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류가 소위 문명생활을 시작한 이래, 역병은 인간사회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세계의 역사는 어떤 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세계의 역사는 어떤 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때로는 국지적으로, 때로는 대륙 전체에 걸친 역병의 창궐과 그 후유증으로 세계사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변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생산력의 발전이나 계급투쟁, 혹은 전쟁이 아니라, 감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었는지도 모른다.

(5)

최근의 언론보도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뉴스의 하나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소비와 산업 활동이 일시적이나마 정지 내지는 둔화되자, 화석연료 사용량이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대기가 청명해지고, 소음이 잦아들고, 자연 만물이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이는 종래의 생활이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확연한 증표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 더 이상 생태계에 훼손을 끼쳐서 결과적으로 인간생존의 기초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함이 없이 인간다운 생존, 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들 대다수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붙들려 있는 신화, 즉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한 끝 없는 성장(혹은 진보)의 추구하는 관념과 깨끗이 결별하는 게 진짜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30-31)

자연은 무심해 보인다. 도도해 보이기도 한다. 세상 꼭대기에 서서 무소불위의 존재처럼 날뛰던 인간들이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세계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공안, 여느 때처럼 봄은 오고 꽃이 피고 새순이 올라온다. 길가의 고양이는 봄볕을 즐기며 한가하게 졸고 있다. 인간만 자기가 만들어 놓은 아수라장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 지금이라도 자연을 존중하고 따르면, 자연은 우리를 다시 품을 것이다. 무시하고 거부하면, 더 심하게 내칠 것이다. 그렇게 인간의 자리가 비게 되면, 인간에게 쫓겨났던 동물과 식물이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인적이 뜸해진 도심을 찾았던 퓨마와 여우와 야생 염소는 바로 그 전조가 아닐까.

(39)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가고 막대한 불편과 불안을 안겨주었지만, 한편으로 이제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한 수많은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절대 멈추지 않았던 개발과 소비가 현저하게 줄었고, 최소화된 삶의 규모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바퀴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이 바퀴가 멈추거나 느려져도 세상은 돌아가는구나.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던 이 거대한 바퀴를 멈추고 다른 작은 바퀴들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코로나19 사태를 개인적 일상뿐 아니라 문명사적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시작한다.

(52)

미국은 전쟁으로 만들어진 나라다. 독립전쟁(1776~1783)을 통해 근대 최초의 민주공화국을 설립했고, 멕시코전쟁(1846~1848)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했다. 또한 식민지시대 이래 19세기 말까지 지속적으로 인디언전쟁을 벌였다. 스페인전쟁(1898)을 통해 북미대륙을 넘어 동아시아로 진출했고, 1차대전 참전(1917)으로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이자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미국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역사를 지칭한 것이다.)

(85)

물론 한국 개신교는 가톨릭과는 달리 매우 복잡한 종단이다. 그만큼 어떤 관점을 취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읽기를 시도하는지에 따라 다른 해석들이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한국의 시민사회가 개신교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는 몇 가지 문제적 요소들, 가령 극우 반공주의 성향이 강하고, 교세에 비해 너무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과점하고 있으며, 정치권력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점 등을 알고자 할 때, 한국전쟁이라는 시공간적 사건에서 한국 개신교의 형성을 살피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88)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일등 공신인 전광훈 목사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경직과 비유했던 것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해방 정국의 한경직도 압도적으로 좌편향의 사회였던 남한을 극우파 사회로 바꾸었고 기어이는 극우적인 남한 단독 정부 설립에 누구보다도 큰 기여를 했지만, 그에겐 너무 과격한 목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97)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세계를 대표하는 여러 유수 대중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대응법이 가장 적절했다고 하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이 코로나19를 막아내는 데도 유효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신자유주의시대에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예외적으로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국가와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는데,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쳤을 때 더 권위주의적 정권보다 더 민주주의적 정권과 시민사회가 훨씬 훌륭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개신교는 한국사회가 성찰적 사회로 발전해가는 데 장애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 ‘적폐의 전형을 교회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기에 형성된 한경직의 종교’, 그것을 청산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종교로서 한국 개신교가 재정립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134)

민중의 입장에서 정당한 전쟁은 없다. 오로지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대응하는 민중의 숭고한 희생이 있을 뿐이다. 오직 지배체제만이 정당한 전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내밀한 관점을 이해하더라도 20세기 냉전체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다각적 이해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 중국, 구소련의 관계 속에서 전쟁 발발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동아시아적 차원과 세계적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문제는 현재적 과제이다.

