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구원
구원이라는 게 별스럽지 않다. 자기의식이 자신의 삶과 실천 속에서 완전히 녹아든 게 바로 구원의 징표다.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의식이 소외되거나 스스로 버성기지 않으면 그것으로 좋다. 이론과 함께 이론을 넘어, 삶과 세상 속으로 지혜롭게 개입하는/응하는 실천이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면 그게 곧 구원이다. 이 열매의 핵심은 ‘돕기‘이며, 그 모든 공부의 수행의 유일무이한 형식은 오직 ‘당신은 타인을 도울 수 있는가?‘로 귀결한다. 그러므로 이웃을 도울 수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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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18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날씨가 많이 더웠습니다.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고 해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5-18 09:11   좋아요 0 | URL
최근 며칠 저녁 피로도가 높아져 일찍 자고 있어요. 저의 ‘일찍‘은 12시이긴 하지만요. ㅋㅋㅋㅋ 날이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 페이퍼가 올라오는 시간이 많이 늦으셔서 날씨때문에 잠들지 못하시는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서니데이님도 체력 관리를 잘 하시길 바라요. ^^
 

짧은 서문임에도 순우리말과 뜻깊은 한자어구들이 머리 속을 울린다. 자주 쓰지 않거나 사장되었지만 아름다운 단어들. 어떤 이는 자주 쓰는 말로 풀어쓰지 않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사물에 꼭 맞는 하나의 단어가 있듯 하나의 의미나 감정은 가장 적확한 한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어쩌면 우리의 언어 일상은 아름다운 굴곡이 있는 세상을 거칠게 깎아 비슷해보이는 평이한 단어로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담박한 생활과 비근한 사유의 집심과 근기는 오직 낮은 중심에서 생깁니다. 이미 낮은 중심의 공부에 관해서는 여러 글에서 자주 언질하였지만, 부랑조급한 마음과 태도로써는 근실한 생활과 긴 호흡의 사유를 일구어낼 도리가 없지요. 낮아야 비로소 보이고, 낮아야만 멀리 갈 수가 있습니다. 인문학이나 수행의 공부길은 인간됨을 통한 개입의 실천과 뗄 수 없이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혹 겸허나 빈터, 허정명철 혹은 적정을 말한다면 그것은 곧 존재론적인 것입니다.
생활을 줄여서 허영과 쏠림에서 벗어나고, 그제서야 드러나는 미립과 기미와 이치들에 주목해 보세요. 기명과 실제의 이론들은 이렇게 생성됩니다. 수입상과 유통상이다 못해 아예 표절의 동네 속에서 나번득이는 짓이 이젠 부끄럽지 않나요. 그래서 낮아지고 낮아지는 게 요령이지요. 그래야만 높아지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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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1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자가 동명이인이라
잘못 알고 겨우 읽었는데..ㅠ

DYDADDY 2023-05-15 17:04   좋아요 1 | URL
저와 같은 실수를 하셨군요. 저는 이 철학자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간간이 동명이인인 분의 책을 읽고 당황한 적이 있어요. ㅎㅎㅎ 두분 모두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 혼동이 많이 됩니다. ㅠㅠ

cyrus 2023-05-15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책 좋아하는 지인도 동명이인인 줄 모르고 <동무론>을 샀어요. 그런데 이 저자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분이 쓴 다른 책들을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

DYDADDY 2023-05-16 01:08   좋아요 0 | URL
잊혀져가는 순우리말이나 한자성어를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기에 독자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어느 팟캐스트에서 저자가 ‘톺아 보다‘라는 구절을 썼는데 이제는 유튜버들도 그 구절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그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을 들었어요. 이런 분이 TV에 나오면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이분 성향상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

서니데이 2023-05-16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저자를 보고, 사상사 연구하시는 동명의 서울대 교수님이 쓰신 책인 줄 알았는데, 다른분이네요. 책소개 읽어봤는데, 내용이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찾아보니까 동명이인이군요.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 중에 한자어가 많은 편이라서, 순우리말이 그렇게 많지 않을거예요.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5-16 02:02   좋아요 1 | URL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두 저자때문에 독자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맞아요. 일상어 중에는 한자가 많고 학생 중에는 이 단어가 한자어였냐며 놀라는 경우도 있더군요. 익숙하면서도 파고들면 이상한 것 같아요. 순우리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로 뭉뚱그려 사용하죠. 사람의 사고와 언어 활동은 되먹임 관계라서 우리의 사고도 그렇게 뭉뚱그려질까 저어됩니다.
서니데이님도 충분한 수면을 하시기를 바라요. ^^

