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 나의 이야기로 우리를 노래하다
테일러 스위프트 지음, 헬레나 헌트 엮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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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에는 팝송을 들어도 예전 팝송을 듣곤 하지만, 아빠도 한 때는 최신 팝송도 찾아 듣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뜸해지고, 거의 마지막으로 최신 팝송을 찾아 들었을 때 알게 된 가수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었나 싶구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데뷔한 지 비교적 얼마 안 되었을 때 발표했던 노래들을 즐겨 들었던 것 같아. 아직도 아빠 핸드폰에 스위프트의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단다. 가끔 차에서 랜덤으로 나오는 노래 리스트 속에 흘러나와서 너희들도 들어봤을 거란다. Love story, Begin Again,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등등그리고 라이브 공연에서 부른 리바이벌 곡 Bette Davis eyes…

그 이후에 발표한 노래들은 잘 모른단다. 예전에 나이 드신 분들이 왜 옛날노래만 듣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나이를 먹게 되면 추억이 담긴 노래들을 찾아 듣는 것 같구나. 다행히 너희들이 즐겨 듣는 최신 음악을 같이 듣곤 해서 가요는 아직 시대를 따라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ㅎㅎ

아무튼 예전에 테일러 스위프트를 즐겨 들었기 때문에 가끔 매체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뜨게 되면 잘 지내나? 하는 생각에 영상을 보기도 한단다. 몇 년 전에 트럼프를 비판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정치적 성향도 우리 편인 것 같아서 다행이더구나. 이 정도면 약간의 팬심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약간의 팬심이 오늘 소개해 줄 책도 읽게 만든 것이란다.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책이 인터넷 서점 초기 화면에 떴을 때부터 관심을 갖던 책이었단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단다. 말도 똑부러지게 잘 하잖니

 

1.

이 책을 위해서 따로 쓴 것은 아니고, 데뷔 이후 많은 매체에서 진행한 인터뷰나 콘서트 등 행사에서 했던 말들을 한데 모은 책이란다. 그래서 지은이 옆에 엮은이가 따로 있었구나. , 아빠는 이런 형태의 책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데단편적인 말들과 생각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보니 연결성도 없고 말이야. 지금은 엄청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겠지만, 좀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런 짜깁기 책 말고 정식 자서전 같은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 같구나. 12살에 작곡을 했고, 13살에 계약을 했대. 그 나잇대와 어울리지 않는 컨츄리 음악으로 데뷔를 했는데, 아빠가 음악을 잘 모르지만 정통 컨츄리 음악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음악 장르와 섞인 퓨전 스타일의 컨츄리 음악 같았단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어. 그렇다 보니 어린 나이의 천재성으로 홍보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는지,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런 점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실력으로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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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 나이를 홍보 수단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걸 제가 남보다 뛰어난 점이라고 내놓고 싶지 않았죠. 홍보는 음악에 맡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열일곱 살이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헤드라인에 오르기를 바란 적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음악이 승리를 따내길 원했거든요. 실상은 열일곱 살이라는 게 장애물에서 가까웠어요. 라디오방송국에, 또 그 라디오를 듣는 중년 청취자들에게 실력을 입증해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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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가장 많은 주제가 사랑이잖니. 직접 작사도 하니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단다. 그렇다고 그 사랑이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아니라고 했어. 자신의 삶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어. 말하기 연습도 따로 했는지, 말도 멋있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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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실연이 아니에요.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사랑도 아니에요. 제 노래에 영감을 주는 건 제 삶에 들어오는 고유한 개인이에요. 저에게 정말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도 왠지 그에 대해 노래 한 곡조차 쓸 수 없던 적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제 인생에 2주일만 들어왔다 나간 사람을 만나고 앨범 한 장을 통째로 쓸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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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정말로 그냥 제 삶에 대해서만 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내놓으면 그 노래가 바로 다른 여자아이의 방에서 울려 퍼지고 제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의 차 안에서 재생된다는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까…… 인간으로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타인과의 연결이라는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음악이 바로 그런 궁극적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연결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든 음악을 틀면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가 있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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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정치적 발언이나 인권에 대한 발언도 하는데 올바르면서도 시원하게 이야기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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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예전에는 공공연하게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삼갔어요. 그렇지만 지난 2년간 제 인생과 세계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거치고 나서 지금은 생각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인권을 옹호하는 후보에게 제 표를 던질 거예요.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이 인권을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LGBTQ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고, 성적 지향이나 젠더를 근거로 어떤 형태의 차별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우리 눈앞에서 이 나라의 유색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체계적 인종주의는 소름끼치고, 역겨우며, 사방에서 횡행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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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생각나는구나. 책도 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그랬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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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저에게 아름다움은 진지함이에요. 아름다움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외모와 무관하게 너무 웃겨서 아름다운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남을 웃기는 일에 진심이라서요. 아니면 정말로 감정적이라서, 우울하고 사려 깊고 금욕적이라서, 그런 자기 자신에게 진지해서 아름다운 사람도 있어요. 군중 속 어떤 사람이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면, 빛나는 진심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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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두려울 게 없다는 건, 인생이 예측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는 뜻이에요. 대처하는 방식이 모든 걸 좌우해요. 나에게 던져지는 것과 주어진 것과 빼앗긴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두려울 게 없다는 말은 겁을 모른다거나 상처로부터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두려울 게 없다는 건 무서운 것이 있더라도 꿋꿋이 자기 삶을 살아내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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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터뷰나 발언을 모아 놓은 책이다 보니, 좋았던 문장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구나. 오랜만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한번 찾아 들어봐야겠구나. 최근에 발표한 곡으로…^^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열한 살 아니 열두 살 때쯤, 부모가 운영하던 펜실베이니아의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에서 처음 기타를 배운 그 순간부터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미지 메이커이자 스토리텔러였다.