(150)

많이 망가지는 했어도 1987 6월항쟁까지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언론은 언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 자체가 권력으로 부상하면서 괴물이 되어갔다. 민주화는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군부와 안기부 등 정보기관이 뒤로 물러나고, 그 빈자리를 민간이 메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민주화로 인해 가장 득을 본 것은 최루탄을 마시며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시민들도, 체포와 고문과 투옥을 무릅쓰고 투쟁한 민주화운동가들도 아니었다. 군부와 정보기관 대신 이 나라의 알짜 권력을 장악한 것은 재벌과 검찰 등 관료집단과 보수 언론이었다. 특히 1991 5월의 분신 정국당시 수구세력의 유서 대필 사건을 조작하여 위기를 돌파할 때 검찰과 조선일보는 새로 얻은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힘을 갖고 있지만, 대통령은 5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에 불과했다. ‘민주화 5년 단임과 문민화에 머물러 있는 한, 진짜 권력은 그것을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재벌 총수와 언론사 사주들의 것이었다. 5년 임기의 새 대통령을 뽑기 직전인 1992 11, 방일영의 고희연에서 사원 대표인 스포츠조선 신동호가 낮의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분이 계셨지만, 밤의 대통령은 오로지 회장님 한 분이라고 선포했다.

(152)

대한민국이 또다른 100년을 맞이하는 이 순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사라져야 할 존재로 지탄을 받기 시작한 것도 족히 20년은 넘었다. 어설픈 세무조사나 우리 안에서만 진행된 안티조선운동은 어쩌면 조선일보를 온갖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 지형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한때 노년층을 붙잡아두던 <TV조선>도 트로트 열풍을 선도하며 돈이나 벌 뿐,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유튜브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가짜뉴스 생산의 원조였던 조선일보는 훨씬 독하고 막강한 수구 유튜브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가 지배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도래는 비단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 수구 언론뿐 아니라, 그와 대척점에 선 진보적인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들에도 엄청난 과제를 던지고 있다.

(156)

그리하여 이제 막 식민지 지배에서 풀려난 사회들은 경제라는 새로운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실행자들은 주로 정부, 다국적은행 그리고 다국적기업 출신 전문가들이었다. 일찍이 맑스나 슘페터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develop’이라는 말은 자동사였다. 예컨대 그것은 한 떨기 꽃이 성숙한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은 타동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것은 한 사회를 적극적으로 재편성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그 재편성은 몇 년 혹은 몇십 년 만에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165)

인도의 독립을 이끈 모한다스 간디는 탈개발주의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이미 탈개발주의자였다. 그는 개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명하게 요약한 다음과 같은, 흔히 인용되는 말을 남녀 놓았다.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needs)에 대해서는 충분한 곳이지만, 모든 사람의 탐욕(greed)에 대해서는 극히 불충분한 곳이다.”

(203)

우리가 맞이할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번 사태는 어쨌든 마무리될 것이다. 그때쯤에는 우리(우리 인류!)가 깨닫는 바가 무척 클 것인데, 무엇보다 우리가 매일매일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인식이 가장 큰 소득이자 곧 희망이라라, 고 썼다. 이제 나는 크게 뉘우친다. 나는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 다시 돌아갈 일상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꿈엔들 깨닫지 못했다. 그렇다. ‘돌아갈 일상같은 건 없다. 앞으로 다가올 건, 그래서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과 우리 국민과 지구상의 온 인류가 맞이할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상이다. 설마 백신이 개발되어 이번 사태를 응답하라 2020’처럼 돌아볼 날이 오더라도,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은 그것이 발발하기 이전과는 결코 같은 종류일 수 없다. 그것을 일상 2.0’이라 부르든 뉴노멀이라 부르든 상관없이, 우리의 일상이 기대던 본초자오선 자체가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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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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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과학 관련된 책들을 좋아하잖아. 물론 어려운 과학책은 말고, 일반인들 상대로 쓴 교양과학책들. 그리고 과학을 주제로 한 소설들도 좋아하는 편이고이 책제목을 본 순간, 그리고 소설이라는 것을 안 순간, 과학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을 직감했단다. 이보다 더 과학적일 수 없는 책제목.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책 소개도 제대로 보지 않고, 장바구니로 골인.

책 소개만 제대로 본 것이 아니고, 책 표지도 제대로 보지 않았단다. 무슨 물고기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나 싶었는데, .. 아니더구나. 무척 야한 사진이더구나. 비둘기가 침대보를 잡고 날고 있고이 표지의 사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에 관련된 소설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나?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책표지. 이제서야 책소개를 보니.. 단편모음집이더구나. 앤드루 포터라는 미국 사람의 데뷔작이라고 하는구나. 책에 총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었단다. 그리고 책을 읽었는데재미있더구나. 먼저 읽은 이들의 평점에 별 다섯 개가 난무했던 이유가 있었구나. 기대했던 과학을 주제로 둔 소설은 없었지만, (심지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소설까지…)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1.

소설의 형식을 깬 소설들이라고나 할까. 10페이지도 안 되는 소설도 있었단다.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첫 도전은 이렇게 한다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소설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단다. 그들이 이만큼 재미있게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빠가 이 소설집을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10페이지도 안 되는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점과, 마치 자신의 경험을 수필 쓰듯 쓰는 소설들도 있었단다. 그래서 읽다 보면 지은이가 만들어낸 소설이 아니고 자신이 실제 경험했던 내용들일까? 이런 의심을 갖게 되는 소설들도 많았단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데, 그러니까 마치 어떤 장편 소설의 제1장 같은 소설들도 있었단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시작하려다가 끝나는 소설들도 있었어. 이웃집 아이가 사고로 구멍에 빠져 죽은 기억이 10년이 지나도 지나치지 않는 내용을 담은 <구멍>, 다큐 영화 하나가 성공한 이후, 가족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코요테>. 이런 소설들은 더 이어져도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단다. 중간에 끊긴 기분이었어. 약간의 아쉬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고, 그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겪는 갈등을 이야기한 <아술>도 좋았어.

