Y 염색에의 성결정 지역)라는 아주 중요한 성결정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 - P54

조직개념은 테스토스테론의 전능함만을 강조해왔지만 에스트로겐 역시 강력한 호르몬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앞에서 본 것처럼 개구리의 성을 전환하는 능력과 함께 테스토테론만큼이나 발생 초기에 동일한 조직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드러났다. 또한 크루스는 에스트로겐을 차단하여 발생 중인 도마뱀 암컷의 성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트로겐은 분명 암수의 성 발달을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이후에도 성적 행동을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여성’ 성 호르몬은 정소와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일부 종에서는 수컷의 교미 행동을 자극한다고 밝혀졌다. - P74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진화적 영향력을 가진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처럼 어미가 아닌 다른 개체와의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연한 애착 관계는 엄마로 하여금 유일한 부모상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덜어주고 훨씬 넓은 범위의 돌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버려진 새끼를 입양한 회색물범의 경우처럼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애초에 공동 양육이 진화한 종도 있다. 이는 ‘이중 업무’, 소위 투잡을 뛰어야 하는 동물의 어미에게 엄청난 이점이다. - P250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스테로이드에 심각하게 중독된 갈매기처럼 보인다. 22종의 알바트로스 중에서 체구가 가장 작을지 모르지만 날개를 활짝 펴면 농구계의 거인 르브론 제임스도 꼬마처럼 보일 정도다. 이 바닷새의 특별한 체격은 역동적인 활공에 최적화되어 해양의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 날개 한 번 움찔대지 않고 푸른 지구를 수천 킬로미터나 항해할 수 있다. 알바트로스는 물갈퀴 달린 발로 한 번도 땅을 밟지 않고 바다에서 몇 년을 보낼 수 있다. 지구력만큼 이길 자가 없는 이들은 선원과 시인과 신화 창조자들에게 똑같이 신성시되었다. - P379

"저는 학계의 테러리스트예요." 러프가든이 농담처럼 내게 말했다. "영욱에서 다윈은 일개 과학자가 아닌 국가의 영우이죠. 다윈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은 영국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그 바람에 영국 진화생물학계는 보수적인 성향이 아주 강하게 되었지요."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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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3년 가을호 - 통권 183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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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녹색평론 183 2023년 가을호를 읽었단다. 세 달에 한번씩 아빠를 각성하게 해주는 녹색평론이란다. 올 여름 정말 더웠잖니. 오래 전부터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던 기후위기가 이제는 현실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구나. 뿐만 아니라 핵오염수를 대놓고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단다.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는 오히려 일본의 핵오염수를 변명하고 있으니, 지금 내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또 지난 여름 새만금 간척지에서 진행된 세계 잼버리 대회를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력까지더운 여름을 더 덥게 만드는 일들이 무척 많이 일어났단다.

녹색평론이 더 바빠지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이 가슴 아프구나. 녹색평론이 쓸 것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녹색평론은 점점 두꺼워질 것 같구나. 녹색평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공감하여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빠 주위에는 녹색평론을 읽는 분이 잘 안 보이는구나.


1.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핵오염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핵오염수에 대해서 안전하다고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 창피하단다. 일본 정부로부터 무슨 큰 대가를 받기로 한 것인지, 아니며 무슨 큰 약점을 잡힌 것인지, 왜 그런 친일 스탠스를 잡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구나. 핵발전소의 오염수 방출은 이미 몇 년 전에 OECD에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단다. 하지만 일본은 무슨 로비를 했는지, 그냥 바다에 버린다. 일본은 그렇다 쳐도 왜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을 옹호하는지우리날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비판하는 전문가가 고발당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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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핵발전소 사고가 난 곳에, 아무리 안전기준 이내라고 하더라도 오염수를 생태계에 버리는 것을 정당화하기란 매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보고서에서 말했다.(<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방사능 폐기물 관리>),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다르다. 인류는 7등급 핵사고 재난이 발생한 후쿠시마, 바로 그곳에서 130t의 방사능 폐수가 바다로 투기되는 것을 목격한다. 핵공학자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남해에 도달하는 데에 걸릴 시간을 공무원들과 다르게 말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나는 그가 명예교수라는 직함을 더 이상 가지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한국은 달라졌다. 공무원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과학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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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에서도 비이성적인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창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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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