책의 끝 문장: 이제 저는 6년 전보다 더 사람들을 신뢰하게 됐어요.



작곡을 시작한 이유가 뭐냐면, 학교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거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마다 그냥 혼자 이런 말을 하게 됐어요. "괜찮아, 언젠가 이걸로 곡을 쓸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 뇌를 훈련시켰던 것 같아요. "아파? 아픔에 대해서 노래를 쓰자. 뭐야, 주제 못 할 감정? 그걸로 노래를 만들자." - P27

음반 계약을 따내려고 할 때는 절대로 "제 목소리는 유명한 누구누구와 꼭 같아요"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요. 절대로 레이블에 그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러면 그쪽에서는 "글쎄, 뭐, 우리한테는 어차피 그런 거물 아티스트가 많이 있어요-그러니까 그쪽과 계약할 필요는 없겠네요"라고 할 거예요. 젊은 아티스트라면, 독창적인 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야 해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소리 말이에요. - P39

저는 구제 불능 낭만주의자로 분류될 거라 생각하는데, 여러분도 그럴 것 같아요. 여기 계시잖아요. 우리가 맞닥뜨리는 난제, 그러니까 답이 없는 낭만주의자들의 난제는 뭐냐 하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안녕, 하고 첫인사를 할 때는 마술에 걸린 것 같아서 언젠가 그 첫인사가 작별 인사가 되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누군가와 첫 키스가 마법처럼 근사할 때도 마지막 키스로 변할 날이 올 거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요. - P61

제가 잘못한 일이 있거나 저한테 문제가 있을 때 그걸 찾아내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릴까, 그 생각을 하면 조금 무서워져요. 그러니까 어떤 순간에는 정말로 겁이 날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제 호텔방 창문으로 누가 사진으로 찍으려 하지 않을까 싶은 그럴 때요. 방에 들어가면 무조건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야 해요. 그런 부분이 가끔 실감나서 울컥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날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잡지 <TMZ>의 누군가가 제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제가 뭘 잘못 했나 찾고 있을 거예요. - P164

삶을 살아가며 모든 인간과 사물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려는 욕구가 우리에게 있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단순화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그냥 선하거나 그냥 악하기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자아와 최고의 자아, 깊디깊은 비밀과 디너파티에서 즐겨 떠벌리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짜인 모자이크입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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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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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오랜만에 그 책을 보게 되어 반가웠단다. 아빠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던 즈음에 읽은 책이었거든.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2001 6 2일에 읽었더구나. 무려 23년이나 되었다니세상의 무상함을 이야기해서 무엇 하겠냐마는 세월의 빠른 속도가 아직 익숙하지 않구나.

아무튼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소개해 준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2>을 보고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단다. 23년만에 다시 읽는다는 것은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처음 읽는 책이다 생각하고 읽었단다. 당시 쓴 독후감을 읽어보았는데, 게으름이 철철 묻어나게 간단히 썼더구나. E=mc^2 공식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고, 평전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책으로 기억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단다. 이번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소개해 준 것은 최근에 새로 번역한 책이지만, 아빠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2001년도판의 책을 찾아 읽었단다.

 

1.

E=mc^2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하는 공식으로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대단하구나. 지은이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E=mc^2 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뜯어 보았단다.

먼저 E, Energy. 에너지의 개념을 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마이클 패러데이라고 하는구나. 패러데이라고 하면 Jiny는 과학 시간에 배웠을 것 같구나. 전기장과 자기장의 방향을 알 때 사용하는 패러데이의 왼손 법칙의 그 패러데이. 패러데이는 원래 책 제본업자였대. 직업이 그렇다 보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대. 우연히 손님이 준 영국 왕립 과학연구소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주어 듣게 되었고, 강의를 정리해서 데이비드 경이라는 과학자에게 보냈고, 데이비드 경은 패러데이를 실험 조교로 고용했단다. 패러데이는 그렇게 과학을 시작하였고, 전기와 자기가 별개라고 생각하던 당시의 상식을 깨뜨리는 발견을 하게 되었어. 전기가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전기를 만드는 연관성을 발견하여 전동기를 발명하였고, 에너지의 개념을 정리하였다고 하는구나. 패러데이에 정립된 에너지 개념은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계속 되어 우주 안의 모든 에너지의 총량은 늘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어. 보통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을 쓰는데, 우주가 탄생할 때의 에너지와 지금의 우주 전체 에너지가 같다는 신기하구나.

두 번째로 “=”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어. 등호를 의미하는 부호는 1400년대말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처음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쓰이다가 1600년대에 “=”로 통일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의 역사도 새로 알게 되어 좋았단다.

다음 m, mass. 질량. 불쌍한 라부아지에 이야기가 또 나오는구나. 세금징수원이었던 라부아지에는 틈틈이 과학 공부를 해서 연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발견을 하게 된단다. 이건 아빠가 다른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 같구나. 그 이전에는 연소라는 것이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가 연소하면서 그것이 사라진다고들 생각했는데, 라부아지에는 연소라는 것이 오히려 질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산소와 결합하기 때문에 전체 질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했던 것이야. 물론 그 늘어난 질량은 산소 때문이고, 산소까지 포함한다면 연소 전후의 질량은 변함이 없다고 했단다.

이것도 에너지와 비슷하게 우주 전체의 질량은 늘 변함없다고 하는구나. 아빠의 몸무게가 늘어나도 우주 전체의 질량은 변함없다는 거지. 아참, 라부아지에를 불쌍하다고 한 이유는 기억나니?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프랑스혁명 때 세금징수원으로 원칙적으로 일한 것이 혁명파에게 밉보여 처형당하고 말았단다.