그리고 이어지는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어떤 물리학과 노교수 로버트와 여학생 헤더의 이야기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헤더는 로버트와 시험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너무 말이 잘 통하고 그와 이야기를 하면 남자친구와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단다. 그렇다 보니 헤더는 자꾸 로버트와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단다. 그들의 이야기의 주제는 세상만사라고 할 수 있었어. 헤더는 로버트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도 아닌데, 로버트와 만남에 대해 무척 조심을 한단다. 남들의 시선도 의식하게 된단다. 헤더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로버트와 이런 만남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헤더와 로버트는 완벽한 정신적 교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지. 그들의 이런 감정은 사랑일까. 사랑의 정의는 어디까지일까. 분명 헤더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렇다면 로버트와 이런 관계는 정말 부적절한 관계인 것일까. 사랑만큼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구나.

<강가의 개>라는 소설은 문제아 형 때문에 겪는 지은이의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인데읽은 이들은 나의 형제 중에 문제아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할 것 같았단다.

아빠는 참 다행이구나. 착한 동생 하나 있다는 것이

그 외에 <외출>, <머킨>, <폭풍>, <피부>, <코네티켓>이라는 소설들이 있었는데 읽을 때는 다들 재미있게 읽었는데, 메모를 안하고 책을 덮은 지 시간이 꽤 지났더니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만큼도 머릿속에 남아 있질 않구나.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은 정말 사실인 것 같구나. 슬프구나. 기억을 잡아두고 싶지만, 메모 없이는 기억을 잡아두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야. 읽는 순간 좋았다는 것으로만 만족해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그 구멍은 탈 워커네 집 차고로 이어지는 진입로 끄트머리에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어머니가 이윽고 자신을 추스르던 모습,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하던 모습, 방에서 내려온 누나에게 미소를 짓던 모습, 그리고 그후, 개수대가에 서서, 마치 누군가가 자기에게 와주리라고 아직은 믿는 듯이, 마치 저멀리 있는 그림자가 뜰의 가장자리에서 걸어나와 자기를 되찾아갈 것이라고 아직도 믿는 듯이, 그렇게 간절하게 서 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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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의 부리 - 다윈의 어깨에 서서 종의 기원을 목격하다
조너선 와이너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한참 전에 우리나라의 생물학자 최재천님이 쓰신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일반 사람들이 읽을만한 과학책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 책들 중에 <핀치의 부리>라는 책이 있었단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은 감히 엄두가 나질 않지만, 진화론을 다룬 책은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졌는데, 최채천님이 추천해주신 <핀치의 부리>라는 책에 적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재워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구나. 몇 년 전에 이 책이 출간 20주년 기념으로 아주 깔끔하게 재출간 되었어. 책 디자인도 참 예쁘게 잘 나왔더구나.

….

다윈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이 출간한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했단다. 하지만 진화라는 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장시간 동안 서서히 이루어진다고들 생각하고 있어서,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그것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연구한 사람들은 많았단다. 의지의 사람들

그 중에 1974년부터 매넌 갈라파고스를 찾는 과학자 부부가 있었으니,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였단다. 그들은 그곳에서 핀치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진화는 현재진행형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단다. 그 두 사람의 연구 결과를 비롯하여, 갈라파고스 섬에서 진화를 연구를 사람들의 결과물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단다. 지은이는 전문 대중 과학 저술가인 조너선 와이너라는 사람이란다.

1.

이런 과학 관련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정확하게 너희들에게 알려주기란 쉽지 않단다. 그래서 아빠가 쓴 내용 중에 혹 잘못된 내용도 있으니,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잘못된 부분은 알려주길 바란단다.

..

