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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 - 나의 평생 아기 고양이
하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6월
평점 :
책 표지를 보자마자 우리 이군과 같은 샴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 분명 오열하게 될걸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 아이와 함께 했었던 나날들을 자세히 돌아보고 공감도 하고 추억할수 있었다.
왜 어떤 존재를 떠나보내면 잘해줬던거는 전혀 생각이 안 나고 못해줬던 것만 생각나는걸까.
내 이기심에 그 아이를 잘 케어하지 못해 떠나보낸건 아닌지, 건겅검진만 꼬박 꼬박 받았더라면 신장이 망가지기 전에 알아차릴수 있었을텐데..
나와 함께하는 동안 행복했었는지..외롭게 하지는 않았는지..
작가님의 아이들에게 애착 인형이 있듯 우리 이군의 애착인형은 내 팔이었다. 항상 잘때도 왼쪽 팔은 우리 이군 차지였어서 이군을 떠나보내고 한동안은 침대에서의 허전함에 먹먹했었다.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라는 제목에 천프로 만프로 공감한다.
작가님의 마음 역시 천프로 만프로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린 헤어진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하는거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보안 검색을 통과한 후 드디어 가벼워진 몸으로 면세 물품을 쇼핑하거나 혹은 가벼운 요기 따위로 소일하며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비행기 여행 같은, 고양이에게도 이 비슷한 시간이 도래했다.대신 인간처럼 짐을 가지지 않았던 동물은 짐 대신 자기 몸무게를 덜어낸다. 킬로 수가 부쩍 줄어들어 가벼워진 내 고양이는, 지은죄도 없는 채로 무방비하게 심판대에 올라야했다.
p.038
슬픔은 수시로 올라온다. 쉬려고 소파에 누울라치면 쉬어지기는커녕 이내 상념에 잠겨가다 눈물샘이 폭발하곤 했다.
p.059
녀석의 소심한 성격 탓만은 아니다. 나의 무심함, 인간적인 이기심과 자기 집중적 성향은 고양이란 존재를 그저 일상의 한 여가생활처럼 대해왔는지도 모른다. 화장실도 알아서 척척 가리고 강아지처럼 산책시켜 주지도 않아도 되는 등, 손이 그리 많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고양이의 편리를 방만하게 누려가며.
p.063
예쁜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길든 것이 가장 예쁜 법이다.
p.145
"아가야,아가야"하면서 쓰다듬을 때마다, 이렇게 아픈 채나마 숨이 붙어 있어 서로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가슴 저밀 수가 없었다. 아직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다.
p.185
서로 깊이 나눈 사랑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로에게는 두말할 것 없는 기적을 남긴다고, 간증하지 않을 수 없다.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