이번에는 c. c는 빛의 속도를 의미해. 라틴어로 '빠름'을 의미하는 celeritas의 앞글자를 따서 c로 표기했다는구나. 옛날에 빛의 속도는 무한하다고 생각했대. 갈릴레이가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측정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를 하고 말았고 이로 인해 빛의 속도는 무한하다는 것을 더 믿게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당시 목성의 위성 이오의 공전주기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이 있었는데 이를 빛의 속도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어. 1676년 뢰머라는 사람이 그 사람인데, 뢰머는 목성과 지구의 공전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목성과 지구의 거리가 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이오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진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가 추측한 빛의 속도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빛의 속도와 거의 비슷한 초속 30km라고 하는구나

 

2.

많은 과학자들이 빛의 정체에 대해서 연구를 했단다. 파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이었는데, 아인슈타인은 빛이 파동이라는 개념을 석연치 않게 생각했어. 그리고 어떤 물체에 아무리 에너지를 많이 주어 속도를 증가시켜도 빛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한다고 이야기했어. 그 대신 질량이 늘어난다고 했던 거야.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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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라부아지에와 패러데이는 진리의 한 측면만을 보았다. 에너지는 홀로 서 있지 않으며 질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질량과 에너지의 합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18세기와 19세기의 과학자들이 한때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보존의 법칙의 궁극적인 확장이었다. 이러한 발견이 오랜 세월 동안 감춰지고 의문시되지 않았던 이유는 빛의 속도가 일상적인 움직임을 뛰어넘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었다. 보행 속도나 기관차, 제트기의 속도에서 이 현상은 미미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 세상 곳곳에 있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련성에 대해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흔한 물질 내부에도 조용히 떨고 있는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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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뒤 샤틀레라는 지적 호기심 많은 프랑스 귀족 여성이 있었단다. 21살에 어떤 군인장교와 형식적인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집을 떠나면 다른 남자들과 교제하는 개방적인 여성이었어. 하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런 남자가 한 명 나타났으니 바로 볼테르였단다. 둘 모두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금방 친해졌단다. 샤틀레는 별장을 과학연구소를 리모델링했단다. 도서관과 실험실 장비, 세미나실 등을 갖추었단다. 샤틀레와 볼테르는 그곳에서 과학 연구, 특히 에너지에 대해 연구했어. 뉴턴은 에너지가 소멸된다고 했고,

라이프니치는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어. 샤틀레와 볼테르는 라이프니치의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려고 했단다. 그리고 에너지라는 것이 질량이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어. 그러던 중 샤틀레는 마흔의 나이에 임신을 했단다. 당시 마흔에 임신하는 것은 거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였어. 샤틀레도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연구를 하고 연구를 했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게도 샤틀레는 출산 후 일주일 뒤 죽고 말았대. 샤틀레와 보틀레의 연구에 의해서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확인되어 아인슈타인의 공식에도 에너지는 빛의 속도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이 생긴 거야.

1905년 아인슈타인이 E=mc^2이라는 방정식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다른 과학자들은 이 공식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랐다고 하는구나. 마리 퀴리가 라듐을 이용한 방사선 연구를 했는데 라듐에서 신기한 빛이 발산하는 것이 바로 E=mc^2 제곱에 의한 것인데 당시에는 몰랐다고 하는구나.

..

이제 원자의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원자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졌어. 러더퍼드는 원자 속에 거의 텅 비었다는 것을 발견했고, 채드윅은 원자핵 속에 양성자 이외에 중성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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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어떤 식으로든 좀더 심도 있는 설명, 물리학자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던 좀더 높은 수준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원자는 단단한 구형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텅 빈 바다처럼 거의 비어 있는 공간이었으며, 그 중심부에 핵이라는 미세한 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러더퍼드의 발견이었다. 핵 역시 그저 단일한 물질은 아니었다. 핵은 양전하를 띠고 딱딱 소리를 내는 양성자와 조약돌 같은 중성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이 1932년에 밝혀진 사실이다. 중성자는 투사할 때의 속도를 줄인다면 핵 속을 어느 정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것은 1934년 페르미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핵에 대한 연구를 거기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몇 년 동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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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독일에서 리제 마이트너와 오토 한이 함께 연구를 하다가 오토 한이 배신해서 리제 마이트너는 스웨덴으로 돌아갔단다. 오토 한은 혼자 우라늄과 바륨 연구를 하다가 이상한 점이 있어 염치 불구하고 리제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당시 리제 마이트너는 조카인 프리시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오토 한이 의심을 품었던 내용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단다. 우라늄 핵에 중성자를 넣으면 핵이 쪼개지고 질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한 거야. 질량이 줄어든 만큼 E=mc^2에 의해 에너지가 나온다는 거야. 줄어든 질량이 많지는 않지만, “c^2” 이 부분이 빛의 속도를 제곱한 양이 엄청나니까 발산하는 에너지도 엄청 많아지는 거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겠지? 그래, 바로 핵폭탄의 원리가 되는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독일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먼저 핵폭탄 개발을 시작했단다. 독일이 핵폭탄을 먼저 개발하게 되면 큰일난다고 생각한 미국도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 핵폭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어. 연합국 측은 독일의 핵폭탄 개발을 지연시키는 작전도 펼쳤지. 노르웨이에 위치한 독일의 중수공장을 파괴하려는 작전을 펼쳤고 중수를 수송하는 여객선을 폭격하기도 했어. 그런데 이 여객선을 폭격할 때 민간인들도 타고 있어서 윤리적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독일의 핵폭탄 개발 지연이라는 대의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독일의 핵폭탄 개발이 지연되고 그 사이 미국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성공하였단다.

 

3.