핀치라는 새는 우리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새인 것 같지만, 멧새라고 부르는 새들도 모두 핀치라고 한단다. 멧새는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새란다. 아무튼 핀치는 진화학계에서는 무척 유명한 새란다. 다윈이 살던 시절은 아직 창조론이 우세하던 시절이었단다. 몇몇 과학자들에 의해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의심하고 추측하는 수준이었어. 비글호라는 탐험을 하는 배가 있었는데, 다윈도 그 배를 타게 되었어. 그리고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앞쪽에 갈라파고스 제도라는 곳에도 들렀어. 갈라파고스 제도는 크고 작은 화산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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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갈라파고스 제도는 10여 개의 큰 섬과 10여 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섬들은 모두 해저에서 솟아오른 화산의 끄트머리다. 섬들의 태평양 표면을 꿰뚫고 올라온 지는 500만 년이 채 안 되므로, 아메리카 대륙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암석들보다 나이가 젊다는 특정이 있다. 그 섬들 중 몇 개는 아직도 산고를 겪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맹렬한 화산으로 분류된다. 갈라파고스는 너무 젊어서 구형에서 신형이 창조되는 과정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 갈라파고스에서는 생물도 화산과 마찬가지로 빠르고 맹렬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생물들은 고립된 섬들에 발목이 잡혀 있고(각 화산의 정상은 교도소와 비슷해서 대부분의 생물들은 그곳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본토와 연결되는 다리도 전혀 없어서(남아메리카 대륙은 동쪽으로 1,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제도에 서식하는 생물의 생활형은 본의 아니게 자신만의 경로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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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섬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다양한 핀치들을 볼 수 있었어. 다윈은 13종의 핀치 31마리를 잡아서 박제를 해서 영국으로 가지고 왔단다. 핀치만 가지고 온 것은 아니고 다양한 동물들을 가지고 왔다고 했어. 처음에는 그 핀치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라고 했어.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핀치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처음에는 한 종의 핀치였지만, 격리된 섬에서 생활하면서 그 섬에 맞게 다르게 진화를 해서 13종의 핀치가 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던 거야. 그 동안 의심했던 진화론이 설마…. 라는 생각을 갖게 했지. 다윈도 그 동안 의심치 않았던 종의 안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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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윈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내 생각에 약간의 근거라도 있다면,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학은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관찰한 현상들은 종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 ‘종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라는 구절은 다윈이 향후 20여 년간 겪을 고뇌를 예고하는 조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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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류학자였던 굴드는 다윈에게 진화론에 대한 연구를 하라고 독촉했다고 하는구나. 찰스 다윈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동물 박제들과 그간의 연구를 정리하여 자연선택설을 완성했어. 하지만 그의 연구는 그저 추정이었고, 그걸 직접 밝혀내는 것은 뒷세대 과학자의 몫이었단다.

2.

많은 과학자들이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갈라파고스를 향했단다. 앞서 이야기한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도 그랬어. 1973년 피터는 처음으로 갈라파고스 제도의 대프니메이저라는 섬에서 연구를 시작했어. 당시 로즈메리는 어린 아이들 때문에 가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후 그들은 매년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하면서 핀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단다. 그 양이 얼마나 많았냐 하면 어떤 해는 그 자료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일년을 보내야 했어. 그들이 매년 가는 대프니메이저라는 섬에는 부리의 모양이 서로 다른 땅핀치가 살고 있었어. 큰땅핀, 중간땅핀치, 작은땅핀치.

그들의 연구 결실을 얻게 된 것은 엘리뉴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 뒤의 큰 홍수가 왔던 시기였어. 1976년부터 그 다음해까지 극심한 가뭄이 일어났단다. 그 가뭄으로 많은 핀치들이 죽음을 맞이했어. 특히 피해가 큰 핀치는 먹거리로 다른 종과 겹치는 중간땅핀치였단다.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중간땅핀치들그들 중에 부리가 큰 개체들이 많이 살아남았고, 암컷보다 수컷이 많이 살아남았단다. 그러다 보니 중간땅핀치들의 평균 부리 사이즈는 좀 커졌다고 했어. 그렇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한 종들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었어.

1980년에 또 한번 가뭄이 찾아왔고, 다시 한번 중간땅핀치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단다. 그리고 그 가뭄이 끝나고 나서 엄청난 폭우가 찾아왔어. 이 폭우에 핀치들이 보인 행동은 광란의 짝짓기였단다. 그리고는 다시 예전의 개체수를 되찾아갔단다. 작은 사이즈의 중간땅핀치들도 다시 나타났단다. 자연선택의 역전 방향을 볼 수 있는 예였단다. 그러니까 자연선택이 한쪽 방향으로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고, 이쪽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우가 있다면 다른 방향으로도 진화한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었어.

….

그리고 진화학계에 이종교배라는 것이 있단다. 다른 종 간의 관계를 갖게 되면 보통 불임으로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상식이 있었으나, 이것도 갈라파고스의 핀치들의 관찰을 통해서 잘못되었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하는구나. 위에서 이야기한 대홍수 때 광란의 짝짓기가 있었을 때, 같은 종 뿐만 아니라 다른 종들과도 짝짓기가 이루어졌대. 이종교배를 통해서 새로운 종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지. 그 밖에도 그랜트 부부는  다윈이 던진 진화의 질문에 대한 많은 답들을 내놓았다고 하는구나.

3.