그 정점에 한국의 대통령이 있다. 도쿄전력은 일본 법령에서 원자력 사업자이다. 작년에 오염수 투기 실시계획 허가를 일본 원자력규제청에 신청했다. 신청서에 이렇게 썼다. “방출 후 모니터링에서 방출 방사능 물질 기준을 초과하는 이상치가 검출되는 경우에는 방출을 정지하겠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이 내용을 포함해 실시계획을 인가한 것이기 때문에, 만일 도쿄전력이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투기 자체가 금지된다. 처벌을 받는다. 법적 의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기준 초과 여부를 측정할 해상 모니터링 장소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도쿄 전력은 올해 2, 이런 내용을 담아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추가로 받았다. 이미 일본의 법령 안에서 결정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지금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요구조건으로 제시하는 중이다. 외면하고 싶은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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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핵오염수 방출 반대보다 더 시급하게 반대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란다. 탈핵 운동이 벌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야 그것이 정책에 반영되고 그럴 텐데, 우리나라는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구나.


2.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돈으로 하라고 하면 안 할 일들을 나라 세금으로 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하려고 하는 사업들이 많은 것 같단다. 대표적인 것 중에 새만금 공항 추진이란다. 우리나라 지방 공항들은 늘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은데 왜 새만금에 공항을 만들려고 하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는단다. 새만금 갯벌의 환경 문제를 둘째 치더라도 새만금의 공항은 누가 봐도 필요 없어 보어 보이는데 말이야. 그렇게 짓고 싶으면 자기 돈으로 지어보라고 하지. 짓겠는가 말이야.

환경부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사업을 하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가면서 말려야 하는데, 떡 하니 도장을 찍어주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환경부가 맞는가 싶구나. 이전 녹색평론에서도 설악산 환경을 파괴하는 케이블카 사업에 도장도 찍어주었다고 해서 환경부가 아니고 환경파괴부라고 했었는데, 녹색평론에 환경부가 자주 등장하는구나. 새만금 공항 사업 철회는 또 시민들의 몫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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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잼버리대회가 파행 속에 열린 곳은 해창갯벌을 매립한 매립지이다. 그 한편은 매립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장승들이 서 있다. 3년 전, 잼버리대회를 위해 장승과 컨테이너를 다 치우라 했었지만, 시민들은 힘을 모아 장승들을 지켜냈다. 20년 동안 갯벌 복원의 염원을 담아 장승을 세우고, 비바람에 쓰러지면 일으켜 세운다. 삼보일배 출발지이자 갯벌 살림의 성지인 해창갯벌에, 어제 2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장승을 세웠다. 우리는 함께 울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웃었다. 그리고 <수라>의 엔딩곡인 아름다운 것들을 다 같이 부르며 갯벌의 보전과 부활을 기도했다. 국민 1308명이 원고가 되어 새만금공항 기본계획 철회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9 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3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아름다움을 목격한 사람들이 이제 증인이 되어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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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이라는 말의 어원이 이번 녹색평론에 실렸는데, 아빠도 처음 알게 되었단다. 새만금 간척지로 엄청 유명한 것은 알았는데 새만금이라는 말이 간척지 사업을 하면서 처음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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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새만금이라는 이름의 갯벌이 실제 존재하는 줄 알았던 나는 영화를 만들며 그 뜻을 처음 알게 되었다. ‘새만금이라는 말은 본래 없던 말이다. 만경평야의 만, 김제평야의 금(), 두 글자를 합친 만금이라는 말 앞에, 새로운 땅이라는 뜻의 자를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로,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친 만큼의 새로운 땅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 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와 만나는 세계 최대의 갯벌을 무려 33.5km에 이르는 콘크리트 벽으로 막음으로써 만들어지는 땅, 혹은 그 땅을 만들고자 하는 세력의 욕망이 응집된 단어이다. ‘새만금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사전에도 없는 단어이다. 그렇기에 새만금 갯벌이라는 말은 모순이고, 만경강, 동진강 하구의 광활한 갯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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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에서도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도 했단다. 이젠 기후 위기는 매 호에서 이야기를 해줄 것 같구나. 현실이 되었으니 말이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성공하기란 어려워진 것 같구나.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녹색평론에서도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할 것 같으니 오늘을 생략할게.