서니데이 2023-05-16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많이 더웠는데, 시원한 하루 보내셨나요.
5월인데 6월이나 7월처럼 기온이 높은 날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5-17 08:16   좋아요 1 | URL
이번 주부터 반팔로 입기 시작했어요. 간간이 기온이 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여름까지는 계속 더울 것 같아요. 봄이 길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지나고 보면 그 기간이 그리 길었나 싶은 것처럼요. 올해 여름은 정말 더울 것 같으니 여름 날 준비를 미리 해두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좋은 날이 되시기 바라요. ^^
 

4장 꿀꺽 삼켜진 자연 : 수탈, 돌봄, 정치와 얽혀 있는 생태 위기 - 왜 생태정치는 환경을 넘어 자본주의에 맞서야 하는가

말하자면 반자본주의는 모든 역사적 블록에 필수적인 ‘우리‘와 ‘저들‘ 사이의 대립선을 긋는 역할을 한다. 이는 탄소거래제가 신용 사기일 뿐임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며, 생태정치의 모든 잠재적인 해방적 흐름이 ‘ 녹색자본주의‘와 공개적으로 인연을 끊도록 압박한다. 또한 각 호름이 그만의 아킬레스건, 즉 자본과 대결하길 꺼리는 성향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압박한다. 그런 아킬레스건은 (환상적인) 연결에서 벗어나기de-inking 로 나타나기도 하고, (편향적인) 계급 타협이나 극단적 취약성의 (비극적인) 평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퍼즐의 반자본주의 조각은 공동의 적을 지목함으로써 탈성장, 환경정의, 그린뉴딜 각각의 지지자들이 정확한 방향에 관한 동의를 바탕으로 함께 여행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비록 지금은 그 정확한 방향을 상상하기 힘들지라도 말이다.
물론 결국 어느 방향에 닿게 될지, 혹은 지구가 계속 가열되다가 마침내 끓어오르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후자의 운명을 피할 최대의 희망 역시 ‘환경을 넘어서는 반자본주의적‘ 대항해게모니 블록을 건설하는 데 있다. 이 블록이 정확히 어떤 목표점으로 우리를 인도해야 한지는 아직 불분명한 점이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목표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나는 ‘생태사회주의‘를 선택하겠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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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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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몇년간 관리하지 않던 일을 맡아 이틀간 정신이 없이 이리저리 표류하다 어찌어찌 시작을 했다. 분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결국 맡겨진 일이니 어떻게든 해야겠지.
결국 책에서 위로를 받는다. ‘위로 받으려고 읽는 책이니 위로를 받아내겠어‘라고 비장하게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다가 스르르 풀어졌다.
생각해보면 그 일과 비슷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혼자였으니 당연히 내게 올 일이었고, 오히려 혼자서 처음부터 하나씩 뜯어고쳐가며 할 수 있는 일이니 다른 일보다 더 낫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던 일에 더 얹은 것이니 마음만이라도 긍정적으로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은 좋은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들어있는 과자 종합세트이다.

이젠 인생의 모든 순간을 내 마음에 드는 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아마 그런 삶은 여간해선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을 견딜 수밖에. 인생은 종합세트이니까.

지금의 삶이 변변치 않으면 지난날들도 다 부질없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찬찬히 돌아보면 나도 뭔가 하긴 했다. 배우고 싶던 걸 배운 적도 있고,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들기도 했고, 하고 싶던 것을 조금이나마 했고, 새로운 경험도 해보았다. 제일 중요한 돈이 없긴 한데 아무튼 살아 있긴 하다. 여전히 못난 사람이긴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생각은 한다.

다만 내가 나아지는 속도가 세상의 속도보다 너무 늦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세상이 ‘이 정도로는 어림없지. 넌 탈락이다’ 하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나에게 맞는 수심과 유속의 강을 찾으면, 그때 배를 띄울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조금씩이라도 내 배를 만들어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영영 배 같은 거 띄울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대도 ‘그렇다면 별수 없죠’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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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13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샀었는데, 그게 몇 년 전의 일 같긴 했는데, 벌써 2017년의 책이네요.
이 작가 이름이 ˝도대체˝라는 것도 재미있고, 또 제목도 좋아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책은 많이 기억나지 않고요.^^;
벌써 5월 두번째 주말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DYDADDY 2023-05-13 02:41   좋아요 1 | URL
어쩌면 트위터 성향(난 망했다, 우리는 망했다)에 어울리는 평범한 내용의 책이에요. 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을 책이지만 위로라는 것은 거창할 필요 없이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것이니까요.
저도 작가 이름에 먼저 당황하고, 그것이 필명이라는 것에 안심하고, 그러다 왜 필명을 저렇게 지었을까 하다가 읽기 시작했어요. ㅋㅋㅋㅋ
서니데이님도 화창한 날씨의 주말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발이 다 나으셨다면 나들이를 다녀오시는 것도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