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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에게
당신을 만나기도 전에 당신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하는 (또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삶의 방식과 관련된 모든 것이 바로 "실존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 그래서 결국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보다 더 실존적인 질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저 간단하기만 한 물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면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삶과 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 노력의 정점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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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라는 주제가 수치심과 비웃음, 침묵으로 은폐되어 있으므로 고정 관념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을 (특히 어린아이를) 죄의식과 무가치함, 혼란 등의 나락에 빠지는 듯한 감정으로 몰아넣는다. 반혁명 시대에 성적 고정 관념에 대한 집착은 (문학과 문학 비평을 포함한) 모든 행위 영역에서 새로운 도덕이 되었다. 선악, 미덕, 동정심, 판단, 비난 등은 자신의 범주에 성적으로 순응하느냐의 문제였다. 어떤 이데올로기도 희생자에 대해 그렇게 잔인하고 총체적이며 논박할 수 없는 통제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출생(이데올로기의 출발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성원이 된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모든 증거의 무게는 사실상 개인에게로 이동한다. 변경 불가능하게 한쪽 집단으로 태어나는 주체는 매 순간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특성에 복종하여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증명해야만 한다.
이러한 딜레마에 저항하고, 상처를 입고, 낙인찍히고, 치유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탈출구도 없다. 급진적 정신이 되살아나 자유롭게 해줄 때까지 우리는 거대하고 음울한 성적 반동이라는 철책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발적인 대중 운동을 검토해 보면 인간의 이해력이 변화를 향해 성숙해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미국에서 새로운 여성 운동은 흑인 운동 및 학생 운동과 점차 급진적으로 연대하여 그들과 동등하게 제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진보적 대안과 정치적 억압 사이에 있는 이 순간에, 여성은 국가의 분위기를 의미심장하게 변화시키는 매우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됐던 집단이며, 수적으로나 열정의 측면에서나 오랜 억압의 역사에서나 가장 거대한 혁명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사회 혁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전 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억압당한 집단들(흑인, 학생, 여성, 빈곤층)의 연대를 통해 사회의 근본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비단 성 혁명의 실현에서뿐만 아니라, (성적이든 아니든) 서열이나 규범적 역할에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추진력을 모으는 데 특히 적절하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인격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인류를 성적 • 사회적 범주와 횡포와 성적 고정 관념에의 순응에서 해방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인종적 신분 계급caste과 경제 계급class을 폐지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제2의 성 혁명 물결은 마침내 인류의 절반을 태곳적부터 계속되어온 예속에서 해방하려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인간애로 훨씬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심지어 가혹한 현실 정치에서 성의 범주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지금 사는 사막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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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최대의 심리적 무기는 가부장제의 보편성과 오랜 역사밖에 없을 것이다. 가부장제와 대조되거나 가부장제를 논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는 계급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가부장제는 스스로를 자연으로 간주하는 성공적 습성을 통해 계급보다 훨씬 더 끈질기고 강력하게 그 지 배력을 이어가고 있다. 종교 또한 인간 사회에서는 보편적이며 노예제 역시 그러하다. 종교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숙명이나 사라지지 않는 인간 ‘본능‘, 심지어 ‘생물학적 근원‘이라는 표현을 쓰기를 좋아한다. 한 권력 체계가 전권을 행사할 때에는 스스로 소리 높여 주장할 필요가 없다. 반면 그 권력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노출되고 문제시되는 시대에는, 그 체계는 논의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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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디 님 정말 열심히 읽고 계시네요. 화이팅 입니다!! 저보다 먼저 끝내실 것 같아요 ㅎㅎ

DYDADDY 2023-03-24 09:51   좋아요 0 | URL
전자책이라 정확한 페이지는 알 수 없지만 17% 정도밖에 못 읽었어요. 다락방님은 병행독서를 하시니 읽는 양이나 읽어내는 질이 더 많고 좋다고 생각해요. 숨쉬듯이 읽으시는 분이시니까요. ㅋㅋㅋㅋ
 

성교는 진공 상태에서 행해진다고 볼 수 없다. 성교는 그 자체로 생물학적이고 육체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행위가 위치한 더 큰 맥락 속에 깊이 관계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교는 문화가 규정하는 다양한 태도와 가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응축된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개인적 혹은 인간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성 정치학의 모델로 기능한다.

고대 사회에서 풍요 숭배가 어느 시점에서 가부장제로 전환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몇몇증거가 있다. 이로써 여성의 기능은 출산으로 대체, 폄하되었으며 생명의 권력은 남근에만 속한다고 간주되었다. 가부장제 종교는 남성신(들)을 만들어내면서 남성의 위치를 공고히 했으며, 여신을 끌어내리고 불신하게 하거나 아예 없애버렸다. 그럼으로써 남성 우월주의를 기본 원리로 하여 가부장제적 구조를 뒷받침하고 유효하게 하는 신학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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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허구는 사실에 기초한다. 즉 상상이란 어느정도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1장을 읽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리고 급히 이 책의 리뷰들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남성들은 어떤 리뷰를 남겼지? 하지만 남성이 남긴 리뷰는 찾지 못했다.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 결국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섹스, 살인, 강간, 항문성교.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고 어쩌다 소설을 읽는 경우에도 성애를 표현하는 구간이 나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구나 라며 뛰어넘어버리는 나로서는 저런 행위를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보니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여성은 저런 상황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공포를 견디며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 속 이야기니 그럴 수 있지‘라는 사람에게 처음에 쓴 구절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다. 모든 허구는 사실에 기초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상대를 배려하며 성애를 할 수 있음에도 왜 저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부족할 수도 있지만 내린 결론은 상대 여성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사정과 지배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움직이는 자위도구로 물화하여 보는 것이다.
여성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사랑받는다고 생각하는 남성에게도 저런 행위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남성은 이것이 비인간적인 요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까.
이제 겨우 1장을 넘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먼데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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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성 정치학 읽다가 ‘장 주네‘의 <발코니>를 읽어 보려고 합니다. 훗.

DYDADDY 2023-03-23 08:19   좋아요 1 | URL
어제 잠자냥님과의 대화를 보며 두분은 숨쉬듯 읽으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폭력적이고 압제적인 이성애부터 극복하고 넘어갈께요.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아 이틀간 이상한 꿈만 꾸었어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23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성 정치학을 조금 읽다 말았는데 어디까지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셨다니.. 게다가 이건 한참 전에 쓰여진 책인데 말입니다.

댇님께 <포르노 랜드>를 추천해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됩니다 ^^

DYDADDY 2023-03-23 09:24   좋아요 3 | URL
차라리 범죄 기사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나뉘고 특정한 남성이 문제라고 하면 그만이었어요. 하지만 문학이라고 불리우는 작품에서 가해와 피해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남성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시도할 수 있겠다 싶어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너무 세상을 몰랐나봅니다. ㅎㅎㅎㅎ
추천해주신 책은 리스트에 넣고 꼭 읽어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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