인간 군상들의 욕심에 의해 지구 환경은 많이 망가지고 있단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 이런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구 환경의 변화는 다른 동물들의 진화를 부추기게 되고, 새로운 종을 만들게 된단다. 해충을 죽이려고 살충제를 사용하지만, 그들은 살충제를 대항하여 빠르게 진화하여 살충제를 무형지물로 만들고, 인간을 더 독한 살충제를 만들고, 또 다시 진화하고.. 이런 악순환으로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살충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지구는 망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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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5)

우리가 해충과 세균에게 가하는 압력이 강해질수록 그들은 그 압력을 우회하여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압력은 해충에게 진화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우리는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진화의 기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는 갈라파고스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창밖에서 악전고투하는 개똥지빠귀와 참나무만의 문제도 아니다. 진화는 매우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끔찍한 아이러니다. 환경을 가장 철저하게 통제하고 가장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은 곳에서 우리는 저항운동에 포위되어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저항운동과 맹렬히 싸울수록 세균과 해충은 더 강하고 빠르게 진화한다. 잘라낼수록 더 빨리 튀어나오는 히드라의 머리처럼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을 통제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바로 그들의 진화를 촉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통제가 그들에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변화의 한 자락에 불과하다. 그것은 환경의 변화일 뿐이며, 그들은 꿋꿋하게 서서 변화를 따라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차별적으로 진화압력을 계속 가하는 한, 그들은 대항하여 전염병을 계속 일으킬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이집트 땅에 출현한 개구리들처럼, 또는 이집트 땅 전체에서 이(lice)로 변한 지구의 먼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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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진화가 사실이라고 확신했을 때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고, 그저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한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구나. 인간만이 가진 의식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 그렇게 다윈은 인간의 자만심을 경계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인 것 같구나. 요즘 전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자만한 인간이 만들어낸 원치 않은 진화의 산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겸손한 인간이 되어 빨리 진정되어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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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7)

진화가 팩트임을 확신하게 되었을 때, 다윈은 첫 번째 비밀노트 중 한 권에 이렇게 써놓았다. “거만한 인간은 자신을 (신성이 개입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생각보다 더 비천하다고 느끼며, 동물에서 창조되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믿는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의식이라는 재능은 미스터리이며, 생물학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의식이 새의 부리, 깃털, 날개보다 우월한 기적은 아니며, ‘살아 있는 진흙의 모델링과 몰딩에 의해 새와 꼭 같은 과정, 즉 다윈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우리는 왜 의식을 정도의 차이로 보지 않고, ‘우리에게 특유한 것이라고 가정할까? 다윈은 노트에 이렇게 썼다. “의식은 우리의 자만심의 발로이자 자화자찬 행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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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1991 1 25일 아침 7 30.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는 덫을 놓은 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다.

책의 끝 문장 : 다윈핀치들은 다윈의 제도와 맺은 계약을 지킬 것이며, 돌무더기가 증인으로서 그들을 지켜볼 것이다.


그(다윈)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다음과 같이 은유적으로 말할 수 있으리라. 자연선택은 전 세계를 매시간 매일 샅샅이 수색하여, 가장 작은 변이까지도 찾아낸다. 그리하여 나쁜 것은 기각하고, 좋은 것은 보존하여 보관목록에 추가한다. 자연선택은 언제 어디서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인다. 그러나 시간의 손이 연대의 경과를 표시할 때까지 우리는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아득히 먼 지질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너무나 불완전해서, 기껏해야 ‘오늘날의 생물형태가 종전과 다르다’라는 정도만 알 뿐이다." - P35

전문적이든 대중적이든, 진화론을 다룬 서적과 논문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상당수는 ‘바늘 끝에 천사가 몇 명 올라갈 수 있을까?" 같은 중세 주석학자들의 논쟁처럼 지극히 추상적이었다. 다윈주의에 대한 가장 박식한 해석 중 일부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졌다. 결정적으로 수많은 문헌들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이론을 여전히 편지봉투 겉봉에 휘갈겨 쓴 메모처럼 단편적으로 다뤘고, ‘종의 기원’은 다윈이 <비글호 항해기>에서 말한 것처럼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 P38

사소한 차이가 ‘생존할 것’과 ‘사라질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 찰스 다윈이 아사 그레이에게 쓴 편지 중에서 - P103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심지어 메마른 섬에 사는 새 떼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삶의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동안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도 녹록치 않다. 물론 살아남는 건 단지 기본사항일 뿐이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새들은 목숨을 계속 부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배우자를 만나 짝짓기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성(性)은 기존의 생존경쟁에 완전히 새로운 경쟁을 덧붙이며, 성선택의 압력은 자연선택의 압력과 가끔씩 충돌한다. - P162

비글호는 영국 해군의 탐사선이었으므로 다윈은 바위와 산호모래로 구성된 ‘보이는 해안선’을 지도로 작성하는 데 동참했다. 하지만 종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해안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일관성이 없고 헷갈렸다. 첫 비밀노트에서 그는 종을 ‘성적 본능 및 도구에 의해 격리된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분기 원리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주제에서 이 부분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새로운 종을 계속 격리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종간의 장벽은 무엇이고, 이 장벽을 넘기 어렵거나 쉽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다윈이 조사나 탐험을 하지 않은 채 남겨둔 부분은 바로 이것, ‘보이지 않는 해안선’이었다. - P277