E=mc^2. 이 공식은 태양에서도 계속 동작하고 있다는구나. 태양의 스펙트럼을 보았을 때 철이 66%라고 했어. 그런데 의문점이 들었지. 철은 안정된 원소이기 때문에 핵분열을 할 수 없다는 거야. 태양이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 설명이 안되었지. 세실리아 페인이라는 영국의 여성 과학자가 있었어. 당시 영국에서 여성 과학자 멸시를 당했기 때문에 페인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하버드 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단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교에서도 여성 차별은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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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페인은 천문대 뒤쪽의 연구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1923년에는 컴퓨터라는 단어에 전기 기계라는 의미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계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하버드 대학에서 그 말은 뒷방에 있는 한물 간 노처녀들의 지위를 놀려대는 말이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그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항상 미적분을 배우고 싶었어. 하지만 책임자가 내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어”), 그 동안 별들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이전에 씌어진 논문들의 목록을 만드느라 너무 바빠서 능력이 사장된 지 오래였다. 만약 그들이 결혼한다면 해고될 수도 있었다. 낮은 임금에 대해 불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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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 페인은 태양의 스펙트럼을 재해석하여 90%가 수소이고 10%가 헬륨이라는 것을 밝혀냈단다. 수소 원자 4개가 He로 변하게 되는데 이 때 질량이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질량만큼 E=mc^2에 의해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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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42)

모든 작용이 거기서 멈춘다면 그 사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4개의 수소 핵이 압축될 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제 베테와 다른 과학자들은-스웨덴의 눈 덮인 숲 속에서 마이트너와 프리시가 연구했던 것처럼-강력한 원자 내부의 산술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4개의 수소 핵의 질량은 1+1+1+1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합해서 헬륨이 되면 그 합은 4와 일치하지 않는다. 헬륨의 핵을 정밀하게 재면 4개의 수소 핵보다 약 0.7퍼센트가 작다. 3.993밖에 안 된다. 그 잃어버린 0.7퍼센트가 휘몰아치는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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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은 태양과 별과 우주의 미래까지 예측이 가능해졌어. 태양이나 별들이 빛을 내는 것은 모두 E=mc^2의 원리로 빛을 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우주가 삶을 마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란다. 우주가 삶을 마칠 때 E=mc^2의 삶도 마치게 되는 것이지.

….

아빠가 이해한 만큼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이야기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알아주길 바래. E=mc^2 의 일생을 잘 정리해 준 책인 것 같구나. 그래서 출간한 지 20년이 넘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는 것 같구나. 너희들도 나중에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프리미어>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룬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그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했던 그 신성한 지식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패러데이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학문의 문은 닫혀 있었고, 논문조차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 개념이 도입되던 초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과학도들은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이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복잡한 동작도 직선으로 그릴 수 있다고 배웠다. 따라서 그들은 자석과 전기 사이에 어떤 직선적인 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어떻게 전기의 힘이 공간을 뚫고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 P34

패러데이는 몹시 들떠 있었다. 아직 29세밖에 안 된 나이에 이 위대한 발견을 해냈고, 더구나 그 발견은 자신이 믿고 있던 종교의 핵심 사상이 옳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기의 딱딱거리는 소리와 자기장의 조용한 힘, 빙빙 돌아가는 구리 전선의 빠른 움직임은 모두 연결된 것으로 보였다. 전기량이 증가하면 이용 가능한 자기력은 감소한다. 그것은 별개의 힘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힘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패러데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소용돌이 곡선은 통로이고, 그것을 통해 자기는 전기로, 전기는 자기로 전환된다. ‘에너지’라는 완전한 개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각각 별개로 인식되던 두 종류의 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패러데이의 발견은 에너지 개념이 정립되는 데 상당한 촉진제가 되었다. 이때가 패러데이의 인생이 황금기였다. - P36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1905년의 공식에 ‘=’를 이용하게 된 배경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들이 에너지의 모든 원천, 이를테면 화학 에너지, 열 에너지, 자기 에너지, 그 밖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05년의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숨어 있는 또 다른 장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공식은 그곳을 찾기 위한 일종의 망원경이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숨겨진 곳은 우주 저 멀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여기, 아인슈타인을 가르친 강사들 앞에도 늘 존재하고 있었다. - P48

마이트너는 구불구불한 선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 실력은 피아노 연주 실력과 비슷했다. 프리시는 정중하게 연필을 빼앗아 대신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여분의 중성자 하나가 핵의 중심부에 힘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물이 가득 채워진 풍선의 가운데를 누르는 것과 같다. 양쪽이 부풀어오른다. 운이 좋다면 풍선의 고무막은 터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해보자. 가운데를 누르고 풍선이 양쪽으로 퍼지면, 그것이 가운데로 도로 퉁겨 돌아올 때까지 손을 뗀 다음 반대 방향에서 다시 누른다. 몇 번 반복해보라. 풍선은 결국 터질 것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춘다면 힘겹게 눌러댈 필요도 없다. 물풍선이 퉁겨 돌아올 때마다 그저 최대한 퉁겨지도록 둔 다음, 속도를 높여 계속 눌러준다.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뒤틀린 고무 팽창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반대 방향에서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P152

핵은 대개 외부 입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성자는 전하가 없다. 양성자에게 중성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돌진해 온 중성자는 핵에 박혀서 핵의 균형을 깨고, 서로 밀치면서 핵을 비틀거리게 만든다.
지구상에 매장된 우라늄 원자의 나이는 45억 년이 넘는다. 지구가 형태를 갖추기 전, 아주 강한 힘만이 전기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한데 몰아넣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 일단 우라늄이 형성되자 지구가 식고, 대륙이 형성되고, 미국이 유럽에서 분리되고, 북대서양이 천천히 채워지고, 화산 폭발이 일어나 나중에 일본이 될 자리를 형성하며 지구 반대편을 넓히고 있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아교같이 강한 핵력은 양성자가 이제 그런 안정을 깨뜨리고 있는 중이었다.(이때 깨지는 것은 우라늄235이고 우라늄238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옮긴이)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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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열정 편 - 이제 읽을 때도 됐다, 인류 최고 지성들의 마스터피스 고전 리뷰툰
키두니스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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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인데, 가끔 과학과 책에 관련된 만화가 있으면 읽곤 한단다. 책에 관한 만화 중에 아빠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 시리즈란다. 책을 읽고, 그것도 고전을 읽고, 글로 써도 쉽지 않은 리뷰를 웹툰으로 그리다니그리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어서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을 보다 보면 소개해준 책들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되더구나. 마치 가스라이팅 당한 기분이랄까.