녹색평론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구나. 걱정쟁이 아빠에게 걱정거리가 더 늘어나느 기분이고 말이야. 이제 완연한 가을이 된 것 같구나. 아침 저녁으로 찬 공기가 느끼진다. 가을 냄새와 함께그런데 앞으로는 이 멋진 가을이 사라질까 두렵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근대문명은 쓰레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팜프리촌 촌민들이 농사에서 자신들의 비빌 언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후변화, 대량멸종, 군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일은 급진적인 문명적 전환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ESG, 그린뉴딜 같은 제도적 개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같은 녹색기술로도 충분치 않다. 자원 추출에서 제조, 운송, 폐기에 이르기까지 산업화된 경제에서 녹색화(탈물질화)의 여지는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긴급한 일은 생산성의 엔진을 멈추는 일이다. 2016년 예일대 노드하우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시대 이전에 비해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은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감수하지 않고는 멈출 수도 없고 되돌리기는 더욱 불가능한 성장역학을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9

쫄깃하다 과메기, 김이 모락 꼬막살, 숙취에는 해물짬뽕, 보양 으뜸 장어탕, 톡톡 튀는 생대하, 시원하다 대구탕, 돈 생각해서 동태탕, 새콤달콤 서대회, 쫄깃하다 박대구이, 생일이면 미역국, 기분이다 킹크랩, 회복 촉진 전복죽, 제사장 문어숙회, 땀이 난다 낙지볶음, 맥주에는 노가리, 그 향기 이채롭다 멍게속살, 속을 풀자 조개국물, 여름이다 민어회, 가족여행 대게찜, 승부수다 복어국, 포장마차 홍합탕, 생각난다 가자미식혜, 밥도둑 갈치조림, 애 어른 모두 명란젓, 이런저런 생선구이, 얼큰하다 매운탕, 심심풀이 쥐포, 그리고 끝끝내 어묵까지… - P38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등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국제법상 ‘에코사이드(ecocide)’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태학살’이라는 말이 점점 더 많은 환경 운동 현장에서 들리고 있다. 환경파괴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왜 등장했을까? 그 방식이 실제로 가능할까? 이미 환경파괴를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있을까? - P108

인간의 시간은 문명화 이후의 시간으로 제한될 수 없다. 1만 년도 채 되지 않은 문명의 시간은 인간 역사 400만 년 이상의 시간을 쓰레기 취급했다. 인간 형성의 99.9%의 시간은 0.1%도 안되는 신석기혁명 이후 형성된 인간성에 억압당해 폐기되었다. 인간적 가능성은 한없이 협소해졌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각 또한 형편없이 조악해졌다. 유구한 생명활동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어온 고귀한 인간적 자질은 버려야 할 야만성으로 취급되었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현대인은 그 시간을 고상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유아기로 취급한다. 하지만 인간 역사 속에서 인간성이 성장하고 진보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 P125

세 번째는, 아마도 지겨울 만큼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일 테지만,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특히 액화상태의 화석연료들이 공급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른바 녹색혁명의 성취하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한 것이었고, 지금도 전 세계 농업은 화석연료를 더더욱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토양이 지속적으로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양침식으로 인해 상실되고 있는 자연적 비옥도의 총량은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로 벌충할 수 있는 것보다 크다. 바로 이것은 산업국들의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농업경제의 실상이며, 한계점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 수 있다. 에너지 학자들은 2008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전 세계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영구적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서, 이번 세기 후반부에 이르면 연간 농업생산량이 지금에 비해서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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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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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그럼 오늘은 <꿀벌의 예언> 2권을 이야기해보자꾸나. 1권에서 주인공 르네와 르네의 지도교수 알렉상드르가 퇴행최면을 통해서 전생의 삶을 오가는 이야기를 해주었잖아. 2권에서도 비슷한 여정이 진행된단다. 르네는 최면을 통해 자신의 전생인 살뱅에게 미래의 일들을 알려주고, 살뱅은 그것을 받아 적어 <꿀벌의 예언>을 작성하게 된단다. 그런데 경쟁심과 명예욕이 충만한 알렉상드르도 자신의 전생인 가스파르에게 미래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그래서 가스파르도 예언서를 쓰기 시작했어. 살뱅과 가스파르가 몸담고 있는 성전기사단은 두 사람이 예언서를 쓰고 있는 것을 알고 둘 중에 하나만 공식 예언서로 채택하기로 했어.

아무래도 오랫동안 교수를 했던 알렉상드르에게 르네가 문장력이 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 그렇다면 어떻게 이기지? 가스파르가 쓴 예언서가 선정이 된다면 과거가 다 바뀌게 되는 건가? 타임슬립은 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구나. 르네는 문장력에서 뒤지면 다른 방법으로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2053년 미래의 르네를 최면을 통해 만나서, 그를 통해서 더 먼 미래까지 살뱅에게 알려주라고 했고, 2053년의 르네는 현시점을 기준으로 더 먼 미래의 일까지 살뱅에게 알려주었단다. 르네가 알렉산드르부터 훨씬 젊다는 것이 예언서 쓰는데 있어 큰 강점이었단다. 알렉산드르가 모르는 미래의 일들까지 알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알렉상드르가 최면을 통해 다음 생의 자신을 만나고 오면 되지 않나? 최면을 통해 다음생의 자신을 만날 수는 없나?

