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귀엽고 생각거리가 있는 단어들을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그러모아 집을 만들고 그 안에서 돋보기나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세상과는 다른 것이 보인다. 연상작용을 통해 하나의 단어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터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다.

하지만 단어 수집가가 되자는 작가의 말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진다. 커서 공포증이라는 증상이 있듯이 막상 글을 쓰려면 어떤 단어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해진다. 그렇게 깜박이는 커서를 앞에 놓고 결국 아무 글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보자. 그 시작이 어디에 가서 닿을지는 몰라도 끝을 갈망하지 말고 계속 써보자.

‘끝!‘이라 쓰면 ‘참 잘했어요’도장을 찍어주는 선생님은 이제 없다. 살아 있는 한 끝은 영원히 유예된다. 끝은 죽은자의 것. 그러니 나는 끝이 아닌 끗의 자리에서, 끗과 함께, 한 끗 차이로도 완전히 뒤집히는 세계의 비밀을 예민하게 목격하는 자로 살아가고 싶다. 여기 이곳, 단어들이 사방에 놓여 있는 나의 작은 놀이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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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관한 설명을 전개하며 나는 자본주의의 뚜렷한 경제적 특징이 ‘비- 경제적‘인 배경조건에 의존함을 보여주었다. 즉 사적 소유, ‘자기‘ 확장하는 가치의 축적, (이중으로) 자유로운 노동 등 상품 생산 투입요소의 시장적 할당, 사회적 잉여의 시장적 할당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각각 사회적 재생산, 지구 생태계, 정치권력, 인종적 피억압자에게서 수탈한 부의 지속적 유입 등 네 가지 결정적 배경조건 덕분에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 네 가지 배경이야기와의 관계 속에서 마르크스의 본이야기가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정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마르크스적 관점을 비판적 이론 작업의 다른 해방적 흐름들, 즉 페미니즘, 생태주의, 정치이론, 반제국주의•반인종주의와 연결해야만 한다 - P54

자본주의를 이러한 분리에 바탕을 둔 ‘제도화된 사회 질서‘라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젠더 지배, 생태계 악화, 인종적•제국주의적 억압, 정치적 지배와 구조적으로 중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이들 모두가 자본주의의 전경에서 드러나는 임금노동의 착취 역학과 구조적으로 결부되어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 P59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전경/배경 관계에 관한 설명이 정확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자본주의의 ‘비-경제적‘ 영역들은 자본주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조건 구실을 한다. 즉, 자본주의 경제는 그 존립 자체를 자본주의의 ‘비-경제적‘ 영역들 에서 나오는 가치들과 투입요소에 의존한다. 하지만 둘째로, 자본주의의 ‘비-경제적‘ 영역들은 각기 고유한 무게와 성격을 지니며, 특정한 환경에서는 반자본주의 투쟁에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째로, 이 영역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적 부분으로서,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와 화합하며 서로를 구성해왔고 이러한 공생관계가 각 영역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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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유대감이나 사랑을 느끼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후군이다.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의 필요조건은 4가지로 주관적 생존 위협은 인질이 주관적으로 생존 위협을 느끼며 인질범이 그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며 주관적 친절은 인질이 공포 상황 속에서 인질범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고립은 고립은 인질이 인질범이 아닌 타인의 시각으로부터 차단되어 고립되는 것이고, 주관적 탈출 불가능성은 인질이 주관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자을 인질, 남자을 인질범으로 대입하여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으로서 여자의 스톡홀름 증후군을 유발하는 조건들을 설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여 남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탈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유사 이래로 그러한 예가 없기 때문에 저자는 페미니즘 SF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 대안은 ‘공간 마련하기, 역사 기록하기, 우리 편 챙기기, 빠삭해지기’이다. 저자는 이 대안 중 하나 이상을 연결할 때 각각의 페미니즘 운동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며, 이러한 여자들의 저항과 불복종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 지푸라기가 얹어지는 순간 가부장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었다. 여자들은 왜 저 살인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하는가. 그리고 왜 남자들은 그러한 여자들을 집요하게 공격하는가. 경찰 조사에서 범인은 피해자 선정을 여자 한정으로 고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 위생이 불결하여 음식점 서빙에서 주방 보조로 옮겼는데 아무 이유없이 여자가 자신을 음해하여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살인의 이유였다. 과연 남자가 피해자였을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가 맞다고 생각했고 남자 동료와 언쟁을 하기도 했다. 그당시 언쟁의 내용은 ‘그럼 모든 남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것이냐’였는데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남자는 여자에 대해 인질범이다’라고.