키두니스트 님이 2년 만에 새로운 <고전 리뷰툰>을 들고 돌아오셨단다. 부제로 냉정과 열정이라는 제목을 달았고, 이번에 출간한 것은 그 중에 열정 편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책 표지 색상도 짙은 붉은 색으로 한 것 같구나. 전작들은 흑백이었는데, 이번 책은 칼라판으로 출간되어 더 좋았단다. 이번 책에는 모두 여덟 권의 고전 리뷰툰이 실려 있었단다.

제인 에어. 드라큘라. 두 도시 이야기. 웃는 남자. 금각사. 아르센 뤼팽. 오페라의 유령. 삼총사.

이 책을 읽는 시점에서 아빠가 읽은 책은 모두 4편이었단다. 드라큘라, 오페라의 유령, 삼총사, 아르센 뤼팽.. 아르센 뤼팽은 워낙 작품들이 많아서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이 책에서도 소개해준 <기암성> <813>은 읽었으니, 읽는 걸로아빠가 이 책을 읽는 시점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제인 에어>를 읽었기 때문이란다.^^

 

1.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을 만큼의 줄거리 소개와 함께,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실력의 글 솜씨, 아니 그림 솜씨가 일품이구나. 그래서 안 읽은 책들의 리뷰를 보다 보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에 아빠가 안 읽은 책 중에 <금각사>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집에 있으니 조만 간에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지난주에 곧바로 <제인 에어>를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이야기는 <제인 에어> 독서 편지할 때 할 게.

….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고아인 제인 에어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온갖 힘든 일을 다 겪고 결국은 해피 엔딩의 소설이었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영화나 드라마로 너무 많이 유명해진 작품이라서 오히려 책을 읽은 사람이 적은 그런 작품일 거야. 아빠도 몇 년에야 완역본을 읽었으니 말이야. 키두니스트 님이 정리해 주기로는 <드라큘라>는 기록형 문학의 종결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일기와 편지 형식을 빌려 아주 세세하게 기록한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단다.

..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런던과 파리 두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것이래. 키두니스트의 리뷰툰을 보면서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이 책도 우리 집에 있어서 잠깐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았단다. 이번 주말에 꼭 찾아서 조만 간에 읽어보려고 해. 아빠가 관심 있어 하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을 했다고 하니 더 읽고 싶구나.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도 소개해주었어. 아빠가 예전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어서 사 두었었단다. 작년에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을 때도 느낀 거지만, 빅토르 위고의 소설은 스토리 라인 이외에 온갖 잡학사전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읽기 쉽지 않다는 거였어. 키두니스트 님도 그 점을 짚어 이야기했는데, <웃는 남자>도 마찬가지로 온갖 인문학적 사설이 잔뜩 실려 있다는구나. <웃는 남자>의 배경은 영국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작가인 빅토르 위고가 영국을 싫어했는지 영국 비하하는 발언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구나.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는 소설은 교토에 있는 금각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지은이 미시마 유키오라는 사람은 공부도 엄청 잘해서 행정고시도 패스를 했다고 하는데 글도 잘 써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대. 하지만 이상한 짓도 많이 했다는 구나. 30대에는 극우 헬스맨을 자처했다고 하고, 할복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했어. 머리가 너무 좋다 못해 뇌가 과부하가 된 모양이구나.

….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기암성>, <813>도 맛보기로 소개하고 <신사도둑>이 실린 단편집에 대한 소개도 해주었단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오령>은 워낙 오페라로 유명한 작품이라서 이것도 원작을 읽은 이는 적을 수 있는데, 아빠는 오페라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단다. 오페라도 볼 생각은 없었는데, 엄마가 보러 가자고 해서그것도 한참 시간이 지났구나.

마지막으로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누군가 아빠에게 가장 좋아하는 고전 소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답을 한단다. 5권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장이 휙휙 넘어갔던 기억이 있구나. 고전도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었어. 아빠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를 읽고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읽은 책이 바로 <삼총사>란다. <삼총사>를 읽기 전에 어렸을 때 TV 만화 시리즈로도 봤고, 커서는 영화로도 봤기 때문에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었지. 그래서인지 아빠는 <삼총사>보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훨씬 좋았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리뷰툰으로 그려주셨으면 좋겠구나.

….

이번에는 별책부록도 하나 있었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생각하기에 미래에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을 하나 선정해서 리뷰툰을 그려 별책부록에 실었단다. 그것은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인데, 이 책도 출간되었을 때 인터넷 서점에 많이 노출되어 책 제목은 알고 있던 책인데 읽지는 않았단다. 키두니스트 님이 추천한 책이니 이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

만화책이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읽긴 했는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은 좋은 책이었단다. Jiny가 이번에는 만화책을 보냐고 물어봐서, 이 책 재미있다면서 Jiny도 한번 보라고 했잖아. 지금은 바쁘더라도 나중이라도 꼭 한 번 보렴.

그럼은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고전문학 리뷰툰을 그리고 있는 키두니스트입니다.