아무튼 성전기사단의 단장인 위그 드 팽은 더 먼 미래까지 예측한 살뱅의 예언서를 공식 예언서로 채택했단다. , 뭔가 소설이 산으로 가고 있는 기분. 그런데 살뱅이 침입자의 공격으로 예언서는 잃어버리고 쇠뇌를 맞고 죽고 말았어. 르네는 알렉산드르의 전생인 가스파르의 짓이라고 생각했어. 경쟁에서 져서 말이야. 르네는 알렉산드르에게 분풀이를 했지만, 알렉산드르는 결백을 주장했단다. 설령 가스파르가 그랬다고 해서 전생의 책임까지 현생에서 져야 하는 것인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찾아야 하는데, 돌아가야 할 전생이 죽었으니 이를 어쩌지? 그런데 르네의 전생이 살뱅 한 명뿐이었겠니? 르네는 최면을 걸어서 살뱅이 죽고 다음 생에 태어난 사람을 만나러 갔어.

살뱅은 죽고 에브라르로 태어났는데, 르네가 최면을 걸어 만난 에브라르는 17살이었어. 때는 1291. 에브라르도 성전기사단 소속이었는데, 성전기사단 단장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 받았는데, 예언서를 지키라는 것이었어. 당시 에브라르가 있는 지역은 아크레라는 지역이었는데, 르네는 그곳에 예언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크레 지역으로 향했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굳이 아크레에 갈 필요가 있나 싶구나. 전생을 따라 계속 <꿀벌의 예언>이 마지막에 보관된 장소로 가면 되지… 1291년에 아크레에 그 예언서가 있다고 아직도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아빠가 예상했던 것처럼  에브라르는 아크레에서 마지막 기사단의 단원으로 항전하다가 키프로스 섬으로 도망갔단다. 르네 일행은 이번에는 키프로스 섬으로 향했단다. 허허, 답답하구나.

이 즈음의 알렉상드르의 전생은 클로틸데라는 사람인데, 에브라르가 다시 예언서를 찾는데 클로텔데가 도움을 준단다. 에브라르는 파리 성전기사단 단장에게 예언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받고 파리로 행했단다. 이번에는 파리? 르네 일행은 다시 파리로 행했단다. 그렇게 예언서를 쫓아다닌다고 해도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라서 바뀔 일도 없을 텐데, 가만히 앉아서 전생을 쭉 좇아가다 보면 예언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지 모르겠구나. 읽는 아빠가 좀 답답하더구나.


1.

파리에서 메델리크 교수와 오델리아를 만났단다. 예루살렘에서 안내를 해주었던 메델리크 교수와 그의 아내 오델리아 기억나지? 오델리아는 꿀벌 전문가여서, 르네가 지하성전단에서 발견한 밀납 속에 박제된 여왕벌을 오델리아에게 주었었어. 오델리아는 그 여왕벌의 연구결과를 파리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단다. 밀납에서 발견된 여왕벌은 등검은말벌을 처치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어. 그래서 그 여왕벌을 회생시키면 등검은말벌에 면역체계를 가진 꿀벌을 번식시킬 수 있어, 꿀벌의 멸종을 막일 수 있다고 했어.

그런데 그 학술대회에서 르네는 뜻밖의 사람을 만났단다. 바로 베스파였어. 1권의 첫 부분에서 인구폭발과 세계3차대전이 일어난 미래를 보고와서 사고를 당한 그 사람이야. 그래서 르네를 고소해서 르네가 더 이상 최면 공연도 못하고 빚을 떠안게 되었잖아. 알고 보니 베스파는 오델리아의 지인이었어.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다시 최면에 빠졌단다. 그리고 1권에서 퇴행최면에 실패했던 알렉상드르의 딸 멜리사도 다시 시도한 끝에 퇴행최면에 성공하여 전생을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단다. 멜리사 역시 르네와 알렉산드르의 주변인물로 등장하여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단다.

 파리로 온 예언서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르네와 알렉산드르, 멜리사는 그들은 전생을 통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와서 예언서가 3개의 필사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파리의 소르본대학, 그러니까 알렉산드르가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도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결국 돌고 돌아 자신이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 있었구나. 파랑새인가?

