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쓰는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은 ‘연대’하는 소설이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오직 글로 연결된 두 여성의 이야기이다.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글로 연결된 그들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글이 써지지 않는 은섬. 분명 5000자를 쓰고 저장을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999자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을 ‘작가 전문 퇴마사’라고 소개한 그는 은섬에게 은섬의 주위에는 ‘작희’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작희. 그 이름을 듣고 은섬은 소름이 돋는다. 왜냐하면 은섬이 지금 작희라는 여자의 일기를 읽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후반 서포를 운영했던 이작희. 그녀는 왜 은섬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일까? 은섬이 읽고 있는 작희의 일기에 무엇이라도 있는 것일까?




지을작에 쌍희. 작희의 어미 중숙은 딸아이가 이야기를 짓고 살길 바랐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작희의 글은 운명이었던 것이다. 작희의 어머니인 중숙도 이야기를 쓰고 살아갔다. 누군가의 어미가 아닌 중숙이라는 여성으로.





현재의 은섬은 과거의 작희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 놀라운 점을 발견한다. 오영락. 그의 작품 미쿠니 아파트. 그 작품이 어쩌면 그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오영락 평전을 준비하는 은섬으로써는 찝찝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쓰고 싶은 것은 작희의 이야기였다. 은섬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결국 써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과거 중숙과 작희가 겪어야 했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녀들은 써야만 했다. 그저 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사회는 그 조그만 희망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써 내려갔다. 머릿속으로, 글로, 말로. 

그 이야기가 현대의 은섬에게로 닿아 마침내 완벽한 하나의 스토리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멜라닌>을 읽어보았다.

소설 소개를 읽고 관심이 갔던 소설이었다. 

파란색 피부를 가진 혼혈 소년. 

피부와 인종은 이 소년을 계급의 가장 낮은 단계로 내려보냈다. 

이 소설은 파란색 피부를 가진 한 소년의 성장기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은 파란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재일은 파란색 피부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름보다 똥남아, 파란 똥튀기라고 불렸다.

그러던 중 재일의 아버지는 미국 이민을 준비한다. 미국에 가면 그래도 다양한 인종이 있을거니 괜찮을거라고. 

책을 읽는 우리는 알고 있다. 재일은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언제든 눈치보는 쪽은 재일이었다. 그런 재일의 삶이 미국을 가면 바뀔까?






미국에서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일단 재일, 아니 이제부터 제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파란색 피부 소년의 옆에는 아버지만 남아있었다.

엄마와 동생 재우는 베트남에 있었다. 미국 이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베트남에 사는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져 엄마는 재우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아빠는 재일을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면 돌아온다고 했건만 엄마는 미국에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일은 알고 있었다. 이제 재일이 아닌 제이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엄마와 재우와 함께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미국에서 자리잡고 있는 중에 아빠가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이 또 제이의 가슴을 찔렀다.  왜 재우를 데리고 오지 않았지. 

이 말에는 재우를 데리고 왔으면 베트남에 있던 엄마도 왔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오지 않더라도 재일보다 재우를 데리고 있는 편이 나았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의 삶도 한국보다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곳에서도 파란 피부의 혼혈 제이는 이방인이었다. 제이가 이방인 취급 받지 않을 곳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빌러비드>를 이 책에서 마주할 줄 몰랐다.

토니 모리슨이 쓴 소설 <빌러비드>에는 흑인 여성 노예와 백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흑인 여성이 살해하는 내용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마가렛을 어떤 죄로 처벌해야 할까? 살인죄? 재물손괴죄?

놀랍게도 살인죄가 아닌 재물손괴죄로 벌을 받는다. 흑인은 노예, 즉 누군가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제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클로이, 셀마가 그들이다. 특히 클로이는 제이와 같은 파란색 피부를 가졌다. 파란색 피부를 가졌음에도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클로이를 보며 제이는 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랬던 클로이마저도 안 좋은 일에 휘말리게 되면서 또 한 번 제이는 다짐하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이 주변에서 안 좋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게 되면서 제이는 더더욱 삶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다.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평범하지 않은 나 때문이라고.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아간 소년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소년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게 될까?