책의 끝 문장: 세상에는오로지 너무 재밌다는 이유로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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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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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년 전에 재미있게 읽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란 소설의 작가 앤드루 포터의 새로운 소설집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았단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작년에 읽었나? 재작년에 읽었나?  헛갈려서 독서기록을 찾아보니, 이런... 2020년에 읽었네. 벌써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4년 전이라니... 요즘 가끔 이렇단다. 작년에 읽은 책 같은데 찾아보면 훨씬 오래 전에 읽은 것으로 판명되는.... 나이를 먹으면서 뇌 작동에 이상이 오는 건지... 이번에 읽은 앤드루 포터의 소설집 <사라진 것들>도 출간된 지는 꽤 되었는데, 알게 된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에 읽게 된 것이란다. 아빠가 단편소설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들은 전에 읽은 책이나 이번에 읽은 책 모두 좋았단다.

...

이번 소설에는 총 15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두어 페이지밖에 안 되는 엄청 짧은 소설부터 중편에 가깝게 긴 소설들도 있었단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정확하지는 않지만) 사십 대 중년의 유부남이 주인공이라는 거야.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 있고, 육아에 대한 힘듦이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몇 년 전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서 공감이 많이 갔단다.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은 육아는 없겠지만, 때론 자신의 즐거움이 육아로 사라진 것에 대한 솔직한 아쉬움도 소설 속에서 그려진단다. 그 중에 <담배>라는 아주 짧은 소설 속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 아빠조차도 담배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히 느껴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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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때의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든 게 변한다는 것을, 그런 우리가 영원할 순 없다는 것을, 첫 아이가 태어나면 담배가 영원히 사라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와인과 심야의 여유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인생은 더욱 풍부해지고, 사랑과 선의는 두 배가 되고, 집안에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웃음과 더 많은 재미가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줄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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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그러면 이번 소설집에서 몇 편을 소개해 줄게. <오스틴> 어떤 파티에서 정말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났단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이는 주인공뿐이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세월에 묻어나 많이들 변하고 생각하는 것들도 달라져서 한 십대 소년의 죽음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름을 느끼게 되었단다. 젊은 시절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있던 친구들은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거쳐오면서 생각들도 많이 달라진 것 같구나. 아빠가 최근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든 생각이었는데, 아빠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

<첼로>라는 소설은 데이비드와 내털리라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첼로 연주자였던 내털리에에 어느날 파키슨 병과 관련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단다. 소설에서는 파킨슨 병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년의 나이에 몸에 나타나는 증상에 예민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 소설은 그려졌단다. 이것 또한 공감이 많이 가더구나. 아빠도 몇 달 전에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서 재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던 생각이 떠오르더구나. 사십 대가 되면 영양제를 더 찾고 그렇게 되는 법이지.

...

<라인벡>. 리처드라는 주인공에게 20년지기 친구들인 데이비드와 리베카가 있단다. 그런데 데이비드와 리베카는 부부 사이야. 그리고 리처드는 독신이고... 그들은 무척 친해서 늘 이웃에 함께 생활을 해왔는데... .. 그림이 그려지니? 이런 관계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 소재인데 말이야.. 이 소설은 어떻게 끝은 맺었을까?^^

....

<숨을 쉬어>. 주인공의 어린 아들이 수영장에서 빠져 죽을뻔한 사고가 있었단다. 이 일로 주인공이 트라우마로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어. 아이가 가끔씩 큰 기침만 해도 그때마다 아버지는 공황장애에 빠지는 이야기였는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났지? 기억이 벌써 가물하네.

...

<실루엣>. 스티브와 에이미는 부부 사이. 스티브와 폴은 친한 친구 사이. 폴과 일레인은 부부 사이. 그런데 스티브는 정년교수직 임용에 8:7로 떨어지고 말았어. 그런데 그 심사위원 중에 폴이 있었고, 폴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에 강한 의심이 있었고, 정황도 있었어. 폴과 스티브는 여전히 가까이 지내지만, 스티브의 마음 속에서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폴의 집에 방문했을 때, 폴의 집에서 기념품 등 소소한 물건들 이것저것을 슬쩍 집어왔단다. 어느날 그들의 친구 게릿의 부부까지 세 쌍이 함께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 게릿의 아내 린지가 임신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레인이 임신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일행들.. 이런 것도 공감이 많이 갔어. 아빠도 아이가 없는 친구가 섞여 있는 무리에서 이야기를 할 때 조심을 하게 된단다. 스티브와 게릿과 단 둘이 있을 때 자신의 임용 결과에 폴이 반대를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게릿은 폴이 스티브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스티브가 임용이 안 된 것은 폴 때문이 아니라 논문이 부족했기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렇지.. 교수 임용이 안되었다고 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야지.. 남을 탓하고 있는 수준이니 교수 임용이 안 되었을 수밖에...

...

<>. 이 소설은 주인공과 별거 중인 아내 알렉시스의 이야기란다. 딸 리아는 주인공과 함께 지내는데, ‘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라 그런지 아내 알렉시스가 참 못 되게 나오는구나. 알렉시스가 우울증을 겪고 있긴 하지만, 딸의 행사에는 참석해 주었으면 했는데, 약속하고 오지도 않고, 여러 번 딸 리아에게 상처를 주더구나이 소설은 남편 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인데, 아내 알렉시스 관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쌍방의 문제, 특히 남녀의 문제는 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히메나>. 이 소설은 주인공 와 아내 칼리의 이야기란다. ‘는 현재 무직이고 상속으로 받은, 많지는 않은 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하고 있고, 아내 칼리는 직장에 다니고 있단다.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 히메나라는 예술을 전공하는 여대생이 살고 있었는데, ‘는 히메나와 안면을 튼 이후 많은 시간 히메나와 노가리나 풀고 있었어. 그런 시간들이 쌓여 둘 사이는 애매한 사이가 되었어. 히메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는 플라토닉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는 스스로 선을 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는 듯 했어. 그러면서도 찔렸는지 아내에게는 히메나의 일을 비밀로 했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 칼리도 히메나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야.. 이런 관계의 끝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지만, 선을 넘지 않고 비밀을 지켰다는 이유로