이 책을 읽으며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북플에서 여자 지인분들과의 댓글 장난에도 끼어들지 못했다. ‘모든 남자’에는 나도 포함되기에 북플을 그만두는 것이 나은 선택이 아닐까 라는 자문도 했었지만 다행히 저자는 마지막 글에 희망을 남겨놓았다.


언젠가는 우리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남자를 사랑하는 걸 그만두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본 장을 끝맺으려 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여자를, 상호 간에 힘이 되는 관계를 우리와 함께하기로 선택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 사랑으로 아주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이 자기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권력이 공평히 분배되는 가모장적 체계라는 비전이 성큼 현실로 다가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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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25 2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댓글이 뜸한 이유가 이 책 때문 이었습니까!! ㅎㅎ

DYDADDY 2023-04-26 00:01   좋아요 0 | URL
남송(남자라서 죄송)에 익사하기 직전이라 특히 성에 관련된 글에는 댓글을 달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문단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익사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5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댓글이 뜸하셔서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 염려하고 있었어요!! 대디님 댓글이 보이지 않으니 허전합니다😭 책 내용에 대한 깔끔한 정리도 마지막 인용구도 참 좋네요. 특히 이 부분이요. “상호 간에 힘이 되는 관계를 우리와 함께하기로 선택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그 사랑으로 아주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건 두번 보기!! (떠나지 마세요 대디님ㅠㅠ)

DYDADDY 2023-04-25 21:31   좋아요 2 | URL
글이 매끄럽지 않은 이유는 책에 거론된 과격한 표현에 대한 내용을 들어내서 그래요. 그리고 이렇게 다정하고 재미있는 분들을 어떻게 떠나나요? ㅎㅎㅎ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비유하자면 사장이 자본론을 읽고 직원들에게 지금까지 착취했던 것을 알았으니 이제 회사 문을 닫는다 라고 했을 때 느낄 황당함과 절망같다고나 할까요. 저 혼자만 느낄 수는 없으니 짝궁님께도 추천드려요.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7 10:00   좋아요 1 | URL
후후후 짝꿍에게 여성주의 서적을 꾸준히 읽힌 결과 이 책을 알아서 사오게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둘 다 아직 안 읽었지만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3-04-25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게 많은 남자들이 스스로 자기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분노하는 모습인데요, 사실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본인 스스로 그럴 일이 결코 없다면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북플에서 성적 농담은 조심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남자였다면 다락방님하고 그렇게 못 놀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큰일 남 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5 22:03   좋아요 2 | URL
아니.. 그렇게가 어떻게죠? 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ㅌㅌ 저 너무 공식적으로 19금 중년됐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25 22:09   좋아요 1 | URL
ㅇㅇ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25 22:3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이 책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가 ‘주관적‘이에요. 남자의 시각에서 범죄자는 여자의 시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꼭 범죄가 아니더라도 여자에 대한 미세가해는 숨쉬듯이 일어나고 있지만 남자는 인지를 못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려는 습성이 있지요. 책에서 여자가 받는 일상적인 가해를 남자가 당한다면 이라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어요.
성적인 농담이나 성에 관련한 글의 댓글은 앞으로도 조심하려고 해요. 댓글을 안달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조절하며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ㅎㅎㅎ

DYDADDY 2023-04-25 22: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 19금은 아니에요. 거기에 더하기10을 하셔야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소민아 2023-04-27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아직 안 읽어서요)...제목과 부제만 보고 든 이미지 하나는...

데이트하다 갈라지거나 결혼이 깨지면 엑스 여친과 엑스 와이프를 스토킹하고 가해하는 남자는 많은데 (기사에서 보면요)...여자는 상대적으로 적(저는 본 기억이 없네요)다는 거죠.

남자가 더 ‘미련‘적인 걸까요.
아님, ‘소유권‘ 면에서 남자가 더 적극적이란 뜻일까요.

이 책은,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서...인질이란 건가요?
아무래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여자는 남자의 인질이다‘란 제목이 묘하게 확 다가오네요.

DYDADDY 2023-04-27 09:43   좋아요 1 | URL
스톡홀름 증후군의 인지부조화를 여자라는 개인과 집단에 적용하여 폭압적인 가부장제도와 남성의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순응하는 것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과 인질범의 관계 도식으로 표현되기에 비유적인 제목입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책이니만큼 염두에 두시고 읽으시는 것이 좋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3-04-27 12:36   좋아요 2 | URL
남자가 더 폭력적이라 그렇습니다.
 