에머슨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각자 천직을 갖고 있으며, 재능은 소명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열린 길이 있으며, 그쪽에 끝없이 정진하도록 묵묵히 이끄는 재능을 갖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개처럼 걸으려고 애쓰는 양이나, 말처럼 뛰기 위해 노력하는 황소를 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 애쓰는 인간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사람들 간의 차이가 동물 종들 간의 차이보다 더 크다." 아이스킬루스는 말한다. "특징이 곧 운명이다." - 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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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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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제는 고인이 된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0>를 읽었단다. 움베르토의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 한 편만 읽어보았단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재미가 없지 않았지만, 아주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그리고 몇 년 전 그의 부음을 들었고, 그의 마지막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어. 이젠 그는 가고 없고, 그의 작품들만 남았구나. 언젠가는 고전으로 남을 그의 작품들그의 마지막 소설은 1권짜리였고, 책도 그리 두껍지 않아서 읽어볼 수 있겠다 싶었어.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그를 추모하면서 말이야제목은 제0.


1.

주인공 콜론나는 자신을 살해하려는 자가 있다고, 그래서 자기 집을 침입한 자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단다. 그리고 그 이유도 알고 있었어. 그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몇 달 전에 시작한 이야기를 하게 된단다.

주인공 콜론나는 그냥 그런 대필 작가였단다. 그런데 어느날 시메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새로 창간하는 신문의 편집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단다. 그 신문의 이름은 내일이라는 뜻의 <도마니>이었고, 시메이는 이 신문의 주필이었단다. 그런데 시메이가 말하길 이 신문은 출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을 했어. 신문사 편집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해 달라는 것이야. 그것을 나중에 시메이는 책으로 출간하려는 것이었어. 시메이 주필은 이미 기자들을 여섯 명이나 뽑아놓았는데, 신문이 창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기자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단다.

콜론나와 기자들의 만남. 그들은 이제 일 년 뒤에 창간될 신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단다. 그러면서, 신문 기사를 어떻게 써야만 어떻게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서로 공유한단다. 그들은 창간 전 예비호로 0, 0-1, 0-2이렇게 계획을 잡았어.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서 뉴스를 보게 될 텐데, 절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단다. 그 안에는 기자들의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고, 교묘하게 왜곡되어 전달하고 있단다. 그걸 감안하면서 뉴스를 봐야 돼.. 이 소설에서도 그런 언론의 문제점을 여러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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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신문도 거짓말을 하고 역사학자들도 거짓말을 해. 오늘날에는 텔레비전도 거짓말을 해. 1년 전 걸프 전쟁 때 뉴스에서 가마우지의 영상을 보여 주었는데 기억나나?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퇴각할 때 미군의 전전을 지연시키기 위해 많은 유정과 원유 저장 시설을 파괴해서 엄청난 양의 원유가 페르시아만에 유출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원유에 젖은 채 죽어 가는 가마우지들의 영상을 내보냈지. 그런데 나중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전쟁이 벌어지던 그 계절에는 페르시아만에서 가마우지를 찾아볼 수 없었고, 뉴스에서 보여 준 가마우지들은 걸프 전쟁이 아니라 8년 전 이란 이라크 전쟁 때 찍힌 영상이라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제작들이 동물원에서 가마우지들에게 원유를 뿌려 적셔놓고 찍었다는 주장도 있어. 파시스트들이 저지른 죄악을 놓고서도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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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쓴다고 해도 글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읽는 이들은 전혀 다르게 생각하기도 한단다. 그 예를 든 것이 아래와 같이 기사의 배치만 바꾸는 것인데, 기사를 읽을 때 기자의 이런 의도를 알고 읽어야 그들의 꾐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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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그런 신문의 기자들이 화재나 교통사고에 관한 기사를 쓴다고 칩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들은 자기들의 생각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목격자의 증언이나 행인의 말이나 여론의 대변자가 될 만한 사람의 논평을 기사에 끼워 넣습니다. 그러한 진술들은 일단 인용이 되면 사실로 바뀝니다. 다시 말하면, 이러이러한 사람이 저러저러한 의견을 말했다는 게 하나의 사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자기와 의견이 같은 사람에게만 발언을 주었으리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주장을 실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의견들을 같이 보여 주어야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건을 보도한 것으로 됩니다. 이런 경우에 써먹을 수 있는 요령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흔해 생각하는 진부한 의견을 소개하고, 그 다음에 더 논리적이고 기자의 생각에 가까운 또 하나의 의견을 소개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독자들은 두 가지 사실을 정보로 얻었다는 인상을 받으면서도 한 가지 의견만을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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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뉴스들이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 뉴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뉴스 네 가지를 한 지면에 모아서 보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독자에서 다섯 번째 뉴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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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마니> 기자 중에 브라가도초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특종을 취재하고 있다면서, 콜론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세계2차대전의 파시즘을 주도하며 이탈리아를 적국의 위치에 세웠던 무솔리니. 그 무솔리니는 연합군에 붙잡혀 1945년에 총살당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으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그것이 브라가도초의 특종이었어. 움베르토 에코가 이탈리아 사람이라서 무솔리니인가 보구나. 히틀러가 죽지 않았다는 가정을 한 소설들은 여럿 있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브라가도초가 이야기하는 것을 더 들어보자꾸나. 1945년 연합군이 죽인 사람은 무솔리니가 아니고 무솔리니의 대역이었다는 거야. 유명한 사람들은 신변 위협을 받기 때문에 대역을 고용한다는 것이지. 무솔리니는 당시 유럽을 떠나 남미로 도망을 갔다고 했어.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는 남미에 머물면서 부활의 힘을 키우고 있었다고 했어. 직접 앞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세력을 키워나갔다고 했어.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25년이 되는 시점에 무솔리니는 정권을 다시 잡기 위해서 쿠데타를 계획했지만,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무솔리니가 죽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이 되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를 따르던 무리들은 계속해서 테러를 일으켰다고 했어. 콜론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 와중에 브라가도초가 피살당했어. 뭐야, 그럼 그 일이 사실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전부 들은 콜론나는 자신도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자신의 집에 침입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불안하게 된 콜론나. 콜론나는 기자들의 홍일점인 마이아와 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마이아와 함께 대피를 했단다. 신문사는 브라가도초의 살인 사건으로 창간 준비도 그만두기로 했단다. , 원래 창간 안 하려고 했었는데.. 기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었지.