마지막으로 실린 작품이 소설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사라진 것들>이란다. 이 소설도 유부남으로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다가 결국은 선을 넘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어. 주인공 와 타냐는 부부 사이이고, 그들에게는 친구 대니얼이 있었어. 그런데 대니얼이 트레일 도중 실종되고 말았단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도 찾질 못해서 장례식도 했단다. ‘는 장례식을 마치고 집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대니얼이 살던 집에 갔어. 대니얼에게는 여친 앙투아네트가 있었는데, 앙투아네트가 홀로 집정리를 하고 있었어. ‘는 대니얼의 집에 이틀간 머물면서 앙투아네트와 집정리를 하면서 대니얼을 추모했는데, ‘와 앙투아네트는 서로 이상한 감정이 생겼어. 어쩌면 그들은 그 동안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나타난 일탈인가 싶기도 하고하지만 앞서 이야기했지만 선은 넘지 않았단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40대 유부남인데 이삼십 대의 뜨거웠던 열정이 조금은 식은 시기불 같은 사랑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을 추구하라는 시기그래도 내적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주인공들을 느낄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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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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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앤드루 포터는 사십 대 유부남의 심리를 잘 파악한 것 같았어. 앤드루 포터의 약력을 보니 1972년생으로 이제는 오십 대가 되었구나. 이젠 오십 대 남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으려나?^^ 다음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오십 대 남자들이 차지하려는지 지켜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며칠 전 밤에 오스틴 인근 웨스트레이크힐스에서 열린 파트에서 바람을 쐬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뒷마당 야외 화로 주위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는 옛친구들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이 순간이 계속되는 척할 반시간, 어둠 속에서 고요히, 하지만 둘이서 함께 물에 뜬 채로 누워 있을 반시간, 해가 뜨고 어둠이 걷히면서 이젠 떠나야 한다는 것을,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깨닫기 전까지의 반시간.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늦은 밤이 의자에 앉아 나 자신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하고 술을 홀짝이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목적에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벽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솟아오르고 더욱 거대한 부재의 울림이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이 늘 있었다. 이런 기분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쇼팽 음악에 집중했다. 이제는 다른 곡이었다. 녹턴, 섬세한, 서정적인, 부드러운. - P21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었다. - P92

모두가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얼마나 추운지 보여주려고 입김을 불고 있고, 우리의 숨결은 안개처럼 공기 중에 서린 채 멈춰 있다.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트리트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난방장치가 늘 고장났다-그날이 언제였는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 P126

"아까 애들 얘기할 때 말이에요.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아이들이 있으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잡다한 데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개릿이 나를 보았다. "애들이 생기기 전에 나는 경력에 온 신경을 쏟았는데-정말로 그 생각밖에 안 했는데-그러면 너무 비참해졌죠. 그런데 지금은 전혀 신경 안 써요. 그 사소한 문제들, 알잖아요, 그 자잘한 문제들-학과 내 정치라든가 그런 것-그건 그냥 잊게 돼요." - P187

이 식당 밖의 세상에서 내 인생은 혼란 그 자체였다. 집에 어린아이가 둘 있어서 아내와 나는 잠을 거의 못 자고 심지어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이 식당에 있으면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사십오 분 동안 수프를 먹고 신문을 읽고 가끔은 와인을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식당은 어둡지만 편안했고, 배경음악은 주로 경쾌한 어쿠스틱 멕시코 음악으로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온 오래된 곡들이었다. 손님들도 대체로 나이가 많거나 그렇게 보이는 이들, 모르긴 해도 이십 년, 삼십 년 동안 이곳에 드나들었을 사람들이었다. - P232

그해 봄에는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한층 실감했다. 물론 거울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곳에서도 느꼈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젊은이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아무도 나를 의식하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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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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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장다혜 님의 <탄금>이라는 조선 시대 사랑과 음모를 속도감 있게 그린 소설을 본 적이 있단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봤는데 책 디자인이 <탄금> 스타일과 비슷해서 지은이를 봤더니 장다혜 님이더구나. <탄금>이 아빠의 취향에 완벽하게 맞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작품은 어떤가 싶어 읽은 것은 바로 <이날치, 파란만장>이라는 소설이란다.

이날치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검색해 봤더니, 몇 년 전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동영상 속의 삽입되어 엄청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를 부른 국악퓨전밴드 이름이 이날치였더구나. 이 소설이 그 밴드와 무슨 연관성이 있으려나? 알고 봤더니 이날치는 19세기 조선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소리꾼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국악퓨전그룹 이날치가 그룹명을 지은 이유가 그런 거였구나. 이번 장다혜 님의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 시대 소리꾼 이날치에 관한 소설이란다. 지은이의 말을 보니, 이날치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꿨다고 하더구나. 이날치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럼 이야기해줄게.

 

1.

계동이라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계동의 아버지는 머슴이었는데 역병에 걸려서 함께 강제로 격리되었단다. 계동은 역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계동의 아버지는 함께 격리되어 있다가는 아들 계동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가게 했단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름을 버리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라고 했고,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 했기 때문에 소리꾼이 되라고 했어. 당대 유명했던 소리꾼이었던 송방울처럼 말이야. 그렇게 어린 계동은 아버지와 헤어지고, 이경숙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한양으로 길을 떠났단다. 어린 아이 혼자 한양 가는 길이 쉽지 않았겠지. 이제부터 경숙이라고 부를게. 경숙은 가는 길에 화정패라고 하는 남사당패에 들어가게 되었고, 묵호라는 사람이 경숙을 보살펴주면서 줄타기를 가르쳤단다. 그런데 경숙이 줄타기에 재능이 있었던 거야

남사당패에 들어온 지 4년만에 경숙은 최고의 줄꾼이 되었고 잘생긴 외모에 인가도 많았단다. 줄꾼으로 뛰어나고 날래다고 해서 날치라는 별명이 생겼고, 그때부터 경숙은 이날치로 불렸어. 이제부터는 이날치라고 부를게. 유명한 줄꾼이 되었지만, 이날치는 여전히 소리꾼이 되고 싶었어. 무작정 송방울의 집을 찾아갔지만, 청지기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단다.