그들은 소르본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예언서 한 권을 발견했단다. 그런데 그때 베스파가 나타나 총으로 위협해서 예언서와 여왕벌을 빼앗아갔단다. , 도대체 베스파의 정체는 무엇인가?  베스파는 어벤저스의 타노스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단다. 지구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베스파는 미래에 가서 인구폭발의 지구의 현실을 보고, 인구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음모를 꾸몄던 거야. 그래서 답을 찾은 것이 등검은말벌이었고, 등검은말벌을 세계에 퍼뜨리고 꿀벌을 멸종위기에 만든 것도 바로 베스파의 음모였던 거야. 그런데 르네 일행이 나타나 그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거야.

이제부터는 르네 일행과 베스파의 일전. 결국 르네 일행은 예언서와 여왕벌을 되찾고, 예언서의 내용대로 2053년 이후 다시 여왕벌을 회생시켜서 인류 평화를 되찾게 된단다. 그런데 지금 여왕벌을 되살려서 처음부터 꿀벌을 멸종 안 되도록 하면 되지, 2053년에 가서 세계3차 대전도 다 일어나 사람들이 많이 죽은 다음에 여왕벌을 되살리게 된 거지? 아빠가 뭔가 놓쳤나? 아니면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에 적힌 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인가?

….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기후 위기와 지구온난화라는 인류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소설의 소재로 채택한 것은 잘 한 것 같구나.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그것이 우리 인류에게 큰 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경각심도 불어넣어주는, 좋은 역할을 한 것 같구나. 하지만, 너무 쉽게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설정이 너무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역사와 과학을 포괄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 노스트라다무스, 프리메이슨 등도 끌어들였는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읽었는데, 이젠 그의 소설을 읽기에는 아빠의 나이가 너무 많아졌나? 이런 생각도 들었단다.

….

소설의 줄거리를 자세히 해주려고 메모도 좀 많이 했는데, 예언서를 쫓아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는 이야기라서 많이 생략했단다. 밀린 책읽기와 독서편지를 위해서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멜리사가 르네의 방갈로 문을 두드린다.

책의 끝 문장: <꿀벌의 예언>.


"키프로스섬은 솔로몬왕 시절에 구리 생산지로 유명했어. <키프로스>라는 이름도 그리스어로 <구리>를 뜻하는 쿠프로스에서 왔지. 이 섬도 이스라엘 못지않게 외세의 각축장이 됐어.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현대에 들어서는 영국까지 눈독을 들였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엑소더스호를 타고 이스라엘 땅으로 향하던 중 영국군에 의해 유럽으로 강제 송환됐는데, 그들 중 일부는 다른 불법 체류자들과 함께 이 섬에 수용됐지. 이 사건은 나중에 미국 배우 폴 뉴먼이 주연한 영화 <엑소더스>로 만들어지기도 했어." - P134

"등검은말벌의 벌집은 제거하지 않으면 이듬해에 네 개로 늘어납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번식하는 거죠. 2005년, 그러니까 토냉스시에 최초로 등검은말벌 여왕벌이 유입된 지 딱 1년 만에 로트에가론 지방 전체로 등검은말벌이 퍼져 꿀벌 군락의 30퍼센트가 파괴됐어요. 2006년에는 아키텐 지방에까지 피해가 확산되더니, 2009년에는 급기야 프랑스 전역에서 등검은말벌이 발견됐어요. 이때부터 사람의 사망사고도 잇따랐죠. 등검은말벌의 침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혈관 부종으로 이어져요. 침을 한번 박아 넣으면 빼지 못하고 죽는 꿀벌과 달리 등검은말벌은 여러 번 침을 쓸 수 있어요. 그러는 사이 우리 몸에 많은 양의 벌 독이 주입돼 사망에 이르게 되는 거예요. 프랑스에서만 매년 1백여 명이 등검은말벌에 쏘여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 P213

"꿀벌은 개미, 등검은말벌과 함께 말벌에서 분화돼 나왔죠. 고릴라와 침팬지, 인간이 같은 조상을 둔 영장류 동물인 것과 같아요. 원시 말벌을 조상으로 둔 개미와 꿀벌, 등검은말벌은 일종의 <사촌 형제>인 셈인데, 먹이가 이들을 저마다 다르게 진화시켰다고 이해하면 돼요. 꿀벌은 식물성, 등검은말벌은 동물성, 개미는 잡식성이죠. 이 세 막시류 곤충은 여러 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커다란 공통점이 있어요. 군집 생활을 하며 한 마리의 여왕을 중심으로 계급 체계가 짜여 있죠."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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