….

그 소설은 브라가도초의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지는 않아. 브라가도초를 죽인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이 아니거든소설은 그렇게 끝을 맺는단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어. 콜론나의 여자 친구였던 마이아가 혹시 무솔리니를 따르던 무리들 중에 한 명이었던 것은 아닌가. 그리고 마이아가 브라가도초를 죽인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마이아와 함께 있는 콜론나는?


3.

우리나라 신문들도 이런 왜곡과 거짓이 장난이 아니란다.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낚시성 제목도 무척 많단다. 제목과 내용이 전혀 다른 기사들도 많고요즘 기자들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클릭수를 높일 수 있을까? 하고 기사를 쓰는 것 같구나. 그리고 자신들의 언론사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기사만 쓰는 것 같아. 그러니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도 전혀 고칠 생각을 하지 않지참 안타까운 현실이구나. 잘못된 것을 알고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울부짖고쯧쯧 무시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구나.

요즘 세상은 코라나19 바이러스로 불안의 세계가 되었단다. 특히 움베르토 에코의 조국인 이탈리아에도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있단다. 이젠 이 바이러스가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 같구나. 이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아니면 이 바이러스의 천적이 나타나던지


PS:

책의 첫 문장 :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수도꼭지에 물이 흐르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 산 줄리오섬은 햇살에 다시 빛날 것이다.


독자들과 같은 수준의 언어를 말해야 합니다. 인텔리의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되죠. 그러고 보니 우리 신문의 발행인이 예전에 말하기를, 자기가 설립한 텔레비전 채널들의 시청자들은 평균 연령이(여기서 말하는 연령은 정신 연력입니다.) 12세라고 했던 것 같네요. 우리 독자들의 연령은 당연히 그보다 훨씬 높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의 연령을 상정하는 것은 언제나 쓸모가 있습니다. 우리 독자들은 쉰 살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적당할 것입니다. 그들은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선량하고 성실한 중산층이지만, 남들이 겪는 갖가지 불상사에 대한 쑥덕공론과 폭로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는 그들이 독서가가 아니라는 원칙에서 출발할 것입니다. - P43

미국인들은 정말 달에 갔을까? 촬영장에 모든 것을 갖춰 놓고 찍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아. 달에 착륙한 뒤에 우주 비행사들의 그림자가 어떠한지를 관찰해 보면, 거기가 정말 달 표면인지 믿음이 가지 않아. 걸프 전쟁은 어떨까? 그 전쟁이 정말 텔레비전 보도에 나온 것처럼 벌어졌을까?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기록 보관소에서 가져온 발췌 영상들을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일까? 우리는 거짓말 속에서 살고 있어. 그리고 만약 누가 너에게 거짓말하고 있음을 네가 안다면, 너는 의심 속에서 살아야 해. 나는 의심해. 언제나 의심하면서 살아. - P62

독자들에게 미래의 그림을 미리 보여 주고 무언가를 슬그머니 일깨워주는 기사가 필요해요. 루치디, 그 기사를 당신에게 맡길게요. 그런 기사를 쓰자면 재주사 있어야 해요. <아마>와 <어쩌면> 같은 말들을 넣어 예상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실제로 벌어질 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정치인들의 이름도 간간이 들어가야 해요. 여러 정당이 고루고루 나오게 하고, 좌파 정당도 빠뜨리지 말아요. <도마니>가 다른 증거 자료도 모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어야 해요. 그리고 우리 예비 판을 읽을 독자들이 지난 두 달 동안 벌어진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경우에도 잔뜩 겁을 먹을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해요. - P78