생산과 재생산의 분할은 보편적이기는커녕 자본주의와 함께 역사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단번에 쉽게 정착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분할은 자본주의 발전의 각 국면마다 다른 형태를 취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했다. 20세기에는 사회적 재생산의 몇몇 측면들이 공공서비스와 공공재로 바뀌어 탈사유화되면서도 상품화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가 이러한 서비스를 다시금 사유화.상품화하고, 사회적 재생산의 다른 측면들마저 상품화함으로써 이 분할이 다시 변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자본주의의 현재형은 공적 지원 축소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여성을 대거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에 충원한다. 이로써 이전에 상품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을 분리시켰던 제도적 경계선을 옮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젠더 질서를 재배열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사회적 재생산을 둘러싼 제 살 깎아먹기로서, 자본이 사회적 재생산을 공짜로 (보충도 하지 않으며) 먹어 치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제3장에 서 보겠지만, 그 결과 축적의 이 핵심 조건이 자본주의 위기의 주된 발화 지점으로 바뀌고 있다. - P42

이 분할 역시 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했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국면은 ‘더 많은 자연‘을 경제 영역의 본이야기에 끌어들이는 새로운 인클로저 물결(예를 들어, 물의 상품화)이 시작되게 만들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는 자연/인간 경계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제로 새로운 재생산 기술이 등장하고 사이보그의 진화가 계속됐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자본이 자연과 ‘화해‘하기는 커녕 자연을 놓고 더욱 집중적으로 제 살 깎아먹는 짓을 벌이도록 만들었다. 마르크스가 기술한 토지 인클로저가 이미 존재하는 자연 현상만을 시장화한 것과 달리, 이 새로운 인클로저는 자연‘내부‘에 깊이 침투해 자연 안의 문법마저 바꿔버렸다. 마지막으로 신지유주의는 환경주의를 시장화했다. 이를테면 탄소 할당 배출권 cartbon permits과 상쇄배출권offset, 그리고 ‘환경 파생상품‘의 활발한 거래가 그 예다. 이로 인해 화석 연료 사용에 의존하는 지속 불가능한 삶의 형태를 바꾸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장기 투자는 자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4장에서 살펴보겠지만, 남아 있는 생태 커먼즈commons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자본 축적의 자연적 조건을 자본주의 위기의 또 다른 핵심 교차점으로 만들고 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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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체제이든 세대가 넘어갈수록 개혁이나 혁명의 가능성은 감소한다. 세대가 넘어갈수록 점차 그 체제가 디폴트로 받아들여지면 다른 체제에 대한 상상력은 뜬구름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세기의 반이 지나가면 이 모든 희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인식으로 무장한 이 책은 절박한 실존적 물음을 제기한다."우리는 끝장났는가?" 우리는 인류를 멸종 위험에 몰아넣고 있는 이 시스템을 해체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시스템이 낳은 복합 위기 전반을 힘모아 함께 해결할 수 있 을까? ‘단지‘ 지구 가열, 우리의 집단적인 공적 행동 역량의 전진적 파괴, 서로를 돌보고 사회적 결속을 유지하는 능력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그 피해가 빈민층과 노동계급, 인종화된 대중에게 전가되는 것 등등 가운데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해악이 서로 긴밀히 얽혀 있는 전반적 위기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 까? 우리는 다양한 사회운동, 정당, 노동조합, 그 밖의 집합 행위자들의 투쟁을 조율하는 비전을 갖춘, 충분히 포괄적인 대항해게모니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을까? 그 생태적-사회적 변혁의 프로젝트가 식인 행위를 영원히 종식되도록 할 수 있을까? 현 국면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아니면 결실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에서 내가 주장하는 바다.
더욱이 일단 우리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하고 나면, 이 자본주의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지에 관한 비전 역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사회주의‘라 부르든 아니면 다른 뭐라 부르든,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은 시스템의 경제 영역 재편만을 목표로 삼을 수 는 없다. 경제 영역이 현재 제 살 깎아먹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저 모든 형태의 부가 경제 영역과 맺는 관계 역시 재편해야만 한다. 즉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 사적 권력과 공적 권력의 관계, 인간 사회와 비인간 자연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한다. - P22

따라서 요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화된 측면‘과 ‘비시장화‘된 측면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외적 현상이나 우연적인 경험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DNA에 각인된 특징이다. 사실 ‘공존‘은 이 둘의 관계를 포착하기에는 너무 약한 단어다. 더 나은 단어는 ‘기능적 중첩 imbrication‘이나 ‘종속‘이겠지만, 이런 말들도 이 관계의 도착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앞으로 논의를 통해 더 분명해지겠지만, 이러한 측면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하는 말은 ‘제 살 깎아먹기 cannibalizatio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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