나는 파란색 피부를 가지지도, 혼혈도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제이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행동, 그리고 이 사회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마다, 출판 -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 날마다 시리즈
박지혜 지음 / 싱긋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출판에 대해, 출판사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출판사를 차린 대표의 이야기이다. 

출판사와 책에 관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굴레와 족쇄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펼쳐봐도 좋다. 아니, 꼭 펼쳐보길 바란다.





이 책은 멀리깊이의 대표인 박지혜 작가의 도서이다. ‘대표’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작은 출판사일 뿐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지만 출판사와 작가는 많아지는 이 기이한 사회. 거기에 당당히 비집고 들어온 멀리깊이의 첫 시작부터 박지혜 대표가 출판을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책을 대하는 자세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코로나로 인해 난생처음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필기 학습을 해본 적 없는 초등학생들이 혼자서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책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출판사를 차리려면 컨셉이 필요하다. 그리고 팔릴만한 책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대형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의 ‘팔릴만한 책’ 기준은 조금 다르다. 작가가 말하길, 소형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만큼의 큰 매출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획과 편집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안정적인 월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얼마든지라는 말에는 탄탄한 기획과 편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는 멀리깊이에서 나온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이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기획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1년에 7.5권을 산다는 건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는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읽는 권 수가 아닌 구매 권 수가 7.5권이니 실제로 읽는 양은 더 작을 것이 분명했다.

1년에 10권도 사지 않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어떤 판매전략을 취해야 할까? 작은 출판사는 그들만이 낼 수 있는 책, 독보적인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독자도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가끔씩 질린다. 매번 비슷비슷해 보이는 책들의 향연일 뿐이다. 조금만 유명해졌다 하면 바로 책이 나온다. 감성적인 제목은 거의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작은 출판사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읽지 않은 색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말이다. 

그래서 책을 꾸준히 읽는 독자들은 작은 출판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점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부터 여름과 잘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아요. 독특한 소재에 소설이 더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중력의 배신 - 원치 않는 집중을 끊어내는 몰입 혁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3
한덕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독과 몰입. 길게 끌지 않고 짧고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 미디어에 익숙해져 있는 시대.

결과가 없는 집중력은 충동일 뿐이다. 이 책에서는 중독과 몰입을 게임, ADHD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중독에 빠지지 않아야 하지만 중독에 빠졌다면 이 덫을 빠져나와 중독이 아닌 ‘몰입’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중독과 몰입의 차이점은 뭘까? 

그 해답이 이 책에 있다.





맞다. 현대 사회에서 더이상 중독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빠졌을 때 ‘00중독’이라는 말을 쓴다. 고민 중독이라는 노래 제목도 나올 정도이니 더이상 중독은 낯선 단어가 아님이 확실하다. 그러나 중독이 마냥 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무언가에 과도한 상태. 과하게 빠져 있는 상태인 중독을 우리는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게임 중독이다.







중독을 진단할 때 세 가지 핵심적인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바로 갈망, 내성, 금단증상이다.

갈망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특정한 무언가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고 오직 그것만 바라는 상태, 그것이 바로 갈망이다.

내성은 ‘어떤 행위를 반복하면서 효과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어떤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겨 그 다음에는 더 많이 먹어야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성 생기니까 많이 먹지마라는 말의 내성이 바로 이것이다. 대표적인 내성의 예시로 술을 들 수 있다. 처음에는 한 잔만 마셔도 기분 좋게 취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반 병, 한 병으로 계속 늘어나는 상태, 그것이 내성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다. 

금단증상은 ‘만성 중독자가 특정 물질의 섭취나 행위를 끊었을 때 일어나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 증상’을 이야기한다. 가볍게는 불안, 불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환각증상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갈망, 내성, 금단 증상이 일어났을 시에 무언가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중독이 된 사람은 폐인이 되기 쉽다. 폐인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우울한 폐인이다. 계획도, 실천도 없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게으른 폐인이다. 우울한 폐인과 다르게 게으른 폐인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충동성 폐인이다. 충동성 폐인은 계획 없이 실천만 한다. 


과도한 중독으로 폐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세 가지 유형 중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에 그 유형에 맞게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