사람들은 얼마 안 가서 깨닫게 될 겁니다. 그저 한심한 자들만이 휴대 전화를 사용하리라는 것,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들은 신용 불량의 문제 때문에 은행의 전화 연락을 계속 받아야 하는 신세에 몰리고, 대단치 않은 회사원들은 상사의 전화를 받으며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 감독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렇듯이 휴대 전화는 사회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 될 것이고, 아무도 그것을 더는 원하지 않게 되겠지요.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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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보다 훨씬 좋았단다.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난 아빠의 짧은 느낌이란다. 매년 봄이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나오는데, 올해는 어떤 이들이 선정되었을까, 하고 출간 소식이 뜨자마자 책 소개를 읽어보았단다.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단다. 최은영님, 장류진님, 김초엽님. 아빠 나이에 이런 분들을 좋아한다고 하면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분들의 소설들을 재미있는 걸 어떡하니…^^ 그리고 이전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통해 알게 된 강화길, 김봉곤 그리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이현석, 장희원. 이렇게 일곱 명이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고, 대상으로 강화길님의 <음복>이 선정되었단다.

작년에는 읽기 부담스러운 퀴어 소설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아빠가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읽기에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올해는 읽는데 크게 부담스러운 작품들이 없어서 아빠가 다시 젊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단다. 커밍아웃을 한 김봉곤님의 소설은 퀴어 소설일 것이라 예상해서 그런지 크게 거부감 들지 않고 읽었단다. 김봉곤님의 <그런 생활>은 소설이라기보다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적은 듯했어. 주인공 이름도 봉곤이고, 성 소수자인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 안쓰러움마저 느꼈단다. 아빠도 성 소수자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야.


1.

총 일곱 편의 수상작이 실려 있단다. 대상을 받은 강화길님의 <음복>. 아빠가 읽은 강화길님의 소설은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려 있던 한 편뿐이었단다. 단행본도 출간했지만, 읽어보지는 못했어. 이번에 대상을 받은 <음복>이라는 소설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직도 잔재하고 있는 잘못된 가족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 주인공 세나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 정우의 할아버지의 제사에 참석하게 된단다. 남편 정우로부터 들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시대 식구들의 모습에 놀란다. 시고모의 날 서고 불편한 질문들. 시고모와 시어머니 사이의 긴장감. 가부장적이고 권위 있는 시아버지. 하지만 이런 것들에 무심한 남편 정우. 나중에 세나는 정우는 그런 집안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처음부터 그런 가족 간의 그런 분위기를 당연히 여기기 때문에, 세나가 보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것그것은 아빠에게 없을까? .. 작가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을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

최은영님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때는 2009.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한 희원. 희원과 어떤 여성 강사의 우정 이야기로 이 소설을 읽었단다. 최은영님은 다른 해가 아니고 왜 2009년을 소설의 배경을 했을까. 2009 1월 우리나라의 아픈 일이 있었어. 자신들의 삶터를 지키려다가 목숨을 잃는 이들이 있었어. 용산에서 있었던 이 사건은 오늘날에서 국가권력이 국민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아주 사악한 권력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던 억울하면서 분노의 사건이었단다.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단다. 예의 그 사악한 권력들이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정신차리라고 다시 한번 그때 그 사건을 상기시킨 것으로 아빠는 혼자 아빠 마음대로 해석을 해보았단다.

….

김봉곤님의 <그런 생활>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좀 불편하게 읽은 소설인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구나. 주인공 이름이 봉곤으로 지은이의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담은 듯 했어. 지은이의 엄마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어봤어. 성 소수자인 부모의 입장. 자식을 사랑하고 믿으면서도 그런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자식과 연을 끊겠다며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다가도 다시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묻고 아들 걱정을 하는 어머니.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가 보구나.

장류진님의 <연수>. 장류진님의 단편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나서도 느낀 바였지만, 장류진님의 소설은 발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단다. 그런 것을 보면 타고난 작가는 틀림없단다. 잘 나가는 직장인 9년차 이주연은 처음으로 차를 샀단다. 하지만 면허증은 장롱 면허증. 연수를 받으려고 맘카페에서 소개받은 강사. 중년의 아줌마. 첫 모습에서 느끼는 깐깐함과 아줌마식 카리스마를 가진 아줌마 강사.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렸던 <도움의 손길>이 떠오른단다. 그 소설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연수>라는 소설에서 보았단다. 운전연수를 하면서 주인공 주연과 강사 아줌마 사이의 이런저런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은 푸근함 마저 드는 해피엔딩이었어. 장류진님의 다음 소설도 기대하게 만들었단다.

장희원님의 <우리의 환대> 장의원님의 소설은 처음 읽었어. 아직 단행본 출간도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신인 작가인 듯 하구나. 그래서 작가 소개를 봤더니 2019년에 등단을 했구나.  정말 신인 작가이구나. 소설 한 편으로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앞으로 기대를 해볼만한 작가라고 아빠는 생각했어. 스릴러 소설도 아닌 것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주었어. 호주 유학을 하는 아들 영재을 만나러 가는 부모의 이야기인데영재의 어머니와 영재의 아버지는 영재의 생활을 보면서 각기 다른 생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단다. 읽는 이도 하여금 영재의 본심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소설은 끝내 영재의 본심과 정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그 긴장감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어.

내년에는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책의 끝 문장 :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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