이날치가 속해 있는 화정패는 한양에 머무르면서 공연을 했단다. 이날치가 머물고 있는 곳에 백연이라는 장님도 있었단다. 어떤 사연이 있어 장님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연은 홀로 지냈고, 곡비 일을 했단다. 곡비라는 것은 아빠도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돈을 받고 다른 상갓집에서 가서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또 한 명의 주요 인물 중에 채상록이라는 사람이 있단다. 채상록도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란다. 왕의 딸인 자헌 공주가 채상록을 좋아했단다. 하지만 채상록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어. 화양이라는 여인이었지.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자헌 공주가 화양이라는 여인을 다른 왕자와 결혼시키게 했어. 그리고 청나라에 갔다가 그만 풍토병에 죽고 말았단다. 실제 풍토병으로 죽었는지 자헌 공주가 모략을 꾸몄는지는 모를 일이지. 채상록은 거의 왕의 명령에 의해 자헌 공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자헌 공주는 결혼하지 1년 만에 낙마 사고로 죽고 말았단다. 채상록은 젊은 나이에 홀아비가 된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재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공주의 남편이자 왕의 사위였기 때문에 재가도 어렵고 홀로 지내면서 왕의 행사에 참가를 해야 했단다. 왕의 눈치도 엄청 보면서 말이야.

어느날 채상록은 상갓집에 문상을 갔다가 곡을 하는 백연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화영과 비슷하여 깜짝 놀랐단다. 백연을 보기 위해 상갓집마다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백연과 연을 맺을 수 없었단다. 신분 차이로 강압적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감시의 눈들이 많고 양심에 걸리기도 했지.

..

 

2.

그런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지 시작했어. 화정패의 우두머리 꼭두쇠의 딸 비금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이날치를 짝사랑을 했었는데, 이날치와 백연이 풋풋한 인연을 만들어가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고, 채상록도 마찬가지였단다. 채상록이 백연을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것을 알게 된 이날치는 백연과 함께 도망을 가서 숯골이라는 골짜기에 숨어 지냈단다. 채상록은 결국 그들의 거처를 알게 되었고, 이날치가 없을 때 백연을 속여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집에 가두었단다.

구용천이라는 소리꾼을 소개해야겠구나. 예전부터 국창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사람. 원래는 동생이 훨씬 소리를 잘했는데, 동생이 그만 죽고 말았지. (이것도 구용천의 짓이라는 소문이 있었어.) 구용천은 아이들의 피를 마시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법으로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마시곤 했단다. 그런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리고 말이야.

그런데 그 일을 맡아서 했던 이가 충격적이게도 이날치를 어렸을 때부터 보살펴 주었던 묵호였단다. 이날치가 한양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도망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바로 묵호와 구용천의 짓이었던 거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날치는 심한 배신감이 들었고, 묵호와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는데, 묵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싸움 도중에 스스로 목에 칼을 찔러 죽고 말았단다. 이럴 것까지 없는데이날치도 그래도 묵호가 보살펴주었던 고마운 정도 있었기에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묵호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묵호는 죽고 말았단다.

화정패의 또 다른 안 좋은 일.. 화정패의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도박에 빠져 자신의 전재산을 날리고 이날치를 판돈으로 걸어 지고 말았단다. 이제 이날치를 꼼짝없이 다른 사람에 넘겨야 했는데, 이날치를 다른 이에게 넘길 바에야 재능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이날치의 발 힘줄을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갈수록 첩첩 산중. 그 와중에 화정패가 묶고 있던 곳에 큰불이 일어나 모두 타 버리고 목숨만 간신히 살렸단다.

목숨만 간신히 건진 이날치는 송방울이 거처하고 있다는 금강산으로 무작정 찾아갔단다. 결국 송방울 만나 그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었어. 나중에 송방울의 집을 찾아가보니 송방울의 부인이 말씀하시길 송방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날치를 가르쳤던 이는 누구? 송방울의 혼령이었던가.

이날치는 삿갓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소리꾼으로 활동을 하였고, <아무개전>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어.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누구나 그것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구용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그렇게 구용천을 고발하는 공연이었지.

한편 채상록은 역모에 연루되어 유배 가는 길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백연은 궁궐로 끌려가 의녀가 되었단다. 나라에서는 매년 자헌공주의 기일에 제물을 받치는 의식을 벌였는데 매년 동물들로 하다가 이번에는 사람을 제물로 쓰려고 했어. 그 대상은 백연이었고 말이야. 한양으로 돌아온 이날치가 이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한 발 늦어 백연은 이미 죽고 말았단다. 이날치는 백연의 생전 소원대로 묘지에 잘 고이 잘 묻어주었단다. 이후 이날치는 소리꾼으로 크게 성공하고, 궁궐로부터 입궐 명을 받게 되었단다. 그렇게 이날치는 국창이 되었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궁 안에는 백연을 죽인 이들이 있었을 텐데, 이날치가 마음 편히 국창으로 소리를 했을까. 지금까지의 이날치 캐릭터를 봤을 때 복수의 목적이 아니라면 국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소설은 여기가 끝이 났으니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고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역병이었다.

책의 끝 문장: 바야흐로 피곤한 국창의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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